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런 제닝스 지음, 권경희 옮김 / 비채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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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남자가 언제까지 살아 있을까? 새뮤얼의 집, 새뮤얼의 카펫 위에 얼마나 오랫동안 누워 있게 될까? 새뮤얼은 테이블에 대고 손가락 장단을 치다가 한 손으로 얼굴을 부드럽게 쓸었다. 앞으로도 계속 이렇게 살게 되려나. 그치지 않는 이 움직임이 계속 집 안을 채우게 될까. 20년 넘게 새뮤얼 혼자 고독을 지키던 이 집에서 이런 움직임이 계속되려나. 작은 오두막을 점령하며 바닥과 벽으로 스며든 이 숨결, 이 맥박, 이 젊음, 이 생명. 새뮤얼은 숨이 막히고 내면의 공포에 질려 숨을 헐떡였다.           p.25



스스로의 선택으로 고립된 삶을 살고 있는 일흔 살 노인 새뮤얼. 그는 23년 동안 등대지기로 일해 오며 홀로 섬에 살고 있다. 2주마다 공급선이 오는 것 외에는 전혀 세상과 교류하지 않은 채 매일 반복되는 일상을 보내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그의 작은 섬에 의식을 잃은 한 남자가 파도에 실려 온다. 처음에는 시신이라고 생각했다. 23년 동안 그가 발견한 시신은 모두 서른두 구였고, 처음에는 공무원들이 섬에 와서 조사를 하기도 했지만 점차 관심이 없어졌고, 대부분 새뮤얼이 스스로 처리해야했다. 하지만 이번에 발견한 남자는 살아 있는 것이 분명했고, 그로 인해 오랜 세월 공고하게 쌓아온 새뮤얼의 고립과 평화가 부서지기 시작한다. 


이야기는 낯선 남자가 표류해 온 날 아침부터 나흘 동안의 시간을 그리고 있다. 난민임이 분명한 그 남자를 먹이고 보살펴주는 과정은 새뮤얼로 하여금 잊고 살았던 과거를 회상하게 만든다. 새뮤얼의 나라는 식민지 시대, 부패정권, 군부독재로 이어지는 아픈 역사를 가지고 있었고, 그는 동지들과 연대해 민주화 운동에 나섰다가 체포되어 23년 동안 감옥살이를 했었다. 독재자가 실각한 뒤 자유의 몸이 되어 등대지기에 자원했고 오늘에 이르게 된 것이었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작가 캐런 제닝스는 한 남자의 고단한 삶을 통해 아프리카의 격동적인 역사를 들여다본다. 





처음 섬에 들어왔을 때 가장 무서웠던 건 마구 구르고 뒤채고 휘도는 파도였다. 고립보다도, 길들지 않는 땅보다도, 다른 무엇보다도 무서웠다. 그럼에도 새뮤얼은 싫은 내색 없이 파도를, 그리고 섬을 둘러싼 거대한 바다를 경외하려 애썼다. 그가 계속 무너지고 또 무너지는 돌담을 쌓은 건 아마도 물살의 공격에서 땅과 자신을 지켜내려는 시도였을 것이다... 해안을 흐트러뜨리고 어지럽히는 파도가 그는 마음에 들지 않았다. 초목은 얼마든지 관리할 수 있고 모든 걸 숨 막히게 만든 질식초도 다룰 수 있었다. 그가 길들이고 싶은 것은 바다였다.                 p. 254~255



작가인 캐런 제닝스는 남아프리카공화국 케이프타운에서 태어나 현재는 브라질로 이주해 살고 있다. 이 작품은 그의 세 번째 장편소설로 브라질에서 집필되었는데, 코로나19 감염자가 급증하고 팬데믹이 선언되며 도시가 봉쇄되었던 당시에 쓰였다. 브라질에 사는 외국인으로 완전히 고립될 수밖에 없었다며, 외딴섬에서 홀로 살아가는 새뮤얼만큼이나 지독한 외로움 속에서 글을 썼다고 작가는 말한다. 일흔 살 노인의 지독한 고독을 이 작품 속에 고스란히 담아낼 수 있었던 배경으로 상당히 공감되는 부분이었다. 


