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팽 - 쇼팽의 삶과 작품을 총망라한 가이드북 피아노 작품 해설 시리즈 1
고사카 유코 지음, 박선영 옮김 / 음악세계 / 2016년 2월
평점 :
절판


『쇼팽의 삶과 음악』과 다른 점은 그가 남긴 작품에 대한 해설이 주를 이루고 있는 것이다. 부제는 ‘쇼팽의 삶과 작품을 총망라한 가이드북’으로 아주 적절하다. 이 책은 일본의 피아니스트이자 음악학자인 고사카 유코가 쇼팽탄생 200주년(2010년)을 기념하여 정리하였다. 조르주 상드의 『마조르카의 겨울』을 일본어로 옮겼을 정도로 쇼팽에 대한 애정이 깊으며, 이 책을 완성하고 나서는 악곡해설과 함께 실제로 연주를 듣는 렉처 콘서트를 열었다고 한다. 『쇼팽의 삶과 음악』이 음악가의 삶을 좀 더 자세하게 다룬다. 이 책은 작곡 당시 에피소드를 포함한, ‘쇼팽의 모든 작품’에 대한 해설집이다. 쇼팽은 작곡한 시기 순으로 작품 번호를 붙였기에, 순차적으로 그의 삶 또한 살펴보게 되는 것이다.

 

음악가의 삶과 교우 관계에 대한 정보들은 많으나 곡 해설은 유명한 작품에 그친다. 그렇기에 작품 번호, 제목, 작곡 연도, 출판 연도, 에피소드, 작품 해설(서주나 주제 악보)로 이루어진 이 책의 출간이 너무 반가웠다. 머리말에 언급된 다음 문장은 꼭 내 마음을 들여다보는 것 같았다. “쇼팽의 매력에 빠져든 사람은 그의 피아노 독주곡을 차례차례 듣고 싶어지거나, 또는 직접 연주하고 싶어진다.” 클래식에 대한 무지는 쇼팽에 대한 편견을 심어 주었다. ‘너무 감성적이고, 유약하다.’ 그러나 다양한 피아니스트의 연주를 들으며 음악에 대해 알아갈수록 듣는 것에만 만족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연주하고 싶다는 욕구가 생겼던 것이다. 따라서 쇼팽의 음악에 매력을 느끼는 리스너, 플레이어 모두에게 유용하다고 하겠다.

 

재미있게 본 부분들을 소개하자면, 작품번호 7, 〈5개의 마주르카〉를 하나로 묶은 기준은 바로 조성이다. 이는 〈연습곡〉이나 〈전주곡〉에서도 명확하게 드러나는 지점이다. 쇼팽의 연습곡은 작품 10, 작품 25이 있다. 그가 살던 시대는 피아노가 비약적으로 발전하던 시기였고, 연주기술 향상을 위해 연습곡이 많이 출간되었다. 대표적인 연습곡이라면 『하농』이 있는데, 필립 카사르는 무지막지한 음계가 반복되는 이 작품을 비판하며, 음악의 아름다움을 즐기면서 유연함도 기를 수 있는 브람스의 〈연습곡〉과 비교하기도 했다. 쇼팽의 연습곡은 프란츠 리스트(작품번호 10)와 그의 연인이었던 마리 다구 백작부인(작품번호 25)에게 헌정되었다. 쇼팽의 연습곡은 아름다워 연주회에서 연주되기도 한다. ‘혁명’과 ‘겨울바람’이라 불리는 곡이 특히 유명하다.

 

쇼팽이 파리에 도착했을 때 이미 인기가 대단했던 리스트는 곧 이 폴란드 음악가와 좋은 관계가 된다. 두 사람의 사이가 급격히 나빠지는 것은 리스트가 마리 플레옐과 연애를 하면서인데, 밀회 장소가 쇼팽의 아파트였기 때문이다... 그녀의 남편인 피아노 제작자 카미유 플레옐은 쇼팽 후원자이기도 했기에 아주 난처한 상황이었다. 쇼팽이 무척 사랑했던 이 피아노 브랜드는 최근 사업을 매각해야 했는데, 시장 상황의 악화와 영업 부진 때문이었다. 파리를 대표하는 콘서트 홀인 ‘살 플레옐’ 역시 이 회사에서 세웠는데 최근 개보수를 마쳤다. 이 곳에 상업시설이 들어설 예정이었는데 겨우 살아남았다. 쇼팽은 이 마리 플레옐에게 작품번호 9, 〈3개의 녹턴〉을 헌정하는데 그 중 녹턴 2번은 쇼팽 하면 떠오르는 아주 유명한 곡이다. (녹턴 2번, op.9-2, E♭장조)

 

