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나 O
매슈 블레이크 지음, 유소영 옮김 / 문학수첩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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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아파트는 고요했지만 어디서 바스락 소리가 날 때마다 내 몸은 자동으로 반응했다. 위층에서 잠들어 있는 키티가 생각났다. 잠자는 동안 인간은 무력하다. 나는 일어나서 바깥을 내다보았다. 

히치콕 영화의 깜빡거리는 불빛이 벽을 비추고 있었다. 고독에 숨이 막혔다. 범죄, 수면, 야경증. 인간 심리의 온갖 기괴한 서커스는 이제 정말 지긋지긋했다. 따뜻하고 깨끗한 시트 밑에 들어가서 옆에 누운 클래라의 체온을, 난로와 보금 자리와 그녀의 안전함을 느끼고 싶었다.                  P.69


2019년 8월 30일 오전 3시 10분, 그림자내각 각료의 딸이자 잡지 <엘리멘터리>의 창간인인 25세의 안나 오길비는 옥스퍼드셔의 휴가용 농장 오두막에서 21센티미터 길이의 부엌칼과 함께 잠든 상태로 발견된다. 이웃 오두막에는 안나의 단짝 친구 두 명이 시체로 발견되었고, 각각 열 군데씩 자상이 발견되었다. 안나의 지문이 칼에 묻은 유일한 자국이었고, 옷에 묻은 핏자국은 두 피해자의 것으로 밝혀졌다. 그리고 안나가 깊은 잠에 빠지기 전에 범행을 부분적으로 자백한 왓츠앱 메시지가 그녀의 휴대전화에서 발견되었다. 피해자와 용의자가 명백해 보이는 이 사건은 수 년이 지나도록 해결되지 않는다. 


용의자인 안나가 잠이 든 상태로 다시 눈을 뜨지 않았기 때문이다. 모든 검사 결과는 정상이었고, 안나의 신체 활동에도 이상이 없었다. 수많은 전문가가 안나를 깨우려고 수없이 노력했지만 그녀는 잠든 채 반응이 없었다. 안나의 가족들은 순식간에 나락으로 떨어진다. 어머니인 에밀리 오길비 남작은 상원의원직을 내려놓았고, 글로벌 펀드매니저인 아버지 리처드 오길비는 새 사무실을 열려던 계획을 연기한다. 1년 뒤 두 사람은 이혼 절차를 밟았고, 6개월 뒤 오빠인 테오 오길비는 마약 과용으로 거의 죽을뻔한 위기를 넘기고 남미로 이민을 떠났다. 그야말로 가족이 산산조각이 난 것이다. 대체 폭력 전과도 없는 스물다섯 살의 여자가 동료 두 명을 스무 번씩 칼로 찔러 죽인 이유는 뭘까. 그녀는 대체 왜 잠에서 깨어나지 않는 것일까. 아무도 풀지 못한 수수께끼를 풀기 위해 수면 범죄 전문가인 베네딕트 프린스 박사에게 의뢰가 들어오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과연 그는 안나를 잠에서 깨워 사건의 진상을 밝혀낼 수 있을까. 




"이런 이야기는 어떻게 끝나지?" 나는 묻는다.

"다른 모든 이야기가 끝나듯이." 안나가 대답한다. "정의로운 자가 살아남고 악당들은 죽겠지. 악이 파괴되고 질서가 회복되고. 안녕, 박사님."

그 순간 잠자는 숲속의 공주는 왕자를 남겨두고 머나먼 왕국으로 떠난다.

