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이제는 더이상 어리지 않아서인지, 

열정따위는 흔적도 없이 사라져버려서 (원래도 그닥 많지 않았지만)

학회가도 그냥 그렇다. 

머리 삥삥 돌아가는 어려운 것들을 발표하는 사람들 보면 

진심으로 대단하다 생각하면셔,  속으로 '와우, 와우' 이러고 만다. ㅋ


간혹, 내가 하는 것들과 관련된 분야에 대해서 새로운 방법이나 아이디어에 대해서 들으면 

바로 노트에 쓱쓱 적고 정보를 줍줍하고, 속으로 '감사,감사' 이런다.

배움과 약간의 업데이트로 충분히 만족스럽다. 


2.  요즘 핫한 타픽 session 에 들어갔다. 

예상대로 방은 이미 인산인해다. 

옷!, 그런데 첫번째 발표자가 

한국에서 온 박사과정 학생이었다. 

속으로 '화이팅,화이팅' 했다. 

내용이 어려워서리 이해하지 못했지만 발표를 잘 마쳤다. 

하지만, 질문을 잘 못알아들어서리, 

대답을 능숙하게 하지 못해 조금은 당황해 모습을 보니

내가 다 쫄렸다. 

아.....나도 여전히 그러고 사니, 

속으로 그랬다. '하다보면 조금씩 나아져요, 괜찮아요'

세션 모두 끝나면 '잘했다' 한마디 할까 생각하고 있었는데, 

어느새 사라져 버려 찾을 수가 없었다. 

다시 한번 외쳐본다. 

'이미 잘하고 있으니, 그대로 쭈욱, 화이팅!'


3. 10명 앉아있는데, 그 중에 발표자가 6명이었다. 

그 중 한명의 발표자...

적어도 60세는 넘고 70세는 되어 보이는 분이 발표를 하더라..

Slide  글자 포인트도 어마어마하게 크고, 내용도 아주 조목조목하게 써놓고,

설명도 차분히 여유롭게 하셔다ㅏ. 

사람이 다 그렇지. 다 본인이 기준이지. ㅎㅎ

한쪽에서 부인으로 보이는 분이 동영상으로 찍고 계셨다. 

모르지만, 아마도 그분 일생에 학회 발표가 마지막일지도...


4. 일생의 첫 순간이든, 마지막 순간이든, 

최선을 다하는 모습은 아름답다. 

우리 모두, 화이팅!


5. 그리고, 나는 책을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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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23-08-17 14:3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학회에서 내가 필요한거 줍줍도 하시고 이렇게 읽을 책도 많이 사시고 han22598님도 진짜로 멋지십니다. ^^

han22598 2023-08-22 05:29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
멋있기 보단,
일상이 그렇습니다.
요게 다입니다. ㅎㅎ

noomy 2023-08-19 11:2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가아~끔씩 학회가면 속으로 놀래면서 필요한 것만 줍줍 합니다~ 재미없으면 가져간 책을 읽기도 하고 졸기도 합니다 ㅋㅋㅋㅋ

han22598 2023-08-22 05:29   좋아요 0 | URL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그렇죠
저는 졸리면 바로 자러 들어갑니다. ㅋ

공쟝쟝 2024-03-17 09: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학회라니.. 므쪄...
 


좋아하는 색은 파란색과 보란색이고,

나에게 잘어울리는 색은 노랑색이다. 


특히 명도가 낮은 노란색.

이것저것 다양한 노란 빛깔이 옷장에 가득하다. 


그리고,

한국 가로수로 많이 사용되는 은행나무.

명도가 약간 높은 노란색. 


햇빛의 도움이 필요치 않은 

까만 밤의 샛노란색의 가을날. 

그리워진다. 


두달정도 후면 볼 수 있으려나..


아직 기약할 수 없으니, 

닮은색의 책으로 달래본다.  