인상주의 음악의 예고처럼 느껴진다는 작품번호 45, 〈전주곡 25번〉과 쇼팽의 시작과 끝인 폴로네즈와 마주르카, 조르주 상드와 지내던 마조르카와 노앙에서의 열정적인 작곡 활동, 얼마 되지 않는 쇼팽의 표제곡들에 대한 설명도 도움이 되었다. 해설이 작품 번호 순으로 실려 있어 쇼팽의 작품이 발전하는 과정도 짐작할 수 있었다. 지난 리뷰에서는 제인 스털링에 대한 이야기를 별로 하지 않았는데, 음악가의 건강을 고려하지 않은 연주일정으로 그를 죽음에 이르게 했다고 생각해서다. 그의 유품들은 스털링이 매수하였고, 레슨에서의 메모를 통해 쇼팽의 피아니즘을 후대에 전해준 아주 고마운 인물임을 짚고 넘어가려 한다. 조르주 상드에 대한, 이 책의 다소 온화한 시각도 눈여겨볼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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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트 휘트먼 시선 : 오 캡틴! 마이 캡틴! 아티초크 빈티지 시선 11
월트 휘트먼 지음, 공진호 옮김 / 아티초크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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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생각해보니, 월트 휘트먼의 시를 접한 것은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 명장면에서였다. ‘오 캡틴! 마이 캡틴!’ 곧잘 인생영화로 꼽히는 이 작품을 여태껏 제대로 본 적이 없지만 말이다. 리뷰를 쓰기 앞서 출연진을 찾아보니 낯익은 얼굴이 많다. 로빈 윌리엄스, 에단 호크, 조쉬 찰스, 로버트 션 레너드…. 시선집의 표제작인 「오 함장님! 우리 함장님!」은 링컨 대통령의 서거 이후 휘트먼이 쓴 작품이다. 오 함장님! 끔찍한 항해가 끝났습니다. 항구 쪽에서 종소리가 들려요, 일어나 저 종소리 좀 들어보세요. 오, 가슴이! 함장님의 가슴에 흐르는 붉은 핏방울이! 함장님을 부르는 함성과 꽃다발을….


월트 휘트먼은 1819년 뉴욕 롱아일랜드에서 태어나 브루클린에서 성장했다. 가정형편 상 열한살에 학교를 그만두고 일을 하며 다양한 계층의 인물들을 만난다. 인쇄공, 교사, 편집자로도 남북 전쟁 이후 미국 내무성 직원으로 일하기도 했다. 휘트먼은 생애 단 한 편의 시집 『풀잎』을 출간하는데, 1855년 초판에서 1892년 마지막 판에 이르기까지 거의 40년 동안 이 시집을 수정하고 증보했다. 자신이 썼던 시를 평생에 걸쳐 돌아보고 다듬고 추가하는 작업, 그 의지와 끈기 그리고 애정을 넌지시 떠올려보는 것만으로도 압도되는 듯하다.


시선을 읽으며 마음을 사로잡은 것은 휘트먼의 『풀잎』과 아티초크의 『오 캡틴! 마이 캡틴!』을 여는 시, 「나 자신의 노래」다. 아티초크 시선은 총 52편으로 구성된 이 시에서 1∼6편, 51편, 52편을 골라 실었다. 나는 표지 디자인 A를 가지고 있는데, 표지를 보면 세 개의 말풍선이 있다. 휘트먼은 ‘I celebrate myself’, ‘I sing myself’라 하며, 아티초크 로고 부엉이 아테네의 말풍선은 이를 패러디한 ‘I artichoke myself’이다. 휘트먼의 대사는 이 시의 유명한 첫 소절의 일부이다. ‘나 찬미하노라 나 자신을, 노래하노라 나 자신을, 나를 이루는 모든 원자 그대를 또한 이루고 있음이라.’


『보르헤스의 말』에서 노작가는 휘트먼을 진정한 시인으로 꼽았다. 『풀잎』은 인간 휘트먼, 신화로서의 휘트먼, 독자라는 삼위일체 인물을 등장시킨 거대한 서사시라는 것이다. 번역가 해설을 보니, 「나 자신의 노래」 첫 행은 전통적 영시의 규격인 약강오보로 시작되며 그 아래 행부터는 형식의 파괴가 이어진다고 한다. 초판 출간 당시 시에는 제목이 붙어있지 않았고, 시인의 이름 없이 그의 모습을 그린 삽화가 포함되었다. 벌써부터 범상치 않다….


「나 자신의 노래」는 자연에 대한 찬미가 주를 이룬다. 휘트먼의 자연은 삶, 생명 그 자체이기에 본능 또한 긍정한다. 인간의 성(性)과 육체를 자유로이 풀어놓았기에 외설적이란 평을 받았고 이는 휘트먼이 국무부에서 해고되는 계기로도 작용한다. 인상적이었던 5편의 일부를 옮겨본다.


그토록 투명했던 어느 여름 아침 우리 함께 누웠던 일을 나는 기억한다,

네가 나의 허리를 가로 베고 누워 있다가 천천히 몸을 돌리더니

나의 셔츠를 풀어 헤쳐 가슴뼈를 드러내고는 맨살이 드러난 가슴에 혀를 찌른 뒤,

손을 뻗어 내 수염을 더듬고, 다시 손을 뻗어 내 발을 잡았던 일을 나는 기억한다. (28쪽)


‘가슴에 혀를 찌르다’는 표현이 눈에 들어왔는데 해설을 보니, 이 연인은 뱀파이어의 이미지라 한다. (『드라큘라』의 저자 브램 스토커가 휘트먼의 팬이었다.) 연인의 성별도 궁금하지 않은가? 나는 남성으로 읽혔다. 사랑과 뱀파이어, 연인…. 앞서 간 휘트먼 선생님…. 


