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에 구입하고 받은 책들을 쌓아 보았다…. 지난 페이퍼에서 언급했던 폴란드 문학 읽기와 프랑스 문학 읽기에 속하는 책들이 다수이다. 폴란드 읽기로는 『인형』, 『브루노 슐츠 작품집』과 러시아 문학도 끼워 보았다. 『전쟁과 평화 1』과 『숄로호프 단편선』이다. 『전쟁과 평화 1』은 앞부분만 조금 펼쳐 읽었는데 너무 좋았다! BBC 드라마를 괜히 보았나 하는 생각도 좀 들긴 했는데, 줄거리를 파악하는 데는 큰 도움이 되지만 머릿속 인물들이 배우들의 얼굴로 바뀌기 때문이었다. 아주 꼼꼼하게 작업했다는 느낌이 들었다. 한 분기 당 한 권이 나온다 해도 그저 행복…, 빨리 읽고 싶다! 『숄로호프 단편선』은 『소네치카』를 읽다가 구입하게 되었다. 『인형』은 아직 하권을 다 읽지 않아서 리뷰를 못 쓰고 있다. (과연?) 꼭 리뷰를 써야하는 건 아닌데 나중에 기억을 되짚을 때도 도움이 많이 되기 때문에…. 『페르디두르케』보다는 『브루노 슐츠 작품집』 읽기가 더 편할 것 같아서 이 책을 먼저 구입했다. 


프랑스 문학으로는 얼마 전, ㄷ님의 페이퍼를 보고서 다시 읽어봐야겠다 마음 먹은 『제르미날 1』을 구입하였다. 내가 좋아하는 박명숙 님의 번역이라서 더 좋다. 아마도 에밀 졸라를 다시 읽고 리뷰를 쓰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한다. 로브그리예의 『질투』, 사실 브르통의 『나자』를 먼저 읽을까 했는데 그래도 이 책이 술술 넘어갈 것 같았다. 『나자』는 『닥터 글라스』를 읽으면서도 생각이 나곤 했다. 그리고 페렉의 『사물들』. 짧고 재밌으니까 한 번 더 읽어 보기로 했다. 그리고 실비 제르맹의 『분노의 날들』! 아주 매력적이다. 『한 톨의 밀알』은 응구기 와 티옹오의 작품인데, 반 정도 읽었다. 응구기의 작품은 케냐 독립 전후로 나뉜다고 한다. 이는 그의 대표적인 작품으로 고전소설적인 풍모가 흐른다. 『아이는 국가가 키워라』는 책소개를 읽어보니 평소 하던 생각과 비슷해서 구입했다. 아마 생각을 정리하는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한다. 체사레 파베세 책은 왜 끼었지? 기억이 안 난다.


줌파 라히리의 『그저 좋은 사람』은 ㄷ님께서 보내주셨다. ㄷ님이 특히 좋아하신다는 「지옥-천국」이 수록된 소설집이다. 라히리는 『저지대』 출간 광고에서 처음 보았다. 그 때는 서재 활동을 하기 전이었고 그냥 그렇게 기억 속에 흘려 버렸다. 다시 작가의 이름이 눈에 들어온 것은 『이 작은 책은 언제나 나보다 크다』의 리뷰들을 보고서였다. 이탈리아어 공부를 하면서 이탈리아어로 썼다고 했던가. 아 너무 멋있고 또 부러웠다. 아무튼 「지옥-천국」의 제목이 낯설지 않았는데 ㄷ님이 여러 번 페이퍼에서 언급하셨다고 했다. 어쩐지 익숙했어! 나도 줌파 라히리를 아주 좋아하게 되지 않을까? (ㄷ님, 감사합니다!) 열심히 읽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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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부만두 2016-10-24 11: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르미날!!!!!!

다락방 2016-10-24 11:32   좋아요 0 | URL
바로 여기에! 제르미날을 같이 읽자고 하신 ㅇ 님과 제르미날을 강추하신 ㅇ 님이 함께 계시는군요. 후훗.

에이바 2016-10-24 11:36   좋아요 0 | URL
에밀 졸라로 대동단결 해요!! >_<

2016-10-24 11:3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10-24 11:3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10-24 11:52   URL
비밀 댓글입니다.

