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 [고화질] 오르페우스의 창(신장판) 02 오르페우스의 창(신장판) 2
이케다 리요코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1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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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 연주회는 성황리에 끝나고 이자크도 관계자에 눈도장을 찍는 등 잘 풀리는 듯 하다. 율리우스는 비밀을 밝히고 떳떳하게 여성으로 살아갈 자신을 그리며 행복해한다. 클라우스를 연모하는 마음은 여전하다. 연주회에 나타난 약혼녀 아라우네의 미모에 기죽었던 것도 잠시, 이후 마차를 타고 떠난 두 사람의 뒤를 좇는 모습은 마치 평생 클라우스를 그리워할 율리우스를 떠올리게 한다. (이케다 리요코는 흑발 캐릭터를 잘 그리는 듯...)



그 와중 비밀을 알고 있는 의사 얀이 모자의 계획에 반대한다. 원래 그는 상속받을 재산의 상당수를 나눠가질 것이었기 때문이다. 여전히 아름다운 율리우스의 어머니를 강제로 취하려는 의사를 발견한 율리우스는 그를 저지한다. 그렇게 벌어진 범죄로 인해 씻을 수 없는 죄책감과 트라우마가 생긴 율리우스. 이번에야말로 남성으로 살아보겠다 다짐한다. 어머니와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서...



이제 율리우스는 여성으로 오해받을 때 마다 강경히 대처한다. 탐스러운 머리칼도 금세 잘라버릴 정도다. 수업이 시작되었음에도 학교에 돌아오지 않는 클라우스를 애타게 기다리던 율리우스. 미친 사람처럼 그를 기다리는 이유는 방학 중이던 어느 날, 클라우스가 부상을 입은 채 율리우스를 찾아왔기 때문이다. 아라우네에게 데려다준 뒤 생사를 모르기 때문에 더 넋이 나간 그의 앞에 다비트는 율리우스의 아름다움을 찬양하며 입을 맞춘다. 그러나 거절당한다. 율리우스가 클라우스를 좋아하는 건 음악원 친구들이 거의 알게 되는 모양이다.



그리고 클라우스가 아무렇지 않게 돌아왔다! 그의 방에서 라우스와 똑같이 생긴 남성의 사진을 본 율리우스는 크게 놀란다. 이에 클라우스는 어쩔 수 없다는 듯 자신은 러시아인이며, 그는 죽은 형이고 아라우네는 형의 약혼자였음을 고백한다. 그리고 형에게 느끼는 열등감도 비춘다.


옛날 만화라 그런지, 아니면 생략의 미학(...)을 사용해서 그런지 전개가 아주 매끄럽지는 않다. 마음으로 이해하고 넘어가야 한다... 율리우스가 클라우스를 좋아하는 이유를 도통 모르겠다. 옛날에는 클라우스 너무 멋있다고 생각했는데 나이가 들고보니 비밀스러운 남자 이런 거 별로다. 이자크가 옆에 있는데 왜 눈을 못 떠! 그런데 2권에서 흑발 클라우스를 보니 좀 두근거렸다. 근데 죽은 사람이죠... 아무튼 클라우스는 단발머리 어떻게 좀 해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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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6-10-24 08: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올훼스의 창]을 만화책으로는 본 적이 없고요, 소설책(전3권)으로 읽었어요. 고등학교 시절에 읽었는데 진짜 얼마나 재미있게 읽었는지, 나중에 어른이 되어서 다시 찾아보려고 하는데 구할 수가 없더라고요. 클라우스 엄청 사랑했었어요. 읽으면서. 어느날 학교 교정에서 율리우스에게 `너에게서 피 냄새가 나`라는 대사를 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이게 무슨 뜻인걸까..한참 고민했던 생각도 나고요.

클라우스 이전에는 [다락방의 꽃들]의 `크리스`를 사랑했어요. 지금 다시 읽는다면 크리스를 사랑할 것 같진 않은데(근친상간의 상징인 인물이죠), 중학시절엔 어찌나 멋있던지. 매일 크리스 크리스.. 이러면서 살았어요. 그러다 고등학교에선 클라우스를...
그리고 몇해전에는 레오를...(새벽 세시, 바람이 부나요?).... 사랑했죠. 아아, 이리저리 옮겨다니는 저란 인물..