이러한 관능은 ‘창포’ 편에 속한 시들에서 드러난다.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칼라모스(창포)에서 비롯된 이 이미지는 동성애를 떠올리게 하는데 이에 대해, 휘트먼은 부인도 인정도 하지 않았다. 민주주의를 ‘남성적인 사랑’으로 비유하고 ‘동료comrade’라는 시어를 사용하는데서 암시되는, 당시로서는 과격한 내용을 담은 휘트먼의 시. 작품에 흐르는 진보적 성향, 그리고 시인의 인생과 지인들을 더불어 생각하면 휘트먼이 퀴어 문화의 아이콘으로 자리매김한 이유를 알 수 있다. 이성애와 동성애가 혼재하는 꿈 이야기인 「지나가는 낯선 이여」에서는 플라톤의 『향연』중 아리스토파네스의 이야기가 떠올랐다.


휘트먼의 영향을 받았고, 그를 극찬한 작가들이 상당하다. 50년대 비트닉, 60년대 히피와 현재에 이르기까지 저항을 상징하며 미국을 대표하는 시인으로서, 영문학사에 드리운 거대한 존재감을 확인할 수 있는 이름들. 휘트먼의 가치는 시대를 초월한 영속성에 있다는 서문을 쓴 D. H. 로런스, 뉴저지 캠든을 찾아와 우정을 나눴던 오스카 와일드, 휘트먼에 헌시를 바친 페르난두 페소아와 페데리코 가르시아 로르카, 『율리시즈』와 『피네간의 경야』에서 그를 인용한 제임스 조이스, 비트 세대를 대표하는 잭 케루악과 앨런 긴즈버그, 휘트먼을 번역한 정지용과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까지….


「나 자신의 노래」로 돌아와, 이 시야말로 휘트먼을 대표할 수 있는 작품이 아닐까 한다. 자연에 대한 예찬은 구체적이며, 그 아래 호흡하는 모든 것은 긍정적이다. ‘풀잎’에는 우주의 본질이 들어있으며 ‘죽음은 생명이 나타나는 순간 죽는다’. 시를 읽으며 죽음을 긍정하는 데 이르러서는 세계의 확장까지 느껴진다. ‘나’로 시작하여 ‘그대’로 끝맺는 이 시를 비롯하여, 휘트먼 작품들의 화자를 보며 그가 미국을 대표하는 시인인 이유를 알 듯 했다. 미국이라는 역사를 살아가고, 그 앞에 선 개인이기도 하고, 미국을 대표하는 미국인들 그 자체이기도 한- 참여자이고 목격자이자 그 존재 자체인 인물.


남북전쟁을 배경으로 한 「나는 세상의 그 모든 불행을」과 「화해」, 링컨 대통령을 그리는 「오 함장님! 우리 함장님」 그리고 미국적 가치와 희망을 노래한 「인도로 가는 항해」. 사라지지 않는 별들보다 더 영원한 게 있다는「밤의 해변에서」. 그리고 이제 영혼의 자유로운 비상을 할 시간이라는 「맑은 한밤중」을 읽노라면 시대와 세대를 넘어, 휘트먼은 시간과 우주의 생살을 시로 썼다는 D. H. 로런스의 말을 알 듯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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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쉰P 2016-06-25 11: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휘트먼만 유일하게 읽은 외국시인이에요 ㅋ 워낙 시는 잘 못 읽고 확 오는 게 없어서요 그의 정신을 참 좋아합니다 자유롭고 강건한 그의 시를 읽으면 어떤 파도도 타고 넘을 용기가 생겨요 이런 책 사람들 별로 안 읽는데 대단하시네요 ㅋ

에이바 2016-06-25 21:15   좋아요 0 | URL
저 역시 시는 잘 읽지 않지만 아티초크에서 소개하는 시들은 덕심을 끓어오르게 하는 요소가 있어요. 소개하는 작가끼리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함께 실린 자료랑 해설 읽다보면 관심을 가질 수 밖에 없다고 할까요? 표지 아트워크도 예술이고요... 저는 용기까진 안 생겼는데 다시 읽어봐야겠어요. ^^

루쉰P 2016-06-28 20:52   좋아요 0 | URL
흠 아티초크가 덕심을 끓어오르게 하는군요. ㅋ 안 그래도 저도 요즘 덕심을 폭발 시키면서 한 작가에 집중을 하고 있습니다. 너무 많은 책을 얇게 읽다보니 별로 도움이 안 되는 것 같아, 덕심 있게 독서를 해 볼라고 계획 중이거든요 ㅋ

제가 좋아하는 취향의 소유자 이신 듯 싶어요 앞으로도 재미난 리뷰 부탁드려요 ㅋ

에이바 2016-06-29 10:46   좋아요 0 | URL
제 경험상 작가에 집중하면 그 사람의 세계에 빠져들 수 있어 더 좋더라고요. 어떤 경우엔 실망도 하지만... 루쉰P 님도 즐거운 독서하시고 좋은 리뷰 부탁드립니다. ^^
 
쇼팽, 그 삶과 음악 우리가 사랑하는 음악가 시리즈 5
제러미 니콜러스 지음, 임희근 옮김 / 포노(PHONO)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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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부터 쭉 클래식에 대한 서적을 읽고, 음악을 듣고 있는데 한동안 빠져 읽고서도 기록을 남기지 않았더니 기억이 휘발되고 있다. 안타까운 마음만 가득하다. 왜냐하면 다시 책을 읽어도, 처음 느낌을 되살릴 수 없기 때문에… 책을 다시 펼쳐도 처음 그 설렘보다는 그동안 이리저리 찾아본 정보들이 섞여 떠오른다. 별로다! 인덱스는 많은데 펼치면 왜 표시를 해둔건지 떠오르지 않는다. 어렴풋이 알 듯도 한데 말이다. 그래서 『음악의 시학』이나 『음악의 기쁨』같은 책들은 리뷰를 한참 뒤로 미뤄야한다. 한 번씩 꼼꼼히 읽기도 했거니와, 다시 읽을 땐 음악도 찾으면서 제대로 복습을 하기로 마음을 먹었기 때문이다. (혹 이 작품들에 관심 있는 분들이라면 망설이지 말고 구입하시길 권한다.)


