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ml version="1.0" encoding="utf-8"?><?xml-stylesheet href="https://blog.aladin.co.kr/blog/rss/rssUserXSL.aspx" type="text/xsl" media="screen"?><rss version="2.0"><channel><title>피오나님의 서재 (피오나 서재)</title><link>https://blog.aladin.co.kr/769431145</link><language>ko-kr</language><description /><copyright /><generator>Aladdin RSS(Alss) v0.9</generator><lastBuildDate>Sun, 18 Oct 2026 10:31:02 +0900</lastBuildDate><image><title>피오나</title><url>https://image.aladin.co.kr/Community/myface/pt_7694311454137496.jpeg</url><link>https://blog.aladin.co.kr/769431145</link><width>100</width><height>100</height><description>피오나</description></image><item><author>피오나</author><category>마이리뷰</category><title>변기에서 바나나까지, 100년의 창작 전쟁  - [법정에 선 예술가들 - 변기에서 바나나까지, 100년의 창작 전쟁]</title><link>https://blog.aladin.co.kr/769431145/17572689</link><pubDate>Thu, 15 Oct 2026 00:11: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69431145/17572689</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622131385&TPaperId=17572689"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40273/92/coveroff/k622131385_2.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622131385&TPaperId=17572689"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법정에 선 예술가들 - 변기에서 바나나까지, 100년의 창작 전쟁</a><br/>캐슬린 김 지음 / 작가정신 / 2026년 10월<br/></td></tr></table><br/>*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br><br><br>87억 원짜리 바나나는 그렇게 몇 초 만에 사라진다. 이 장면을 본 사람들 중 상당수는 웃었다. 누군가는 분노했고, 누군가는 고개를 저었다. '이것도 예술이냐'는 질문이 다시 떠올랐다. 그러나 이 행위는 단순한 기행도, 돈 많은 컬렉터의 장난도 아니었다. 오히려 작품을 가장 정확하게 '이해한' 행위에 가까웠다. 왜냐하면 이 작품은 처음부터 사라지도록 설계된 예술이었기 때문이다... 보이는 것이 아니라 생각하게 만드는 것. 개념 미술은 예술을 대상이 아닌 '사건'으로 이해하게 만들었다.&nbsp; &nbsp; &nbsp; &nbsp; &nbsp; &nbsp; &nbsp; &nbsp; &nbsp;p..77<br>바나나 한 개에 87억 짜리가 있다면, 믿을 수 있을까. 2019년 마이애미 아트페어에서 처음 공개된 &lt;코미디언&gt;이라는 이 작품은 치열한 응찰 끝에, 약 620만 달러, 한화로 87억 원에 낙찰됐다. 작품의 구성은 놀라울 만큼 단순하다. 전날 인근 과일 가판대에서 구매한 바나나 한 개, 그리고 그것을 벽에 고정한 회색 덕트테이프가 전부다. 이 '바나나'의 구매자인 중국계 암호화폐 사업가는 낙찰 직후, 예상 밖의 행동을 한다. 벽에서 바나나를 떼어내, 껍질을 벗기고, 그대로 먹어버린 것이다. 그렇게 87억 원짜리 바나나는 몇 초 만에 사라진다. 이것도 예술 작품이라고 할 수 있을까. 개념미술은 예술을 대상이 아닌 '사건'으로 이해하게 만든다. 아름다움이나 기술, 물리적 완성도 등 보이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작가가 던지는 질문, 즉 생각하게 만드는 것이다.&nbsp;<br>언젠가부터 예술가와 작품은 전시장만큼이나 법정에 자주 불려 다니기 시작했다. '이것도 예술이냐'라는 질문은 더 이상 조롱이나 논쟁의 언어가 아니라, 판결문의 첫 문장이 되었다. 이 책은 &lt;월간미술&gt;에 연재했던 '변호사 캐슬린 김의 예술법 세상'과 &lt;매일경제&gt;에 연재했던 '캐슬린 김의 예술 법정', 그리고 여러 매체에 기고했던 칼럼에서 시작되었다. '뜨거운 예술'이 '차가운 법'을 만나는 순간의 기록이라니,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지 너무 기대가 되었다. 예술가들은 창작의 자유를 보장하라고 외치고, 판사들은 그 자유가 타인의 권리를 침해해선 안 된다고 답한다. 그런데 대체 예술의 가치는 누가 정할 수 있는 걸까. 치열한 공방 끝에 남는 것이 승패의 기록이 아니라면, 법정에서 벌어지는 그 치열한 싸움은 무엇을 향해야 하는 걸까. 예술과 법이라는 물과 기름처럼 섞일 수 없어 보이는 두 세계가 충돌할 때, 무슨 일이 벌어질까. 자, 엄숙한 법정의 문을 열고 그 낯설고도 치열한 세계로 들어가 보자.<br><br><br>AI가 그려낸 밤하늘에는 고흐가 정신병원 창살 너머로 바라보던 고독과 광기가 없다. AI가 묘사한 여인에게는 박수근이 화강암 같은 질감 속에 새겨 넣은 시대의 가난과 연민이 느껴지지 않는다. AI가 조합한 전쟁의 참상에는 피카소가 &lt;게르니카&gt;에 쏟아부은 분노와 시대정신이 부재한다. 예술은 데이터의 조합이 아니라 삶과 죽음, 환희와 고통이라는 인간의 실존적 경험에서 피어나는 꽃이다. 그렇기에 AI는 인간을 흉내 낼 수는 있어도 대체할 수는 없다.&nbsp; &nbsp; &nbsp; &nbsp; &nbsp; &nbsp; &nbsp; &nbsp; &nbsp;p.372<br>2018년 런던 소더비 경매장에서 벌어진 일은 미술에 문외한인 사람이라도 한번쯤 들어봤을 것이다. 전 세계 미술계의 큰손들이 모여 세상에 단 하나뿐인 작품을 차지하기 위한 긴장감이 최고조에 달하고 있었다. 벽에 걸린 액자 속, 풍선을 놓친 소녀가 있었다. 하트 모양의 빨간색 풍선이 막 하늘로 떠오르려는 찰나를 포착한 뱅크시의 대표작 &lt;풍선과 소녀&gt;다. 이름 없는 반역자, 거리의 시인이자 체제의 적이라 불리는 예술가인 뱅크시의 작품이 자본주의의 성전인 경매장 안에 놓여 있다는 사실 자체가 이미 하나의 아이러니였다. 낙찰을 알리는 세 번의 타음이 울린 뒤, 경매장에서 예상치 못한 사건이 벌어진다. 금속성의 날카로운 소리와 함께 캔버스가 액자 아래로 빨려들어가 파쇄되기 시작한 것이다. 그림이 절반쯤 잘려나갔을 때 기계는 작동을 멈췄다. 미술시장 역사상 가장 충격적이고 도발적인 퍼포먼스였다.&nbsp;<br>작품을 파괴한 것이 아니라 재창조했다고 주장하는 뱅크시의 기행을 비롯해 NFT를 팔기 위해 프리다 칼로 작품을 불태워버린 암호화폐 업자의 기괴한 쇼를 비롯해서 예술의 역사를 뒤흔든 브랑쿠시, 앤디 워홀, 클림트의 사건들과 AI가 만든 작품을 둘러싼 최신 사례까지 살펴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AI가 만든 결과물도 예술이 될 수 있을까. 소유자는 작품을 파괴할 권리까지 가지는 걸까. 예술의 가치는 누가, 어떻게 정하는 걸까. 어디까지가 창작이고 어디서부터 표절인 것일까. 이 책은 미술사의 운명을 바꾼 세기의 예술 재판들을 여섯 개의 법정으로 나누어 정리했다. 예술가의 평론가의 명예 전쟁, 무단 도용의 벽, 위작 논란, 파괴가 창조가 된 역설, 도난과 장물 스캔들, 블록체인 사기극 등 실제 사건과 판결을 살펴보며 법이 예술을 어떻게 다루어왔는지, 그리고 그 과정에서 어떤 한계를 드러냈는지를 살펴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난해한 법률 용어나 골치 아픈 미학 이론을 늘어놓는 게 아니라, 한 편의 법정 드라마를 보는 것처럼 흥미진진하게 펼쳐지는 이야기라 예술법에 대해 잘 모르는 이들도 쉽게 이해하며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자, 현대미술이 던지는 도발적인 질문을 통해 미술관 밖에서 벌어지는 진짜 리얼한 예술 현장의 이야기를 만나보자!<br>]]></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40273/92/cover150/k622131385_2.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402739259</link></image></item><item><author>피오나</author><category>마이리뷰</category><title>어딘가에 당신의 단어가 있다.  - [오래 곁에 두어 좋은 말 - 100년의 문학 작품에서 길어 올린 마음들]</title><link>https://blog.aladin.co.kr/769431145/17572061</link><pubDate>Wed, 14 Oct 2026 19:35: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69431145/17572061</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232131389&TPaperId=17572061"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40272/10/coveroff/k232131389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232131389&TPaperId=17572061"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오래 곁에 두어 좋은 말 - 100년의 문학 작품에서 길어 올린 마음들</a><br/>나민애 지음 / 북다 / 2026년 10월<br/></td></tr></table><br/>*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br><br><br>들뜨다, 달뜨다는 비슷하면서 다르다. 비슷한 것은 알겠는데 어떻게 다른지를 표현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 그 어려운 것을 글로 쓰다 보면 생각이 정리된다. 정리하려고 '들떴던 나'와 '달떴던 나'를 적어보았다. 그것은 사금처럼 추억에 묻혀 기다리고 있다가 단어라는 곡괭이에 의해 발견되고 만다... 소풍으로는 들뜨고 눈빛으로는 달뜬다. 들떴던 것이 언제인가. 달떴던 것은 언제인가. 둘 다 어리거나 젊은 단어다. 나이 든 사람이 그리워하기에는 더없이 좋은 단어인 셈이다.&nbsp; &nbsp; &nbsp; &nbsp; &nbsp; &nbsp; &nbsp; &nbsp; p.17<br>올해는 한글날이 제정된 지 100년이 되는 해이다. 이를 기념해 나민애 서울대 교수가 한국 문학 100년의 작품들에서 유정한 단어들을 골라 책으로 엮었다. 이 책은 그렇게 142명 작가의 142개 단어를 모으고, 단어에 담긴 이야기들을 풀어낸 것이다. 홍안, 여리다, 숙맥, 어수룩이처럼 우리가 일상에서 자주 사용하는 단어들도 있고, 물큰물큰하다, 멍멍히, 섧다, 홉뜨다, 동탕하다 등 처음 접하는 단어들도 있었다. 어떤 기회가 자꾸 닥쳐오는 모양을 '하마하마'라고 표현한다는 것도 배웠고, 매우 기쁘고 만족스럽다는 뜻으로 '흔흔하다'라는 말이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nbsp;<br>저자는 이렇게 모은 단어들을 5개의 장으로 나누었다. 나를 선연하게 만드는 단어, 다사로운 당신에게 건네는 단어, 잠포록이 평온한 하루를 위한 단어, 시나브로 흐르는 삶에 관한 단어, 그리고 찬연한 자연이 빛나는 단어이다. 두고두고 잊혀지지 않는 장면처럼 무서웠거나 강렬했던 것, 아름다웠거나 지나칠 수 없었던 것들만이 선연하게 남는다. 내 눈에 들어오는 정도가 내 마음의 정도인 것이다. 나에게 선연했던 것들이 나를 구성하는 것이라면, 나는 무엇으로 채워져 있을까. 지금 내게 무엇이 선연한가. 생각하며 읽어 보았다. 흥미로운 단어들이 많았지만, '이방인'이라는 단어에 대한 저자의 이야기가 인상깊었다. '그러니까 내가 이방인이라고 느낀다면 온 세상이 내게 불친절하다는 뜻'이라고 말하며, 이방인적인 내면을 갖췄을 때 반려를 발견하기 좋다고 저자는 말한다. '모두 낯설고 적대적일 때, 그렇지 않은 한 사람이 발견된다면 바로 그 사람'이라고 말이다. 이방인이라는 단어에 대한 해석을 이렇게 로맨틱하면서도, 절실하게 할 수 있구나 싶어 감탄하며 읽었다.&nbsp;<br><br><br>평범한 하루를 보냈다. 아이는 열나지 않았고, 고향에서는 급한 전화가 걸려 오지 않았다. 남편은 예상되는 시간에 퇴근했고, 아이들은 인사를 대충 하고 방으로 들어갔다. 어제 입었던 옷을 오늘 하루 더 입을 수 있었고, 급히 사야 할 세제도 치약도 없었다. 그 밥솥에서 그 주걱으로 밥을 푸고 그 식탁 그 자리에서 가족과 밥을 먹었다. 오늘 무슨 일이 있었어? 어제도 물었고 그제도 물었던 것을 물어봤다.... 쨍하니 기쁠 일은 없었지만 잠포록이 맑고 평온했다. 이보다 좋은 것은 없다. 이것이 나의 소원이었다.&nbsp; &nbsp; &nbsp; &nbsp; &nbsp; &nbsp; &nbsp; &nbsp; &nbsp; p.181<br>스마트폰과 SNS 덕분에 말 대신 문자로 대화하는 게 더 많아졌고, 각종 줄임말이 등장하며 사람들은 점점 더 간결하게 말하기 시작했다. 그러다 보니 단어 사용 역시 제한적이고, 한정적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한 보도 기사에서 14년간, 한 개인이 하루 동안 직접 말하는 단어의 양이 매년 338개씩 꾸준히 감소했다는 연구 결과를 본 적이 있다. 이 책은 그렇게 깊은 고민 없이 무심코 쓰게 되는 단어들, 점차 증발하고 획일화되는 단어들을 보다 소중하게 들여다봐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해주었다. 이 책에 수록된 단어들은 '네 마음을 내가 다 안다, 대신 말해주겠다'고 속삭여 주었다. 각각의 단어들에 담긴 뜻과 단어가 사용된 문장, 그리고 저자의 글이 어우러져 한 단어의 인생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그렇다면 이 책에는 백하고도 마흔두 개의 인생이 담겨 있는 셈이다.&nbsp;<br>우리가 하루에 사용하는 총 단어의 수는 약 1만 5,000개. 그중 중복되는 단어를 빼면 약 2,000개의 단어를 사용한다고 한다. 생각했던 것보다 많은 단어를 사용하고 있구나 싶어서 놀라웠던 수치다. 늘 비슷한 상황에서, 유사한 단어들만 사용한다고 생각했었는데 말이다. 그렇다면 오늘 내가 가장 많이 사용한 단어는 무엇일까. 이 책을 읽으며 하나씩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그리고 한글에 대해 더 소중한 마음으로, 잘 써야겠다고 생각했다. 사전적 정의만으로는 형용할 수 없는 단어의 분위기를 느끼게 해주는 저자의 글이 에세이처럼 술술 읽혀서 더 공감되는 것들이 많았던 것 같다. 가끔 일상에서도 어떤 단어는 사전적 정의 그 이상의 뜻을 포함해야만 의미가 전달될 때가 있는데, 그런 부분들까지 세심하게 그려내는 책이었다. 어떤 단어는 추억에 잠기게 만들고, 어떤 단어는 재미있어서 입가에 맴돌고, 예뻐서 눈이 가는 단어도 있고, 마음이 쓰여 곁에 두고 싶은 단어들도 있다. 이 책을 읽으며 내 곁에 오래도록 두어도 좋은 나만의 단어들을 찾아보면 좋을 것 같다.&nbsp;<br>]]></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40272/10/cover150/k232131389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402721094</link></image></item><item><author>피오나</author><category>마이리뷰</category><title>고고학자가 차려낸 인문학의 밥상 - [수저 인문학 - 고고학자가 파헤친 숟가락과 젓가락의 2만 년 연대기]</title><link>https://blog.aladin.co.kr/769431145/17570221</link><pubDate>Tue, 13 Oct 2026 20:34: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69431145/17570221</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102131989&TPaperId=17570221"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40245/57/coveroff/k102131989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102131989&TPaperId=17570221"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수저 인문학 - 고고학자가 파헤친 숟가락과 젓가락의 2만 년 연대기</a><br/>오승환 지음 / 창해 / 2026년 09월<br/></td></tr></table><br/>*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br><br><br>우리는 흔히 수저의 사용을 문명의 척도로 여기곤 합니다. 고대 중국인들 역시 젓가락을 쓰는 문명인과 그렇지 않은 비문명인으로 구분하며 큰 자부심을 가졌습니다. 그러나 정작 중국 식사 예법의 성인으로 추앙받는 공자조차 밥을 손으로 뭉쳐 먹었습니다. 결국 음식을 손으로 먹는 것은 '옳고 그름'이나 '문명과 야만'과 같은 이분법으로 나눌 수 있는 문제가 아닙니다.&nbsp; &nbsp; &nbsp; &nbsp; &nbsp; &nbsp; &nbsp; p.29<br>이 책을 만나기 전까지는 '음식 고고학'이라는 단어를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다. 사라진 고대 문명과 수천 년 전에 죽었던 사람의 시신, 유물 등을 토대로 인류의 기원과 문명의 수수께끼를 풀어내는 것이 고고학이다. 음식 고고학은 이러한 고고학적 관점에서 음식과 관련된 유물 및 식생활을 연구하는 학문 분야라고 한다. 숟가락이나 젓가락 같은 식기류를 통해 수만 년 전의 문명사를 추적하고, 유물을 발굴해 옛 사람들의 식생활과 생활 방식, 문화 등을 추적하는 것이다. 이 책의 저자는 30년 넘게 발굴 현장을 누벼온 현역 고고학자로 화려한 금관보다 옛사람의 삶과 음식에 매료되어 '음식고고학'이라는 분야를 20년 넘게 개척해 왔다.&nbsp;<br>이 책은 우리가 매일 무심코 집어 드는 숟가락과 젓가락의 발자취를 따라 가며 역사와 음식 문화를 조명한다. 사실 나도 저자처럼 '수저'가 '숟가락'과 같은 뜻이라고 그 동안 생각해 왔다. 수저를 숟가락의 줄임말이라고 알고 있는 사람들이 꽤 많을 것이다. 하지만 '수저'란 '숟가락'과 '젓가락' 한 벌을 아울러 부르는 이름이라고 한다. 수저를 세는 단위도 많이들 헷갈려 한다. 숟가락과 젓가락이 모두 갖춰진 온전한 상태를 '한 벌'이라 부르며, 숟가락은 혼자도 제 기능을 하므로 낱개는 '한 개', 젓가락은 둘이 함께 짝을 이루어야 하니 '한 쌍'이라고 해야 한다. 이 책은 이렇게 수저의 진짜 이름과 유래에 대해 살펴본 뒤, 본격적으로 옛 밥상 속으로 시간 여행을 떠난다. 인류에게 가장 오래된 식사 도구가 '손'이었다는 것부터 시작해 왜 인류의 절반은 아직도 맨손으로 음식을 먹는가에 대한 사유로 이어진다. 수저나 포크 대신 맨손으로 식사를 하는 나라고 지구촌 인구 가운데 무려 40퍼센트나 된다고 하니 놀라웠다. 수저, 맨손, 젓가락, 포크 나이프로 나누어 음식문화권을 지도 상에 색상으로 구분했는데, 손으로 식사하는 꽤나 많았다. 수저의 사용을 문명의 척도로 여겨선 안된다는 뜻이다.&nbsp;<br><br><br>고고학자들은 "모든 증거는 유물"이라 말합니다. 저 역시 젓가락이 보이지 않으니 "정말로 사용했을까?"라는 의구심을 가져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유물이 없으니 존재하지 않았다"고 쉽사리 단정 짓기에는 무언가 이상합니다. 젓가락은 앞선 삼국시대부터 사용되었고, 뒤이은 고려시대에도 보이는데 유독 통일신라에서만 '일시 정지' 상태라는 게 도대체 이해되지 않습니다.... 물론 이 고민은 통일신라시대에만 해당하는 건 아닙니다.&nbsp; &nbsp; &nbsp; &nbsp; &nbsp; &nbsp; &nbsp; p.321&nbsp;<br>이 책을 읽다 보니, 음식문화는 누가 더 우월하고 미개한가를 가르는 잣대가 아니라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되었다. 우리가 철석같이 '예의'라고 믿었던 행동조차 타인의 밥상 위에서는 이상한 모습으로 비추어질 수 있으니 말이다. 예를 들어 일본 사람들은 밥그릇을 들고 젓가락으로 식사를 하는데 반해, 한국인들은 그릇은 상 위에 내려놓고 고개를 숙여 식사를 한다. 그리고 그들은 각자 서로의 밥 먹는 모습을 이해하지 못한다. 지리적으로 가장 가깝다는 두 나라 사이에도, 밥을 먹는 사소한 자세 하나에 거대한 문화적 차이가 존재하는 것이다.&nbsp;<br>인류는 구석기시대부터 숟가락 모양 도구를 만들어 썼다. 고고학자들은 과연 이것이 '진짜 음식을 떠먹는 도구'였는지에 대해서는 합리적인 의심을 품고 있다고 하지만 말이다. 사진 자료들을 보니 실제로 너무 숟가락 모양의 도구라... 인류 최초의 식사 도구가 아닐까 싶긴 했다. 신석기시대에 발견된 뼈도구는 젓가락의 시초처럼 보인다. 실물을 보면 젓가락보다는 오히려 가죽에 구멍을 뚫는 송곳이나 머리 장식, 또는 그물을 수선하던 도구일 가능성도 충분했다고 한다. 숟가락과 젓가락이 식사 도구로서 기틀을 잡기 시작한 것은 중국 대륙을 처음으로 통일한 진나라 때부터이다. 이런 식으로 숟가락과 젓가락의 탄생과 성장 과정을 거쳐 오늘날의 식탁에 자리 잡기까지의 긴 여정을 추적하는 이 책은 인류의 역사 속에서 우리의 식사 문화에 대해 생각해 보게 해준다. 일본 젓가락이 식탁에 가로로 놓이게 된 배경, 한국인이 유독 쇠젓가락을 쓰게 된 이유 등 다양한 궁금증도 해소시켜 주었고, 한국, 중국, 일본의 음식 문화가 갈라지게 된 과정도 만날 수 있었다. 고고학자가 들려주는 유쾌한 밥상머리 수다를 통해 우리가 몰랐던 동아시아의 음식 문화를 자연스럽게 이해할 수 있는 시간이 된다면 좋을 것 같다.<br><br>]]></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40245/57/cover150/k102131989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402455753</link></image></item><item><author>피오나</author><category>마이리뷰</category><title>삶과 비평이 하나로 교차되는 아름다운 작품! - [어두운 방에서]</title><link>https://blog.aladin.co.kr/769431145/17570079</link><pubDate>Tue, 13 Oct 2026 19:07: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69431145/17570079</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32476527&TPaperId=17570079"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40315/83/coveroff/8932476527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32476527&TPaperId=17570079"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어두운 방에서</a><br/>브라이언 딜런 지음, 서민아 옮김 / 을유문화사 / 2026년 09월<br/></td></tr></table><br/>*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br><br><br>어린 시절의 사물들과 이후 그것들이 불러 낸 분신들 사이의 은밀한 친연성을 알아차리기 위해, 우리 삶이 그런 멜로드라마처럼 거창할 필요는 없다. 모든 삶은 사물들 사이의 숨겨진 상응 관계, 또한 어느 시기와 다른 시기 사이의 은밀한 공모로 가득 차 있다. 그리고 이런 연결들은 오직 우리가 하나의 대상에 집중했을 때에만, 즉 그것을 '이제는 사라졌지만 여전히 상상 속에서 떠올려 볼 수 있는 다른 대상과 견주어 보는 순간'에만 온전히 모습을 드러낸다.&nbsp; &nbsp; &nbsp; &nbsp; &nbsp; &nbsp; &nbsp; &nbsp; p.108~109<br>하나의 문장이 감정 그 자체가 될 수 있을까. 문장은 단어들을 배열해 내용을 서술하는 것인데, 감정 그 자체가 되는 건 또 다른 문제다. 브라이언 딜런의 글을 읽다 보면 종종 그런 느낌이 든다. 그래서 그의 문장들을 읽다 종종 멈추곤 한다. 단순한 문장조차 수차례 다시 보게 만들고, 마구 펼쳐지는 생각의 향연을 경험하게 해주기 때문이다. &lt;에세이즘&gt;, &lt;한 문장이 있다고 해보자&gt;를 통해서 만났던 브라이언 딜런의 데뷔작이 암실문고로 나왔다. 전통적인 비평과 자전적 글쓰기의 경계를 넘나드는 독창적인 글쓰기를 선보여왔던 그의 전작들을 인상깊게 읽어왔기에, 그의 데뷔작인 이번 작품도 매우 기대하며 읽어 보았다.&nbsp;<br>이 책은 브라이언 딜런이 처음으로 쓴 것으로 부모의 죽음을 계기로 기억과 상실에 대해에 대해 이야기한다.