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EED 더 좀비스 시리즈
가네시로 카즈키 지음, 양억관 옮김 / 북폴리오 / 2006년 2월
구판절판


"빨간 신호였어. 못 봤어?" 나는 깜짝 놀라 물었다. "알았어. 차도 사람도 없는데 왜 서 있어야 하지?" "에?" "룰이라서?" "응." "만일 그 신호를 누군가 조작했다면? 우리가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도록." "그런 일은 있을 수 없어." "어떻게 단정할 수 있지?" "......" "원래부터 신호란 놈은 누군가 조작한 게 아닐까?" "......." "어쨌든 나는 내 머리로 생각하고, 눈으로 확인하고, 앞으로 나아가. 다른 차에 부딪힐 가능성도, 사람을 칠 가능성도 없다는 판단이 섰으니까. 그렇지만 대개 놈들은 그 장면에서도 신호가 파랑으로 바뀔 때까지 기다려. 그게 세상에서 말하는 상식이고,백 퍼센트 안전을 보장받는 일이고, 또 신호를 무시한다고 누군가에게 비난받지 않을 테니까. 요컨대, 신호가 바뀔 때까지 기다리는 편이 귀찮지 않고 편한 거야."-181-182쪽

차가 다시 빨간 신호를 받았다. 이번에는 사람도 있었고, 앞을 지나는 차도 있었다. 아기는 나를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우리를 움직이게 하는 건 신호기가 아니라 눈에 보이지 않는 무엇이야. 나카가와는 그 조작을 잘 알고 있어. 그렇지만 나와 미나가타,순신,가야노,야마시타는 자신들의 눈과 머리로 올바르다고 판단하면 빨간 신호라도 그냥 건너. 너는 어떡할 거야?"-182쪽

"너, <빌리 엘리어트>라는 영화 봤니?" ".............."
"그 영화 말이야, 간단히 말하면 영국의 가난한 노동자 계급의 남자애가 발레리나가 되려 하는 이야긴데, 주인공 남자애가 처음부터 끝까지 열심히 뛰고 돌고 그래. 왠지 알아?" 나는 고개를 저었다.
"도약은 자신이 있는 장소에서 떠나고 싶다는 의지의 표현이야. 발레의 도약도 마찬가지지. 그걸 주테라고 하던가?"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188쪽

"발레의 주테도 그래. 옛날 유럽은 철저한 계급사회였으니까, 전통이니 인습이니 인간을 구속하는 중력이 너무 셌기 때문에 발레리나가 그 중력을 벗어나 얼마나 높이 뛰어오를 있는가를 보고 관객은 감동하는 거야."
-18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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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llin 2007-06-02 16: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책을 좋아하는데^^ 이 작가의 책 중.. 이 책이 전 제일 맘에 들었던 거 같아요. 밑줄그으신 부분들..특히 신호등 얘기요.. 저도 그 부분을 인상깊게 읽었어요. 반갑네요 ^^

홍수맘 2007-06-02 16: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fallin님> 누군가와 같은 책을 읽고 그리고 인상깊게 본 부분까지 같다면 정말 찐~한 공감대가 형성되는 기분이 들어요. 앞으로도 이렇게 공감되는 부분이 점점 늘어갔으면 하는 바램이예요. ^ ^.
 
천 개의 공감 - 김형경 심리 치유 에세이
김형경 지음 / 한겨레출판 / 200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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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적 여유는 많았으나 심적여유가 없어 읽어야지 읽어야지 생각만 하다가 이제야 읽게 되었다.

대부분, 새로운 책에 대한 적응력이 떨어지는 나인지라 처음에는 "뭔가 2% 부족해" 하면서 궁시렁 대며 읽어내려갔다. 그러나, 읽어갈수록 나 역시 정말 <공감>을 할 수 밖에 없었다. 그러면서, 나의 내면에는 어떤 심리가 숨겨 있는지, 내가 옆지기를 만난 건 어떤 신경증 때문이었는지 등을 생각해 보게 되었다. 나아가, 부모의 양육태도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새삼 깨닫게 되었다.

결혼을 한 지 만7년이 된 요즘이 나의 결혼생활 중 가장 힘든시기이다.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나 역시 "사랑"에 대한 환상을 갖고 있진 않았었나, 옆지기를 선택한 이유도 어쩜 "아버지의 부재 또는 아버지에 대해 내가 갖고 있던 편견"에 의한 것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을 하게됬다. 그와 더불어 내가 살아오면서 어려움이 닥쳤을 때마다 어려움을 마주하기 보다 회피를 하는 태도를 갖고 있진 않았었나 하는 생각을 하면서 이 힘든시기를 전보다는 덤덤히 받아들이게 된 것 같다.

