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251 | 252 | 253 | 254 | 255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
철학은 어떻게 삶의 무기가 되는가 - 불확실한 삶을 돌파하는 50가지 생각 도구
야마구치 슈 지음, 김윤경 옮김 / 다산초당 / 2019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현대와 같이 분업이 표준화된 사회에서는 악행을 저지르고 있다는 자각조차 못 한 채 거대한 악행에 가담하고 있기 쉽다. 수많은 기업에서 행하고 있는 은폐와 위장은 바로 분업에 의해 가능했다. 이러한 행위를 막기 위해서는 자신이 어떠한 체계에 속해 있는지, 자신이 하고 있는 눈앞의 일이 사회에 어떠한 영향을 끼치고 있는지를 짚어 보고 공간적, 혹은 시간적으로 큰 테두리 안에서 생각할 줄 알아야 한다.   p.122

우리는 누구나 가면을 쓰고 살아간다. 집에서는 세상 다정한 아빠가 회사에서는 부하들에게 엄하고 무서운 상사가 될 수도 있다. 애인에게는 너무도 상냥한 사람이 엄마와 통화할 때는 퉁명스럽게 짜증만 낼 수도 있고, 학교에서는 매사 똑 부러지고 성실한 사람이 친구들 사이에서는 덤벙거리고 실수투성이일 수도 있다. 사람은 누구나 소속된 회사나 학교, 가정, 친구관계 또는 동호회나 사교 모임 등과 같은 여러 커뮤니티 속에서 다양한 입장과 역할을 갖게 된다. 그리고 그 속에서 반드시 일관된 정체성을 지니고 있는 것은 아니다. 어느 곳에서나 똑같은 인격을 유지하는 것은 상당히 어려운 일이니 말이다. 심리학자 카를 구스타프 융은 인격 가운데서 외부와 접촉하는 외적 인격을 페르소나라는 개념으로 설명했다. 융은 실제 자신의 모습을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 낸 가면이 페르소나라며, 이를 개인과 사회적 집합체 사이에서 맺어지는 일종의 타협이라고 정의했다. 가정과 직장, 그리고 개인이라는 세 가지의 인격 요소에 대한 융의 이론을 이렇게 현실적으로 설명하고 있다

현재 일본에서 가장 주목 받는 컨설턴트인 야마구치 슈는 철학이 현실 세계와 동떨어진 학문이라는 말을 강하게 부정한다. 그리하여 난해하거나 고리타분한 이야기는 빼고, 바로 지금 우리 삶에서 벌어지는 문제와 그 해결책에 주목한다. 현실에 단단히 발을 붙이고 철학 개념으로 새로운 관점을 제시한다는 점에 있어서 이 책은 매우 쉽고, 흥미진진하다. 일과 삶의 모든 과제를 철학으로 다 해결할 수 있는 것을 실제로 보여주고 있으니 말이다.

 

우리가 안이하게 궁극의 이상으로 내건 '공정하고 공평한 평가'는 정말로 바람직한 것일까? 그 이상이 실현되었음에도 '당신은 뒤쳐져 있다'고 평가 받는 많은 사람들은 대체 어떻게 해야 하직 존재를 긍정적으로 인식할 수 있을까? 그러한 사회와 조직은 정말로 우리에게 이상적인 것일까? 공정이라는 개념을 절대적인 선으로 받들기 전에 곰곰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p.249

이 책은 철학자들이 남긴 다양한 개념들을 사람, 조직, 사회, 사고라는 네 가지 컨셉에 따라 정리하고 있다. 타인과 자신의 사고방식과 행동 양식에 관해 통찰하게 하는 '사람', 집단에 속한 인간이 보이는 행동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주는 '조직', 사회의 성립 과정과 그 메커니즘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줄 '사회', 그리고 모든 일을 깊고 예리하게 고찰하기 위한 돌파구를 마련해 주는 '사고' 항목이다. 이미 철학에 관련된 입문서들이 꽤 많이 출간되어 있지만, 그 책들과는 다르게 이 책은 철학 사상의 중요성보다 현실과 맞닿아 있는 실용성을 토대로 쓰여진 점이다. 저자는 여러 철학자들의 사상 중에서 '사용할 수 있는지 없는지' 만을 기준으로 평가해 담았다고 말한다. 그러한 핵심적인 철학 사상 외에 경제학, 문화인류학, 심리학, 언어학에 관한 내용도 다루고 있어 매우 흥미롭게 읽을 수 있다.

