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은 탐정도 불안하다 한국추리문학선 8
김재희 지음 / 책과나무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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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민정음 암살사건>, <경성탐정이상>, <이웃이 같은 사람들> 등의 추리소설을 15년 넘게 꾸준히 써오고 있는 김재희 작가의 신작이 출간됐다.

<청년은 탐정도 불안하다>라는 현실을 반영한 듯하면서도 '탐정'이라는 단어가 없었다면 추리소설인지 전혀 몰랐을 것 같은 특이한 제목의 이 책은 '고한'이라는 지역에서 벌어진 미제사건을 두고 왕년에 날렸던 프로파일러 '감건호'와 '왓슨추리연맹'이라는 추리카페의 운영진들이 벌이는 추리 대결을 그리고 있다.

책은 자신의 집에서 다량의 피를 흘리고 깜쪽같이 사라진 한 여성의 실종 사건을 다루고 있지만 자극적이고 잔인한 묘사나 트릭 풀이에 초점을 두고 있지는 않다. 굳이 따지자면 본격 추리 혹은 미스터리, 스릴러 장르라기보다는 코지 미스터리에 가깝다고 볼 수 있다. 제목에서부터도 어느 정도 예상 가능하듯이 불안한 미래와 안정적이지 않은 직업에 고민하는 젊은 청년들의 심리나 이미 나이를 먹을만큼 먹었음에도 어른이 되지 못하고 대중들의 관심과 인정에 목말라하는 관종(?) 프로파일러의 모습을 통해 웃픈 현실과 인간적인 캐릭터들을 그려내는데 집중하고 있다.

사건과 관계된 인물들은 크게 3개의 그룹으로 나뉘어져 있는데 한 그룹은 이제는 한물간 프로파일러 '감건호'와 <감건호의 미제 추적>이라는 프로그램을 제작하는 '박피디'이고, 또 다른 그룹은 추리카페의 운영진이자 대학원에서 해부학을 전공하고 있는 '주승'과 '진영', 자칭 사립탐정이지만 의뢰가 없어 가락 농수산물시장에서 아버지와 함께 일하고 있는 '민수', 대학병원 중환자실 간호사로 근무하는 '선미'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는 실종사건의 당사자인 김미준의 어머니로부터 수사 의뢰를 받은 사립탐정 '정탐정'과 '공팀장'이다. 정탐정은 탐정이 너무 하고 싶어서 '순호'라는 원래 이름에서 '탐정'이라는 이름으로 개명까지 한, 그야말로 탐정이라는 직업에 올인한 독특한 사람이다.

이야기는 이 3개의 그룹이 각기 나름대로의 사정으로 인해 이 실종사건에 뛰어들고 또 나름의 방법으로 사건을 수사해 나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이들은 처음에는 프로그램의 화제성과 시청률을 위해, 혹은 용돈벌이나 기분전환 정도로 생각하며 가벼운 마음으로 이 일에 참여했지만 사건을 수사해 나가며 점점 피해자와 그 가족들을 위해 진심으로 사력을 다하게 된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각자 개인들이 지닌 인간적인 고민과 약점, 두려움들을 드러내며 서로 치유받고 위로하는 과정을 겪는다.

앞서 말했다시피 소설에 등장하는 대부분의 인물들은 열등감이나 불안, 두려움 등 각자 나름의 현실적인 문제들을 안고 있다. 감건호는 한 때 꽃미남으로 불리며 아줌마 팬들을 몰고 다녔던 유명 프로파일러지만 이제는 수사보다 아이돌처럼 슬림한 몸매와 외모 가꾸기에만 신경쓰는 속물이 되버린지 오래였고, 민수는 사립탐정을 꿈꾸지만 녹록치 않은 현실의 벽에 부딪혀 아버지와 함께 농수산물 시장에서 일을 하고 있다. 그리고 '청년탐정'을 운영하는 공팀장은 부모님의 반대를 무릎쓰고 탐정 자격증을 취득한 후 사무실에서 숙식을 하며 사건 의뢰를 기다리지만 의뢰 건수가 적어 외주일까지 닥치는대로 하고 있다. 또 중환자실 간호사로 근무하는 선미는 새로온 상사와의 마찰과 과도한 업무에 시달려 자신의 직업에 회의를 갖게 된다. 약간의 스포이긴하지만 실종사건의 당사자인 김미준이나 가해자 또한 현실과 이상의 괴리로 방황하다 잘못된 선택을 하며 안타까운 결말을 맞는다.