이 작품은 2021 부커상에 노미네이트되기도 했는데, '비범하고 웅장하며 매혹적'이라는 심사평을 받았다. 그리 두껍지 않은 분량임에도 밀도 있는 이야기가 꽉 차 있어 숨죽이며 읽게 되는 작품이었다. 마지막 장면은 그야말로 숨이 턱 막히는 긴장감으로 가득한데, 과거가 현재를 어떻게 잠식하는지, 폭력이 어떻게 또 다른 폭력을 낳는지... 서늘한 여운을 남기는 결말이었다. 특히나 연대가 불가능한 상황에서 이방인은 얼마나 쉽게 배척되는가에 대한 사유가 탁월해 나와는 다른 존재를 대하는 우리의 태도를 돌아보게 만들어 준다. 나와 생김새가 다르고, 문화적 배경이 다르고, 사용하는 언어가 다르다고 해도, 하나의 인격적 존재로서는 나와 전혀 다르지 않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만들어 준 작품이었다. 폭력과 야만의 역사는 여전히 어딘가에서 현재 진행형이다. 그것이 우리가 이런 작품을 바로 지금 읽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할 것이다. 식민지 시대 이후 아프리카의 정치적, 사회적 문제를 다루고 있는 작품이지만, 이 이야기는 아픈 역사를 지닌 모든 이들에게 자신의 이야기로 읽힐 것 같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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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두사 - 신화에 가려진 여자
제시 버튼 지음, 올리비아 로메네크 길 그림, 이진 옮김 / 비채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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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자신을 설명한다는 것은, 자기 자신의 이야기를 명료하게 한다는 것은 세상에서 가장 힘든 일이다. 머리카락이 뱀이건 아니건, 우리는 모두 너무도 복잡한 존재들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누구인지, 왜 이런 모습인지, 어떤 삶의 굴곡을 겪었는지 힘들이지 않고 설명할 수 있는 사람은 아마도 올림포스 산의 이편에는 한 명도 없을 것이다. 왜 허니 케이크보다 무화과 케이크가 좋은지, 왜 그의 친구가 아닌 그와 사랑에 빠졌는지, 왜 한밤중에 우는지, 혹은 왜 아름다운 것을 보고 우는지, 왜 아무 이유 없이 우는지. 그러나 그럼에도,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그것뿐이다.               p.77



신의 분노로 머리카락이 뱀으로 바뀌는 형벌을 받게 된 메두사는 외딴 섬에서 언니 둘과 사 년 째 숨어 살고 있다. 물결처럼 길게 늘어졌던 아름다운 머리카락은 없고 형형색색의 뱀들의 요람이 되어 버렸으니, 누구 앞에도 나설 수가 없게 된 것이다. 외지고 아름다웠으며 사람이 살기 힘든 곳인 섬은 메두사와 언니들이 선택한 영원한 유배지이기도 했다. 영원처럼 긴 시간을 보내며 미쳐버릴 것 같은 날도 있었지만, 점차 외로움에 익숙한 삶이 이어지고 있었다. 동굴과 어둠에 숨어 사는 반쪽짜리 삶이었지만 말이다. 




그러던 어느 날 길을 잃은 젊은 남자가 섬에 도착한다. 외로움에 지친 메두사는 자신의 모습은 바위 뒤에서 감춘 채, 그에게 말을 건넨다. 두 사람은 그렇게 대화를 이어가며, 서로의 비밀을 나누고 점점 가까워진다. 하지만 그는 제우스의 아들 페르세우스였고, 그가 섬에 온 목적이 메두사의 목을 베는 거라는 우리 모두 알고 있다. 메두사는 자신의 흉측한 모습을 그가 감당할 수 있을 지 두렵고, 아테나의 저주로 그가 화를 입지는 않을까 걱정한다. 페르세우스는 메두사의 정체를 알지 못한 채 그녀와 사랑에 빠진다. 두 사람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그리스 신화 속 이야기라면 우리는 이미 결론이 정해져 있겠지만, 제시 버튼에 의해 현대적 관점으로 다시 쓰인 메두사의 이야기는 우리의 예상을 훌쩍 뛰어 넘으면서 펼쳐진다. 