데카르트의 그 유명한 말 "나는 생각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는 말 또한 프로세스에서 배울 점은 풍부하지만 아웃풋에서는 배울 게 거의 없다는 점만 보아도, 이 책이 지향하는 바는 명백하다. 현대 사회에서 평범하게 살아가는 이들의 생활과 밀접하게 연관이 있고, 현실의 쓸모에 기초한 철학적 사고법이라고 하니, 어느 자기계발서나 인문서 못지 않게 실용적인 책이 아닐 수 없다. 사실 철학이라는 것이 실생활에 전혀 쓸모 없고 현실과는 동떨어진 학문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이 책은 우리 삶 가까이에 선명하고 확실한 개념으로서 존재하는 철학을 만날 수 있게 해주고 있어 인상적이었다. 철학이 현실에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고 어떤 도움을 주는지를 알게 된다면, 이제부터 철학이 당신의 경쟁력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밤의 요가 - 낮 동안 쌓인 스트레스를 날려 보내는 시간
산토시마 가오리 지음, 최윤영 옮김 / 인디고(글담) / 2019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휴식을 계속 뒤로 미루는 노력형은 액셀과 '더 빨리 밟는 액셀', 2가지 기어뿐이어서 마치 브레이크가 없는 자동차를 운전하는 것과 같습니다. 충분히 노력하고 있으면서도 더 노력해야만 한다고 생각하거나, 피곤하면 더 안 좋은 생각이 떠올라 내몰리는 경향이 있습니다. 더구나 불안이 커지면 그 공간을 메우려고 단것을 먹거나 피곤한 몸을 더 움직여서 녹초가 되고 맙니다.   p.22

언제부턴가 밤에 충분한 시간 동안 자고 일어난 것 같은데도, 아침에 개운치가 않고 여전히 피로감이 느껴진다. 아마도 대부분의 현대인들이 겪고 있는 만성피로 증상일 것이다. 회사원들은 잦은 야근과 회식 때문에, 주부들은 아무리 해도 티 나지 않는 집안일과 고된 육아 때문에, 학생들은 빡빡한 학습일정과 미래에 대한 부담감으로 자도 자도 언제나 피곤한 느낌이다. 이 책의 저자인 산토시마 가오리는 말한다. 낮 동안 쌓인 피로는 밤까지 이어지게 마련이라고. 육체적인 피로와 정신적인 피로가 쌓여 몸에 에너지가 부족해지기 때문에 컨디션 난조가 계속되는데, 대부분의 사람들은 몸에서 보내는 신호를 무시하면서 살고 있다고 말이다. 왜 우리는 스마트폰이나 태블릿은 꼬박꼬박 충전하면서, 자신의 몸은 뒷전으로 여기고 사는 걸까.

전문 요가 강사인 저자는 이 책을 통해서 하루 동안 쌓인 몸과 마음의 피로를 풀고 숙면에 도움이 되는 호흡과 요가 동작, 생활 습관 등을 알려 준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쌓인 스트레스로 만성 피로를 달고 사는 사람들이라면, 생활 속 쌓인 피로의 원인을 살펴보고 잠들기 전 간단히 따라 할 수 있는 호흡 조절과 자세만으로도 조금 달라진 아침의 공기를 느낄 수 있을 것 같다. 자신의 생활 패턴을 체크해보고, 의도적인 휴식 시간을 만들어보는 것도 중요하다. 사는 게 바쁘다는 핑계로 늘 휴식을 뒤로 미루며 살고 있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요가는 몸과 마음, 호흡을 하나로 잇는 것이라고 한다. 좋은 몸의 상태가 좋은 마음 상태로 이어진다고 하니, 이 책에서 소개해주는 요가 동작들을 따라 하는 것만으로 일상에서 쉽게 실천할 수 있는 좋은 습관들을 가지게 될 것 같다.

 

요가라는 말을 들으면 건강하고 활발한 인상이 느껴지죠. 햇살이 비추는 곳에서 전사 자세나 유연성이 요구되는 자세를 연습하고 있는 장면을 떠올리는 분도 많을 겁니다.

