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행복 플러스 - 행복 지수를 높이는 시크릿
댄 해리스 지음, 정경호 옮김 / 이지북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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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2004 6 7, <굿모닝 아메리카> 생방송 현장에서 댄 해리스는 불안 발작, 호흡 곤란을 일으킨다. 대타로 보조 앵커 석에 들어선 그는 뉴스를 보도하는 도중에 극심한 공포, 두려움을 느끼고 심장이 쿵쾅거리기 시작하는 걸 느낀다. 그의 머릿속에서는 목소리가 쉬지 않고 투덜댔고, 결국 얼굴에 핏기가 싹 가시면서 틱이 나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상황을 목격한 시청자는 무려 519천명이었다. 그에게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그는 자신의 공황장애를 일으킨 모습이 전국적으로 방영된 뒤에 자신을 돌아보기 시작한다. 방송국에 첫 출근하던 스물여덟 살 이후로 인생의 다른 모든 것을 포기하면서 오직 자신이 하고 싶은 일에만 맹목적으로 매달려왔던 그 동안의 시간을 말이다. 갈수록 치열해지는 경쟁 속에서 노이로제, 그리고 약물에 의존하려는 마음과 싸워가면서도 종교가 필요하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던 그가 종교적인 깨달음을 얻어보고자 여러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

현재의 순간을 적이 아니라 친구로 만들어야 합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현재의 순간을 일종의 장애물로 간주하고 살아갑니다. 다음 순간으로 나아가기 위해서 반드시 넘어야 할 장애물 말이지요. 그러니 스트레스에서 벗어날 수가 없는 겁니다.

에크하르트 톨레의 이야기이다. 그는 가장 긍정적이고 가장 강력한 변화는 새롭게 각성된 의식 상태에서 비롯한다고 말한다. "간디가 존경 받는 이유는 그 자신의 내면이 이미 평화로워진 상태에서 이 세상의 평화를 위해 노력했기 때문입니다." 라는 그의 말은 극중 댄 해리스 처럼 나도 공감이 되는 대목이었다. 어떤 상황에서도 마음의 평화를 유지하는 것은 생각보다 어려운 일이니 말이다. 그는 서운하거나, 화가 나거나, 혹은 슬프거나 하는 부정적인 감정들을 느끼지 않는다고 말한다. 현실을 있는 대로 받아들이면 삶이 아주 단순해진다고. 댄 해리스는 톨레와의 인터뷰를 시작으로 이중생활을 영위해온 목사와 엉뚱하고 괴짜 같은 자기계발 전문가, 그리고 한 무리의 과학자들을 차례로 만나게 된다.

거울을 볼 때마다 미래에 대한 불안에 사로잡히곤 했던 그의 노이로제, 불안 장애에 시달리고, 정기적으로 약을 먹어야 했던 그는 어느 날 '명상'이라는 것을 접하게 된다. '그래도 난 명상 같은 건 하지 않을 거다' 에서 '한 번 해볼까? 까짓 거 한 번 해보자. 밑져야 본전 아닌가'로 바뀌어 명상을 해보기로 한 것이다. 그는 두 다리를 앞으로 뻗은 자세로 맨바닥에 앉아 등을 침대에 기대고, 휴대폰의 알람을 5분 뒤로 맞춰놓고, 눈을 감는다. '마시고. 내쉬고. 마시고. 내쉬고.' 그렇게 호흡에 집중하는 동안 어느새 5분이 지나 알람이 울린다. 그는 이 체험을 명상에 대한 생각을 상당수 바꾸게 된다. 여전히 마음에 들지는 않지만, 그 가치만은 인정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든 것이다. 자꾸만 달아나려는 마음을 붙들어 매려면 엄청난 에너지가 필요하다는 것을 깨닫게 된 그는 다음 날부터 매일 10분씩 명상 수련을 시작한다.

수련을 시작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내 삶에 일련의 작은 변화들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현재에 보다 충실해진 것이 첫 번째 변화였다. 이제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는 동안 위층에서 곧 벌어지게 될 상황을 예상하면서 초조해하지 않았다. 호흡에 집중하는 훈련 덕분이었다. 그리고 일상생활에서 내 자신에게 한결 관대해진 것이 두 번째 변화였다. 실수를 하고 난 뒤에도 두 번이든 세 번이든 다시 노력해서 바로잡으면 된다는 생각에 예전처럼 나 자신을 심하게 다그치지 않게 된 것이다. 분심이 들 때마다 자책하지 않고 다시 집중하는 훈련 덕분이었다.