다시는 나타나지 않는다.              P.481


잠든 사이 저지른 살인은 유죄일까, 무죄일까? 이 작품은 수면 중 범죄와 체념증후군이라는 독특한 현상을 소재로 해 깊이 있게 고민하고 있다. 판례의 경우, 몽유와 관련된 살인 사건은 심신상실로 인해 무죄 판결을 받은 경우가 더 많았다. 몽유 중의 행동은 자기 의지 없이 발생하기 때문에, 몽유병은 법적인 방어 수단으로 사용될 수 있다는 것이다. 심신미약 혹은 심신상실로 인한 비자발적 행위였다는 것이 증명되면 면책 판결을 받을 수 있다. 그렇다면 극중 안나는 잠든 살인자일까 아니면 침무 속에 갇힌 피해자일까. '체념증후군'이라는 개념은 이 작품을 통해 처음 알게 되었다. 이는 뇌에서 발생한 기질적인 질병이 아니라 정신 그 자체의 병을 가리키는 것으로, 희망이 사라져서 완전히 부재하는 현실을 직면할 때 겪는 병이라고 한다. 가장 잘 알려진 사례는 스웨덴의 난민 공동체 환자들로 지옥 같은 시리아와 중동에서 탈출한 아이들이 몇 달, 혹은 몇 년씩 잠에서 깨지 않는 수명 장애를 겪었던 것이다.


국내에 처음 소개되는 작가 매슈 블레이크는 소설가이자 시나리오 작가이기도 하다. 그러한 이력 덕분인지 소설임에도 불구하고 장면들이 눈앞에 보이는 듯한 생생함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500페이지가 넘는 두툼한 분량의 심리 스릴러임에도 한 순간도 긴장감을 놓치지 않고, 몰입하게 만드는 힘이 있어 아주 흥미진진하게 읽었다. 이 작품은 그의 데뷔작으로 출간과 동시에 마흔 개 국가와 출간 계약을 맺었고 현재 넷플릭스에서 영상화가 진행 중이다.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라는 문구가 생각날 정도로 마지막 페이지까지 놓치지 않고 읽게 만드는 마성의 심리 스릴러가 궁금하다면 이 작품을 만나보자. 매력적인 소재와 탄탄한 구성과 몰입도 있는 전개, 연속되는 반전까지 어느 것 하나 부족하지 않게 잘 쓰인 작품이다. 올 여름의 무더운 날씨를 잊어 버리게 해줄 만한 소설을 찾고 있다면 적극 추천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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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멋대로 급식 뽑기 내 멋대로 뽑기
최은옥 지음, 김무연 그림 / 주니어김영사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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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내 멋대로 뽑기' 시리즈 열 한번째 책이다. 스핀 오프인 산타 뽑기 시리즈가 네 권이 별도로 나왔고, 본 시리즈는 친구, 아빠, 동생, 반려동물, 행운, 선생님, 초능력 등등 다양한 소재로 아이들이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를 들려줬었다. 아이가 좋아해서 한 권도 빼놓지 않고 다 읽었다. 친구, 아빠, 동생, 반려동물, 행운, 선생님, 초능력, 장래 희망, 그리고 날짜까지 우리가 일상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소재로 풀어나가는 이야기라 더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




이번에 나온 신작은 '급식'이 주요 소재로 등장한다. 초등학교 아이들에게 그날의 급식 메뉴가 무엇인지는 매우 중요한데, 좋아하는 음식이 나오면 두 세번 받아와서 먹기도 하지만, 싫어하는 음식이 나오는 날에는 거의 남기기 마련이다. 아직은 골고루 먹지 않고, 편식하는 아이들이 많은 시기이니 말이다.


이야기의 주인공 윤우도 그렇다. 가지는 물컹물컹해서 꼭 상한 걸 먹는 기분이고, 부추에서는 이상한 냄새가 나고, 오이에서는 비누 맛이 난다고, 먹을 게 하나도 없다고 인상을 팍 찌푸린다. 생선조림도 싫고, 김치는 더 싫고, 콩밥도 마음에 안 들고... 친구인 재호도 급식이 먹기 싫은지 깨지락거리는 중이다. 맨날 치킨만 먹으면서 살고 싶다는 윤우와 매일매일 햄버거만 먹으면 좋겠다는 재호는 남은 음식을 잔반통에 죄다 쏟아붓고는 입구로 향한다. 