신들이 내게서 앗아간 행복과 기적을 되찾을 실낱같은 희망을 그에게서 본 걸까? 마른 가지는 불꽃이 있어야 불이 붙는다. 이 불은 페르세우스 혼자 일으킨 것이 아니었다. 나는 오랫동안 나의 내면을 외면하라고 배웠다. 나 자신의 불을, 누군가가 들어주길 원하는 나의 목소리를 외면하라고 배웠다. 그런데 이제 때가 되었다. 나는 나의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그러나 빛이 있어 세상을 또렷하게 볼 수 있는 만큼, 빛이 있어 이제 더는 숨을 곳도 없었다. 그를 향한 강렬한 감정이 두려웠고, 그 감정이 나를 어디로 이끌지 두려웠다.               p.142



머리에 뱀이 득시글거리는 괴물, 눈빛만으로 숨통을 끊는 살인자, 자애로운 신에게 저주받은 자, 메두사.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마녀 혹은 괴물로 지칭되는 메두사는 그 얼굴을 보기만 해도 돌로 변해버리게 하기에 두려움의 존재처럼 여겨진다. 미모가 출중해 포세이돈의 마음을 사로잡았으며, 아테나 여신의 분노를 사 아름다운 머리카락이 하나하나 뱀으로 변하는 저주에 걸렸다. 하지만 사실 메두사는 무고한 피해자였고, 그녀를 억지로 갖고 싶어 한 포세이돈은 가해자임에도 벌을 받지 않았다. 오히려 메두사가 남성의 성적 욕망을 불러일으키는 죄를 범했다는 식으로 사람들의 손가락질을 받아야 했다. 


사실 성폭력 피해자가 도리어 괴물로 변해야만 하는 상황은 21세기를 살고 있는 우리에게도 낯설지 않다. 가해자인 남성이 아니라 피해자인 여성이 벌을 받게 되는 상황 또한 우리 사회에서는 너무도 익숙한 것이니 말이다. 피해자임에도 가해자로 변해 홀로 고통을 감내해야했던 메두사의 이야기가 지금의 우리에게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이유 또한 바로 그러한 기시감 때문일 것이다. 




이 작품은 그러한 남성 중심의 서사를 뒤집어 여성주의적 시각으로 신화를 재해석한다. 남성의 성적 욕망을 불러일으키는 죄를 범했다고, 그 다음에는 남성을 무력화하는 괴물이라고 손가락질 받는 대상이 되어 버린 메두사의 시점을 통해 다시 쓰여지는 이 이야기는 여성의 불안과 처벌의 정당성에 대해 생각해 보게 만들어 준다. 남성에 의한, 남성 중심의 가부장적 제도를 공고히 하려는 의도가 숨어 있는 신화를 제대로 뒤집어 보는 것이다. 


이 도발적인 이야기를 한층 더 살려 주는 것은 강렬한 터치와 색감이 인상적인 풀컬러 일러스트들이다. <신비한 동물 사전> 등을 작업한 세계적 일러스트레이터 올리비아 로메네크 길은 메두사의 감정과 신화적 분위기를 고스란히 그림으로 보여주고 있다. <미니어처리스트>, <뮤즈>, <컨페션> 등의 작품으로 만나온 제시 버튼은 여성의 삶과 내면을 그려내는 데 탁월한 작가답게 메두사라는 캐릭터를 섬세하고 독창적으로 재탄생시켰다. 가장 현대적인 감각으로 쓰인 메두사의 이야기를 만나보자!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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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꽃 활력 - 스트레스, 피로, 만성질환에서 벗어나 에너지를 회복하는 방법
몰리 말루프 지음, 박세연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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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여성이야말로 타고난 바이오해커라고 생각한다. 사실 여성은 바이오해커여야만 한다. 그렇지 않으면 사춘기에서 폐경기에 이르는 호르몬 주기로 인해 몸의 기능과 생존까지 위협받을 것이기 때문이다. 여성은 한 달에 일주일이나 쉬지 못한다. 지치고, 짜증 나고, 수유를 하고, 생리를 할 때도 여성은 출산과 양육, 식재료 선택과 요리, 공동체 내 관계 형성 등 인류 진화의 모든 단계에서 여성이 해왔던 일을 해야 한다. 바로 이러한 이유로 여성은 낮은 수준의 기술을 통해, 그리고 현실적으로 가능한 차원에서 바이오해킹을 하는 방법을 알아냈다.            p.99