하지만 본래의 요가는 마음과 몸을 지금 여기에 연결시키는 것에 도움이 되는 심신 수련 중 하나입니다.   p.64

이 책에는 깊이 잠들 수 있게 도와주는 어깨 자세, 기분 좋은 휴식을 위한 강아지 자세, 머리가 상쾌해지는 벽걸이 자세 등 자신의 그날의 몸 상태에 따라 선택해서 적용해볼 수 있는 15가지 요가 동작과 단시간에 깊은 휴식에 이를 수 있는 심신의 긴장을 풀어주는 요가 니드라가 소개되어 있다. 특히나 관심이 갔던 것은 수면의 질을 높이는 ZZZ 요가였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낮 동안에는 끊임없이 신경을 쓰고 장시간 앉아 있거나 서 있기 마련이다. 당연히 몸 어딘가에 피로나 결림, 혈액순환 문제가 발생하게 되면 수면의 질이 떨어지게 되고, 그러한 밤의 컨디션은 다음날 아침으로 자연스레 이어진다. 종일 긴장되어 있던 목과 등의 결림을 완화하고, 의자에 장시간 앉아 있는 골반 주변의 순환을 좋게 하며, 순환이 나빠진 혈류를 개선하는 데 도움이 되는 여러 자세가 소개되어 있다. 단계별로 사진과 설명이 잘 되어 있어서 무리하지 않고, 어렵지 않게 직접 따라해 볼 수 있다.

그리고 인도 전통 의학 아유르베다 테라피스트이기도 한 저자는 피로가 쌓이지 않는 생활 습관도 함께 책에 담고 있다. 굿모닝 명상으로 시작하는 하루, 아침을 여는 따뜻한 물 한잔, 아침 공기 마시기, 식물에 물주기, 틈틈이 몸 움직이기 등의 아침 습관부터 바쁜 하루 중 한숨 돌리는 티타임, 온종일 고생한 발을 위한 오일 마사지까지 하루의 생활 습관 들이 소개되어 있다. 나도 한때 요가를 꽤 오랫동안 했었는데, 지금은 요가는커녕 그 어떤 운동도 못하며 지내고 있다 보니 피로는 물론이고, 몸이 예전 같지 않다는 느낌을 자주 받는다. 하지만 살림과 육아에 쫓겨 나만의 시간을 내고, 어디론가 요가를 배우러 가는 일이 쉽지 만은 않아서 다시 시작할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던 참이었다. 하지만 이 책 덕분에 잠들기 전, 잠깐의 시간을 이용해 이불 위에서도 마음 편하게 할 수 있는 요가에 대해서 알게 되어 뭔가 힐링 받는 느낌도 들었다. 매일매일 치열하게 일상을 살아내느라 바쁜 당신에게, 잠들기 전 밤 시간만큼은 스스로를 돌보는 시간을 가져보길 추천한다. 사람의 몸과 마음에도 충전의 시간이 필요하니 말이다. 생활 습관에 따라 체질도 변화한다고 하니, 어쩌면 지친 몸과 마음을 회복하는 잠들기 전 휴식 요가를 통해서 당신도 지긋지긋한 만성 피로에서 벗어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좋은 습관으로 건강한 몸을 만들어 보고 싶다면, 이 책을 만나보자.


댓글(0) 먼댓글(0) 좋아요(9)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코끼리 탐험대와 지구 한 바퀴 - 숨은그림찾기 세계 여행 웅진 지식그림책 52
기욤 코네 지음, 서남희 옮김 / 웅진주니어 / 2019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한때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월리를 찾아라' 이후 오랜 만에 매우 흥미로운 '숨은그림찾기' 그림책을 만났다. 웅진 지식그림책 52권으로 <코끼리 탐험대와 지구 한 바퀴>라는 제목 그대로 5 5색 개성 만점 코끼리들과 함께 세계 여행을 떠나는 구성이다.

호기심 많은 다섯 코끼리가 오랫동안 꿈꾸던 모험에 나선다. 여정이 시작되기 전에 코끼리 탐험대 소개와 그들 각각의 소중한 물건들이 소개되어 있다. 탐험가 코끼리와 여행 가방, 미식가 코끼리와 컵케이크, 예술가 코끼리와 자화상, 사진가 코끼리와 카메라, 운동선수 코끼리와 스케이트보드가 되겠다.

