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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길을 잃어버리지 않게 / 파트릭 모디아노 지음


모디아노의 작품을, 정확히는 소설을 읽은 적이 없다고 생각했었다. 예전에 읽었던 작품, 정확히 발췌는 시라고 생각했는데 아무리 검색을 해도 모디아노의 시를 모르겠는거다. 곰곰이 생각해보니 라디오, 스페인어 이런 내용이 나왔던 것 같고 노트를 뒤져보니 다행히 제목을 적어두었다. 1989년에 출간된 소설 『유년기의 옷장Vestiaire de l'enfance』이었다. 문고판 버전으로 나온 1991년 버전. 기억이 난 김에 써둔다...


모디아노의 소설들은 기억을 헤매는 공통점이 있다. 대가들은 말년으로 갈 수록 작품이 더욱 단순하고 명료해지는 경향이 있다. 아마 이 소설도 그렇지 않을까. 이번 기회에 제대로 그의 글을 만나고 싶다.





지킬 박사와 하이드 씨·존 니컬슨 /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 지음


스티븐슨의 '크리스마스 작품'을 엮어 나왔다. 『지킬 박사와 하이드 씨에 대한 괴상한 사건』과 『존 니컬슨의 불행한 모험들』이다. 『존 니컬슨의 불행한 모험들』은 국내 초역으로, 스코틀랜드 작가로서의 특색이 잘 투영된 작품이라 한다. 몰랐던 사실인데, 에든버러의 '작가 박물관'에서 기념하는 작가 세 사람 중 스티븐슨이 있다고 한다. 스코틀랜드를 대표하는 작가인 것! 지킬과 존 니컬슨의 성격과 마지막이 다른 것도 흥미롭다. 지킬이야 알려져 있고... 존 니컬슨은 다소 띨한 인물인데 우여곡절 모험 끝에 해피엔딩으로 끝난다고 한다. 비교해가며 읽는 재미가 있을 듯 하다. 역자 역시 스티븐슨의 문체를 살리는데 고심을 다했다고 하니, 더욱 관심이 간다.






추락하는 모든 것들의 소음 / 후안 가브리엘 바스케스 지음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 이후 콜롬비아를 대표하는 신진 작가의 작품이며, 많은 문학가들이 격찬하고 유수 문학상을 수상한 소설이다. 전 세계 마약의 80%를 공급하던 마약왕이 건재하던 시절의 콜롬비아 역사와 개인의 운명을 교차시킨 작품이다.


나는 내 삶 전체를 얘기하는 것이 아니라 오래전 불과 며칠 동안에 일어난 것을 얘기할 것인데, 이 이야기가 동화에서처럼 이미 과거에 일어났지만 미래에도 일어날 수 있을 것이라는 사실을 아주 명징하게 인식하면서 얘기할 것이다. 이 이야기를 하게 된 사람이 바로 나라는 사실은 그리 중요하지 않다. (16쪽) 


"똑똑함, 위트, 에너지 등 바스케스는 많은 능력을 타고났다. 하지만 그는 자신의 능력을 너무 자연스럽게 사용해서 독자들은 그의 놀라운 능력을, 그의 이야기가 가져오는 기묘하고도 아름다운 마법을 망각하게 된다." (니콜 크라우스의 평)




저항의 미학 / 페터 바이스 지음


세 권 모두를 읽겠노라 추천하는 것은 아니고(될 리도 없지만) 대산문학총서의 새 작품이 나와 소개한다. 『저항의 미학』은 페터 바이스가 생애 마지막 10년을 바쳐 쓴 역작으로 원고가 무려 6,700매에 달한다.


유럽을 휩쓸었던 파시즘과 그에 대항하는 사회주의 세력의 저항을 총체적으로 보여주는 소설이다. 기록된 사건들은 모두 사실이자 실제 사건의 생생한 재현이며, 언급되는 책과 미술작품들은 실제 비평으로도 손색이 없다고 한다. 이러한 작품이 출간되고, 세월이 흘러 우리말로 번역되었다는 것 모두 대단하다. 


"전후 독일 사회의 ‘망각’에 저항하는 소설." (위르겐 하버마스의 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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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16-04-01 18: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이바님 , 즐거운 저녁시간 되세요.^^

에이바 2016-04-01 18:57   좋아요 0 | URL
서니데이님도 즐거운 저녁 되시길 바라요.