&nbsp; 지극히 개인적인 경험을 풀어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기억이라는 개념 자체를 다루는 인문학처럼 읽힌다. '애도라는 두터운 관문 너머에 숨겨져 있는 밀실이 그의 기억 저장소이다. 그는 부모의 죽음이라는 이중의 장벽이 철저히 밀봉된 방을 만들어 냈다고, 고 썼다. 그는 자신이 살았던 집을 떠올리고, 그 속에 있던 사물들에 대해 생각하고, 탐구한다. 집이란 우리가 매일 같이 만들어 내고 다시 만들어 가는 무엇이다. 집에 산다는 것은 어떤 장소를 부단히 개조하고 재구성하고 잊었다가는, 다시 떠올리면서 끊임없이 변화를 주는 것이다. 집을 기억의 저장소로 여기는 관념은 오래된 것인 만큼 익숙하면서도, 일종의 가정 고고학으로서 풀어 나가는 브라이언 딜런의 문장들은 그것을 낯설고도 새로운 시선으로 바라보게 만들어 주고 있다.&nbsp;<br><br><br>우리가 고집스레 시간이라고 부르는 것은 사실 공간 안에서 일어나는 움직임의 증거일 뿐이다. 그 움직임이 남긴 흔적은 우리를 둘러싼 세상 곳곳에 다양한 방식으로 새겨져, 우리에게 유익하게 쓰이거나 강렬한 깨달음을 준다. 시곗바늘의 움직임, 계절들이 내보이는 생동감이나 나른함, 얼굴이나 몸에 나타나는(아주 점진적일 수도, 반대로 아주 빠를 수도 있는) 노화의 흔적 같은 것들.&nbsp; &nbsp; &nbsp; &nbsp; &nbsp; &nbsp; &nbsp; &nbsp; &nbsp;p.375<br>이 책은 브라이언 딜런이 십 대 중반일 때 지병으로 세상을 떠난 어머니와, 대학 입학 직후에 갑작스러운 심장 문제로 작고한 아버지에 관한 기억을 담고 있다. 아버지의 서재와 거실 한구석에 있는 키 큰 장식장, 유품상자와 사진 더미들, 어머니의 성경책과 그 속에 끼워둔 내용물들... 사랑하는 이들로부터 물려받은 물건들은 과거로 이어지는 끊기지 않는 통로가 되어 준다. 공간이나 사물이 매개체가 되어 과거의 마음들을 불러내고, 이해와 수수께끼 사이를 오가며 지적인 사유가 펼쳐진다. 사진에 관련된 사유들도 매우 인상적이었다. 그는 그는 우연히 사들인 관광지 사진첩 속에 있는 한 여성의 뒷모습에서 어머니의 모습을 발견한다. 마치 어머니가 그곳에 마치 기적처럼 나타난 것 같다는 생각이 든 것이다. 부모님의 사진들 중 대부분은 두 분이 모두 돌아가신 뒤에야 처음으로 보게 된 것이었다. 그것은 대상이 사라지고 나서야 비로소 존재하게 된 세상인 것이다.&nbsp;<br>그리고 아버지의 서재에 대한 에피소드도 매우 흥미로웠다. 아버지가 소장했던 대략 천 권 가량의 장서들은 어린 시절부터 강렬한 존재감을 지녔던 대상이었다. 그 서재는 '아버지에 대한 기억에 모종의 형태를 부여하려 애써 온 방식들을 끊임없이 상기시키는 동시에, 그것을 견고하게 구현한 장소'이기도 했다. 백 권도 넘는 책을 손에 닿는 곳에 위태롭게 쌓아 두려는 아버지의 행동은 어머니에게는 이해할 수 없는 충동이었지만, 그에게는 끊이지 않는 경이로움을 선사하는 원천이었다. 서재의 책과 오래된 기록 뭉치들이 인생의 어느 한 시기에 관한 아카이브가 되어 자신이 몰랐던 아버지의 이미지를 구축하게 만들어 준다. 또한 자신의 책들 사이에 흩어져 있는 아버지의 책을 보면서, 자신이 뒤늦게 아버지의 정리 원칙을 물려받았음을 깨닫는다. 아버지의 무질서한 서재를 자신이 정확히 똑같이 재현하기 시작했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 이 책은 우리가 그 동안 읽어왔던 '회고록'과는 차원이 다르다. 매 페이지마다 밑줄 긋고, 여러 번 읽어 곱씹어 보고 싶은 문장들로 가득했다. 자, 폄하되거나 오독되어 왔던 에세이라는 장르의 진가를 제대로 보여주는 브라이언 딜런의 가장 내밀한 이야기를 놓치지 말자!<br>]]></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40315/83/cover150/8932476527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403158319</link></image></item><item><author>피오나</author><category>마이리뷰</category><title>AI 다음은 양자컴퓨터다! - [최소한의 양자컴퓨터 - 수식 없이 단숨에 이해하는]</title><link>https://blog.aladin.co.kr/769431145/17568102</link><pubDate>Mon, 12 Oct 2026 17:47: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69431145/17568102</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332131590&TPaperId=17568102"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40371/68/coveroff/k332131590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332131590&TPaperId=17568102"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최소한의 양자컴퓨터 - 수식 없이 단숨에 이해하는</a><br/>후지이 게이스케 지음, 전종훈 옮김 / 부키 / 2026년 10월<br/></td></tr></table><br/>*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br><br><br>대상의 정보를 얻기 위해 관측하면 반드시 대상에 영향을 미친다. 중첩이 어떤 상태인지 알기 위해 관측하면 그 중첩은 풀리고 마는 것이다. 따라서 중첩되어 있다고 가정하고, 그 결과 발생하는 간섭을 관측함으로써 중첩되어 있었다는 사실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이것이 양자역학의 직관적인 이해를 어렵게 만드는 점이다. 고전역학의 세계에서는 당신이 관측을 하든 안 하든 달은 지구 주위를 돌고 있고 사과를 떨어뜨리면 낙하한다. 하지만 양자역학의 세계에서는 관측함으로써 관심 있는 대상에 영향을 주고 만다. 우리의 일상과는 전혀 다른 세계인 것이다.&nbsp; &nbsp; &nbsp; &nbsp; &nbsp; &nbsp; &nbsp; p.50<br>양자란 아주 작은 세계에서 더 이상 쪼갤 수 없는 최소 단위를 말한다. 눈에 보이는 세계를 다루는 고전 역학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양자의 움직임을 설명하는 양자역학이고, 현대 과학과 기술의 상당수가 이 개념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양자컴퓨터란 그러한 양자역학의 원리로 계산하는 기계이다. 양자컴퓨터는 식량, 에너지, 신약 개발을 비롯해 전기자동차에 필수적인 리튬 이온 배터리의 성능 개선, 꿈의 에너지인 핵융합을 위한 재료 설계 등 다양한 분야에서 사용되고 있다. 앞으로 미래를 이야기하기 위해서는 AI와 더불어 빼놓을 수 없는 핵심 키워드가 바로 '양자컴퓨터'인 것이다.&nbsp;<br>이 책은 바로 그 양자컴퓨터가 궁금한 이들에게 초심자의 눈높이에 맞춰 쓰였다. 수식을 전혀 쓰지 않으면서도 다양한 이야기와 비유, 100장이 넘는 시각 자료 등을 활용하고 있어 진입장벽이 그다지 높지 않다. 양자역학의 역사부터 시작해 양자컴퓨터의 현재와 미래에 이르기까지 차근차근 설명해준다. 양자컴퓨터 연구는 1980년대에 그 개념이 형성되었고 1990년대에는 후술할 암호 해독과도 관계 있는 소인수분해 알고리즘이 발견되는 등 많은 연구자가 참여해 크게 발전했다. 하지만 1990년대 후반에 들어서면서 양자비트의 성능을 높이거나 개수를 늘리는 일이 어려워졌고, 이론 측면에서도 소인수분해 알고리즘에 버금가는 커다란 돌파구가 나타나지 않아 정체기를 맞이했다. 그 후 현재로 이어지는 양자컴퓨터 개발의 열기가 다시 시작된 것은 2010년대에 들어서면서부터다. 그리고 2014년 이후 양자컴퓨터는 눈부시게 발전했다.&nbsp;<br><br><br>이런 세계관은 만화 《진격의 거인》에 비유하면 이해하기 쉽다. 거인(양자)으로부터 몸을 지키기 위해 벽에 둘러싸인 세계에 사는 인류가 벽 밖으로 나감으로써 보다 고도의 지식과 물리 법칙과 기술을 접하며 세계의 진실을 알게 된다. 벽 안의 세계는 '고전역학'이며 인류는 뉴턴의 운동 방정식으로 기술할 수 있는 '예측 가능하고 결정론적인 세계'를 믿고 있다. 거인(직관적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양자 현상)이라는 위협은 있지만 벽 안에 있는 한 닫힌 단순한 법칙으로 설명할 수 있다고 믿는다. 하지만 벽 밖에는 '양자역학'의 세계가 펼쳐져 있다.&nbsp; &nbsp; &nbsp; &nbsp; &nbsp; &nbsp; &nbsp; &nbsp; &nbsp; &nbsp; p.262~263<br>저자는 양자가 눈으로 보거나 손으로 만질 수 있는 고전적인 세계와는 다른, 우리의 직관을 넘어 상상력이 필요한 개념적인 세계와 연결되어 있다고 말한다. 이것이 양자의 신기한 매력과 기술적 가능성의 근원이기도 하며 동시에 난해함의 이유가 되기도 한다고 말이다. 그래서 저자는 대학교 3학년 때 처음 양자론 강의를 듣고는 마치 게임 같은 세계에 완전히 마음을 빼앗겼다고 한다. 세계의 이면에서 돌아가고 있는 톱니바퀴를 엿보고 만 것 같은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특히나 양자역학의 원리로 움직이는 기계인 양자컴퓨터는 양자 얽힘, 양자 순간이동, 마법 증류 등 SF를 방불케 하는 온갖 키워드가 난무하는 분야라 푹 빠져서 연구를 하게 되었다고 한다.&nbsp;<br>양자역학이 탄생한 지 100년이 지났다. 지금 우리는 양자의 불가사의를 받아들이고 이를 제어해 응용하는 시대에 접어들고 있다. 양자컴퓨터는 단순히 빠른 계산기가 아니라 자연을 깊이 이해하고 인류 지식의 지평을 넓히는 새로운 망원경이자 현미경이다. 지구가 46억 년이라는 진화의 역사를 거쳐 도달한 생명, 물질, 에너지의 정교한 구조와 그 '최적해'를 풀어 낼 열쇠를 양자컴퓨터가 쥐여 주려 하고 있으니 말이다. 이 책을 통해 난해하게만 느껴졌던 양자의 세계와 개념에 대해 첫 걸음을 내디딜 수 있게 된다면 좋을 것 같다. 그 어려움을 뛰어넘을 만한 흥미로운 내용들로 가득한 책이니 말이다. 또한 &lt;매트릭스&gt;, &lt;진격의 거인&gt;, &lt;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gt; 등 양자컴퓨터를 직간접적으로 접할 수 있는 작품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가고 있어 쉽고, 재미있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부록으로 양자컴퓨터 연표를 통해 100년의 역사를 정리했고, 양자 핵심 용어집과 관련 책들을 소개해주는 양자도서실, 그리고 보다 전문적인 내용을 담은 번외편인 양자여담까지 풍부한 내용들을 담고 있다. 수학을 몰라도, 양자역학 관련 지식이 전혀 없어도, 양자컴퓨터에 대해 알고 싶다면 이 책을 만나보자!<br><br>]]></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40371/68/cover150/k332131590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403716850</link></image></item><item><author>피오나</author><category>마이리뷰</category><title>슈테판 츠바이크의 유일한 회고록! - [어제의 세계]</title><link>https://blog.aladin.co.kr/769431145/17559667</link><pubDate>Wed, 07 Oct 2026 21:52: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69431145/17559667</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182130410&TPaperId=17559667"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9875/8/coveroff/k182130410_3.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182130410&TPaperId=17559667"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어제의 세계</a><br/>슈테판 츠바이크 지음, 이노은 옮김 / 다산초당 / 2026년 08월<br/></td></tr></table><br/>*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br><br><br>자기 삶에 빈틈없이 울타리를 둘러 운명의 모든 침입을 막아낼 수 있을 거라는 이 감동적인 믿음 속에는, 착실하고 소박한 인생관과 크고 위험한 오만함이 함께 담겨 있었다. 19세기 사람들은 자유주의적 이상주의 속에서 자신들이 '온 세상 최고의 세계'를 향해 곧고 바른길을 가고 있다고 확신했다. 그들은 전쟁과 기근, 폭동이 있었던 이전 시대를, 인간이 아직 미성숙하고 충분히 계몽되지 않았던 시대라고 여기며 경멸의 시선으로 바라보았다. 그들이 생각하기에 이제 수십 년만 지나면 마지막 악과 폭력이 완전히 극복될 것이었다.&nbsp; &nbsp; &nbsp; &nbsp; &nbsp; &nbsp; &nbsp;p.28<br>이 책은 &lt;감정의 혼란&gt;, &lt;체스 이야기&gt; 등 세계문학전집과 &lt; 어두울 때에야 보이는 것들이 있습니다&gt;라는 미공개 에세이로 만났던 슈테판츠바이크 유일한 회고록이다. 국내에는 1995년에 출간된 적이 있는데, 30여 년 만의 새로운 번역으로 개정판이 출간되었다. 초판 1쇄는 양장본이었고, 2쇄부터는 무선 제본으로 나온다. 버건디 컬러 표지와 슈테판 츠바이크의 초상까지 너무 고급스럽다. 양장본이 더 아름답긴 하지만, 무선 제본은 겉 표지를 벗겨내면 안쪽에 근사한 문양이 숨겨져 있는 것도 깜짝 선물같다. 겉 표지를 뒤집어서 씌우면 새로운 북커버를 씌운 듯한 느낌도 난다.&nbsp;<br><br><br>무려 700페이지가 넘는 엄청난 두께의 이 책은 제1차 세계대전과&nbsp; 제2차 세계대전을 고스란히 겪었던 그 시간들을 모두 담고 있다. 그가 이 책을 집필할 것은 제2차 세계대전이 발발한 직후이고, 육십 세가 되어가는 나이에 망명객의 신세로 타국을 떠돌고 있던 때이다.&nbsp;그런 시기이다보니 잃어버린 유럽에 대한 추억과 회한을 기록으로 남기고자 이 책을 쓴 것이 아닐까 짐작해 볼 수 있다. 제1차 세계대전과 제국의 붕괴, 베르사유체제, 인플레이션, 파시즘의 부상, 나치의 집권, 망명과 추방, 제2차 세계대전.... 이러한 세계사의 거대한 사건들을 단순한 역사적 기록이 아니라 개인의 '경험'이자 문학적 '회고'로 만날 수 있다는 데 이 책의 특별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nbsp; 어쩌면 지금 시대를 살고 있는 이들은 살아생전 단 한번도 경험해 볼 수 없는 사건들을 경험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역사 교과서에서 만났던 거대한 사건뿐만 아니라, 그러한 일이 벌어졌을 때 세계는 어떤 분위기였고, 사람들은 무엇을 느끼고 두려워했는지를 통해 그 시간 속으로 들어가서 함께 경험하는 듯한 기분이었다.&nbsp;<br><br><br><br>모든 장황하고 지루한 것에 대한 이러한 반감은 필연적으로 타인의 작품을 읽는 것으로부터 나 자신의 작품을 쓰는 일로 옮겨갈 수밖에 없었고, 나로 하여금 특별한 경계심을 갖도록 훈련시켰다. 본래 나는 가볍게 물 흐르듯 창작을 한다. 책의 초고를 쓸 때 나는 느슨하게 펜이 가는 대로 내버려두며, 마음에 두고 있는 것들을 줄줄이 써 내려간다. 마찬가지로 전기작품에서는 우선 내가 사용할 수 있는 상상 가능한 모든 종류의 세세한 기록물들을 다 활용한다.&nbsp; &nbsp; &nbsp; &nbsp; &nbsp; &nbsp; &nbsp; p.524<br>이 책은 슈테판 츠바이크의 유년 시절부터 시작된다. 세상 모든 것에 호기심 넘치고, 집중적으로 독서를 했던 학창 시절에 대한 글들은 청춘의 아름다운 빛깔로 가득하다. 필하모닉 단원들의 리허설에 몰래 들어가기도 하고, 헌책방을 뒤지고 다녔으며, 어제 이후로 새로 나온 책이 무엇인지 알아내기 위해 매일 서점의 진열장을 꼼꼼히 살펴보고, 구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이든 읽었던 시절. 빈의 커피하우스에 대한 대목도 그 시절에 대한 향수를 듬뿍 느끼게 해주었다. 문학적 열정 덕분에 일찍부터 끊임없는 토론과 분석을 통한 비판적인 식별력을 갖추게 되는데, 그 시절의 예술에 대한 강박적 열광과 미적인 것에 대한 터무니없을 정도의 과대평가가 결국 그를 작가로 이끈 것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nbsp;<br><br><br>츠바이크를 비롯해 젊은이들은 스스로의 문학적 야망에 완전히 파묻혀 정치와 사회 문제에는 눈곱만큼도 관심이 없었다. 도시가 들끓고 대중이 들고 일어났지만, 그들은 시를 쓰고 그것에 대해 토론했다. 그리고 수십 년이 흐른 후 지붕과 벽이 머리 위로 무너져 내렸을 때에야 비로소 그들은 새로운 세기가 이미 시작되어 있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20세기 초 이성과 진보에 대한 믿음이 그 어느 때보다 굳건했던 순간과, 그 모든 것이 두 차례의 세계대전으로 산산조각 나는 것을 모두 지켜본다는 것은 어떤 기분일까. 이토록 혼란스러운 시대를 통과하면서도 문학과 삶을 향한 애정과 인간에 대한 신뢰를 잃지 않았던, 한 인간의 초상은 먹먹한 감동과 가슴 아픈 여운을 남겨 주었다.&nbsp;<br>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전쟁이란 뉴스 화면에서나 접하게 되는 너무나 먼 일이다. 지구촌 어디에선가 늘 벌어지고 있는 것이 전쟁이고, 한 나라를 둘로 쪼개어 살고 있는 우리이지만 말이다. 이 책을 읽으며 전쟁이라는 것이 한 개인에게 어떻게 다가오는 것인지, 한순간에 삶이 산산조각난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그럼에도 그 모든 일들이 언젠가는 지나가고 시간은 흐르고 역사가 쌓여 오늘이 되었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되는 시간이었다. 츠바이크는 이 책의 출간도, 세계대전의 끝도 보지 못한 채 생을 마감했다. 그럼에도 그가 마지막으로 남긴 기록은 한 시대에 대해 남긴 20세기 최고의 증언이다. 폐허 위에서도 삶은 다시 시작되고, 감당하기 너무나 벅찬 순간도 결국은 지나가게 마련이다. 이 책을 통해 어떤 상황에서도 버텨낼 수 있다는 위로와 희망을 느껴보자!<br><br>]]></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39875/8/cover150/k182130410_3.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98750859</link></image></item><item><author>피오나</author><category>마이리뷰</category><title>세계적 물리학자의 존재 수업 - [우리는 서로를 통해 존재한다 - 만물의 평등에 관하여]</title><link>https://blog.aladin.co.kr/769431145/17558228</link><pubDate>Tue, 06 Oct 2026 23:42: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69431145/17558228</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382131888&TPaperId=17558228"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40236/75/coveroff/k382131888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382131888&TPaperId=17558228"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우리는 서로를 통해 존재한다 - 만물의 평등에 관하여</a><br/>카를로 로벨리 지음, 김현주 옮김 / 쌤앤파커스 / 2026년 09월<br/></td></tr></table><br/>*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br><br><br>과학 문제의 어려움은 새로운 아이디어를 찾는 것보다 당연해 보였던 생각에서 벗어나는 데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과학은 확실하게 안다고 생각했던 것들이 사실은 틀렸음을 발견하는 과정이 되기도 합니다. 따라서 확실성을 절대적인 것으로 여긴다면 지식의 발전을 방해하게 됩니다... 과학은 확실성에 기반해 발전하지 않고, 불확실성을 바탕으로 발전합니다. 절대적 확실성은 우리 삶과 무관하고, 도달할 수 없으며, 지식을 습득하는 데 장애물이 됩니다.&nbsp; &nbsp; &nbsp; &nbsp; &nbsp; &nbsp; &nbsp; &nbsp; &nbsp;p.62~63<br>지구에 사는 우리는 공통된 시간이 존재한다고 느낀다. 지구 내에서는 전화만 하면 뉴욕에 있는 사람과도, 상하이에 있는 사람과도 바로 옆에 있는 것처럼 통화를 할 수 있다. 하지만 더 넓은 우주로 범위를 확장하면 그렇지 않다. 가장 가까운 별까지도 신호가 왕복하는 데 수년이 걸리기 때문이다. 따라서 공통된 시간이라는 개념은 지구의 이웃들 사이에서는 통하지만, 우주 전체에서는 통하지 않는다. 사실 지구는 우주 어디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독특한 곳이다. 지구에는 대륙의 견고함으로 고정된 장소가 존재하기 때문에, 우리는 우주의 다른 곳에서는 통하지 않는 방식으로 공간을 생각한다.<br>여기서 카를로 로벨리는 흥미로운 가정을 시작한다. "나는 같은 자리에 있다"는 말은 '나는 지구의 단단한 표면에서 움직이지 않는다'라는 의미이다. 그러나 딛고 설 표면이 없는 거대 가스 행성 목성에서는 "나는 같은 자리에 있다"라는 말이 어떤 의미인지 불분명해진다는 거다. 그는 철학과에서 공부하는 한 청년과 토론하던 중 이런 이야기를 들었다고 한다. "카를로 씨, 어떤 물체가 움직이거나 정지해 있다는 것을 완전하게 구분할 수 있는 기분이 분명히 있을 거예요." 그 학생은 관찰할 수 없음에도 절대운동이라는 실체가 있다고 믿고 있었다. 그의 생각은 어느 부분이 오류일까? 그 친구가 간과한 것은 개념이 경험의 산물이며, 우리의 경험이 항상 그렇듯 제한적이므로, 개념으로 현실 세계를 온전하게 설명하기에는 충분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이다. 이 책은 2024년 미국 프린스턴대학교에서 진행된 카를로 로벨리의 강의를 엮은 것이다. 과학혁명의 철학적 의미에 관한 심도 있는 이야기를 들려주지만, 그의 전작들처럼 과학을 인문학처럼 읽을 수 있는 책이었다.&nbsp;<br><br><br>우리가 세상을 관찰하고 연구할 때, 우리는 세상과 동떨어진 초월적 주체가 아닙니다. 우리는 우리가 알고 묘사하는 세상의 일부입니다. 우리는 현실에 낯선 존재가 아니라 오히려 그 안에 편안하게 자리 잡고 있는 존재입니다. 제가 이 책 전반에 걸쳐 주장한 것처럼, 주관적 관점은 물리학과 동떨어져 있지 않습니다. 현실의 관계적 본질과 그로 인한 관점주의를 인식하면, 현대 과학과 일관되게 세계를 해석하기 위한 유일한 선택지가 바로 주관적 관점입니다. 진리는 주관적입니다.&nbsp; &nbsp; &nbsp; &nbsp; &nbsp; &nbsp; &nbsp; &nbsp; &nbsp; p.230<br>이 책에는 총 일곱 번의 강의가 담겨 있다. 양자 물리학의 이질적 핵심을 다루고, 지식과 세상 사이의 연결 고리를 어떻게 이을 수 있을지 논의하며, 20세기의 두 가지 개념적 도약인 양자와 아인슈타인의 공간, 시간, 중력에 관한 개념을 살펴본다. 그리고 시간의 흐름에 대한 물리적 기반을 논의하고, 오늘날 우리가 자연에 관해 어떻게 생각할 수 있는지 이야기하며, 확실성과 궁극적 근거를 갖추기 어려운 지식을 종합해 본다. 강의를 엮은 것이라 그만큼 수월하게 읽히지만, 여러 번 곱씹어 생각해 볼 만한 대목들이 많았다. 간단한 상황을 가정하거나, 질문을 던지면서 시작되는 강의들이 많았는데 굉장히 싱거운 질문인 것처럼 느껴져도 이어지는 내용을 읽다 보면 계속 생각에 빠지게 만들어 주는 것이 신기했다.&nbsp;<br>흥미로운 내용이 많았지만, 그 중에서도 '과학은 확실하게 안다고 생각했던 것들이 사실은 틀렸음을 발견하는 과정이 되기도 한다'는 말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과학 문제의 어려움은 새로운 아이디어를 찾는 것보다 당연해 보였던 생각에서 벗어나는 데 있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확신을 의심할 수 있을 때, 새로운 것을 배울 가능성이 열린다는 것이 우리 시대 과학의 핵심 메시지라고 그는 말한다. 어떤 관점에서도 옳은 진리, 변치 않는 고유성, 절대적 확실성이란 존재하지 않으며, 우리 모두가 서로를 통해서, 관계 속에서만 존재하며 의미를 지닌다는 것은 우리가 과학책을 읽을 때 전혀 기대하지 않던 통찰이다. 진리는 주관적인 것이라고 그는 말한다. 우리는 서로, 세상과 함께 상호 작용하며 서로를 마주하고 살아간다. 무엇보다 우리가 일상에서 보는 세계와 과학이 설명하는 세계가 서로 모순되지 않는다는 것, 우리가 과학을 통해 알게 된 사실과 우리에게 보이는 세상이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깨달음이 근사하게 느껴졌다. 카를로 로벨리의 책을 읽을 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분명 양자역학을 비롯해서 각종 과학적 정보들로 가득한데도 불구하고 이상하게 철학적이고, 문학적인 사유를 느끼게 해준다는 것이 놀라웠다.