북프리쿠키 2016-10-24 13: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이 책이 응구기 와 티옹오 꺼군요
한 사람 이름 맞죠? ㅎ

에이바 2016-10-24 16:04   좋아요 1 | URL
네 영국식으로 제임스 응구기였는데 부족어로 이름을 바꿨대요. ㅎㅎ

북프리쿠키 2016-10-24 17:07   좋아요 0 | URL
아 부족어구나~
이분꺼 읽어보고 싶네요ㅎㅎ

에이바님 읽으신 책중에
제가 읽은 책이 0권이네요ㅎㅎ

에이바 2016-10-24 19:39   좋아요 1 | URL
모두 읽지는 않았어요. 「한 톨의 밀알」 반 정도 읽었는데 꽤 좋아요. 이 작품이랑 후기 작품 「피의 꽃잎들」 읽으려 합니다.

서니데이 2016-10-24 16:4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전에 소개해주신 인형이 책 중에서도 두꺼워서 잘 보여요. 에이바님 10월에도 부지런히 읽으셨네요.
즐거운 오후 보내세요.^^

에이바 2016-10-24 19:40   좋아요 1 | URL
볼레스와프 책 재밌어요. 안 읽은 책들도 연말까지 다 보고싶어요.ㅎㅎ

CREBBP 2016-10-24 18: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읽은 거 한 권 있어서 막 자랑스러워요 (제르미날) ㅋㅋㅋ 그저 좋은 사람 저도 있는데 읽어야겠단 생각. 인형은 너무 두꺼워서 아무래도 이번달에 못읽겠구나 ㅋ.

에이바 2016-10-24 19:41   좋아요 0 | URL
「인형」 틈틈이 보면 4일 정도 걸리는 것 같아요. 진짜 재밌는데 하권 읽다가 딴 책들을 펼쳐서 나머지는 다음 달로 넘겨야 할 듯 해요..ㅎㅎ
 

14세 소년은 노동을 위해 차출되어 버스를 타고 출근 중이었다. 경찰이 버스를 세우고 유대인인 승객들을 내리게 한다. 아우슈비츠, 부헨발트, 차이츠 강제수용소를 거쳐 1년만에 부다페스트로 돌아온 소년. 외모도 눈빛도 변해버렸고, 별과 번호를 떼고 입은 죄수복은 해어진데다 여러 날의 노숙을 견딘 상태이다. 그렇게 전차를 탔더니 찻삯을 요구받는다. 그 모습을 보고 일어나 부끄럽지 않냐고 일갈한, 민주주의를 지향하는 신문사에서 일한다고 자신을 소개한 기자는 소년의 표값을 대신 치른 뒤 대화를 시작한다.


-

얘야, 강제수용소에서 오는 거니? 네. 어디서? 부헨발트요. 부다페스트에 돌아오니 어떤 느낌이 들어? 증오심요. …그럴 수 있지, 누구를 증오하는지 알아. 모든 사람요. …끔찍한 일을 많이 겪어야 했니? 끔찍한 일일을 어떻게 정의하느냐에 따라 다르겠죠. 굶주리고 구타를 당했겠지. 그건 당연한 일이에요. 그게 어떻게 당연하니? 강제수용소에서는 당연한데요. …그래, 그렇겠지. 하지만 강제수용소가 당연한 게 아니잖아!


네가 경험한 일을 말해줄 수 있을까? 세상을 향해 말이야. 뭐를요? 수용소의 지옥 말이야. 지옥은 잘 모르는데요. 그건 비유야, 수용소가 지옥이라는 뜻이야. 모르겠어요. 강제수용소는 상상할 수 있지만 지옥은 잘…. 그래도 해볼래? 지옥은…, 지겨울 수 없는 장소라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아우슈비츠 같은 수용소에서도 조금은 지겨운 시간이 있었거든요. …그걸 무엇으로 설명하겠니? 시간요. 시간? 네, 시간이 모든 걸…. 처음엔 생소했던 일도 시간이 지나면서 단계별로 결국 이해하게 되잖아요. 수용소에서 사 년, 육 년, 십이 년 동안 있었던 사람들을 봤어요. 십이 년 곱하기 삼백육십오 일, 거기에 곱하기 이십사 시간…. 년, 하루, 시간, 초 이런 식으로 시간을 보내야 해요. 만약 시간이 없어서 모든 걸 한꺼번에 인식해야 한다면 견디질 못할 거예요. …아니, 그건 상상이 되질 않는데.


