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인슈타인과 논쟁을 벌여봅시다 - 12명의 천재 물리학자가 들려주는 물리학 이야기
후위에하이 지음, 이지수 옮김, 천년수 감수 / 미디어숲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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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질의 미시 구조 탐구는 탐정이 범죄 사건을 파헤치는 과정과 비슷하다. 탐정이 먼저 한 용의자를 지목했는데 그 사람은 죄가 없는 것으로 밝혀지고, 곧이어 또 다른 의심스러운 용의자를 찾지만 얼마 후 그 사람보다 더 의심스러운 용의자가 나타나는 상황을 생각해 보면 말이다. 현재까지 과학자들은 물질을 이루는 가장 최소 단위의 구성이 무엇인지 밝혀내지 못한 상태다. 톰슨이 아침 식사로 빵을 먹는 장면을 다시 생각해 보자. 얼핏 톰슨이 아주 큰 덩어리의 빵을 먹은 것 같지만 원자 내부의 텅 비어 있는 공간을 제외하면 실제로 먹은 양은 겨우 0.001%밖에 안 된다. 더 미시적인 관점에서 보면 이 정도면 생략해도 무방한 양이다. 그렇다면 과연 톰슨은 빵을 먹은 걸까?                  p.28


같은 대학에 다니는 소피아와 톰슨은 친구 사이다. 소피아는 수학과, 톰슨은 물리학과로 두 사람은 2학년 개강 하루 전날 9시 정각에 교문 앞에서 만나기로 약속을 한다. 약속 당일 소피아는 제 시간에 도착했지만, 톰슨은 30분이나 지나서야 어슬렁어슬렁 약속 장소에 나타난다. 화가 잔뜩 난 소피아에게 톰슨은 '기차에서 시간이 느려져서 늦었어.'라고 말한다. 무슨 그런 이상한 핑계를 대느냐는 소피아에게 톰슨은 농담이 아니라 고속으로 움직이는 기차 안에서는 정말 시간이 느려진다고 설명한다. 대체 이게 다 무슨 소리일까? 정말 톰슨의 말처럼 특정 상황에서 시간이 느려진다는 것이 사실일까? 


자, 여기서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이 등장한다. 서양 과학계에서는 2000년이 넘는 시간 동안 그 누구도 시간과 공간의 관계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지 않았다. 사람들은 공간을 말 그대로 비어 있는 곳으로 이해했고, 세상의 각종 물리 현상들이 기량을 뽐내는 거대한 무대 같은 것이라 생각했으며, 시간이란 영원히, 일정한 속도로 흐르는 강물 같은 것이었다. 하지만 아인슈타인은 이처럼 원시적이고 단순한 시공간 개념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는 특수 상대성 이론을 통해 공간의 길이가 변할 수 있고, 시간 역시 상대적으로 빨라질 수도, 느려질 수도 있다는 사실을 증명해냈다. 상대성 이론이라고 하니 너무도 어렵게만 느껴지지만, 간단히 말하자면 이렇다. 시간의 흐름은 사람 혹은 사건에 따라 달라질 수 있고 세상에는 절대적인 혹은 절대로 변하지 않는 공간이나 시간은 없다. 즉, 모든 것은 상대적이다. 그래서 톰슨과 소피아의 대화는 어떻게 되었냐고? 정말 소피아의 시간과 톰슨의 시간이 다르게 흘러가서 약속 시간에 늦은 거냐고? 궁금하다면 이 책을 직접 읽어 보시라. 




슈퍼마켓에서 카트를 밀 때, 조금만 힘을 주어 밀면 카트는 저절로 앞으로 움직인다. 이것은 손이 카트에 힘을 가하고, 카트는 힘의 영향을 받아 운동 상태의 변화가 생기기 때문이다. 이러한 현상은 아주 자연스러운 것이며 이해하기도 쉽다. 그러나 자연계에서 힘의 작용은 '비접촉성'인 경우가 더 많다. 태양과 지구는 1억 5천만 km나 떨어져 있지만, 지구는 태양 주위를 '착싫' 돌고, 서로 10mm 정도 떨어져 있는 두 개의 자석은 중간에 어떤 연결 고리 없이도 서로를 끌어당기거나 밀어낸다. 또 원자핵 내부의 입자들은 서로 가까이 붙어 있지 않아도 강한 힘에 의해 한데 단단히 묶여 있다. 이처럼 대자연의 힘은 강력하고 신비한 마법처럼 아무리 멀리 떨어져 있는 물질들도 상호작용할 수 있게 해준다.                p.253