결국 댄 해리스는 명상의 유익함을 입증하는 과학실험 결과들을 확인하고, 대기업 회장들과 유수한 과학자들을 비롯해 명상 수련을 통해 행복을 증진시키고 있는 각계의 인사들을 인터뷰한 끝에 자신 역시 명상가의 대열에 합류하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가 자신의 '머릿속 목소리'에서 벗어나기 위해 종교가부터 자기계발 전문가, 신경과학계와 정신문화계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으며 마지막에 도달한 결론이 바로 명상이었던 것이다. 그는 명상을 통해 10% 더 행복해졌다고 말한다. 우리도 100%의 행복을 욕심내지 않고, 10%의 행복을 이해한다면 그가 그랬던 것처럼 삶을 바꿀 수 있는 무언가를 얻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작년에 6개월 정도 요가를 다녔었다. 체력도 많이 떨어져있었고, 바쁜 일상에 스트레스도 많아 지쳐있었던 나에게 요가 수업은 가뭄의 단비같은 존재였다. 요가 수업은 항상 호흡으로 시작한다. 너무도 행복했던 시간이었기에 아직까지도 요가 강사의 목소리, 호흡 방법, 단계 등이 생생하게 기억이 난다. 먼저 코로 숨을 깊게 들이마셔주고 편안하게 내쉬어준다. 그리고 주의를 좀더 자신 안으로 기울여준다. 중요한 것은 아직까지 자신의 의식이 바깥으로 뻗어있다면, 지금 이순간 여기있지 못하다면, 자신이 들이마시고 내쉬는 호흡을 하는 지금 순간으로 모든 것들이 연결이 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그렇게 자연스럽고 편안한 호흡을 통해서 온전하게 지금 '여기'에 있는 것이 중요하다고 요가 강사가 강조했었다. 그 호흡을 자신의 아름다운 몸과 연결하고, 함께하는 그 시간과 교감을 하고, 오로지 그 순간 여기에 있을 수 있도록. 이건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우리의 두뇌는 잠시만 눈을 감고 있어도 온갖 상념들이 머릿속을 가만두지 않으니까 말이다. 사실 처음에는 수업을 따라 하면서도 자꾸만 다른 생각이 끼어들었었다. 점심때 만날 친구들과의 모임, 저녁때 해야 할 일, 내일 진행될 일정, 더 나아가 다음 주에 준비해야 할 일들까지 온갖 걱정 거리들, 혹은 설레임들이 뭉게뭉게 피어올라 머릿속을 잠식해버리는 것이다. 하지만 나는 매일같이 반복되는 그 호흡과 명상 속에서 그런 것들을 떨쳐버리고, 오로지 그 순간 그곳에 집중할 수 있는 걸 체험했었다. 그랬기에 이 책에서 댄 해리스가 명상 수련을 통해 얻게 된 행복에 관해 누구보다 공감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지금 이 순간 행복하지 않다면, 댄 해리스의 솔직하고 흥미로운 여정을 따라가보자. 최소한 지금보다 10%는 행복해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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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스트
스티븐 베이커 지음, 이종인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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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영화 '매트릭스'에 나오는 미래 예측이 현실이 될 수도 있다면 어떨까? 미국 일간지워싱턴 포스트미래에 살아남을 직업, 10년 후에도 살아남는 직업 고르기 노하우를 공개했는데, 인공지능·로봇 전문가, 빅데이터 분석가, 교사, 목수를 ‘10년 후에도 살아남을 수 있는 직업으로 꼽았다고 한다. 특히 빅데이터와 인공지능은 공상과학 영화나 디스토피아 소설에서 단골 소재로 정말 어느 정도 시점의 미래가 되면 인간의 두뇌를 넘어서는 컴퓨터가 나올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지난 달에는 MIT의 뇌 과학자들이 원숭이 수준의 사물 시작 능력을 구현하는데 성공했다는 기사도 보았다. 그 동안은 인간이 설계한 컴퓨터가 지각 능력 측면에서 영장류의 뇌를 넘어서지 못했었는데, 그 한계가 처음으로 깨졌다는 얘기다. 이것은 어쩌면 이제 곧 영장류의 뇌가 정복될 시점이 다가왔다는 신호일지도 모른다. 정말 영화 '매트릭스'에 나오는 미래 예측이 현실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2072년 사람들은 머릿속에 두 개의 두뇌를 가지고 산다. 원래 자신의 두뇌인 천연두뇌와 '부스트'라 불리는 인공두뇌가 그것 이다. 간단히 말해 부스트는 컴퓨터를 두뇌 속으로 집어 넣은 것이라고 보면 된다. 머릿속에 들어간 슈퍼 컴퓨터는 생각들을 일련의 단어나 명령어로 변환시킬 수 있게 해주고, 사람들은 그 가상 세계를 통해 음식도 먹고, 섹스도 하고, 친구들과 문자도 주고 받을 수 있게 된다. 연애도 가상 세계 속의 아바타를 통해 육체적 접촉 없이 시작하고, 가상세계에서 연인이 된다. 그 속에서 섹스도 하지만 그것 역시 신체 접촉 없는 버추얼 섹스이며, 사랑의 기억을 미세 조정하는 앱으로 가상 세계의 행동을 실제로도 체감할 수는 있다. 먹는 것 또한 맛을 직접 느낄 수 있는 정상적인 음식이 아니라, 단백질, 탄수화물 식의 알약을 통해 섭취한다. 알약을 먹은 다음 부스트 속에서 그것을 음식 앱을 통해 기름에 튀긴 조개, 코브 샐러드, 땅콩버터 등을 먹은 것과 같은 가상체험으로 전환시켜 가상적으로 먹은 느낌을 즐긴다. 그러니 이들에게는 가상세계가 곧 현실세계와 같다는 얘기다.