나이를 먹을수록 건강에 신경을 써야 한다는 걸 알고는 있지만, 그걸 행동으로 옮기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카페인을 지나치게 많이 섭취하고, 잠을 충분히 자지 않으며, 운동도 전혀 하지 않고, 끼니를 간편하게 대충 때우면서 영양에도 소홀했다. 나이가 어릴 때는 이러한 습관들이 크게 문제가 되지 않았을 것이다. 젊음이란 에너지가 모든 걸 상쇄시켜주고도 남았을 테니 말이다. 하지만 이러한 습관이 지속된다면, 점점 에너지가 고갈될 수밖에 없다. 하루가 끝나기 전에 에너지가 소진된다는 느낌을 받은 적이 있다면, 아침에 일어날 때 알람 없이는 잠에서 깨지 못하며, 개운한 느낌이 들지 않는다면, 감정 상태가 항상 불안정하고 집중이 힘들다면... 당신 역시 에너지 용량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뜻이다.  


이럴 때 필요한 것이 바로 '바이오해킹(biohacking'이다. ‘바이오해킹'은 개인의 신체적•정신적 건강 상태를 꼼꼼하게 체크하고, 이에 가장 알맞은 방법을 파악한 뒤 이를 바탕으로 최적의 건강 상태를 찾아나가는 기술을 말한다. 현재 내 상태를 파악한 뒤, 그에 맞는 식단과 운동을 찾고, 내 몸에 맞는 영양제를 발견하고, 더불어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 일들이 무엇인지 확인하고 이를 실천하는 것이다. 왕진 의사에서 시작해 스탠퍼드대학교 강사, 기업가, 전문 바이오해커로 활동 분야를 점차 넓혀가고 있는 몰리 말루프 박사는 이 책에서 어떻게 하면 건강을 잘 관리하면서 활력 있는 삶을 살아갈 수 있을까에 대한 답을 제시한다. 바이오해킹 신기술의 최전선에서 일하며 쌓은 경험을 바탕으로, 일반인들도 쉽게 해볼 수 있는 바이오해킹을 위한 모든 유형의 방법과 도구들을 차근차근 설명해주고 있어 아주 흥미로웠다. 





삶은 스트레스로 가득하다. 그게 정상이다. 삶은 우리에게 끊임없이 스트레스를 안겨다 준다. 스트레스 요인의 유형은 예전과 달라졌지만, 우리 몸은 여전히 힘든 상황과 회복이 끊임없이 반복되는 스트레스 흐름에 대처하도록 만들어졌다. 스트레스를 견뎌내는 힘이 없었다면, 인류는 지금껏 하나의 종으로 살아남지 못했을 것이다. 스트레스는 그 자체로 나쁜 게 아니다(호르메시스를 떠올려보자). 지능이 변화에 적응하는 능력이라면, 건강은 어려운 상황에 직면해서 적응하는 능력이다. 건강의 핵심은 회복탄력성이다.           p.297


우리는 유독 물질로 오염된 환경에서 살아가며, 만성 스트레스로부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염증을 유발하고 호르몬 균형을 깨뜨리며 혈당을 불안정하게 만들고 장내 미생물군의 건강을 파괴하는 가공식물을 먹는다. 삶이 편리해질 수록 몸을 많이 움직일 필요가 없어지고, 대다수의 사람들이 주로 앉아서 생활한다. 낮에는 책상 앞에 앉아 있고, 저녁에는 TV나 컴퓨터 앞에 앉아 있다. 모든 세포 속에는 우리 몸에 전기를 공급하는 생명의 불꽃이 있는데, 이러한 생활 패턴은 삶에 에너지를 공급하는 불꽃을 어둡게 만든다. 세포가 발산하는 에너지가 크게 줄어들게 되면, 우리는 오랜 삶도, 행복한 삶도 누리지 못하게 된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우리 몸의 불꽃을 살릴 수 있을까? 