고등학교 때 올훼스의 창 읽고 너무 재미있어서 친구들에게도 줄거리 막 얘기해주던 생각이 나요. 크- 그렇지만 제 환상이 깨질까봐 만화책은 보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하다가 볼까... 하기도 하다가 ㅋㅋㅋㅋㅋㅋ

제가 제르미날과 나나를 아직 시도 못하고 있어요. [그것은 썸도 데이트도 섹스도 아니다]를 마저 읽고나면 그때 주문해서 시작하도록 할게요. 그런데 전 나나..를 먼저 시작하지 싶어요. 나나 어떻게 살지 너무 궁금해서요..

아, 그런데 이런 맥락없는 긴 댓글을 여기서 또 달아버렸네요. -0-

에이바 2016-10-24 11:33   좋아요 0 | URL
소설책으로도 있었나요? 오... 너에게 피 냄새가 나, 이거 만화책에서 본 것도 같은데 왜 이렇게 익숙하죠. 예전에 볼 때는 클라우스가 정말 멋있었는데 지금 다시 보니 아직 모르겠어요. 혁명과 역사에 휘말릴 미래엔 또 어떻게 될 지 모르겠지만요. 이상형이 바뀌어서 그런지(?) 이자크가 눈에 들어오네요. 예전엔 전혀 생각도 않았는데요. 〈다락방 시리즈〉에서 닉네임을 따 왔다고 하셨잖아요. 역시 청소년기에는 뭔가 더 열려 있는 것 같아요.ㅋㅋㅋ 저는 안 읽어봐서 개정판 나왔을 때 한 번 볼까 했었는데 나중으로 미뤘었지요. 『새벽 세 시, 바람이 부나요?』 같은 경우는 BBC 라디오드라마로 먼저 접했는데요. 제가 데이빗 테넌트를 좋아해서요. 레오 역을 맡아 열연했었지요...ㅋㅋㅋ 소설로 읽었어도 그만큼 좋았으려나? 하는 생각도 했더랬어요. 정말 좋았거든요. https://www.youtube.com/watch?v=RjoZNppoYFE 요거예요.

저는 『아이는 국가가 키워라』를 읽으려 해요. 열심히 읽고 쓰겠습니다. 줌파 라히리도 얼른 읽고요. >_<

CREBBP 2016-10-25 22: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한번도 실물로는 본 적이 없는 탐스러운 금발 머리카락이라는 환상에 얼마나 마음이 둥둥 떠다녔었는지. ㅎㅎ
저도 이제 적리끔으로 만화를 사 모아볼까 하는데 이건 있고 추천해주세요.

2016-10-25 23:3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10-25 23:4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10-25 23:4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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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0-25 23:5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10-26 00:0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10-26 00:0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10-26 00:1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10-26 00:1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10-26 00:1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10-26 00:20   URL
비밀 댓글입니다.

CREBBP 2016-10-29 22: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실 자른 상태의 머리가 한국의 아줌마 머린데 말이죠 ㅋㅋㅋ 얼굴이 예쁘니 뽀글이 파마도 멋지네요. 저는 말 타고 막 쫓아가다가 지쳐서 나가 떨어지고 지친 말한테도 미안하다고 하고 포기했는데 그거 보구 내중에 짠 나타난 거 완전 감동했었는데 나중에 읽으니 별 감동이 없더라구요
 
[eBook] [고화질] 오르페우스의 창(신장판) 01 오르페우스의 창(신장판) 1
이케다 리요코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1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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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케다 리요코의 『오르페우스의 창』을 보기 시작했다. 예전에 『올훼스의 창』으로 조금 읽었던 어렴풋한 기억이 있다. 작년 봄에 서재 이웃님이 보시는 걸 기억해두었다가 이제서야 하나씩 보기 시작한 이유는 글쎄. 그냥 갑자기 지금 이 시기가 이 작품을 봐야하는 때라는 생각이 들어서이다. 종이책으로 보려고 미루고 미루었지만 전자책에 익숙해지면서 굳이 고집할 필요 있나 하는 생각도 한 몫 하였다. 요즘 동구권 문학 읽기를 하고 있기도 하고. 어차피 만화책은 사도 둘 장소가 마땅치 않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 변색하는 것도 싫으니 전자책이 여러모로 괜찮구나 싶다.


같은 작가의 『베르사유의 장미』처럼 남장여자가 주인공으로 역사의 격동기에 휩쓸리는 연애사(?)가 주된 줄거리이다. 배경은 독일과 러시아. 1권에서는 주인공들이 독일 음악학교에서 만나 얼굴을 익히며 관계를 형성한다. 이 남학교에서 오르페우스의 창이라 불리는 곳은 전설이 있다. 이 창에서 지나가는 여성을 내려다보면 사랑에 빠지나 이루어질 수 없다는 것. 천재 피아니스트 이자크는 이 창에서 지나가던 율리우스를 보고 사랑에 빠진다. 천재 바이올리니스트 클라우스도 율리우스를 내려다본다. 이게 웬 천재들이야…. 사실 율리우스는 남자여자다.