&nbsp; 물리학을 새로운 방식으로 느껴보고 싶다면, 과학을 문학처럼 경험해보고 싶다면 이 책을 만나보자!<br><br><br>]]></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40236/75/cover150/k382131888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402367577</link></image></item><item><author>피오나</author><category>마이리뷰</category><title>좋아하는 것을 매일 한다는 것.  - [빵, 공원, 농구하는 소녀]</title><link>https://blog.aladin.co.kr/769431145/17557429</link><pubDate>Tue, 06 Oct 2026 15:51: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69431145/17557429</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392131867&TPaperId=17557429"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40130/20/coveroff/k392131867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392131867&TPaperId=17557429"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빵, 공원, 농구하는 소녀</a><br/>천선란 지음, 이주향 그림 / 달 / 2026년 09월<br/></td></tr></table><br/>*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br><br><br>'밤의 새벽'과 '아침의 새벽' 그 어디에 붙여도 밤의 고요함이나 감미로움, 아침의 활기참이나 싱그러움이 붙지 않은 고독한 적막의 시간. 나는 꽤 오래전부터 그 시간을 멈춘 시간이라 여겼다. 시간의 빈틈이라 불렀고, 우주를 지배한 순간이라 느꼈다. 지구의 시간이 통하지 않는 시간 축이다. 나는 언제부턴가 그 시간에 눈을 뜨기 시작했다. 가끔은 새벽 세시 사십분, 조금 더 자면 새벽 네시 이십분. 어쨌든 새벽 네시.&nbsp; &nbsp; &nbsp; &nbsp; &nbsp; &nbsp; &nbsp; &nbsp; &nbsp; &nbsp; p.20<br>달 출판사의 여행그림책 시리즈의 세 번째 책이다. 이병률 시인의 파리 편이었던 &lt;좋아서 그래&gt;, 나태주 시인의 탄자니아 편이었던 &lt;돌아보니 그곳이 천국이었네&gt;에 이어 이번에는 천선란 작가의 뮌헨 편이다. 나태주 시인의 책을 읽었었는데, 시인이 탄자니아에서 보낸 시간들이 손에 잡힐 듯 그려져 참 좋았던 기억이 있다. 붉은 땅에서 솟아오르는 붉은 흙먼지와 그 속에서도 예쁘고 싱싱하고 깨끗하게 피어난 꽃들, 선인장도 말라죽는 땅에서도 견디며 사는 바오밥나무들, 가시나무 우거진 산 비탈길을 넘어 만난 소와 염소와 당나귀 떼, 가도 가도 끝없는 모래벌판 사막길에 느닷없이 열린 샘물... 그리고 먼지와 바람과 햇빛, 그 속에 서 있는 사람들... 아름다운 언어로 빚어낸 시와 담백한 그림들 덕분에 꼬박 21시간을 날아가야 만날 수 있는 풍경을 간접 체험할 수 있었다.&nbsp;<br><br><br>천선란 작가는 문화 교류 프로그램으로 독일 뮌헨에서 한 달을 보내게 된다. 항상 창작과 강연, 행사 등 꾸준히 일해온 소설가로서의 삶도 최대치였고, 십 년 넘게 재활병원에 입원중인 치매에 걸린 엄마를 돌보는 딸의 삶도 만만치가 않았기에, 내가 나로서 살아갈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 왔다. 그런데 이번 기회에 직업인으로서의 사회적 가면과 가족을 돌봐야 하는 자식의 가면을 벗고, 비로소 온전한 자신으로 존재하는 시간을 갖게 된 것이다.&nbsp;<br>독일 마트에서 매일 사 먹었던 묵직하고 심심한 흑빵과 뮌헨에서 지내는 동안 낮의 절반 이상을 보냈던 수많은 공원들이 낯설고도 고요한 시간을 선사해준다. 그리고 소설가도, 딸도 아닌, 온전히 ‘한 명’ 혹은 ‘한 개’로 존재하며 자신의 민낯을 마주하게 된다. '몇백 년 전 여성에게 자기만의 방이 필요했다면, 이제 우리에게는 자기만의 공원이 필요하다.'라는 작가의 말이 인상적이었는데, 작가가 서른 번의 날 동안 매일 비슷한 공원에 앉아 깨달은 것이기에 더 와닿았다. 기대에 부응하고 싶고 누구도 실망시키지 않다는 생각에 잘해야 한다는 압박을 나도 모르게 하게 되는 것이 대부분일 것이다. 그래서 가끔은 내가 그냥 나인, 시시하고 허무한 사실을 곱씹어볼 필요가 있는 것이다.&nbsp;<br><br><br>나라는 가면이 아니라 아무것도 쓰지 않은 나도 존재한다는 것을 하염없이 공원에 앉아 느낀다. 몇백 년 전까지 여성에게 자기만의 방이 필요했다면, 이제 너무도 많은 기대를 품고 사는 우리에게 자기만의 공원이 필요하지 않을까.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딸로서 혹은 엄마로서 잘해야 한다는 압박 속에 너무 오랫동안 내 민낯을 보지 못한 우리에게 말이다.&nbsp; &nbsp; &nbsp; &nbsp; &nbsp; &nbsp; &nbsp; p.74<br>한국어는 물론이고 그나마 익숙한 영어나 일본어, 중국어도 들리지 않는 세계. 작가는 그곳에서 완벽한 이반인으로서의 삶을 경험한다. 사람들의 웃고 떠드는 소리조차 물살이나 새소리처럼 배경음악이 되는 시간. 어디에도 속하지 않았기에 살면서 처음으로 '일인 팀'이 된 기분을 느끼며 한 달이라는 시간을 경험한다. 새벽 네 시에 눈을 뜨고, 공용 주방에서 아침을 준비해 먹고 외출 준비를 마치면 일곱시쯤, 숙소를 나온다. 일찍 문을 여는 근처 카페에서 소설을 쓰고, 정오가 되면 식료품 마트로 가서 매일 다른 메뉴들과 요거트를 사서 점심을 먹는다. 오후에는 다른 작가들과 시간을 보내거나, 각자의 시간을 보낼 때는 전시를 하나씩 보고 온 뒤, 해가 조금 내려간 네시쯤 공원에 간다. 정해진 루틴 대로 차곡차곡 쌓이는 시간들이 느껴져 부럽기도 했다.&nbsp;<br><br><br>작가는 늘 같은 장소에서 농구공을 던지는 소녀를 만난다. 다 해진 농구 골대에 계속 농구공을 던지던 소녀는 끊임없이 실패하는 중이었다. 이유는 알 수 없었지만, 소녀는 그날 이후로도 계속 농구를 하고 있었다. 무언가에 몰두해서 얼굴 근육이 이상하게 일그러져 있는 얼굴을 한 채로. 좋아하는 일을 할 때는 그렇게 마음뿐만 아니라 온몸이 그것으로 향하게 되니까. 출국 전날 마지막으로 들른 공원에서도 소녀를 만났는데, 역시나 공은 골대를 빗나가고 있었다. 소녀에게는 농구가, 작가에게는 글쓰기와 같지 않을까 생각한다. 실패해도 그다지 부끄럽지 않은 것, 그저 내가 나를 만족시킬 때까지 끝없이 하는 것, 마음과 몸이 전부 다 쏠리는 것이니까. 잘하든 못하든 매일 한다는 건, 좋아한다고 당당해 말해도 된다는 것을 말이다.&nbsp;<br>책에 수록된 아름다운 수채화 그림들이 계절의 온도와 공원의 공기, 드넓은 숲의 푸르름과 바닥에 공 튀는 소리, 모래의 촉감, 새벽 네시의 적막까지 고스란히 느낄 수 있게 해줘 더 좋았다. 누구나 직업과 관계와 책임 속에서 여러 이름으로 불리고, 그에 맞는 역할을 하며 살아간다. 이 책은 그러다보니 잃어버린 나 자신을 다시 마주볼 수 있게 해준다. '자기만의 공원'이 필요한 당신에게, 추천해주고 싶은 책이다.&nbsp;<br><br>]]></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40130/20/cover150/k392131867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401302066</link></image></item><item><author>피오나</author><category>마이리뷰</category><title>추리소설의 트릭은 어떻게 만들어졌는가  - [에도가와 란포의 트릭 해부학 - 추리소설의 트릭은 어떻게 만들어졌는가]</title><link>https://blog.aladin.co.kr/769431145/17555115</link><pubDate>Mon, 05 Oct 2026 10:11: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69431145/17555115</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202131172&TPaperId=17555115"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40192/13/coveroff/k202131172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202131172&TPaperId=17555115"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에도가와 란포의 트릭 해부학 - 추리소설의 트릭은 어떻게 만들어졌는가</a><br/>에도가와 란포 지음, 김효진 옮김 / AK(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 2026년 09월<br/></td></tr></table><br/>*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br><br><br>실로 오싹하고 불가사의한 수수께끼다. 이처럼 도저히 불가능해 보이는 수수께끼를 합리적으로 풀어낼 수 있다면 얼마나 통쾌하겠는가. 이것이 바로 소설 속 밀실 트릭이 탄생한 계기다. 탐정소설의 묘미는 얼핏 불가능해 보이는 기묘한 수수께끼를 기지와 논리로 명쾌하게 풀어내는 데 있으며, 그 대표적인 예가 바로 밀실 사건이다... 밀실은 기하학 도식처럼 구체적이어서 애매한 부분이 전혀 없고, 그 불가능성을 가장 명확하게 전달할 수 있다는 특징이 있다.&nbsp; &nbsp; &nbsp; &nbsp; &nbsp; &nbsp; p.150~151<br>에도가와 란포는 현대 일본 미스터리의 기반을 닦고 대중화시킨 일본 추리 문학의 아버지다. 그는 아직 미스터리라는 장르가 대중들에게 뿌리 내리기 전 영미 추리 소설의 영향이 짙은 탐정 소설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그의 본명은 히라이 다로, 그의 필명은 누구나 알고 있듯이 '에드거 앨런 포'의 이름에서 착안한 것이다. 그가 창조한 아케치 고고로는 일본 최초의 사립탐정으로, 그의 작품들은 일본 추리소설의 초석으로 평가받고 있다. 에드거 앨런 포가 역사상 최초의 탐정 오귀스트 뒤팽을 탄생시켰듯, 란포 또한 이 작품들 속에서 아케치 고고로라는 일본 최초의 명탐정을 낳았다.<br>이 책은 에도가와 란포가 탐정소설 속 트릭에 관해 썼던 평론 및 수필을 편집하여 수록한 것이다. 에도가와 란포가 세계의 수많은 추리소설들을 섭렵하고 연구해서 트릭을 유형별로 해설하고 정리한 책이라 추리소설 장르를 좋아하는 독자라면 놓치지 말아야 할 귀중한 자료다. 또한 이 책에는 긴다이치 고스케 시리즈의 작가 요코미조 세이시와의 대담도 수록되어 있다. '탐정소설을 말하다'라는 주제로 이야기를 나눈 것이라 굉장히 재미있게 읽었다. 에도가와 란포는 자료를 축적할 생각으로 영미 탐정소설을 읽으며 작품 속 트릭을 기록하기 시작했고, 읽은 작품들의 목록을 만든 뒤 수록된 트릭의 빈도표를 작성한다. 그렇게 해서 단편소설 속 트릭 4~500여 종을 수집할 수 있었다고 하니, 이런 자료를 이렇게 편하게 읽어도 되나 싶은 마음도 들었다. 그렇게 수집한 작례의 수가 총 821건이나 된다고 하니, 그야말로 트릭 대백과 사전이라고 해도 좋을 것이다.&nbsp;<br><br><br>이처럼 줄거리만 늘어놓아서는 그 진정한 묘미를 전할 수 없다. 직접 읽어보라고 권할 수밖에 없지만, 나는 이 스릴을 무척 좋아한다. 도스토옙스키의 스릴이라고 하면 가장 먼저 이것이 떠오를 정도다. 그 안에는 비늘처럼 층층이 포개진 수많은 스릴이 겹쳐 있다. 그리고 그 여러 겹의 스릴 한가운데서 뱀의 눈처럼 번뜩이고 있는 스릴이 바로 이것이다. 말 그대로, 스릴 중의 스릴이다.&nbsp; &nbsp; &nbsp; &nbsp; &nbsp; &nbsp;p.277<br>본격 추리소설의 진수는 작품 속 트릭의 독창성에 있다. 아무리 기발한 트릭을 떠올렸더라도 선례가 있으면 가치를 잃는다. 그래서 작가가 늘 경계하며 신경 써야 하는 것은 자신이 고안한 트릭이 다른 작품의 그것과 유사하지 않은가 하는 점이다. 그러니 유형별 트릭들을 체계적으로 모아 정리해둔 이 책은 전문 추리작가들에게 더없이 유용한 참고서가 되어줄 것 같다. 또한 추리, 미스터리 장르를 즐기는 독자들에게도 작품 속 정교한 트릭의 매력을 한껏 즐길 수 있기에 흥미로운 시간이 될 것이다.&nbsp;<br>탐정소설이라는 소설 형식이 탄생한 지 110여 년 만에 세계 각국의 탐정소설 작가들이 앞 다투어 트릭의 창의성을 겨루면서 인간이 생각해 낼 수 있는 트릭은 거의 다 나왔다는 말도 있다. 그렇다면 이제 완전히 새로운 트릭을 고안할 여지가 없다는 걸까. 이 책에 수록된 수백 건의 트릭들을 하나씩 읽다 보면 익숙한 방법도 있고, 정말 기발하다고 생각되는 것들도 있었다. 범인의 인물에 관한 트릭부터 범죄 현장과 흔적, 범행 시간, 흉기와 시간에 관한 트릭 등 종류도 굉장히 많았다. 탐정소설은 수수께끼가 어려울수록 흥미롭기 때문에, 현실에서는 도저히 불가능할 법한 일을 가능한 것처럼 그리는 경우가 많다. 물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범죄가 밝혀졌을 때는 그것이 분명 실현 가능한 것이라야 설득력을 얻을 수 있겠지만 말이다. 이 책에는 트릭에 관련된 내용 이외에도 이상한 범죄 동기, 탐정소설에 나타난 범죄 심리, 마술과 탐정소설, 기이한 독살 등 다양한 기법 들이 담겨 있다. 워낙 추리 소설을 오래 읽어왔고, 미스터리 장르 자체를 사랑하는 독자로서 그 매력을 새삼 깨닫게 되는 시간이었다. 탐정소설과 범죄 문학에 대해 구조적으로 분석하고, 스릴을 만들어 내는 장치라던가 수수께끼를 풀어나가는 방식을 통해 장르 자체를 온전히 느낄 수 있게 해준 책이었기 때문이다. 추리소설 팬이라면 꼭 놓치지 말고 소장하길 권해주고 싶은 책이다.&nbsp;<br><br><br><br><br>]]></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40192/13/cover150/k202131172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401921349</link></image></item><item><author>피오나</author><category>마이리뷰</category><title>시리즈를 거듭할수록 더 재미있어 진다! - [큐레이터]</title><link>https://blog.aladin.co.kr/769431145/17554123</link><pubDate>Sun, 04 Oct 2026 18:26: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69431145/17554123</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602131577&TPaperId=17554123"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40225/45/coveroff/k602131577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602131577&TPaperId=17554123"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큐레이터</a><br/>M. W. 크레이븐 지음, 김해온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26년 09월<br/></td></tr></table><br/>*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br><br><br>"가서 좀 쉬어요, 틸리. 내일이면 이 좆같은 걸 셜록 홈즈처럼 조사해야 할 거예요."브래드쇼가 낄낄거렸다."전형적인 포네요. 트위터에 올려야겠어요.""어림없는 소리."그가 말했다.&nbsp; &nbsp; &nbsp; &nbsp; &nbsp; &nbsp; &nbsp; &nbsp; &nbsp; &nbsp; &nbsp; &nbsp;p.114<br>크리스마스 시즌, 도시 곳곳에서 신체 일부가 발견된다. 손가락 한 쌍이 #BSC6이라는 문구가 쓰인 종이와 함께 각기 다른 장소 세 곳에서 발견된 것이다. 범인은 무슨 이유로 신체를 훼손해 전시하는 걸까. 곧 피해자들의 신원이 밝혀지지만 여성 피해자 두 명과 남성 피해자 한 명 사이에서 그 어떤 연관성도 찾을 수가 없다. 중범죄수사국 형사 워싱턴 포와 데이터 분석가 틸리 브래드쇼가 수사에 투입되지만, 범행 수법에도 공통점이 없었고, 별다른 증거도 없어 수사는 난항을 겪는다. 범인은 각각의 피해자에게 서로 다른 절단 방식을 썼고, 피해자들의 성별도 달랐고, 마취된 상태에서 사망한 피해자도 있었으며, 마취가 풀릴 때까지 기다렸다가 극심한 고통 속에 절단을 당해 죽은 피해자도 있었다. 한마디로 범행 수법에 일관성이 없었으니, 뭔가 연결 고리를 발견할 만한 부분이 없었다는 거다.&nbsp;<br>범인은 길거리 싸움꾼이 아니라 돌처럼 차가운 살인자였다. 두 사람은 범인에게 점점 가까워지는 과정 속에서 '블루 웨일 챌린지'라는 게임에 대해 듣는다. 이 게임은 50일 동안 하루 하나씩 일련의 시험을 하는 것으로 마지막에는 피해자가 자살하게 유도한다. 전체 숫자는 논쟁의 여지가 있지만 러시아에서만 100명이 넘는 취약자들이 자살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고 하니, 놀라울 따름이다. 유일한 용의자였던 남자는 자신은 그저 게임에 참여했을 뿐이라고 주장하는데, 틸리는 그가 '안와전두피질 조절장애' 즉, 세뇌에 시달리고 있다는 사실을 밝혀낸다. FBI 요원의 말에 따르면 포와 틸리가 쫓는 그자는 단순 연쇄살인마가 아니라 훨씬 더 위험한 존재, 스스로를 '큐레이터'라고 부르는 자, 악의 근원인 무언가라고 한다. 자, 과연 포와 틸리는 '큐레이터'를 어떻게 찾아낼 수 있을까. 매번 독보적인 트릭을 완벽한 설계로 선보여온 크레이븐은 이번 작품에서 보다 완성도 높은 이야기를 보여주며 이어질 다음 작품도 기대하게 만들어 주었다.&nbsp;<br><br><br>그때 마음속 깊은 곳에서 뭔가가 꿈틀거렸다. 그는 머리 감기를 멈췄다. 포는 자신의 머리가 브래드쇼의 맞춤 프로그램과 비슷하다는 걸 알았다─읽은 것을 절대 멈추지 않고 계속 처리했다. 들은 것도, 본 것도.......어떤 기억이 떠올랐다. 너무 생생해서 꼭 과거로 되돌아간 기분이었다.두 눈이 번쩍 뜨이고, 하나하나 연결되면서 각각의 증거가 지금 펼쳐지는 악몽에 깔끔하게 맞아떨어졌다.&nbsp; &nbsp; &nbsp; &nbsp; &nbsp; &nbsp; &nbsp; p.447<br>&lt;퍼핏 쇼&gt;, &lt;블랙 서머&gt;에 이은 '워싱턴 포' 시리즈 세 번째 작품이다. 이 시리즈는 현재 8권까지 출간되어 있고, TV 드라마로도 제작될 예정이다.&nbsp; 이 시리즈는 첫 작품으로 '골드 대거상'을 수상했고, 3회 연속으로 골드 대거상 후보에 선정되었을 정도로 탄탄한 서사와 겹겹의 반전, 독특한 캐릭터의 힘이 잘 어우러진 이야기를 보여준다. 특히나 포가 자신의 직관을 이용해 수사하는 과정이 인상적인 시리즈이다. 작가가 차곡차곡 쌓아온 단서들이 퍼즐 조각들이 되어 하나로 맞춰지면서 제자리를 찾아가는 과정이 너무 흥미로웠다. 작고, 겉보기에는 무의미해 보이는 사건이 어느 순간 눈덩이처럼 점점 커져서 하나의 결과를 만들어 내는 과정을 짜임새있게 그려내고 있어 수사 과정 자체에 더 즐기면서 읽을 수 있도록 해준다.&nbsp;<br>또한 이 시리즈의 가장 큰 장점은 바로 &lt;밀레니엄&gt;을 넘어설 강력한 수사 듀오의 탄생이다. 뛰어난 지능으로 수학을 전공했지만 아이큐가 150 미만인 사람과는 대화하는 걸 힘겨워할 정도로 사회성이 부족한 데이터 분석가 틸리 브래드쇼와 뛰어난 직관으로 사건을 해결하는 수사관이지만 불의를 참지 못하는 성격이 문제인 브래드 쇼는 각자 다른 이유로 친구가 없었지만 이상하게 마음이 잘 맞는 수사 듀오이다. 틸리는 포와 콤비가 되면서 점차 사회성을 키워나가고 있어 시리즈를 거듭할 수록 보다 정상적인(?) 캐릭터처럼 등장한다. 하지만 포는 알고 있다. 그녀가 이따금 평범해 보이더라도 그건 절대 오래가지 않는다는 것을. 시리즈 첫 번째 작품 외에는 틸리의 비중이 그다지 높은 편은 아니지만, 색다른 두 사람의 케미와 독특한 캐릭터의 매력으로 극에 몰입감을 더해주는 존재임에는 분명하다. 개인적으로는 틸리의 분량이 좀 더 많았으면 하는 바람이지만, 아마도 틸리가 서사의 중심에 있었다면 지금과는 완전히 다른 작품이 만들어졌을 것 같긴 하다. 시리즈 4편인 &lt;데드 그라운드&gt;는 최고의 스릴러소설에 주는 '이언 플레밍 스틸 대거상'을 수상했고, 또 다른 주요 범죄문학상 후보에도 올랐다고 해서 매우 기대 중인데, 국내에서도 빨리 만나볼 수 있기를 바래본다.&nbsp;<br><br>]]></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40225/45/cover150/k602131577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402254513</link></image></item><item><author>피오나</author><category>마이리뷰</category><title>소리, 몸짓, 냄새로 소통하며 진화해 온 생물들  - [공생의 언어 - 소리, 몸짓, 냄새로 소통하며 진화해 온 생물들]</title><link>https://blog.aladin.co.kr/769431145/17552579</link><pubDate>Sat, 03 Oct 2026 18:45: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69431145/17552579</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65968593&TPaperId=17552579"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40182/84/coveroff/8965968593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65968593&TPaperId=17552579"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공생의 언어 - 소리, 몸짓, 냄새로 소통하며 진화해 온 생물들</a><br/>롭 던 지음, 송근아 옮김 / 흐름출판 / 2026년 09월<br/></td></tr></table><br/>*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br><br><br>인간은 수천 가지에 달하는 상리공생 파트너들에게 의존하며 살아가지만, 그런 존재답게 행동하지는 않는다. 우리는 이 상리공생 관계들을 잘 돌봐야만 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런 당연한 의무를 외면하고 있다. 인간은 마치 이 세상에 홀로 존재하는 것처럼, 세상의 다른 생명들과 동떨어져 우리만의 미래를 그릴 수 있는 것처럼 살아가고 행동한다. 나는 이러한 사고방식이 망상에서 비롯되었으며, 무엇보다도, 몹시 외로운 방식이라고 생각한다.&nbsp; &nbsp; &nbsp; &nbsp; &nbsp; &nbsp; &nbsp; &nbsp; &nbsp;p.15<br>우리는 다른 종들과 끊임없이 관계를 맺으며 살아간다. 몸 안팎의 미생물들을 비롯해 동물과 자연과의 관계에 기대어 살고 있다. 이번에 만난 책은 살아 있는 자연의 한 측면인 '상리공생'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그중에서도 인간과 다른 종들 사이의 상호 이익 관계에 초점을 맞춰 이야기를 풀어 나간다. '상리공생'이란 둘 이상의 종이 상호작용을 하며 이익을 주고받는 관계를 말한다. 어떤 상리공생은 긴밀하게 얽힌 상태로 매우 오랜 기간 지속되기도 하지만, 어떤 상리공생은 아주 짧고 일시적인 만남에 불과하기도 하다. 천연발효 빵, 효모로 만든 맥주, 인간의 얼굴에 서식하는 진드기, 개미에 의한 씨앗 확산 등... 상리공생이라는 낯선 개념은 생각보다 우리 가까이에 있다.&nbsp;<br>인간과 다른 종들 사이의 상호작용을 이야기할 때, 작가나 과학자들은 흔히 경쟁이나 포식, 지배에 관한 이야기를 중심에 두곤 한다. 하지만 인간이야말로 지금껏 존재한 모든 종 가운데 가장 많은 상리공생적 상호작용을 해온 존재다. 저자는 흰개미를 연구하며, 다양한 형태의 상리공생을 도처에서 마주했다고 한다. 수십 종의 벌새들이 꽃들의 수분을 돕는 중개자 역할을 하는 보상으로 꿀을 얻었고, 거대한 잎꾼개미 무리는 자신들이 기르고 먹는 균류와 상리공생 관계를 맺는다. 들판 나무 아래 서 있는 소들은 먹이를 소화하는 데 필수적인 세균을 몸 안에 품고 있고, 나무들 또한 땅속과 낙엽층 속에 있는 균류의 균사망으로부터 영양분을 얻으며, 그 균류들은 나무에 의존하고 있다. 벌집이 있는 곳으로 인간을 안내하는 큰벌꿀길잡이새, 물고기 떼가 나타나면 위치를 알려 인간과 함께 사냥한 범고래, 인간에게 터전을 내어주는 대신 자손을 퍼뜨리는 나무, 냄새로 자연의 언어를 통역해주는 개.... 협력으로 살아남은 자연의 역사에서 우린 무엇을 배워야 할까.&nbsp;<br><br><br>생물처럼 생각하기의 근본에는 이해하려는 갈망, 그리고 우리의 제한된 감각이 만들어낸 장벽을 허물려는 열망이 자리한다. 모든 종에는 저마다의 움벨트, 즉 자신만이 지각하는 세계가 존재한다. 우리는 다른 생명의 움벨트로 들어설 길을 찾아야 한다. 진화생물학자 해리 그린처럼 이렇게 물어야 한다. "검은꼬리방울뱀으로 사는 건 어떤 기분일까? 집굴뚝새로, 혹은 우리집 개 라일리로 산다면 또 어떨까?" 이처럼 다른 존재의 관점에서 사고하려는 노력은 종종 과학적 돌파구로 이어진다.