 

새롭게 여행지에 도착할 때마다 숨은그림찾기를 할 수 있도록, 정답을 표시할 수 있는 동그라미 스티커가 함께 들어 있다. 코끼리 탐험대에겐 주황색 동그라미, 코끼리 탐험대의 소중한 물건들에는 파란색 동그라미 등으로 색상이 구분되어 있어 어린이는 물론 성인, 온 가족이 함께 즐길 수 있는 숨은그림찾기이다.

이들의 첫 번째 여정은 빨간색 이층 버스와 템스강으로 유명한 '런던'이다. 얼마나 아기자기하고 세밀하게 묘사가 되어 있는지, 시간 가는 줄 모르고 그림 속으로 푹 빠져 들었다. 두 번째는 1,200개가 넘는 다리와 수많은 자전거 길로 유명한 '암스테르담'이다. 뒤를 이어 러시아의 '상트페테르부르크', 도쿄, 홍콩, 시드니를 거쳐 아마존에 이른다. 세계에서 가장 큰 열대 우림인 아마존이 압권인데, 그곳에 사는 동물, , 식물들이 너무도 재미있게 그려져 있어 흥미진진했다. 동물과 식물에 관심이 많은 아이라면 그야말로 한참을 아마존 페이지에서 시선을 떼지 못할 것 같다.

 

샌프란시스코, 뉴욕, 그리고 브라질의 '리우데자네이루', 마다가스카르 숲, 인도의 '뭄바이' 를 거쳐 이집트의 '카이로, 이탈리아의 '로마'에서 이국적인 정취를 물씬 느껴볼 수 있었다. 마지막 여정은 기념물들이 많은 걸로 유명한 파리였다. 숨은 그림을 찾아 스티커를 붙여 보는 것도 재미있었지만, 세계 각자의 모습과 문화적인 풍경을 관찰하는 재미도 있는 책이었다.

저자인 기욤 코네는 BBC, NIKE 같은 유명 브랜드 광고 프로젝트에 참여한 도시 그림 전문 작가로 특유의 섬세하고 정교한 그림으로 구석구석 숨겨져 있는 이야기들을 찾아 낼 수 있도록 이 책을 만들었다.

 

각 나라 별로 화폐, 언어, 인구 등 도시에 대한 기본적인 정보부터 인사말, 가보면 좋을 곳들, 음식 등 실제 여행할 때 꼭 필요한 정보가 간단히 수록되어 있어 단순한 숨은 그림 찾기가 아닌 교육적 효과까지 더한 그림책이기도 하다. 관광지 티켓이나 교통 티켓 같은 생생함이 살아 있는 소품들로 사실감을 더해 여행 책으로도 훌륭한 역할을 해주는 그림책이다.

가끔 머리가 복잡한 날, 눈을 크게 뜨고 세계 구석구석을 탐험해보는 것만으로 골치 아픈 일상의 모든 문제들을 잠시 잊어 버릴 수 있을 것 같다. 그래서 아이들에게도 흥미로운 그림책이지만, 어른들에게도 휴식과 힐링을 동시에 안겨줄 수 있는 그림책인 것 같다. 판형이 큰 그림책인데다, 디테일을 살려 오밀조밀하게 공간을 가득 채우고 있는 그림들 덕분에 한번 빠져들면 헤어나올 수 없는 집중력을 발휘하게 될 것이다. 게다가 구석구석 흥미로운 요소들이 숨겨져 있어 여러 번 다시 봐도 지루하지 않은 그림책이니, 잠시 일상을 잊어 버리고 세계 여행을 떠나고 싶은 당신에게 추천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디즈니 프린세스, 내일의 너는 더 빛날 거야 - 지금 그대로 사랑스러운 당신에게
디즈니 프린세스 원작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9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예고없이 찾아온 시련으로 힘들다면 '나는 운이 좋은 사람이니까, 이 불행도 금방 지나갈 거야'라고 생각해보세요. 그리고 지금의 불행보다 이전에 경험했던, 혹은 앞으로 찾아올 행운에 집중해보세요. 내 안을 가득 채운 긍정적인 기분이 나를 행운으로 인도해줄 거예요.   p.54