그런 의미에서 『쇼팽, 그 삶과 음악』 리뷰는 워밍업이라 할 수 있다. 〈우리가 사랑하는 음악가 시리즈〉가 음악을 담은 씨디를 포함하고 있어서 가격이 좀 있는 편인데, 씨디를 전혀 뜯지 않았음에도 나는 무척 만족하고 있다. 쇼팽의 피아노곡들은 각자 따로, 선호하는 피아니스트의 레코드로 가지고 있으므로 굳이 부록을 뜯지 않아도 되고, 낙소스 라이브러리에 접속할 수 있는 아이디가 제공되기 때문에 더더욱 필요가 없다. 아무튼 이 책으로 프리데리크 쇼팽의 삶을 한 번 제대로 들여다보았다는 것이 좋았다. 클래식 입문 서적이나, 낭만주의 음악가들에 대한 책들에서도 조금씩 언급된 일화들이 모두 모였기 때문에 이 위대한 작곡가의 개인적인 취향이나 주변 인물들에 대해 정리할 수 있었다.


결론적으로 말해, 쇼팽은 병약하고 예민하고 거만하기도 했지만 친절하고 사려 깊으며 센스있는 인물이었다. 그의 일생에 중요한 인물 셋을 꼽아보면 첫째로 비서 역할을 한 율리안 폰타나가 있다. 스스로 쇼팽에게 기대한 보상은 하나도 얻지 못하고 뒤치다꺼리만 하다 결별하는데, 나중에 자살로 일생을 마감한다. 쇼팽의 유작을 정리해 출판한 것도 폰타나였는데 일화들을 읽어보면 호구 중에 호구다... 또 중요한 이는 쇼팽의 스승인 아달베르트 지브니이다. 보헤미아 출신의 바이올리니스트로 피아노에 대해 잘 몰랐기 때문에 오히려 쇼팽의 재능(즉흥연주, 독창적 연주법)을 개발할 수 있게 한다. 어린 쇼팽에게 바흐, 모차르트와 같은 고전 음악에 대한 사랑을 심어준 인물이기도 하다. 지브니의 파격적인 수업이 아니었다면 위대한 인물의 싹이 잘 자랄 수 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마지막으로 조르주 상드. 그녀가 얼마나 큰 애정으로 쇼팽을 보살폈는지 알 수 있었다. 상드와 지내는 동안 쇼팽은 엄청난 작곡열을 유지했으며, 걸작들이 나왔다. 전주곡, 폴로네즈, 즉흥곡, 야상곡, 소나타 등 쇼팽하면 떠오르는 작품들 말이다. 상드의 두 아이에 대한 쇼팽의 애정이 얼마나 깊었는지, 그리고 아이들로 인해 연인과 멀어지고 상처를 입는 과정들은 안타깝기 그지없다. 한편으론 작곡가를 보살핀 상드의 애정이 꽤 오래 지속되지 않았나 하는 생각도... 쇼팽이 알캉과 친했다는 것, 그것도 내내 좋은 관계를 유지했다는 사실도 놀라웠다. 그리고 그를 입이 마르도록 칭찬한 슈만에 대한 냉정한 태도도... 자신의 천재성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그가 가진 거만함 또한 받아들여지지 않았을까.


안타까운 점은 쇼팽의 제자들은 스승만큼 뛰어나지 못했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지금 우리는 쇼팽의 피아니즘을 알 수 있는 레코드(녹음), 교수법을 전해 받지 못했다... (메모는 남아 있다) 쇼팽이 자신과 같은 천재라고 극찬했던 수제자 카를 필치는 폐결핵으로 요절하였고, 그의 문하에 필치만큼의 재능을 가진 이들은 없었기 때문이다. 쇼팽의 삶을 따라가면서 작곡 당시의 분위기를 잘 녹여내어 1830년대의 파리가 천재들의 요람으로서 어떤 기능을 하였는지 알 수 있었다. 그의 초상화, 머물렀던 동네나 소지품, 데드마스크 등 이미지 자료와 작품 해설이 함께 실려 있어 대체로 만족한 독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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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고기자리 2016-06-17 20: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책은 읽자마자의 느낌이 제일 중요한 것 같은데, 이래저래 쓰는 시기를 놓치고 나면 헤어진 남친 다시 만나는 것처럼 설렘이 없어지고, 결국 안 쓰게 되더라고요^^

에이바 님 리뷰를 읽으면,

아.. 나도 열심히 읽어야지, 이런 생각이 들어요.