이 책은 12명의 천재 물리학자들의 물리학 법칙 및 이론에 대해서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하고 있다. 이제 막 이공계 대학의 신입생이 된 톰슨이 자신의 전공인 물리학을 공부하며 고민하고, 생각하는 것들을 보여주고, 수학과에 다니는 친구 소피아와 함께 토론하며 이야기를 풀어 나가는 방식이다. 미시 세계의 문을 활짝 열었다고 평가받는 영국의 물리학자 러더퍼드와 아침을 먹고, 수학자 망델브로와 해안선의 길이를 측정해보며, 아인슈타인과 논쟁을 벌이고, 슈뢰딩거와 그의 고양이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다. 저자는 복잡한 수식과 어려운 설명 대신 우리 주변의 사물과 관련된 물리법칙을 통해서 간결하면서도 명확하게 주요 이론들을 풀어내고 있다. 뉴턴의 고전 역학,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 슈뢰딩거의 고양이, 하이젠베르크, 망델브로, 리만, 힉스, 앨런 구스 등 세상을 뒤집은 12명의 거장들을 만날 수 있다. 


그야말로 200년 물리학의 진화를 책 한 권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풍부한 사례와 생생한 묘사를 통해 다양한 시대에 걸쳐 일어난 물리학의 주요 사건들과 인물들을 경험할 수 있다는 점이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이다. 과학과 친숙하지 않은 독자라면 다소 어렵게 느껴질 지도 모르겠지만, 저자의 친숙한 설명을 읽다 보면 어느 순간 더 알고 싶다는 강렬한 호기심이 생길 것이다. 누구나 한 번쯤 들어는 봤지만 제대로 알지는 못했던 상대성 이론, 양자 역학, 끈 이론 등 유명한 물리학 이론들의 탄생과 발전 과정을 보다 쉽게 이해할 수 있는 기회라 교양 과학서로서도 매우 훌륭한 책이라고 할 수 있다. 저자는 어렵고 복잡한 물리학과 수학의 개념을 이해하기 쉬운 용어와 그림 등을 이용해 설명하고, 과학과 대중의 거리를 좁히기 위해 노력했다고 말한다. 그만큼 결코 가볍지만은 않은 내용을 다루고 있는 책이라, 누구나 읽다 보면 더 깊이 이해하고 싶은 내용, 더 알고 싶고, 찾아보고 싶은 내용이 생기게 될 것 같다.  12명의 물리학자들과 함께 재미있는 물리학 여정을 따라가보자. 물리학이라는 새로운 세계를 경험하게 될테니 말이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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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관찰 - 곤충학자이길 거부했던 자연주의자 장 앙리 파브르의 말과 삶
조르주 빅토르 르그로 지음, 김숲 옮김, 장 앙리 파브르 서문 / 휴머니스트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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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의 그 어떤 것도 사소하지 않았다. 세상이 비웃거나 조롱하는 것도 현자에게는 사색과 성찰의 양식이 될 수 있다. "자연의 커다란 문제에서 사소한 것은 없다. 실험실의 수족관은 비가 웅덩이를 가득 채우고 생명체가 그곳을 경이로움으로 가득 채웠을 때 노새의 발굽이 진흙에 남긴 자국보다도 가치가 없다." 그리고 완전히 짓밟힌 길에서 우연히 발견한 작은 사실 하나가 밤하늘의 별만큼이나 광활한 가능성을 열어줄 수 있다. 자연의 모든 것은 난해한 암호의 표본 같은 상징이며, 모든 문자는 어떤 의미를 숨기고 있음을 기억하자... 파브르는 이 놀라운 박물관의 문을 여는 황금열쇠를 우리 손에 쥐어준다.              p.150


대부분 어린 시절에 파브르에 대한 이야기를 처음 접했을 것이다. 나 역시 어린이 버전으로 출간된 <파브르 곤충기>를 통해서 알게 되었고 말이다. 그런데 최근에 출간되었던 <파브르 식물기>를 통해서 파브르가 곤충에 관련된 책을 출간하기 전에 식물에 관한 책을 먼저 썼으며, 식물학 박사 학위를 받고 식물에 대해서도 깊이 연구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게다가 <파브르 곤충기> 역시 전체 10권으로 저술된 방대한 분량의 책이었다고 하니, 내가 알고 있던 파브르는 빙산의 일각에 불과했구나 싶었다. 그래서 이번에 파브르의 말과 삶을 담은 평전이자 회고록이 나온다고 해서 읽어 보게 되었다. 저자인 조르주 빅토르 르그로는 1년에 두 번 이상 아르마스를 방문해 파브르의 말년을 함께 보냈으며, 이 책은 파브르가 모든 문장을 검토한 생애 마지막 책이기도 하다.