그야말로, 절묘한 타이밍에 이 책이 나에게로 왔다. 이 책을 추천해 주었던 많은 알라디너들이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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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설 2007-05-06 23: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힘내시라고 추천하고 갑니다.

홍수맘 2007-05-07 06: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미셜님>감사해요. ^ ^.

향기로운 2007-05-07 10: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절묘한 타이밍에 좋은 책 읽으셨군요^^ 힘내세요~^^*

홍수맘 2007-05-07 11: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향기님>감사해요. 힘 낼께요. ^ ^.

fallin 2007-06-02 16: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책 읽고 있는데.. 제겐 아직 절묘한 타이밍이 아닌가봐요..잠시 멈추고 있어요^^ 근데 이 책 읽다보면 그런 생각이 들어요. 당연히 아는 얘기지만.. 사연없는 사람, 힘들지 않은 사람, 상처받지 않은 사람.. 없는 거 같아요. 공감을 통해 위안을 받을 수 있는 것 같죠? ^^

홍수맘 2007-06-02 16: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fallin님> "위안" 그말이 정답일 듯 해요. 왜 이 책을 읽을땐 그 표현이 생각나지 않았지? ^ ^;;;
 
멋진 여우 씨 동화는 내 친구 48
로알드 달 지음, 햇살과나무꾼 옮김, 퀸틴 블레이크 그림 / 논장 / 200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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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알드 달'의 <마틸다>와 <찰리와 초콜릿 공장>을 너무 재미있게 읽은지라, 알라딘 여기저기서 리뷰가 올라오니 나 역시 주문을 안하고 견딜수가 없었다.

골짜기 아래에 있는 닭을 키우는 보기스, 오리와 거위를 키우는 번스, 그리고 칠면조와 사과를 키우는 빈 이라는 세 명의 욕심꾸러기 농장주가 살고 있다. 그리고, 골짜기 위에는 언덕에는 멋진 여우씨가족이 살고 있다. 이 여우씨 가족은 멋진 여우씨가 훔쳐온 이 세 농장의 닭,오리,거위,칠면조 등을 먹으면서 살아가고 있다. 그러니, 이 세명의 농장주에게 여우씨는 엄청난 골칫덩어리이다. 그래서, 어느날 세 명의 농장주는 의기투합을 해 이 멋진여우씨를 잡기로 한다.

처음, 여우굴 앞에서 기다리다 총쏘기는 실패! ----여기서, 우리 여우씨는 멋진 꼬리를 잃었다.---, 두번째, 삽과 굴착기를 이용한 굴파기 작전 실패, 마지막으로 여우씨 가족을 굶겨서 잡기 등의 작전들이 진행되고 여우씨 가족들을 며칠동안 굶으면서 계속 달아날 수 밖에 없는 상황이 이어진다. 이때, 우리의 멋진 여우씨 역시, 멋진 계획으로 가족들 뿐만 아니라 땅밑 다른 동물들의 생계를 책임질 수 있게 된다.

한가지, 이 책을 읽으면서 내 눈에 들어온 인물은 따로 있다. 바로 멋진 여우씨의 아내. 평상시에도 항상 남편에게 '당신은 멋진 여우씨'라고 불러주는 아내이었지만, 어찌보면 여우씨로 말미암아 가족에게 위험이 닥쳤는데도,그래도 '당신은 꼭 우리를 구해낼 거라고, 왜냐하면 당신은 멋진 여우씨니까"라는 말을 해주고 믿어주는 아내가 옆에 있었기에 여우씨가 이런 멋진 계획을 실현시킬 수 있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집 역시 아직은 힘들지만 나 역시 여우씨의 아내처럼 우리 남편을 믿고 응원해 줘야 하리라.

 "우리 멋진 옆지기 홧팅!" 이라고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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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꼬 2007-04-25 09: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로알드 달 아저씨의 광팬으로서(그런 의미에서 "견딜 수 없다"는 표현에 두 표입니다), 저도 이 책을 읽었어요. 그런데 읽은 후의 재미와 감동을 어떻게 결론 내릴까 했는데.... 아, 저로선 정말 생각지도 못한 뜻밖의 결론입니다. 역시 아직 남편이 없으면 감동도 정리하지 못하는 것일까요? ㅠ_ㅠ (저도 뜻밖의 결론. 안녕하세요? 네꼬입니다. ^^)

홍수맘 2007-04-25 09: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꼬님>반갑습니다. 자주 놀러오세요. 저도 놀러 갈께요. 님의 뜻밖의 결론이 전 너무 좋은데요? ㅎㅎㅎ
 
자운영 꽃밭에서 나는 울었네
공선옥 지음 / 창비 / 200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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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선옥 님이 도시생활을 접고, 농촌으로 돌아와 생활하면서 느꼈던 것과 그 가족의 일상등을 모아 내놓은 산문집. <사는게 거짓말 같을 때>에서 세상에 대한 날카로운 시선이 느껴졌다면 여기서는 농촌생활에서 경험하고 느꼈던 것들을 조금은 잔잔하게 써 내려갔다고 해야하나?  하긴, 순서로 따지면 이 책이 먼저이긴 하다.