임신한 채 버림받았던 어머니가 이후 재산을 상속받게 하려고 딸을 남자로 키웠던 것이다. 병석에 누운 아버지가 그녀를 후처로 들이자, 귀족 여성으로 큰 누나 두 명은 이 모자(모녀)를 배척한다. 율리우스가 여성이라는 것은 어머니와 무면허 의사 얀이 알고 있다. 열다섯이 된 율리우스는 자신이 여성임에도 거짓된 삶을 살아야 한다는데 고통을 느낀다. 그리고 학교선배 클라우스를 보며 떨리는 마음을 자각한다. 이자크의 천재성을 알아본 비르클리히 선생은 뛰어난 실력자지만 어쩐지 학교에 머무르고 있다. 그와 율리우스 모친 사이에 과거가 있었음이 암시된다. 


그림이 무척 아름답다. 그리고 율리우스가 등장인물 통틀어 가장 아름답고 멋쁨 터진다. 근데 다들 좀 폭력적이다. 툭하면 주먹에 따귀 세례…. 귀족이라 그런가, 고전 만화라 그런가. 아님 그냥 다혈질들이라 그런가. 판타지이긴 해도 율리우스가 남자애들이랑 싸워서 뒤지지 않는게 신기하다. 재미있게 읽으면서도 그런 생각이 들어 묘하게 감상에 방해가 되었다. 1권의 마지막은 성탄제 연주회를 준비하면서 끝나는데, 분명 다음 권에서 이자크의 재능이 빛을 발할 것이다. 그를 시기한 모리츠기 악보를 숨겼는데 이자크는 암기하고 있거든요…. 클리셰 너무 좋아!


18권까지 있는데 원래는 한 번에 다 볼 생각이었으나 뭐가 급한가 싶어 한 권씩 보기로 했다.



>>>> 내 취향대로 이자크랑 율리우스가 커플이었으면 좋겠다... 외모가 잘 어울린다.



>>>> 율리우스 모자의 수난 중에 마리아 바르바라에게 걸크러쉬를 느끼다...!



>>>> 클라우스 남자주인공인데 너무 못생겼어... 헤어스타일 바꿔줬으면...



>>>> 얘들아 싸우지 마.... 율리우스는 이자크랑 케미가 좋다. 모리츠도 예쁘게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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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연 2016-10-22 10: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올훼스의 창... 아 아릿하네요. 저도 다시 봐야겠어요~

에이바 2016-10-23 10:33   좋아요 0 | URL
다시 보니 옛 추억도 생각나고 좋더라고요...ㅎㅎ

단발머리 2016-10-22 13: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만화를 하찮게 보는 건 아닌데, 만화도 에이바님 페이퍼에서는 이렇게 근사하네요~~
오르페우스라니... ㅎㅎㅎ

에이바 2016-10-23 10:34   좋아요 0 | URL
오르페우스와 에우리디케 신화 얘길 하면서 꽤 그럴 듯한 비극 설정을 만들어내고 있어요. 근데 좀 마음으로 이해해야 하는 구석이 있죠...ㅋㅋㅋ

AgalmA 2016-10-22 23: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이바님이 ˝뒤지지 않는 게 신기하다˝란 표현쓰시니까 너무 웃겨요ㅋㅋ
오, 나의 올훼스의 창! 이케다 리요코가 워낙 고증도 철저해서 드레퓌스 사건도 이 만화로 배웠어요ㅋㅋ 인물그리기와 건축도 이 책으로 배웠지요. 독일 고딕 양식. 나중에 러시아로 갈 땐 또 그곳 건축의 미묘한 다름에 뿅~ 따라 그리는 데 정말 죽어났죠;
올훼스의 창 따라 그린 것만 해도 노트 2~3권 분량이었는데 다 잃어버렸어요ㅠㅠ

에이바 2016-10-24 12:12   좋아요 0 | URL
˝뒤떨어지다˝ 요렇게 다 쓸 걸 그랬나요?ㅋㅋ 저도 저 표현 쓰면서 다르게 쓸까 잠시 생각했더랬어요. 이케다 리요코는 일본인들이 좋아하는 러시아, 프랑스 역사를 다 그렸네요. 일본의 로망이라 해야할지 왜 왕가의 몰락과 관련된 그런 거요. 그림이 아름다워요. 아갈마님도 따라 그리고 하셨군요. 노트가 그렇게나 많았어요? 청소년 시절의 추억이 방울 방울...ㅎㅎ