그건 그렇고 우리의 우연한 만남을 연재 기사로 써 보지 않을래? 이 시대의 슬픈 징표를 알리기 위해서 말이야. 네 경험은 개인적인 것이 아니라 세계의 일이기도 해. 음, 그리고 우리가 헤어지는 순간을 사진으로 남겨도 될까? 연재 기사에 싣고 싶은데. 아, 미안해 기사 욕심이 있다 보니 기자들은 가끔 배려가 부족할 때가 있어. 강요하지 않을게. 잠깐만, 내 연락처야. 꼭 연락해 줘. 기사는 내가 쓰지만 네가 말해주는 대로 쓸 거야. 영세한 신문사라 큰돈은 아니지만 소정의 돈도 지급할게. 아마 네 새 출발에도 도움이 될 것 같은데. 어때? ―소년은, 그가 ‘지옥’이라고 명명한 곳에서 이제 막 벗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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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을 더듬어 쓴다. 올가 쿠릴렌코를 알게 된 것은 아마도 모델 활동 덕분이었던 것 같다. 하지만 제대로 이름을 외우게 된 계기는 프랑스 영화 《약지의 표본》을 보고나서 였다. 나는 프랑스 영화를 잘 보지 않고 그나마도 한때 몰아서 보았는데, 때문인지 막연한 편견―이야기가 진행될 만 하면 끝나버린다던가, 이해할 수 없는 이야기만 늘어놓는다던가 하는―이 있었다. 지금보다 굳은 머리로 영화를 볼 때도 《약지의 표본》의 발상은 신선했는데, 크게 공감하지 못했던 그때와 달리 어쩐지 지금 이 영화를 보면 괜찮다 느끼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그리고 얼마 전 아주 우연히 영화의 원작이 오가와 요코의 소설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당시에 알고있었는지는 모르겠다... 기억과 추억을 표본으로 남긴다는 것에 이르는 사고 체계가 왠지 지극히 일본스럽다는 생각이 든다. 독특하고 독특한데 왜 이런 생각이 드는지 설명하긴 힘들고 그렇다. 일본 문학을 많이 읽지는 않지만 공통적으로 간직한 묘한 분위기가 있기 때문인 듯 하다. 공포물이건 연애물이건 장르를 따지지 않는 그 특유의... 여느 프랑스 영화와 다른 분위기도 이제서야 이해가 된다.


어찌 됐든 오가와 요코를 찾아보니 꽤 흥미로운 작가인 듯 하였다. 세계문학에 관심이 많지만 일문학을 향한 레이더는 꺼두었대도 과언이 아니다. 가끔 현대소설이나 읽어야 할 고전이라 생각해 몇 작품 읽기는 하는데 그냥 끌리지 않는다는 것이 솔직한 표현일 듯. 예를 들어 일본의 지성으로 꼽히는 겐자부로의 작품들- 『만엔원년의 풋볼』 등을 읽겠노라 다짐했지만 해가 가도 펼치지 않고 있다. 아쿠타카와가 중요 작가인 듯 하여 『라쇼몬』을 샀으나 여전히 읽지 않고 있다. 후자의 경우, 환상소설 어떤 괴담집 느낌이라 더 끌리기는 하는데도 이렇다.


다자이 오사무의 작품도 『인간 실격』을 읽었는데, 이 또한 이웃의 리뷰를 보고 구입한 것이다. 이 작품은 매력적이라 생각한다. 글에서 드러나는 시대적 배경에도 불구하고 동시대 한국소설과 비교하면 굉장히 현대적인 감성이 느껴졌다. 그게 또 짜증이 나는 것이다. 재밌게 읽히니 짜증난다. 그럼에도 일문학에 끌리지 않는 것은 알맹이가 없다고 생각해서인데 편견이라 생각하면서도 한편으론 맞는 말이라고도 생각한다. 그래서인지 학부시절에, 언젠가 교수님의 일문학에 대한 말씀에 공감했었다.


너무 오래 전이라 기억이 잘 안 나는데 아마도 신경을 극도로 세밀하게 분해한다, 지극히 말초적인 감성이다 그런 말씀이었던 것 같다. 당시에 한창 유행하던 일본소설 류가 그랬고 고전이라 불리는 작품들이 그랬기에 맞다고 고개를 주억거렸다. 최근의 일본 소설을 읽어도 여전히 그런 구석이 있기 때문에 인상이 크게 변할 것 같지 않다. 아무튼 이 얘기를 꺼낸 것은 나의 이러한 편견―일본문학은 포장, 스타일에 공을 들이나 알맹이는 부실하다―을 굳게 만들어 준 대담이 있기 때문이다. 박경리 선생님과 도올 김용옥의 대담이다.