우끼 2016-04-01 18:3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단순하고 명료해지지 않는 대가들 중 아시는 분이 있나요? 단순하고 명료해지면, 고착화되는 걸까요..

에이바 2016-04-01 19:08   좋아요 1 | URL
존 쿳시와 폴 오스터의 서간집을 읽고 있는데, 존 쿳시가 예술가의 삼단계에 대하여, 바흐와 톨스토이가 좀 더 단순해지는 예로 들었고요. 그와 반대되는 작가는 오스터에 따르면 제임스 조이스, 헨리 제임스가 있군요. 하지만 대체로 일관성 있다고 볼 수 있고 그렇기에 군더더기를 더 빼도 덜 빼도 똑같다고 합니다. ˝예술가의 삶에 규칙이 있을까요?˝ (폴 오스터는 이렇게 말하네요)

CREBBP 2016-04-23 11: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떻게 됐나요? 세어보셨나요? 모디아노가 읽고 싶어져서요. 그리고 오스터의 아내 시리가 쓴 책도 독특한 것 같아서 관심이 가요.

에이바 2016-04-28 23:24   좋아요 0 | URL
댓글을 이제 봤네요 ㅠㅠ 오늘 보니 추락하는 것들의 소음이랑 편혜영의 홀이 되었더라고요. 왜 모디아노가 안 된건지 ㅜㅜ 저도 시리 허스트베트 책에 관심이 생겼어요. 미리 알았더라면 추천에 넣었을텐데 말이죠...
 


"여러분, 모자를 벗으십시오! 천재의 등장입니다."


로베르트 슈만이 흥분해서 써내린 쇼팽의 〈작품 2〉 평에 실린 표현이다. 쇼팽 하면 피아노, 피아노 하면 쇼팽이 아니겠는가. 관련 책에서 빠지지 않는 표현인데 바로 그 평이 실린 평론집 일부를 발췌하여 엮은 책이다. (총 4권 분량이라 한다.) 디스카우의 《리트, 독일 예술 가곡》이 먼저 나왔는데 '음악의 글 시리즈'로 엮여 있다. 디스카우의 책은 아직 슈베르트 곡을 시작하지 않아서 잠정적으로 쉬고 있는 상태. 《음악의 기쁨 4》를 사두고서 오페라이기 때문에 펼치지 않은 이유와 같다.


《음악과 음악가》는 낭만주의로 분류되는 음악가의 작품들이 소개된다. 사실 쇼팽의 '두둥 천재 등장' 글을 쓸 때만 해도 슈만은 무명의 대학생이던가 그랬기에, 큰 영향을 끼치진 못했지만 어쨌든 쇼팽의 천재성을 알아본 최초의 평이었다. 이때부터 쇼팽에 대한 슈만의 짝사랑이 시작되는데, 이 책에 실린 쇼팽의 곡만 해도 몇 개가 되는가. 쇼팽 덕후 슈만... 두 사람은 이후 헌정곡을 주고받으나 쇼팽은 예의를 차린 것에 불과해 보인다는 것도 안습이다. (슈만의 〈크라이슬레리아나〉와 쇼팽의 〈발라드 2번〉)


여튼 슈만은 낭만주의 시대를 살았고, <음악신보Neue Zeitschrift für Musikk>에 기고하면서 음악가들을 소개하고 후원한다. 베를리오즈와 쇼팽을 소개하고, 멘델스존과 함께 바흐를 재조명했으며, 슈베르트의 작품을 정리하고 출판하는데 도움을 주었다. 또한 '브람스'를 음악계에 소개하고 팍팍 밀어주었다. 이 책은 슈만이 <음악신보Neue Zeitschrift für Musik>  연재글을 모아 직접 주석을 단 총 4권 분량의 평론집 <음악과 음악가에 관한 논집Gesammelte Schriften über Musik und Musiker> 가운데 일부를 발췌하여 엮은 것이라 한다.


물론 샀습니다. 완전 대박 아닙니까.





