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래들의 산책
닉 블랜드 지음, 홍연미 옮김 / 웅진주니어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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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거대한 고래들이 바다에서 걸어 나온다. 마치 사람처럼 지느러미로 선 채로 땅을 딛고 걸어 나온 것이다. 꽤 많은 고래들이 그렇게 바다에서 나와 사람들이 사는 마을로 들어온다.

 

배가 고프면 생선 가게에서 생선을 잔뜩 사고, 수영장에서 책을 보기도 하고, 자전거를 타고 동네를 구경하며, 사람들에게 아름다운 노래를 들려주기도 한다.

 

 

신문에는 고래들의 이야기가 계속 실렸고, 사람들은 점차 거대한 고래들 덕분에 하나둘씩 불편함을 느끼기 시작한다. 엄청난 양의 생선을 먹어치우고 남는 쓰레기들 또한 너무 많았고, 고래들의 무게 때문에 도로들이 쩍쩍 갈라졌다.

 

고래로 인해 피해를 보게 된 사람들은 점점 고래를 탓하는 목소리를 높여 간다. "고래는 살던 곳으로 돌아가라!" "우리는 고래와 함께 살 수 없다!" 고래는 계속 사람들과 함께 땅 위에서 함께 살아갈 수 있을까. 애초에 왜 고래들은 바다를 떠나 땅에서 살기로 한 것일까.

 

 

한 아이가 고래에게 묻는다. "고래야, 왜 바다를 떠나 땅에서 살기로 한 거야?" 고래가 슬픈 얼굴로 대답한다. "바다가 온통 쓰레기로 가득 찼거든. 거대한 쓰레기통이 되어 버렸어!" 

 

사람들은 잠깐의 불편함때문에 고래를 쫓아내기 위해 ‘고래 반대 운동’을 벌였지만, 사실 그 모든 것은 사람들이 버린 쓰레기에서 시작되었던 것이다. 플라스틱, 비닐봉지 등 다양한 쓰레기들이 바다에 쌓이고, 이렇게 건져내는 바다 쓰레기가 매일 약 3톤 규모라고 하니 어마어마한 양이 아닐 수 없다. 지구 표면의 70프로가 넘는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바다인데, 사람들이 버리는 쓰레기들로 인해 바다가 심각하게 오염되고 있는 것은 다들 잘 알 것이다. 점점 심각해지는 바다 환경 문제에 대해 무겁지않게, 재치있고 귀여운 방식으로 알려주는 그림책이었다.

 

 

바다에 떠다니는 미세 플라스틱들을 작은 바다 생물들이 먹고, 점점 더 큰 바다 생물들을 통해 결국 그것은 사람에게 도달하게 된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겠다. 2050년이 되면 바다에 물고기보다 플라스틱이 더 많아질 거라고 하니, 너무도 끔찍한 이야기가 아닐 수 없다.

 

환경 문제를 다루고 있는 많은 책들이 있지만, 이렇게 고래와 사람들이 공존하는 세상을 통해 그림책으로 이야기를 들려준다면, 우리 어린이들이 더 쉽게 이해하고, 공감하게 되지 않을까 싶다. 물론 극중 상황처럼 고래들이 땅 위를 걸어 다니면서 우리가 사는 세상에서 일상을 함께 살아간다는 상상은 너무도 사랑스럽고 재미있지만, 고래들이 자신들의 터전인 바다에서 살 수 없게 되어 도망치듯 나온 거라고 하면 마음이 아플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 그림책은 향유고래, 일각고래, 범고래, 수염고래, 흰고래, 혹등고래, 대왕고래 등 가지각색의 고래들을 등장시켜 아이들에게 우리가 바다 생물들을 지켜줘야 하는 이유에 대해 설득력있게 이야기를 들려 준다. 여름에 읽기에 딱 좋은, 시원하고 사랑스러운 이 그림책을 만나 보자!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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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스터 내니 1 : 아주 특별한 베이비시터 몬스터 내니 시리즈 1
투티키 톨로넨 지음, 파시 핏캐넨 그림, 강희진 옮김 / 서사원주니어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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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려고 누웠는데 침대 밑에 괴물이 있다는 상상을 할 때가 있다. 기분이 좋을 리가 없다. 찜찜하고 신경이 쓰이기 마련이다. 눈은 말똥말똥, 귀는 쫑긋. 잠은 다 날아간다. 그런데 침대 아래가 아니라 복도 벽장에 몬스터가 살고 있다면? 역시나 으슬으슬하다. 이제 막 읽는 책이 과연 도움이 될까? 책에선 몬스터가 전혀 위험한 존재가 아니고 사람을 잡아먹는 괴물도 아니라고 하는데? 어쩌면 책 때문에 더 위험해지지 않을까?!            - 1권, p.62