그러던 어느 날, 여느때처럼 점심시간에 윤우는 급식실 옆 구석에 있는 작은 문이 삐걱 소리를 내며 열리는 것을 본다. 열린 문틈으로 붉은빛이 새어 나왔고, 자신도 모르게 문 쪽으로 몸이 끌려 가더니, 눈 깜짝할 사이에 문 안으로 빨려 들어가고 만다. 기다렸다는 듯 문이 큰 소리를 내며 닫히고, 놀란 윤우가 문을 열려고 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윤우는 그곳에서 급식 포춘 쿠키를 발견한다.


오늘 급식이 마음에 들지 않나요?

원하는 급식 메뉴를 마음대로 골라 보세요.

한 번에 닥 쿠키 한 개만 뽑아야 합니다.


포춘 쿠키를 반으로 가르면 원하는 급식을 마음대로 뽑을 수 있었던 거다. 그렇게 매일매일 불고기덮밥, 닭강정, 햄버그 스테이크, 닭백숙, 돈가스, 갈비찜 그리고 치킨까지... 좋아하는 메뉴만 먹을 수 있게 되는데, 과연 급식 뽑기는 어떤 결과를 불러올까?




편식하는 아이들의 식습관에 관한 이야기는 아이들 사이에서 도는 으스스한 소문, 어딘가 수상한 영양사 선생님의 정체에 대한 호기심이 더해져 흥미진진하게 펼쳐진다. 내멋대로 뽑기 시리즈는 일상 속 아이들의 고민을 살짝 가미한 판타지로 재미있게 풀어 내는데, 굉장히 현실적이면서도 아이들의 바람과 꿈이 이루어지는 기적같은 상황이 잘 어우러져 신나게 읽을 수 있다. 


한창 자랄 시기에는 충분한 영양을 섭취하는 게 중요하지만, 아이들이 편식을 하지 않게 만들기란 결코 쉽지 않다. 몸에도 좋고, 맛도 있는 음식이 있다면 좋겠지만, 건강한 음식은 대부분 아이들 입맛에는 맛이 없게 마련이니 말이다. 이 책을 읽으며 아이들이 자연스럽게 급식을 골고루 먹는 것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간이 된다면 좋을 것 같다. 매일 편식만 하다가는 윤우처럼 정말 무시무시한 경험을 하게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해 본다면, 조금쯤은 골고루 먹으려고 하게 되지 않을까 싶은 건 어른인 나의 바람이겠지만 말이다. 하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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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 잡은 인생 - 삶의 가동 범위를 넓히는 본격 건강 독려 프로젝트
한승혜 지음 / 디플롯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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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어제의 나보다 약간 더 좋아진 오늘의 나, 어제보다 조금 더 오래 매달리고, 어제는 안 되던 동작을 성공시키고, 같은 동작도 보다 정교하게 구현해낼 수 있게 된 나. 비록 어제는 실패했지만 오늘 다시 시도해보는 나. 어떤 것이든 과거보다 능숙하게 다루는 나. 매일매일 내게 일어나는 작은 변화가 신기했고, 새롭게 배우고 익히는 것 또한 즐거웠다. 그러면서 나는 스스로를 조금 더 좋아할 수 있게 된 것 같다.           p.29


5년 전 어느 날, 침대에 물먹은 솜처럼 누워 있던 저자는 마치 계시라도 받은 듯 폴을 타야겠다고 다짐한다. 운동을 규칙적으로 해본 적도 없는데다가 생전 처음 접하는 종목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렇게 가까운 거리에 있던 폴댄스 학원으로 향한 뒤 사랑에 빠져 버린다. 수강 횟수로는 1000회 이상, 시간으로는 약 3000시간. 이는 거의 매일, 하루에도 몇 시간씩 운동을 했다는 뜻이다. 폴댄스라니... 운동보다는 기예나 퍼포먼스에 가까워 보이는 운동이다. 바닥에서 천장까지 이어진 길쭉한 금속 봉을 이용하는 이 운동은 진입 장벽이 정말 높아보여 초보자는 근처에도 갈 수 없을 것 같다는 생각부터 드는데, 어떻게 저자의 '인생 운동'이 되었을까. 