이 책의 표지 이미지이기도 한 검은색 펠트 모자는 파브르가 항상 착용하던 거였다고 한다. 그는 일관된 복장을 입고 다녔는데, 곤충을 연구할 때 특유의 옷차림으로 종종 길가에 엎드려 있느라 주위 사람들로부터 광인 취급을 받기도 했다고 한다. 강한 턱과 날카로운 눈빛을 가진 깔끔한 얼굴을 면도하고 검은색 펠트 모자를 쓴 정장 차림은 외출할 때 뿐 아니라 집 안에서도 예외가 아니었다고 한다. 이 책에는 그의 삶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는 사진과 편지, 연보가 수록되어 있다. 그의 집이자 연구실인 아르마스에서 흉상 제작에 참여 중인 사진에서는 파브르와 이 책의 저자인 르그로가 함께 있는 모습을 볼 수 있고, 파브르가 풍요로운 자연에 결정적으로 푹 빠질 수 있게 한 운명의 장소였던 코르시카섬의 모습도 만날 수 있었다. 오늘날까지 보존된 파브르의 작업실 사진도 수록되어 있다. 그의 집 아르마스는 박물관으로 운영되고 있으며, 방 중앙의 탁자 위에는 다양한 도구가 놓여 있고, 뒤로 보이는 대형 진열장에는 1,300여 점의 특별한 물건과 표본이 전시되어 있다. 그가 나방을 부화시킬 때 사용했던 종 모양의 철망 덮개를 비롯해, 그가 그린 화경버섯의 놀랍도록 정교한 수채화 그림도 만날 수 있었다.



파브르의 초상화나 그를 묘사한 글에서 파브르는 단순하고 정확하며 타고난 다정함으로 가득했다. 파브르는 자신이 관찰한 작은 생명체를 살아 움직이는 그림으로 재현할 수 있을 만큼 적절하게 말을 다뤘다. 작은 생명체들의 사랑과 싸움, 교활한 책략, 먹이를 쫓는 행동 등 그들을 움직이게 하는 감정을, 모든 곳에서 창조의 고통을 동반하는 그 어마어마한 드라마를 해석할 방법을 찾을 때 파브르의 표현법은 더 높은 수준에 닿아 색채를 띠고 상상력은 풍부해졌다. 특히 파브르는 과학이 시에 제공할 수 있는 심오하고 무궁무진한 자원이 무엇인지, 아직 탐험이 이루어지지 않은 심오한 지평이 무엇인지 보여준다.              p.275


파브르에 대한 가장 심도 있고 생생한 이야기를 만날 수 있는 이 책은 파브르 저작의 핵심적인 부분을 충실하게 인용한 덕에 그의 아름다운 문장 또한 엿볼 수 있었다. 1851 8 11, 파브르는 만년설이 잔뜩 쌓인 가장 높은 산봉우리에서 서리 내린 에델바이스 이파리 몇 장을 떼어다 동생에게 편지와 함께 보낸다. 파브르의 동생은 그가 사랑했던 "가장 친한 친구"이기도 했다. 그 편지에는 "이 이파리를 책 속에 끼워두면 책장을 넘기며 불멸의 존재와 눈이 마주칠 때마다 에델바이스가 자생하는 장소의 아름다운 장관을 꿈꿀 수 있는 구실을 네게 선사할 거야."라는 섬세하고 낭만적인 문장이 쓰여 있었다. 너무도 근사한 표현이 아닐 수 없다. 파브르를 예술가, 혹은 시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실제로 파브르는 곤충, 동물에 대해 묘사할 때 매우 생생하고도 아름다운 표현들을 사용했다고 한다. 작고 연약한 곤충의 알을 설명하기 위해 반짝이는 작은 진주, 호박이나 니켈로 만든 멋진 상자, "요정의 찬장에서 훔친 것만 같은" 반투명의 설화석고로 만들어진 자그마한 화분 등 온갖 표현을 찾아내 사용했다고 하니 말이다. 저자는 '파브르의 세심한 기록은 마음의 눈을 얼마나 생생하게 감동시키는지, 기억 속에 얼마나 확고하게 자리 잡게 하는지!'라고 표현했는데, 이 책에 수록된 몇몇 사례들만 보더라도 파브르의 문장과 묘사는 정말 시적이고, 근사했다.