이야기 자체는 무겁지 않고 등장 인물들도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유형으로 그들이 안고 있는 문제와 고민들 또한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것들이어서 소설에 빠져드는것은 어렵지 않았다. 그리고 이야기 속에서 인물들이 사건을 해결해나가는 과정들도 작가가 현직 탐정들과 형사들로부터 취재를 통해 나온 결과물이라 그런지 천재적인 몇몇 인물에 의지하는 추리소설보다는 현실적이면서도 발로 뛰는 현장감이 느껴진다는 점이 좋았다.

하지만 아쉬운 점은 서로 다른 성격을 지닌 인물들 간의 갈등이 쉽게 해결되고 개인적인 고민과 불안들이 너무나 쉽게 긍정적으로 바뀐다는 점이었다. 특히 주인공인 감건호의 경우 그 전까지의 독불장군같고 제멋대로인 성격과는 다르게 다른 이의 조언을 너무나 어이없을 정도로 쉽게 받아들이며 변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해 그동안 쌓아왔던 인물의 설정과 다른 양상을 보여준다는 생각이 들었다.물론 감건호라는 인물이 좀 팔랑귀이다보니 다른 사람의 조언에 쉽게 동조하는 게 오히려 일관성이 있다고 하면 그럴수도 있긴 하지만.

어쨌거나 마지막에 가서는 각자 나름의 방법으로 조사한 끝에 같은 결론에 다다르게 되고 결국은 미제사건을 해결라게 된다. 그리고 이 사건을 통해 등장인물들은 불안하긴 하지만 앞으로 나아갈 희망을 얻으며 해피엔딩을 맞는다. 이런 점에서는 미제 사건 해결이라는 추리소설의 형식을 빌렸지만 실상은 개개인의 성장 소설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그래서 본격 미스터리, 추리소설을 선호하는 독자들보다는 정겨운 사람냄새 나는 이야기, 어딘가 모자란 듯 하지만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앞으로 나아가는 사람들의 따뜻한 이야기를 좋아하는 독자들에게 추천할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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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로 배우는 통계학 만화 비즈니스 클래스 3
토모 그림, 신은주 옮김, 고바야시 가쓰히코.홍종선 감수 / 비전비엔피(비전코리아,애플북스)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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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타고난 수포자로 어린시절부터 수학이라면 치를 떨었고 학창시절에도 역시나 수학과는 친해지지 못했다. 그러다 보니 수학 중에서도 출제 비중이 높지 않은 확률과 통계 문제는 거의 버리는 챕터로 생각했었고 학교를 졸업한 이후에는 통계와 관련된 지식이 없어도 사는데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그래서 취직한 이후에도 회사 생활에 이런 지식이 필요 하겠어라고 생각했었었는데 이게 웬걸 은근히 통계와 관련된 상식들이 필요한 경우가 있었다. 물론 자신의 업무가 어느 분야인지에 따라 이런 지식이 필요할 수도 있고 필요하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 나의 경우는 아주 슬프게도 관련이 있는 쪽이었다. ㅠㅠ

제품을 생산하는 제조 회사에서는 제품의 품질관리가 필수적인데, 품질과 관련된 지표들은 거의 통계로 결과가 산출되기 때문에 관련 용어에 대한 지식이 없을 경우에는 결과물을 봐도 이게 무슨 소린지 전혀 이해하지 못했다. 그런데 이번에 <만화로 배우는 통계학>이라는 책이 출간된 것을 보고 만화니까 쉽게 술술 읽히지 않을까라는 다소 안일한(?) 생각으로 서평단을 신청해 읽기 시작했다.

그런데 막상 읽다보니 제목에서부터 벌써 힌트가 있었던 것이 <만화로 "쉽게" 배우는 통계학> 이 아니라 <만화로 배우는 통계학> 이라는 것이다. 아... 만화긴 만화인데 우리가 생각하는 만화처럼 책장이 술술 넘어가는 건 아니었다. 통계 자체가 일상생활에서 잘 사용하지 않는 생소한 용어가 대부분이고 숫자와 관련된 학문이다보니 아무리 만화로 설명한다고 해도 한 번 슥~ 봐서는 쉽게 이해되지 않았다.