랠프의 기억은 파괴되었다. 그는 평생 동안 디지털 세계의 천재라는 소리를 들으며 살아왔다. 그러나 이제 시간이 표시된 정밀한 이미지, 비디오, 노트, 링크 등이 모두 사라져버렸다. 남아 있는 것이라고는 천연두뇌뿐이었다. 이 두뇌 속에서 기억(그것을 기억이라고 할 수 있다면)은 식욕, 후회, 욕망 등의 물웅덩이에서 불쑥불쑥 솟아나왔다. 그는 대화의 단편적 조각들만 건져 올릴 뿐이었다. 떠올린 흐릿한 그림들은 이리저리 바뀌다가 사라져버렸다. 그것들은 선명한 그림이라기보다는 유령 같은 흐릿한 자취를 가진 생각에 지나지 않았다. 이걸 뭐 두뇌라고 할 수 있을까, 하고 그는 생각했다

랠프는 보건복지부의 칩 실험실에서 긴밀하게 협력하며 해마다 실시되는 부스트 업데이트를 감독해왔다. 업데이트 덕분에 매년 3월 중순 약 4 3,000만 명의 미국인이 잠에서 깨어나면, 그들의 두뇌가 전보다 더 총명해지고 활발해졌다는 색다른 느낌을 갖게 되는 것이다. 올해 업데이트 시행이 예정되어 있던 어느 날, 그는 칩 부서에 새로 부임한 수지로부터 게이트에서 뭔가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는 얘길 듣는다. 그는 중국인들이 통신과 데이터를 보호해주는 칩의 감시 게이트를 활짝 열어놓은 것을 알게 된다. 그러니까 이것은 즉 정부와 기업이 개인 사용자의 생각과 꿈, 행동 등 사생활을 낱낱이 살펴보고 감시할 수 있다는 것을 뜻한다. 회사들이 한 개인의 평생 기억들을 마음대로 검색하고, 감시하고, 엿볼 수 있다니 랠프는 자신이 그 게이트를 폐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신규 업데이트를 통해 막대한 이익을 챙기려던 기관이 그를 납치해 부스트를 제거해버린다. 태어나던 날 머리에 칩을 삽입했던 그는 이제 허약한 천연두 뇌의 야생 상태로 돌아간다. 그는 자신이 어디에 있는지, 어떻게 해야 할지 너무나 막막하다. 이 작품은 바로 여기서 시작한다.