 

엉뚱한 상상력이 돋보이는 <몬스터 내니> 시리즈는 작가의 여덟 살짜리 아들이 던진 한마디에서 시작되었다. “엄마, 어제 라디오에서 들은 건데요. 동네 엄마들이 모두 여행을 떠나고 몬스터가 엄마를 대신해서 아이들을 돌본대요!” 그렇게 어른들 없이 하고 싶은 걸 마음껏 할 수 있다는 아이들의 바람과 한번쯤은 자유롭게 자신만의 시간을 갖고 싶다는 어른들의 꿈이 만나 기발하고 유쾌한 작품이 만들어 졌다.

 

 

아이들의 여름방학이 시작되고, 마침 여행 상품에 당첨되어 엄마는 집을 비우게 된다. 출장으로 인해 아빠도 자리를 비운 상태라, 여행사에서는 남겨진 아이들을 위해 아주 특별한 베이비시터를 보내준다. 키도 크고 몸집도 큰, 회갈색 털이 덥수룩하게 자란 커다란 괴물이 집에 도착하게 되는데, 그렇게 축구를 좋아하는 첫째 핼리와 영리한 둘째 코비, 상상력이 가득한 막내 미미까지 세 남매와 몬스터의 좌충우돌 동거 생활이 시작된다. 아이들은 몬스터에 대한 책을 도서관에서 빌려오고, 반은 괴물, 반은 사람인 동물인 숲속 괴물 몬스터 내니에 대해서 조금씩 알아간다.

 

 

중요한 건 이제 누구도 몬스터를 두려워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모두 처음 왔던 시각, 그러니까 초저녁보다 집으로 돌아가는 지금 한여름 밤을 더 안전하다고 느끼는 듯하다. 몬스터들이 숲에서 하나씩 차례로 휙휙 빠져나오며 내는 바스락 소리에도 아이들은 놀라지 않는다. 몬스터 내니가 자신들이 어디에 있든 늘 걱정하며 따라다니는, 돌봐주는 친구들이라는 사실을 안 이상, 이제 더 이상 무서워할 이유가 하나도 없다.                 - 2권, p.66~67

 

‘몬스터 내니’는 핀란드의 유명한 숲속 괴물, 트롤이 재탄생한 캐릭터이다. 반은 괴물, 반은 사람인 동물로 극중 특기는 가사노동과 아이 돌보기로 되어 있다. 어떤 상황에서도 애들만 홀로 남겨두지는 않는 성격 덕분에, 해진 뒤 어두컴컴할 때 밖에서 먹을거리를 찾을 때도 아이들에게 같이 가자고 할 정도이다. 벽장을 비워주면 그 속에 들어가 쉬는데, 팔을 몸에 딱 붙이고 겨우 설 정도로 비좁지만 불편해하지 않는다. 움직일 때마다 뽀송뽀송 마른 털 사이에서 먼지가 후두두 떨어지고, 냄새도 조금 나지만 아이들은 몬스터라는 존재에 대한 무서움보다는 호기심이 더 강하다.

 

아이들의 끊임없는 호기심과 거대한 몸집의 털북숭이 몬스터의 정체에 대한 비밀이 맞물려서 이야기는 흥미진진하게 흘러간다. 2권에서는 아이들에게 '얼굴 없는 목소리'였던 아빠가 드디어 등장한다. 그리고 몬스터의 피를 빨아 먹는 모기 요정과 갑자기 어디선가 나타난 섬뜩한 기운의 세 여인이 나타나 스토리를 더욱 풍성하게 만들어 준다.

 

 

이 작품은 핀란드 아동 소설 최고의 화제작으로 핀란드 원작 시리즈는 총 3편이며, 한국어판으로는 총 6편이 출간될 예정이다. 이번에 나온 1권과 2권이 전체 시리즈를 조망하는 역할을 한다고 하니, 먼저 만나보면 좋을 것 같다. 3권에서는 몬스터 내니를 따라 지하세계로 가게 된 아이들의 모험 이야기가 펼쳐진다고 한다. 게다가 몬스터 세계의 무시무시한 지배자가 등장한다고 하니, 굉장히 재미있을 것 같다. 