몇 해 전에 웹상에서 돌아다니는 글을 읽었는데 찾아보면 출처가 나올 것이다. 요약하자면 일본인들은 야만적이다. 사랑이라든가 하는 숭고하고 깊은 감정을 모른다, 오직 치정 뿐이다 그런 내용이다. 박경리 선생님은 당신만큼 일본 문학을 많이 읽은 이도 없을 거라 하셨는데, 어떤 고찰이나 통찰이 부재하는 감상주의를 비판하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좀 공감되지 않나...? 나는 옳은 말씀이다, 하면서 일본의 역사와 문화들을 떠올려 보았다. 칼의 역사라. 다테마에니 뭐니 분석할 것 까지도 없고 그들의 영혼 없는 리액션들이 피어오른다.


그러고 보면 요즘 로맨스는 국가에 상관없이 거의 치정에 관한 듯 하다. 《메꽃》이라는 일본 드라마는 아예 치정을 위한 드라마다. 정말 내일 없이 몸을 던지는 인물들이 등장한다. 연출도 좋고 그림도 이쁘고 사운드트랙까지 치명치명... 그런 관계에서 몸과 마음의 무게가 같을 수야 없고 서로의 체온에서 위로를 얻는 것이야 숱하게 반복되어 온 클리셰다. 다만 그 표현방식이 상당히 일본스러운, 일본드라마니까 그렇겠지만 치정에 감성을 끼얹고 예쁘게, 예쁘게 포장한 느낌이다. 그렇다고 별로라는 건 아니고 드라마는 현실적인 부분에서는 공감하면서도 허무하고 그렇다.


현재 방영중인 《공항 가는 길》도 주인공들의 관계가 불륜이며 유책배우자, 가정 내 불화로 상처입은 인물들이 서로에 기대는 과정이 그려지고 있다. 《메꽃》처럼 치명적인 어른의 관계를 보여주기 보다는 보다 감성적인 부분을 건드린다고 할까. 불륜을 미화하는 느낌도 있지먼 그보다 사랑이 떠나고 마음이 무너지고 그런 모습들, 남녀 간의 감정과 인간관계의 복잡함을 보여준다. 설정이 다소 억지스럽기도 하지만 설득력있게 진행하려고 노력하는 듯 하다. 정당성을 부여하는 과정이 늘어지는 느낌도 있고... 그런 면에선 차라리 《메꽃》이 더 현실적인 듯 하다. 꼬박 챙겨보지는 못하지만 요즘 하는 드라마 중에서도 볼만하다. 캐릭터들도 다 있을 법하다. 서도우는 유니콘이니까 빼고.


아무튼 우연히 영화에 원작이 있다는 걸 알게 되니 신기하기도 하고, 작가 이름을 잘 기억해 두었다 다음에 읽어봐야지하는 생각을 한다. 비록 언제가 될 지 모르겠지만... 영화에서 여주인공과 방을 함께 쓰는 남자가 좋았다. 함께 방에 있는 경우는 거의 없었지만 서로 다른 출근시간에 일어나 창가에서 뒷모습을 바라보던 외로운 어깨. 그 어깨 너머로 피어오르던 담배연기가 생각난다.



찾아보니 트레일러는 좀 별로이고, 씬을 잘라놓은 영상이 있어 가져왔다. 분위기 있고 좋다. 그렇다고 영화가 저런 느낌으로 이어졌던 것 같지는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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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바 2016-10-20 10: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포스터에 이미 오가와 요코 원작이라 써 있네… 주의력 결핍이었네… 베스 기븐스가 음악 감독이었네… 몰랐는데 이미 내 취향이었네…

CREBBP 2016-10-20 14: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이바님은 원작, 번역 등등 꼼꼼히 보는 편이신데 주의력 결핍이라니, 제가 괜히 찔리네요. 제 경우, 덤벙덤벙 별 정보 없이 먼저 시작하고 다 읽고 나서 혹은 읽는 중간에 엄청 좋으면 폭풍 검색하거든요. 사실 일본 문학이 어떻다, 저떻다 하는 건 장님 코끼리 만지고 말하는 격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제 인상에도 박경리 선생이 말씀하신 것과 비슷한 이미지로 남아있어요. 알맹이보다는 스타일이고 고민의 깊이가 앝다, 뭐 그정도로 느끼는데, 읽는 잔재미는 많잖아요? 일본 소설 좋아하는 친구 하나한테 왜 좋아하냐고 물으니, 한국 문학은 너무 어렵대요. 뭔 내용인지 모르겠다고.. 이와는 반대로 90년대인가 2000년대인가의 한국 문학은 죄다 하루키 아류다라고 몰아붙이는 쪼가리 글들도 본 것 같고. 자기가 본 것, 자기의 지적 감성적 능력의 범위 내에서만 평가할 수밖에 없는 게 문학이고 예술이 아닌가 싶기도 해요. 문학이란 게 사실 어떤 주류를 따라서 서로 많이 영향을 주고 받고 하기 때문에, 일방적으로 어떤 문화권의 문학이 좋다 나쁘다 말할 수 있기는 어렵겠지만, 에코의 <책의 세상>에 보면 서구에서는 문학 하면 특정 나라(아마도 영국, 프랑스 정도였던가..에서 특히 성했고, 미술 하면 이탈리아였고 뭐 이렇게 꽃피운 시대와 공간이 있기는 했던 것 같기도 하고.. (무슨 주장을 하고 있는건가ㅋㅋ )