그리고 만화로 배우긴 하지만 내용 전부가 다 만화인 것은 아니고 용어나 개념 설명은 만화로, 계산 방법은 아래와 같이 구체적인 예를 들어 기재되어 있었다. 아무래도 통계라는 것이 숫자로 이야기하는 학문이기 때문에 100% 모두 만화로 설명할 수는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계산방법을 설명해야할 때 외에는 최대한 만화로 쉽게 풀어내 독자들의 거부감을 줄이려 노력한 흔적이 보였다.

 

 

챕터는 총 3개로 구성되어 있는데 첫 번재 챕터에서는 통계학 입문 과정으로 평균값과 최빈값 그리고 표준편차와 정규분포 등 통계의 가장 기본이 되는 용어와 개념에 대해 설명한다. 단어만 들어서는 무슨 뜻인지 감이 오지 않는데 아무래도 일상적인 단어가 아니다보니 한 번 읽어서는 잘 기억에 남지 않는다. 하지만 이런 기본적인 용어와 기호의 의미에 대해 정확하게 기억하고 이해하지 않으면 다음 과정에서 헤매게 되기 때문에 책에서는 챕터가 끝날 때마다 요약정리를 하고 다음 챕터 시작 전에 또 다시 상기시키며 독자들이 반복학습하여 빠르게 기억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개인적으로는 업무와 관련해 표준편차나 산술평균, 기하평균, 정규분포와 같은 단어들을 듣게 되는데 두루뭉술하게 이해하고 있던 개념을 이번에 확실히 이해할 수 있었다. 구체적으로 "표준편차"란 '평균값을 기준으로 데이터가 흩어진 정도'를 나타내는 지표로 '분산의 제곱근을 구한 값'이 바로 표준편차가 된다. 이 표준편차의 개념을 알기 위해서는 먼저 아래 용어들을 이해해야 한다.

*분산: 편차를 제곱해 모두 더한 값을 데이터로 나눈 값 / 편차를 제곱한 값(편차제곱)의 평균값

* 편차: 데이터 값에서 평균값을 뺀 값 / 각 데이터가 평균값에서 어느 정도 떨어져 있는지를 나타냄

* 평균값: 데이터 값을 모두 더해 데이터 개수로 나눈 값

위와 같이 이렇게 글로 봤을 때는 이게 무슨 뜻인지 한 번에 와닿지 않지만 책에서는 구체적인 수치를 예로 들어 계산하는 과정을 차근차근 설명해주기 때문에 천천히 읽어보면 이해하기 어렵지는 않다. 혹시 한 번에 이해가 되지 않더라도 책에서 설명하는 예를 보고 직접 계산해보면 누구나 이해할 수 있다.

그리고 실무에서는 주로 통계를 이용해 그래프를 그리는 작업들을 많이 하게 되는데 아래와 같이 어떤 그래프를 사용해야 내용을 더 효과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지, 그리고 엑셀에서 구체적으로 어떤 함수를 사용해서 쉽게 통계를 낼 수 있는지 등 통계를 업무에 활용할 수 있는 방법들을 제시한다는 점이 좋았다.

 

 

 

 

 

이제 2장부터 본격적으로 통계에 발을 들인 단계인데 1장이 사칙연산 수준이었다면 2장에서는 무려 시그마가 등장한다. 학창시절에도 포기했었던 시그마를 여기서 다시 보게 될 줄이야 -_-; . 기호만 봐도 어지럼증이 날 것 같지만 책에서는 기호를 아주 잘게 쪼개서 하나하나 설명해주기 때문에 페이지를 한 장, 두 장 넘기다 보면 어느새 더듬더듬이나마 기호를 읽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물론 하룻 밤만 자면 금방 새카맣게 잊어버릴 것 같기는 하지만 말이다ㅎㅎ .

 

 

 

구체적으로 2장에서는 원인과 결과를 분석하는 다변량분석에 대해 설명하는데 이 과정에서는 우리가 리서치나 보고서에서 볼 법만 데이터들의 상관관계에 대해 설명한다. 예를 들어 날씨와 우산판매량의 상관관계라던가 키와 몸무게의 상관관계같은 것들이다.