&nbsp; &nbsp; &nbsp; &nbsp; &nbsp; &nbsp; &nbsp; &nbsp; &nbsp; p.155<br>오늘날 인류는 거의 모든 열량을 단 10종의 식물과 5종의 동물에 의존하고 있다. 현재 우리 몸을 이루는 탄소 원자의 거의 80퍼센트가 단 10종의 곡물에서 생산된다. 이러한 삶의 방식은 광대한 숲과 그 숲을 이루던 나무들 수조 그루를 베어 버리도록 만들었다. 우리는 곡물에 의존하는 생활 방식으로 숲을 잃었지만, 그 덕분에 인구를 늘릴 수 있었다. 그리고 동시에 우리는 나무가 여전히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사실을 그 어느 때보다 선명히 알게 되었다. 인종과 문화가 각기 다른 사람들이 거주지를 확대하고, 연료와 경작지를 얻기 위해 수천 년에 걸쳐 숲을 훼손하고, 지구를 파괴해왔다. 진화생태학자인 롭 던은 이 책에서 인류의 조상이 나무 위에 살던 시절부터 현대 문명에 이르기까지 자연과 협력하며 진화해온 과정을 보여주며, 기후 변화가 일어날 때마다 협력 관계를 통해 살아남은 인류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리고 지금 인류는 새로운 협력 관계가 필요할지도 모르는 시대에 발을 내딛는 중이다.&nbsp;<br>전 세계의 숲은 인류 때문에 존재하기도 하고, 사라지기도 한다. 인류 또한 숲이 존재하느냐 사라지느냐에 따라 번성하기도 하고, 쇠퇴하기도 한다. 우리는 나무로부터 배우고, 나무로부터 혜택을 얻는다. 사라져 가는 숲을 지키지 않는다면, 결국 우리는 생태적 회한을 느끼며 그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다. 더 많은 상리공생과 덜 외로운 미래를 만들기 위해서, 우리 주변의 다른 종들에게 귀 기울이고, 접촉하고, 냄새 맡고, 함께 관계를 맺으며 살아가야 한다. 이 책을 통해 우리가 다른 모든 생명과 맺는 상호 관계를 이해하고, 그 관계에 주의를 기울이며, 미래를 함께 숙고하면서 그 가운데에서 어떤 선택을 해야 할지 고민해볼 수 있는 시간이 된다면 좋을 것 같다. 우리의 더 나은 삶을 위해,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해서 말이다.&nbsp;<br>]]></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40182/84/cover150/8965968593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401828458</link></image></item><item><author>피오나</author><category>마이리뷰</category><title>죽음 앞에서 우리가 묻게 되는 것들.  - [난파선의 선장들 - 당장의 삶, 다가올 죽음, 그 사이를 채운 책에 관한 216일간의 대화]</title><link>https://blog.aladin.co.kr/769431145/17552145</link><pubDate>Sat, 03 Oct 2026 12:20: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69431145/17552145</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942131670&TPaperId=17552145"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40226/10/coveroff/k942131670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942131670&TPaperId=17552145"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난파선의 선장들 - 당장의 삶, 다가올 죽음, 그 사이를 채운 책에 관한 216일간의 대화</a><br/>김새섬.김진경 지음 / 어크로스 / 2026년 09월<br/></td></tr></table><br/>*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br><br><br>그렇다 하더라도 46세에 닥친 뇌종양을 담담하게 받아들이기는 힘들 것 같다. 새섬은 정말로 운명을 원망하지 않는 걸까?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것은 마지막 순간까지도 운명의 부당함에 대해 분개했던 이반 일리치 같은 캐릭터다. 자신은 잘못한 게 없는데 왜 이른 죽음이라는 벌을 받아야 하느냐며, "왜, 도대체 무슨 이유 때문에 내가 이토록 끔찍한 일을 당해야 하는 거지?"라고 울부짖던 이반 일리치의 반응이 더 자연스럽다. 그러나 새섬은 "삶은 원래 부조리로 가득하다"고 말했다.&nbsp; &nbsp; &nbsp; &nbsp; &nbsp; &nbsp; &nbsp; &nbsp;p.41<br>누구나 언젠가는 죽게 마련이다. 하지만 납득하기 어려운 이유로 예상보다 일찍 죽음을 맞닥뜨리게 되면, 억울한 마음에 스스로를 연민하게 될 수밖에 없다. 못다 한 일, 이루지 못한 꿈, 결코 먹어보지 못할 음식과 읽지 못할 책, 남은 이들이 나 없이 살아갈 인생... 그런데 여기, 자기 연민을 찾아볼 수 없는 담담한 태도로 '왜 하필 나인가'라고 묻지 않고, '왜 나만 예외겠는가'라고 말하는 이가 있다. 온라인 북클럽 ‘그믐’의 김새섬 대표이다. 남편인 장강명 작가의 소설 &lt;서성이다&gt;를 통해 그가 악성 뇌종양 진단을 받기까지의 과정에 대해서는 이미 알고 있었다. 장강명 작가는 갑작스러운 아내의 뇌종양 발병 이후, 병원과 현실적인 문제들 사이에서 흔들리던 남편의 심리를 통해 자신의 실제 경험담을 들려 주었다.&nbsp;<br>이번에 만난 책은 그가 투병 이후 시작한 팟캐스트 &lt;암과 책의 오디세이&gt;를 듣고 스위스에서 김진경 작가가 인터뷰를 요청해 이루어진 것이다. 인터뷰는 죽음을 다룬 책의 한 구절을 소개하고 그에 관련한 질문과 답변이 오가는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암 환자에게 좋다는 음식을 찾아다니거나 가혹한 운명을 원망하는 대신 자신의 이야기를 세상에 알리기로 한 것은 암에 맞서는 방식치고는 꽤나 독특한 편이다. 어떻게 그럴 수 있었을까. 각종 치료 방법을 모두 동원하더라도 평균 생존 기간이 12~14개월인, 악성도가 매우 높은 뇌종양 진단을 받고서 말이다. 이 책에 수록된 인터뷰가 진행되는 동안에도 그는 방사선 치료와 항암 치료를 병행하는 표준 치료를 진행했고, 두 번째 수술을 했으며, 강연 무대 세바시에서 죽음을 대하는 자신의 태도에 대해 이야기했고, 오랜 꿈이었던 스탠드업 코미디에도 도전해 이뤄냈다. 좋은 죽음이란 결국 좋은 삶으로부터 나온다는 것을 온몸으로 증명해내고 있는 것이다.&nbsp;<br><br><br>"재미있는 책을 읽으면 등장인물에 푹 빠져들죠. 내가 그 사람이 되어서 현실을 잊고 다른 세계로 가는 거예요. 다른 한편으로는 책을 읽으면서 어릴 때부터 사물과 상황에서 한 발짝 뒤로 물러서는 연습을 한 것 같아요. 역사 속 전쟁, 지금은 사라진 위인, 이런 얘기를 읽으면서 저절로 그런 연습이 됐어요. 스스로를 객관화하는 거예요."역할극에 몰입한 배우와 같은 구체적인 삶, 동시에 그 상황에서 한 발짝 물러서 자신의 다양한 역할을 객관적으로 관조하는 추상적인 삶. 새섬의 이중생활이다.&nbsp; &nbsp; &nbsp; &nbsp; &nbsp; &nbsp; &nbsp; &nbsp; &nbsp; p.248<br>이 책은 레프 톨스토이의 &lt;이반 일리치의 죽음&gt;으로 시작한다. 아마도 죽음에 관한 글에서 가장 많이 인용되는 문학작품일 것이다. 이반 일리치는 고등법원 판사로 재직하던 중 알 수 없는 병에 걸려 마흔다섯의 나이로 죽게 된 남자다. 그는 마지막 순간까지 자신이 죽는다는 점을 억울해하며 스스로를 연민한다. 김새섬 대표는 이반 일리치의 마음을 이해한다면서도, 나는 특별한 존재가 아니고 세계는 나 없이도 잘 돌아가기 때문에 나만 특별한 대접을 받을 이유가 없다고 말한다. 나쁜 짓을 한 것도 아니고, 그저 성실하게 살아온 자신이 왜 죽을병에 걸렸냐고 끊임없이 원망하면서 연민을 갈구하던 이반 일리치의 모습은 사실 우리 모두의 모습이기도 하다. 그런데 자신이 특별히 귀할 것도 없고, 그러니 남들보다 짧을 삶을 산다고 크게 아쉬울 것도 없다고 생각할 수 있다니 그 초연한 태도를 배우고 싶다고 생각했다.&nbsp;<br>그는 말한다. 내 가족이 왜 이런 일을 겪어야 하는지, 내가 무슨 잘못을 했는지 매일 스스로 물어보지만 답을 찾을 수가 없다고. 인생이란 그런 것이고, 우리는 최선을 다해 그 현실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이다. 아무런 준비도 없었는데 갑자기 죽음이 성큼 다가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을 때의 공포는 어떤 것일까. 좋은 죽음이란 무엇이며, 그 속에서도 왜 인간은 책을 읽어야 하는가. 죽음 앞에서 필연적으로 마주하게 되는 자기 연민을 어떻게 다룰 것인가. 고통은 삶의 영역인가 죽음의 영역인가... 많은 것들을 생각하게 해주는 책이었다. 누구나 한번쯤 죽음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는 생각도 들었다. 때가 되면 내가 탄 배도 난파할 것이다. 당신이 탄 배도 마찬가지다. 그러니 우리는 언젠가 난파될 것을 알면서도 원하는 방향으로 뱃길을 잡아야 하는 난파선의 선장들이다. 이 책이 그 항해의 연료가 되어줄 것이다.&nbsp;<br><br>]]></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40226/10/cover150/k942131670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402261034</link></image></item><item><author>피오나</author><category>마이리뷰</category><title>21세기형 스파이 스릴러! - [슬로 호시스]</title><link>https://blog.aladin.co.kr/769431145/17551057</link><pubDate>Fri, 02 Oct 2026 19:36: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69431145/17551057</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812130233&TPaperId=17551057"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40018/75/coveroff/k812130233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812130233&TPaperId=17551057"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슬로 호시스</a><br/>믹 헤런 지음, 권영주 옮김 / 비채 / 2026년 08월<br/></td></tr></table><br/>*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br><br><br>그새 계단에 이르러 있었다. 평소 사람들을 지하로 빨아들이는 계단이 이제 사람들을 토해내고 있었다. 주위에 충만한 주된 감정은 짜증이었지만 술렁거림에서는 공포와 억눌린 패닉도 느껴졌다. 많은 이들이 어떤 일은 어디까지나 다른 사람에게만 벌어진다고 생각한다. 그 어떤 일 중에 죽음도 있다. 스피커에서 나오는 안내 방송은 그런 믿음을 차츰 무너뜨렸다. '이 역은 폐쇄됐습니다. 가장 가까운 출구로 대피해주시기 바랍니다.'&nbsp; &nbsp; &nbsp; &nbsp; &nbsp; &nbsp; &nbsp; &nbsp; &nbsp;p.15<br>실수는 누구나 할 수 있다. 하지만 추락은 한순간에 시작된다. 지하철 승강장에서 자폭 테러를 막지 못해서, 기밀 정보가 담긴 디스크를 열차에 두고 내려서, 거액을 횡령해 모습을 감춘 사무직원을 놓쳐서, 심각한 사고를 일으켜서, 작전에 실패해서... 그 외에도 약물에 알코올, 풍기 문란, 정치적인 이유와 배신이 얽혔을 수도 있다. 온갖 사연으로 MI5 본부에서 좌천된 요원들을 모아놓은 지상 감옥, 바로 슬라우 하우스이다. 누구의 관심도 받지 못하는 직장에서, 아무 의미 없는 일을 아무런 열의 없이 하는 사람들과 함께 있는 것은 이들에게 매우 기운 빠지는 일이다. 모두들 그곳에서의 하루하루를 버텨내기 위해 애쓴다. 막장에 오게 됐다는 좌절감을 넘어, 자신이 지금 중요한 일을 하는 중이라고, 빛이 드는 양지로 다시 기어 올라가기 위한 사다리의 첫 단이라고 스스로를 설득해야 했다.&nbsp;<br>슬라우slough, 즉 진창에 있는 거나 다름없다는 뜻의 '수렁의 집'은 어떤 공문서에도 존재하지 않고, 명함과 문패도 없는 비공식적인 이름이다. 사람들은 그들을 '슬로 호스', 느린 말이라고 부른다. 사용 기한이 지난 부적격자들을 모아다 아날로그 시대의 서류들과 함께 방치하는 무덤이나 다름없기에 그들은 정보국 작전에 동원되지도, 유용한 임무를 부여받지도 못한다. 서류를 작성하고 관리하며, 본부의 심부름을 할 뿐이다. 그렇게 어제와 다를 바 없는 오늘만 계속되던 어느 날, 무슬림 청년을 납치한 극우 단체에서 '사십팔 시간 뒤 목을 베겠다'는 처형 예고 영상을 올리면서 런던이 발칵 뒤집힌다. 보안국이 실패했을 때는 사람들이 거리로 나와 무고한 피해자를 위해 묵념에 동참하며 그날을 기리지만, 성공은 금세 잊힌다. 만약 이번 일이 실패로 돌아가 텔레비전으로 생중계되는 가운데 시민이 참수될 경우, 누군가 책임을 져야 했다. 과연 슬라우 하우스는 보안국의 핵심 작전에 관여할 수 있을까. 인질 사건이라는 참극을 기회로 삼으려는 이들과 테러 행위를 막아야 하는 이들의 머리싸움이 시작된다.&nbsp;<br><br><br>미친 인간도 밤에는 자신보다 더 미친 인간을 알아본다. 남자가 슬그머니 사라진 뒤 홉든은 호흡을 가다듬었다. 온갖 고약한 냄새가 짬뽕이 된 공기를 허파 가득 들이마신 다음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집으로 돌아갈 수는 없었다. 어쩌면 영원히 못 돌아갈지도 모른다. 그렇게 생각하니 묘하게 기분이 좋아졌다. 어쨌거나 그곳으로는 돌아가지 않겠다. 사실 갈 수 있는 곳은 많지 않았다. 사람은 누구나 늘 문을 활짝 열고 맞아줄 장소가 필요하다. 그러나 홉든에게는 그런 곳이 없었다.&nbsp; &nbsp; &nbsp; &nbsp; &nbsp; &nbsp; &nbsp; &nbsp; p.253~254<br>누적 400만 부 이상이 판매된 ‘슬라우 하우스'의 첫 작품이 드디어 출간되었다. 이 시리즈는 2022년부터는 게리 올드먼 주연의 애플TV 오리지널 드라마로 제작되어 현재 시즌 6까지 제작되어 방영되고 있다. 스파이 문학의 정통성 위에 냉소적 유머, 관료주의와 정치와 경제를 향한 날카로운 풍자를 얹어 '21세기형 스파이 스릴러'를 만들었다는 평가를 받는 작품이라 전부터 매우 궁금했는데 드디어 만나보았다. 원작 소설을 먼저 읽으려고 일부러 드라마는 찾아 보지 않았는데, 소설을 읽고 나니 드라마 시리즈도 챙겨볼 수밖에 없을 것 같다.&nbsp;<br>제임스 본드와 조지 스마일리로 대표되는 냉전 시대의 스파이는 이제 한물 갔다고 생각했다면, 이 작품은 지극히 현재적이고 생동감 넘치게 21세기형 첩보물’을 만들어 냈다. 기존의 스파이 문학들이 속임수와 배신, 은폐 등으로 가득한 세계 속에서 벌어지는 오해와 갈등, 그리고 첩보 활동을 전면에 내세웠었다면, 이 작품은 전혀 다른 방식으로 이야기를 풀어낸다. 매 순간 세상과 주변 모든 사람들과 자기 자신까지 의심하면서 살아야 하는 것이 스파이라는 존재의 숙명이라면, 이 작품 속 인물들은 어제와 오늘이 같고, 다가올 내일 또한 다르지 않는 직장인들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으니 말이다. 거대한 음모의 플롯보다는 각 개인의 내면과 관계에 더 중점을 두고 이야기를 풀어나가고 있어 더 공감할 수 있는 작품이 만들어진 게 아닌가 싶다. 또한 시리즈가 계속 이어질 정도로 사랑받는 이유는 미워할 수 없는 안티히어로인 슬라우 하우스의 수장 아래 좌천되어 모이게 된 요원들이 현대 직장인들의 삶을 리얼하게 보여주며 각자의 매력을 현실적으로 구축하고 있기 때문이다. 자, 후속작인 &lt;데드 라이언&gt;도 곧 나온다고 하니 앞으로 이어질 이야기도 기대해보자!<br>]]></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40018/75/cover150/k812130233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400187576</link></image></item><item><author>피오나</author><category>마이리뷰</category><title>보석 같은 우리말 사전! - [박완서의 낱말들 - 아름다운 낱말 하나를 얻는 순간 세계는 곱절로 선명해진다]</title><link>https://blog.aladin.co.kr/769431145/17549698</link><pubDate>Thu, 01 Oct 2026 22:50: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69431145/17549698</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01300702&TPaperId=17549698"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40181/36/coveroff/8901300702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01300702&TPaperId=17549698"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박완서의 낱말들 - 아름다운 낱말 하나를 얻는 순간 세계는 곱절로 선명해진다</a><br/>박완서 지음, 호원숙 엮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26년 09월<br/></td></tr></table><br/>*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br><br><br>밖에선 햇살보다 더 밝게 창호지를 비추며 분분하게 낙화지던 앵두꽃도 살구꽃도 지금은 흔적 없이 사라지고 그 자리엔 녹두빛 잎이 '연연하게' 돋아나고 있었다. 꽃의 흔적이 열매가 되어 부풀기도 전이건만 꽃이 지던 날은 먼먼 옛날처럼 가물거렸다.&nbsp; &nbsp; &nbsp; &nbsp; &nbsp; &nbsp; &nbsp;─ 「미망 1」, 238쪽<br>난분분하다, 괄다, 소삽하다, 짜득짜득, 귀살스럽다... 이 중에서 뜻을 바로 알아차릴 수 있는 말이 얼마나 될까. 대충 짐작은 하더라도 정확한 뜻을 알 수 없는 순우리말이 세상엔 너무나 많다. 난분분하다는 눈이나 꽃잎 따위가 흩날리어 어지럽다는 뜻이고, 괄다는 불기운이 세다, 소삽하다는 길이 낯설고 막막하다, 짜득짜득은 물건이 잘 끊어지지 아니할 정도로 검질긴 모양을 말하며, 귀살스럽다는 일이나 물건 따위가 마구 얼크러져 정신이 뒤숭숭하거나 산란한 느낌이 있다는 뜻이다.&nbsp;<br><br><br>이 책에 수록된 120개의 우리말들은 박완서 작가의 수많은 명작 속에서 엄선한 것이다. 자연을 닮은 말, 귀로 듣고 눈으로 보는 말, 삶을 일구는 말, 마음이 하는 말, 사람을 읽는 말이라는 카테고리로 단어들을 나누어 구성해 다채로운 낱말 사전이 되었다. 평소에 일상에서 잘 사용하지 않거나, 들어보지 못한 말들이 많아서 더 재미있는 시간이었다. 각 단어의 사전적인 의미와 함께 해당 단어가 쓰인 책의 한 대목이 함께 수록되어 있어 사전처럼 찾아 읽기도 좋고, 여백에 문장을 필사해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귀여운 일러스트가 곳곳에 삽입되어 있어 읽는 즐거움을 더해주며, 양장본이라 사전처럼 곁에 오래 두고 자주 펼쳐 보아도 튼튼하게 만들어 졌다.&nbsp;<br><br><br>엄마는 이미 그런 각오까지도 굳힌 듯 '구메구메' 껴주었던 혼숫감 같은 것까지 다 꺼내 내 피난 짐을 챙기면서 연방 "너라도 좋은 세상 살아야지." 하는 소리를 되풀이했다.&nbsp; &nbsp; &nbsp; &nbsp; &nbsp; &nbsp; &nbsp; &nbsp;─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 300쪽<br>박완서 작가의 책상 가까이에는 늘 사전이 있었다고 한다. 나중에는 나달나달해지고 결국에는 제본이 여러 조각으로 풀어졌을 정도로 열심히 펼쳐보신 두껍고 무거운 사전 덕분에 이렇게나 아름다운 단어들이 작품 속에서 빛을 발할 수 있었을 것이다. 우리가 평소에 사용하는 단조롭고, 빈약한 어휘들에 생기를 불어넣어 주고 싶다면 이 책을 만나보길 권해주고 싶다.&nbsp;<br>층층시하라는 말이 부모, 조부모 등의 어른들을 모시고 사는 처지를 뜻하는 말이라는 것, 갓난아이가 두 팔을 머리 위로 벌이고 자는 잠을 '나비잠'이라고 표현한다는 것, 두 사람의 말이 서로 어긋날 때, 제삼자를 앞에 두고 전에 한 말을 되풀이하여 옳고 그름을 따지는 것을 무릎맞춤하다,라고 한다는 것 등 처음 접하게 되는 표현들이 너무 많아 정말 재미있게 읽었다. 보깨다, 아뜩하다, 생급스럽다, 징건하다, 애면글면, 약비나다 등의 단어들은 너무 낯설어서 그 의미조차 추측이 되지 않았다. 정작 뜻을 알고 보면 친근해지는 표현들인데 말이다.&nbsp;<br><br><br>초판 한정 특별 부록으로 반년 다이어리 형태로 된 '낱말 수집 노트'를 받을 수 있다. 본책 표지와는 또 다른 일러스트로 완성되어 너무 예쁘다. 필사하기 쉽도록 360도 펼쳐지는 제본이며, 단어들을 모아 수집할 수 있도록 소장 가치를 더한 양장본으로 만들어졌다.&nbsp;<br>어느 하나 식상한 표현이 없으며, 삶의 매순간을 적확한 언어로 명징하게 그려내는 단어들로 가득한 책이다. 페이지만 펼쳐도 우리를 낯설고도 신비로운 단어의 세계로 이끌어 준다. 단순히 단어들을 모아둔 것이 아니라, 해당 단어가 표현된 책 속 구절이 같이 있으니 박완서 작가의 책을 다시 찾아 읽고 싶게 만들기도 한다. 이 책 속에 담긴 단어들을 다 익히고, 필요할 때 떠올릴 수 있다면, 우리가 보고 느끼는 세상은 완전히 달라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막연하게 느껴지는 감정을 보다 선명하게, 불투명하던 생각들을 보다 구체적으로 와 닿게 만들어 주는 단어들이었으니 말이다. 이 책을 통해 한글의 소중함과 아름다움을 새삼 깨닫게 되는 시간이 된다면 좋을 것 같다.&nbsp;<br>]]></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40181/36/cover150/8901300702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401813692</link></image></item><item><author>피오나</author><category>마이리뷰</category><title>인간과 생태계를 잇다.  - [패치 인류세 - 인간과 생태계를 잇는, 인류학의 새로운 자연사]</title><link>https://blog.aladin.co.kr/769431145/17547465</link><pubDate>Wed, 30 Sep 2026 22:51: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69431145/17547465</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422131371&TPaperId=17547465"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40200/62/coveroff/k422131371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422131371&TPaperId=17547465"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패치 인류세 - 인간과 생태계를 잇는, 인류학의 새로운 자연사</a><br/>애나 로웬하웁트 칭 외 지음, 김희정 옮김 / 해나무 / 2026년 09월<br/></td></tr></table><br/>*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br><br><br>이 모든 것이 삶의 과정을 역사적 시간 안에서 생각하게 한다. 유기체는 주변 환경과의 관계 속에서 변화하고, 이 변화는 유전자 변이, 후성유전학적 발현, 적응, 혹은 체내 미생물 군집을 포함하는 공생관계에 의해 생길 수 있다. 이런 과정을 통해 각각의 유기체는 모두 역사의 당당한 주체이자 주인공이 된다. 이들이 역사에 반응해서 끊임없이 변화하는 동안, 역사는 그들의 변화에 반응한다. 교란 생태학에서 지질학적 과정에 이르기까지 자연과학계에도 이러한 방향으로 가는 다른 변화들이 있다.&nbsp; &nbsp; &nbsp; &nbsp; &nbsp; &nbsp; &nbsp; p.192<br>상처 난 소나무 껍질 아래에 서식하는 붉은송진나무좀은 원산지인 북아메리카에서는 그다지 큰 피해를 끼치지 않는다. 그런데 북아메리카에서 중국 산시성으로 대량 수출된 가공되지 않은 산업용 목재에 이 벌레들이 함께 실려 가면서 문제가 생겼다. 중국의 렙토그라피움 프로세룸 진균 종을 만난 붉은송진나무좀이 공생관계를 이루어 나무들을 몰살시키기 시작한 것이다. 사실 산업적 목재 무역이라는 인간 활동이 없었다면 해충들이 북아메리카에서 중국으로 옮겨갈 이유가 없었다. 한때 얌전하기 그지없던 식물이 온세상의 물을 질식시키는 지경에 이르게 된 경우도 있다. 부레옥잠은 한때 식물원들이 가장 원하는 식물이었다. 그런데 관리할 수 없을 정도의 속도로 부레옥잠이 번식하자, 식물원들은 부레옥잠을 걷어내 강에 대량으로 던져 넣었고, 그 결과 강둑, 호수, 운하, 철도 도랑, 늪, 웅덩이, 저수지, 심지어 논에서도 이 식물이 자라기 시작한 것이다. 이러한 사례들 모두 모두 인간이 교란시켜놓은 환경 덕분이었다.