이 책은 뒤늦게 폴댄스를 접하고 ‘하늘을 나는 기분’을 느끼게 된 저자의 운동 예찬기를 그리고 있다. 몸과 마음이 서서히 가라앉고, 컨디션이 점점 악화되는 시기에 이대로 계속 가다간 큰일 난다는, 뭔가 조치를 취해야만 한다는 위기감을 느끼게 된 것이 운동을 시작하게 된 계기였다. 후보는 여럿 있었다. 산책, 헬스장, 클라이밍, 핫요가, 필라테스.... 그러다 폴댄스를 떠올리게 된다. 모든 것을 초탈한 듯 근심도 걱정도 없는 평온한 표정으로 폴을 타고 있던 폴댄서를 보며, 세상에서 가장 버거운 내 몸뚱이를 가뿐히 들어보고 싶다는 꿈, 나 자신을 감당하고 싶다는 정신적인 목표를 물리적으로라도 이루어보겠다는 소망이 저자를 폴댄스로 이끌게 된 것이다. 물론 시작은 쉽지 않았다. 그야말로 물리적 '고통'을 동반한 폴 운동은 날이 살수록 첫날의 선택을 후회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그 과정을 통해 때로 괴로움도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가끔은 몸의 괴로움이 마음의 괴로움을 덜어주기도 한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그럼에도 미리 지불한 수강료 탓에 별 방법이 없어서 지속했고, 그런 와중에 깨닫게 되었다. 다른 사람보다 못할지 모르지만 어쨌든 어제의 나보다는 좋아지고 있다는 사실을, 초라하고 못난 나의 모습을 받아들이면서 계속하기만 한다면 나아질 수 있다는 사실을. 그런 의미에서 무언가를 꾸준히 한다는 건 어쩌면 자신의 초라함을 견디는 것의 다른 말인지도 모르겠다. 같은 선상에서 앞으로의 목표 역시 지금까지와 크게 다르지 않다. 더 잘하게 되는 것, 능숙해지는 것, 남보다 뛰어난 것이 아니라 느리더라도, 버겁더라도, 그만두지 않는 것. 운동도, 읽고 쓰는 삶도 말이다.             p.6


무슨 일이든 시작이 제일 어렵다. 익숙하지 않은 식재료나 음식을 맛보는 것,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것, 한 번도 가보지 않은 지역에 방문하는 것 등 낯선 것 앞에서 우리는 종종 두려움과 불안으로 포기하기 일쑤다. 나이를 먹을 수록 낯섦에 대한 회피는 더 심해진다. 안전하고, 익숙한 장소에서 잘 아는 사람들과 시간을 보내는 것이 편하고 좋으니까. 부족하고 초라한 나를 견뎌야 하는 시간과 잘 알지 못하는 사람과 만나거나 익숙하지 않은 장소에서의 시간은 버텨내고, 참아야하는 부분이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일단 두려움이라는 커튼을 걷고 창밖을 바라보면 완전히 새로운 세계가 펼쳐진다. 이 책의 저자가 폴댄스를 만나고 완전히 달라진 세계를 경험했듯이 말이다.  


자신의 무게 따위는 가뿐하게 이겨내는 가벼움으로 마치 다른 세상에 존재하는 듯한 폴댄스는 극한의 수련을 감내하는 시간들이 필요한 운동이다. 저자는 그 시간들을 버텨내며 다른 사람보다 못할지라도 어제의 나보다는 좋아지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계속하기만 한다면 나아질 수 있다는 사실을 몸으로 체감한다. 그런 의미에서 무언가를 꾸준히 한다는 건 어쩌면 자신의 초라함을 견디는 것의 다른 말일지도 모른다고, 운동도, 읽고 쓰는 삶도, 느리고, 버겁더라도 그만두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말이다. 인생도, 운동도 단판 승부가 아닌 길고 오래 바라보아야 하는 여정이다. 때로는 꺾이고, 넘어지고, 가끔은 막막하고 앞이 보이지 않더라도 계속해나가는 그 자체가 중요하다는 것을 잊어 버리지 말아야겠다. 삶의 바운더리 안에 ‘운동’을 포함시킨 후 몸의 근육뿐 아니라 마음의 근육까지 폭풍 성장시킨 한 여성의 운동 예찬기는 내 삶을 돌아보게 만들어 주었다. 나 역시 하찮은 체력이 얼마나 삶을 힘겹게 만드는 것인지 깨닫고 있었기 때문이다. 운동이 체력뿐 아니라 삶까지 업그레이드시켜준다면, 더 이상 미룰 이유가 없다. ‘언젠가’를 버리고 ‘지금 당장’ 움직여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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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별쌤 최태성의 한국사신문 1 : 선사~통일 신라와 발해 - 시간을 넘나드는 생생한 역사 뉴스 큰별쌤 최태성의 한국사신문 1
송진욱 그림, 김우람 글, 최태성 기획 / 아이스크림북스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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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주몽과 그의 아내 소서노 사이에는 온조와 비류, 두 아들이 있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갑자기 자신이 주몽의 아들이라고 주장하는 유리가 나타났습니다. 그 이후 유리는 고구려의 제2대 왕이 되었습니다. 왜 주몽은 유리를 태자로 책봉했을까요? 오늘은 고구려 유리왕을 만나 그 이유를 들어보겠습니다. 