이 챕터에서는 정확히 상관이 있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그리고 상관관계가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상관관계가 없는 허위상관에 대해서도 설명한다.

마지막으로 3장에서는 자신의 가설이 맞는지 확인할 수 있는 추론통계학에 대한 것인데 수집한 데이터에서 특징을 뽑아내고 수치를 통해 확률로서 자신의 가설이 맞는지 확인해볼 수 있다. 추론통계학이라는 단어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일부 데이터로 전체적인 특징이나 경향을 추론해야할 때 사용하는 기법으로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시청률, 청취율 조사라던가 인구주택 총조사도 여기에 해당한다.

추론통계학에는 표본 값에서 전체가 어느 구간에 있는지 보는 '추정'과 표본을 통해 가설의 합당성을 판정하는 '검정'이 있는데 이 과정에서 두 가지 안 중에 어떤 안이 더 나은지 객관적으로 판단하기 위해 확률 기법을 사용한 '가설검정'이란 것을 한다. 어떤 안에 대해 의문을 제기할 때 단순히 그건 틀렸다고 반박할 것이 아니라 합당한 근거 제시가 필요한데 이 때, 가설을 세우고 그 가설이 절대 일어날 수 없다던가 혹은 10번 중에 한 번은 일어날 수 있다던가 하는 식으로 확률계산을 통해 그 수치를 근거를 제시한다.

모든 가설검정은 항상 두 가지를 가설을 세우고 시작하는데 이 때 가설을 기각하던가 채택하던가 선택을 하게된다. 하지만 책에서는 이것만으로는 사실 자체를 알 수는 없고 판단을 잘못할 수도 있다는 점을 항상 명심해야 한다고 조언 하기도 한다.

책의 마지막 에필로그에서 저자도 "통계학 책은 입문서라고 해도 어렵다" 고 하는데 나 뿐만 아니라 다른 독자들도 저자와 마찬가지로 생각할 것 같다. 하지만 차근차근 따라가다 보면 더디긴하지만 이해하지 못할 정도는 아니며 수포자인 나조차도 계산할 수 있었으니 아마 대부분의 독자들이 조바심만 가지지 않는다면 얼마든지 이해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저자도 말했듯이 통계학은 입문서라고 해도 어려운게 당연한 것이니 잘 이해되지 않아도 여러번 읽다보면 자기도 모르는새 회사에서 사용하는 통계 용어 정도는 너끈히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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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도 기댈 곳이 필요해
박영하 지음, JUNO 그림 / 콜라보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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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순전히 제목 하나만 보고 신청했는데 표지의 그림체가 꽤나 낯이 익었다. JUNO 라는 일러스트레이터의 그림으로 표지 뿐만 아니라 책 중간중간에도 그림들이 있었는데 작가가 글로써 표현하고자 했던 상황들과 미처 입 밖으로 꺼내지 못한 수많은 감정들을 잘 포착해 한 장면으로 딱 떨어지게 표현해 놨다. 굳이 이 책이 아니더라도 평소 이 분이 그리는 어른들의 고단하고 외롭고 평범한, 혹은 무기력한 일상을 그려낸 일러스트들을 보고 감탄하곤 했는데 이 책에서는 박영하 작가의 글과 JUNO 작가의 그림이 시너지 효과를 내 독자들에게 더 큰 공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었던 것 같다.

제목에서도 알 수 있지만 내용은 때로는 힘들고, 때로는 화나고, 때로는 지쳐 기댈 곳이 필요한 어른들을 위한 에세이로 크게 7가지 테마로 구성되어 있다.

불안, 화, 우울, 고단함, 슬픔, 자괴감, 후회. 이 7가지 주제는 사회 속에서 관계를 맺고 있는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겪어봤을 감정일 것이다. 그나마 나이라도 어리다면 친구나 부모님, 혹은 다른 이들에게 사는게 왜 이렇게 힘드냐며 하소연을 하거나 조언을 구할 수도 있지만 막상 어른이 되고 나면 남들에게 나의 감정이나 치부를 솔직히 꺼내놓고 이야기 하기도 쉽지 않고 또 일단 말을 꺼내 놓더라도 혹시나 저 사람이 속으로는 나를 깔보거나 무시하지는 않을까 의심하면서 자괴감에 빠지기도 한다.