파브르는 늘 자신은 곤충학자가 아니라고 적극적으로 부인했다고 한다. 그는 스스로를 박물학자, 혹은 생물학자라고 지칭했다. 곤충에만 한정된 것이 아니라 살아 있는 모든 생명체를 전체적으로 연구했고, 관찰했기 때문일 것이다. 실제로 파브르의 책에는 현대물리학의 모든 발상이 담겨 있었다. 호랑거미의 거미줄을 놀라운 방식으로 설명하며 최고의 수학적 지식을 효과적으로 사용했다. 그리고 작은 생명체들의 사랑과 싸움, 교활한 책략, 먹이를 쫓는 행동 등 그들을 움직이게 하는 감정을, 모든 곳에서 창조의 고통을 동반하는 그 어마어마한 드라마를 해석할 방법을 찾을 때 파브르의 표현법은 선명한 색채를 띠고 상상력은 더 풍부해졌다. 모든 면에서 검소했고, 모든 말에는 목적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 집에서는 거의 말을 하지 않았던 파브르이지만, 그의 천재성은 가족 모두에게 영감을 불어넣었고, 주변의 거의 모든 사람이 그만큼이나 흥미를 갖게 만들었다. 이 책은 섬세하고도 사려 깊게 자연을 관찰해온 파브르의 삶을 정확하고도 섬세하게 고스란히 펼쳐 보이고 있다. 이 책을 읽는 누구나 생명의 경이를 느끼게 되고, 동물과 식물을 비롯해 세상의 모든 생물들에 대해 다른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게 되는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파브르의 정신을 풍성하게 이해할 수 있는 유일한 기회를 놓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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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부학자의 세계 - 인체의 지식을 향한 위대한 5000년 여정
콜린 솔터 지음, 조은영 옮김 / 해나무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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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부학에 대한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열정은 실로 대단했다. 하지만 그토록 많은 분야에서 초인의 능력을 보여준 사람이 인생의 끝자락에 다다라서 해부학에 관심이 생겼다는 사실이 흥미롭다. 어쩌면 그는 자신의 필멸을 감지했거나 아니면 그저 시대의 분위기에 휩쓸렸던 건지도 모른다. 그가 자신의 연구와 관찰의 결과를 책으로 쓰지 않았다는 것은 해부학에 엄청난 손실로, 사람들은 수백 년을 더 기다려야 했다. 해부학자의 서재에 다빈치의 책이 있다면 그건 모두 최근에 추가된 것이다. 그의 소묘는 1900년이 되어서야 마침내 인쇄되었다.                   p.132


해부학은 수천 년 전 기록이 남아 있는 아주 오래된 과학이다. 해부학의 역사 초기에 학자들은 머리와 심장의 상대적 기능을 두고 갑론을박을 벌였다. 영혼은 어디에 머무는가? 이성의 자리는 어디인가? 해부학적 서열을 따진다면 심장이 머리를 지배하는가, 아니면 그 반대인가? 그리고 해부학은 바깥세상에서 벌어지는 사건들과도 무관하지 않다. 인체를 향한 호기심의 첫 번째 원천은 바로 문명 간의 전쟁이었다. 서유럽에서 야만의 시대가 도래할 무렵, 동방에서는 해부학에 막대한 기여를 한 이슬람 황금시대가 시작되었다. 20세기에는 제2차 세계대전의 공포와 함께 역사상 최고의 해부학 삽화집이라고 일컬어진 출판물들이 제작되기도 했다. 