저자는 우리 몸에 에너지를 공급하는 생명의 불꽃 역할을 하는 세포 '미토콘드리아'에 주목한다. 미토콘드리아는 환경에 따라 성장하고, 증식하고, 혹은 소멸한다. 우리의 생활 습관에 따라 반응한다는 점에서 일종의 건강 파트너라고 봐도 좋을 것 같다. 이 책은 미토콘드리아를 파괴하는 생활 습관은 어떤 것인지, 스트레스 요인을 켜고 끄는 것에는 어떤 방법이 있는지, 그리고 미토콘드리아를 강화하는 바이오해킹 방법까지 다루고 있다. 특히나 이 책은 여성의 건강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주기에 따라 호르몬 변화를 겪는 여성의 몸에는 고유한 창조적 에너지가 있고, 그렇기에 훨씬 더 복잡하고 흥미롭다. 저자는 “여성이야말로 타고난 바이오해커이며, 바이오해커일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여성을 위한 식단과 운동법, 영양제, 그리고 스트레스 관리법, 혈당, 장 건강, 수면, 대사 유연성 높이기 등 건강과 직접 관련있는 것들을 구체적으로 알려주고 있어 여성 맞춤형 건강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 같다. 그 어디서도 가르쳐주지 않았던 바이오해킹에 기반한 건강 관리법을 통해 생기 있고 활기찬 삶을 되찾아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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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모쌤의 라이브 영어회화 (특별 부록 한정판) - 맥락과 뉘앙스가 살아나는 진짜 영어 말하기 수업
빨간모자쌤 신용하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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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 공부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 사이에 요즘 가장 핫한 채널이 바로 <라이브 아카데미>가 아닐까 싶다. 흔한 자기소개 하나 없이 다짜고짜 영어만 가르치다 보니 구독자들이 알아서 '빨모쌤(빨간모자쌤)'이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현재 구독자 150만 명의 두 채널을 통해 '인생 영어 선생님'으로 사랑받고 있는 빨모쌤의 첫 책이다. 눈으로 읽고, 머리속에서 맴돌기만 하는 영어가 아니라 제대로 말문이 트이는 진짜 영어 말하기 수업을 만날 수 있다. 




특히나 이번에 '복습을 위한 핸디 워크북'이 추가된 특별 부록 한정판이 나왔다. 워크북에는 빨모쌤이 직접 고른 171개의 예문을 한영 퀴즈 형식으로 담았고 본책에서 미처 다루지 못한 '모르고 지나친 알짜 표현 30' 문장도 다시 한 번 소개해준다. 본책에는 우리의 영어 회화가 늘지 않는 이유부터 시작해 바람직한 영어 공부를 위한 마인드를 구체적으로 이야기하고 있고, 빨모쌤이 엄선한 핵심 영어 표현 75개를 만날 수 있다. 모든 예문과 대화문을 소리 내어 따라 연습할 수 있도록 빨모쌤이 직접 녹음·제작한 음원 강의 영상도 QR코드로 수록했다. 




'빠르고 쉽게 영어를 배울 수 있는 방법은 없다'고 빨모쌤은 말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이해는 한 번만 하고, 말하는 연습을 백 번 하라는 거다. 영어를 배우는 시간에는 '직접 소리 내어 말하기'가 최소 90% 이상을 차지해야 한다. 꼭 책상 앞이 아니더라도 일상에서 얼마든지 가능하다. 혼잣말처럼 중얼거리는 것도 좋고, 평소 눈이 자주 가는 곳에 붙여놓고 볼 때마다 한 번씩 말하기를 해보는 것도 좋다. 이 책 속 각각의 챕터에도 반복 학습을 할 수 있도록 10번 반복에 체크할 수 있는 항목이 있다. 음원 강의 영상에서도 빨모쌤은 여러번 반복해서 말할 수 있도록 도와주며, 말하기 훈련을 시켜준다.




운동이든, 외국어 공부든 뭐든 매일 꾸준히 하는 습관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하기 싫다는 마음이 들기 전에, 어떻게든 미루고 싶어 생각을 하기 전에, 그저 몸이 시키는 대로 하게 되는 매일의 습관이 된다면, 더할나위 없을 것이다. 세상에 좋은 학습법은 이미 많지만, 그 어떤 것도 오래 꾸준히 하지 않으면 어차피 소용없는 거 아닌가. 영어가 늘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최적의 공부법을 몰라서가 아니라 오래, 꾸준히 하지 않는 탓이니 말이다. 