 

절대 어딘가로 떠나지 않던 엄마는 갑자기 여행을 떠나고, 절대 집에 오지 않던 아빠는 마침내 집에 오고, 게다가 복도 벽장에는 다 자란 것 같은 몬스터가 자고 있다면 기분이 어떨까. 사람들은 몬스터의 존재를 믿지 않겠지만, 순수한 아이들은 몬스터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이런 이상한 상황에서도 평상시처럼 일상을 보낸다. 덕분에 아이들의 입장에서 더 공감하며 읽을 수 있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몬스터 내니>시리즈는 리들리 스콧 프로덕션으로 영화화도 예정되어 있다. 그만큼 흥미진진한 전개와 빛나는 상상력으로 무장한 작품이니, 올 여름 아이와 함께 신나는 모험을 떠나보고 싶다면 이 책을 만나 보자!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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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긴 방 마르틴 베크 시리즈 8
마이 셰발.페르 발뢰 지음, 김명남 옮김 / 엘릭시르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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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마르틴 베크 시리즈‘ 여덟 번째 작품이 나왔다. 오래 기다린 만큼 천천히 음미하면서 느긋하게 즐겨야겠다! 올해 안에 아홉 번째 작품인 <경찰 살해자>와 열 번째 작품인 <테러리스트>도 나올 예정이라 이제 딱 두 권 남았다. 시리즈 완간까지 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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링컨 하이웨이
에이모 토울스 지음, 서창렬 옮김 / 현대문학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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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남은 볼일이 있다면, 그걸 끝내기로 하자.
우리는 그 같은 문장을 말하기 위해서라면 평생을 기다릴 수 있다. 그리고 막상 그런 순간이 왔을 때, 우리는 담대함과 침착함을 유지하지 못해 그런 말을 못 하기 십상이다. 그런 종류의 침착함은 교육이나 연습의 산물이 아니다. 그 자질을 타고났든가 아니든가, 둘 중 하나일 뿐이다. 그리고 대부분의 사람은 타고나지 않는다.
그러나 여기, 그런 자질의 최상의 모습이 나온다.        p.131

 

<우아한 연인>, <모스크바의 신사> 에이모 토울스의 신작을 가제본으로 만나보게 되었다. 에이미 토울스는 한 작품의 완성에 4년의 집필과 1년의 독서 시간이 필요하다고 밝힌 적이 있다. 40대 후반의 늦은 나이에 발표한 데뷔작 <우아한 연인>이 2011년 작이고, 두 번째 작품인 <모스크바의 신사>는 2016년 작이다. 이번에 나온 <링컨 하이웨이>는 2021년 작으로 기다림의 시간이 전혀 아깝지 않은, 그 시간만큼을 고스란히 보상해 주는 작가이기에 너무도 기대가 되었다. <우아한 연인>이 세계 대공황의 그림자가 드리운 1938년 미국 뉴욕을 배경으로 했다면, <모스크바의 신사>는 20세기 초 볼셰비키 혁명 이후 소비에트 러시아를 배경으로 했었다.

 

이번 신작은 1954년을 무대로 어머니를 찾기 위해 네브래스카에서 캘리포니아로 차를 몰고 가려는 형제의 이야기이다. 과실치사로 소년원에 수감 중이던 에밋 왓슨은 아버지의 죽음으로 조기 퇴소해 고향 집으로 막 돌아왔다. 농사를 짓던 아버지가 남겨 준 것은 담보대출에 더해 새 대출로 인한 빚들뿐이었고, 농장은 압류당했고, 집도 곧 은행으로 넘어갈 예정이었다. 유일하게 에밋에게 남은 것은 자신의 명의로 등록된 차 한대뿐이었다. 게다가 자신이 죽게 한 소년의 피해자 가족들이 언제 그에게 분노를 쏟아낼지도 알 수 없는 상황이었기에, 이곳을 떠나 다른 곳에서 새로운 인생을 시작해야만 했다. 열여덟 에밋의 유일한 가족은 여덟 살의 조숙한 동생 빌리 밖에 없었다. 에밋은 빌리를 데리고 남부 텍사스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하려고 마음먹고 있었다.

 

 

 

베개에 몸을 받친 채 울리는 여분의 약병 속 약을 재빨리 털어 넣고 편안한 자세로 누웠다. 천장을 바라보는 동안 그의 생각은 비오는 날 완성하곤 했던 조각 그림 맞추기로 돌아갔다.
모든 사람의 삶이 조각 그림 맞추기의 조각 같다면 멋지지 않을까, 울리는 생각했다. 그렇다면 어떤 사람의 삶도 다른 사람의 삶에 불편을 초래하는 것으로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어떤 사람의 삶도 특별히 설계된 자신의 자리에 딱 들어맞을 것이고, 그렇게 함으로써 복잡한 전체 그림이 완성될 수 있게 할 것이다.         p.707