암튼 핵심은 이 글 너무너무 좋다는 거

에이바 2016-10-20 16:02   좋아요 0 | URL
저도 장님 코끼리 만지고 말하는 격이라 생각해요. 그렇지만 예외가 있다해도 또 묘하게 맞아 떨어지는 구석이 있고, 박경리 선생님의 명성과 통찰력에 기대어 얹혀가는 글이에요. ㅋㅋㅋ 일본문학이 가볍다면 또 한국 문학은 쓸 데 없이 힘을 주고 있는 느낌이에요. 어느 쪽이든 재미가 없어요... 같은 고전을 두고 봐도 재미없고 노벨문학상이 안 나오는 이유도 그런 데 있다고 봐요. 야스나리의 노벨상 수상은 오리엔탈리즘에 적절히 기여했다는 느낌도 있고... 뭐 그렇다고 노벨상이 엄청 권위와 전통이 있는 상이냐 하면 또 그건 아닌 것 같고... 제가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네요.ㅋㅋㅋㅋㅋ 예술은 서로 영향력을 주고받으면서 성장하고 발전한다는게 정말 옳은 말씀이에요. 구라파는 한 대륙에 있으니 그 물결 타기가 얼마나 좋나요. 서로 아웅다웅하기도 하지만은 한 번 전쟁이 일어나고 나면 문화가 섞이고 또 발전하고... 제가 또 요즘 폴란드 러시아문학을 읽으니 나폴레옹 전쟁을 들여다보고 있어서... 아무튼 재미있게 읽어주시니 감사합니다. ㅎㅎㅎ

2016-10-20 17:5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10-21 09:57   URL
비밀 댓글입니다.
 


바이올리니스트 조슈아 벨의 연주. 체코의 작곡가 안토닌 드보르자크의 오페라 《루살카》 1막 중 유명한 아리아 〈달에 부치는 노래〉이다. 오페라는 슬라브 전설에 등장하는 물의 요정 루살카 이야기를 바탕으로 하는데, 극의 내용은 그보다 안데르센의 인어공주와 유사하다. 




 오페라 《루살카》 줄거리


1막

물의 요정 루살카는 어느 날 호숫가에 찾아오곤 하는 왕자에 한 눈에 반한다. 옷을 벗고 물에 뛰어드는 그를 느끼는 '물'이기에 왕자는 루살카의 존재조차 알지 못한다. 사랑에 앓던 루살카는 아버지 보드니크에게 인간이 되고 싶음을 털어놓는다. 딸을 말리지 못한 보드니크는 마녀 예시바바에게 가보라 조언한다. 마녀를 만나러 가는 길, 루살카는 간절한 마음을 담아 달을 향해 노래한다. 예시바바가 말하길, 인간이 되려면 너의 목소리를 가져가겠노라. 왕자가 너를 배신하고 네가 이 곳에 돌아온다면 둘 다 저주받으리라... 그렇게 루살카는 약을 받아 마시고 인간이 된다. 사냥을 하러 온 왕자는 호숫가에서 아름다운 루살카를 발견하고 사랑에 빠진다.


2막

왕자와 도착한 성. 일주일간 루살카와 왕자의 결혼식을 준비중이다. 루살카의 정체가 수상하다, 요괴가 아닐까 하는 소문이 돈다. 왕자는 답답하다. 말을 하지 못하는 루살카, 그녀의 차가운 몸이 자신의 열정을 거절하는 듯 느껴지는 것이다. 루살카는 물의 요정이었기에 몸이 차갑고, 열정을 잘 이해하지 못할 뿐... 변덕스러운 왕자는 외국의 공주의 유혹에 응하여 춤을 추고 루살카의 마음을 찢어놓는다. 성의 연못에서 보드니크가 루살카를 부르고, 루살카는 비통을 고백한다. 그때 나타난 왕자는 공주에게 사랑을 고백하며, 자신에게 안기는 루살카를 거부한다. 보드니크는 왕자를 저주하고 루살카를 데려간다. 공주는 루살카를 따라가라며 왕자를 조롱한다.