CREBBP 2016-10-25 23: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머리스타일만 다르고 다 똑같이 생기지 않았나요? 율리우스 긴곱슬 넘 멋져서 고등학교 졸업후 내내 저 머리 스타일로 리즈 시절을 보냈어요. 결과적으로는 부수수. ㅋㅋ 그런데 저들이 싸우는 건 폭력으로 안보이고 폼잡는 걸로 읽히는걸요? 컬러가 아니라 뚝뚝 피가 떨어지는 게 아니어서 그런가 ㅋㅋ

에이바 2016-10-25 23:48   좋아요 0 | URL
좀 그런 건 있어요 ㅋㅋ 머리색이랑 눈동자 유무 이런걸로 구별해요 ㅋㅋㅋ 율리우스 넘 멋있어요. 베르사유의 장미 오스칼도 생각나고 저 머리스타일 은근 관리하기 힘들죠...ㅋㅋ 폼 잡는 것이기도 한데 만날 모리츠만 뺨 맞으니 속상하더라고요. 이젠 저런 캐릭터도 귀여워요. 프리드리케 좋아하잖아요ㅋㅋㅋ

2016-10-25 23:5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10-26 00:08   URL
비밀 댓글입니다.
 
제임스 서버 - 윈십 부부의 결별 외 35편 현대문학 세계문학 단편선 19
제임스 서버 지음, 오세원 옮김 / 현대문학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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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임스 서버를 알게 된 것은 영화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는 영화 덕분이었다. 크리스마스 즈음 개봉해 봤던 영화는 아주 뛰어나지는 않지만 약간의 위로가 되었다. 아름다운 풍경과 데이빗 보위의 목소리를 포함한 뛰어난 사운드트랙…. 학업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학생들이 차원이동 판타지를 좋아한다면, 일상에 치이는 직장인에게는 월터의 상상, 이른바 멍 때리기(zone out)이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것이다. 영화에서는 월터의 상상과 일상의 경계가 무너질 정도로 과하게 표현되긴 하지만 말이다.

수록된 단편들은 상당히 짧고 유머러스해서 줄곧 킥킥거리며 웃었다. 현대문학에서 나온 단편선들을 여럿 읽었지만 제임스 서버의 작품 길이가 가장 짧다. A4 용지 반페이지라도 채울까 싶은 글도 있다. 나는 단편 읽기를 상당히 곤욕스러워하는 편인데 그 이유가 ‘왜 이렇게 끝나는지’를 한번에 알아차리지 못하기 때문이다. 호흡이 잘 맞지 않는다고 해야 할까? 그래서인지 관련 없어 보이던 요소들이 합쳐지며 후반부에서 기다리는 쾌감과 놀라움을 주는, 작가의 뚝심과 내공을 짐작하게 하는 장편을 더 좋아한다. 그렇지만 제임스 서버 단편들은 좀 쉬이 읽혔다.

한 편, 한 편이 스케치 같은 느낌이었다. 약간 모놀로그 같기도 하고. 작품 속 인물이 생생히 움직이는 느낌, 마치 어딘가에 실존하는 인물 같았다. 제임스 서버가 카투니스트이기도 했으니 짧은 글에 촌철살인을 담는데 노련했으리란 생각도 들었다. 「운 좋은 사나이, 재드 피터스」는 우리네 허풍선이 오촌 당숙처럼, 명절 때 마다 늘어놓는 레퍼토리가 이제는 사실인지 허풍인지 구별도 안되고 그러려니 배경음악처럼 흘러가는 그런 느낌이었다. 내가 말이야, 아주 기냥 총탄이 빗발치는 전장에서 말이야, 어…?

카툰 같았던 「레밍과의 인터뷰」와 편집증과 소외감을 다루는 「쏙독새」가 특히 기억에 남는다. 「맥베스 살인 미스터리」는 추리소설 독자가 추적하는 『맥베스』인데 발상이 재밌었고 공감되는 면도 있었다. 여성들이 추리소설을 좋아했었나? 그런 생각도 들고 일종의 패스티시로 봐도 좋을 듯 하다. 가장 재밌는 것은 마지막에 실린 『제임스 서버의 고단한 생활』이다. 서버는 자기 주변의 일들을 글로 옮겼다는데, 그의 신랄한 유머가 어디서 나왔을지는 이 가족들을 보면 된다. 하나같이 골 때리고 재밌다.