그러니까 묵묵히 읽지만 마시고 어떤 책을 읽었는지 리뷰도 많이 써주세요ㅎ

에이바 2016-06-24 19:35   좋아요 0 | URL
그게 알면서도 잘 안 되더라고요. 항상 무언가를 읽고는 있지만... 리뷰 쓰려면 생각도 다듬어야 하고 무언가 압도되는 전율, 그런 걸 느껴서 일필휘지로 쓰는게 아니면 자꾸 미루게 돼요. 노력하겠습니당...ㅜㅜ

clavis 2016-09-25 23:09   좋아요 0 | URL
하하 표현이 넘나 재밌어요 헤어진 남친 만나듯 설레임이 사라진 리뷰쓰기..와 닿습니다

북다이제스터 2016-07-19 20: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기억의 휘발 때문에 억지로라도 글 남기고 있습니다. 자주 글 뵙길 희망합니다. ^^
 
[추락하는 모든 것들의 소음]을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추락하는 모든 것들의 소음
후안 가브리엘 바스케스 지음, 조구호 옮김 / 문학동네 /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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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롬비아 보고타. 얌마라는 괜찮은 집안에서 나고 자라 이십대 중반에 벌써 모교 법학과에서 강의를 맡고 있다. 말쑥한 외모와 안정된 직장. 그는 다가오는 유혹을 거절하지도 않고, 취미들로 소일하며 시간을 보낸다. 당구장에서 만난 라베르데라는 남성은 얌마라에게 호감을 가지고 있다. 그는 적당히 선을 긋지만 어느 순간 그이의 집을 방문하는 등 어울리게 된다. 한동안 만나지 못한 라베르데는 얌마라에게 카세트를 들을 곳을 알려달라 부탁한다. 함께 간 문화센터, 카세트를 들으며 펑펑 우는 라베르데를 짐짓 외면하던 얌마라가 사라진 그를 찾아 발을 내딛었을 때, 총소리가 들린다. 리카르도가 쓰러진다. 얌마라도 쓰러진다.


얌마라는 회복 중이다. 의사는 말한다. 기능장애는 전부 정상으로 돌아왔어요. 공포는 보고타 사람들의 주요 질병이니 특별한 상황이 아닙니다. 결국 지나갈 겁니다. 얌마라는 거기엔 관심이 없다. 그저 자고 싶다. 그를 둘러싼 소음들로부터 해방되고 싶다. 일상적인 소리, 어떤 특정한 소리들은 불안과 공포를 의미했다. 이유 없이 울음이 터졌다. 자신이 병들어 있다는 생각, 이어지는 수치심은 더 견디기 힘든 것이었다. 점점 내면으로 침잠하는 얌마라의 사회생활, 가정생활은 최악의 상황에 몰려 있었다. 떨쳐낼 수 없는 PTSD를 안겨준 사건- 그는 라베르데가 살해된 사건, 라베르데라는 남성에 대한 조사를 시작한다. 그리고라베르데의 딸 마야로부터 전화를 받는다.


평화봉사단 활동을 위해 보고타에 온 일레인 프리츠는 하숙집 아들인 리카르도 라베르데와 사랑에 빠진다. 리카르도는 할아버지의 뒤를 이어 비행기 조종사가 된다. 비행에 대해 이야기할 때 눈을 반짝이던 청년은 이제 마약을 운반하기 시작한다. 몰락한 집안과 아내와 아기를 부양하기 위해서다. 탕. 탕. 리카르도가 왜 집에 오지 않는지 알려주러 온 남자는 권총을 꺼내 하늘을 쏘았다. 두 발이었다. 일레인과 어린 마야는 살아남았다. 남편은 오지 않았다. 아내와 아이는 십 이년간 숨죽여 살았다. 출소한 남편을 만나기 위해 일레인은 비행기를 탄다. 보고타로 향하던 비행기는 착륙하지 못했다. 라베르데가 듣던 카세트는 추락한 비행기 블랙박스에 녹음된 기록이었다.


간헐적인 비명소리 또는 비명소리와 유사한 소리가 들린다. 내가 포착할 수 없는 소음도 들리는데, 그게 무슨 소음인지는 전혀 알 수 없다. 사람 소리가 아닌 소음 또는 바로 그 사람이 내는 소음, 소멸되는 생명들의 소음이지만 깨지는 물질의 소음이기도 하다. 높은 곳에서 물건들이 떨어질 때 나는 소음, 중단되었기 때문에 영원한 소음, 결코 끝나지 않을 소음, 그날 오후부터 내 머리에 계속해서 울리고 있으며 사라지려는 기미를 보이지 않는 소음, 내 기억에 항상 남아 있는 소음, 횃대에 걸린 수건처럼 내 기억에 걸려 있는 소음이다.


그 소음은 965편의 조종실에서 들리는 마지막 소음이다.


소음이 들리고, 그러고는 녹음이 중단된다. (110-111)


중단되었기 때문에 영원하고, 결코 끝나지 않을 소음. 얌마라가 겪는 PTSD, 아니 보고타의 얌마라 세대에게 눌러 붙은 그 진득한 공포의 잔재는 마야가 건네 준 편지 한 줄로도 형상화할 수 있는 것이었다.


보고타가 그렇게 될 거라고 내게 알려준 사람은 없었어요. (184)


콜롬비아의 마약 카르텔, 그 왕국이 심은 공포의 정치. 특별한 시대라 불리는 시기. 미래를 위해 마리화나를 재배하던, 많은 사람들이 순진하던 시기. 폭탄이 언제 어디서 터질지 몰라 와야 할 사람이 오지 않으면 걱정을 하는, 마치 언제든지 죽을 수 있다는 듯 두려워해야 했던 시기. 자신이 안전하다고 알리기 위해 공중전화의 위치를 확인하고, 어느 집에서 전화를 빌려 쓸 수 있는지 알아야 하고, 공공장소엔 나가질 않던 그 시기. “우리 그 때 유행하던 그 노래 있잖아.”가 아니라 “라라 보니야가 살해당했을 때 당신은 어디에 있었나요?”라고 묻는 시기. 얌마라와 마야 세대는 그 무차별적인 폭력에 노출된 채 살아왔다. 얌마라는 소망한다. 자신의 오염된 세계가 딸 레티시아에게 닿지 않기를, 그리고 자신의 가정을 보호할 수 있기를 말이다...