유리왕께서는 갑자기 나타나 주몽의 아들이라고 주장하셨습니다. 그리고 곧 태자로 책봉되었지요. 당시 상황을 자세히 설명해 주실 수 있을까요?            p.38


황산벌 전투를 앞둔 계백 장군을 만나 승산이 있는지 물어보고, 신라에게 배신당한 백제 성왕의 심정을 들어보고, 극과 극으로 평가가 나뉘는 연개소문을 만나 그가 전략가인지 독재자인지 확인해 볼 수 있다면 어떨까. 역사 속 주요 사건 현장을 취재하고 그 인물을 직접 만나 이야기를 들어볼 수 있다면 정말 흥미진진하지 않을까. 이번에 나온 <큰별쌤 최태성의 한국사신문>은 서술형 역사책과 달리 짧고 임팩트 있는 기사 스타일로 전개되어 상상력과 호기심을 불러 일으킨다. 




'한국사' 하면 자연스레 제일 먼저 떠올려 지는 이름인 최태성은 누적 수강생이 700만 명에 달하는 역사 강사이다. 대한민국 수능 역사 1타 강사, 한국사능력검정시험 1타 강사답게 그의 책들은 강의를 고스란히 옮겨 놓은 듯 너무 재미있게 한국사를 풀어낸다. 


이 책은 역사 속 주요 사건을 마치 오늘 벌어진 일처럼 기사로 정리하고, 역사 속 인물을 인터뷰하고, 광고도 실어 보고, 칼럼도 수록했다. 큰별쌤이 직접 기자가 되어 취재한 것처럼 생생하게 쓰여있어 어린이 독자들이 어려운 한국사를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먼저 각 호 신문의 핵심 사건과 기사 제목을 볼 수 있는 헤드라인이 구성되어 있어 한 눈에 핵심 사건을 볼 수 있다. 이어 육하원칙에 따라 작성된 주요 사건들을 신문 기사로 만나본다. 가장 재미있었던 부분은 큰별 기자가 당대의 인물을 만나 직접 이야기를 들어보는 코너인 큰별 인터뷰이다. 마무리는 큰별 기자의 시선으로 역사적 사건과 인물을 취재하며 얻은 내용을 들려주는 큰별 칼럼이다. 당대의 시대상과 문화를 오늘날의 시선으로 표현한 광고 기사와 삽화 또한 한국사에 대한 흥미를 불러일으켜 준다. 




660년, 나당 연합군이 백제로 쳐들어왔습니다. 신라의 김유신이 이끄는 5만 대군이 백제의 전략적 요충지인 황산벌까지 진군해 왔다고 합니다. 의자왕은 계백 장군에게 황산벌을 지키라는 중대 임무를 맡겼습니다. 하지만 계백에게 주어진 병력은 고작 5,000명뿐. 그는 압도적 열세에도 불구하고 나라를 지키고자 출전을 결심했습니다. 지금부터 전투에 임하는 계백 장군의 각오를 들어 보겠습니다.