태어나자마자 부스트를 사용했던 남자, 부스트 업데이트를 감독할 정도로 해킹, 디지털 쪽의 천재로 불리던 이 남자가 태어나서 처음으로 오로지 천연두뇌만으로 거대한 기업과 싸워야 하는 것이 이 작품의 주요 스토리이다. 그는 멕시코 인접 국경지역에 테크놀로지의 도움을 거부한 채 천연두뇌 상태로 살아가는 야생인간들을 찾아가 아날로그 세계의 사람들과 협력을 하게 되고, 부스트를 통해 전 인류를 통제하려고 하는 기업과의 전쟁은 매우 흥미진진하게 진행된다. 신기한 건 이들이 보여주는 미래 세계의 모습이 터무니없는 공상과학처럼 허황되게 느껴지지만은 않는 다는 것이다. 그건 아무래도 지금 내가 살고 있는 현실에서도 인공지능의 발전에 관한 수많은 사례들을 보고, 들었기 때문일 것이다. 왜냐하면 지금은 일상생활에서 발생하는 수많은 데이터를 합리적으로 분석해서 우리의 일거수일투족이 비즈니스와 연결되는 시대이니 말이다. 가장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애플의 음성인식 서비스 '시리'처럼, 빅데이터로 수집된 정보를 기반으로 음성화된 질문에 대한 답변을 사용자에게 제시하는 것이 인공지능 소프트웨어의 일종이라는 걸 기억한다면 인간만큼 똑똑해진 컴퓨터를 만나는 것이 근 미래가 아니란 보장도 없고 말이다.

특히나 이 작품이 흥미로운 이유 중의 하나는 바로 저자의 이력이다. 스티븐 베이커는 지난 10년 동안 비즈니스위크지의 수석 테크놀로지 필자로 활약했다. 데이터 경제, 무선 테크놀로지의 성장, 클라우드 컴퓨팅 등을 취재하여 보도했고, 첫번째 출간한 책으로 '빅데이터로 세상을 지배하는 사람들'이 있다. 소설을 '소설'로 쓴 것이 아니라 미래학자 입장에서 그가 예견하는 미래를 우리에게 알리기 위해서 쓴 것일수도. 그렇다면 이 작품은 픽션이 아니라 예언이 되는 셈이다. 몇몇 미래학자들은 . 2029년이면 인간이 만들어낸 인공지능이 인간 수준으로 진화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마치 영화 '터미네이터'에서처럼 인간보다 뛰어난 지능을 지닌 로봇과 마주하게 된다는 말이다. 작품의 표지에 있는 <이것은 소설이 아니다. 20년 후부터 벌어질 현실이다!>라는 문구를 보고 이건 좀 지나친 억측같다는 생각이 들었었는데, 책을 다 읽고 나니 왜 이런 문구를 넣었는지 어느 정도는 수긍이 되었다. 그만큼 실재같은 미래를 그려낸 소설이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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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는 남자와 일주일을
배수아 글.사진, 베르너 프리치 사진 / 가쎄(GASSE)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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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그녀는 잠자는 남자로부터 다가올 봄에 LA에서 만나자는 메일을 받는다. 잠자는 남자는 글을 쓰는 작가이면서 영화를 찍는 독일 영화감독(베르너 프리치)이고, 극중 화자인 나(배수아)는 그의 촬영을 돕는다. 그들은 6년 전부터 그렇게 종종 촬영여행을 떠나곤 했다. 카메라 앞에서 그들은 지난밤 꿈에 대해, 글쓰기에 대해, 비밀과 기억에 대해 말하곤 한다. 이 작품은 배수아 작가가 ''을 필름에 담고자 하는 그와 LA에서 함께 보낸 일주일간의 매혹적인 여행 에세이이다. 화자인 ''가 여행길에서 읽고 있는 조르주 페렉의 소설 <잠자는 남자>의 페이지가    종종 펼쳐지는 이 여행기는 뭐랄까, 믿을 수 없을 만큼 신비롭고, 고혹적이다. 여행에 관한 숱한 글을 읽었었지만, 이토록 황홀한 여행기는 난생 처음이다. 페이지 곳곳에 '잠자는 남자' ''가 실제로 촬영한 이미지 컷들이 실려 있어 글로 묘사된 것들이 고스란히 보여진다.