전기에 기절초풍하는 할머니 얘기나 자동차나 기술 같은 이야기들에서는 새삼 제임스 서버가 옛날 사람이었구나 깨닫는다. 백여 년 동안 이룩한 인류의 발전에 감탄하기도 하고. 하지만 그런 요소들을 빼면 작품들은 하나같이 현대적이다. 제임스 서버가 포착해낸 인간과 삶의 속성 때문일까? 그때나 지금이나 풍자의 대상이 되는 인간이란 그다지 변하지 않기 때문일까. 서버가 그린 삽화들과 함께 짧막한 기분해소를 통해 생기를, 상쾌함을 되찾고 싶은 분들에게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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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6-10-19 11: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단편을 좋아합니다. 가끔 끝까지 읽어도 이해가 안 되는 내용이 있으면 다시 처음부터 읽어봅니다. 그러면 조금 늦어서야 단편의 묘미를 깨닫게 됩니다. ^^

에이바 2016-10-19 18:01   좋아요 0 | URL
저는 바를람 샬라모프의 「설원을 걸으며」를 좋아해요. 아주 짧지만 그만큼 강렬했어요. 그런 느낌을 주는 작품은 아직 많지가 않네요...ㅎㅎ

다락방 2016-10-19 12:2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뜬금없지만 에이바님의 이 리뷰를 읽고나니 에이바님이 `줌파 라히리`를 읽으셨는지 궁금해요.
에이바님, 혹시 줌파 라히리의 <지옥 천국>이라는 단편, 읽어보셨나요?

에이바 2016-10-19 18:03   좋아요 0 | URL
놀랍게도(?) 저는 줌파 라히리의 작품을 단 한 권도 읽지 않았어요. 「저지대」 출간 광고로 처음 알았는데 이탈리아어 공부하며 쓴 책에서야 작가가 궁금해지더라고요... <지옥 천국> 왠지 익숙한데 혹시 다락방님 페이퍼에 언급한 적 있으세요?

다락방 2016-10-20 08:56   좋아요 0 | URL
후훗 당연히 여러차례 언급하였지요. 저의 패이버릿이에요.
사실 단편으로 보자면 저는 피츠제럴드와(컷 글라스 보울!!), 로맹 가리를 좋아하는데, 줌파 라히리도 진짜 단편이 압권이에요. 아, 제임스 조이스의 단편 [애러비]는 읽어보셨나요? 제가 단편소설은 제목도 잘 못외우는 편인데, 제임스 조이스의 그 단편은 정말이지!! 어휴.
줌파 라히리와 피츠제럴드의 단편은 예술이에요.

안되겠다. 줌파 라히리는 제가 드릴게요.

다락방 2016-10-20 09:02   좋아요 0 | URL
기프티북 확인하세요! >.<

에이바 2016-10-20 10:03   좋아요 0 | URL
조이스 소설은 읽었고 지난 번에 「컷 글라스 보울」 말씀하셔서 사뒀는데 아직도 안 봤어요...ㅋㅋㅋ 로맹 가리 단편도 좋은가 봐요. 그건 그렇고 방금 메일 확인하다 놀랐어요!! 저와 줌파의 첫 만남을 다락방님이... 어쩔 수 없이 또 사랑에 빠지겠군요 ㅠㅠ 감사합니다, 다락방님! 정말 생각지 못한 선물이에요. 그렇잖아도 어제 밤에 (제 맘대로 다락방님이랑 같이 읽으려고) 제르미날 샀거든요...ㅋㅋㅋ 다시 찬찬히 보려구요. 감사해요 >_<…☆

2016-10-20 00:0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10-20 00:12   URL
비밀 댓글입니다.

AgalmA 2016-10-20 02: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이바님, 줌파 라히리 빨리 읽어 주세요ㅎ!

에이바 2016-10-20 10:04   좋아요 0 | URL
으아니 아갈마님도 줌파를... 네 읽겠습니다 ㅠㅠ ㅎㅎㅎ
 
노인의 전쟁 샘터 외국소설선 1
존 스칼지 지음, 이수현 옮김 / 샘터사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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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스칼지의 <노인의 전쟁> 시리즈 신간이 출간되었길래 예전에 써 두었던 리뷰를 찾았다. 시리즈 첫 권이자, 세계관을 설명하는 아주 흥미로운 작품이다. 주인공 존 페리는 75세 생일에 우주개척방위군(CDF)에 입대한다. 75세가 되어야 입대할 수 있는 것만 알려진 군대. 복무기간은 2년이며 10년까지 연장될 수 있다. 노인들을 데려다 어떤 일을 하는지 알 수 없는 이유는, 지구로 다시 돌아올 수 없다는 계약을 맺고 72시간 이내에 원래의 몸은 사망한 것으로 처리되기 때문이다. 존과 패거리를 결성한 노인 신병들은 어떻게 ‘젊음’을 되찾는 것인가에 대한 추측을 한다. 그리고 자신들이 군대에 DNA를 제공했음을 깨닫는다.

