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고양이로소이다
나쓰메 소세키 지음, 김은진 옮김 / 작은책방(해든아침) / 2018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고양이를 집안으로 들이긴 했지만 

이름을 지을만큼의 관심이 없었던 주인과는 다르게..

이미 이름이 지어져..

낯선땅으로 오긴 왔지만..무관심의 반응은 매한가지지다.


발음이 쉽지 않다. 

다행히 한 글자에만 받침이 있지만..

그조차도 제대로 발음할려면 관심과 연습이 필요하다. 


처음에는 다수의 편의를 위해서 중딩때 지어놓은 영어 이름을 사용할까도 생각했지만, 

그냥 사용하기로 했다. 세가지 이유 때문이었다.

첫번째는 그런 오지랖퍼까지는 되고 싶지 않았고,

두번째는 이름은 고유한 것이고, 상대가 나를 부르기 위해서 사용하는 것도 큰 목적이지만, 그 사람를 나타내는 유일무이한 것이라고 생각했다. (너무 거창한가 ㅋ, 좀 더 솔직하자면, 영어는 못하는데 이름만 영어 이름인게 싫어서이다.) 

세번째는 나를 향한 무관심의 척도(민감도는 떨어질지 모르지만..)는 한개쯤 있어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다. 


십여년의 경험상으로 봤을때,

처음 이름을 정확히 발음하기를 원하는 사람일 수록 나의 이름을 어떻게 발음하는지에 대해서 물어보고 

그리고 그 이후로 반복적으로 내 이름을 부른다. 물론 이것이 꼭 상대방에 대한 관심이라고 단정지을 수 없지만, 내 이름 부르기에 대해서 관심이 없는 사람일 수록 이름에도 관심이 없는 경향이 있다. 실제로 나랑 친하게 지내는 비한국인들은 내 이름을 아주 정확하게 발음한다. 


아이러니한건, 중국인들이 내 이름 발음하기를 제일 힘들어 한다는 사실이다.

서로 한자로 이름을 써가며 아는척 하긴 하지만 정작 발음을 자기들 식으로 해버린다. 

아마도 자기의 글을 읽는 방법으로 읽는 것이 맞다고 생각할 수도 있고, 중국사람들에게 내 이름이 유난히 발음하기 힘들 수도 있는 언어학적 (아님 음성학적?) 이유가 있을 지도 모른다. 


이책의 리뷰와는 너무나도 동떨어져 보이긴 하지만 그래도...완전 다르지는 않을 수 있는...

문득, 

이곳 사람들은 나의 이름따위에 궁금하기는 할까 싶다.

그들의 생활영역을 나눠 쓰길 허용을 해준 것처럼 보이지만, 

때로는 diversity를 위한 구색 맞추기용 유색인. 

그것이 그들이 나를 가르키는 이름일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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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랑 2021-12-31 10:0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고양이를 통해 바라본 이름에 대한 성찰이군요~!! 소세키 책은 다 좋은거 같아요^^

han22598 2021-12-31 15:55   좋아요 1 | URL
새파랑님은 소세키책도 이미 완독하셨나요?
소세키책 두번째인데, 이게 도련님과 굉장히 비슷한 느낌이네요..저만 그렇게 생각하는건가요? ㅋ

새파랑 2021-12-31 16:03   좋아요 1 | URL
전 완독은 아직 못했고 9권 완독했어요. 총 14권이에요~!!
고양이가 첫번째 작품이고 도련님이 두번째 작품인데 저도 비슷한 느낌을 받았어요. 그나마 좀 밝은 분위기이기도 하고요. 뒤로 갈수록 분위기가 좀 어두워 집니다 ㅎ 개인적으로는 중기작품들을 좋아합니다 ^^

그레이스 2021-12-31 11:3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받침을 힘들어하죠..^^
한님 그곳에서는 하루가 더 남았겠네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han22598 2021-12-31 15:56   좋아요 2 | URL
감사합니다. 그레이스님^^
2022, 첫날 잘 맞이하시기 바랍니다!!