&nbsp;<br>이렇게 특정 지역에서 인간의 인프라에 의해 변형되었지만, 더 이상 인간의 통제를 받지 않는 상태가 되어 버린 상황들이 바로 인류세 개념을 형성하게 된 배경이 되었다. '인류세'란 '인간이 만들어 가는 새로운 지질시대'를 뜻하는 말로 인간이 자연을 교란하고 훼손시키면서 초래한 환경위기가 대두되면서 만들어진 표현이다. 열대야와 폭염이 지속되는 기후 현상을 비롯해서 지구온난화로 인해 벌어지는 일들은 이제 단순한 환경 문제를 넘어섰다. 인류가 파괴한 자연생태계를 복원하고, 지구의 지속 가능성을 회복시키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에 대해 고민하는 책들을 꽤 읽어 봤는데, 새로운 시각으로 인류세를 바라볼 수 있게 해준다. 인류세는 전 지구적인 현상인 동시에 매우 가까이에서 벌어지는 개인적인 일이기도 하다. 그러니 특정 지역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를 들여다보지 않은 채 인류세를 이해하는 것은 불가능하다.&nbsp;<br><br><br>이 책에서 우리는 서로 다른 지식 전통들과 함께 작업하고 그 전통들을 아우르는 큐레이션의 방식으로 '포개 쌓기'를 주장했다. 우리는 다양한 형태의 지식을 한데 모음으로써 어떻게 포괄적인 이질성이 가능해져서 인류세 세계가 파열하고 재구성됨에 따라 벌어지는 일에 대한 인식을 확장하고 구체화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었다. 그리고 '페럴 아틀라스'의 디지털 구조가 어떻게 패치적 인식론을 실행에 옮겨서, 불협화음과 예상치 못한 연결의 미학을 만들어내는지 설명했다... 연구자들이 서로를 존중하면서 학문적 차이를 관계 안으로 가지고 들어오게 하는 방법은 없을까?&nbsp; &nbsp; &nbsp; &nbsp; &nbsp; &nbsp; &nbsp; p.361~362<br>이 책은 조각보처럼 서로 분리된 채 인류세 현상을 보이는 특정 지역들을 가리키는 '패치'라는 단어를 사용해 '패치 인류세'라는 개념을 새롭게 제시하고 있다. &lt;세계 끝의 버섯&gt;을 쓴 애나 로웬하웁트 칭이 현장의 인류학자들과 함께 쓴 이 책은 인류세 현상을 세심하게 관찰할 수 있도록 돕는 현장 안내서이기도 하다. 인류세 패치는 다양한 장소에서 다양한 규모로 일어나고 있기에, 이 책을 통해 환경 변화의 문제를 좀 더 구체적이고, 명확하게 파악할 수 있게 되었다. 저자들은 댐, 운하, 단일 경작지 등 인간이 구축한 산업적 인프라가 빚어낸 낯선 생태적 현실을 조명하며 인간이 통제할 수 없는 환경 속에서 번성한 생물과 무생물이 야기시키는 예측 불가능한 변화에 대해 이야기한다. 무엇보다 인간 중심적 시각에서 벗어나, 인간과 다른 생명체를 동등한 행위자로 마주하는 ‘인간 너머’의 관점을 제시한다는 점이 매우 인상적인 책이었다.&nbsp;<br>인류세의 희망은 빅데이터가 아니라 '현장'에 있다고 말하는 이 책은 인간 너머 존재들이 공존하는 세상에서 벌어지는 일을 의식하고, 식별하고, 이름을 알고, 이해하는 법을 가르쳐준다. 인간이 자초한 환경 재앙의 심각성을 알아차리고 그 속에서 살아가는 법을 배울 수 있도록 훌륭한 가이드가 되어준다. 전 세계에 걸쳐 생태계가 변화하는 과정에서 위기에 처한 것이 무엇인지, 누가 어떤 방식으로 영향을 받는지는 주체와 장소에 따라 달라질 수밖에 없다. 패치 형태의 인류세를 분석하는 과정에서 전 지구적 현상의 특수성과 그 특수성이 가지는 전 지구적 의미를 새로운 눈으로 바라볼 수 있게 된다. 인문학과 예술을 넘나드는 인류학자들이 진행한 일종의 패치 인류세 현장 보고서로 집필된 이 책은 결코 읽기 수월하진 않았지만, 막연하게 알고 있던 인류세라는 개념을 보다 제대로 이해할 수 있도록 해주었다. 자연과 인류세를 바라보는 새로운 시선을 통해 우리가 만들어가고 있는 세계의 변화에 관심을 갖게 되는 계기가 된다면 좋을 것 같다.<br>]]></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40200/62/cover150/k422131371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402006280</link></image></item><item><author>피오나</author><category>마이리뷰</category><title>서늘한 역사 미스터리의 매력!  - [단두대와 욕조]</title><link>https://blog.aladin.co.kr/769431145/17546006</link><pubDate>Wed, 30 Sep 2026 15:58: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69431145/17546006</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32925879&TPaperId=17546006"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40167/85/coveroff/8932925879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32925879&TPaperId=17546006"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단두대와 욕조</a><br/>조나탕 베르베르 지음, 이상해 옮김 / 열린책들 / 2026년 09월<br/></td></tr></table><br/>*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br><br><br>&lt;넌 어떤 게 선한 행동인지 생각을 너무 많이 해.&gt; 아들이 무기에 화약을 부어 넣는 걸 보며 아버지가 말했다. &lt;우린 전쟁 중이야. 도덕이 낄 자리는 없어. 언제나 이긴 쪽이 옳은 법이지. 네가 할 수 있는 건 승리에 공헌하는 거야. 우리가 승리하면 우리의 삶은 달라지지 않을 거야. 반대로 패하면…… 우리 군의 일선이 어떻게 됐는지 너도 봤잖니, 안 그래?&gt;&nbsp; &nbsp; &nbsp; &nbsp; &nbsp; &nbsp; &nbsp; p.84<br>프랑스 혁명기, 시몽은 셀 없이 많은 전투에 참여했고, 전쟁은 그의 일상이 되었다. 화염에 휩싸인 도시들, 사람들이 마치 곤충이라도 되는 듯 쓸어버리는 총탄들... 아무리 정의로운 대의를 위해 싸운다지만, 이젠 전쟁이 지긋지긋해지고 있었다. 자유와 변화에는 대가가 따르게 마련이라고, 병사들이 그 대가를 치르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하며 버티는 시간들이었다. 그리고 드디어 전쟁이 끝이 난다. 시몬은 고향인 낭트의 집으로 향한다. 어서 부모님을 만나 푹 자고 일어나 전쟁 전의 세상으로 되돌아가고 싶었다. 그런데, 집에는 아무도 없었다. 한 달 전쯤엔가 도매상인들이 모조리 체포되었는데, 그 과정에서 거칠게 저항했던 아버지가 그 자리에서 총살당했고, 어머니는 감옥에 끌려갔다는 것을 알게 된다.&nbsp;<br>시몽은 자신에게 모든 걸 가르쳐 준 사람을 두 번 다시 보지 못한다는 사실을 도무지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 신중하고 사려 깊은 성격의 시몽이었지만, 이제 &lt;복수&gt;라는 하나의 생각에 사로잡히게 된다. 그리고 무작정 총독의 집으로 쳐들어간다. 조심스럽게 소총을 장전하고는 눈 덮인 풀숲에 엎드려 총독이 오기를 기다린다. 드디어 총독이 등장했고, 시몽은 그를 죽이는 동시에 자신이 목숨을 잃는다 해도 상관없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결정적인 순간에 자신을 창녀라고 소개하는 한 여자가 나타나 그를 막는다. 머리에 총알을 박아 넣는 것보다 훨씬 더 잔인한 복수를 제안하겠다고, 이건 혼자서 완수할 수 있는 복수가 아니라고 말이다. 이유 없이 끌려간 사람들, 하루아침에 모조리 사라진 죄수들... 시몽의 개인적인 복수는 어느새 도시 전체의 비밀과 얽히기 시작한다. 자, 과연 시몽은 아버지 죽음의 진상을 밝히고, 복수에 성공할 수 있을까.&nbsp;<br><br><br>하지만 그 흐름의 힘, 매 순간 한결같은 소리를 내며 흐르는 그 모든 물이 그가 거기에 빠져 죽을 뻔했다는 사실을 일깨워 주었다. 하지만 자연이란 원래 그런 것이었다. 자연은 인간사를 개의치 않고, 그들의 결점이나 거짓, 잔인함이나 희망은 아랑곳하지 않은 채, 자신의 흐름을 따라가며 상황에 따라 그들의 목을 축여 줄 수도 있고, 혹은 집어삼켜 죽일 수도 있었다. 그를 삼켜 버릴 뻔했던 그 힘 뒤에는 어떠한 의지도 없었다. 그것은 하나의 수단에 지나지 않았다.&nbsp; &nbsp; &nbsp; &nbsp; &nbsp; &nbsp; &nbsp; &nbsp;p.614<br>이 작품은 조나탕 베르베르의 신작이다. 대중의 찬사 속에 화려하게 데뷔한 젊은 작가 조나탕 베르베르는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아들이다. 국내에는 그의 첫 작품인 &lt;심령들이 잠들지 않는 그곳에서&gt;가 먼저 소개된 적이 있다. 심령술과 마술, 탐정 수사가 뒤얽힌 기이하고 매력적인 세계인 선보였던 전작에 이어 &lt;불화의 아이들&gt;이라는 미스터리 작품을 선보였고, &lt;등장인물 연구 일지&gt;에서는 인공 지능의 소설이라는 흥미롭고 시의적절한 소재를 색다르게 풀어낸 이야기를 보여주었다. 스릴과 반전이 있는 미스터리로서도 재미있었고, 하나의 창작물이 어떤 과정을 거치는지에 대해 보여주는 메타픽션으로서도 인상깊게 읽었던 기억이 있다.&nbsp;<br>이번 신작에서는 프랑스 역사상 가장 잔혹한 내전으로 여겨지는 방데 전쟁을 배경으로 한 역사 미스터리를 선보인다. 철저한 조사와 취재를 바탕으로 자유와 평등의 상징이자 찬란한 승리로 기억되는 프랑스 혁명 뒤에 숨겨진 어둡고 추악한 진실을 들여다보는 작품이었다. 이 작품의 부제는 〈방데의 한을 풀어 준 남자의 이야기〉이다. 방데는 프랑스 서부의 지역으로, 프랑스 역사상 가장 잔혹한 내전으로 여겨지는 방데 전쟁의 발원지다. 시몽의 고향인 낭트를 비롯해 방데 전쟁 중 여러 지역에서 학살이 벌어졌고, 오랫동안 언급 자체가 금기시되어 왔다. 우리의 4.3과 5.18처럼 말이다. 국가 권력에 의한 무참한 집단 학살이었던 방데 전쟁은 시대에 따라, 진영에 따라 그 평가가 갈라졌다. 이 전쟁의 역사적 맥락에 대해서는 옮긴이의 말에 자세히 소개되어 있으니 참고해서 읽으면 좋을 것 같다. 역사의 어두운 단면을 드러내는 스토리에 페이지수도 만만치 않은 작품이지만, 아버지인 베르나르 베르베르처럼 가독성 있게 이야기를 끌고 가는 재능은 타고난 것 같다. 역사 스릴러를 좋아한다면 적극 추천해주고 싶은 작품이다.&nbsp;<br>]]></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40167/85/cover150/8932925879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401678560</link></image></item><item><author>피오나</author><category>마이리뷰</category><title>죽은 해부학은 거짓이다.  - [인생의 해부학 - 완전한 질서 너머 삶의 의미를 찾아서]</title><link>https://blog.aladin.co.kr/769431145/17544402</link><pubDate>Tue, 29 Sep 2026 22:13: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69431145/17544402</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362131574&TPaperId=17544402"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40221/81/coveroff/k362131574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362131574&TPaperId=17544402"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인생의 해부학 - 완전한 질서 너머 삶의 의미를 찾아서</a><br/>가브리엘 웨스턴 지음, 김성훈 옮김 / 더퀘스트 / 2026년 09월<br/></td></tr></table><br/>*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br><br><br>지금도 나는 생각한다. 야단스러운 겨자색의 지방, 이 색깔이 맞자 싶을 정도로 강렬하게 내 망막을 강타하는 선홍빛의 동맥, 피막 아래 구불구불하게 흐르는 푸른 정맥, 깊은 심연에서 얼음처럼 시릴 정도로 하얀 뼈. 반면에 평범한 일상에서 피부라는 장막을 온전히 걸친 사람을 마주하는 일은, 사람이 수술대에 반듯이 누워 수술실이라는 무지갯빛 낙원에서 자신의 가장 아름다운 내면을 드러내는 모습과 비교하면 얼마나 무미건조한가.&nbsp; &nbsp; &nbsp; &nbsp; &nbsp; &nbsp; &nbsp;p.29<br>우리는 어딘가 아프거나 불편해지고 나서야 우리 몸 속 장기들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질병 덕분에 사물의 이치를 깨닫게 되고, 우리 몸 속 우주에 대해, 우리가 무엇으로 이뤄진 존재인지에 대해 돌아보게 되는 것이다. 우리는 평범한 일상 속에서 콩팥이 매일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 뇌의 작동방식은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간의 재생능력은 얼마나 뛰어나며, 허파는 우리를 어떻게 세계와 연결해주며, 피부가 나를 바깥 세상으로부터 지켜주기 위해 무슨 일을 하는지 생각해 본 적이 없다.&nbsp;<br>이 책은 뼈에서부터 자궁까지 우리 몸을 구성하는 장기들의 해부학적 사실들을 따라가는 여정을 통해 삶에 대해 이야기한다. 저자는 낡은 해부학 교과서에서 삭제된 부분들을 채워넣으며 우리의 몸에 덧씌워진 사회적, 역사적 편견들을 날카롭게 해체한다. 수십 년 동안 수술실에서 쌓아온 외과의사로서의 경험을 토대로 삶과 죽음, 그리고 인간 존재의 의미에 대해 사유한다. 어느 날 불쑥 찾아온 심장질환의 경험부터 쌍둥이를 임신하고 제왕절개 수술대에 누웠던 자신의 경험과 아들의 갑작스러운 뇌출혈까지... 저자 자신의 내밀한 삶까지 모두 담겨 있다. 흑색종을 비롯한 피부암부터 쌍둥이 제왕절개 수술, 생존기증자 간 이식수술 등을 관찰하고, 경험해온 외과의사에게도 질병은 아무런 예고 없이 찾아오게 마련이다. 지금 아무리 건강해도 누구나 늙어가고, 결국 죽음에 이르게 되는 것처럼 말이다. 그러니 우리가 알아야 할 것은, 스스로 제어할 수 있다고 믿었던 내 몸이 무너졌을 때, 어떻게 다시 시작해야 하는가, 이다.&nbsp;<br><br><br>모든 경험을 직접적으로 전달할 수는 없다. 우리가 겪는 가장 깊고 힘겨운 순간 중에는 그저 완곡하게 암시하거나 파편화된 형태로만 표현할 수 있는 것이 있다. 이런 것들을 과학의 냉철한 언어에 담기는 쉽지 않다. 그게 전부도 아니다. 객관과 주관, 직업적인 것과 개인적인 것, 지성과 감각을 통합하려는 나의 그 모든 시도에도 끝내 바뀌지 않는 의학의 본질적인 모순이 하나 남아 있다. 질병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것을 정지화면처럼 마비시켜, 움직이지 못하게 고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환자를 보살피려면 그들로부터 한 발짝 뒤로 물러서야 한다.&nbsp; &nbsp; &nbsp; &nbsp; &nbsp; &nbsp; &nbsp; &nbsp;p.360~361<br>외과의이자 유명 TV프로그램 진행자인 저자는 부검실과 수술실뿐 아니라, 투석 전문 병원, 이민자격리센터 등 다양한 현장에서 사람들의 몸을 관찰하고 들어왔다. 해부학과 의학에 관한 책을 꽤 읽어 봤음에도 불구하고, 이 책이 이야기를 풀어 나가는 형식은 굉장히 독특했다. 무엇보다 '몸'을 고쳐야 할 기계적인 부품이 아니라 무수한 삶의 이야기가 새겨진 텍스트로 바라본다는 것이 굉장히 흥미로웠다. 인간의 몸을 묘사하는데, 외과적 관점을 넘어서 그 뒤에 가려진, 보이지 않는 것들을 읽어내는 것이다. 저자는 자신이 직접 환자가 되어 보고 나서야, 아무리 훌륭한 의사라 할지라도 우리를 진정으로 이해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점을 이해하게 되었다고 말한다.<br>이 책은 수술실에서 시작해 다시 수술실에서 끝이 난다. 첫 장면에서는 여성의 시신을 해부하는 부검실을 통해 '죽음'을 보여주고, 마지막 장면에서는 사고로 죽은 젊은이의 장기들이 또 다른 생명을 살리기 위해 떠나는 과정을 통해 '삶'을 보여준다. 끝에서 또 다른 시작으로, 죽음에서 다시 삶을 살아갈 동력을 얻을 수 있도록 말이다. 서늘하고 차가운 의학 지식과 해부학적 사실들을 통해 섬세하고 다정한 연민과 위로를 느끼게 해주는 책이었다. 영문학을 전공하고 의과대학에 진학했다는 저자의 이력이 매 페이지마다 빛을 발하는, 의학책임에도 불구하고 인문학책처럼 읽히며 뭉클한 감동까지 느낄 수 있게 해주는 아름다운 책이다. 차가운 해부학의 언어로 어떻게 삶을 향한 뜨거운 찬가를 만들어냈는지 궁금하다면, 이 책을 만나보자!<br><br>]]></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40221/81/cover150/k362131574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402218178</link></image></item><item><author>피오나</author><category>마이리뷰</category><title>한 시절이 끝나도, 살은 계속된다.  - [그 부류의 마지막 존재]</title><link>https://blog.aladin.co.kr/769431145/17541225</link><pubDate>Mon, 28 Sep 2026 13:30: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69431145/17541225</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962835110&TPaperId=17541225"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28413/26/coveroff/k962835110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962835110&TPaperId=17541225"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그 부류의 마지막 존재</a><br/>시그리드 누네즈 지음, 민승남 옮김 / 엘리 / 2021년 12월<br/></td></tr></table><br/>*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br><br><br>나는 응석받이 아이로 자랄 수만 있다면 성인기의 삶을 반쯤 포기할 수도 있을 것 같았다. 앞서 우리가 연극 속에서 각자의 역할을 연기하고 있는 것 같았다고 했는데, 그건 긴장과 불안으로 가득한 그 상황의 기이함과 부자연스러움 때문이었다. 하지만 지금 말을 좀 바꾸자면, 그 자리는 일종의 리허설 같았다. 우리는 늘 지금이 아니라 다음에 일어날 장면의 리허설을 하는 중이고, 나는 그 장면이 재앙이 될 것임을 믿어 의심치 않았다... 그 장면은 우리 모두를 변하게 하고 그 장면을 목격한 사람은 이를 결코 잊지 못할 터였다.&nbsp; &nbsp; &nbsp; &nbsp; &nbsp; &nbsp; &nbsp; p.116~117<br>살면서 누구와 알고 지내는지는 꽤나 중요하다. 그로 인해 삶의 많은 경로들이 달라질 수 있고, 뜻밖의 인맥이 될 수도 있으며, 그 관계가 서로를 구원할 수도, 파괴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1968년 뉴욕 바너드 대학, 조지와 앤은 기숙사 룸메이트로 처음 만난다. 자신과 최대한 다른 세계에서 온 룸메이트를 특별히 요청했다는 앤은 부유한 명문가 출신으로 사실 흑인 룸메이트를 바랐다고 말한다. 앤은 왜 자신의 부류인 백인 상류층을 지독하게 증오하고, 가난한 사람들에게 그토록 마음을 쏟았던 것일까. 그에 반해 조지는 겨울이 여덟 달씩 이어지는 작은 소도시 출신으로 가족 중에 대학에 간 사람은 그녀가 처음이었다. 만성 피로에 지친 엄마는 가끔 손찌검을 해댔고, 자신은 절대로 엄마 같은 인생을 살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며 살아왔다.&nbsp;<br>룸메이트가 아니었다면, 살면서 한 번도 만나지 않았을 수도 있는 극과 극의 환경에서 자라온 두 사람은 끊임없이 이야기하고 서로에게 마음을 털어 놓으며 우정을 키워 나간다. 조지의 시점으로 전개되는 이야기이기에 앤을 바라보는 동경과 복잡미묘한 감정들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는 작품이었다. 앤은 똑똑했고, 에너지가 넘쳤으며, 모든 일에 적극적이었다. 무수한 정치 집회, 궐기대회, 토론회에 나갔고, 무료 급식 센터 운영을 돕고, 노숙인 쉼터에서 자원봉사도 했으며, 도서관 문맹 퇴치 센터 강사도 하면서도 높은 학점을 받았다. 앤은 자신의 활동에 조시를 참여시키고 싶어했지만, 돈이 되지 않는 일에 시간을 쓸 생각이 없었던 조시는 모두 거부했다. 조시는 대학 서점에서 일하고, 타이핑 일을 하며 점점 학교 수업에는 그만큼 멀어졌다. 조시는 앤의 에너지와 매사에 심혈을 기울이는 태도에 감탄했고, 부러웠다. 하지만 조지는 앤이 될 수 없었고, 앤도 조지처럼 살 수는 없었다.&nbsp;<br><br><br>그 이후의 시기는 내게 지옥 불처럼 끔찍했어요.순수한 낭만주의자들은 인생에 진정한 사랑은 한 번뿐이라고 믿죠. 평생 다른 사랑을 많이 하더라도 그것들은 유일한 사랑의 그림자에 지나지 않는다고 생각하죠. 난 그저 내게 무슨 일이 일어났었는지만을 알 뿐이에요. 이제야 돌이켜보며 알게 되었죠.배신의 맛은 어떨까? 내겐 레몬 절임 맛이었어요.어던 것들은 글로 적어야만 그것이 거짓임을 알 수 있죠.아무도 나를 배신하지 않았어요.&nbsp; &nbsp; &nbsp; &nbsp; &nbsp; &nbsp; &nbsp;p.507<br>대학이 혼돈과 혼란의 본고장처럼 느껴진 두 사람은 각기 다른 이유로 학교를 떠나게 된다. 둘 다 환멸을 느꼈고, 대학을 떠나고 싶어했지만 그 이유는 달랐던 거다. 앤은 여전히 세상을 바꾸려 하고 있었고, 조지는 로맨스를 찾고 있었다. 대학을 나와 조지는 대학의 에디터로 일을 하며 생계를 이어가고, 앤은 사회 운동에 헌신적이었다. 하지만 사랑에 빠진 건 앤이 먼저였고, 위층 남자와 만나고는 있었지만 사랑하는 사람은 없던 조지는 앤에게 해묵은 질투심을 느낀다. 그렇게 두 사람은 조금씩 멀어지다가 앤의 흑인 애인에 대해 사소한 대화를 나누다 크게 싸우게 된 것이 계기가 되어 연락이 완전히 끊어진다. 그리고 두 사람이 다시 만나게 되는 것은 시간이 흘러 앤이 경찰 살인죄로 신문 헤드라인을 장식하게 되면서이다.&nbsp;<br>시그리드 누네즈는 반전 시위, 민권 운동, 우드스톡, 대마초와 LSD가 혼재했던 1960년대 말의 시대를 배경으로 두 여성의 엇갈리는 삶과 우정의 연대기를 섬세하게 그려낸다. 누구나 자신과 비슷한 사람보다 거의 모든 면에서 나와 대비되는 인물에 더 끌리게 마련이다. 다르기 때문에 더 가까워질 수 있고, 이해할 수 없기에 매혹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래서 우정은 때로 사랑보다 더 깊고, 애틋하고, 잊혀지지 않는다. 이 작품에는 두 주인공 외에도 여러 여성들의 삶과 다양한 관계들이 등장한다. 혼란스럽고 뜨거웠던 시대 속에서 여성들 간의 유대와 애정, 보살핌으로 서로를 구하고, 위로해주며, 앞으로 나아가는 모습을 그려낸다. 한 시절이 끝나도 삶은 계속되고, 시대가 변해도 누군가는 고집스럽게 자신의 길을 걸어간다. 이 작품은 어쩌면 마지막이 아닐 그 존재들에게 보내는 사려 깊은 찬사이기도 하다.&nbsp;<br><br>]]></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28413/26/cover150/k962835110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284132605</link></image></item><item><author>피오나</author><category>마이리뷰</category><title>삶의 마지막에 열리는 인생의 주마등 - [환상 영화관]</title><link>https://blog.aladin.co.kr/769431145/17539549</link><pubDate>Sun, 27 Sep 2026 16:25: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69431145/17539549</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632137754&TPaperId=17539549"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9066/4/coveroff/k632137754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632137754&TPaperId=17539549"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환상 영화관</a><br/>호리카와 아사코 지음, 김선영 옮김 / 북다 / 2026년 04월<br/></td></tr></table><br/>*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br><br><br>"... 극장에 가서 자리에 앉았을 때의 즐거움이란 말로 다 할 수 없지. 자리에 앉아서 문득 뒤를 돌아보면 저 높은 곳에 자그마한 창문이 있는 거야. 극장 안이라는 게, 꼭 먼지가 떠다니잖니? ... 영사실에서 나오는 빛을 받아서 그 부분만 먼지나 티끌이 또렷하게 보이는 거야. 