어린 시절에는 어른이 되면 이런 감정들을 능숙하게 처리할 수 있을거라고 막연히 생각했는데 막상 나이를 먹어보니 전혀 그렇지 않았다. 속은 철없고 생각없는(?) 어린시절 그대로인데 신체만 세월을 정통으로 맞아서 노쇠했을 뿐이었다.

한창 가치관이 형성될 청소년기에 성인이란 사회적으로 어떤 역할과 활동을 해야하는 것인지, 또 어떤 마음가짐을 가져야 올바르게 사는 것인지 진지한 고민들 없이 공부만 하다보니 막상 나이를 먹어도 제대로 된 어른이 되었다고 보기는 어려워졌다. 그러다보니 나이를 먹었어도 여전히 미래는 불투명하고 사회에서 만난 다양한 사람들에게 휘둘리며 상처를 받기도 한다. 게다가 우리나라에서는 정신적인 문제를 밖으로 드러내는 걸 터부시하는 경향이 있어 문제가 있어도 정신과나 전문 상담소에서 상담을 받는 것도 쉽지가 않다.

아무래도 상황이 그렇다보니 이런 성인들을 위한 에세이를 통해 남들도 나랑 똑같구나 라는 생각을 하며 위로를 받기도 하고 정신과 전문의들을 책을 통해 스스로의 감정을 이해해보기도 한다.

사람마다 성격에 따라 차이가 있겠지만 나는 이 책에 나온 여러가지 감정들 중에서도 "불안" 지수가 높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다른 주제들보다 이 주제에 더 관심을 가지고 읽어봤는데 글에서 저자는 불안을 잠재울 방법으로 '불안의 실체가 뭔지를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라고 한다. 불안은 막연한 두려움과 걱정인 경우가 많기 때문에 내가 왜 불안한지를 명확하게 글로 써봄으로써 막연한 두려움, 불안을 손에 잡히는, 눈에 보이는 대상으로 치환시켜준다.

인터넷에 떠도는 말에 의하면 일상에 흔히 하는 걱정의 96%는 절대로 일어나지 않을 일이거나 이미 일어나서 돌이킬 수 없거나 또는 스스로의 힘드로 통제할 수 없는 걱정이고 오직 4%만이 자신이 대처할 수 있는 일이라고 한다. 그나마 그 4%의 일도 문제가 닥쳤을 때 그 때 해결하면 될 걱정들이다.

불안도 마찬가지다. 사실 아무리 불안해하며 잠 못 이뤄봤자 해결되지 않는 일이 대부분일 것이다. 그렇다면 차라리 걱정 대신 망각이 더 나은 해결책이 될 수도 있다. 차라리 정 불안하다면 걱정거리에 대한 해결책을 고민해보고 노트에 한 줄이라도 써보는게 불안감을 해소하는데 도움이 될지도 모르겠다. 뭐라도 할 때는 오히려 불안하지 않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을 때가 가장 불안하다.

 

 

 

 p32~34 일단 실체를 볼 수 있어야 싸움에 이길 수 있다

 

인간은 누구나 다른 사람으로부터 인정받고 이해받고 싶어한다. 하지만 다른 사람으로부터 온전히 이해받는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고 나 역시도 다른 사람을 백프로 이해할 순 없다. 그래서 항상 자신이 느끼는 감정의 실체에 대해 혼란스럽고 이해받을 수 없어 외롭기도 하다. 게다가 요즘같이 경쟁이 치열해 누군가를 밟고 올라서야만 하는 사회라면 타인과의 진정한 교류는 더 힘들어질 수 밖에 없다.

하지만 결국 위로받고 기대고 의지할 수 밖에 없는게 인간의 특성이라면 위안 받을 수 있는 누군가를 찾아 헤매기 보다는 저자의 말처럼 다른 누군가가 아닌 내가 나의 위로와 응원이 되려는 노력을 해보는 건 어떨까.

 

 

 

p.236 나를 믿는게 삶에서 가장 남는 장사다

 

 

-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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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금의 모든 것 - 30년 조세 정책 전문가가 보는
김낙회 지음 / 21세기북스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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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뛰어난 정치인이자 발명가였던 벤저민 프랭클린은 "인간에게는 피할 수 없는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죽음이고 하나는 세금이다. "라고 말했다. 이 말은 미국이 아니라 우리나라에서도 유효한 말로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세금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어차피 피할 수 없는 것이라면, 낼 수 밖에 없는 돈이라면 최소한 왜 내야하는지는 알고 내야하지 않을까.