희선 2022-01-01 01:4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다른 나라 사람이 한국말 발음 어려워하기는 하죠 그래도 지금은 한국말 잘 하는 외국 사람도 많더군요 그건 방탄소년단 덕분일까요 갑자기 방탄소년단이라니... 방탄소년단을 알고 한국말 배우는 사람이 많다는 기사를 보기도 했어요 조금 전에는 일본에서 상 받았다는 기사 봤습니다

한 님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마음 몸 다 건강하게 지내시기 바랍니다


희선

han22598 2022-01-03 13:50   좋아요 0 | URL
맞아요..맞아요..요즘은 한국어가 대세에요 ㅋㅋ 그래서 요즘에는 한국말 하는것도 맘대로 못하겠더라고요 ㅋㅋ 방탄이 여러모로 큰 영향을 끼치고 있는 건 확실한 것 같아요 ^^

라파엘 2022-01-01 02:0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사실 서재에서 댓글로 ˝한님˝이라고 부를 때도 뭔가 마음에 걸리기는 해요 ㅎㅎ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

han22598 2022-01-03 13:51   좋아요 1 | URL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그러게요.
이름을 알려주지 않으면서..이름을 똑바로 불러라 이러고 있는 꼴이네요 ㅎㅎ

라파엘님도 새해 복많이 받으세요 ^^

mini74 2022-01-01 11:3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타인의 이름을 제대로 발음해주려 노력하는 것부터 존중아닐까요 ~ 정말 발음이 안되는 이름도 있긴 하지만 ㅠㅠ 중국인이 발음하기 힘들어한다니 의외네요. 한님 타국에서도 건강하시고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

han22598 2022-01-03 13:53   좋아요 1 | URL
맞아요. 저도 사실 발음이 어렵거나...힘들어 보이는 사람들의 이름은 정말 상대적으로 신경이 많이 쓰이더라고요. 불편함을 감수하는 것도 상대방에 대한 존중의 하나인 것 같더라고요. 새해가 이미 시작되었네요. 미니님도 2022 좋은 한해 되시기 바랍니다.!

noomy 2022-01-01 20:0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영어 이름을 쓰지 않는 두번째 이유를 보고 빵 터졌어요~ 영어도 못하는데 영어 이름 쓰는게 싫으시다는 ㅋㅋㅋ 아 물론 잘하시지만 겸손하신 거겠죠. 뜬금없지만 영어는 왜 이렇게 어려울까요? 미천한 실력을 조금이나마 올리려고 틈틈이 공부하기는 하는데 며칠전에도 너무 헷갈리더군요. Lucked out 이라는 문장이 나오길래 out 이니까 운이 없다로 해석했는데 완전 반대더군요. 운이 있다라는 뜻이었어요. Out of luck이 운이 없다는 말이였고요. 당최 무슨 차이인지..-_-;; 연초부터 주저리 주저리 했네요.

han22598 2022-01-03 14:04   좋아요 1 | URL
luck out ㅎㅎㅎ 그렇게 생각하실 수 있어요...아마도..out의 의미를 두면 그렇죠..사실 동사 뒤에 out이 붙어서 의미도 달라지고..뉘앙스도 달라지는 경우가 좀 있는 것 같아요..머..make it out 거 처럼요.(이건...어느 개념 감잡았다..로 사용하는기도 하고..또는 신호등불녹색불에서 빨간불로 바뀌기 전에..지나가는 경우..make it out 한다고 하거든요) 머. 걍 저도 이런 것들은 걍 상황상 배우는게 많아서. 저도 아직도 모르는게 많답니다. 어려워요..어려워요. 동의합니다!!!

noomy 2022-01-03 14:41   좋아요 2 | URL
오~ 신기하네요. 주로 이 동네에선 개재수! 라고 쓰기는 하는데 ㅋㅋㅋㅋ 아~ 농담입니다^^;;

han22598 2022-01-07 06:38   좋아요 0 | URL
개이득!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자신을 예술가라 여기는 작가들조차 여전히 상업의 신에게서 완전히 자유롭지 못하다.."


믿거나 말거나 개똥같은 생각처럼 보일 가능성이 높지만

내가 쌀나라로 넘어와서 공부를 하고 학위를 취득하고 싶었던 이유는..먼가 고상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렇게 나의 선택을 합리화(?)하고 멋드러지게 포장해가면서...

그 선택들은 나의 삶을 돈으로부터 자유롭게 할 수 있다고 생각했던 적이 있었을지도 모른다..(이 생각조차도 확실치 않다..)


하지만...

세상은 예전에도..지금도..앞으로도..

그런 곳은 없을 수도 있다는 생각을 너무 뼈져리게...

느끼는 요즘이다. 