뭐, 먼지니 좋은 건 아니지. 하지만 어린 마음에는 마법 가루처럼 보였단다. 저 꼭대기 작은 곳에서 나오는 마법 가루가 영화가 되는 거라고 생각했어."&nbsp; &nbsp; &nbsp; &nbsp; &nbsp; &nbsp; &nbsp; &nbsp; &nbsp;p.75<br>스미레는 아침 등교길에 노신사의 유령과 마주한다. 스미레가 유령을 보는 일은 신기하기는 하지만 결코 드문 일은 아니었다. 시계는 11시를 가리키고 있었고, 이미 학교는 지각이었다. 전철에서 내리는데, 옆 차량에서 내린 한 쌍의 남녀를 보며 깜짝 놀란다. 딱 봐도 불륜임을 알 수 있는 중년 남자와 상대 여성이었는데, 그 중년 남자가 바로 스미레의 아버지였던 것이다. 요즘 일주일에 절반은 집에 안 돌아오고, 늘 휴대전화를 붙들고 있는 것이 수상했는데, 역시나였던 것이다. 화가 나서 아버지와 불륜 상대의 뒤를 쫓아가는데, 그곳은 옛날부터 좁은 2차선 차도 양옆으로 가게들이 늘어서 있는 상점가였다.&nbsp;<br>그렇게 그들을 쫓아가다 무심코 들어간 곳은 오래된 잿빛 빌딩의 로비였다. 무척 오래된 서양 영화 포스터와 한산한 매점, 충전재가 튀어나온 긴 의자와, 게르마 전기관이라는 금색 간판, 그곳은 비좁고 낡아 빠진 영화관이었다. 아버지의 불륜 현장을 맞닥뜨리고, 정신없이 달려가다 급기야 학교에도 가지 않고 영화를 보게 되다니... 열여섯 살 오늘날까지 바른길에서 벗어나 본 적 없는 스미레에게는 엄청난 하루였다. 그곳에서 영사 기사로 일하는 아름다운 남자와 사랑에 빠지고 만 스미레는 그곳에서 아르바이트를 해야겠다고 다짐을 하는데, 마침 학교에서 친구도 없고, 따돌림을 당하던 차에 학교 대신 일을 하고 싶다고 집에 선언을 해버린 것이다. 그렇게 스미레는 낡은 영화관에서 일을 하게 되는데, 그곳은 여러 모로 이상한 일들이 가득한 곳이었다.&nbsp;<br><br><br>"이해해 주는구나......"마리코 씨가 갑자기 힘차게 말했습니다."하지만 저세상에서 '돌아온 사람'을 찾지 못하면 지배인님이 책임져야 해...... 그렇게 되면 내가 게르마 전기관에 눌러앉은 것도 들통날 테고, 큰일이야......""그래서 지배인님이 그렇게 당황했던 거군요? 그럼 저희도 '돌아온 사람'을 찾는 건가요? 완전 미인 유령과 소녀 탐정이네요."&nbsp;무서우면서도 설레는 일입니다. 긴장과 흥분으로 가슴이 뜨거워졌어요.&nbsp; &nbsp; &nbsp; &nbsp; &nbsp; &nbsp; &nbsp; &nbsp; &nbsp; &nbsp; p.135~136<br>사람이 죽기 직전에 인생에서 겪었던 일이 주마등처럼 지나간다는 말이 있다. 바로 그 '주마등'을 보여주는 영화관이 있다면 어떨까. 매달 달빛이 사라지는 초승달 밤에 죽은 사람들이 심야 상영을 보러 영화관에 모여든다. 그리고 다들 자기 인생의 '주마등'을 보면서 천국으로 떠난다. '게르마 전기관'이라는 이름의 이 영화관에는 두 개의 관이 있는데, 1관은 지나간 영화들을 상영하는 일반 영화관, 2관은 이승과 저승 사이에 존재하며 주마등을 상영하는 곳이다. 이 작품은 그렇게 망자들이 방문하는 영화관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게 된 여고생 스미레가 극장에서 벌어진 불가사의한 일과 같은 반 친구의 할머니 유령 사건을 해결해 나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nbsp;<br>호리카와 아사코의 '환상 시리즈' 두 번째 작품이다. 신의 계약서 및 망자의 유품 등 ‘경계’를 오가는 우체국을 배경으로 이야기가 펼쳐졌던 &lt;환상 우체국&gt;에 이어, 이번에는 망자가 방문하는 영화관을 배경으로 벌어지는 미스터리한 이야기를 담고 있는 &lt;환상 영화관&gt;이다. 각각 독립된 이야기이지만, 전작에서 억울하게 살해당해 원령이 되었던 마리코가 등장해 시리즈로서의 매력도 놓치지 않는다. 판타지적인 배경에 호러와 미스터리적인 요소가 적절히 섞여 들어간 이 시리즈는 가볍게 읽히지만, 따뜻한 여운을 남겨주는 힐링 드라마이다. 작가는 이 작품에 담은 핵심 메시지가 "도저히 참을 수 없다면 도망쳐!"라고 말한다. 각자가 지고 있는 삶의 무게를 대할 때 '도피'가 꼭 나쁜 것만은 아니라는 것. 지금 일상이 너무 무겁게 느껴진다면, 이 작품을 통해 잠시나마 쉬어 가는 시간을 가져보길, 그리고 내일부터 다시 세상과 맞설 수 있는 힘이 되어주길 바란다는 뜻이다. 오싹한 힐링이 필요한 당신에게 이 작품을 추천해주고 싶다!<br><br>]]></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39066/4/cover150/k632137754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90660497</link></image></item><item><author>피오나</author><category>마이리뷰</category><title>현실과 환상을 넘나드는 호러의 세계로! - [측백나무성의 라푼젤]</title><link>https://blog.aladin.co.kr/769431145/17535938</link><pubDate>Fri, 25 Sep 2026 08:20: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69431145/17535938</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322130445&TPaperId=17535938"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40092/77/coveroff/k322130445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322130445&TPaperId=17535938"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측백나무성의 라푼젤</a><br/>배명은 지음 / 고블 / 2026년 08월<br/></td></tr></table><br/>*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br><br><br>남자가 뜻 모를 말로 투덜거렸다. 나는 죽었으나 살았다는 안도감에 울어버렸다. 눈물을 닦으려 팔을 들었는데, 손이 그 자리에 있다. 고개를 들어 하반신을 보니 다리도 제자리에 있었다. 잃어버렸던 내 몸이 다시 생긴 것이다.&nbsp;마치 일찍이 죽었으나 오늘 다시 태어난 것처럼."올해 귀신날도 이렇게 지나가는군,"그렇게 닭이 세 번째로 울었다.&nbsp; &nbsp; &nbsp; &nbsp; &nbsp; &nbsp; &nbsp; '1월 16일생' 중에서, p.116<br>졸업과 동시에 도시로 빠르게 떠났던 '나'는 오랜만에 어린 시절을 보낸 산속 시골집으로 돌아온다. 싸락눈은 그친 지 오래지만 숲에서부터 불어오는 바람에 날리는 눈이 시야를 가라는 날씨였다. 오래도록 방치되어 담장도 허물어지고, 외양간과 창고 지붕도 주저앉았으며, 장독대도 깨지고 부서져 온전치 못했다. 시간이 좀먹어 무너져버린 것들 사이에서 굳건하게 자리를 지키고 있는 집에 들어가니, 수척한 얼굴의 동생 다원이 보였다. 통통하고 잡티 하나 없던 뽀얀 얼굴은 살이 빠져 도드라진 광대뼈가 날카로워 보였고, 잠을 제대로 자지 못했는지 애교살이 있던 자리는 검게 그늘졌다. 머리카락은 푸석했고, 별로 좋아 보이는 꼴은 아니었다.&nbsp;<br>깜빡 잠이 들었다 달그락거리는 소리에 눈을 뜨니 밤이었다. 부엌으로 가보니 다원이가 부산스레 움직이며 음식을 만들고 있었다. 미역국을 끓이며 사과와 배를 꺼내 담고, 접시에 잔뜩 쌓인 음식들을 보니 영락없이 제사상처럼 보였다. 내일이 생일이라 생일상을 차리는 줄 알았는데, 웬 장난이냐고 동생을 타박하는데, 밖에서 왁자한 소리가 들린다. 사람들이 정월대보름이라 달집을 태우는 모양이었다. 그런데, 동생은 밖에서 소리만 들려도 화들짝 놀라며 끊임없이 누군가를 두려워하는 것처럼 보였고, 큰아버지는 내일이 귀신날이라 집마다 귀신 쫓는 연기를 태울 것이니 다니기에 좋지 않다며 집에 있으라고 말한다. 그날 새벽, '나'는 낯선 남자를 부엌에서 발견하고 뒤쫓았지만 놓치고, 무서워하는 동생에게 그놈이 누구든 가만두지 않겠다고 다짐하지만, 두려움을 몰아내진 못한다. 동생에겐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게다가 이상한 일들이 한 두가지가 아니었다. 신당에서 만난 수상한 남자의 정체는 뭘까.&nbsp;<br><br><br>동해는 하품을 하고 멍한 눈으로 앞을 바라봤다. 귀를 간질이는 신호음과 저 멀리 막힌 공간에서 부서지는 목소리에도 아랑곳 않고 습관처럼 커피잔을 들어 미지근해진 커피를 들이켰다. 조금씩 시야에 뭔가가 들어왔다.좁은 차 안, 차창 너머를 가릴 정도로 쏟아지는 폭우, 설핏설핏 보이는 초록색 숲. 똑딱틱톡톡틱탁탁. 규칙적인 소음이 점점 커졌다. 그리고 쾅쾅! 동해는 갑작스러운 충격음에 소스라치게 놀라며 정신을 번쩍 차렸다.&nbsp; &nbsp; &nbsp; &nbsp; &nbsp; &nbsp; &nbsp; &nbsp; &nbsp;'측백나무성의 라푼젤' 중에서, p.237~238<br>일본군의 총칼에 사랑하는 외할머니를 잃은 소녀는 기차를 타고 어딘가로 향하다, 갑자기 들이닥친 마적들로 인해 쑥대밭이 된 상황에 소중한 보따리를 도둑맞는다. 보따리를 찾기 위해 수상한 남자를 쫓아 기차에서 내린다. 매서운 눈보라가 휘몰아치는 와중에 총알이 난무하는 불 켜진 기차와 점점 멀어져 끝도 없는 숲속에 들어서게 된다. 빽빽이 들어찬 자작나무들을 붙들며 조심히 나아갔지만, 사위는 점점 어두워졌고, 눈이 쌓인 숲은 거기가 거기처럼 보인다. 결국 보따리를 되찾지만, 영원히 길을 잃을 위험에 처하게 된다. 남자는 보따리에 뭐가 들었든 당장 버리라고, 그게 우릴 죽일 거라고 말하지만, 소녀에겐 소중한 것이었다. 주위엔 작고 푸른 빛들이 곳곳에 피어올랐고, 남자는 그것이 죽은 자들의 혼이라고 말하는데, 과연 두 사람은 깊은 숲속에서 무사히 빠져나갈 수 있을까.&nbsp;<br>전작들을 통해 신화와 설화 등을 현대적이고 장르적인 감각으로 재해석하는 독보적인 능력을 보여주었던 배명은 작가의 신작이다.&nbsp; 초기작부터 최근 작까지 일곱 편의 단편 소설이 수록되어 있는데,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가 일제강점기로 시간 배경을 옮기고, 우리 나라 도깨비인 갓귀와 야강귀가 등장하고, 라푼젤에서 모티프를 얻어 측백나무와 울타리에 둘러싸인 집에서 벌어지는 공포 등 다양한 이야기를 만날 수 있었다. 담 너머 어둠의 세계에 존재하는 많은 것들에 관심이 많았던 작가는 특히 귀신과 도깨비가 등장하는 토속 호러에 호기심이 많다. '직접적이지 않은 허구의 이야기로 안전한 두려움을 선사하는데 흥미를 느꼈기 때문에' 호러를 쓰게 되었다고 하는데, 우리 내면의 깊숙한 정서와 맞닿아 있어 매번 인상깊게 읽어 왔다. 초현실적인 공간과 현실적인 공간을 자유자재로 가로지르며 보여주는 공포가 익숙한 곳마저 낯설게 느껴지게 만들어 주곤 했다. 자, 환상적인 이야기로 지극히 현실적인 공포를 보여주는 배명은표 호러의 세계를 만나보자!<br><br>]]></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40092/77/cover150/k322130445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400927778</link></image></item><item><author>피오나</author><category>마이리뷰</category><title>사랑은 바라봄과 풍덩 사이의 낙차.  - [테니스나무]</title><link>https://blog.aladin.co.kr/769431145/17533937</link><pubDate>Wed, 23 Sep 2026 23:08: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69431145/17533937</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792131166&TPaperId=17533937"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40136/77/coveroff/k792131166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792131166&TPaperId=17533937"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테니스나무</a><br/>윤고은 지음 / 문학동네 / 2026년 09월<br/></td></tr></table><br/>*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br><br><br>과거의 어느 지점을 자꾸 맴돌다보면, 그 끊임없는 복기가 신비한 파동을 만들어낸다. 그 파동이 저 아래 잠들어 있던 심해어들을 깨우고 결국 수면 위로 솟구치게 한다. 뒤늦게 알게 됐다. 40킬로미터를 넘어서면서부터 내가 줄곧 하나의 생각에 사로잡혀 있었다는 것. 그건 이미 지나쳐버린 한 사람에 대한 것이었다.&nbsp; &nbsp; &nbsp; &nbsp; &nbsp; &nbsp; &nbsp; p.15<br>생존 용품 회사에서 일하는 미아는 지하철 역사에서 유실물 관리를 하는 인턴 테오와 민원인과 담당자로 처음 만난다. 생존배낭의 부속 하나를 선로에 떨어뜨려 유실물을 찾기 위해 스쳤다가, 지하철 역사를 달리는 하프코스 러닝 대회 ‘라인런’을 진행하기 위한 거래처 관계로 다시 만나게 된다. 미아가 직접 기획한 생존배낭이 라인런의 기념품으로 정해졌기 때문이다. 빠듯한 일정 속에서 대회를 준비하며 두 사람은 점점 가까워진다. 누군가 내 삶으로 들어오게 되면, 눈앞에 보이는 풍경들이 이전과 같을 수 없어진다. 차창 밖으로 보이는 액자 같은 어둠도 놀랍도록 황홀해지고, 테니스코트 바닥에 떨어진 라임색 테스트공들은 새콤한 맛이 나는 싱그러운 열매들처럼 느껴진다.&nbsp;<br>두 사람의 관계를 설명하는 말로 등장하는 '홍해파리'라는 존재도 매우 흥미로웠다. 홍해파리는 필요할 때 시간을 되돌릴 수 있다고 한다. 스트레스를 받거나 외부 환경이 좋지 않다고 느끼면 성체로 살아가기를 멈추고 다시 유년기로 숨어버리는 것이다. 모든 것이 성체 이전의 폴립 형태로 돌아가 아이가 되는, 그러고는 정말 시간을 되돌린 듯 거기서부터 현재를 다시 시작하는 거다. 생물학적으로 불사인 존재가 실제한다니 너무 신기했다. 이거 조금 홍해파리 같은 얘긴데, 이런 홍해파리 같으니라고... 그러면서 오래전 풍경들을 소환하는 것이 두 사람의 대화에서 고명처럼 쓰이곤 했다. 그렇게 시간을 쌓아가며 두 사람은 러닝 대회를 잘 마무리하고, 이제 더 편하게 만날 수 있게 된다. 그런데 생존배낭을 메고 잠든 사람이 죽는 변사 사건이 벌어지고, 미아는 그때부터 막연한 불안감을 느끼기 시작한다. 사건의 여파가 번져가면서 두 사람의 미래도 예측할 수 없는 방향으로 흘러가게 되는데... 천국의 끝에서 낭떠러지로 향하게 된 두 사람은 어떻게 될까.&nbsp;<br><br><br>아니, 어쩌면 그게 더 슬플까. 나는 어느새 음악을 사랑으로 바꿔 부르고 있었다. 생의 마지막에 들을 음악을 남겨두듯이 사랑하는 것이 가능할까. 내 사랑의 총량이 얼마인지 알지 못하고, 지금 내가 어디쯤 서 있는지조차 알지 못하는데. 설령 안다고 해도 나중을 위해 사랑을 남겨둘 수 있나? 사랑은 바라봄과 풍덩 사이의 낙차, 그 힘으로 나아가는 것 아닌가. 나중 같은 것이 있을 리 없고, 모든 것은 현재형의 파도뿐.&nbsp; &nbsp; &nbsp; &nbsp; &nbsp; &nbsp; &nbsp; &nbsp;p.155<br>&lt;밤의 여행자들&gt;로 대거상을 수상했던 윤고은 작가의 신작이다. 소설 작품들에선 기발한 상상력을 선보이고, 에세이에서는 일상의 빈틈을 다정하게 보여주었는데, 작가의 최신작들을 읽지 못해 오랜만에 만나는 거라 매우 반가운 마음으로 읽었다. 제목인 '테니스나무'라는 설정부터 흥미로웠는데, 실제로 길을 걷다 테니스코트 울타리 너머로 라임빛 열매들이 떨어져 있는 풍경을 목격했고, 그 길을 지나갈 때마다 공이 바닥에 떨어져 있을까 기대하게 되었다고. 공이 아니라 낙과를 찾는 마음으로 말이다. 마치 제철 과일이라도 된 것처럼. '사실이 아닌 걸 알면서도 기꺼이 사로잡히고 싶은 마음, 그 추동의 안팎을 살피면서' 이 소설을 쓰게 되었다고 한다. 극중 두 사람도 하루치의 움직임을 모두 소진한 테니스코트에서 바닥에 떨어져 있는 테니스공들을 보며 나무에서 방금 떨어진 싱그러운 열매들같다고 느낀다. 한 입 베어 물면 여기까지 새콤한 맛이 쫙 뻗칠 것 같지 않냐고. 그렇게 두 사람은 테니스코트 옆 커다란 나무 한 그루를 테니스나무로 지정해버린다.&nbsp;<br>찬란한 시간은 왜 순식간에 과거형이 되는 걸까. 오직 그 시절에만 포착할 수 있는 빛을 붙잡을 수가 없기에, 문학이 필요한 게 아닐까. 이 작품 속 여자와 남자의 연애 이야기처럼 말이다. 힘들 때 나를 살게 만들었던, 서로의 가장 연약한 부분을 포개었던 사이도 어쩔 수 없는 상황에 의해 서로를 모르는 시절로 가게 되기도 하는 것이다. 삶에 예기치 않은 균열이 생겼을 때, 우리에게 허락된 선택지는 거의 없는 경우가 많다. 되돌릴 수도, 멈춰 세울 수도 없는 상황 속에서 그저 흘러가는 대로 지켜볼 수밖에 없는 것이다. 윤고은 작가의 신작은 담백하게 흘러가는 짧은 분량의 이야기였지만, 뭔가 사무치는 마음이 잔상처럼 남는 그런 작품이었다. '다정한 서성임으로부터 번져나가는 찬란한 파동'이라는 작품 소개문구처럼, 잔잔하게 휘몰아치는 이야기같다는 느낌이 드는 작품이었다. '이상한 사로잡힘이 시작되었다가 사그라드는', 슬프지만 눈부시게 아름다운 그 시절을 만나보자!<br><br>]]></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40136/77/cover150/k792131166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401367792</link></image></item><item><author>피오나</author><category>마이리뷰</category><title>여전히 널 기다리는 마음.  - [멜볼딘 동물원]</title><link>https://blog.aladin.co.kr/769431145/17533397</link><pubDate>Wed, 23 Sep 2026 19:26: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69431145/17533397</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672130358&TPaperId=17533397"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40098/76/coveroff/k672130358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672130358&TPaperId=17533397"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멜볼딘 동물원</a><br/>송섬 지음 / 은행나무 / 2026년 08월<br/></td></tr></table><br/>*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br><br><br>어떻게 하면 현재에 머무를 수 있는 것인지 물었을 때 너는 말했지."이 순간 외엔 아무것도 가진 게 없다고 생각해봐. 원망도 후회도, 낙관도 비관도 없이 지금뿐인 거야. 네 마음이 진실로 원하는 것에 지금을 바쳐야 해."좋은 말이었지만 내게는 해당되지 않았다. 어떻게 하면 현재의 원인을 과거에서 찾지 않을 수 있어? 어떻게 미래를 위해 살지 않을 수 있는 거야? 그런 건 내게 사치처럼 느껴질 뿐이야.&nbsp; &nbsp; &nbsp; &nbsp; &nbsp; &nbsp; &nbsp; p.89<br>수진과 연서가 재회한 것은 곡 16년 만의 일이었다. 수진이 시간강사로 일하는 대학교의 테니스 강좌에서, 고등학교 졸업 후 처음 만나게 된 것이다. 두 사람은 서해안의 작은 도시에 위치한 기독교 계통 미션 스쿨인 멜볼딘 여자고등학교를 나왔고, 학교엔 기숙사가 있었다. 두 사람 사이엔 오랜 세월이 있었지만, 둘 다 결혼 후 이혼했고, 아이가 없다는 공통점으로 다시 가까워진다. 이제 시간과 돈의 허락을 구하지 않고 어디든 갈 수 있는 나이였기에, 여러 곳을 다니며 단짝처럼 붙어 지낸다. 16년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서 두 사람은 부지런히 움직였다. 한가했고, 시간과 돈도 있었으며, 운전면허와 차도 있었으니 거리낄 것이 없었다. 곧 주말 여행이 그들의 일상이 된다.&nbsp;<br>어느 날 연서는 "우리 편지를 쓰자"라고 대뜸 제안한다. 서로에게 편지를 써서 봉투에 넣고 우표를 붙이는데, 부치지는 않는 거다. 그렇게 서로에게 결코 하지 않을 고백과 지난 날의 추억과 생각의 편린들이 쌓인다. 어린 시절의 기억, 유년기의 에피소드, 기숙사의 소등 시간, 중간고사와 대학 진학에 대한 고민... 그들의 수많은 고백 중에는 말한 적 없지만 들은 적은 있는 이야기도 섞여 있었다. 그러다 갑작스러운 재회만큼, 연서는 사라져버리고, 10년 뒤 그녀의 딸이 수진을 찾아올 때까지 시간이 흐른다. 연서의 딸 표은은 그들이 서로 부치지 않기로 약속하고 썼던 편지가 담긴 노트를 들고 수진을 찾아온다. 한 사람의 부재에서부터 비롯된 만남은 또 다른 서사의 시작이 되는데... 연서가 사라졌던 이유는 뭘까. 부치지 않은 편지엔 어떤 내용이 담겨 있었던 것일까.<br><br><br>"연서를 사랑했느냐고 물었지? 그러고 싶었지만, 나는 누군가를 사랑하기에는 너무 인색한 사람이었어. 늘 받기만 할 뿐 돌려줄 수가 없어. 그건 저주에 가까운 일이야. 나의 부족함은 어떤 좋은 사람들을 유인해 사랑으로 착각할 만큼의 온정을 베풀게 해. 그리고 사랑과 온정은 때로 유의어거든. 그래서 난 전부 그만뒀어. 기대하는 것도, 기대하게 하는 것도.""...... 하지만 그건 너무 슬픈 이야기예요.""맞아. 슬픈 이야기야."&nbsp; &nbsp; &nbsp; &nbsp; &nbsp; &nbsp; &nbsp; &nbsp; &nbsp; &nbsp;p.259~260<br>이야기는 동물원에서 시작해서, 다시 동물원으로 향한다. 동물들이 다 떠난 폐업 중인 동물원과 마치 화성에 있는 것처럼 어딘가 황량한 체코의 작은 도시에 있는 별로 멋지지 않은 동물원. 동물이 없는 동물원도 동물원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 보내지 않을 편지는 어떻게 쓰는 걸까. 다시 만나기 위해서 헤어져야 하는 관계도 있을까. 우리가 없는 우리는 무엇으로 부를 수 있을까. 아름다운 표지에 이끌려 선택한 책이었는데, 담담하면서도 밀도있는 문장들이 참 좋았던 작품이다.&nbsp;<br>이 작품 속 수진과 연서처럼 학창 시절 친구들은 특별한 사건 없이도 자연스럽게 멀어지는 경우가 많다. 대학에 진학하면서, 사회 생활을 하면서, 결혼을 하거나 아이가 생기면서... 생활 반경이 달라지고, 관심사가 바뀌면서 자연스럽게 연락이 뜸해지고, 사이가 희미해지는 것이다. 동창회를 주기적으로 나가거나, 강제성 있는 친구들 모임이 있지 않은 이상 그렇게 서로의 삶에서 사라지는 경우가 많다. 나 역시 돌아보면 그랬던 것 같다. 그렇게 눈가와 입가에 몇개인가의 주름을 얻고, 직장이 달라지고, 집이 바뀌고, 통장 잔고가 조금 불었다가 꺼지는 동안 우리는 나이를 먹어간다. 세상 모든 것들을 공유하고, 닮고 싶었고, 동경했던 친구와 연락 한 번 하지 않고 멀어지게 되더라도 하루는 반복되고, 삶은 계속된다. 그래서 이 작품을 읽으며 시종일관 학창 시절 친했던 친구들을, 지금은 멀어진 관계들을 생각해 보게 되었던 것 같다. 시간을 거슬러 우리가 존재했던 장면 속으로 함께 걸어가 보자.&nbsp;<br><br>]]></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40098/76/cover150/k672130358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400987663</link></image></item><item><author>피오나</author><category>마이리뷰</category><title>도파민 터지는 이야기의 힘! - [스핑크스의 왼쪽 눈동자]</title><link>https://blog.aladin.co.kr/769431145/17533179</link><pubDate>Wed, 23 Sep 2026 17:20: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69431145/17533179</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702130458&TPaperId=17533179"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40104/48/coveroff/k702130458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702130458&TPaperId=17533179"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스핑크스의 왼쪽 눈동자</a><br/>김유진 지음 / 북다 / 2026년 08월<br/></td></tr></table><br/>*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b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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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노와 절망이 한꺼번에 밀려왔다. 복수를 하고 싶지만 세상 한가운데에
엄마의 슬픔을 전시할 수는 없었다. 누가 이곳을 뚜껑으로 잠가 버린 것일까. 산소가 다 빠져나가는 듯 숨이 턱 막혔다. 세계는 단단히 닫혔고