영어 공부에 관심이 있고, 늘 조금이라도 영어는 놓지 않고 하려는 편이라 그동안 정말 다양한 영어 공부 책을 만나왔다. 그럼에도 이 책에 수록된 표현과 회화들은 어디서도 보지 못했던 것들이 대부분이라 신기했다. 그만큼 현지인들이 실제 일상에서 사용하는 표현들을 그 맥락과 뉘앙스를 고스란히 살려 담았기 때문이다. 게다가 빨모쌤의 음원 강의 영상은 너무 리드미컬하고 듣기가 좋아 음악처럼 틀어놓고 들었다. 설명을 최소화해서 군더더기 없이 간결하고, 되돌려 볼 필요없이 여러 번 반복해서 문장을 읽어 주니 자연스럽게 따라 읽게 되는 강의 영상이었다. 내 일상을 영어로 말하고 싶어지는 현실 밀착형 생활 영어가 궁금하다면, 혼자서 공부하면서도 영어 실력을 높일 수 있는 꿀팁이 필요하다면 이 책을 만나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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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뉴어리의 푸른 문
앨릭스 E. 해로우 지음, 노진선 옮김 / 밝은세상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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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좀 더 각별히 가까운 사람들, 그러니까 퀴퀴한 서점에서 한가한 오후를 보내거나 익숙한 제목이 적힌 책등을 몰래, 다정히 쓰다듬는 사람이라면 저렇게 책장을 넘기는 행위가 새 책에 나를 소개하는 과정에서 빠질 수 없는 요소임을 이해할 것이다. 그것은 글을 읽는 행위가 아니라 책장에서 피어오르는 먼지와 목제 펄프 냄새를 읽는 행위다. 고급 양장본의 냄새일 수도 있고, 얇디얇은 종이와 흐릿한 흑백 인쇄의 냄새일 수도 있고, 담배 피우는 노인의 집에서 50년간 읽힌 적이 없는 책의 냄새일 수도 있다. 싸구려 스릴이나 치열한 학문, 문학적 무게감, 혹은 풀리지 않은 미스터리의 냄새가 날 수도 있다. 이 책에서는 지금껏 어느 책에서도 맡은 적 없는 냄새가 났다.             p.37


재뉴어리는 일곱 살 때 들판에 너무도 외롭게 서 있던, 너덜너덜한 푸른 문을 발견한다. 재뉴어리는 문 너머에 다른 세상이 펼쳐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이곳이 아닌 다른 곳, 전혀 본 적 없는 새로운 도시, 너무 광대해서 절대 그 끝에 도달할 수 없는 어딘가로 이어졌으면 좋겠다고 말이다. 푸른 페인트에 손바닥을 대고 문을 밀자, 경첩이 신음하며 열린다. 뭔가 마법 같은 일이 생길지도 모른다고 기대했지만, 당연히 문 반대편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그 외로운 들판에서 어디로도 이저지지 않는 문 옆에 앉아 있을 때 재뉴어리는 그 동안 읽어보지 않았던, 전혀 다른 이야기가 쓰고 싶다고 생각한다. 일종의 실화, 굳게 믿기만 한다면 기어들어 갈 수도 있는 그런 이야기. 재뉴어리는 수첩을 꺼내 연필로 이야기를 쓴다. 문장에 마침표를 찍자, 세상에서 무언가가 이동하는 듯한 느낌이 든다. 이국적인 향이 뒤섞인 바람이 불었고, 망설이다 다시 문을 열었더니 은빛 바다로 둘러싸인 높은 절벽이었다. 아주 짧은 시간이었지만 그 경험은 강렬했고, 돌아와서 어른들에게 말했지만 허무맹랑한 소리라며 아무도 믿지 않는다. 