그녀는 여행 가방을 쌀 때, 꼭 필요한 것만 최소한으로 가져가는 스타일이다. 옷가지 사이에 책을 서너 권 넣고, 화장품과 세면도구, 속옷, 스타킹, 두통약, 수면제, 모자, 머플러, 그리고 거울이 전부이다. 그의 여행 가방에는 항상 작은 도서관이 통째로 들어있다. 책과 영화 필름으로 가득한 그의 가방은 돌덩이가 든 것처럼 무겁다. 그럼에도 그는 항상 이동 도서관처럼 가방을 운반해서 끌고 온다.

특히나 마음에 드는 건 잠자는 남자의 여행법과 배수아 작가의 여행에 대한 의미였다.

잠자는 남자의 여행법은 이렇다.

드림 호텔에 도착한 첫날, 늘 그렇듯이 잠자는 남자는 제일 먼저 여행 가방에서 책들을 꺼낸다. 그리고 집에서의 습관 그대로 책들을 각각의 장소에 배치한다. 침대 사이드 테이블에는 잠들기 전에 읽을 책들, 그리고 잠에서 깨어난 직 후 아침 햇살 속에서 가장 먼저 펼쳐 들 하루의 첫 책들을 골라 놓는다. 욕조 곁에도 한 두 권의 책이 있다. 목욕하면서 읽을 책들이다

그렇게 소파 테이블에도, 거실과 주방을 연결하는 카운터에도, 호텔 객실의 모든 공간에 책들이 놓여진다. 그는 심지어 사람들이 개나 고양이를 이불 속으로 데리고 오듯이 책들을 이불 속으로 데리고 들어온다고. 그렇게 잠자는 남자는 그 모든 책들을 여행길에 늘 들고 다니는데, .. 부러웠다. 사실 나도 배수아 작가처럼 여행 가방을 쌀 때는 최소한의 것들만 가져가려고 한다. 뭔가 필요한 물건이 있으면 현지에서 구매하는 방법으로, 갈 때는 가볍게 올 때는 무겁게. 가 컨셉이다. 그러다 보니 항상 여행 전날 밤늦게까지 고민하는 것은 바로 무슨 책을 가져갈까 하는 것이다. 아직 읽지 않은 새 책을 가져가자니 마음에 들지 않을 경우 비행시간이 지루해진다는 단점이 있고, 이미 읽었던 내가 좋아하는 책을 가져가자니 두께가 만만치가 않아 무거울 것 같고 말이다. 그러다 결국 종이 책을 포기하고 이북을 가득 다운로드 받아서 아이패드를 가져갔던 기억이 난다. 그만큼 낯선 여행지에서 익숙한 책을 가져가는 것은 친구, 가족 이상의 위안이자 든든한 지원군이 된다. 잠자는 남자가 책을 잔뜩 가져가서 객실 이곳 저곳에 책을 놓아두는 것이 백 퍼센트 공감이 된다는 얘기다. 물론 무게 때문에 현실에서 따라 해보기는 거의 불가능하겠지만 말이다.

배수아 작가에게 여행이란 이런 의미이다.

여행자가 길 위에 있듯이, 내 삶은 내가 쓰는 글 위에 있어요. 종종 여행지에서 나는 내 글의 운명이 앞으로 어떻게 될 것인지 그 미래를 예감하곤 합니다.

여행을 떠날 때, 나는 하나의 이야기 속으로 걸어 들어갑니다. 하나의 글을 쓰기 시작합니다.

그녀는 한두 개의, 특정 장소와 관련된 어휘를 떠올리기 위해서 장소를 옮겨 다닐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특정 나라에서 어떤 단어를 떠올리는 경우가 있는데, 그 단어는 다른 곳에 있었다면 아마도 떠올리지 않았을 단어이니까. 뿐만 아니라 여행지에서 무심하게 관찰한 것들, 샀던 물건들, 들었던 소리들, 냄새들이 자신의 무의식 저 깊은 곳에서 그 장소와 관련하여 훨씬 더 많은 일이 일어나고 있다는 것. 내가 여행을 좋아하는 가장 큰 이유 중의 하나가 바로 이런 점이다. 어쩌면 다시는 이곳에 오지 않을 지도 모른다는 각성으로 그 어느 때보다 정신이 맑아지고, 사고가 예민해지고, 또렷해져서 가능한 많은 것들을 눈 속에 담고, 머릿속으로 기억하고, 가슴으로 느끼려고 하는 그 순간들 말이다. 그곳이 아니면 절대 느끼지 못할 감각

혹시 밤중에 우연히 잠에서 깨어난다면, 그때 카메라로 내 잠을 찍어 줄 수 있겠어?