4번째 챕터에 이르러서야 이 노인들이 어떻게 군인이 될 수 있는지가 밝혀진다. 바로 ‘신체 개량’을 통해서다. 늙은 몸은 벗어버리고, 정신을 새로운 몸으로 옮기는 것이다. 50년의 시간을 뛰어 넘은, 25세 때 자신의 모습으로 말이다. 피부색이 초록색이라는 것만 빼면 인간의 모습과 거의 흡사하다. 의식의 전이가 이루어지고 새로운 몸을 얻은, 75세의 늙은 육체에 갇혀 있던 25세의 젊은이들은 광란의 축제(예상할 수 있는 바로 그것)를 벌인다. 자유로웠던 1주일 후, 존의 패거리들은 뿔뿔이 흩어져 배치되고 2부부터는 신병훈련을 거쳐 개척군으로서 참전한다.

우주개척방위군이 활동해 온 200여년 동안의 통계 수치에 따르면, 참전한 지 10년이 지나면 천 여명의 신병 중 25%만이 살아남는다. 전투 방식과 전투 지역이 그 정도로 극악하므로 이 군대는 산전수전을 다 겪어 더 이상 놀랄 것이 없는 사람들이 필요하다. 어떤 이들? 빨리 적응하고 대처할 사람들, 즉 노인들 말이다. 신체는 얼마든지 개조할 수 있지만 정신은 개조할 수 없기 때문이다. 임무를 수행하던 중, 존은 아내 캐시와 닮은 사람을 본다. 캐시는 75세 이전에 죽었기 때문에 CDF에 입대할 수 없다. 알고 보니 그녀는 ‘유령 여단’이라는 특수 부대의 장교라 한다. 그녀는 과연 누구일까?

‘장기 기증’을 소재로 한 소설과 영화들에서, 기증자의 배우자가 수혜자와 사랑에 빠지는 작품들이 있다. 그런 설정이 아주 드물지는 않으나 이 소설이 다른 점은, 배우자의 일부를 지닌 이가 아니라 DNA가 아예 똑같은 존재이기 때문이다. 의식 전이를 비롯한, 이 소설에 등장하는 과학은 설명에 불과하기 때문에 단순한 명제가 도출된다. 동일한 신체에 깃든 영혼은 그 몸의 원 소유자 즉 제공자와 같은 영혼이라 할 수 있는가? 그리고 개량된 신체에 깃든 인간의 영혼은 여전히 같은 인간이라 할 수 있을까?

캐시의 신체를 얻은 제인은, 존을 통해 자신의 원류인 캐시가 어떤 이였는지를 배우고 또 교감한다. 제인은 이미 자아가 뚜렷한 존재이며, 살인 병기로 기능하기 위해 신체를 제한 없이 개조당했고(원 소유자가 죽었으니 새로운 신체는 CDF의 소유이다) 따라서 존보다 훨씬 뛰어난 무공을 자랑한다. 그러나 자신이 ‘진짜내기’가 아니라는 생각은 늘 가슴 언저리에 어떤 공허함을 남겼던 것이다. 서로 교감을 나누던 존과 캐시는 참전 후 헤어지게 되지만 재회를 암시하며 소설은 끝난다.

존 스칼지의 『노인의 전쟁』은 『유령여단』, 『마지막 행성』, 외전 『조이 이야기』로 같은 세계관이 이어진다. 그리고 이후 출간된 『휴먼 디비전』과 그에 이어지는 『모든 것의 종말』까지, ‘인간다움’이 무엇인지 생각하고, 잃지 않으려 한다. 개척지의 원주민들과 벌이는 싸움은 인류를 위한 것이나, 제국주의적 사고의 발로인 동시에 생존 의지이며 다분히 정치적이다. 이러한 철학적 문제와 함께, 전투 묘사가 탁월해 즐거이 읽었다. SF물에 거부감이 있거나 지루하게 여겼던 분들께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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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BBP 2016-10-14 15:3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유전자를 똑같이 복사하더라도 그 유전자의 발현은 어느정도 무작위성이 있는 것 같아요. 황우석이 개를 복제한다죠. 미국에서 많이 요청받는다던데, 개의 성격이 많이 다르고, 심지어는 털색깔까지도 다른 경우가 있다고 해요. 미국에서니 물론 유전자 검사를 해서 동일 유전자임을 확인했겠지만요. 고양이 복제는 쉬워서 고양이는 미국내에서 자체적으로 잘한다고도 하는데, 성격이 달라서 환불해달라는 경우도 있었다는 것 같았고. 인간도 일란성 쌍둥이는 유전자가 같잖아요? 심지어 환경까지 같은데도 동일 인물이라고 할 수는 없으니까..