나의 꿈은 변두리에 마당있는 조그만 집엣 살면서, 변견(일명 똥개)을 키우며, 채소도 가꾸고, 조그마한 밀감 과수원을 하면서 사는 것이다. 그런데, 이 책을 읽다보면 빠리 그 꿈을 이루고 싶다는, 아이들을 위해서라도 조금이라도 빠리 흙과 자연과 함께하는 삶을 느끼게 해 주고 싶은 맘이 생긴다.

요즘도 틈만 나면 "엄마, 우리 마당있는 집 생기면 햄스터도 키우게!" , "토끼도" 하고 말하는 아이들에게 "알았어, 엄마 돈 많이 벌면!" 하고 대답하는 나다. 언제쭘 나의 꿈이 이뤄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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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운영 꽃밭에서 나는 울었네
공선옥 지음 / 창비 / 200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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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절의 순환을 따르는 삶, 우주의 원리를 거스르지 않는 삶은 아름답다. 그것은 꽃이나 사람이나 마찬가지다. 그러나 삶의 가치척도가 거의 돈이 되어버린 세상에서는 게절의 순환을 따른다거나 우주의 원리를 거스르지 않는 삶의 방식은 폐기처분되기 십상이다.-69쪽

사람들은 이제 돈이면 못하는 것도, 마다하는 것도 없게 되고 말았다. 한여름 먹을 거리, 한여름 볼 거리, 한여름 놀 거리들을 돈만 들이면 한 겨울에도 얼마든지 먹고 보고 즐길 수 있는 세상이 되어버렸다. 가을꽃인 국화, 여름꽃인 장미는 사철 언제든 볼 수 있고 한여름에나 하는 줄 알았던 수영을 사철 즐길 수 있게 되었다.
사람들은 이제 절대로 기다리지 않는다. 기다리는 대신 돈으로 사 버리면 되는 것이다. 더위가 오기 전에 미리 더위를 돈으로 사서 즐기다가 막상 더위가 오면 또 추위를 돈 주고 사는 것이다.-70쪽

모두 다 함께 음식을 장만하여 모두 다 함께 그 음식을 나눠먹으며 모두 다 함께 놀다가 모두 다 함께 판을 정리하고 그러고 나서 또 모두 다 함께 일을 하는, 일이 놀이가 되고 놀이가 일이 되는 그 자연스런 구조가 그래도 아직은 우리 농촌에 살아 있는 것을 보게 되었다. 나는 그것이 즐거웠다. 아직 그런 문화가, 모두 다 함께하는 문화가 살아 있음에 나는 눈물나게 고맙고 즐거웠다.-78쪽

사람을은 이제 갈수록 마당에서 놀지 않고 방에서만 놀려고 한다. 혹시 내가 노는 판에 남이 끼여들까봐 경계나 하지 않으면 다행이다. 놀이마당이 생겨났다고 가보면 몇몇 재주있는 사람들이 나와서 재주자랑 하고 다른 이들은 그저 바라보는 것으로 노는 것을 대신한다. 노는 것이 그러한데 일인들 오죽하랴. 모두 다 함께 놀고 모두 다 함께 일하는 구조에서는 내 일 네일이 따로 없다. 그러나 이제 내 놀이가 따로 있고 내 일이 따로 있다. 내 놀이에 너를 끼워주지 않고 내 일에 당신을 참여시키지 않는다. 모두모두 혼자 놀고 모두모두 혼자 일한다.-78쪽

도회에서 온 내 친구들이 골목에 휘늘어진 감나무의 감들을 보고 감탄사를 연발한다. 그럴 때 나는 내 친구들이 감탄하는 그 감에 후동댁 아주머니는 한숨짓고 있다는 것을 차마 말하지 못한다. 다만 감탄의 이면에 누군가의 한숨도 있다는 것을, 이 세상의 마냥 좋은 것들이 그저 그렇게 '마냥 좋을 수만'은 없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 우리는 이제 이 세상이 나 혼자만의 세상이 아니라는 그 조그마한 깨달음을 얻는 것이 아닐까. 우리가 타인의 한숨 소리에 귀기울이게 될 때, 타인의 수고로움에 작은 연대를 할 때, 그럴 때 세상은 정말로 아름다워지고 풍요로워지지 않을까.-86-8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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