참고) 작은 노란책은 잠자냥님 리뷰보고 사놓 은 것이고, 

         조금 두꺼운 노란책은 블랙겟타님이 리뷰 덕에 구입한 것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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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노의 포도 홍신 세계문학 7
존 스타인벡 지음, 맹후빈 옮김 / 홍신문화사 / 201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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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거의 모든 것들에 관심이 있는 내가 

전혀 흥미를 느끼지 못하는 것이 있다. 


역사, 

특히 미국의 역사. 


이제 10여년이 넘게 살아가고 있는 이땅에

지나간 이야기에 왠일인지 전혀 궁금하지 않았다. 


분노의 포도가 미국사를 다루지는 않았지만, 

1930년대의 오클라호마 소작인들이 땅을 잃고 서부를 이동하는 사건을 통해 

그 시대를 사는 삶을 보았다. 


거칠 것 없는 돈의 권력에 맞서는 연대하며 일상을 일구어 가는 사람들. 

쉽게 그려낼 수 없는 희뿌연한 먼 미래의 희망보다는 

하루 주어진 일들을 해내고, 한끼의 배부름을 이루어나가는 삶. 


세상의 중심이 내가 되어 

내 꿈, 내 가족이 목표가 되어 경주마처럼 달리는 이들은 

아마도 그들을 원하는 것을 이룰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성공이 100% 보장되지 않은 건 마찬가지다. 다만 확률적으로 가능성이 높아질 뿐이다. 

객관적으로 얘기하면 높아진 확률로 더욱 편안한 마음이 되어야 하는게 마땅(?)한데, 

실제로는 여전히 존재하는 비확실성으로 불안, 두려움이 가중될 가능성이 높다. 


그래서...

주위를 볼 겨를이 없다. 

아니 보이지 않는다. 

특히, 

자신들의 이익에 도움이 하등 될 것 없고 오히려 해가 될거라 생각하는

보잘 것 없고 가난하고 돌봄이 필요한 사람들은 아웃오브 안중이다. 

눈이 보일 턱이 없다.  


하지만, 

한 없이 작고 모든 것을 잃어버려 

주변부에서 한없이 서성이는 자들은

자신의 모든 것을 내어

남을 돌보고, 생명의 숨을 불어넣는다. 


그렇게 삶이 계속되고, 역사를 만들어 내는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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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omy 2023-08-19 11:3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좋아하는 소설입니다~ 마지막이 좀 어이없었지만요 -_-;

han22598 2023-08-22 05:28   좋아요 0 | URL
저도 이제 좋아하는 소설이 됐어요 ㅋㅋ
저는 마지막이 제일 좋던데, 마지막이야말로 작가가 하고 싶은 말이었던 같았는데,
궁금하네요, 누미님은 왜 어이없어 하셧을까요?

noomy 2023-08-23 10:30   좋아요 1 | URL
han22598님의 댓글을 보고 곰곰이 생각해보니 맞는 것 같습니다. 마지막 장면이 작가가 남기고자 했던 궁극적인 메시지라는 것 말이에요. 그리고 그렇게 쓴 것이 어쩌면 가장 현실적이면서 극적인 전개라는 것도요.

생각해 보면 두 가지가 좀 마음에 걸렸던 것 같아요. 하나는 구성적 측면, 나머지는 내용적 측면에서요. 시종일관 절망적으로 흘러가던 소설의 결말 부분에서 어떻게든 희망의 메시지를 주려고 했던 구성이 저에겐 좀 억지스러웠나 봐요. 차라리 자연스럽게(너무 슬프지만) 홍수 이후의 상황을 무기력하게 관조한다든지 아니면 비가 그치고 지쳤지만 조금씩 복구를 위해 힘을 보태는 장면으로 끝을 내는 게 현실적이라고 생각했어요.