엉뚱한 얘기만 했네요. 이 소설 리디에서 뭔가 막 할인하고 하기에 사까마까하다가 말았는데, 흥미롭네요.

에이바 2016-10-14 16:04   좋아요 0 | URL
미국에서 입양돼 자란 청년이 친부모를 찾는 다큐를 봤는데요. 쌍둥이더라고요. 체격도 다르고 해서 이란성인줄 알았더니 일란성이라고 하고요. DNA가 같다고 해도 환경 등 다른 요인들에 따라 성격 등이 달라지지만, 저는 이 작품에서 신체를 그릇이라 봤을 때 담길 혼이 같은지가 더 궁금해요. 잘은 모르지만 약간 윤리적 문제도 끼어들 것 같은데요, 이 소설에서는 단순히 유전자만 복제하는 게 아니라... 유전자를 바탕으로 신체를 만든 뒤 정신을 전이시키는 그런 방식이거든요. 그래서 제인이 캐시의 기억을 가지고 있는 것 같아요. 군인으로 개조하는 과정에서 일종의 브레인워시를 당한 것 같고요. 후속작들을 읽으면 비밀을 알 듯도 한데 저도 아직 요 작품만 봐서요. 꽤 흥미로와요. 저는 스칼지를 그... 왜 빨간 티셔츠를 입으면 (스타트렉에서) 사망하는가, 던가 그 책으로 알았거든요. 계속 후속작이 나오니 세계관이 제대로 자리잡은 것 같아요. SF는 설정에 따라 현실에서 논의하기 힘든 이야기들을 풀어낼 수 있어 매력적으로 느껴져요.ㅎㅎ
 
유럽왕실의 탄생 살림지식총서 86
김현수 지음 / 살림 / 2004년 4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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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림에서 나오는 총서들은 분량이 많지 않고 가격도 저렴해서 심심할 때 하나씩 읽기 좋다. 사실 이 책도 예전에 사둔 것인데 영화 《덕혜옹주》를 보고서 생각을 정리하는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해 읽었다. 우리나라에도 왕실이 남아 있다면 어떨까, 하는 생각. 예상과 달리 앞부분에만 유럽왕실의 정통성을 설명하기 위해 프랑스와 독일 왕조가 등장한다. 봉건제와 로만가톨릭이 왕실의 정통성을 드러내는 요소임을 설명하기 위해서이다. 이후 영국, 아니 잉글랜드 왕실의 조상 정복왕 노르망디의 윌리엄이 벌인 1066년의 헤이스팅스 전투를 자세히 다루고 있다. 바이외 태피스트리Bayeux tapestry에 있는 장면들을 삽입하여 설명하는데 중세 전투의 병법과 무기들을 설명하고 있어 즐겁게 읽었다. 왕실에 대한 것보다 이쪽이 더 재밌다.

윌리엄의 노르만군과 그에 맞서는 헤럴드 2세의 앵글로-색슨군. 기억에 남는 부분만 설명하자면 노르만군의 방패모양이 있다. 일부 보병은 원형의 나무방패를, 기동성이 필요한 기병과 또 일부 보병들은 위가 둥글며 아래 부분이 좁아지는 연 모양의 방패를 들었다. 달리는 기사와 말의 옆구리를 보호하기에 적합하기 때문이다. 윌리엄의 깃발은 두 가지가 있는데 하나는 반달 모양의 깃발에 갈까마귀가 그려져 있다. 이는 그가 바이킹의 후손이란 뜻이다. 또 다른 깃발은 흰 바탕의 황금 십자가 모앙으로 교황이 하사한 것이다. 이를 소지한 군사는 교황의 군사와 동일하게 인정받는다. 헤럴드 2세의 군도 거의 비슷한데 노르만군과 다른 점은 원시 게르만족시 사용하던 도끼들이다. 앵글로-색슨군의 용이 그려진 깃발은 고대 로마 마리우스 장군의 기병군기에서 비롯되었다.