초기의 해부학자들은 동물과 인간을 직접 해부해 피부 아래 세상을 탐구하고 그 결과를 책으로 기록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형성된 근거 없는 믿음이 참으로 오랫동안 지속되기도 했다. 해부학 이론에 대한 종교의 입김도 있었는데, 과학이 교회와 국가에서 서서히 분리되면서 16세기 초에 근대 해부학이 탄생했다. 인체에 관심을 보인 것은 외과의사만이 아니라 조각가와 화가도 인간의 형태를 완벽하게 구현하기 위해 해부 구조를 배워야 했다. 해부용 시신을 구하기가 쉽지 않아 해부학 역사 내내 많은 사건과 사고가 벌어지기도 했다. 레오나르도 다빈치와 미켈란젤로도 연구 목적으로 신선한 시신을 확보하기 위해 지역 병원과 뒷거래를 했을 정도이니 말이다. 르네상스 시대 이후로는 미술학교에서도 해부학을 가르쳤다고 하는데, 그만큼 예술과 해부학은 서로 공생 관계였다고 한다. 17세기의 현미경부터 19세기 초의 내시경까지 인체의 내부 구조를 들여다보는 기술의 발전은 해부학의 시각화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20세기부터 해부학의 수준이 크게 도약해 새로운 미시적 단계에 들어섰고, 21세기에 MRI 장비로 촬영된 평면 해부 이미지는 온라인에서 3차원 시각으로 구현할 수 있게 된다. 





해부학법은 영국의 악명 높은 계급 체계를 부각시키는 효과가 있었다. 부유하고 권력 있고 교육을 많이 받은 사람들은 과학의 발전을 내세우며 해부를 지지했다. 자신의 몸이 난도질당할 일은 없었기 때문이다. 작업장에서 아무도 찾아가지 않는 시신은 가족이 장례조차 치러줄 수 없는 빈곤한 사람의 것이었다. 해부학법의 예기치 않은 결과는 망자의 주검에 대한 굴욕스럽고 경멸적인 공개 해부를 가난한 사람들의 몫으로 만든 데 있었다. 해부는 더 이상 범죄에 대한 형벌이 아닌 가난한 죄에 대한 형벌이 되었다.              p.326


이 작품을 읽다 보면 한 권의 책은 타임캡슐과도 같다는 말에 저절로 수긍하게 된다. 그 책이 쓰인 시대의 지식과 사고방식을 보존하는 장치이니 말이다. 그런 의미에서 5000년 동안 해부학자의 서재를 채워온 150여 권의 책을 다루고 있는 이 작품이야말로 수천 년 전의 기록들을 고스란히 보관하고 있는 해부학의 타임캡슐일 것이다. 유럽을 비롯해 중동, 중국, 일본에서 출판된, 역사상 중요한 해부학 책들을 모두 만나볼 수 있는 <해부학자의 세계>에는 희귀 도판 240여 컷이 풀컬러로 수록되어 있어 더욱 의미가 있다. 놀라울 만큼 세밀하고 적나라하며 아름다운 해부 삽화들은 해당 분야에 대해 잘 모르는 이들까지도 매혹시키기에 충분하다. 




19세기 말 인체 해부학에 대한 거시적 이해가 어느 정도 완성이 된다. 맨눈으로 볼 수 있는 모든 부위에 이름이 불여졌고, 각각의 기능과 상호작용에 대한 이해도 상당한 수준에 이르게 된다. 그리고 20세기 초, 18세기 현미경 선구자들에 의해 시작된 조용한 혁명이 의학 연구의 새로운 원동력이 된다. 평범한 사람이 눈으로 확인하거나 이해할 수 없는, 인체를 구성하는 세포와 아세포 수준의 요소에 점차 초점을 맞추게 되었으니 말이다. 그리고 지속적인 기술 발전의 결과, 21세기에는 모든 사람이 이전 세대보다 훨씬 풍부한 과학 지식을 갖추게 되었고, 이해하지 못하는 부분까지 과학에 관심을 가지게 된다. 