곰돌이 푸를 시작으로 앨리스, 미키마우스 등 추억의 디즈니 캐릭터들이 작년 한해 엄청난 사랑을 받았다. 무려 80만 부 이상의 판매고를 기록할 정도로 화제였던 그 디즈니 시리즈의 마지막을 장식해줄 책은 디즈니의 프린세스 시리즈이다. 1937 <백설공주>로 시작되었던 디즈니 프린세스 시리즈는 이후 <인어공주>, <미녀와 야수>, <알라딘> 등 전 시리즈가 큰 호응을 얻으며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눈처럼 흰 피부에 칠흑 같은 머리카락을 가진 아름다운 백설공주, 불우한 환경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는 신데렐라, 아름다운 용모의 아그라바 공주 자스민, 16세 생일에 물레 바늘에 찔려 잠이 든 오로라 공주, 책을 좋아하는 지적이고 따뜻한 벨, 호기심 많고 명랑한 인어 공주 에리얼까지.. 이 책 속에서 만날 수 있는 디즈니의 프린세스 캐릭터들이다.

어린 시절을 떠올려 보자면 이러한 동화들이 좋았던 이유 중의 하나가 바로 '해피엔딩'이었던 것 같다. 주인공들이 고난과 역경을 거치는 과정은 모두 달랐지만, 어떤 상황에서든 긍정적이고, 사랑스러웠던 그들을 기다리는 건은 언제나 해피엔딩이었다. 어른이 되고 나니 세상 모든 일이 마냥 꿈꾸는 대로, 바라는 대로 이어질 수만은 없다는 것을 이제는 알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시절 해피엔딩을 꿈꾸던 내 모습을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한 순간 마음이 따뜻해지는 기분이다.

 

두 사람이 함께하는 시간이 늘어날수록 서로의 가치관이나 생활 패턴이 다르다는 사실을 깨닫게 됩니다. 살아온 환경이 다르니 어쩔 수 없는 일이지요. 때때로 상대방의 행동을 이해하기 힘들더라도 부정하지는 마세요. 당신과 다를 뿐 틀린 것은 아니니까요. 오히려 서로 간의 차이를 즐기며 그저 받아들여보는 건 어떨까요.  p.191

신데렐라는 열두 시가 되면 재투성이 소녀로 다시 돌아가기 때문에 왕자님의 손을 놓고 계단을 뛰어 내려 와야 했다. 이 장면에 이어지는 글은 재미있게도 '관계에서 징크스를 믿지 마세요'이다. 징크스를 믿는 사람은 그러한 징조를 발견했을 때 자신도 모르게 불안해하고, 평상시라면 하지 않았을 실수들도 하게 된다고. 불길한 징조와 실제 불길한 일 사이에는 상관관계가 없다고 말이다. 백설공주에서 계모는 거울을 보며 묻는다. 거울아, 거울아, 이 세상에서 누가 제일 예쁘니? 계모의 시기와 질투가 백설공주에게 독이 든 사과를 먹게 한다. 이 장면에 이어지는 글은 '행복을 타인과 비교하지 말아요'이다. 나만 빼고 세상 모두가 행복한 것처럼 느껴지는 순간이 분명 있을 것이다. 그럴 때 그 기분 그대로 누군가와 부딪혀서는 안 된다. 잠시만 시간을 두고 돌아보면, 나를 괴롭히는 것이 상황이나 타인의 악의가 아니라 자꾸만 타인과 나를 비교하는 자신이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이렇게 디즈니 프린세스 시리즈에는 희망과 용기를 주는 긍정적인 메세지들로 가득하다. 누구나 익숙하게 아는 동화의 아름다운 장면들과 그에 맞는 짧지만 공감되는 문구들이 위로가 되고, 용기가 되고, 희망을 꿈꾸게 만든다. 우리는 이미 소중한 것들을 가지고 있다고, 당신은 지금 모습 그대로 사랑스럽다고, 당신은 충분히 매력적인 사람이라고 말해주는 메세지 자체는 사실 특별한 것이 아닐 지도 모른다. 하지만 동화 속 이야기와 그 속의 인물들이 처해진 상황에서 비롯되는 메세지라면 조금 다를 수밖에 없다. 어떤 시련이 닥치더라도 놀라울 만치 긍정적이고 용감한 책 속 주인공들이 건네는 따뜻한 말은 그 시절 반짝이던 내 모습을 떠올리게 하고, 어른이 되어 잃어버린 감정을 다시 바라보게 만들고, 어쩌면 우리 안에 이미 내재되어 있는 빛을 다시 찾을 수 있도록 만들어주고 있으니 말이다.