두번째는 희망을 품게 하려는 의도까지는 좋다고 쳐도 그 내용이 저에겐 좀 거부감이 들었어요. 여성이 가진 아니 당연히 가졌을 것이라고 인정부터 하고 들어가는 모성애를 생명에 대한 인류애와 연대로까지 확장한다는 게 무리가 있어 보였어요. 고정적인 성 역할 말고도 무한히 가능한 일들이 많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이기적으로 행동하던 여자 등장인물이 갑자기(물론 큰 사건을 겪었지만) 한없이 자애로운 마음을 가진다는 것도 자연스럽지가 않았고요.

그런데 오히려 이런 생각 자체가 단편적이고 편협할 수도 있겠네요. TV 드라마는 해피 엔딩을 바라면서ㅋㅋㅋㅋ 소설은 자연스럽고 슬프게 끝나야 한다거나, 고정된 성 역할에서 탈피해야 한다면서 전통적으로 여성의 일이라 여겨지는 것들을 저평가하고 나아가 탈피해야 한다는 또 다른 고정관념에 집착하는 건 아닌지 말입니다.

소설속에서 태아의 죽음이 상징하는 희망의 단절이 또 다른 생명을 구함으로 다시금 이어지는 희망과 연대를 보여주기에 마지막 장면은 어찌 보면 가장 적절한 장면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주저리주저리 길게 적어 죄송합니다. han22598님 덕분에 좀 더 깊이 생각해 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네요. 감사합니다~^^

han22598 2023-08-24 03:20   좋아요 1 | URL
누미님의 답글이 반가웠어요 ^^
의견 나눠주셔서 감사해요, 그리고 저도 생각해봤어요.


저는 구성적인 측면으로 봤을때 시종일관 절망이었다고 보지 않습니다.
여정가운데 희망의 보이는 작은 씨앗들이 조금씩 보여주었다고 생각해요. 바로 생각나는 게 두개 정도 있는데,
윌슨부부를 만나서 두 가족이 서로 부족한 부분을 도와가면서 (할아버지 장례식 비용을 대고, 윌슨을 차를 고쳐주기도 하면서) 잠깐의 연대의 시간을 보내기도 하죠.
비록 끝까지 함께 하지는 못하지만 (매우 현실적인 것 같아요. 끝까지 함께 하지 않아도 된다는 부담감을 버릴 수도 있고요), 비록 보잘 것 없어 보이는 것이라도 그것이 유용하고 필요할 때가 있으면 기꺼이 내어주는 그들의 행동을 통해 상생의 길을 여는 초석이 되어 톰 가족이 캘리까지 갈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해요.
한 가지 더, 중간에 매우 이상적인 마을에 머무르잖아요 (이름은 기억이 안나요. ㅠㅠ). 깨끗한 환경과 기반시설들이 완벽하게 갖춰져 있고 그곳에 사람들이 평화롭게 살아가는데, 한가지 문제는 일자리가 없다는 것이었잖아요. 비록 톰 가족도 일자리를 찾아서 떠날 수 밖에 없었지만, 돈 vs. 인간다운 삶 에 대해 작가가 도전장을 우리에게 던지기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고, 작가는 아마도 우리가 돈의 욕망을 조금 포기하면 이런 이상적인 삶을 영위하며 살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소망의 메세지를 던진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기고 하더라고요. 마지막 장면이 클라이막스가 될 수 밖에 없는게, 어찌 보면 임신한 몸으로 힘든 여정을 겪어내었지만, 남편이 될 사람도 떠나고 마지막 희망이 될 수 있는 아이도 죽어 버려 더 이상의 희망조차 남아있지 않은 최악의 상황에서 조차 그 여인은 희망의 씨앗을 품고 있었던 거죠...비록 원래의 목적 대상 (아이)는 잃었지만, 그 씨앗은 죽어가는 사람 (또는 곁에 있는 이웃)에게 생명을 주어 삶을 이어가게 만들게 해주는 (대상은 바뀌었지만) 원래의 목적을 달성하게 되는 것이 아닐까요. (마치 윌슨 부부는 아내도 아프지만..(곧 장례를 치를 수 있는 위기가 있지만) 톰 할아버지의 장례비용을 대기도 했죠)..저는 이렇게 해석이 되더라고요. 그래서 누미님이 말씀하신 내용적인 측면에서 여성성을 이용해야 햇었느냐 하는 질문에 저는 그럴 수 밖에..아니 그래야 한다고 했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내용적인 면을 봤을 때도, 본질적인 여성성을 이용한 (?) 희망과 연대에 대한 메세지는 저는 적절했다고 생각했고, 깊은 감동을 주었습니다. ㅎㅎㅎ

너무 두서없이 써서 죄송해요 ㅎㅎ
누미님 덕분에 생각을 약간 정리 할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감사해요!
 