이 책은 고대 이집트부터 르네상스 시대와 근대를 지나 21세기에 이르기까지 예술적, 역사적으로 가치 있는 해부학 기록물들이 총정리되어 있어 의학과 미술, 역사에 관심이 있다면 정말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우리 몸의 내부 작용은 어떻게 밝혀졌을까? 각 장기의 이름은 어떻게 붙여졌을까? 인체의 지도는 어떻게 만들어졌을까? 해부학이 처음 적용되기 시작한 것은 언제이며, 해부용 시신은 어떻게 구할 수 있었을지 궁금하다면 이 책을 만나보자. 예술과 해부학이 서로 공생 관계였다는 놀라운 사실부터 해부학의 역사가 인류가 자신의 신체적 한계를 극복한 역사이기도 하다는 결론에 이르기까지 위대한 5000년의 여정을 드라마틱하게 경험해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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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나가는 사람은 혼자 가지 않는다 - 사람을 통해 성공과 부의 확률을 높이는 인적 레버리지
부르르(Brr) 지음 / 와이즈베리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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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사람의 힘을 믿는다. 인적 레버리지를 기대한다. 내가 직접 듣고 보고 경험했기 때문이다. 나는 무수히 많은 일이 사람과의 관계로 풀리고, 사람과의 관계로 성공하는 것을 보았다. 물론 우리를 지치게 하고 아프게 하는 것도 사람과의 관계다. 하지만 그 상처가 무섭다고 해서 시도조차 하지 않으면 고립되어 외로이 침몰할 수밖에 없다. 당연한 말이지만, 우리는 혼자서는 살 수 없는 세상에 살고 있기 때문이다. 최소한의 인적 디딤돌이라도 만들어두어야 한다.             p.73~74


성공하고 싶고, 부자가 되고 싶은 마음은 누구나 가지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막상 노력하려니 귀찮다. 모두 운에 달린 일이라며, 그 핑계 뒤에 숨어 실컷 게으름만 피운다. 혹은 열심히 해보고자 하지만,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할지 알 수가 없다. 게다가 우리의 인생은 짧고, 기회와 시간이란 무한대로 주어지지 않는다. 그래서 우리는 자기계발서를 찾아 읽는다. 잘못된 길로 들어섰을 때 치러야 할 기회비용을 줄이기 위해, 먼저 가본 자들의 고난과 실패로부터 경험과 지혜를 배우기 위해서 말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자기계발서들이 비슷비슷한 말들만 늘어 놓고 있어 정작 현실적으로 도움이 되는 경우란 별로 없다. 이번에 만난 책은 그저그런 조언들에 지친 이들에게 아주 흥미로운 인사이트를 제공해준다. 


부동산 감정평가사인 M의 차량에는 특이하게도 트렁크에 삶은 달걀이 한가득 쌓여 있다. 집에서 갓 삶아 가지고 나온 것들이다. 그는 주로 인프라가 부족한 곳을 찾아다니는데, 오늘 그의 목적지는 김포 지역에 있는 은행 영업점들이다. 그는 인원수에 맞게 달걀을 두 개씩 비닐봉지에 나눠 담고, 은행을 돌며 사람들에게 삶은 달걀을 건넨다. "안녕하세요, 좋은 아침입니다. 이거 식기 전에 드세요. 집에서 삶은 겁니다." 누가 봐도 집에서 삶아 온 게 확실한 온기가 느껴지는 달걀을 돌리며 별다른 말은 하지 않는다. 비닐봉지에 명함 하나가 붙어 있을 뿐이다. 저자는 뭐 이런 미친 감성 마케팅이 다 있을까, 보통 정성이 아니다, 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그깟 달걀 하나는 얼마 하지 않지만, 이 쉬운 것을 마음먹고 실행하기란 사실 매우 어렵다. 이런 식으로 M이 수년간 쓸어 담은 감정평가 의뢰 누적 금액이 7000억 원에 달한다고 하니 말이다. 이쯤 되면 비결이 뭘까 물을 필요도 없다. 그는 사람들의 마음을 삶은 달걀 두 개로 사버린 것이다. 결국 영업이란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일이라는 것, 그리고 대부분의 일들이 사람을 통해서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사실 사람을 상대하는 데 있어서 완벽한 준비란 있기가 어렵다.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것은 날것과 날것의 충돌과도 같기 때문이다. 사람은 감정의 동물이다. 그날의 기분, 날씨, 컨디션에 따라 반응이 달라진다. 뭔가 고민되는 일이 있을 때, 중요한 일을 앞두고 있을 때, 좀처럼 집중되지 않는 경우가 종종 있을 것이다. 그만큼 신경 쓰이는 일이 있으면 우리는 당장의 눈앞의 일도 놓치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런 상황을 두고 오해가 생기는 일도 얼마나 많은가. 어쩌면 그렇기에 예의와 배려라는 게 필요하고, 그런 걸 중요하게 여기는지도 모르겠다.          p.211