나는 그러겠노라고 대답했다.

완전한 잠이어야 해. 잠든 척하고 있거나, 잠에서 깨어나 버리는 순간이 없는 순수한 잠을 촬영하고 싶어.

잠자는 남자는 자기 자신의 잠으로 영화를 만들고 싶어, 그녀에게 촬영여행을 떠나 이렇게 말한다. 우연히 잠에서 깨면 카메라로 자신의 잠을 찍어 달라고. 그러나 그녀는 아직 한 번도 잠자는 남자의 잠을 촬영하지 못했다. 그녀가 잠에서 깨었는데, 그가 여전히 잠들어 있는 경우가 한 번도 없었던 탓이다. 그의 잠은 매우 희박하고 불완전해서, 그녀가 몸을 일으킬 때 침대의 미세한 흔들림이나, 화장실로 걸어가는 발걸음 소리만 들려도 쉽게 깨어나 버리곤 했다. 언젠가 그가 순수한 잠을 촬영할 수 있을지 아직 그려지지 않은 그들의 앞으로의 여행도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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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정욱의 좋은 사람 행복한 요리 - 특별한 모임을 위한 메뉴 플래닝
우정욱 지음 / 비앤씨월드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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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료를 준비하고, 음식을 만들고, 그리고 음식을 나누어 먹는 것은 우리의 삶에서 매우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누군가를 집에 초대하는 것은 자신의 인생 속으로 초대하는 것과 마찬가지이기에, 우리는 집에 온 사람들에게 항상 무언가를 대접한다. 커피든, 과일이든, 점심이든 저녁이든 말이다. 신혼 초에 집들이를 하면서 가족들을 모두 초대했는데, 그때 내가 혼자 차려낸 음식이 14가지였다. 두부전골을 끓이고, 탕수육을 튀기고, 갈비찜을 하며 잡채를 만들었다. 오징어순대를 만들어 쪄내고, 야채를 넣어 무쌈 말이를 하고, 새우를 삶고, 샐러드드레싱을 직접 만들었다. 몸이 좋지 않은 시기였던 데다 일주일 전에 갑자기 생긴 집들이 일정이라 나름 부담도 많이 됐었는데, 도마 위에 채소들을 늘어놓고 일류 요리사라도 된 것처럼 칼질하다 보면 아무 생각이 나지 않았다. 부엌이 난장판이 되는 동안 나는 나는 신나게 자르고 채치고 다졌다. 동생이며 엄마가 도와주겠다고 걱정스레 말했으나, 나는 기어코 그 요리를 혼자서 차렸었는데, 이유는 우리 집에 초대하는 나의 손님이니 내가 대접하고 싶어서였다. 물론 이 많은 요리를 상다리 부러지게 차리느라 일주일 전부터 계획 세우고, 장보고, 3일 전부터 재료 준비하고, 집들이 당일 날 손님들이 오기 직전까지 땀 뻘뻘 흘리며 요리를 해야 했던 탓에 정신은 하나도 없었지만 그럼에도 뿌듯하고, 행복했다. 물론 덕분에 나는 가족들에게 졸지에 음식을 너무 잘하는 사람이 되어 버려서 집안에 무슨 큰 일이 있을 때마다 불려 다녀야 했지만 말이다.