<세금의 모든 것> 은 30년간 국세청과 기획재정부에서 근무한 조세정책 전문가가 현장에서 국민들이 세금을 바라보는 시각과 정책 사이에 괴리감이 얼마나 큰지 느끼며 세금이란 과연 무엇이며, 누가 부담해야 하는 것인지, 우리의 삶과는 직접적으로 어떤 관련이 있는 것인지 국민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저술했다.

이야기는 크게 6개로 구분되어 있는데 1장에서는 세금의 역사와 세금의 기능, 종류 등에 관한 개론적인 이야기를, 2장에서는 소득이 있는 근로자들이라면 누구나 부담하는 소득세와 사업을 하는 사람들이 부담하는 사업소득에 대해서, 3장에서는 법인인 기업이 부담하는 법인세에 대해서, 4장에서는 재화나 용역의 소비에 대해 부과되는 부가세와 개별 소비세, 그리고 5장에서는 보유하고 있는 자산에 대해 부과하는 재산세와 자산의 양도차익에 대한 세금인 양도 소득세에 대해 , 마지막 6장에서는 수출입시 부과되는 관세와 국제조세에 관한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다.

책에 둘러진 띠지에 보면 "조세 정책을 국민의 눈높이에 맞춰 알기 쉽게 알려주는 책!" 이라고 나와있는데 사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음... 절대 쉽다고 볼 수는 없었다. 아무래도 개인 뿐만 아니라 기업에게 부과되는 세금 등 국내에서 부과되는 모든 세금에 대해 총 망라하고 있기 때문에 내용도 방대할 뿐만 아니라 세금의 역사나 해당 세금이 가지는 정책적 의미 등 거시적인 내용에 대해서 설명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절세 방법이나 재산세를 계산하는 방법 등 뭔가 구체적으로 지금 당장 써먹을만한 내용을 기대한 독자라면 이 책을 통해 원했던 바를 충족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물론 소득세율의 구조나 근로소득 공제 금액 등 기본적으로 알아두면 좋을 사항들에 대해서 나와있기는 하다. 하지만 소득세를 구하는 방법이라던가 근로소득공제 금액을 구하는 방법 등에 대해서 예를 들어가며 구체적으로 설명하고 있지는 않다.

어쨌거나 세금의 역사나 정책적 의미 등 학술적인 입장에서 접근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세금에 관한 기본적이 지식이 없는 사람들이라면 쉽게 느껴지지는 않을 수 있다. 하지만 왜 내가 세금을 내야하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에 대한 답을 알고 싶은 사람이라면 이 책에서 답을 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책에서는 현 정책에 대한 저자의 의견을 드러내기도 하는데 소득세율을 단순화했을 때의 효과나 장, 단점 혹은 해외의 실제 사례를 통해 자신의 생각을 설명하거나 거의 모든 국민들이 공제 받고 있는 신용카드 소득공제에 대해서 저자는 해당 혜택의 도입 취지인 세원 투명성 제고나 근로자의 세부담 경감 등이 달성됐다고 보고 해당 공제 혜택은 줄이는게 맞다는 입장을 이야기한다.

그리고 독자들로 하여금 조세 징수의 필요성이나 정책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단순히 조세의 종류나 세율 등에 대해서만 설명하지 않고 해당 조세가 정책적으로 어떤 이미를 갖는지, 해당 세금을 과세하는 이유가 무엇인지에 대해 먼저 설명하고 국민들이 징수의 필요성에 대해 납득할만한 근거와 타당한 이유를 먼저 제시한다. 그 후에는 해외에서는 해당 세금을 어떤 방법으로 거두고 있는지, 우리나라의 조세제도와 비교하여 혹시 우리나라의 세금이 높다면 왜 높은지, 낮다면 왜 낮은지에 대해서 설명해주고 마지막으로는 구체적인 세율과 구조, 정부의 지원 혜택이나 앞으로 나아가야할 방향에 대해서 저자의 의견을 설명하는 방식으로 구성되어 있다. 또한 각 장의 마지막에는 원문의 출처와 구체적인 수치 등에 대해 기재해놓아 정보의 신뢰성을 높인다.