회사 생활은 사람이 반이라는 말이 있다. 실제로 직장 내 인간관계가 퇴사 이유 1위를 차지하기도 했고 말이다. 그런데 알고 보면 어디를 가도 나와 맞지 않거나 나를 괴롭게 하는 사람은 있게 마련이다. 내 마음과 같은 사람을 만나기란, 그것도 조직 내에서 그러기란 매우 힘든 일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피할 수 없다면 부딪쳐야 한다.   회사가 친구를 사귀러 오는 사교의 장은 아니지만, 믿을 만한 사람을 하나 얻는 것만으로도 회사 생활이 한층 든든해질 수 있으니 말이다. 든든한 방벽을 쌓을 것인가, 말 것인가. 선택은 각자의 몫이다. 이 책은 사람이야말로 성공의 속도와 질, 양을 결정한다는 것을, 사람 또한 ‘자산’임을 보여준다. 우리를 지치게 하고 아프게 하는 것도 사람과의 관계이지만, 무수히 많은 일이 사람과의 관계로 풀리고, 사람과의 관계로 성공하기도 한다. 어차피 우리는 혼자서는 살 수 없는 세상에 살고 있다. 그러니 같이 잘살고, 같이 성공하고, 같이 부를 쌓는 것, 서로가 서로를 돕고 함께 더 높은 곳으로 나아가는 것, 궁극적으로 함께 잘 되는 것을 지향하는 것이 모두가 행복해지는 길이 아닐까. 


저자는 18년 차 은행원이자 재테크 전문 유튜버로 활동 중이다. 현직 시중 은행의 부지점장이 들려주는 성공 인사이트이기 때문에 어디서도 볼 수 없었던 부자들의 진짜 이야기를 만날 수 있다. 저자는 은행에서 일하며 부와 성공을 이룬 각양각색의 사람들을 만나왔다. 그리고 한가지 공통점을 발견한다. 바로 사람 만나는 것을 주저하지 않는다는 것. 이들은 ‘사람과 관계의 힘’을 누구보다 믿고 있었다는 것이다. 여기서 저자는 ‘인적 레버리지’란 개념을 떠올린다. 잘나가는 사람들의 성공 법칙이 바로 여기에 있었던 것이다. 인적 자산을 쌓고, 인적 레버리지를 높이라는 것. 이 책은 그러한 인적 자산을 쌓을 수 있는 구체적이고 다양한 사례를 보여주고 있다. 잘나가고 싶은가? 성공하고 싶은가? 부와 명성을 쌓고 싶은가? 그렇다면 이 책을 만나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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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래곤 마스터 10 - 레인보우 드래곤의 비상 드래곤 마스터 10
트레이시 웨스트 지음, 데미안 존스 그림, 윤영 옮김 / 다산어린이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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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어린이 독자들에게 사랑받아온 <드래곤 마스터> 시리즈가 이제 10권까지 왔다. 원서는 26권까지 나와 있는 상태로 알고 있는데, 국내편 11권도 곧 나올 예정이라고 하니 부지런히 따라 읽어야겠다. 원서 자체도 분량이 작고, 어렵지 않은 편이라 원서 읽기로 활용해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이 시리즈는 미국 초등학교 선생님들이 학생들의 독서 습관을 길러 주기 위해 강력 추천하는 걸로도 유명한데, 그만큼 독서를 싫어하는 아이들도 푹 빠져서 읽게 만드는 매력을 가지고 있다. 짧은 문장과 빠른 전개가 책 읽기가 익숙하지 않는 저학년 아이들에게도 쉽게 다가갈 수 있고, 판타지 동화를 좋아하지만 아직 긴 글은 읽기 어려워하는 아이들에게도 적극 추천해주고 싶은 시리즈이다. 




농부의 아들인 드레이크는 양파 밭을 일구다 갑작스럽게 성으로 소환되어 드래곤 마스터가 되었다. 왕의 마법사 그리피스를 통해 드래곤 문양이 새겨진 나무 상자 속에 들어 있는 초록빛 드래곤 스톤에 대해서 알게 되고, 진짜일 거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던 거대한 드래곤을 마주하게 되었다. 이후 드래곤과 드래곤 마스터의 본격적인 비행 훈련을 거치는 과정을 통해, 자신의 드래곤인 웜이 볼품 없어 보이던 외관과는 달리 엄청난 능력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드래곤과 드래곤 마스터를 연결해 주는 신비한 돌, 드래곤 스톤을 도둑맞는 사건도 있었고, 머리가 넷인 포이즌 드래곤과 흑마법사 말드레드의 공격을 받기도 하며, 드래곤 마스터들은 조금씩 성장해 나간다. 