(글쓰기 책을 읽으면서....이런 생각하는 것만 봐도...나도 참...돈 많이 생각하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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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파엘 2021-12-04 10:08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자본주의 사회에서 살아가는 현대인이라면 그 구조상 돈 생각을 하지 않는 사람은 아마도 없지 않을까요. 돈으로부터 정말 자유로우려면, 단순히 안정적인 수입이 있거나 돈이 많아지는 문제가 아니라 세계관 자체가 자본주의가 아닌 다른 것으로 바뀌어야 하지 않을까 싶어요 ㅎㅎ 한님 추천으로 <문학은 어떻게 신앙을 더 깊게 만드는가>를 읽은 이후로, 덕분에 저는 불확실성을 견디는 힘에 대해서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경제적인 부분을 포함하여 삶 전체에 대해서요. 늘 생각하고 고민하는 삶이네요 ^^

han22598 2021-12-06 11:56   좋아요 2 | URL
세계관이 바뀌어야 한다는 라파엘님의 생각에 전적으로 동의합니다....하지만 때로는 세계관이 굉장히 유동적이라..ㅎㅎ 때로는 헤매는 시기가 있기도 하는 것 같아요...먼가 굳건한 생각과 마음을 갖기는 저라는 사람은 매우 힘든 것 같기는 한 것 같아요..

<문학은 어떻게 신앙을 더 깊게 만드는가> 읽으셨구나...아 정말 좋은 책이죠. 저에게도 참 여러가지로 많은 용기와 힘을 준 책이었던 것 같아요. 라파엘님도 좋으셨다니 기쁘네요 ^^

라파엘 2021-12-06 18:00   좋아요 1 | URL
생각과 마음이 굳건하기보다 오히려 때때로 헤매는 모습이 더 솔직하고 인간적인 우리의 삶이 아닐까 싶어요... 한님 좋은 사람이셔서, 덕분에 저도 더 배우고 성장하게 되는 것 같네요 ㅎㅎ 건강 잘 챙기시고, 평안한 12월 보내세요 ^^

희선 2021-12-05 01:3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이 세상에 돈에서 자유로운 곳은 없겠습니다 그런 거 생각 안 하고 사는 사람도 있겠지만, 돈이 하나도 없으면 어디서든 살기 어려울 거예요 작가도 자신이 쓴 소설이 잘 팔리면 좋아할 듯합니다 그런 생각하고 쓰지는 않겠지만...

han22598 님 십이월이네요 한해 마지막 달입니다 주말 편안하게 보내세요


희선

han22598 2021-12-06 12:01   좋아요 2 | URL
이 세상이 돈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것을 알면서도..여전히 우리 (모든 사람은 아닐지라도 ㅎㅎ)는 순수함에 목마름이 잇는 것 같아요. 비록 돈의 힘에 비록 굴복할 수 밖에 없는 끝이 같더라도...그런 순수한 마음을 갖고 싶은 것이 인간의 마지막까지 간직하고 싶은 것이 아닐까하는 생각도 해봤어요...

그러게요..진짜 시간이 너무 훅훅 가고 있어요...희선님도 평안한 12월 보내세요 ^^

쎄인트saint 2021-12-16 16:2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2021 ‘서재의 달인’ 축하드립니다~!!

han22598 2021-12-29 04:33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세인트님!
 
고래 - 제10회 문학동네소설상 수상작
천명관 지음 / 문학동네 / 200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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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문대로...

흡입력있는 문장에..역동적인 이야기. 


쓸쓸한 가을날에...

가슴이 뛴다. 


책..

참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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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로 2021-11-19 03:3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이 책을 이제 읽으십미꽈?? 갑자기 제가 넘 늙은 사람 같은 느낌!!! ㅎㅎㅎ

han22598 2021-12-02 23:29   좋아요 0 | URL
설마요 ㅎㅎㅎ 제가 너무 뒤처진 것일거에요 ㅎㅎ
설화이야기 잼나게 잘읽었습니다.

페넬로페 2021-11-19 07:3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오래전에 읽은 책이라 내용이 잘 기억나지 않는데 저도 좋게 읽었어요.
기억이 잘 나지 않는데도 그 느낌만 있는게 좀 슬프면서도 그래도 그 느낌을 갖는게 중요하다는 긍정 마인드로 오늘도 시작하려는 웃픈 저입니다 ㅎㅎ

han22598 2021-12-02 23:31   좋아요 1 | URL
늑낌이 중요한 것 같아요 ^^ 그 느낌을 간직하고 있는 사람들이 넘쳐나는 이곳이 그래서 좋아요 ^^

레삭매냐 2021-11-19 10:5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천명관 작가가 이렇게 멋진
데뷔작을 내고 추락하는 걸
보면 참...