문제는 이 책, 《쇼팽》인데 부제는 '쇼팽의 삶과 작품을 총망라한 가이드북'이다. 일본의 음악학자 고사카 유코가 쓴 책인데, 쇼팽의 전 작품에 대한 해설과 기타 에피소드들을 수록했다고 한다. 출판되지 않은 작품들도 모두 다루고 있으며 작품은 폴란드의 음악학자인 크리스티나 코빌라니스카(Krystyna Kobylańska)의 작품목록으로 정리하였다. 코빌라니스카는 쇼팽의 작품을 정리한 사람으로, 작품 앞에 KK가 붙으면 바로 이 사람. 솔깃한 것은 '인터넷에서 쉽게 찾아보기 힘든 사료와 악보'가 수록됐다는 것이다. 도대체 뭐길래? 아니 인터넷 세상에서 못 찾는 것도 있단 말입니까? 그렇습니다. 저는 폴란드어를 하지 못하기 때문이지요. 그래서 미리보기를 신청했는데 서비스가 될지 안 될지 모르겠다. 오프라인에서 사야할지도 모르겠다... 미리보기가 등록되었고, 샀습니다. 만족합니다.






《음반의 역사》, 《피아노를 듣는 시간》, 《알프레드 브렌델 아름다운 불협음계》, 《혹등고래가 오페라극장에 간다면》 이렇게 네 권을 묶은 이유는 역자가 같기 때문이다. 역자 소개란을 보면 학부에서 독문학을, 독일로 건너가 음악학을 공부했다고 한다. 사실 위에서 소개한 《리트, 독일 예술 가곡》도 이분이 번역했는데, 굿굿. 다 좋다.


《음반의 역사》는 '녹음과 재생'이라는 기술의 탄생과 여정을 돌아본다. 독일의 저명한 문화평론가 헤르베르트 하프너가 쓴 책으로, 음반의 발달에 따른 음악계와 사회의 변화와 과정 속에 발명가들과 음악가들의 면모를 되짚어본다. 사진 자료도 풍부하고 내용 또한 덕후들에게 어필할 만하다. 에디슨에서 현대의 디지털 시대에 이르기까지 음반 기술뿐만 아니라, 음반사들의 상표권과 시장문제도 다루고 있다. 음반 녹음기술의 발달이 음악가, 작곡가들에게도 영향을 주었다고 하니 더욱 볼만한 책.


《알프레드 브렌델 아름다운 불협음계》는 새로 나왔다. 자신이 생각하는 수준의 연주를 할 수 없어(고령) 은퇴한 피아니스트, 알프레드 브렌델의 음악과 인생, 인물, 영화 이야기이다. 목차를 보면 '음반 녹음 작업을 뒤돌아보며'도 있는데, 60년 동안의 녹음 작업에 대한 회고라 한다. 《음반의 역사》와 연관해서 보는 것도 좋을 듯 하다. 9개 파트의 단편들을 통해 노장의 목소리에 귀기울이게 된다. "모든 좋은 음악이 유머를 지닌 것은 아니지만, 유머가 들어간 모든 음악은 좋은 음악이다." 《피아노를 듣는 시간》은 저번에도 소개한 적이 있는데, 브렌델이 들려주는 피아노 A부터 Z까지.


《혹등고래가 오페라극장에 간다면》은 음악학자가 쓴 에세이인데 좀 어렵다. 조금 읽다가 덮었는데 좀 더 공부하고 나중에 다시 펼칠 예정이다.





KBS 클래식방송 구성작가 출신의 방송인 김강하가 쓴 《힐링 클래식》. 동명의 라디오 방송 제목이기도 하다. 사실 이런 책들은 나올만큼 나오지 않았나 하는 것도 잠시, 목차를 보니 생각이 조금 달라졌다. 바그너의 〈로엔그린〉과 스트라빈스키의 〈봄의 제전〉, 라벨의 〈물의 유희〉를 다루고 있지 않는가. 그리고 쇼팽도 〈피아노 협주곡 2번〉을 소개한다. 녹턴이나, 소나타가 아니라! 다양한 사진 자료와 음반 소개, 함께 읽을 문학 작품까지 수록하고 있어 조금 다방면의 지식을 얻고 싶은 분들에게 추천할 만한 책인 듯 하다.





일단 《그라우트의 서양음악사》는 예전부터 대학 교재로 사용되어왔으니 소개는 미뤄두고, 이 교재의 역자가 참여하고 집필한 음악세계판 《서양음악사》가 나왔다. 대학의 '서양음악사' 수업 커리큘럼에 맞춘 교재라 한다. 1권은 고대 그리스에서 바로크 시대, 2권은 고전시대에서 현대까지의 음악사를 다룬다. 《그라우트의 서양음악사》를 안 읽어봐서 해설의 차이가 어떤지 궁금하다. 한가지 분명한 것은 음악세계에서 나온 교재가 더 저렴하다는 것이다... 어쨌든 서양음악사를 정리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미리보기로 조금이라도 볼 수 있음 사겠는데... 도서관을 가야할까?