드레이크와 웜, 보와 드래곤 슈, 애나와 케프리, 그리고 로리와 벌컨으로 시작되었던 이 이야기는 시리즈를 거듭하면서 점차 새로운 드래곤 마스터가 등장하기 시작한다. 각각의 드래곤 마스터와 짝이 되는 드래곤도 함께 등장하며, 새로운 능력을 선보이는 것 또한 이 시리즈만의 재미 중 하나이다. 


웜은 공간 이동 능력을 가지고 있는 어스 드래곤, 슈는 물을 잘 다루는 워터 드래곤, 케프리는 태양 같은 빛을 낼 수 있는 썬 드래곤, 벌컨은 엄청난 불꽃을 내뿜는 파이어 드래곤이다. 각 권마다 중심이 되는 드래곤과 드래곤 마스터가 있어 지루할 틈없이 이야기를 읽어 나갈 수 있었다. 




8권에서 새끼 드래곤 랄로를 데려가버린 썬더 드래곤과 에코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었는데, 에코의 등장으로 기존 드래곤 마스터들까지 갈등하게 되었다. 그 중 로리는 에코와 함께 성을 떠나 버렸었다. 9권에서는 북쪽 끝 땅에서 온 미나의 도움 요청으로 로리와 벌컨을 찾아 떠나는 것으로 이야기가 시작된다. 무엇보다 9권에서는 얼음 거인 바스티라는 캐릭터가 새롭게 등장해 스펙타클한 재미를 선사한다. 이어지는 10권에서는 무지갯빛으로 시선을 사로잡는 레인보우 드래곤이 등장한다. 위험에 빠진 레인보우 드래곤이 웜에게 메시지를 보냈고, 아이들은 새로운 드래곤 마스터를 찾아 함께 마법의 지도를 보며 레인보우 드래곤을 찾아 나선다. 이번 작품에서는 다양한 동물들도 만나고, 전설 속 거대 거미인 크와쿠라는 캐릭터도 새롭게 등장한다. 


모험이 끝나고 돌아온 성에서 마법사 디에고가 흑마법에 걸렸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이야기가 끝이 났다. 특히나 디에고가 전설의 드래곤, 나가에 관한 책을 가져갔다는 것을 알게 되었기에, 다음 이야기인 11권이 더욱 궁금해진다. 말드레드가 그 책을 이용해 나가를 찾으면 온 세상이 위험에 빠질 수 있다고 하니 11권에는 더 판타스틱한 모험 이야기가 펼쳐지지 않을까 고대해본다. 




<드래곤 마스터 세트> 서포터즈로 활동하며 10주간 5번의 미션을 수행해왔다. 이번 마지막 미션은 11권에 등장할 새로운 용을 상상해서 그려보기였다. 개인적으로는 7권에 처음 등장했었던 갓 태어난 새끼 드래곤인 라이트닝 드래곤을 아주 좋아했던 터라, 조금 귀여운 드래곤을 상상해 보았다. 아이 역시 무시무시한 포스를 자랑하는 드래곤보다는 작고 귀여운 드래곤을 마음에 들어해 라이트닝 드래곤처럼 아기자기한 모습을 보이는 드래곤이 또 등장한다면 좋을 것 같다. 


드래곤 마스터 1~10권과 공식 가이드북까지 총 11권을 함께 만나볼 수 있는 드래곤 마스터 세트에는 스페셜 버전의 드래곤 카드 10종이 포함되어 있다. 각각의 드래곤마다 속상과 스킬, 능력치가 표시되어 있고, 어떤 드래곤인지 바로 알아볼 수 있도록 로고가 있어 더욱 근사한 카드이다. 시리즈가 계속되고 있기 때문에 하나씩 카드를 모아 보는 재미도 있을 것 같다. 드래곤 마스터 시리즈를 통해 책읽기가 재미있는 거라는 걸 아이들이 알게 된다면 좋을 것 같다. 아이들이 책과 친해지길 바란다면, 드래곤 마스터 시리즈부터 시작해보길 추천해주고 싶다. 평범한 소년이 드래곤 마스터가 되어 펼치게 될 환상적인 모험의 세계로 고고!!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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