윌리엄의 원정을 도왔던 일주일 간의 헬리혜성 천체쇼, 헤이스팅스에 간 것은 수송을 위해 옛 로마 도로를 이용하기 위해서였다는 것, 헤럴드 군은 화살이 부족해서 적이 쏜 화살을 다시 주워 쐈다는 것 등 간간히 흥미로운 부분들이 있었다. 당시 왕비들은 전선에 따라 나와야했다는 것도 처음 알았다. 잉글랜드 왕위를 계승한 뒤에도 정복왕은 노르망디에서 주로 지냈다고 한다. 앵글로-색슨과 노르만의 진정한 결합은 윌리엄의 증손자 헨리 2세의 플랜태저넷 왕조에 가서야 이루어진다. 노르망디 공국이 프랑스 문화의 영향을 받았지만 그들은 본래 노르만인이었고, 잉글랜드 내 앵글로-색슨계와 데인계의 문화적 뿌리와 더 가까워진다. 이러한 점이 오늘날 잉글랜드 왕실이 고유한 독자성을 주장하는 근거라 한다.

유럽왕실의 계보를 살펴본 뒤 오늘날 각국 왕가의 존재에 관해 더 생각해볼 수 있지 않았을까 했는데, 재미있게 읽었지만 기대와는 다른 책이라 아쉬움은 남는다. 우리도 왕가가 존속한다면 입헌 군주제일 터인데 생각해보니 그런 설정으로 드라마는 두 개나 만들어졌다. 만화 원작의 『궁』과 『더킹 투하츠』. 둘 다 보지 않아서 어떻게 끝나게 되는지는 모르겠다. 크게 의미는 없겠지만 가정해보면 아무래도 서서히 소멸하지 않았을까 한다. 2차 세계 대전이라는 격변의 역사를 피할 수는 없었겠지만…. 식민지 역사는 삭제하고 조선 후기도 적절히 마무리되었다면 말이다. 조선의 폐쇄적인 분위기를 생각하면 자유주의니 민주주의니 하는 사상을 단번에 받아들였으리라 생각하진 않는다. 그래도 얼리어답터 민족이라(?) 의외를 생각해 본다. 어쩌면 프랑스처럼 목을 친다던가 하는 과격한 방법도…. 

오늘날 대부분의 국가에서 왕실과 귀족이라는 계급은 그 상징만 사라졌을 뿐 정치·경제 권력을 쥔 혼맥으로 대체되었다고 본다. 하지만 여전히 그 계급적 전통이 남아 있는 나라들이 있다. 유럽의 얽히고 설킨 귀족들은 제외하고 왕실이 있는 몇몇 국가들에 한정해 본다면, 과연 왕실의 존속이 국가에 도움이 되는가? 유럽의 몇몇 왕실들은 세금을 내는 것으로 알지만 그렇다 해도 그 유지비는 국민의 세금이다. 왕실 구성원들이라고 늘 한량같은 생활을 하는 것은 아니고 의전이나 봉사활동 등 ‘보여지는’ 역할을 맡는 것이 그들의 주임무이다. 고충이야 있겠지만은 어딜 가나 예우 받으면서 부와 권력을 누리는데 쓴소리를 듣지 않을 순 없고…. 우리나라의 수저론에 정말 걸맞는, 그쪽 표현으로는 ‘은수저’를 물고 태어난 인생들 아니겠는가.

영국 왕실은 현대 왕실의 대표적 이미지이자 여왕이 영연방의 상징이며 구심점이기도 하다. 최근에도 여전히 비극적인 사건들과 스캔들…. 어쩌면 영국 사회 내 뿌리깊은 계급의 선은 왕실이 존속하기에 여전한 것이 아닐까? 시간이 흐른다고 해도 그 구분된 삶은 서로 섞이지 않을 듯 하다. 매번 왕실의 존속이니 폐지니 해도 이 제도가 유지되는 것은 관광 상품이기 이전에, 이미 그들을 역사의 일부분(박물관 인형처럼?)으로 받아들여서 일지도…. 자기들 딴에는 국민들의 눈치를 보는 것도 있고, 그들의 사생활이 적절한 가십거리가 되어주는 것도 있고. 좀 너무 갔나 싶기도 하지만 미국의 셀러브리티들을 영국의 왕실과 비교할 만한 듯. 다른 군주국들도 사건 사고라면 빠지지 않던데, 혼사문제만 봐도 참 대단하더라. 스웨덴, 노르웨이, 네덜란드…. 이 유럽의 왕실들이 과연 언제까지 유지될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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