 

내가 요리를 좋아하는 이유는 단 한가지이다. 내가 해준 음식을 먹고 기분 좋아할 사람을 떠올리며 요리를 하는 순간을 사랑하기 때문이다. 물론 맛이 조금 없거나, 간이 잘 맞지 않더라도 정성을 생각해서 맛있게 먹어주는 사람이 옆에 있어서이기도 하지만, 기본적으로 요리를 준비하는 과정이 제일 행복한 것 같다. 새해에는 1월부터 집안 행사며 모임이 있어 집에서 요리를 해서 사람들을 대접해야 할 일이 줄줄이 기다리고 있다. 제일 중요한 건 메뉴 선정과 플레이팅인데, 그래서 일상식이 아닌 초대음식에 관한 책을 읽어보고 싶었다. 그러던 차에 <우정욱의 좋은 사람, 행복한 요리>라는 책을 만났고, 나는 이거다 싶은 생각이 들어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이 책은 일반적인 레시피 북이 아니라 분명한 목적을 가지고 있는데, 바로 특별한 날 손님맞이 상차림이다. 특히 손님맞이 상차림의 최대 고민인 메뉴 플래닝에 초점을 맞춘 책으로서 목적과 비용을 고려한 메뉴 구성이 돋보이는 책이다. 그러니까 그녀가 알려주는 손님맞이 상차림 팁은 이런 식이다. 손님을 초대할 때는 적어도 네 가지 이상의 음식을 준비해야 한다. 샐러드는 기본, 고기 요리와 해물 요리가 적절하게 섞이도록 하고, 반찬으로 먹을 수 있는 일품과 밥, 그리고 후식은 별도로 준비한다. 조리할 때는 접시보다 트레이를 많이 사용하고, 조리할 때 토치를 사용하면 음식의 모양을 살리면서 구운 효과와 불 맛도 살릴 수 있다. 샐러드나 냉채를 상에 올릴 때에는 미니 소스 피처를 사용하면 좋고, 큰 접시에 과일을 깎아 올리고 나눠 먹을 수 있게 하는 것보다 개인 접시에 담아 한 사람 앞에 하나씩 나눠주는 정성이 더 따뜻하다. 등등. 깨알 같은 팁들이 아기자기하게 실려 있다.

 

상황에 맞는 상차림 팁도 있는데, 부모님 생신, 결혼기념일, 외국 손님 초대, 설날 아침상, 포트럭 파티, 와인 테이블 등 특별한 날을 맞이할 때 그 순간을 오래 기억할 수 있게 만들어주는 멋진 상차림이 가슴을 설레게 만들어준다. 소개되어 있는 요리 레시피는 복잡하거나 어렵지 않으면서도 평범하지 않아, 요리 솜씨를 뽐내고 싶을 때는 제격일 것 같다. 요리를 할 때는 무엇보다 행복해야 하는 것 같다. 왜냐하면 기분이 나쁜 날 하는 요리는 이상하게 맛이 없게 마련인데, 아마도 기분이 그대로 재료에 전달이 되어서 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기 때문이다. 이 책에 실려 있는 상차림들은 사진만 보아도 요리를 하는 이가 행복한 마음이라는 것이 그대로 전해져서 참 좋았다.

요리는 우리를 잠시나마 이곳이 아닌 다른 곳으로 데려가 주곤 한다. 지금 내 상황이 어떤지, 나를 기다리고 있는 문제 거리들이 얼마나 쌓여 있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내일이 또 오늘 같이 반복될 거라는 거라는 걸 생각하면 얼마나 지루한가. 거기다 오늘도, 내일도 늘 비슷한 반찬에 끼니를 때우기 위한 식사가 된다면 식사 시간이 즐거울 수가 없다. 깨끗한 재료들과 정확한 레시피, 그리고 발과 프라이팬과 양념들로 정직한 노동의 시간이 지나고 나면 언제나 만족스러운 결과물이 나온다는 것도 참 좋다. 뱃속을 따뜻하게 데워줄 요리들은 내 시린 마음마저 만져주곤 하니 말이다.

 