 

빌리는 8년 전에 아이들을 남기고 집을 나갔던 어머니가 보낸 그림엽서를 통해 캘리포니아로 가면 어머니를 찾을 수 있을 거라고 믿는다. 빌리의 주장에 에밋은 고민하다 결국 대륙 서쪽 끝으로 향하기로 결정하는데, 그들 형제 앞에 예상치도 못했던 방문객이 나타난다. 에밋을 집까지 태워다 주었던 원장의 자동차 트렁크에 소년원에서 만난 친구 더치스와 울리가 숨어들어 있었던 것이다. 형기를 아직 네다섯 달 정도 남겨두었기에 둘 다 사실상 탈옥한 거나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그들에게는 그들만의 무단이탈 이유가 있었고, 에밋은 마음에 내키지는 않았지만 그들의 여정 중간에 친구들을 태워주기로 한다. 하지만 여정은 처음의 계획대로 되지 않고, 경로를 이탈한다. 이들 네 소년은 각자가 도달하기를 원하는 그곳에 갈 수 있을까.

 

이 책의 제목이자 네 소년의 여정을 통과하는 것은 미국을 횡단하는 최초의 고속도로인 '링컨 하이웨이'이다. 뉴욕시의 타임스퀘어에서 시작해서 3390마일 떨어진 샌프란시스코의 링컨 공원에서 끝나는, 미국의 한쪽 끝에서 다른 쪽 끝까지 관통하는 도로이다. 에이브러햄 링컨의 이름을 따서 지은 이 도로를 통과하는 오갈랄라, 샤이엔, 롤린스, 록스프링스, 솔트레이크시티, 일리, 리노, 새크라멘토가 형제의 엄마가 보낸 그림 엽서의 지점들이기도 하다. 물론 샌프란시스코로 간다고 해서 엄마를 찾을 수 있다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었다. 그들은 8년 동안 어머니로부터 어떤 소식도 듣지 못했고, 어머니가 어디 계신지도 전혀 몰랐으니 말이다. 그러니 이 작품의 방점은 목적지가 아니라 과정에 있다. 소년들이 각자의 방식대로 어른이 되어 가는 과정, 그들이 만나게 되는 사람들과 겪게 되는 경험들에 있다. 그들이 거쳐가는 모든 순간, 모든 우여곡절, 그리고 매일매일이 특별한 날이기 때문이다.

 

무려 팔백 페이지가 넘는 엄청난 분량 동안 페이지를 넘기는 손이 멈출 새가 없었다. 이 긴 이야기가 끝나지 않고 계속 되어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마저 들 정도로 말이다. 총 10장으로 구성된 이 작품은 하루에 한 장, 열흘 동안 있었던 일을 그리고 있다. 날짜의 역순으로 장 번호를 매겨, 10, 9, 8로 카운트다운처럼 이야기가 진행되고 있다. 네 소년을 비롯해 그들의 주변 인물들 각각의 다중적인 시점으로 전개되는 이 여정은 에이모 토울스의 전작들과는 여러 모로 분위기가 많이 다르다. 매번 작품을 쓸 때마다 나름의 의도를 가지고 시간적, 공간적으로 판이하게 다른 이야기를 쓰려고 하기에, 그의 작품은 늘 실망시키지 않는다. 그는 현재 새로운 소설을 집필 중이며 그 이야기는 1940년 이집트 카이로에서 시작해 1999년 뉴욕시에서 끝난다고 한다. 또 4년여의 시간을 기다려야 만날 수 있겠지만, 여전히 그 작품이 기다림을 보상해줄 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출판사로부터 가제본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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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너는 무엇을 했는가
마사키 도시카 지음, 이정민 옮김 / 모로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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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알고 있는 다이키가, 다이키의 전부가 아니었다. 그런 당연한 일을 이제야 비로소 깨달은 느낌이다.
학교에 있을 때의 다이키, 친구와 있을 때의 다이키, 자기 방에 있을 때의 다이키. 전부 다 상상하는 것밖에 할 수 없지만, 이즈미는 상상 속 다이키가 자신이 보고 있는 다이키와 똑같다는 것을 믿어 의심치 않았다.
그런데 아니었을지도 모른다.          p.68

 

