드라마 레위기 - 눈감고도 그려지는
김경열 지음 / 두란노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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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학적으로 점철된 거룩

지루하다는 편견으로 가득한 레위기를,

잘게 씹어 먹여주려는 책.

 

각 장 별로 제시되는 실제적인 예화와 일러스트 그림, 그리고 도표는 실로 성경 속 레위기에 대한 흥미를 유발시키고 또 지속시키려 한다. 그런데 솔직한 심정으로 책의 후반부에 갈수록, 나는 그마저도 지루해지는 바람에 하마터면 책을 대충 훑으며 읽어버리는 과오를 범할 뻔 했다. 고대 이스라엘의 제사 관련 명칭의 반복적인 사용과 그에 대한 세부 규정들의 비슷한 표현들은 내용 이해에 얼마나 많은 어려움을 주는가. 그렇다면 텍스트로만 이루어진 성경 속 레위기는 또 얼마나 성도들에게 읽혀지기 힘든 책인가!

 

그래서 저자는 이 책을 썼다. 그 어려움을 너무도 잘 알기 때문에, 동시에 레위기의 중요성을 너무도 잘 알기에 그 중요성을 강조한 것이다. 저자는 누구라도 레위기의 진수를 맛보게 하기 위해 기꺼이 정성을 들였다. 책을 다 읽고 난 후, 내 머릿속에 일렁이는 생각들을 살펴보면 저자의 노력은 어느 정도 성공한 것 같다. 첫 번째로 레위기를 섬세하게 읽어보고 싶어졌다. , 다시금 레위기를 읽어가며 책을 통해 깨닫게 된 레위기의 신학도 곱씹고 싶어진 것이다. 분명 파편적으로 남아있던 이해들도 정돈될 것이다.

 

두 번째로 고대 이스라엘의 제사 용어들이 이제는 친근하다. 각 용어들에 대한 온전한 이해가 결여된 채로 레위기를 읽었을 때는 다 거기서 거기 같다라는 인식이 그 근저에 깔리기 마련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하나하나가 의미를 갖추어 다르게 다가오고 있다. 그렇게 레위기가 지루하다는 이미지는 어느덧 깨져버렸고, 그와 함께 다소 멀게만 느껴졌던 신학적 거룩의 개념 또한 일상의 거룩으로 변모한다. 무엇을 하나님께서 거룩하다 하시는 지를 분명하게 깨닫는다. 뚜렷한 거룩해짐이 삶의 작은 모습부터 시작된다.

 

내가 관심을 두는 거룩은 세상에 만연해있어 당연시 여겨지는 가치와 거리를 두는 것이다. ‘모든 사람들을 사랑할 필요가 없다’, ‘그들에게 굳이 힘쓰지 마라’, ‘나와 맞는 사람들과만 어울리면 된다. 인간관계에 대해 유독 자주 마주치는 표현들을 가져왔다. 그것은 누군가의 좌우명이 되기까지 한다. 그러나 이에 대해 레위기가 말하고 또 거룩함이 말하는 것은 결국 모든 사람을 사랑하라는 것이다. 충분히 힘든 영역이고 신이 아니고서야 인간이 해낼 수 있는 것이라고 믿겨지지 않을 수 있다. 그럼에도, 외쳐야 한다. 그 분이 그러셨듯이 우리도 거룩해야 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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