 

 

<세금의 모든 것>에서는 제목처럼 우리나라에서 징수되는 모든 세금에 대해 알 수 있다. 그만큼 많은 내용으로 짧은 시간을 투자해서 모두 이해하기는 어렵기 때문에 시간을 들여 천천히 자주 읽는 것을 권한다. 자주 읽다 보면 우리가 내는 세금이 어떤 용도로, 어디에 어떻게 쓰이는지 대략적으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면 최소한 내가 내는 세금이 허투루 쓰여 삥뜯긴다는 생각이(?) 들지는 않을 것이다.

책장이 술술 넘어가는 쉬운 책은 아니지만 우리나라 국민이라면 꼭 알아야할 필수적인 지식이기 때문에 시간이 들더라도 자세히 읽어보면 피가되고 살이 되는 책이 될 것 같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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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위남
슈노 마사유키 지음, 정경진 옮김 / 스핑크스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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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제목에서 대놓고 알 수 있듯이 이것은 여성 피해자의 목을 졸라 살해한 후 목에 가위를 꽂아 놓아 '가위남'이라고 불리는 살인범에 관한 이야기다. 흥미로운 것은 가위남의 살인과정과 살인범을 뒤쫓는 형사들에 대한 스토리라기보다는 자신이 노리고 있던 표적을 다른 모방범에게 뺏기고 모방범의 흔적을 추적하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야기는 형사나 피해자들의 시선이 아니라 주로 살인범인 가위남의 1인칭 시점에서 서술된다.

일단 도입부는 연쇄 살인범인 가위남이 한 여고생을 세 번째 타깃으로 정하고 계속해서 주변을 맴돌며 가족과 친구관계를 조사해 나가는 과정으로 시작한다. 이 날도 어김없이 그녀의 하교길이 보이는 가게에 자리를 잡고 수업이 끝나기만을 기다리고 있었지만 어찌된 일인지 나타나지 않았고 결국 여고생의 집 근처로 자리를 옮겨 그녀가 오기를 기다린다. 하지만 평소라면 집에 도착하고도 남았을 시간이 지나도 집에 돌아오질 않았고 가위남은 다음 날을 기약하며 자신의 집으로 발길을 돌린다. 가위남은 집으로 가던 길 공원에서 웅크리고 있는 검은 물체를 발견하고 가까이 가보니 가위남의 타깃이었던 여고생이 아주 익숙한 모습, 즉 가위에 목이 찔린채 살해된 것을 발견한다. 가위남인 내가 봐도 가위남에게 살해된 모습이었지만 난 아직 계획을 실행하지 않았다. 그럼 이건 과연 누구의 짓인가?

이번 일만큼은 나의 범행이 아닌데 모든 경찰과 언론은 가위남으로부터 피해자가 살해당했다고 떠들어대고 도대체 누가 자신을 모방해서, 그것도 자신의 타깃이었던 소녀를 죽인 것인지 궁금한 마음에 가위남은 소녀의 진짜 살인범을 추적하기 시작한다.

이런 독특한 소재와 스토리를 쓴 작가인 슈노 마사유키는 얼굴을 공개하지 않아 아주 미스터리한 인물로 남아있었는데 2013년, 49세라는 이른 나이에 사망하는 바람에 생의 마지막까지 미스터리한 인물로 남아있다. 그 중 <가위남>은 추리소설 강국인 일본에서 1999년 메피스토상을 수상하고 영화로도 만들어질 정도로 독특하고 탄탄한 스토리를 인정받았던 소설이다. 한국에는 12년 전 출간된 이후 올해 복간되었다.

일본에서는 다른 장르보다 유독 미스터리, 추리 장르에서 강세를 보이는데 그 중에서도 서술트릭과 관련해서는 <가위남>이 항상 추천리스트 상위에 랭크될 정도로 정교하고 섬세한 트릭을 선보여 독자들에게 충격을 안겨준다.

<가위남>에서는 이야기의 시작부터 마지막까지 독자들이 가진 모든 편견에 도전하듯 범인, 피해자, 경찰, 너나할 것 없이 모두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스테레오 타입에서 벗어나있다.