개인은 시대와 환경으로부터 얼마나 자유로울 수 있을까. 일견 평범해 보이던 일상이 실은 공포로 점철되어 있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나를 구성하는 현재가 실은 외면하고픈 과거를 껴안고 있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두려움으로 가득 찬 삶은 어떤 의미일까. 다들 그렇게 사니까 나의 공포는 특별하지 않다고 진단받는 것은? 공포와 고통을 떨쳐내지 못해 조롱당하는 것은? 우리는 과연 시대와 환경으로부터 분리될 수 있는 존재일까? 나는 이 소설에서 우리 사회를 본다. 우리를 흔들어 놓은 사건들을 본다. 경중이 너무 무거워 외면하고팠던 진실을 본다. 내 일이 아니라며 결국 고개돌렸던 일들을 본다. 사소한 일들로 치부되었던 일들을 상기한다. 모든 것은 삶이었다. 결국 삶이었다. 떨쳐낼 수 없었던 내가 살아가는, 나를 구성하는 삶이 펼쳐진 배경이었다.


동시에 나는, 우리가 현재 순간에 대한 최억의 심판관이라는 말을 스스로에게 하고 있는데, 아마도 그 이유는 사실 현재는 존재하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모든 것은 기억인데, 내가 방금 전에 쓴 이 문장도 이제는 기억이 되고, 독자 여러분이 방금 전에 읽은 이 단어도 기억이 되기 때문이다. (27)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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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6-01 21:2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6-03 09:38   URL
비밀 댓글입니다.

CREBBP 2016-06-03 18: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문장이 좋았어요. 뭐라고 딱 짚어서 말할 수는 없지만, 약간 한국 문학이랑 비슷한 부분이 있었던 것 같아요. 일상에서 어떤 공포(전쟁, 테러 등등)을 늘 염두에 두고 살면서도 거기에 무감각하게 사는 한국사회랑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구요. 쓰신 글 중 마지막 문단 너무 좋아요

에이바 2016-06-06 11:28   좋아요 0 | URL
남미 문학이 저랑 안 맞나 봐요. 문장을 따라가는 호흡이 좀 힘겨웠어요. 저 역시 한국 문학이 떠올라서 사족을 달았다가 지워버렸는데요. 여러 모로 기시감이 들어 묘하더라고요. 분명 배경도 이름도 다루는 소재 마저도 다른데 결국 이 멀리 한국과 공감할 여지가 많다는 것이... 한편으로는 여지껏 읽어왔던 남성 작가가 쓴 한국 소설 같았어요. 특히 마야와 관계하는 부분에서, 마야라는 캐릭터가 등장했다 퇴장하고 캐릭터의 역할이 부차적으로까지 느껴지는 부분에서요. 자지 마! 자지 말라고! 를 외다 책을 덮었다가 리뷰 안 쓴 거 알아차리고 좀 놀랐었다는...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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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혜영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6년 3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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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 오기는 지도학을 전공하고 대학에서 교편을 잡고 있다. 여행 중 교통사고로 아내는 즉사하고 오기만 살아남았다. 병원에서 눈을 뜬 그는 전신마비임을 확인하고 기억을 떠올려본다. 아주 완전하진 않지만 자살한 모친 이야기, 부친에 대한 냉소, 아내와 결혼 허락을 받는 자리에서 두 사람의 조건 차이 때문에 움츠렸던 모습이 생각난다. 꽤 괜찮은 삶을 살았던 것으로 보이는 오기. 무언가 이루지 못하고 계속해서 헛된 꿈을 꾼다며 아내의 허영을 꼬집다가도 그것마저도 사랑스러웠다는 말엔 애처가였구나 싶다.


자신이 얼마나 부족함이 많은 존재였는지 잘 아는 사람은 아내라는 오기의 자조. 그로 인해 아내를 비난하는 장면에서도 반발심이 완화된다. 별 것 아닌 일을 과장하는 경향, 결국 시간이 지나면 사과하곤 했다는 아내. 허영과 편집증 그리고 감정과다의 인물로 인식되는 오기의 이름 없는 아내를 잘 보듬고 산 것은 오기 자신이었다. 소설 초반부에서 그려지는, 아주 넉넉지는 않으나 삶을 꽤 충실하게 즐기며 살고 있는 부부라는 이미지는 후반부에 가까워지며 바스러지고 만다. 아내의 목소리는 오기에 의해 선택적으로 등장하기 때문이다.


성공한 여자들의 사진을 올려두었던 아내의 책상. 그렇게 고집하던 고가의 책상에서 아내가 쓰던 글은 별 것 아니었다는 오기의 비평. 아내는 출판을 포기한다. 인내가 부족한 아내는 또 금세 포기한 것이다. 그러나 아내는 다른 글을 쓰기 시작했다. 아내의 정원일도, 아내의 글도 하찮게 여기는 오기. 사고의 전모가 드러나는 순간 밝혀지는 이 글의 소재와 성격은 오기의 추락과 종말을 가속화한다. 그 글은 기자 경력을 살린, 한 인간에 대한 고발문이었다. 오기라는 인간이 얼마나 얄팍하고 속물인지에 대한. 