3막

예시바바가 경고한 대로 왕자의 배신으로 저주받아 죽음의 영이 되어버린 루살카. 인간이 되려 자매들을 배신하였기에 홀로 호수에서 고통 받고 있다. 마녀는 루살카에게 왕자를 죽이고 오면 다시 예전처럼 살 수 있다고 이야기하지만 루살카는 거절한다. 산지기와 요리사가 나타나 왕자가 저주받았다며 예시바바의 도움을 얻고자 하지만 쫓겨나고... 왕자는 루살카를 찾아 호숫가를 헤맨다. 그녀에 대한 사랑을 고백하며 키스를 바라지만, 이제 루살카의 키스는 죽음을 의미하는 것... 결국 왕자는 루살카와 키스하고 그녀의 품에서 죽는다. 왕자를 안은 루살카도 호수 아래로 사라진다. 




 >> 비톨드 프루슈코프스키(Witold Pruszkowski)의 《루살키Rusałki》(1877)


루살카는 슬라브 신화와 전설 속에 등장하는 물의 정령(a water nymph)이다. 님프는 요정으로 번역하기도 하는데, 요정 종류가 많아서... 픽시나 님프, 고블린, 놈gnome 등을 모두 포함하는 것이 요정이므로, 정령으로 보는 게 나을 것 같기도 하다.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님프는 자연(숲, 호수, 바다)에 깃든 정령들로 보통 외양이 아름답고 자연의 순수를 가진 아가씨들로 그려진다. 험버트 험버트가 말하는 님펫이 님프... 루살카는 불가리아, 벨라루시, 러시아, 우크라이나에서 인어로 통하기도 한다고 한다. 이야기마다 다른데, 어디서는 나무 위에 올라가 노래하는 모습으로 어디서는 물에 발을 담그고 바위에 걸터앉아 머리를 빗는 모습으로 등장한다. 루살카 주간이라고 8월 초에는 수영을 하는 것이 금기시되기도 했는데 루살카들이 물귀신으로 화하기 때문이란다.    


아무튼 슬라브 전설에서 가져와 오페라로 만든 이 이야기가, 안데르센의 이야기보다 더 아름답고 비통하지 않은가. 왕자를 죽일 수 없다며 거품으로 사라진 인어공주가 아니라, 사랑하기에 저주를 또 죽음을 받아들이는 두 사람의 이야기가 더 좋다. 인어공주는 이후 구원받아 승천하지만 사랑을 얻지는 못했으니... 해피엔딩을 원했다면 애초에 왕자가 바람을 안 폈으면 되는 일이다! 루살카가 정령이라 인간세계에 무지하고 또 물의 속성 때문에 차갑게 느껴지는 것도 있지만..., 왕자야 몰랐어도 알몸으로 루살카(호수)에 안겼던 탓도 있지 않느냐! (생각해보면 이 부분이 야하다) 그리고 루살카를 데려오면서 소문이 안 돌 거라 생각했던 건 아닐 것이고. 순수했던 루살카는 악령이 되어서도 사랑을 지키려 하고, 그래도 두 사람이 마지막엔 함께 하니 만족...



  참고> 고!클래식 자료실의 대본, 위키피디아 루살카오페라(루살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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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아름답고 사랑스러운 영화 《브라이트 스타》. 제인 캠피온이 벤 위쇼를 너무 사랑하신다. 애비 코니시가 아니라 벤 위쇼가 영화의 히로인이야…. (굉장히 치명적이긴 하지만) 진짜 존 키츠는 금발이라는 것만 제외하면 위쇼의 키츠는 너무 완벽하다…. 저렇게 섬세하고 예민하면서도 따뜻하고 병약하고 완전 위쇼를 위한 영화 아니냐. 심지어 자기 짝도 영화에서 만났다. 음악 감독이랑 결혼함. 트레일러 맨 처음에 패니 브론 정말 너무 짓궂다. 존이 말하길, 어젯밤 꿈을 꿨는데 나무 위를 떠다니고 있었고 아름다운 누군가와 입술이 이어져 있었다…. (더 잘 옮길 자신이 없다) 그랬더니 패니가 누구 입술이냐고, 자기였냐고. 입꼬리 진정해…, 대사를 옮겨본다.


John Keats:

I had such a dream last night. I was floating above the trees with my lips connected to those of a beautiful figure, for what seemed like an age. Flowery treetops sprung up beneath us and we rested on them with the lightness of a cloud.


Fanny Brawne:

Who was the figure?


John Keats:

I must have had my eyes closed because I can't remember.


Fanny Brawne:

And yet you remember the treetops.