무도회에 가지 못해 울고 있던 신데렐라에게 요정이 나타나 선물을 주면서 말한다. 네가 희망을 잃었다면 나는 나타나지 않았을 거라고. 희망이 있기에 내가 널 도와주러 왔다고.  어쩌면 세상의 모든 일들이 그럴 지도 모르겠다. 좌절하고, 실패하고, 끝이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희망을 잃지 않는 다면 그 끝에 극적인 반전이 기다리고 있을 지도, 한 순간에 인생이 바뀌어 꿈이 이루어질 수도 있다고 말이다. 다시 한번 해피엔딩을 꿈꾸고 싶다는 기분이 드는 책이었다. 어쩌면 오늘보다 더 반짝이는 내일이 나를 기다리고 있을 지도 모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피와 뼈의 아이들
토미 아데예미 지음, 박아람 옮김 / 다섯수레 / 2019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한순간 나는 그의 눈을 통해 세상을 본다. 센타로 아이들과 함께 사원 마당을 뛰어다니는 모습. 그의 금빛 눈에는 오로지 기쁨만이 가득하다... 그는 가만히 서 있고 마말라워가 그의 몸 여기저기에 아름다운 흰색 상징들을 그려 넣는다... 센타로들이 학살당한 뒤 페허가 된 곳을 둘러보며 그의 마음이 찢어진다... 난생처음 마법을 깨우는 의식을 치르며 그의 영혼이 한껏 부풀어 오른다... 이 모든 장면이 사라지고 속삭임만이 남는다. 컴컴한 머릿속에서 오직 그 한 마디가 떠다니고 있다.

"살아라." 그의 영혼이 속삭인다. "무슨 일이 있어도 살아야 한다."   p.236

오래 전 오리샤 왕국에는 희귀하고 신성한 마자이족이 번영을 누리며 살았다. 열 개 부족으로 이루어진 마자이들은 신들로부터 제각기 다른 재능을 부여 받고, 마법의 힘을 휘두를 수 있었다. 불을 일으키거나, 마음을 읽거나, 미래를 내다보거나, 질병을 치료하거나, 죽은 자를 불러오거나 등등.. 마자이는 태어날 때부터 새하얀 머리칼을 갖고 있는데, 모두가 날 때부터 신들에게 재능을 받는 건 아니었다. 선택 받은 아이들은 열세 살 이후부터 마법을 부릴 수 있게 되는데, 11년 전부터 마법이 세상으로부터 모두 사라져 버렸다. 일부 힘있는 자들이 마법을 남용하기 시작했고, 마법의 힘을 가지지 못한 코시단은 점점 마자이에 대한 두려움과 증오로가 커져 결국 그들을 모조리 학살하기에 이른 것이다. 새하얀 머리칼을 갖고 태어났으나 부모와 마법을 한꺼번에 잃은 마자이의 아이들은 왕국의 최하층민으로 전락해 온갖 차별과 폭력 속에 살아가게 된다. 주인공 제일리 역시 여섯 살 때 왕이 보낸 병사들에 의해 엄마가 죽는 장면을 목격했고, 엄마처럼 검은 피부에 새하얀 머리칼을 가진 마자이였다.

그러던 어느 날, 왕에 의해 바다 깊숙한 곳에 버려졌던 성물이 발견된다. 세 개의 성물을 모아 신성한 의식을 치르면 사라졌던 마법을 다시 불러올 수 있다고 한다. 제일리를 비롯한 마자이들은 마법을 되찾기 위해 모험을 떠나게 되고, 왕의 명령으로 왕자인 이난과 왕이 총애하는 총사령관 카에아가 그들을 쫓는다. 제일리는 그녀의 오빠지만 코시단인 제인과 성물 중 한 가지인 두루마리를 궁에서 훔쳐 쫓기게 된 아마리 공주와 함께 전설의 사원으로 향한다. 과연 그들은 무사히 왕의 추격을 피해 세상에서 사라진 마자이들의 마법을 다시 되찾을 수 있을까.