반면 독자는 오기의 서술에 전적으로 의지할 수밖에 없다. 오기의 정신은 사고로 인해 몸에 갇혀 있고 일상적인 삶에 대한 그리움과 분노, 공포로 범벅이 되어 있다. 신체에 위협을 주는 미지의 존재인 장모는 오기를 고립시키는 인물로 등장하며 장모가 변화하는 과정은 마치 이사 온 집 정원에 집착하던 아내를 연상시킨다. 예측할 수 없는 장모의 구덩이 파기는 예측할 수 없기에 두려운 것일까, 예측이 되기에 두려운 것일까. 장모의 분노가 어디서 기인했는지, 또 아내가 남긴 기록이 얼마나 자세한지에 대한 미지는 오기를 더욱 두렵게 한다.


몰랐을 땐 어려웠고 사고가 일어나고선 의지가 되었던 장모. 그녀는 사위에 대해 알게 되면서 점점 멀어진다. 우리는 누군가를 잘 모를 때 그를 더 사랑할 수 있는지도 모른다. 그이의 끝도 없는 밑바닥, 그 구멍을 들여다보지 않았을 때 말이다. 바빌로니아 지도의 중앙에 뚫린 그 구멍에 끌려 한참을 들여다보았다는 오기. 사십대는 죄를 지을 나이라며 자신의 결함 역시 어쩔 수 없다던 오기. 그는 자신의 과거를 마주하며 몸 안에서, 그리고 집 안에서 고립된다. 그가 아내의 냄새를 맡고 눈을 감았던 이유는 과연 두려움뿐이었을까.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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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BBP 2016-05-16 12:0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화자의 서술에 의지한 채 어찌보면 편협된 시각일 수도 있었을 아내에게 이상하게 감정이입이 되더라구요. 여성이 실패투성이라는 것과 그 실패를 남편이 인지하는 것 차이에 이해의 차이와 갭이 존재할 것 같았어요. 여성의 입장에서 봤을 때 하나 하나는 실패가 아니라 그냥 열심히 살아간 거라고 볼 수도 있자나요? 그런데 매번 큰 성공을 거두지 못했다고 해서 그리고 같은 일을 계속 하지 않았다고 해서 그걸 다 실패라고 생각하는 남성과 삶의 갭이 벌어질 수밖에 없었을 것 같아요. 남자가 또 결혼 초엔 안정적인 직장도 아니었고.. 때문에 거기에 따르는 여자의 희생도 있었을지도 모를 일이고.. 물론 남편은 남편대로 그녀를 이해하기 위해서 나름대로 해석하는 방법이 필요했겠지만요. 빠르게 읽히고 첨엔 너무 뻔하게 흐르는 것 같아서 별세개 줄까 생각했었는데.. 오히려 책을 덮고 나서 더 생각이 많아지네요.

에이바 2016-05-16 12:27   좋아요 0 | URL
오기가 아내에 대해 언급하는 거 하나하나가 맘에 안 들었는데 그게 자신의 `이미지`를 위해 아내의 `이미지`를 형성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였어요. 아내는 최선을 다해 살았는데 욕심만큼 재능이 되지 않았을 수도 있고. 그걸 한심하게 볼 수도 있겠지만 C님 말씀대로 분명 희생이 있었을 거란 말예요. 말은 기자 때려칠거야! 뭐 이러면서 남편이 부담스럽지 않도록 말이에요. 더 웃긴건 오기가 그런 부분은 쏙 빼고, 자신이 자리잡히고 제이랑 바람피잖아요. 사랑을 잃고 괴로웠다면서 헛소리 하고 ㅋㅋ 오기의 삶에서 아내는 들러리인 거죠. 이름조차 등장하지 않고, 아내의 가족은 `외국인`이라 생각해버리고(장모만이 아니라 말을 이해할 수 없을때던가... 그렇게 생각한다 하잖아요) 마지막 페이지에서도 몰타의 매에 나오는 이야기에 반응하는 남편이, 그리고 상황이 두렵고 답답해서 울고 있는 아내를 `사랑스러웠다`고 하는데, 결국 아내의 본질은 이해하지 못하는 어리석음이 드러나죠... 저도 별 셋 주려다가 좀 애매해서 넷을 줬는데... 깎아야겠어요...

비의딸 2016-05-18 13:19   좋아요 0 | URL
저도 그랬어요. 아내에게 이상하게 감정이입이 되는 거.. ^^
오기의 진술뿐인 이 이야기가 아니라, 아내가 써놓은 고발문을 읽고 싶어지더라구요.

다락방 2016-05-16 15: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리뷰와 댓글을 읽으니 저고 읽고싶어졌어요. 에이바님이 별을 결과적으로 깎게 된 이유도 궁금하고요, CREBBP님이 덮고 나서 생각이 난다고 한 이유도 궁금해지네요.

에이바 2016-05-16 17:27   좋아요 0 | URL
좀 애매하더라고요... 최근에 별을 대체로 깎는 것 같아서 별 넷으로 올렸거든요. 다시 생각해보니 반전까지 몰고나가는데 큰 충격을 줄만한 속도감이나 거대한 존재감같은 게 부족해 도로 깎았어요... 하지만 책장을 덮고나서 인물들의 대사나 관계, 심리를 떠올려보면 이런저런 생각이 들긴 해요...