뜨거운 열기만 가득했다. 엄마에게 건네려던 그 꿈과 희망은 커다란 폭죽처럼 산산이 부서져 점점이 흩어졌다. 다 타 버린 잔재물만이 허공을 떠다녔다. 엄마는 눈꺼풀을 질끈 감았다. 우리에게 허락된 마지막 촛불도 훅 꺼져 버렸다.&nbsp;&nbsp;&nbsp;&nbsp;&nbsp;&nbsp;&nbsp;&nbsp;&nbsp;&nbsp;&nbsp; p.214~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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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레인 임상연구센터의 레지던트 4년 차 김수오는 과거 기억을 잃은
엄마와 단둘이 살아왔다. 엄마는 수오의 아버지가 누구인지조차 모른다는 점을 답답해했고, 기억을 되찾고 싶어했다. 하지만 기억 회복술은 비용이 비쌌고, 후원을 받을 수 있는 대기순번에서도 기회는 오지 않았다. 이번에도
엄마는 선발되지 않았고, 앵커 로봇도 곧 업데이트될 거라는 소식을 듣게 된다. 마침 수오의 팀 교수 세 명이 다음 주 해외 콘퍼런스에 참석하기 위해 열흘간 자리를 비울 참이었다. 브레인 연구센터는 다른 팀과 달리 독립적으로 움직였으니, 흔치 않은
기회였다. 기록만 잘 지운다면 은폐가 가능하다고 생각했다. 수오는
동료인 신진서에게 도움을 부탁하고, 교수들 몰래 수술을 하기로 한다.<br>



그렇게 수오는 엄마에게 기억 회복술을 집도하는데, 그 과정에서 엄마가
뇌 수술을 받은 적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게다가 엄마는 되찾은 기억으로 인해 오히려 힘들어 하는데, 수오는 자신이 되살린 것이 참혹한 진실과 엄마의 지옥이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텅 빈 기억이 엄마를 지켜 주는 가장 안전한 보호막이었다는 사실을 몰랐던 거다. 엄마는 수술 이후 외출을 꺼렸고, 한여름인데도 긴팔과 긴바지를 고수했다. 그날 수술실 앞에서 멈췄더라면 무엇이 달라졌을까. 지금보다 덜 고통스러웠을까. 결국 수오는 엄마를 위해 암암리에 기억 제거술을 시술해 주는 의사 주경재를 찾는데, 기억을 지우는 의사와 되살리는 의사가 만났을 때 무슨 일이 벌어질까. <br><b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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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사람은 이제 그만 놔주시죠.”여러 생각들로 번잡했던 머릿속이 주경재의 침과 함께 고요해졌다. 나는
순식간에 주경재에게 압도되었다. 그간 영상으로만 보던 아득한 거리감이 걷히자 전율이 솟구쳤다. 그의 손에 들린 침은 지휘자의 지휘봉이었다. 자신만의 음악적 해석과
독특한 리듬, 남다른 호흡과 신들린 손놀림으로 관객을 압도하는 거장처럼 그는 이 수술방을 꽉 차게 만들었다. 놀랍도록 충격적인 장면에 경의를 표하지 않을 수 없었다.&nbsp;&nbsp;&nbsp;&nbsp;&nbsp;&nbsp;&nbsp;&nbsp;&nbsp;&nbsp;&nbsp;&nbsp;&nbsp;&nbsp;&nbsp; p.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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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스트 신경외과의 주경재는 스스로를 '뇌를 디자인하는 화가'라고 생각했다. 기억을 도려내고 새로운 기억을 채워 주는 일이 자신의
업이기에, 그것이 신의 계시처럼 오직 자신에게만 허락된 능력이라고 믿었다. 정계나 재계의 거물들, 시대를 선도하는 연예인이나 명망 있는 예술가들이
병원을 찾아와 기억 제거술을 받았고, 주경재는 그들에게 기억 삽입술을 함께 권했다. 지우고 싶은 기억을 삭제하고, 뇌의 특정 역역에 기억이나 지식을
넣는 시술은 가벼운 수술이었다. 그는 환자들의 기억들을 모아 따로 보관했고, 자신의 전리품으로 여겼다. 이야기는 김수오와 주경재의 시선으로 교차
진행된다. 기억 손질에 대한 상반된 의술을 행하며 평행선처럼 살아가던 두 사람의 이야기가 어느 시점에서
교차되면서 완벽한 서스펜스를 만들어내는 작품이었다.<br>



잃어버린 기억을 되찾는 '기억 회복술'과 잊고 싶은 기억을 지우는 '기억 제거술'이 가능한 세상이 있다면 어떨까. 피부과에서 보톡스 한 방 맞는 것처럼
병원에 들러 기억을 환기하고 스트레스를 풀 수 있다면 말이다. 사기나 불륜의 기억을 지우고, 뺑소니 범죄, 학교 폭력 피해를 제거하고 그 자리에 좋아하는 연예인을
가까이서 본다거나 관광 명소를 다녀온 기분 좋은 추억을 심어 주는 것이 가능하다면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질까. 내가
이제껏 가지고 있던 기억이 누군가가 함부로 자르고 붙인 가짜 기억이었다면 어떨까. 기억의 복원과 삭제는
꼭 필요한 것일까. 법의 테두리 밖에서 악용된다면 그걸 어떻게 막아야 하는 걸까. 이 작품은 제13회 교보문고 스토리대상의 최우수상 수상작이다. SF적인 세계관부터 캐릭터, 플롯,
반전까지 탄탄하게 잘 쓰인 작품이다. 도파민 터지는 이야기를 찾고 있다면 적극 추천해주고
싶은 작품으로 영화로 만들어져도 정말 재미있을 것 같다!<br>]]></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40104/48/cover150/k702130458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401044823</link></image></item><item><author>피오나</author><category>마이리뷰</category><title>세계를 움직이는 양자의 힘! - [양자 문명 - 원자에서 양자컴퓨터까지, 세계를 움직이는 양자의 힘]</title><link>https://blog.aladin.co.kr/769431145/17531992</link><pubDate>Wed, 23 Sep 2026 00:03: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69431145/17531992</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752130444&TPaperId=17531992"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40092/23/coveroff/k752130444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752130444&TPaperId=17531992"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양자 문명 - 원자에서 양자컴퓨터까지, 세계를 움직이는 양자의 힘</a><br/>한정훈 지음 / 김영사 / 2026년 08월<br/></td></tr></table><br/>*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br><br><br>불편함이 느껴지는 게 사실이다. 원인이 동일하면 결과 또한 동일해야 하는 것이 오랫동안 이어진 물리학적 세계관이었다. 분명 똑같은 빨간 주머니에 양자 구슬을 넣었는데 관측을 해보니 어떨 때는 빨간 주머니, 어떨 때는 파란 주머니에서 구슬이 발견된다. 게다가 어떤 관객이 어느 주머니에서 구슬을 발견할지 마술을 준비한 마술사 자신도 미리 예측할 수 없다. 이 불편한 진실을 진리로 받아들이는 게 양자 세계로 입문하기 위한 첫 번째 관문이다.&nbsp; &nbsp; &nbsp; &nbsp; &nbsp; &nbsp; &nbsp; p.166<br>과거엔 물리학도에게나 흥미로웠을 양자역학의 미묘한 개념을 대중에게 설명하는 강연과 영상이 유튜브에 넘쳐난다. 양자역학 탄생 00주년을 맞아 다양한 대중과학서들이 쏟아져 나오기도 했다. 이는 우리가 양자 문명을 살고 있다는 징표이기도 하다. 양자역학 덕분에 우리는 물질의 구조를 이해할 수 있고, 우주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 물질을 만들 수 있으며, 별이 무엇으로 만들어졌는지, 망원경 너머 저 먼 우주에 무엇이 있는지도 알 수 있다. 양자역학은 모든 현대 기술의 토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현대 과학기술에서 없어서는 안 되는 중요한 이론이다. 현대 문명의 기반인 반도체, 레이저, 광통신, 내비게이션 등이 모두 양자역학의 산물이니 말이다.&nbsp;<br>이렇게 우리는 증기 문명과 전기 문명을 지나 '양자 문명'의 시대를 살고 있다. 그런 면에서 이 책은 양자 기술을 역사와 문명의 맥락 속에서 이해할 수 있도록 해주어 대단히 흥미로웠다. 양자역학은 아주 작은 세상의 작동 원리를 설명하는 과학이다. 하지만 사실 아주 유명한 물리학자도 '양자역학을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라고 말했을 정도로 양자역학은 쉽지 않다. 그래서 양자역학을 다루고 있는 책도 많고, 나 역시 꽤 많이 읽어본 편이다. 이번에 읽은 책은 '이론물리학자가 쓴 문명의 역사'라는 점에서 굉장히 기대가 되었다. 저자는 양자역학의 가장 섬세하고 궁극적 측면인 중첩과 얽힘과 확률적 현실을 우리가 배우고 친해져야 할 이유는, 양자가 이미 과학을 넘어 문명의 한 단계가 되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이미 성숙한 토대 위에 놓인 증기 문명과 전기 문명에 비해 양자 문명은 아직도 발전 중이다.&nbsp;<br><br><br>양자 얽힘 이전의 어떤 물리학 이론에서도 관찰이라는 행위와 그 결과가 물리 현상을 다루는 이론의 일부로 등장한 적은 없었다. 물리학은 관찰자의 행위나 의지와는 무관하게 자연이 제 갈길을 가는 객관적 현실을 다루는 과학이었다. 그런데 양자 얽힘에서는 관찰자가 연극의 관객이 아니라 배우로서 무대 위에 올라올 뿐 아니라 연극의 줄거리 자체를 자신의 의도대로 바꾸려는 것처럼 보였다. 아인슈타인이 불만을 가질 법하다.&nbsp; &nbsp; &nbsp; &nbsp; &nbsp; &nbsp; &nbsp; &nbsp;p.266~267<br>뉴턴역학이라고도 하는 고전역학의 물리적 세계관은 알고 보면 단순하다. 그 '개념의 일상성' 때문에 대중에게 어렵지 않게 다가갈 수 있었다. 반면 양자역학의 방정식에 등장하는 표현이나 개념은 일상생활에서 길러진 상식과 잘 연결되지 않는다. 양자역학은 원자나 그보다 훨씬 작은 세계의 현상을 설명해주는 이론인데, 그 설명에 동원된 개념이 생소하기 그지 없기 때문이다. 이 책은 앙자역학의 핵심 개념이면서 가장 난해한 장벽이라고 할 수 있는 중첩과 얽힘이 무엇인지 차근차근 설명해주고, 양자 연산의 본질, 양자 컴퓨터의 쓸모와 양자컴퓨터를 만드는 연구자들의 드라마틱한 여정을 보여준다. 반도체가 정보를 처리하고 인공지능이 주도하는 세상을 넘어 그다음 문명을 견인할 만한 계산기를 만들어 낸다면, 그 주인공은 양자컴퓨터가 될 것이다. 양자컴퓨터에서는 양자역학 자체가 연산의 주인공으로 등장하기 때문이다. 양자컴퓨터에 대해서도 궁금한 점이 많았는데, 이 책을 통해 매우 구체적이면서도 핵심만 짚어주는 설명을 듣다보니 조금은 그 개념에 대해 알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nbsp;<br>우리는 양자역학 없이는 하루도 살 수 없는 세상에 살고 있다. 눈에 보이지 않는 미시 세계의 법칙이 우리가 만지고 사용하는 모든 전자기기를 가능하게 만들었으니 말이다. 양자역학이 없었다면 텔레비전, 컴퓨터, 전자레인지, 레이저, 휴대폰 등 기술시대에 우리가 너무나 당연하게 여기는 도구들을 발명할 수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양자역학의 세계는 꽤나 난해하기로 유명하고, 그런 면에서 딱딱한 공식과 복잡한 이론이 아니라 과학사를 통해 풀어내는 이 책이 그 거리를 조금은 좁혀줄 것 같다. 원자핵 에너지를 길들인 첫 번째 양자 문명부터 반도체가 정보를 처리하고 레이저가 광섬유를 통해 전달하는 디지털 사회이자 인공지능이 주도하는 두 번째 양자 문명, 그리고 중첩과 얽힘을 활용하는 양자컴퓨터와 양자 통신이 이끌어낼 세 번째 양자 문명까지 양자의 관점에서 문명의 역사를 다시 읽어보는 의미있는 시간이었다. 이 책을 통해 문명을 관통하는 양자 오디세이를 경험해보자!<br>]]></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40092/23/cover150/k752130444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400922317</link></image></item><item><author>피오나</author><category>마이리뷰</category><title>소설이 아니고서는 다 말할 수 없었던 마음. - [마감의 꽃말은 맥주]</title><link>https://blog.aladin.co.kr/769431145/17529956</link><pubDate>Mon, 21 Sep 2026 23:24: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69431145/17529956</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122130553&TPaperId=17529956"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40110/52/coveroff/k122130553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122130553&TPaperId=17529956"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마감의 꽃말은 맥주</a><br/>김지연 외 지음 / 교유서가 / 2026년 09월<br/></td></tr></table><br/>*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br><br><br>무엇이 되었든 이것은 쓰면서 내가 보게 된 또다른 '세계'이다. 쓰지 않았으면 절대로 몰랐을 세계. 그래, 정말 세상은 이상한 곳이다. 아버지가 없길 바라면서도, 아버지를 이해하고 싶어하는 마음이 간절한 것처럼. 소설이 아니고서는 이런 마음을 표현할 다른 방법이 없다. 아버지도 있고, 개도 있고, 나도 있는 세계. 모두가 조금은 자신의 마음을 놓을 수 있는 세계. 그런 세계가 어딘가 있을 거란 생각만으로도 조금이나마 살고 싶어진다.&nbsp; &nbsp; &nbsp; &nbsp; &nbsp; &nbsp; &nbsp; &nbsp; - 장희원, '소설과 나', 중에서, p.24<br>여덟 소설가가 함께 만든 문학 레터 〈드문〉의 글들을 모아 엮은 책이다. 대학원 서사창작과의 선후배로 처음 만난 이들은 졸업한 뒤에도 함께 소설을 읽고 쓰며 우정을 이어왔다. 첫번째 시즌의 주제는&nbsp; ‘소설과 ○○’이었다. 소설과 나, 소설과 사물, 소설과 병, 소설과 소울푸드, 소설과 야망이라는 다섯 개의 주제 아래 김지연, 김혜빈, 노은지, 박소희, 서장원, 안나, 이주영, 장희원 여덟 명의 작가가 에세이와 짧은 소설을 썼다. 차곡차곡 쌓인 글들 중에 에세이를 모아 묶어낸 것이 바로 이 책이다.&nbsp;<br>나는 어쩌다 쓰는 사람이 되었을까... 작가가 된 계기, 연애편지 대신 소설을 쓰게 된 마음, 실패할 것을 알면서도 계속 도전하게 되는 이유를 읽는데, 어느 순간 뭉클해졌다. '소설이 아니고서는 이런 마음을 표현할 다른 방법이 없다.'는 문장과 '계속 도전해도 실패하기만 하는 영역이 삶에는 꼭 필요한데, 그게 내게는 어쩌면 소설인 것 같다'는 문장을 읽으며 어쩌면 글쓰기뿐만 아니라 삶의 다른 영역에서도 해당되는 이야기 같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소설을 쓰지 않으면 누군가를 죽일 것 같다는 간절한 마음을 현실화 구체화시키기 위한 노력, 단 한 문장이라도 마음에 드는 문장을 쓰고 싶다는 마음으로 매일매일을 쌓아가는 시간들이 페이지마다 빼곡하다. 어떤 분야든 그렇지 않으랴. 밀린 방학숙제를 하는 것처럼 대체로 막막하고, 끝이 안 보이는 일이지만, 그럼에도 버티고 쌓다 보면 아주 드물게 가슴 떨리는 순간들을 마주하게 되는 것. 그것이 어떤 대가를 감수하고서라도 좋아하는 일을 놓지 않고, 최선을 다하는 자만이 경험할 수 있는 것이니 말이다.&nbsp;<br><br><br>사실 우리는 알고 있다. 아무리 괴로워도 결국에는 어떻게든 마감을 하게 된다는 것을. 그리고 그 끝에는 맥주가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벚꽃의 꽃말이 중간고사이듯 마감의 꽃말은 맥주다. 송고 뒤 마시는 맥주는 원고의 마침표로 기능한다. 적어도 내겐 그렇다. 솔직히 말하면 소설 외의 글을 쓸 때는 마감 맥주를 건너 뛰는 경우가 종종 있다. 하지만 소설에는 예외가 없다. 소설 마감을 하고 나면 언제나 영혼이 가출해 있기 때문이다. 집 나간지 오래라는 것 외에 어떤 단서도 남기지 않은 영혼을 찾아와야 한다.&nbsp; &nbsp; &nbsp; &nbsp; &nbsp; &nbsp; &nbsp; &nbsp; - 이주영, '마감의 꽃말은 맥주' 중에서, p.211<br>여러 테마 중에서 '소설과 소울푸드' 코너도 매우 재미있게 읽었다. 먹는 것에 대한 관심이 없는 사람도 있을까. 친구를 만나도, 중요한 모임에서도 언제나 제일 먼저 고민하는 것은 무엇을 먹을까, 요즘 뭐가 맛있다더라, 일 것이다. 점심을 먹으면서도 저녁에는 뭘 먹을지 이야기하고, 카페에서 디저트는 어떤게 좋을지 생각하게 되니 말이다.&nbsp; 이 책에 등장한 소울푸드는 떡볶이, 누룽지와 팥죽, 나물, 맥주, 순두부, 와인이다. 소설 마감을 하고 나면 가출한 영혼을 되찾기 위해 꼭 맥주를 마신다는 이주영 작가의 에피소드는 대부분 공감하지 않았을까 싶다. 바쁜 하루의 끝에서, 지친 나를 위한 선물로 시원한 맥주만한 게 또 있을까. 이주영 작가는 그렇게 맥주를 마시며 '세상에 이렇게 시원하고 고소하다니! 이게 이렇게나 맛있을 일일까! 이 맛에 마감하지, 라며 호들갑을 떤다'고 썼는데, 정말 맥주는 어른들을 위한 소울푸드가 분명한 것 같다. 얼음처럼 차가운 맥주 한 잔이면 피로가 싹 내려가는 듯한 기분, 다들 공감할 테니 말이다.&nbsp;<br>소설가의 곁에 놓은 사물들을 들여다보고, 아픈 몸과 마음으로도 계속 살아가는 매일을 거치며, 음식에 깃든 기억과 마음에 공감하고, 저마다 다른 모습으로 찾아오는 각자의 꿈과 야망에 대해 작가들과 함께 생각해 보는 시간이었다. 말미에는 여덟 작가 모두와 인연이 있는 윤성희 작가의 에세이도 만날 수 있었다. 〈드문〉은 2026년 3월부터 ‘시즌 2’를 시작해, 여덟 소설가가 각자 자신만의 주제를 정해 쓴 에세이를 매주 수요일 오후 4시 30분 독자들에게 보내고 있다. 그러니 언젠가 두 번째 시즌의 글들을 모아 두 번째 책도 만나볼 수 있을 것이다. 소설을 쓰는 마음, 소설을 읽는 마음, 그리고 소설이 아니고서는 다 말할 수 없었던 마음들을 만나보자!<br><br>]]></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40110/52/cover150/k122130553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401105287</link></image></item><item><author>피오나</author><category>마이리뷰</category><title>아주 짧은 ‘우리’였던 순간. - [이효석문학상 수상작품집 2026 - 사과]</title><link>https://blog.aladin.co.kr/769431145/17529273</link><pubDate>Mon, 21 Sep 2026 17:06: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69431145/17529273</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562130536&TPaperId=17529273"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40030/79/coveroff/k562130536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562130536&TPaperId=17529273"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이효석문학상 수상작품집 2026 - 사과</a><br/>박솔뫼 외 지음 / 북다 / 2026년 08월<br/></td></tr></table><br/>*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br><br><br>가끔은 누군가의 넓은 방과 책장에서 시간을 보내고 싶다가도 애리는 동시에 이것저것 모든 것을 한 번에 버리고 어딘가로 금세 떠날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들고 그것이 실제로 그리 어렵지 않은 일이기 때문에 지금 생활은 지금 생활대로 좋다고 여기게 된다. 하지만 그럼에도 누군가의 텅 빈 방(떠올려보면 아주 어릴 때부터 지금까지 한 번도 가져본 적이 없는)이 필요하다고 느낄 때 그것을 원하는 마음은 원하는 마음으로 눈에 보이는 곳에 확실하게 붙여두어야 한다.&nbsp; &nbsp; &nbsp; &nbsp; &nbsp; &nbsp; &nbsp; &nbsp; - 박솔뫼, '사과' 중에서, p.10~11<br>애리는 사원 숙소를 제공하는 회사에서 일하는 중이다. 회사는 큰 항구가 있는 대도시와 인접한 소도시에 있었고, 4일 출근하고 3일은 쉬었다. 그래서 1년 전부터는 역 근처 오래된 카페에서 주말에 일을 했는데, 단골 손님인 선호와 가까워진다. 선호는 세계적인 식품 가공회사에서 제품개발을 담당했는데, 커피가 거의 들어가지 않은 커피의 맛을 구현한 음료를 개발하고 있었다. 두 사람은 주말 내내 함께 시간을 보내는 사이가 된다. 선호는 해외 출장을 간 사이 식물에 물 주기를 부탁하고, 애리는 선호가 없는 그의 집에서 시간을 보내며 왜인지 점점 더 그에 대해 생각하지 않게 된다. 그가 출장을 다녀온 뒤 두 사람은 별다른 사건도 없이 서서히 멀어지게 된다.&nbsp;<br>뭐 이런 무미건조한 연애와 이별이 다 있나 싶을 수도 있지만, 사실 대부분의 사랑이 그렇게 시작되고, 비슷하게 끝이 난다. 죽고 못살 것 같은 뜨거운 감정이 불타 올라야 사랑에 빠지는 것은 아니며, 엄청난 계기가 있어 멀어지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공동숙소에서 지내며 열차로 출퇴근하는 여자와 부모가 사둔 바닷가 근처 건물을 세놓아 관리하는 남자는 가정 환경도, 커피를 대하는 태도같은 취향도 너무 달랐다. 남자는 여자가 길에 서서 흙이 묻은 감자를 굳이 씹어 먹는 사람이라고 느끼기 시작했고, 여자는 사과를 감자로 보고자 하는 사람에서 굳이 사과과 사과임을 증명하는 일을 하고 싶지 않았다. 여자는 스스로를 변호하지 않았고, 남자는 자신의 이해하지 못할 행동이라고 해서 상대방의 기분이 상할 만한 말을 하진 않았다. 물론 그렇게 계속 연애가 이어질 수도 있었을 거다. 하지만 두 사람은 관계를 뒤바꿀 만한 커다란 사건이 없이도 그냥 멀어진다. 두 사람 관계의 균열과 이별은 너무도 자연스러워 슬프거나 쓸쓸하다기보다 담백하게 느껴진다.&nbsp;<br><br><br>"나......죽으려고."&nbsp;영주는 아무렇지 않게 말했다.&nbsp;“네 옆에서 죽으려고.”&nbsp;영주는 가까이 다가와 땀으로 번들거리는 내 얼굴에 붙은 머리카락을 천천히, 하나하나 떼어주었다.“그리고 그때.”&nbsp;영주는 잠깐 입안에 고인 침을 삼켰다.“내가 죽는 순간에, 네가 내 옆에 있었으면 좋겠어.”처음으로 영주가 웃었다.&nbsp; &nbsp; &nbsp; &nbsp; &nbsp; &nbsp; &nbsp;장희원, '영주' 중에서, p.157<br>한 해 동안 발표된 단편소설 가운데 가장 첨예하고 탁월한 문학적 성취를 보여준 작품을 조명해온 이효석문학상 올해의 수상작은 박솔뫼 작가의 &lt;사과&gt;이다. 작가는 이 작품에 대해 '어떤 날과 어떤 날의 사이에서 안다고 생각하는 것들과 여전히 짐작도 못하는 것들 사이에서 쓴 소설'이라고 말했다. 익숙한 연애담이 낯설게 느껴지는 것은 바로 이런 이유에서가 아닐까 싶었다. 사실 잘 안다고 믿는 것들의 실체를 제대로 알지 못하는 경우가 더 많으니까. 그리고 어떤 부분은 살면서 내가 절대 이해하지 못할 거라고 믿는 경우도 생기게 마련이니까 말이다. '사과를 감자로 보고자 하는 사람에게 사과가 사과임을 증명하는 일을 하고 싶지는 않다'는 극중 인물의 말처럼 어떤 일들은 그냥 흘러가는 대로 내버려둘 수밖에 없는 것 같다.&nbsp;<br>수상작과 함께 박솔뫼 작가의 &lt;비둘기 옮기기&gt;라는 작품도 함께 수록되었는데, 이 작품도 참 좋았다. 일본의 문예지에서 동세대 여성 작가 세 명이 각각 부산, 대만, 도쿄와 니가타를 걸으며 마주한 도시의 풍경과 역사에 대한 생각을 글로 풀어내는 기획으로 쓰인 작품이라고 한다. 여러 나라의 도서관에서 시간을 보내며 '지금 읽는 것들을 다른 방식으로 옮기고 싶다는 열망'에 사로잡힌 주인공이 도쿄와 니카타의 풍경을 거닐며 펼쳐지는 사유를 담고 있다. 우수작품상 수상작으로 성혜령, 임솔아, 장희원, 정기현, 황시운 작가의 작품들도 함께 수록되어있다. 죽은 반려견의 유골함 처리에 대한 문제에서 시작되는 이야기, 고등학교 시절 학교 폭력을 당했던 피해자가 가해자를 찾아가면서 시작되는 이야기 등 흥미로운 작품들이 많았다. '일어난 일과 일어나지 않은 일, 말해진 것과 말해지지 않은 것' 사이에서, '아주 짧은 순간 우리라고 묶일 만한 순간'을 경험하게 해주는 여섯 편의 이야기를 만나보자!