평범한 주부 미즈노 이즈미는 그날 저녁 상을 차리면서 스스로 행복하다고 생각한다. 비싼 양과자점의 케이크와 아이들과 남편이 좋아하는 음식으로 상을 차렸다. 딸인 사라는 1지망인 대학에 합격했고, 아들인 다이키도 1지망 고등학교에 합격한 것을 축하하는 자리였다. 가정에 충실한 남편과 반듯하고 상냥한 아이들, 결코 유복하지도 않고 주목을 받는 삶도 아니지만, 이토록 행복한 가족은 웬만해서는 없지 않을까 이즈미는 생각한다. 하지만 다음 날 아침, 아들이 간밤에 자전거를 타고 가다 사고사를 당했다는 경찰의 연락을 받게 된다. 여성 두 명을 살해한 연쇄 살인범이 경찰서에서 도주해 뒤쫓는 중이었는데, 하필 그쪽을 지나던 다이키가 휘말려 사고가 나게 된 것이다. 그날 밤 다이키는 왜 밖으로 나갔던 것일까. 어째서 순찰차를 피해 도망을 간 것일까. 착한 우리 아들이 왜 죽어야만 했을까.

 

15년 뒤, 젊은 여성이 자신의 빌라에서 살해당한 채 발견된다. 그리고 회사 동료이자 불륜 상대인 남성도 같은 날 행방불명된다. 전과도 없고, 결혼 한지는 2년 반, 현재 아내와 아들과 셋이서 살고 있던 평범한 가장이었던 그 남성이 범인인 걸까. 사건을 수사하는 두 형사의 시점으로 진행되는 이야기는 전혀 상관 없어 보이는 과거와 현재를 넘나 들며 드러난 사건의 이면을 살펴보기 시작한다. 15년 전 소년은 왜 죽어야만 했을까. 겉보기에는 평범해 보이는 부부의 사랑 뒤에 숨겨져 있는 어둠은 무엇이었을까.

 

 

 

몇 번을 걸어도 노노코가 전화를 안 받는다. 점점 불길한 상상이 떠올라 머리가 돌 지경이었다. 다쓰히코는 행방불명, 게다가 살인 사건의 범인 취급을 받고 있다. 자신의 인생에 이런 무시무시한 일이 생기다니 믿기지 않았다.
두 형사가 돌아간 직후였다. 거실에는 그들이 가져온 무시무시한 비일상이 자욱하게 껴 있다.           p.133

 

현재 사건을 수사 중인 미쓰야는 15년 전 사건 당시 도주한 연쇄 살인범을 우연히 체포했던 경찰이었다. 그리고 그는 15년이 지난 지금도 소년의 사고사에 대해 신경쓰고 있다. '소년은 왜 트럭에 부딪쳐야 했는가. 왜 순찰차를 피해 달아나야 했는가. 죽음에 이르기까지의 이유를 모릅니다. 모르기 때문에 알고 싶은 겁니다.'라고 그는 말한다. 어린 시절 자신의 어머니가 살해된 사건의 최초 발견자였고, 끊임없이 어머니가 살해되어야만 했던 이유를 찾아 왔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이 작품은 두 형사의 시점 외에도 사건 관계자들의 다양한 시점을 통해 시종일관 긴장감을 놓치지 않고 이야기를 진행한다. 용의자의 아내와 어머니, 피해자의 가족 등 내 가족이 사건을 저질렀을 지도 모른다고 의심하고, 추측할 수밖에 없는 남겨진 이들의 시점으로 사건에 대해 다각도로 들여다 보게 만들어 주는 것이다.

 

왜 그는 사라졌을까. 왜 그 여자는 죽어야 했을까. 왜 그들은 보여지는 모습과 전혀 다른 행동을 했던 것일까. 왜. 왜. 왜. 제목인 '그날, 너는 무엇을 했는가'는 진실을 알 수 없는 채로 남겨진 이들을 목소리이다. 행복했다고 생각했던 아들이 사실은 집에 들어오기 싫어했다고, 내가 알고 있던 아들이 그의 전부가 아니었다고 깨닫는 엄마의 마음이란 어떤걸까. 지금껏 자신을 좋은 엄마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는데 말이다. 잘 살고 있다고 생각했던 아들 부부가 사실은 아무런 애정 없이 빈껍데기로 살고 있었다는 걸 알게 된 엄마의 마음은 또 어떨까. 그저 평범하게, 결코 일상에서 벗어나는 일은 없으리라고 당연하게 생각했던 믿음이 깨졌다면 말이다. 이 작품은 우리가 쉽게 믿고 있는 '가족이라는 환상'을 집요하게 파헤쳐 그 끝에 도달했을 때 어떤 것이 보이는지, 그것을 직면하게 만들어 준다. 흡입력 있는 이야기 전개가 돋보이는, 서글픈 미스터리이다. 무더운 여름, 책을 쥔 순간 몰두해서 끝까지 읽고 싶은 작품을 찾는 다면 적극 추천한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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