보통 연쇄 살인범이라고 생각하면 음침하고 어두운 방 안에 틀어박혀 있다가 밤만 되면 거리를 쏘다니며 피해자를 물색할 것 같지만 가위남은 그렇지 않다. 평일에는 성실하게 출판사에서 알바를 하고 피해자를 미행할 때는 회사가 바쁘지 않은 날을 골라 상사에게 꼭 허락을 받고 휴가를 사용하고 은근히 성실하고 눈치가 빨라 원치않게 정규직 전환을 제안받기도 한다. 또 피해자를 정할 때도 본인만의 명확한 기준이 있는데 단순히 외모가 화려하고 아름답다던가 그것도 아니면 다른 원한이 있어서가 아니라 누가봐도 모범생에 두뇌가 명석한 여학생을 고른다.

하지만 이렇게 누가봐도, 심지어 가위남이 봐도 단정하고 성적이 우수한 여고생이 알고보니 연상의 남자들과 아무렇게나 의미없는 관계를 맺고 다니는 문란한 사생활을 숨기고 있었다는 것이 우리가 피해자에게 부여하는 이미지에 대한 반전이라고 볼 수 있다.

그리고 초반에 가위남 본인 스스로도 이야기하지만 살해 동기 또한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어린시절의 트라우마나 학대 같은 것들이 아니었다.

한 마디로 이유가 없다. 어떻게 보면 묻지마 범죄라고도 볼 수 있다. 어떤 의도나 악의 없이 순수하게 아무런 이유없이, 가끔은 호기심에, 피해자를 죽이고 뺨을 찢기도 한다. 심지어 죽이는 대상은 타인에 그치지 않고 스스로를 죽이기 위해 끊임없이 아주 다양한 방법으로 자살시도를 한다. 크레졸 비누를 마시기도 하고, 쥐약을 먹기도 하는데 결국에는 모두 실패한다. 물론, 자살시도를 하는건 피해자들에 대한 죄책감 때문은 아니다.

이렇게 범행에는 명확한 이유가 없는데 티비에서 범죄 심리학자나 논픽션 작가, 르포라이터, 소설가 등 소위 전문가라는 다양한 사람들이 출연해 범인이 어떤 상처와 동기로 이런 짓을 저질렀는지 떠들어대는 모습을 보며 오히려 그들을 비웃는다.

 

방금 말했듯이 범인은 전형적인 쾌락 살인자입니다. 소녀를 목 졸라죽이고 가위로 목을 찌르는 것이 범인에게는 가장 성적 쾌락을 느낄 수 있는 행위인 것이죠. 이 쾌락을 위해 범인은 살인을 반복하고 있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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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적쾌감. 나는 성적 쾌감을 느꼈던가. 대관절 쾌감이란 무엇일까?

적어도 나는 고니시 미나와 마쓰바라 마사요와 다루미야 유키코의 육체에 흥미가 있었던 적은 없었다. 조사를 시작하기 전까지는 그녀들의 얼굴조차 몰랐다. 내가 끌린 것은 그녀들의 학업 성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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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인은 이들 세 명의 희생자 누구에게도 성폭행을 가하지 않았습니다. 이 사실은 성적 불능을 강하게 시사하고 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가위로 찌르는 것이 성적 행위에 대한 보상인 셈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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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니 의사가 심리학자를 무시하지, 하며 나는 고개를 내둘렀다.

p147~148

어둠 . 괴물. 내 마음속에 어둠이나 괴물이 존재할까. 나는 눈을 감고 찾아보았다.

아무것도 없다. 내 안은 텅 비었다.

그리고 내 바깥도, 텅 비었다.

p151

이 책은 두 번째 읽을 때는 전혀 다른 세계를 만날 수 있게 된다. 그 동안은 편견에 가려져 보지 못했던 것을 두 번째부터는 확실히 보게 되면서 처음과는 전혀 다른 이야기를 읽게 된다.

어린 여학생들의 목에 가위를 꽂아넣는 범행을 보고 유혈이 낭자하고 쫓고 쫓기는 스릴을 기대했다면 스토리가 기대보다 좀 밋밋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마지막 100페이지에 다다랐을 때는 전혀 다른 세상에 들어서며 이 앞의 모든 이야기들은 마지막 100페이지를 위한 서막에 불과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리고 그 동안 알고 있었던 모든 사실들이 뒤집히고나면 내가 얼마나 편협하고 틀에 박힌 사고방식을 했는지 반성하며 마지막 장을 덮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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