위에서 소개한 《음반의 역사》와 같이 봐도 좋을 듯 하다. 제목은 《빈티지 오디오 가이드》이지만 오디오에 대한 기본적인 설명과, 브랜드별 모델 특성 등을 소개한다. 디지털시대에 웬 오디오인가 하지만 고음질 CD를 들으려면 오디오가 중요하니까... 오쿠다 히데오의 《시골에서 로큰롤》이랑 아마도 《아다지오 소스테누토》에서 오디오와 LP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었는데 이 취미가 엄청 투자를 요한다는 것을 알았다. 이 책은 서울에서 오디오샵을 운영하는 사람이 쓴 책이다. 빈티지 오디오(1980년대 이전까지의 생산품)에 대한 정보와 이해를 제공한다. 최저 60만원에서 조금 알려진 기기일 경우는 300~500만원이면 구입이 가능하단다. 간단한 수리법도 알려준다.





'마음산책 뮤지션 시리즈' 3권, 지미 헨드릭스의 자서전이다. 헨드릭스의 전기 영화 제작자와 음반 프로듀서가 뭉쳐, 그의 친필 기록과 육성을 모은 결과물이다. 마음산책의 책답게 예쁘다. 굳이 이 위대한 뮤지션을 소개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그저 이 책이 나온 것이 반갑고 설렌다.





조성진의 블루앨범 왼쪽은 라이센스반, 오른쪽은 수입반(예약판매)입니다. 세번째는 작년에 출시된 피아니스트 김선욱의 베토벤 소나타 21번과 29번(함머클라비어), 네번째는 얼마전 출시된 프랑크와 브람스. 다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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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수철 2016-03-18 23: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문득 지미 헨드릭스의 리틀 윙을 듣고 싶네요.

죄송한데, 이번 글은 읽지 않고 그림처럼 잠시 쳐다봤습니다.

에이바 2016-03-23 19:36   좋아요 0 | URL
ㅜㅜ 돌아오세요...

2016-03-19 10:3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3-23 19:3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3-19 11:2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3-23 19:49   URL
비밀 댓글입니다.
 

(1월에 읽은 책)




이 책에는 두 편의 이야기가 실려 있습니다. 《하루하루가 작별의 나날》과 《한 젊은이가 지나갔다》입니다. 원래는 각각 출판된 단편이지만 비채 클래식으로 편입되면서 한 권으로 묶이게 된 것으로 보입니다. 작품명이기도 한 ‘하루하루가 작별의 나날’은 굉장히 아름다운 유년시절 이야기입니다. 알랭 레몽이 깡촌 대가족 출신에, 수도원 생활까지 아주 독특한 이력의 소유자더군요. 그 밥 딜런을 프랑스에 널리 알린 숭배자이기도 합니다. 소설을 읽어보면 아시겠지만... 캐나다와 이태리 로마, 알제리까지 다녀온 이 트랑 출신 청년이 프랑스의 수도 파리에 가장 나중에 가게 된다는 건 아이러니하기도 합니다. 놀랍게도 이 소설에서 그려지는 프랑스 시골의 모습은 마치 우리네 전후 사정과도 비슷합니다. 물론 세월의 격차는 있습니다만... 우리가 태어난 것은 축복이지만 죽음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는 점에서 이별은 어쩌면 삶과 맞닿아 있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어린 알랭이 젊은 알랭으로, 중년 그리고 장년이 되면서 반추하는 과거는 그리움과 사랑을 불러내는데요. 시시콜콜한 묘사들은 마치 내 추억인 양 아름답게 피어오릅니다. 그리고 이 《하루하루가 작별의 나날》과 이어지는 《한 젊은이가 지나갔다》는 격동의 청년기를 그대로 반영하고 있는데요. 아버지에 대한 원망과 그리움, 그리고 화해를 꾀한다는 점에서 어쩌면, 전작보다 더욱 자신을 위한 글이라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두 편 다 아주 아름다워요. 한 번 읽어보시길 권합니다.