지금 황산벌에 주둔한 신라군은 5만 명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하지만 계백 장군님께는 군사가 고작 5,000명뿐입니다. 과연 승산이 있을까요?               p.110


이번에 첫번째 나온 책은 선사 시대부터 통일 신라와 발해에 해당되는 부분을 다루고, 앞으로 계속 근현대까지 이어질 예정이다. 책 속 내용을 시대의 흐름대로 정리해 사건의 인과관계를 한눈에 파악할 수 있는 한국사 연표도 부록으로 받을 수 있다. 선사 시대와 삼국 시대, 그리고 통일 신라와 발해에 대한 내용이 정말 잘 정리되어 있고, 귀여운 일러스트들도 포함되어 아이들 눈에도 쏙 잘 들어올 것 같은 연표이다. 


선사 시대에 불을 사용하기 시작하면서 인류의 생활이 어떻게 달라졌는지, 신석기인들이 어떻게 농사법을 터득하게 되었는지, 단군왕검은 어떤 고조선을 꿈꾸었으며, 알에서 나왔다는 신비한 탄생 이야기로 유명한 주몽은 고구려를 어떻게 건국했는지, 을지문덕 장군이 살수대첩에서 대승을 거둔 전술과 전략은 무엇이었는지, 동성왕이 신라 왕족과 결혼한 이유와 신라 백성들에게 듣는 삼국 통일의 의미 등 교과 연계 학습은 물론 당시 인물들의 가십거리까지 만날 수 있다. 



역사는 단순히 오래된 과거 이야기가 아니고, 그냥 외우는 과목도 아니다. 역사는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을 더 깊이 이해하게 해 주는 '살아 있는' 이야기이다. 어린이들이 역사를 좀 더 재밌고, 의미 있게 만날 수 있는 방법이 뭐가 있을까 고민하는 부모들에게 적극 추천해주고 싶은 책이다. 아이들이 역사를 단지 ‘과거의 일’이 아니라 ‘지금과 연결된 이야기’로 이해할 수 있도록 설계된 책이라 자연스럽게 역사에 대한 흥미가 생기도록 만들어 준다.


신문 기사 형식으로 한국사를 풀어 낸다는 것도 신선하고, 복잡한 역사적 맥락을 한번에 볼 수 있게 해주어 사고력과 문해력까지 키울 수 있다는 점도 장점이다. 역사를 '공부'하는 것이 아니라 보다 적극적으로 '이해'하고 '생각'할 수 있는 힘을 길러 주고 싶다면 이 책을 만나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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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을 바꾸고 싶다면 그렇게 살지 마라 - 좋은 삶을 위해 우리가 버려야 할 52가지 태도
롤프 도벨리 지음, 엘 보초 그림, 장윤경 옮김 / 와이즈베리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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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오늘날 우리는 자기 통제라는 전염병을 앓고 있다. 자기계발서 중 절반은 자발적 동기 부여를 설파한다. '당신의 한계를 허물어라','자기 통제의 힘','동기 부여의 신화'같은 제목이 늘 베스트셀러 목록을 차지한다... 책을 보고도 의욕이 생기지 않는가? 그건 중추 신경계가 '이건 정말 아무짝에도 쓸모없다'고 명확하게 말해주는 신호다. 그렇지 않다면 수백만 년의 진화가 왜 이런 감정을 발전시켰겠는가? ... 동기는 외부에서 와야 한다. 자기계발서들이 말하는 것처럼 내부에서 샘솟지 않는다.             p.20