그렇다고 합니다.

han22598 2021-12-02 23:31   좋아요 1 | URL
그러게요..다들 천명관 작가는 이 책 뿐이라는 슬픈 이야기가 전해지더라고요 ㅠㅠ

희선 2021-11-23 01:3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도 예전에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벽돌로 뭔가 만드는 게 생각나기도 하고 극장 이야기도 있었던 것 같은데... 극장 이야기는 다른 소설이면 안 될 텐데...

가을도 얼마 남지 않았네요


희선

han22598 2021-12-02 23:32   좋아요 0 | URL
춘희가 만들었던...벽돌.
고래 극장.
희선님 많이 기억하고 계시네요.
어느새 벌써 겨울이 와버렸네요. 희선님 건강 조심하세요 ^^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임홍빈 옮김 / 문학사상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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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규칙성 단위는 하루가 아니라 일주일이다. 

운동을 먼저 얘기해보면, 일주일에 최대 3번까지 수영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일주일 중에 하기 좋은 날을 꼽는다. 

그리고 일년 전부터는 테니스도 같이 하고 있기 때문에, 테니스 치는 날을 함께 고려하면, 일주일에 운동하는 날은 일주일에 최소 2일, 최대 5일로 목표로 하고 있다. 상대적으로 날씨의 영향을 많이 받는 테니스와는 달리 실내 수영은 스케줄 조정하기 쉽기 때문에 날씨 좋을 때는 테니스. 그렇지 않을 때는 수영을 선택한다. 요즘 같이 날씨 좋을 때는 테니스만 주구장창...시나리오. 

매일 아침 같은 시간에 일어나는 것보다는 일주일동안 총 수면 시간을 맞춘다. 

먹는 것도 비슷하다. 

가능하면 최대한 집에서 간단하게라도 요리해서 먹는 것을 목표로 하는데, 

사람들을 만나면 외식을 피할 수 없기 때문에, 집에서 먹을때는 최대한 라면..을 먹지 않으려 하는데, 

안 먹을 수 없기 때문에, 일주일에 한번은 허용하는 걸로...생각하고 있는데, 사실 이건 잘 지켜지지 않는다. 

단위는 그렇다 치더라도, 기준들이 엄격하고 허술하기 짝이 없어서 규칙적이라고 하기에는 민망하지만, 

높은 기준을 세워놓고 지키지 못했을 경우의 실패감을 느끼는 것보다...설렁설렁한 기준에 맞춰가는 만족감을 통해 이어나가는 나름 규칙성이 있는 나의 생활 패턴이다. 



계속 쓰기 위해서 달리기 시작했던 하루키. 

하루를 단위로 일정거리를 달리고, 목표를 설정하고, 기존의 목표를 달성한 후에는 새로운 목표를 다시 세우고...

하루키의 실천력, 집중력, 그리고 지구력의 실체를 본 것 같다. 

달린다는 것은 나에게 있어 유익한 운동인 동시에 유효한 메타포이기도 하다. (27p)

모두에게 공평하게 주어진 24시간. 그리고 한 일생에 각양각색의 모습으로 진화되는 원천은..사실 그 공평함에서 비롯된다는 것을 수많은 사람들의 말과 글로 증언되었고..증언되어지고 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집요한 반복에 의해 자신을 변형시키고 (혹은 일그러뜨려서), 그 프로세스를 자신의 인격의 일부로서 수용할 수 밖에 없다. 아, 힘들다 (107p) 다양성을 추구한다는 점에서 봤을 때 모든 사람이 동일한 크기의 실천력, 집중력, 지구력을 갖을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아니 사실 불가능한 일이다.각자 사람은 모두 다양한 면에서 다양한 능력의 레벨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인간이 도달해야하는 객관적인 수준이라는 것은 세워지면 안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나에게 주어진 가능성과 능력을 파악할 필요는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한다. 찰나의 결심 (강속수가 배트에 맞는 소리를 듣고서)으로 시작한 소설쓰기...(물론 그는 재능도 가지고 있었다)을 꾸준히 실천하고 그리고 그 능력을 끌어올리기 위한 시간들과 노력들은 사실 수없이 반복되는 지루한 연습들로 채워져야만 했을 것이다.  