도련님의 유쾌함을 기대하고 읽기 시작했었으나..

가벼운 필체 덕분에 초반에는 비슷한가 싶었는데

큰 오산이었다. 


한여름 정오.

한없이 쓸쓸하다. 


인간 무엇일까?

마음 또 무엇이고.

남은 고사하고

나 자신을 이해하기조차 불가능한 것일지도. 



나도 그렇고

이 책을 써내려가며 고심했으며 실제의 삶도 그랬을 것 같은 소세키도 모두.

짠하다.

인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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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lstaff 2023-08-03 16:0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제가 처음 읽은 나쓰메 소세키, 바로 이 책입니다. 반가워서 입이 저절로 벌어집니다. ^^

han22598 2023-08-17 05:40   좋아요 1 | URL
골드문트님이 소세키 소설을 좋아하시는지 싫어하시는지 확인하러 가야겟네요 ㅋㅋㅋ

새파랑 2023-08-04 21:5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도련님> 이후의 소세키 작품에서는 유쾌함을 찾기 어렵더라구요. 그나마 <갱부> 정도? ㅋ

이 책 정말 쓸쓸합니다. 그래서 더 좋은거 같아요~!!

han22598 2023-08-17 05:41   좋아요 1 | URL
그런가요? 도련님이 거의 유일한 유쾌소설인건가요?
예상을 빗나가서 좀 당황스럽기는 했지만, 그래도 잊혀지지 않은 이야기임은 확실하네요.
 


남의 나라 독립일에 축하대신 나는 재밌는 연애 소설을 읽었다. 

노벨 문학상 수상자이고,

가르시아 마르케스 이름 여섯자가 주는 무게감(?) 때문에 

기대하지 않았는데,

오랜만에 유투브보다 독서 시간이 긴 하루가 되었다. 


연애 스토리가 펼쳐지기 전

노화를 두려워 자살한 한 남자의 이야기로 시작하는데

어떻게 사랑이야기랑 연결될지도 매우 궁금하다. 


인상적 포인트들 중에

남주 플로렌티노 아리사의 상사병의 증상이 콜레라 증상과 같다는 부분이 

가장 인상적이었는데, 


제목도 콜레라 시대의 사랑이라 정한거 보니, 

단순한 유머로 던진 메타포는 아닌 듯해 보인다.

끝까지 함 읽어봐야지. 


또 한가지 드는 생각은  

내가 가장 분석할 때 가장 많이 쓰는 outcome measures 중에 하나가 

Pain의 증상을 수치화 하는 measure들을 다룬다. 

통증이라는 주관적인 증상을 객관적으로 치환하는 과정 중에 많은 정보들을 놓치게 된다. 

전혀 상관없는 이야기가 될 수도 있지만, 

상사병과 콜레라가 같다고 이야기 할 수 있는것 

볼 수 있고 수치화 할 수 있는 증상이 동일하다는 근거에 의해서 판단내려지는 것이다. 

이런 생각 괜찮은걸까?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은데 

책을 다 읽고 나서 설을 제대로 풀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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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랑 2023-07-06 08:2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마르케스 책 중에서 이 책이 제일 좋더라구요 ~! 일단 재미있었습니다 ㅋ 좋으시길 바라겠습니다~!!

han22598 2023-07-10 14:40   좋아요 1 | URL
맞아요..맞아요..2권읽고 있는데, 재밌어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