John Keats:

Not so well as I remember the lips.


Fanny Brawne:

Whose lips? Were they my lips?


출처> http://www.quotes.net/mquote/981934 




영화 자체가 뛰어나진 않지만 섬세하고 아름다웠다. 한 번쯤 보셨으면 좋겠다. 키츠와 패니 브론의 사랑에 관한 이야기이다. 사랑하는 이에게 이토록 아름다운 사랑의 맹세를. 빛나는 별이여, 내가 그대처럼 한결같았으면―. 시인이 연인과 주고 받은 서신을 번역하고 키츠의 시를 소개하던 책이 있었다. 솔출판사에서 출간한 『빛나는 별』이다. 예전에 빌려읽고서 우물쭈물하는 사이에 구할 수 없게 되었다. 현재 구할 수 있는 시집은 지만지 출판사에서 나온 『키츠 시선』과 『엔디미온: 시적 로맨스』이 있다. 알라딘에서 처음으로 당선작으로 뽑혔을 때 받은 지원금으로 『키츠 시선』을 샀다. 나름 의미가 있는 책으로, 아티초크에서도 키츠 시선을 번역중이며 출간할 예정에 있는 것으로 안다. 쭉 기다리고 있는 중이다. 댄 시먼스의 『히페리온』과 『엔디미온』 시리즈 역시 키츠의 시를 모티브로 한 작품이다. 작품에서 중요인물로(나한테만?) 키츠가 등장하는데 무지 재미있다.   







영화 제목이며, 연인에 바친 아름다운 작품….


Bright star, would I were stedfast as thou art—

         Not in lone splendour hung aloft the night

And watching, with eternal lids apart,

         Like nature's patient, sleepless Eremite,

The moving waters at their priestlike task

         Of pure ablution round earth's human shores,

Or gazing on the new soft-fallen mask

         Of snow upon the mountains and the moors—

No—yet still stedfast, still unchangeable,

         Pillow'd upon my fair love's ripening breast,

To feel for ever its soft fall and swell,

         Awake for ever in a sweet unrest,

Still, still to hear her tender-taken breath,

And so live ever—or else swoon to death.



밝은 별이여, 내가 그대처럼 한결같았으면.

     밤하늘 높이 걸려 외로이 빛나며

자연의 참을성 있는, 잠자지 않는 은둔자처럼

     항상 눈꺼풀 열고

지상의 인간이 사는 해안을 깨끗이 씻어 주는

     사제의 임무를 다하는 출렁이는 바닷물을 지켜보거나

산과 황야 위에 새로 부드러이 씌워진

     눈의 가면을 응시해서가 아니라,

그런 게 아니라, 언제나 한결같고, 언제나 변함없이

     내 아름다운 연인의 무르익은 젖가슴을 베개 삼아

그 부드러운 오르내림을 영원히 느끼면서

     영원히 달콤한 흔들림 속에 잠 깨어

언제나, 온화하게 들이쉬는 그녀의 숨결을 항상 들으며 그렇게

영원토록 살았으면 해서. 그렇지 않다면 차라리 혼절해 죽었으면.



『키츠 시선』(지만지), 윤명옥 역 




음악감독 마크 브래드쇼의 사운드트랙이 하나 빠질 것 없이 훌륭한데, 그 중에서도 특히 아름답다고 느낀 〈휴먼 오케스트라〉를 링크한다. 위의 영상은 영화 속 클립, 아래는 사운드트랙 앨범에서 추출한 트랙이다. 영화 속에서 오케스트라 앞줄 가장 우측에 자리한 이는 사무엘 바넷으로, 연극과 영화 《히스토리 보이즈》에서 포스너 역을 맡아 열연했던 배우다. 최근 몇 년 셰익스피어 연극에 출연 중이며, 작년이었던가…. 전원 남성으로 구성된 극단이 브로드웨이로 진출하면서 《십이야》, 《리차드 3세》에서 여성 역할을 연기하였고 바이올라 역으로 토니 어워드 수상 후보에 올랐었다. 이 배우의 보물같은 목소리는 지난 조이스 시집 리뷰에서 생각난 노래에 링크하기도 했었다. 벤 위쇼 옆에서 오케스트라를 지휘하는 사람이 마크 브래드쇼다.