좋은 것을 즐기는 것도 물론 연습이 필요없는 일이 아니겠지만, 별다를 것 없는 삶과 일상을 어떻게 채워나가는 것이 그 사람을 말해주는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한다. 그래서 너무나 식상하고 지루한 테마인. 취미와 직업. 어떻게 하루를 보내는 가를 말해주는 가를 이것보다 더 잘 설명해주는 것이 또 있을까? 물론 항상 신나게 즐기는 취미생활도 있겠지만, 많은 것들이 온전한 즐거움을 위해서는 일정시간의 훈련과 지루함을 버팀의 시간은 필요한 것 같다. 직업에 대해서는 굳이 자세히 이야기 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반복과 지루함들을 통해서 하루 시간들이 채워지고 그 시간드을 통해 나다운 사람을 만들어가고 있는 것일지 모른다. 그래서 어쩌면 어릴때 부터 귀에 피나도록 들었던 '자세(attitude) 가 중요하다' 도..이와 비슷한 맥락으로 여겨도 될 것 같기도 하다. 


가령 그것이 실제로 바닥에 작은 구멍이 뚫린 낡은 냄비에 물을 붓는 것과 같은 허망한 일에 지나지 않는다고 해도, 적어도 노력을 했다는 사실은 남는다. 효능이 있든 없든, 멋이 있든 없든, 결국 우리에게 있어서 가장 소중한 것은 대부분의 경우, 눈에는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마음으로 느낄 수 있는) 어떤 것임이 분명하다. 그리고 진정으로 가치가 있는 것은 때때로 효율이 나쁜 행위를 통해서만이 획득할 수 있는 것이다. 비록 공허한 행위가 있었다고 해도, 그것이 결코 어리석은 행위는 아닐 것이다.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실감으로써, 그리고 경험칙으로써. (257p)


변화는 찰나이고 나머지 모두는 일상의 반복이 연속되는 삶에서, 내 '자세'는 어디에 머물러야 하는지에 대한 질문보다는 그 자세를 어떻게 만들어갈지에 대한 고민이 더 필요한 것 같다. 지루한 일상에 대한 열정이 보이지 않은 것으로 환원되지 않거나 아무런 의미를 찾지 못하더라도 하루키는 어리석은 행위가 아니라고 한다. 오히려 그것이 하루키가 어떤 사람이라는 것을 말하고 싶은 것일지도 모른다. 나 역시...단순하고 일상적인 것에 대한 열정이야말로 그 사람의 존재의 표현양식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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얄라알라 2021-10-01 13:1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쓰기 위해 달리다˝ ^^

han22598 2021-10-06 05:03   좋아요 1 | URL
얄라님은 여전히 달리고 계시나요? 전 사실 달리는 건 영...흥미가 없더라고요 ㅎㅎ

noomy 2021-10-02 09:4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좋네요~ 큰 이벤트로 드러나는 ‘나‘보다 일상의 지루하고 반복적인 양태로 드러나는 ‘나‘가 더 실존에 가까울 수 있겠네요. 그럼에도 일상은 너무 지겨워요~ ㅠㅠ

han22598 2021-10-06 05:05   좋아요 0 | URL
마자요...지겨움의 의미 부여를 위한 고단한 노력이라고 보시면 될 것 같아요. ㅎㅎ

희선 2021-10-04 02:2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일뿐 아니라 취미로 하는 것도 즐기면 좋겠지만, 이게 시간이 가면 잘 못해서 즐기지 못하기도 하는 것 같아요 잘 못한다기보다 잘 하고 싶은데 늘지 않는... 잘 하려면 꾸준히 해야겠습니다 그게 일상이 되어야겠군요 하루키한테 달리기도 그런 게 아닐까 싶습니다 달리고 그 힘으로 글을 쓰는...


희선

han22598 2021-10-06 05:06   좋아요 1 | URL
성실하게..꾸준히 하는게 참 어렵운 것 같아요. 그래도 누구든 노력하면 가능하다는게 희망적인 것 같아요 ^^

2021-10-06 10:0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10-19 00:32   URL
비밀 댓글입니다.
 
[세트] 파친코 1~2 세트 - 전2권
이민진 지음, 이미정 옮김 / 문학사상 / 2018년 3월
평점 :
품절


웃다가..울면서 읽고 있다. 