이후 재뉴어리는 새로운 도전과 변화를 위한 여행을 꿈꾸게 되었지만 현실은 고고학 협회 회장인 로크 씨의 대저택에서 이런 저런 제약들로 둘러싸인 채 지내는 게 고작이었다. 엄마는 어린 시절 돌아가셨고, 아빠는 로크 씨에게 고용되어 세계 곳곳을 다니며 보물을 발굴하는 일을 하느라 집을 자주 비웠다. 새장에 갇힌 새처럼 로크 씨가 원하는 대로 교육 받고, 행동하며 상상력과 모험심은 묻어둔 채 지낸다. 그러다 열일곱 살 생일에 보물 상자에서 가죽으로 장정된 <일만 개의 문>이라는 책을 발견하게 되고, 묻어두었던 불가능한 꿈들이 다시 스물스물 피어나기 시작한다. 식료품점 아들이자 재뉴어리의 유일한 친구인 새뮤얼, 그리고 아빠가 말동무를 하라고 보내준 제인, 새뮤얼이 선물로 데려온 반려견 배드까지... 이들은 새로운 문을 찾아 떠나는 모험을 함께 하게 된다. 





"너의 이 문들은 닫혀 있어야 한다, 유감이지만."

'아니, 그렇지 않아.'

세상은 결코 감옥이 되어서는 안 된다. 닫히고 숨 막히고 안전해서는 안 된다. 세상은 모든 창문을 활짝 열어둔 저택과 같아야 한다. 창문으로 바람이 불어오고, 여름비가 들이치고, 옷장은 마법의 통로가 되어야 하고, 다락에는 비밀 보물 상자가 있어야 한다. 로크 씨와 협회는 한 세기 동안 미친 듯이 저택 주위를 돌아다니며 창문이란 창문은 모조리 막고 문을 잠갔다.

닫힌 문이라면 넌더리가 난다.               p.504~505


어린 시절 누구나 한 번쯤 상상해 보지 않았을까. 아주 특별한 문을 통과해 뜻밖의 장소로 갈 수 있다는 마법 같은 상상 말이다. '나니아 연대기' 속 옷장 문도 좋고, 낡고 허름한 오두막의 문, 혹은 화려하고 반짝이는 문도 좋다. 그 문을 여는 순간, 지금의 현실이 아니라 시간을 뛰어 넘고, 장소를 넘나 들며 모험을 떠날 수 있다면 얼마나 재미있을까. 여기와 저기, 우리와 그들, 평범과 마법이 나뉘는 분기점이 열리면서 두 세계 간에 교류가 일어나는 것이다. 


1901년의 재뉴어리와 그녀가 읽는 책 <일만 개의 문> 속 1866년에 태어난 애들레이드는 모두 조용하고 평화로운 삶에 만족하지 않고, 다른 세상을 경험하고자 하는 열망에 불타는 여성들이다. 시골 마을에서 나고 자란 애들레이드는 당시 다른 여성들처럼 주어진 환경을 숙명으로 받아들이고 사는 대신, 농장 건초지에 있는 낡은 오두막에서 문을 통해 나온 남자 줄리언과 함께 하는 삶을 선택한다. 재뉴어리의 모험에 동행하며 든든한 조력자가 되어주는 제인 역시 당시의 시대상에서 벗어나 여전사처럼 남성에게 맞서고 모험을 즐기는 멋진 여성이다. 재뉴어리 역시 사사건건 모험을 방해하며 현실에 순응하고 분수를 지키며 살아야 한다고 말하는 고고학 협회의 로크와 헤이브마이어라는 어른들에 맞서 다른 세상으로 통하는 문을 찾아 나선다. 여성과 유색 인종이 전혀 인권을 보장받지 못했던 시대적 배경과 그 속에서 모험을 즐기는 주체적인 여성 캐릭터, 로맨스와 어드벤처, 그리고 판타지가 조화롭게 어우러져 정말 흥미진진한 이야기가 만들어 졌다. 앨릭스 E. 해로우는 데뷔작인 이 작품으로 휴고상, 네뷸러상, 로커스상, 월드판타지상에 최종 후보작에 올랐고, 아마존 편집자가 뽑은 최고의 판타지에 선정되기도 했다. 마음 한 가운데에 랜턴처럼 밝기 빛나는 즐겁고 신비한 비밀을 품고 있다면, 매일의 일상을 견디기가 훨씬 더 수월해진다. 그게 바로 우리가 판타지를 사랑하는 이유이기도 할 것이다. 새로운 판타지의 고전이 될지도 모를, 놀라운 상상력으로 빚어낸 이 작품을 놓치지 말자!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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