인생이 시들어 가는 걸 보고 싶다면 어떤 일이 생겨도 그냥 무시하고 방치하면 된다, 불행하게 살고 싶다면 하루속히 평판과 명성을 망가트리면 된다, 인생을 곤두박질치게 만드는 지름길은 천하의 나쁜 놈처럼 거만하게 굴면 된다, 우아하게 포기하는 법을 배우고, 좌절하는 대신 그걸 더욱 큰 계획의 일부로 여겨라, 나쁜 습관 또한 당신 인격의 일부이니 이를 받아들이고 인정하라, 어리석은 목표를 잔뜩 세우고 거침없이 전진하라... 자기계발서에서 할 법한 말은 아닌 거 같은데.... 로 시작하는 말들로 가득한 이 책은 '우리 삶을 망치는 삶의 방식과 태도'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관점을 뒤집는 방식으로 우리의 잘못된 삶의 방식을 돌아보게 만들어 주는 것이다. 잘못된 걸 계속 고수하라고 말하면서, 나쁜 걸 더 하라고 부추기면서 말이다. 저자는 부정적인 조언이 긍정적인 조언보다 더 분명하고, 훨씬 오래 기억에 남는다는 원리로 이 책을 썼다. 내면의 나약한 자아를 믿어라, 소셜 미디어에 빠져라, 자기연민에 빠져라,는 식의 글을 읽다 보면 강경한 어조에 당황스럽다가도, 잘되는 길을 찾을 수 없다면 안 되는 길을 피하면 되겠구나 싶은 마음이 든다. 우리가 버려야 할 52가지 태도에는 각각 글의 핵심을 강렬하게 전달해 주는 일러스트도 함께 수록되어 있어 재미를 더해준다. 시각적 이미지의 효과도 무시할 수 없는 것이 글로 구구절절 설명하는 것보다 화려한 원색으로 저자의 말을 집약적으로 보여주는 하나의 장면은 꽤 기억에 오래 남는다. 또한 끊임없이 이어지는 충고의 긴 리스트에 지치지 않도록 해주기도 하고 말이다. 




인간은 긍정적인 일보다 부정적인 일에 훨씬 더 강하게 반응한다. 왜 그럴까? 간단하다. 부정적인 것은 우리를 죽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긍정적인 건 기껏해야 기분만 좋게 할 뿐이다. 먼 옛날, 수렵꾼과 채집인들 중에서도 분명 긍정적인 사람들이 있었을 것이다. 검치호랑이를 보고 웃으며 손을 흔들다가 유전자 풀에서 퇴장 당한 이들 말이다. 살아남은 건 겁 많고, 걱정 많고, 의심 많은 자들이었다. 이들의 후예가 바로 우리다. 그 때문에 우리가 지금까지 존재하는 것이다.                 p.195


현재의 인생을 놓치고 싶은가? 그렇다면 과거에 머무르면 된다. 과거는 익숙하고 안전하다. 기쁨이든 슬픔이든, 결과를 알 수 있어 편하다. 떠난 사랑, 놓친 기회, 다 자란 아이들의 어린 시절을 자꾸 불러내며 아쉬워하자는 말을 듣는다면, 누구나 그럴리 없다고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꽤 많은 사람들이 현재에 살지 못하고, 과거에 집착하고, 과거 속에 빠져 허우적대느라 제대로 된 오늘을 살지 못하고 있다. 그렇다면 살면서 우리는 과거에 얼마나 많은 시간을 들여야 할까. 가능한 한 적게 들이는 것이 좋을 것이다. 대신 과거를 자원으로 활용하면 된다. 과거로부터 배울 수 있는 것은 배우고, 필요 없는 환상은 떨쳐내자. 그래야 비로소 지금을 생생히 살고, 미래로 담대히 나아갈 수 있을 테니 말이다. 누구나 실패할 수 있고, 암울한 시절을 겪을 수 있다. 하지만 인생은 뒤에서가 아니라 앞에서 일어난다는 것을 잊지 말자. 


인생은 고되다. 실패는 당연하다. 개인사도 그렇고, 직장 생활도 마찬가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계속 오늘을 버티고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좌절하는 대신 새로운 계획을 세우고, 잘되는 길을 찾을 수 없다면 안 되는 길을 피하면 된다. 그럼에도 왜 우리는 스스로 성공을 걷어차고, 스스로 자기 삶을 망치고 있는가. 저자는 말한다. 불행은 셀 수도 없고 예측도 불가능하지만 대부분은 피할 수 있다고 말이다. 이 책을 통해 무심코 해오던 나쁜 습관이나 태도를 버리고, 삶의 방식을 바꿔보는 계기가 된다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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