CREBBP 2016-05-16 19:08   좋아요 0 | URL
문장이 간결해서 너무 빠르게 읽다보니 읽으면서 곰곰히 생각해보지 않았던 부분이 떠오르더라구요. 특히 아내에 대해서 독자는 서술자가 말하는 대로 의지하게 되어 조금 이상한 여자다 라고 생각하고 봤는데 나중에 진실이 드러나면서 아내가 했던 행동들을 되짚어보고 오히려 더 이해할 수 있을것 같았거든요. 저도 별점을 깍고 싶어졌는데 그 이유는 사건이 너무 단순하고 진부하게 흘러간다는 인상 때문이었는데 끝까지 읽고나니 후한 제 기준에서는 4 정도가 다른 책들과의 형평성이 맞는 거 같아요. 에이바님 기준에서 다른 책들과 형평성 따지면 3이 적당한 거 같아요 ㅋㅋ

에이바 2016-05-18 10:03   좋아요 0 | URL
이 작품이 장르소설로 분류되진 않죠? 문장이 간결한데 매력이 없다고 느끼는게 제가 장르적 재미, 뭔가 심장을 졸이게 하는 느낌을 요구해서 그런가 봐요... 예를 들어 CREBBP님 말씀대로 사건의 전모가 드러날 때 아내나 장모의 행동이 명확히 설명되면서 느끼는 쾌감, 오기의 마지막까지 이어지는 어떤 분위기의 형성 이런 것이 부족하다고 느껴요. 제이나 케이와의 관계도 그렇고 등장하는 인물들은 많지만 전형적인 캐릭터를 보여주고요. 삶이라는 게 그런 것이겠지만 한편으론 오기라는 인간의 시각 때문인 것 같기도 해요. 암튼 별 두개는 넘했고 별 세개정도... 별 세개 기준은 르클레지오의 황금물고기예요..

CREBBP 2016-05-18 10:11   좋아요 0 | URL
말씀하시는 긴장을 자아내지 않는다는 점에서 장르는 아닌 것 같구요. 반스의 소설도 순수문학에 가깝지 않나요? 어떻게 보다 왜라는 질문을 하게 만드는 게 순수문학이라고 김연수가 했던 말이 생각나는데.. 순수 쪽에 가까운 것 같아요. 전 나쁘지 않았어요. 오히려 저는 장르(뻔한거)가 좀 별로인데 별로였던 게 전체 구조라든지 얼개를 생각해보면 잘 짜여졌다 모호하지만 다각도로 해석의 여지도 주고 특히 남녀 상호간의 이해의 차원에서 봤을 때 여러가지 생각하게 만든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에이바 2016-05-18 10:24   좋아요 0 | URL
순수문학이긴 하죠. 근데 제가 느낀 분위기나 읽히는 방식이 마치 장르소설을 읽을 때와 같았어요.(그러니까 제가 읽고 느끼는 방식이요) 비교하게 되는 작품들도 약간 그런 구석들이 있는데 영화로 따지자면 예술영화는 아니고 상업영화와 그 중간에 걸쳐져 있는 것 같은... 근데 그 모호한 분위기로 꾀할 수 있는 해석들이 그다지 새롭지 않고(저의 부족함이겠지만) 그 분위기도 치밀하게 짜였다 그런 느낌도 아니고 그냥 평범하고 어찌 보면 좀 어정쩡하다... 차라리 좀 날 것의 분위기를 냈다면 어땠을까 그런 생각도 했어요. 편혜영 작가의 다른 소설을 읽지 않아 그 소설세계와 비교하기도 그렇고요. 아 한국소설 넘 어렵네요... 최정화 작가 소설 읽으면서도 그런게 제가 피상적으로 읽고 있나 했는데... ㅜㅜ

CREBBP 2016-05-18 10:37   좋아요 0 | URL
아 저도 최정화 작가 바로 전에 읽은 책 생각 나더라구요. 자기 식대로 남을 평가하는 부분이 유사했어요. 맔금하신 것처검 색깔이 분명하지 못한 점이 있네요. 선의 법칙 읽을 때는 황정음 작가 생각도 살짝 났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흠 역시 어정쩡하다 문장이 뛰어난 것도 아니고 치열한 것도 아니고 반듯한 공식대로 잘 짜여진 소설 같기도 하구요. 그래도 장강명보다는 낫더라는. 전 황금물고기봐는 이 소설이 나았어요. 제 취향으로는 말이죠.

에이바 2016-05-18 11:02   좋아요 0 | URL
반듯한 공식이란 말씀에 공감해요. 모범적인 글 같아요. 장강명보단 낫고 황금물고기보단 못하단 생각이에요..

단발머리 2016-05-16 19: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호호~ 리뷰와 댓글들 다 읽고 나니 저도 마구 읽고 싶어집니다. ㅎㅎ
편혜영은 처음이예요.
저는 아직 처음이 많은, 꿈 많은 소녀 아니 아줌마^^
새로운 세계로 인도해주신 에이바님과 CREBBP님, 다락방님께 감사를~~

에이바 2016-05-18 09:54   좋아요 0 | URL
저번에 이상문학상 대상 받았대서 이름만 알던 작가였어요. 그렇게 특별한 인상은 없었는데 한 번 읽어보심직 해요. 단발머리님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