이 책은 사실 읽지 않으려고 했던 책이기도 한데, 모님이 추천을 하셔서... 왜 읽지 않으려고 했냐면, 목소리로 가득 찬 글들을 읽는 것은 버겁게 느껴지기 때문입니다. 예상과 다르지 않아서 꽤 오랫동안 독서를 해야 했고요. 인덱스는 많았는데... 리뷰에 다 녹여내기엔 그 증언의 무게가 너무 무거웠던 것 같아요. 따라서 저의 리뷰보다는 다른 분들의 리뷰를 권하고 싶어요. 전쟁의 참혹함을 겪은 이들이 너무 여리고 어린 소녀들, 평범한 여성들이다보니 전쟁 이전의 삶을 추억하고, 자신의 정체성을 잃어버리지 않기 위해 여성스러움(리본, 레이스, 아름다움...)을 강조하고 있는데요. 이 증언을 타고난 여성성을 강조하는 사례로 여길 분은 없다고 생각하고... 기우이지만 약간의 우려가 남더라고요. 그런 해석보다는 오히려 자신들의 승리를 빼앗긴 여성 영웅들의 이야기로 읽어야 하는게 옳다고 여겨집니다. 이 글이 씌어진지 30년이 흘렀지만 여전히 그 역사는 현재진행형이기에 더욱 의미있는 기록이라 생각합니다. 역자의 번역 스타일이 이런건지,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의 문체가 이런건지 좀 예스럽다는 인상이 들었습니다. 이 작가의 작품은 처음 읽기 때문에 생긴 궁금증이고요. 최근에 출간된 《세컨드핸드 타임》은 2013년 프랑스 메디치 상 에세이 부문에서 수상한 작품이기도 한데, 국내 번역엔 오역이 있다고 하니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닥터 글라스》와 관련해서는 글을 세개나 썼는데요. 주된 소개는 베르트랑 샤마유의 〈라벨 피아노 독주곡 전집 앨범〉이 되는 포스트 하나, 소설 리뷰 하나, 리뷰에서 못 다한 이야기를 담은 포스트 하나입니다. 문제는 이러고도 하고 싶은(혹은 해야 할) 이야기를 다 못했다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제가 쓴 리뷰와 포스트는 오로지 글라스의 사랑이 향하는 방향에만 치중했기 때문인데요, 사실 이 소설에서 집중하고 있는 것은 오히려 인세의 도덕률과 살인- 죽음과 관련한 가치 판단에 대한 논쟁입니다. 특히 생각을 발전시킬만한 소재는 안락사(존엄사)와 낙태 문제 등이 있는데요. 예전에 존엄사와 관련하여 글을 쓰다 말았는데 그 글이 어디로 가 버렸는지 모르겠어요. 열린책들에서 나온 《죽음을 어떻게 말할까》 라는 책이 있는데요, 적극적 존엄사인 ‘자유 죽음’에 관한 글입니다. 성공한 기업인인 아버지의 조력 자살을 목격하는 아들이 쓴 글인데요. 생각을 늘어놓다 보니 정리도 안되고 글만 길어져서 마무리짓지 못한 기억이 있습니다. 메일이라든가 어딘가 찾아보면 나올 법도 같은데... 음... 지금은 잘 모르겠어요. 작년 이맘 때쯤이었는지 한참 듣던 수프얀 스티븐스의 앨범에 실린 곡 중 하나가 '존엄사'입니다. 링크해 볼게요.







슬픈 마음으로 책장을 덮어야 했던 〈마스터스 오브 로마〉 시리즈 2부입니다. 왜 슬펐냐고요? 제가 좋아하는 인물이 미치광이가 되어 결국 무대에서 죽음을 맞이하여 퇴장하였기 때문입니다... 참 걸출한 인물이었죠. 3부는 6월쯤 출간예정입니다. 1, 2부에서 등장한 술라도 장년이 되었고, 마리우스라는 큰 별이 저물었으니 드디어 그의 시대가 왔다고 할 수 있는데요. 로마의 왕, 짜르, 시저, 바로 그 카이사르가 현재 청소년기를 겪고 있습니다. 지금은 사제복에 묶여 있지만 우린 역사를 알잖아요. 그가 얼마나 위대한 과업을 완수하는지... 술라의 시대도 가고 나면 곧 그의 시대가 옵니다. 손꼽아 기다리고 있어요. 워낙 대작이다 보니 일년에 두 번 정도 출간되는 모양입니다. 7부작이니 2016년에 3, 4부/ 2017년에 5, 6부/ 2018년에 7부 이렇게 생각해도 되려나요? 교유서가 좀 더 힘을 내주세요!!! 사실 《풀잎관》은 《로마의 일인자》보다 흥미가 좀 덜 했다고 할 수 있지만... 또 막상 책을 펼치면 훅 빠져들게 되니까 비교는 큰 의미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로마의 덕후들이여 눈을 뜨세요! 깨어나세요! 풀잎관을 봐주세요!