아이가 생기고 육아에 나의 스물 네 시간을 다 쏟아 부어야 하는 나날이 지속되니, 스트레스가 이만 저만이 아니었다. 하루가 다르게 커가는 사랑스런 아이를 보는 것은 좋으나, 책을 제대로 읽을 시간도, 충분히 내 시간을 가질 여유도 없이 그저 아이만 쫓아다니다가 하루가 다 가버리곤 했으니 말이다. 그렇게 스트레스는 쌓여갔지만 그걸 풀 데가 없었던 나에게 유일한 위로는 TV요리쇼였다. 요즘은 스타 쉐프들이 많아서인지 공중파, 케이블 할 것 없이 요리 프로그램이 우후죽순 생겨나 선택할 수 있는 폭도 넓어졌고, 전문 쉐프들이나 할 법한 레시피를 쉽게 집에서도 따라 할 수 있게 되었다. 요리 쇼를 보다 보면 엄마가 해준 따뜻한 밥을 먹는 것처럼 마음이 따뜻해졌고, 하루 동안 나를 스트레스 받게 했던 그 모든 순간들이 모조리 사라져버리는 것 같았다. 나를 괴롭히던 문제들은 내일 생각해도 괜찮을 것 같은 여유로움이 생긴다고 할까. 세상에 먹는 일만큼 중요한 게 또 뭐가 있겠냐 싶다는 생각이 들면, 그 어떤 문제도 더 이상 껴안고 있겠다는 마음이 사라지게 되니 말이다. 그러니 어찌 됐든 요리는 즐거운 것이라는 걸 잊지 말자. 특히나 좋은 사람들과 함께 하는 시간을 위한 요리는 더욱 행복해야 한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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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래너리 오코너 : 오르는 것은 모두 한데 모인다 외 30편-세계문학단편선 12
플래너리 오코너 저/고정아 역 | 현대문학 | 2014년 12월

 

김연수 작가가 추천한 <좋은 사람은 찾기 힘들다>, <오르는 것은 모두 한데 모인다> 외에도 서른 한편이 실려 있다. 짧은 생애 동안 오코너가 남긴 단편소설이 서른 두편이니, 거의 모든 단편이 다 실려 있는 셈이다.

 

20세기 미국 소설의 가장 독창적이고 도발적이며 강력한 목소리!! 꼭 읽어봐야 할 작품!!

 

 

 

 

 

지평
파트릭 모디아노 (지은이), 권수연 (옮긴이) | 문학동네 | 2014년 12월

 

파트릭 모디아노의 노벨상 수상 이후 그의 번역되지 않았던 책들이 속속 출간되고 있다. 지평, 잃어버린 젊음의 카페에서, 그리고 청춘시절이 한꺼번에 나왔는데, 다수의 지지자들이 '지평'에 대해 궁금해하고 있으므로,, 대세에 따르는 걸로..

 

 

 

 

 

 

 

붉은 밤의 도시들 ㅣ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125 
윌리엄 S. 버로스 (지은이), 박인찬 (옮긴이) | 문학동네 | 2014년 12월

 

국내에 처음 소개되는 윌리엄 버로스의 작품이라 매우 궁금하다. 유토피아 공화국 리베르타티아를 건설한 실존 인물 미션 선장에 영감을 받아, 인류 역사의 중요한 전환점에서 저질러진 치명적인 실수들을 돌이키기 위해 탄생한 유토피아 소설이라고 한다.

 

'신들린 천재성을 지닌 유일한 미국 작가'라는 칭송을 들은 윌리엄 버로스의 최고 걸작이라고 소개되어 있는 문구를 보니, 새해를 열어갈 작품으로 제격!!

 

 

 

 

 

종이달 - 제25회 시바타 렌자부로상 수상작 
가쿠타 미츠요 (지은이), 권남희 (옮긴이) | 예담 | 2014년 12월

 

얼핏 미야베 미유키의 <화차>를 떠올리게 하는 줄거리이다. 범죄와 일탈에 빠져들어가는 평범한 주부의 어두운 내면을 집요하게 추적한 서스펜스로 일본에서는 드라마, 영화로도 선보인 적이 있는 작품이다.

 

일상을 재조명하는 농밀한 심리묘사의 대가로 알려진 가쿠다 미쓰요의 작품이라 스토리를 어떻게 풀어냈을지 궁금하다.

 

 

 

 

천지명찰 ㅣ 낭만픽션 1 
우부카타 도우 (지은이), 이규원 (옮긴이) | 북스피어 | 2014년 12월

 

권위의 상징과도 같았던 달력과, 그 달력을 새로이 바꾸는 개력 사업을 중심으로 진행되는 스토리라, 2015년 새해를 여는 데 가장 어울리는 작품이라 하겠다.

 

주로 미래 사회와 SF 분야에서 활약하던 우부카타 도우가 2009년 처음으로 도전한 시대 소설이라고 한다. 독특한 소재만큼이나 재기 넘치는 스토리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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