&nbsp;<br>]]></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40030/79/cover150/k562130536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400307916</link></image></item><item><author>피오나</author><category>마이리뷰</category><title>상상할 수도 없이 머나먼 세계로. - [파랑을 잇는 바다]</title><link>https://blog.aladin.co.kr/769431145/17527823</link><pubDate>Sun, 20 Sep 2026 21:17: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69431145/17527823</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682131165&TPaperId=17527823"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40136/42/coveroff/k682131165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682131165&TPaperId=17527823"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파랑을 잇는 바다</a><br/>이요하라 신 지음, 김다미 옮김 / 비채 / 2026년 09월<br/></td></tr></table><br/>*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br><br><br>가가야 쇼이치. 이름으로만 존재했던 사람. 암석과 잔해로 가득 찬 빈집을 덜렁 남기고 사라진 무책임한 수집가. 그런 그에게 이제 살이 붙고 피가 흐른다. 그는 틀림없이 이곳에 살아 있었다. 자신도 피폭되어, 고독 속에서 남은 생명을 수집을 위해 남김없이 바치며 조용히 죽어 갔다.시간이 많이 흘러버렸지만, 한 사람쯤은 그의 인생을 끝까지 지켜봐도 괜찮지 않을까.&nbsp; &nbsp; &nbsp; &nbsp; &nbsp; &nbsp; &nbsp; &nbsp; &nbsp;- '기도의 파편' 중에서, p.189<br>대학에서 조교로 일하는 아유미는 지질 조사와 암석 연구를 위해 매년 두 번씩 미시마 섬을 찾는다. 학과 일 때문에 자신의 연구를 할 시간이 전혀 없어, 방학 때만 일주일 정도 머물고 있다. 암석과 연애한다고 스스로 말할 정도로 연구에 대한 나름의 신념이 있지만, 밖에서 보기엔 성실한데 융통성이 없는 괴팍한 사람으로 치부될 뿐이다. 미시마는 화산섬으로 섬 전체가 두꺼운 용암과 화산분 출몰로 이루어져 있다. 곳곳에 암석 표면의 거칠 갈색과 그 위를 덮은 초록, 그 너머 바다의 군청이 아름답게 대비를 이루며 독특한 경관을 빚어내는 곳이다.&nbsp;<br>일주일간 이곳에서 조사를 하며 아유미는 외부인으로 보이는 한 남자를 자꾸만 마주친다. 오래전 사라진 흙을 찾기 위해 섬에 왔다는 남자는 시시껄렁한 태도에 신원도 불분명했지만, 이상하게 신경이 쓰였다. 어쩌다보니 함께 붉은 점토의 흔적을 찾아 섬을 다니기 시작하는데, 그 과정에서 아무도 알아주지 않았던 서로의 신념을 이해하게 된다. 아유미는 조교가 된 뒤 정부에서 주는 과학 연구비 지원금을 한 번도 따낸 적이 없다. 젊은 연구자들을 위한 소액 지원금조차 받아본 적이 없다. 연구비를 따내는지가 연구자를 평가하는 중요한 기준임에도, 아유미는 학계에 어필할 수 있는, 시류에 맞는 연구를 할 생각이 없었다. 빠른 시일 내에 커다란 발견을 하지는 못해도 혼자 답사를 거듭하며 조금씩 작은 사실들을 쌓아나가는 연구 방식이 좋았던 것이다. 시대 흐름에 맞지 않는다고 말하는 이들이 많아, 자신이 하는 연구 가치를 알아주는 사람이 어디에도 없는 건 아닐까 고민하던 참이었다. 그런데 우연히 만난, 도자기를 빚는 남자를 통해 자신의 연구에 대한 확신을 얻게 된 것이다.&nbsp;<br><br><br>이제야 알 것 같았다. 왜 그때 새끼 거북을 집에 데려갔는지. 왜 지금 또 알을 훔쳐 와 부화시키려는 건지. 히메가우라 바다거북을 보호하려는 게 아니다. 거북 수를 늘리려는 것도 아니다. 내 새끼 거북을 내 손으로 바다에 내보내고 싶을 뿐이다.그럼 그 새끼 거북이 나 대신 히메가우라를 떠날 테니까.구로시오해류를 타고 끝없이 넓은 바다로.상상할 수도 없이 머나먼 세계로.&nbsp; &nbsp; &nbsp; &nbsp; &nbsp; &nbsp; &nbsp;-'파랑을 잇는 바다' 중에서, p.328<br>제172회 나오키상 수상작이자 &lt;달까지 3킬로미터&gt;, &lt;8월의 은빛 눈&gt;에 이어 세 번째로 만나는 이요하라 신의 작품이다. 이요하라 신은 지구행성물리학으로 박사과정을 수료한 독특한 이력을 가지고 과학자의 시선으로 여러 작품을 써왔다. 전작들을 읽으며 문학이라는 형태로 드러내는 과학의 목소리를 너무도 아름답게 풀어내 감탄했던 기억이 있어 이번 신작도 매우 기대하며 읽었다. 이 책에 수록된 다섯 편의 작품에는 무시해도 그만일지 모르는 가치 하나를 지키기 위해 신념을 세우고, 타인을 위해 위험을 떠안거나 어린아이의 마음을 지켜주고자 손해를 감수하는 사람들이 등장한다. 소멸해가는 바닷가 마을에서 몰래 거북을 돌보는 소녀, 오래전 은둔 과학자가 살던 폐가를 조사하는 공무원, 사회생활에 실패하고 산골에서 생활을 하다 늑대를 만나게 되는 남자 등 다섯 편의 작품들은 각기 다른 이야기를 들려준다.&nbsp;<br>이요하라 신은 매번 인간의 삶에 대한 비유를 과학적 상상력으로 풀어내기 때문에 어디서도 만날 수 없었던 이야기를 들려준다. 인간을 인간답게 하는 일이 무엇인지, 누구도 알아주지 않는 연구를 하고 생계와 무관한 일에 오랜 세월 몰두할 수 있는 우직한 마음에 대해 생각해 보게 해준 시간이었다. 과학은 단순한 지식이 아니라 인간과 세계를 새롭게 바라보게 하는 출발점이 된다는 점에서 이요하라 신의 소설들은 특별하다. 이야기마다 과학적인 지식과 정보들이 배경에 깔려 있지만, 너무도 자연스럽게 이야기 속에 녹아 들어가 있어 전혀 어렵거나 딱딱하다는 느낌이 들지 않고, 오히려 서정적인 느낌마저 든다. 다섯 편의 작품들을 읽으며 자신이 중요하다고 믿는 것을 끝까지 붙드는 끈질긴 마음과 자연의 순환과 시간의 흐름 속에서 살아가는 불완전한 존재에 대한 따뜻한 시선이 긴 여운처럼 남았다. '아직 가보지 못한 세계로 떠나고 싶게 하는' 이 다정한 작품을 만나보자!<br>]]></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40136/42/cover150/k682131165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401364282</link></image></item><item><author>피오나</author><category>마이리뷰</category><title>나만의 집을 짓는 다는 것.  - [여덟 개의 우주 - 당신의 집은 어디입니까?]</title><link>https://blog.aladin.co.kr/769431145/17526252</link><pubDate>Sat, 19 Sep 2026 22:43: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69431145/17526252</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61964712&TPaperId=17526252"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40098/37/coveroff/8961964712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61964712&TPaperId=17526252"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여덟 개의 우주 - 당신의 집은 어디입니까?</a><br/>최준석 지음 / 아트북스 / 2026년 08월<br/></td></tr></table><br/>*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br><br><br>우리에게 집은 뭘까요? 누군가에게는 지친 육체를 쉬게 하는 단순한 숙소에 불과합니다. 하지만 또 누군가에게는 나와 함께 가는 살아 있는 유기체이기도 합니다. 집을 유기체로 느끼는 누군가에게는 복도 한구석에 놓인 오래된 의자가, 또는 비 오는 날 처마 밑 작은 테라스에 앉아 듣는 빗소리가 그런 요소가 될 수 있겠지요. 중요한 건 그런 것들이 각자 ‘나만의 규칙’으로 집 곳곳에 채워질 때 의미가 생긴다는 점입니다.&nbsp; &nbsp; &nbsp; &nbsp; &nbsp; &nbsp; &nbsp; &nbsp; p.37<br>언젠가부터 집은 더이상 삶을 위한 공간이 아니라 잘 사고 잘 팔아야 하는 상품이 되었다. 무슨 생각을 하고, 무엇에 가치를 두고 사는지보다 어떤 차를 타고, 어떤 지역에 몇 평짜리 집을 갖고 있느냐에 모든 관심이 귀결되는 세상이니 말이다. 하지만 누군가는 획일화를 거부하고 자신만의 고유함을 찾겠다는 의지로 '나만의 집'을 짓는다. 아파트가 가치의 총합이 되어 신분과 계급이 되는 사회에서 단독주택을 짓겠다는 말은 단순한 취향이 아니라 한 개인의 독립 선언이자 사회적 저항의 의미이기도 한 것이다.<br>이 책은 십수 년간 ‘나만의 집’을 꿈꾸는 건축주들을 만나 단독주택을 설계해온 건축가 최준석이 여덟 채의 집을 짓는 과정에서 마주한 고민과 생각을 담고 있다. 집 짓는 일을 '과거의 성찰'이자 '나를 알아가는 과정'이라고 말하는 저자는 설계 도면을 두고 빈 종이를 채워나가는 모든 과정을 통해 집을 물리적 공간을 넘어 각각 개인의 삶으로 완성시켜 나간다. 누군가에게는 지친 육체를 쉬게 하는 단순한 숙소에 불과한 것이, 또 누군가에게는 나와 함께 가는 살아 있는 유기체이기도 한 것이다. 거실은 꼭 필요한 것인가, 집 어딘가에 혼자 숨어 들어갈 공간이 작게라도 있다면 자연스럽게 나 자신과 잘 지내는 법을 배울 수 있다, 집은 단순한 거주 공간이 아니라 우리의 인생을 투영하는 반사체라는 생각이 든다... 등 저자의 말이 와 닿는 부분이 많아 공감하며 읽었다. 각종 건축 용어들이 등장하고, 전문적인 설계와 구도 등에 대한 이야기가 계속이어지지만, 에세이처럼 편하게 풀어쓴 글이라 가독성도 참 좋았다.&nbsp;<br><br><br>완공된 순간부터 집은 늙기 시작합니다. 벽에 붙어 있는 재료는 비바람에 삭고, 색은 바래며, 문짝은 삐걱거립니다. 하지만 집이 나이든다는 건 외형적 퇴색만을 의미하는 건 아닙니다. 집이 나이들수록 그 집에 살던 아이들은 어른이 되어가고 집에는 한 가족이 그곳에서 보낸 역사가 쌓여갑니다. 벽지의 낙서와 문틀에 새겨진 키재기 눈금들은 집이 거쳐온 시간을 웅변합니다... 낡은 것은 낡은 대로, 필요한 것은 새롭게 덧붙여 그 둘을 공존하게 만드는 것. 그것은 오래된 일기장의 찢어진 페이지를 테이프로 조심스럽게 붙이고, 그 뒷장에 새로운 이야기를 써내려가는 것과 같습니다.&nbsp; &nbsp; &nbsp; &nbsp; &nbsp; &nbsp; &nbsp; &nbsp;p.189~190<br>우리에게 집은 어떤 의미일까. 집안으로 관통하는 빛과 풍경, 창문 틈으로 새어드는 계절의 소리, 일상의 사소한 잔향 들이 우리 내면의 확대경 아래 놓이고, 우리는 집에서 세상을 이해하는 방식을 연습한다. 바깥의 소란스러움으로부터 격리된 공간, 아무것도 하지 않고, 머무를 수 있는 공간, 타인의 시선에 쪼그라들었던 본연의 모습을 다시 일으키고 마주할 수 있는 공간... 건축가가 쓴 책을 꽤 읽어본 편인데, 이 책의 저자는 정말 글을 잘 쓰는 작가처럼 느껴졌다. 좋은 집이란 무엇인지, 좋은 삶이란 무엇인지 매 순간 고민하고, 사유한 결과물이 페이지마다 빼곡히 들어차 있기 때문이다. 집에 개성을 부요하는 요소는 거주자의 취향과 건축가의 의도라는 말도 인상적이었다. 이런 건축가라면 언젠가 집을 짓게 될 때 꼭 의뢰하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다.&nbsp;<br>외부의 시선은 막고, 내부의 시선은 열고... 감춘 듯 보여주고, 보여준다면 멋지게 보이고 싶고, 외부에서 집 안이 보이는 건 싫지만 집 안에서는 바깥이 잘 보이는 집, 이런 집이 가능할까 싶지만 대부분의 단독주택 의뢰인이 원하는 집이 이런 집이라는 대목에서 사람 마음이란 원래 다 그런 거구나 싶었다. 그럼에도 그런 마음들을 이해하고, 거주자의 눈높이에서 공간을 설계하는 건축가의 시선도 감동적이었고 말이다. 저자가 건축주와 함께 만들어온 여덟 채의 집을 통해 좋은 집, 그리고 좋은 삶이란 무엇인지 생각해 보았다. 집을 짓는다는 것은 지나온 삶을 돌아보고 앞으로의 삶을 그려보며, 쓸데없는 몽상과 쓸모 있는 고민 사이에서 무수한 선택을 하는 것이기에 결국 인생을 짓는 과정이라고 해도 좋을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며 나만의 집, 나의 우주를 상상해 보는 시간이 된다면 좋을 것 같다.&nbsp;<br><br>]]></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40098/37/cover150/8961964712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400983737</link></image></item><item><author>피오나</author><category>마이리뷰</category><title>나쁜 사람들이 다 죽는, 그런 소설인가요? - [펀치 드렁크 픽션]</title><link>https://blog.aladin.co.kr/769431145/17526047</link><pubDate>Sat, 19 Sep 2026 20:29: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69431145/17526047</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772131862&TPaperId=17526047"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40129/49/coveroff/k772131862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772131862&TPaperId=17526047"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펀치 드렁크 픽션</a><br/>서장원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6년 09월<br/></td></tr></table><br/>*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br><br><br>"그럼 작가님은, 소설에서 마음에 안 드는 캐릭터는 삭제시키나요?"나는 뜻밖의 질문에 말문이 막혔지만 곧 그렇지 않다고, 내 소설에서 누가 죽거나 사라지는 일은 거의 없다고 대답했다."그런 마음이 들 때도 있지만, 그렇게 안 하려고 해요. 제 소설에 나오는 사람들은 어쨌거나 다 제가 만든 건데요, 뭐."&nbsp; &nbsp; &nbsp; &nbsp; &nbsp; &nbsp; &nbsp; p.36<br>서울에서 조그만 광고 회사를 다니던 소설가 정원은 소설에 집중할 시간을 가져보기 위해 아내와 함께 진주로 내려왔다. 문학지원사업으로 이용료를 면제받아 공유 오피스를 드나들며 글을 쓰려고 했지만, 소설은 쓰지 못하고 커피만 축내며 허송세월을 하고 있는 중이었다. 정원은 자신의 소설 속 인물들이 너무 심약하다고 생각했는데, 자잘한 갈등과 마찰에, 편견과 소외가 드러나는 순간들에 지나치게 집착하며 세계의 부조리를 납득하지 못하는 인물들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이런 생각에 번번이 가로막혀 한글창을 닫고는 했다.<br>그러던 어느 날 같은 건물에 입주해 있는 격투기 체육관에서 코치로 일하는 격투기 선수 조성을 만나게 된다. 그를 통해 종합격투기 경기를 보며 정원은 자신에게 필요한 어떤 것을 발견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육체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강인해 보이는 조성과 그가 속한 격투기 세계가 자신의 소설을 앞으로 나아가게 해줄 거라는 기대를 품는다. 하지만 종합격투기 세계는 비열한 반칙과 폭력, 혐오가 난무하는 세계였다. 퀴어 혐오, 여성 혐오를 비롯해서 자신의 승리를 장담하며 상대방을 신체적으로, 정신적으로 나약하다고 비아냥대는 것도 일상이었다. 혐오로 점철된 각종 영상과 댓글들을 보며 정원은 '개소리하는 사람들만 걸리는 역병이 돌았으면 좋겠어.'라고 아내에게 말할 정도로 그들을 경멸한다.&nbsp;<br><br><br>"그럼 이 소설은 뭔데요?""이건, 펀치 드렁크 증후군을 가진 사람이 주인공이에요. 펀치 드렁크 증후군 때문에 자기한테 초능력이 있다고 믿는 전직 격투기 선수요. 주인공은 자기가 물건이든 생명체든 손에 잡히는 건 전부 다 감쪽같이 없애버릴 수 있다고 믿어요."조성 씨는 고개를 끄덕거렸다."그래서 어떻게 되나요?""그냥, 그렇게 믿으면서 사는 거죠."&nbsp; &nbsp; &nbsp; &nbsp; &nbsp; &nbsp; &nbsp;p.70<br>조성은 스파링하다 머리를 다쳐 구급차레 실려 가고, 며칠 뒤 그의 문병을 간 정원은 체육관에 반칙왕이 있다는 이야기를 듣는다. 뒷머리를 때리면 반칙이었는데, 조성이 그에게 뒷머리를 좀 심하게 맞아 후두엽에 미세 출혈이 생긴 것이다. 그의 문병을 가서 이야기를 나누며 자신을 혐오하고 조롱하는 남자들의 세계에서 어떻게 20년 넘게 머물렀는지 이해할 수 없다는 생각을 한다. 조성은 퇴원 후 반칙왕과의 시합에 정원을 심판으로 부르고, 일요일 오후의 고요한 체육관에서 시합을 지켜보게 된다. 그리고 정원은 경기 중에 반칙왕이 흔적도 없이 사라지는 장면을 목격하게 된다.&nbsp; 조성 씨가 바닥에 깔린 채로 반칙왕을 껴안고, 단 몇 초 만에 반칙왕의 모습이 잠깐 흐릿해지는가 싶더니 완전히 사라져 버린 것이다. 대체 어떻게 된 것일까.&nbsp;<br>‘단 한 편’의 단편이 수록되어 있어 판형이 작고 가볍지만, 양장본이라 튼튼하고 색감이 예뻐 소장용으로 너무 멋진 '위픽 시리즈' 신작이다. 구병모 작가의 &lt;파쇄&gt;를 시작으로 그 동안 무려 백 편이 넘는 작품들이 위픽 시리즈로 나왔다. 나도 꽤 많이 읽어 왔는데, 디자인도 예쁜데다 골라 읽는 재미가 있어 너무 좋아하는 시리즈이다. 이번 신작은 서장원 작가의 &lt;펀치 드렁크 픽션&gt;으로 인간은 선인 혹은 악인으로 쉽게 나눌 수 없는 입체적인 존재라는 것을 보여준다. ‘여자 같다’ ‘게이 같다’는 말이 상대를 조롱하는 관용어로 쓰이는 종합격투기 세계에서 조성은 어떻게 커밍아웃하지 않은 성소수자로 살아온 것일까. 자신의 정체성을 혐오하고, 그 혐오감을 마음껏 과시하는 사람들 틈에서 어떻게 오랜 시간 버텨온 것일까. 그런 시간들이 쌓여 '어떤 사람들은 존재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게 된 것일까. 만약 세상에 존재할 필요가 없는 사람을 소멸시킬 수 있는 능력이 있다면 어떨까. 하지만 나쁜 것을 판단하고 벌을 주는 판단은 어떤 기준으로 내려야 하는 것일까. 짧은 분량임에도 긴 여운이 남는 이야기였다. 자, ‘단 한 편의 이야기’를 깊게 호흡하는 특별한 경험, 위픽과 함께 시작해 보자!<br><br>]]></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40129/49/cover150/k772131862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401294946</link></image></item><item><author>피오나</author><category>마이리뷰</category><title>인류 문명을 만든 일곱 개의 강 이야기 - [세븐 리버 - 인류 문명을 만든 일곱 개의 강 이야기]</title><link>https://blog.aladin.co.kr/769431145/17522825</link><pubDate>Thu, 17 Sep 2026 23:09: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69431145/17522825</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182130627&TPaperId=17522825"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9978/99/coveroff/k182130627_2.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182130627&TPaperId=17522825"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세븐 리버 - 인류 문명을 만든 일곱 개의 강 이야기</a><br/>버네사 테일러 지음, 박은영 옮김 / 미래의창 / 2026년 08월<br/></td></tr></table><br/>*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br><br><br>"강과 자연을 문화적으로 어머니 같은 존재로 여겨 왔음에도 불구하고 이 나라의 생태계와 생물 다양성은 심각한 위기에 처해 있다."강은 그 자체로 매우 복잡한 존재이기 때문에 지도 위에 그어진 경계선이 될 수 없다. 오히려 강은 서로 다른 인식과 주장이 끊임없이 충돌하는 공간을 만들어낸다.&nbsp; &nbsp; &nbsp; &nbsp; &nbsp; &nbsp; &nbsp; p.232<br>강은 오래전부터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필요를 충족시켜주었다. 식수를 제공하고, 항로와 교역의 길을 열어주었다. 또한 권력과 부의 문제와 떼려야 뗄 수 없이 얽혀 있었다. 누가 수로와 운하, 강 하구의 군선들을 차지하느냐에 따라 많은 것들이 결정되었으니 말이다. 그렇게 강은 문명을 잉태하고, 제국을 키우며, 역사의 방향을 바꾸어왔다. 또한 강은 신성한 신앙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고고학자들은 아주 먼 옛날부터 강이나 샘, 습지 같은 장소가 눈에 보이는 세계와 보이지 않는 세계를 잇는 영적인 경계로 여겨졌다고 분석한다.&nbsp;<br>이 책은 세계를 바꾼 일곱 개의 강을 따라 인류의 시간을 거슬러 올라간다. 나일강, 다뉴브강, 갠지스강, 템스강, 미시시피강, 니제르강, 양쯔강이다. 세계사를 연대기로 나열하는 것이 아니라, 강을 통해서 읽어 내는 거라 굉장히 색다른 역사 이야기를 만날 수 있었다. 일곱 개의 강을 일곱 개의 파트로 구분했고, 각 장이 시작하기 전에 지도 수록되어 있어 위치부터 확인해볼 수 있도록 했다. 강과 유역들을 둘러싼 각기 다른 서사들이 펼쳐지는데, 각각의 강마다 이야기가 전개되는 방식이 달라 더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지질학적 기원에서부터 시작하는 강도 있고, 인간의 파란만장한 역사 속에서 차지한 위치를 그 출발점으로 삼는 강도 있다. 강의 이름에 얽힌 비밀과 그 속에 층층히 쌓인 언어의 역사를 파헤치기도 하고, 인간의 시간을 잇는 기후변화의 현장으로, 매끄러운 교통로이자 생기 넘치는 생태계로 살펴보기도 한다.&nbsp;<br><br><br>시간이 흐르면서 강이 우리 삶에서 맡는 역할도 달라졌다. 강은 물건을 나르는 핵심 통로였지만, 이제는 다른 수단들이 그 자리를 채우거나 보완하고 있다. 19세기에 지어진 다뉴브강 계속 철도부터 최근의 라인-마인-다뉴브 운하 그리고 중국의 '21세기 실크로드'라 불리는 일대일로 사업이 대표적이다. 또한 지난 250년 동안 강줄기를 따라 각종 배관(파이프라인)이 설치되면서 강의 기능을 보완하기도 했다.&nbsp; &nbsp; &nbsp; &nbsp; &nbsp; &nbsp; &nbsp; &nbsp; &nbsp; &nbsp;p.539<br>고대 이집트의 나일강을 따라 이어진 30개 왕조는 3,000년이라는 긴 세월 동안 통치를 이어갔다. 그 어떤 강 문명도 나일강처럼 수천 년이라는 오랜 시간 동안 자연을 다스리며 번영을 누리고, 그토록 강력한 존재감을 유지하지는 못했다. 또한 나일강은 수많은 기원과 신화가 피어난 거대한 발원지이자 무대이기도 했다. 강이라는 존재가 그 물줄기에 기대어 사는 사람들에게는 양날의 검과 같았다는 점도 인상적이다. 목마른 이들에게 물을 내어주고 메마른 땅을 옥토로 바꾸며, 교역로와 군사 수송로가 되어주는 생명의 통로인 동시에 그 자체로 단단한 방어벽이 되어주기도 했다. 그러다 강이 천연의 국경으로 선포되는 순간, 그곳은 순식간에 사투의 현장으로 변모한다. 전 유럽을 가로지르는 2,850킬로비터의 다뉴브강 또한 수많은 세력을 끌어들이며 분쟁의 중심지가 될 수밖에 없었으니 말이다.&nbsp;<br>미시시피강은 매우 오래된 강이다. 최소 2억 5,000만 년 전, 지구의 모든 땅덩어리가 하나로 뭉쳐 있던 초대륙 판게아 시절의 지층 흔적 속에서도 지질학자들은 원시 미시시피강이 남긴 흔적을 찾아냈다. 재미있는 것은 지질학적 스케일로는 최고참 격인 미시시피강도 인류사의 관점으로 보면 이 책에 등장하는 일곱 강 중 가장 막내 격이라는 점이다. 아메리카 대륙 그 어디에서도 현생 인류인 호모 사피엔스 사피엔스보다 앞선 인류의 흔적이 발견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강은 상상 속에서 집단 기억을 매개하는 거대한 은유이자, 아득한 시간과 공간을 가로지르는 통로가 되기도 한다. 강을 다스리는 방식은 시대에 따라 수없이 변해왔다. 이제는 오늘날 강과 인류가 마주한 현실에 대해 생각해 봐야 할 지점이다. 오늘을 살고 있는 우리의 선택에 따라 미래의 강줄기에 어떤 이야기가 쓰여질지 정해질 테니 말이다. 자, 일곱 개의 강에 담긴 우리 인류의 이야기를 만나보자!<br><br><br><br><br><br>]]></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39978/99/cover150/k182130627_2.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99789987</link></image></item></channel></r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