-《불안한 낙원》을 써두고선 빼먹고 글을 올렸더라고요. 추가합니다.


시간이 지나고 나서 '읽기를 뒤돌아보며'라는 제목을 쓰고 나니 기시감이 들더군요. 생각해보니 에드워드 벨러미가 쓴 《뒤돌아보며》라는 소설 때문이었습니다. 《불안한 낙원》은 1월에 읽은 첫 소설, 아니 보다 정확히 말하자면 1월 1일에 처음 펼친 책이기도 합니다. 그렇게 기대되는 소설도 아니었고, 흡입력이 대단치도 않았지만 그래도 좋았던 기억은 이야기 중반 쯤에서 짧게 언급되는 쇼팽 덕분입니다. 제 리뷰는 상당히 못 썼다고 생각하고요, 여기 언급해도 될 런지 모르겠는데 우끼님의 리뷰가 참 좋았습니다. 끊임없는 사건을 지켜보는 ‘목격자’였던 한나가 무기력을 떨치고 현실에 개입하는 부분은 답답하면서도 어느 정도 공감을 얻어냅니다. 주인공의 나이와 짧은 시간동안 겪어야했던 인생의 여러 부침들을 생각해보면 놀랍기도 하고요. 불과 몇 페이지 동안 벌어지는 사건들은 꽉 차 있으면서도 빠르게 전개됩니다. 충돌 후 부서지는 장면을 슬로우 모션으로 보여준다고 해야 할까요? 특별한 인상을 남기지는 않았지만 좋은 작품이라 생각합니다. 헤닝 망켈을 모르기 때문에 막연한 감상만 남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댓글부대》는 할 말이 없어서 생략. 




(2월에 읽은 책)






좀 막연하기는 합니다만 미드 《더 와이어》와 오츠의 소설 《그들》을 연관하여 생각해볼만 한 것 같습니다. 그때 그때 떠오르는 생각들을 메모해두지 않아 지금은 엄두가 나질 않네요. 전자는 ‘볼티모어’가 주인공이고 빈민가에 사는 흑인들을 중심으로 전개되는 반면(2시즌 제외), 후자의 주인공을 ‘디트로이트’라기 보다는 ‘화이트 트래쉬’이기에... 어디에 포인트를 잡아 글을 전개해야 할지... 언젠가는 쓸 수 있겠죠. 그러려면 《그들》을 다시 읽어봐야 할 것 같은데 책장을 펼칠 용기는 생기지 않아요... 읽기가 너무 힘들었어요. 주인공들이 아니라 제가 그들의 현실과 씨름하는 기분. 비교해볼만한 다른 매체로는 (리뷰에서 언급한) 영화 《8마일》이 있습니다. 공통점은 화이트 트래쉬가 등장하는 디트로이트 배경이고요. 이렇게 묶어서 이야기할 수도 있겠는데 제가 너무 게으른가 봐요. 그건 그렇고 《더 와이어》 안 보신 분 꼭 보세요. 정말 대단한 드라마입니다. 안타깝게도 정발된 건 1시즌 밖에 없네요. 개인적으론 《소프라노스》보다 더 좋았습니다. 《제너레이션 킬》 좋아하신 분들이라면 더 재밌게 보실 듯, 같은 제작자가 만든 드라마라서... 리뷰 제목인 ‘위스키 탱고’도 젠킬에 등장하는 NATO 음성 코드, 화이트 트래쉬입니다. 그렇습니다, 저는 HBO 드라마를 좋아합니다...