페이퍼의 제목은 『엔디미온』의 도입부이다. “아름다운 것은 영원한 기쁨, 그 사랑스러움은 오로지 증가할 뿐, 결코 무(無)가 되지 않는다네.” (윤명옥 역, 『엔디미온: 시적 로맨스』)


A thing of beauty is a joy for ever:

Its loveliness increases; it will never

Pass into nothingness (…)


  출처> https://www.poetryfoundation.org/poems-and-poets/poems/detail/44469   -원문 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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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 2016-10-17 11: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벤 위쇼 검색했는데요. ㅎㅎㅎ
배우가 독특한 분위기라서 연기까지 잘한다면 정말 최고의 배우가 될 듯 하네요. 멋있어요.
연인에게 바친다는 키츠의 시 읽어봤더니,
저에게 바치는 것도 아닌데, 아침부터 급 로맨스 지수 상승입니다. ㅎㅎ

에이바 2016-10-17 11:33   좋아요 0 | URL
완전 천재예요. 연극학교 RADA 수석이었고 졸업할 때 였던가 현대극 햄릿에서 쇼킹한 연기를 보여줘서 다들 난리였었대요. 알려지기 시작한 건 영화 향수의 그루누이 역을 맡으면서부터인데 더 알려진 건 최근 007에서 Q... 마이 브라더 톰이라고 옛날 영화 그것도 좋아요. 재밌는게 자기 진짜 성을 모른대요. 할아버지가 프랑스 스파이여서 영국으로 귀화했댔나 그랬는데요ㅎㅎ 그래서 영국인인데도 유전자가 열일 해서 머리 숱이 많죠. 이란성 쌍둥이고요. 최고의 배우죠... 넘 좋아요... 암튼 워킹클래스 출신은 아닌데 리처드 2세였나 그 역할 맡았을 때도 말이 좀 나왔나 보더라고요. 할로우 크라운이라고 셰익스피어 특집으로 찍은 드라마인데 그걸로 바프타상도 받고 암튼 연기 보면 소름 돋아요...!! (수정했어요 리처드 2세였네요 샘 멘데스가 연출했고요 ㅎㅎ)

단발머리 2016-10-17 11:37   좋아요 0 | URL
ㅎㅎㅎ 우리 에이바님 흥분하셨네요~~~
외모도 훈훈한데 머리도 좋군요, 이 멋진 배우가^^
저는 언급하신 영화를 다 안 본거라서 모르겠지만, 올려주신 사진이랑 에이바님 전도에 저도 팬이 될 판이예요.
이란성 쌍둥이라는 이야기, 저도 읽었어요.
결혼했다는 얘기도요... ㅎㅎㅎ

에이바 2016-10-17 11:36   좋아요 0 | URL
완전 좋아요. 진짜 ㅠㅠ 알면 알수록 사람이 매력적이더라고요. 기계치인데 Q 역할 맡아서 해내는 것도 그렇고 배우자 만나게 된 계기도 그렇고 막 일상이 허술하고 그런 것들까지 넘 아름다운 사람이에요. 예술이 인간으로 태어나면 벤 위쇼가 아닐까...ㅠㅠ 시 읽어주는 영상들 몇 개 있는데 기분 우울하면 그거 들어요....ㅋㅋㅋ

다락방 2016-10-17 11: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니, 이건 뭡니까!
예고편 봤는데 완전 좋을것 같아요. 제가 보겠습니다!! (굿 다운로더 검색하고 올게요)

(검색후 울며) 없네요, 굿 다운로더... ㅠㅠ

에이바 2016-10-17 12:49   좋아요 0 | URL
제인 캠피온 시각이 참 좋아요. 여성의 입장을 생각하게 해서... 연출이 섬세하고 아름다워서 좋은데 사실 내용은 알려진 그대로예요ㅠㅠ 키츠가 가난한데다 아프기까지 해서 패니 브론과의 사랑이 이뤄지기엔 현실적인 제약이 많았다는 것... 도서관에라도 DVD 있으면 담에 빌려보셔요! vod 서비스가 있으면 간편하고 좋은데요...

서니데이 2016-10-17 15: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브라이트닝 스타의 파란 꽃밭 사진이 예뻐서 영화 보고 싶은 마음이 들어요.
에이바님 감기조심 하시고 좋은하루되세요.^^

에이바 2016-10-17 18:51   좋아요 1 | URL
너무 이쁘죠. 저런 분위기의 영화랍니다. 차분한 영국...

양철나무꾼 2016-10-17 17: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덴시몬스를 좋아해서 히페리온 시리즈를 보다 말다 했다죠.
님을 통해 `키츠`를 알게 되니, 감회가 새롭네요.
감솨~^^

에이바 2016-10-17 18:51   좋아요 0 | URL
키츠 좋아요... 댄 시먼스 소설 칼리의 노래 전자책 행사 하던데 보셨어요? 저도 나중에 읽으려고 사뒀습니다.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