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리 때문에?"
아뇨 그런 사태가 귀찮아서요."
"그렇지만 디자이너가 되고 싶어서 도쿄에 왔잖아요"
"네. 하지만 제 목적은 도쿄에서 혼자 사는 겁니다."
이시야마는 놀랐다. 좌절했다는 것도 아니고, 체념했다는 것도아니고, 카스미에게는 뭔가 다른 계획이 있다고밖에 생각할 수 없었다. 도쿄에서 혼자 사는 게 목적이라니. 도쿄에 그다지 매력을 느끼지 못하는 이시야마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러나 ‘야생동물‘이라는 모리와키의 평을 떠올리며, 참으로 핵심을 찌르는 말이라는것만은 직감했다. 카스미는 여기서 생존하고 싶은 것이다. 과연 모리와키가 이 아가씨를 길들일 수 있을까? 방관자로서 재미있게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