내가 나라를 잃어본 적이 있었나. 굶주려 본적이 있었던가. 

남의 나라에서 이름을 4개를 간직하면서 조선인임을 숨기고 살아본 적이 있었던가. 

여자로 태어나서 못 배워 본 설움같은 걸 알기나 할까. 


같은 것을 겪지 않더라도,

존재의 슬픔과 시대의 아픔을 공감할 수 있는건

우리의 삶도 여전히 그것들을 껴안고 살아가고 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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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랑 2021-09-17 08:4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그시대의 어려운 상황에서 타국에서 여성으로 살아가는건 정말 힘들었을거 같아요 ㅜㅜ 웃다가 울면서 책을 읽으셨다니 그래도 뿌듯하셨을거 같아요 😄

han22598 2021-09-24 01:26   좋아요 1 | URL
아..저는 사실 이 책 그렇게 큰 기대하지 않고 시작했는데, 너무 좋네요. 쉽게 쓰여졌는데, 디테일이 살아있는 서사..역사적인 사실성도 중요하고,,,인간적인 내면등등..여러가지 많은 생각들이 드네요. 그리고 참..감동적이에요. 강추입니다!

초딩 2021-09-17 08:46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아 저도 갑니다!!! 파친코 ㅜㅜ :-)
ㅈㅎㅎ운 하루 되새요~

han22598 2021-09-24 01:26   좋아요 0 | URL
초딩님!! 갑시당!!!! ㅋㅋㅋ
추석 잘 보내셨나요?

coolcat329 2021-09-17 09:09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이 책 입소문으로 많이 들었어요. 참 좋은 책들이 많아요. 울다 웃다 이런 책 읽어본게 언제였는지...

han22598 2021-09-24 01:27   좋아요 1 | URL
쿨캣님! 입소문에 대열에 들어오세요~~
전 이 책 좋아요. 감동적이고요. 그래서 원본도 샀습니다!!

독서괭 2021-09-17 09:5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아 이책 제목 표지만 보고 계속 미국 작가인 줄 알았는데 재일동포군요. 담아갑니다!!

han22598 2021-09-24 01:29   좋아요 0 | URL
독서괭님 작가는 korean-american 이고요, 책은 재일동포들에 관한 이야기에요..
고이 담아두셨다...마음이 동하실때 꺼내읽으세요 ^^

단발머리 2021-09-17 12:10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저 제목만 아는 책인데 찾아서 읽어보고 싶네요. 저도 담아갑니다!!!

han22598 2021-09-24 01:29   좋아요 0 | URL
아아아...단발머리님! 읽어주세요^^
전 너무 좋았습니다. ^^

mini74 2021-09-17 12:1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 책 인기가 많더라고요. 도서관에 예약했더니 5번째? ㅠㅠ

han22598 2021-09-24 01:30   좋아요 0 | URL
이미 인기쟁이 책이 된것 같더라고요 ㅎㅎ
좀만 참으시면...재밌고, 감동적인 책을 읽으실 수 있으십니다!

초란공 2021-09-17 12:2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윤여정 배우가 애플TV하고 영화 촬영중이라던데 기대하고 있어요~ 얼른 읽어보고 싶네요!

han22598 2021-09-24 01:31   좋아요 1 | URL
앗! 예전에 초란공님이 이책에 대해서 올려놓으신 글 읽은 것 같은데..
드라마도 그렇고 영화를 어떻게 만들지 저도 너무 궁금해요 ^^ 윤여정이 선자가 되겠죠?

희선 2021-09-18 01:5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지금은 많이 좋아졌네요 잃은 나라를 찾아서 다행입니다 민주화 운동을 하신 분들한테도 참 고맙습니다 생각하면 고마운 사람 많을지도 모르겠습니다 han22598 님은 명절 식구와 떨어져서 보내겠지만, 즐겁게 보내세요 거기에서는 명절 분위기는 별로 안 나겠군요


희선

han22598 2021-09-24 01:33   좋아요 0 | URL
처음 이곳에 와서는 한국 명절때가 되면 먼가 마음이 스산하고 울적했는데, 이제는 정말 남의 나라일인양...아무 생각이 사실 없어요..그냥 여기 스케줄에 익숙해져서인지 좀 그래요 ㅋㅋㅋ 그래도 희선님은 추석 잘 보내셨죠? 맛난것도 많이 드시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