 

 

나는 처음으로 이 남매가 얼마나 다른지 깨닫는다. 아마리의 얼굴은 둥글지만 왕자의 턱은 각졌다. 호박색 눈과 구릿빛 피부를 제외하곤 닮은 구석이 전혀 없다.

"그건 아버지의 말이잖아, 오빠. 아버지의 생각이야. 오빠의 생각이 아니야. 우린 모두 저마다 독립적인 인간이야. 선택은 각자 해야 해."

"하지만 아버지 말씀이 옳아." 왕자가 갈라지는 목소리로 말을 잇는다. "우리가 마법을 막지 않으면 오리샤는 무너질 거야."   p.349

이 작품은 스물세 살 젊은 신예작가가 서아프리카 문화와 신화를 바탕으로 창조해 낸 데뷔작으로 엄청난 화제를 불러 일으켰다. 뉴욕타임즈 40주 연속 베스트셀러, 아마존 리뷰 1700개 이상, 31개 언어로 번역 계약, 21세기 폭스와 영화 계약 체결, 거기다 다양한 분야의 작가들이 극찬한 소설이기도 하다. 마법 판자지 3부작의 그 시작으로, 두 번째, 세 번째 이야기가 곧 출간될 예정이다. 인종차별에 대한 문제를 다루고 있어, 현지에서는 하퍼 리의 <앵무새 죽이기> 판타지 버전으로 평가 받고 있다고 한다. 사실 현실에 대한 은유가 아니더라도, 그저 판타지라는 장르로만 읽어도 매우 뛰어난 재미와 작품성을 지니고 있는데, 작가는 서문에서 이 작품이 인종차별에 대한 메시지를 전하기 위한 알레고리라고 말하고 있다.

사실 미국은 이민자의 나라지만 여전히 사회 주류는 백인 남성이고 수없이 많은 차별과 혐오가 작동하고 있는 곳이다. 소위 주류에 속하지 못하는 인종·계층에 대한 편견과 혐오는 사회 곳곳에서 차별로써 존재하며, 수많은 범죄와 부작용을 야기한다. 그리하여 아직도 무장하지 않은 흑인 어른들과 아이들이 경찰의 총에 맞는 사건이 벌어진다. 최근에 읽었던 앤지 토머스의 <당신이 남긴 증오>라는 작품도 흑인 소녀를 주인공으로 같은 주제를 다루고 있는 작품이었다. 현대사회 내 차별과 혐오가 어떻게 작동하는지, 편견과 무관심이 얼마나 폭력적일 수 있는지를 첨예한 시선으로 그려 진정성있는 드라마를 보여 주었었다. 이번에 읽은 <피와 뼈의 아이들>이라는 작품을 쓴 토미 아데예미 역시 이러한 사건들을 뉴스를 통해 연일 접하게 되던 시절에 쓰게 되었다고 말한다. 두렵고 화가 났지만 아무것도 할 수 없었던 무기력함과 분노를 이야기를 통해서 보여주기 시작한 것이다. 우리는 세상의 악과 맞서 싸울 힘을 갖고 있다고, 무고한 사람들을 위해서 울어 주길, 그리고 이제 일어나 작게나마 저항의 몸짓을 시작하길, 그리하면 세상이 조금 더 나은 곳으로 나아갈 수 있다는 희망을 보여 주고 싶었던 것이다. 두 명의 젊은 흑인 여성 작가가 같은 주제를 다루는 방식은 확연히 다르다는 점에서 더욱 흥미로웠는데, 특히 토미 아데예미가 마법의 세계를 선택했다는 점이 놀라웠다. 판타지라는 가장 현실성이 결여되어 있는 불가능의 문학을 통해 실제 현실 속 고통과 두려움, 슬픔, 상실을 보여주고 있으니 말이다.

 

매혹적인 환상의 세계를 기어코 현실로 만들어낸, 매우 놀라운 마법의 세계가 당신을 기다리고 있다. 아프리카의 어디쯤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검은 마법사들의 왕국, 그 동안 만나왔던 그 어떤 판타지 작품과도 비교할 수 없는 더욱 어둡고, 더욱 아름다운 마법의 세계가 이제 막 시작되었다. 어서 빨리 3부작의 다음 이야기를 만나 보고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251 | 252 | 253 | 254 | 255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