《카인》은 재밌게 읽었으나 그다지 새로울 것 없는 내용이었습니다. 성서 내용을 안다면 더 재미있게 읽을 수 있겠지요. 올해부턴 별점을 아끼기로 마음먹었기 때문에 별 셋이에요. 별 다섯을 아끼기 위한 방침입니다. 별점에 관해서는 어디까지 짜게 줄 수 있나를 고민하고 있는데 리뷰를 쓰다보면 판가름이 나리라 생각합니다. 《카인》의 리뷰는 마음에 들어요. 하고 싶은 말을 다 쏟아냈어요. 충격적이면서도 더 생각해볼만한 ‘가서 번성하라’도 언급했고요. 골 때리는 부분들은 모아서 밑줄긋기 페이퍼도 써서 더욱 후회가 없습니다. 기회가 된다면 ‘가서 번성하라’에 대해 글을 써보고 싶어요. 여기에도 덧붙여 보겠습니다.

 

-충격적이고 인상적인 부분: ‘가서 번성하라’

 

신이 방주를 건설하는 노아에게 카인을 데려가라 이르는데 그 이유가 놀랍기 그지없다. 네 며느리들에게 아기를 낳게 해줄 남자가 또 하나 생기는 것 아니냐. 이후 방주 안에서 벌어지는 일은 더 놀랍다. 노아의 며느리뿐만 아니라, 그의 아내도 카인과 동침하는 것이다. 이러한 ‘가서 번성하라’는 어떤 제한이나 한계를 두지 않는다. 인류의 손실을 대체할 필요성 때문이리란 짐작이 제시된다. 근친상간은 생산을 위한 롯과 두 딸의 관계, 쾌락을 위한 노아와 그의 아들 함의 관계에서도 드러난다. (‘아비의 나체를 보았다’는 생략어법이란다) 후자를 카인이 목격하게 하는 절대적인 힘은 무엇이었을까? 어쨌든 카인은 소돔과 소돔의 죄 없는 아이들 그리고 노아와 그 아들에게서 비롯될 신인류를 떠올렸을 것이고, 행동을 개시한다.


다른 시각에서 보면 카인 역시 근친상간을 피해갈 수 없는데, 그가 죄인이라는 표식을 이마에 새기고 도착한 이름 없는 도시의 주인 릴리스 때문이다. 근동 문명권에서 릴리스는 아담의 첫 부인으로 잠자리에서 여성상위를 주장하며 남편과 싸우고 떠났다고 한다. 물론 이 작품에서 하와가 ‘첫 여인’이라는 말이 나오지만 영문 텍스트로는 First Lady이기 때문에 열린 해석이 가능하지 않을까 한다. 땅을 다스리는 능력이 있음에도 ‘땅에서 피하여 유리하는 자’가 되는 카인은 릴리스와 관계하여 아들 에녹을 얻는다. 카인인 동시에 아벨인 남자, 모든 여자들의 이름을 가진 릴리스 사이에 태어난 도시가 에녹이라 불리는 것은 결국 이 도시를 채우는 사람들이 카인의 자손, 나아가 아담의 자손이라는 것. 그리고 카인도 이 ‘번성하라’에서 벗어날 수 없음을 암시하는 것이 아닐까? 노아의 방주가 떠오르면서 모두 익사하지만 말이다. 그냥 그런 생각을 해 봤다.






《황금 물고기》 리뷰에도 하고 싶은 말을 다 써서 그다지 덧붙일 말이 없군요. 일부를 접한 《사막》, 아직 읽지는 않았지만, 그때의 느낌 때문에 엄청 기대했었거든요. 르클레지오에 대해 들은 이야기들 덕에 이 문호에 대한 호감이 상당했었나 봅니다. 그러고 보면 저는 노벨문학상을 받았다고 막 찾아서 읽고 그러진 않나 봐요. 최근 수상자인 앨리스 먼로나 파트릭 모디아노, 모옌의 글도 읽지 않았습니다. 모옌 작품은 《개구리》를 읽으려다 말았고, 모디아노의 시는 읽은 적 있지만... 수상자 목록을 찾아보니 존 쿳시도 받았었군요? 최근에는 《피아노 치는 여자》를 읽다가 덮었는데 그냥 영화를 먼저 볼까 봐요. 미하엘 하네케의 영화는 〈퍼니 게임〉, 〈아무르〉만 봤는데요. 이 감독에 이자벨 위페르라니... 그 이미지가 오래 남을 것 같아서 소설을 먼저 읽으려고 계속 미루고 있었거든요. 소설이 재미없단 얘기가 너무 길어졌네요. 드뷔시의 피아노 곡 중에 〈황금 물고기〉가 있어요. 작품번호 111번, ‘영상’의 2집 3곡입니다. 1962년 토리노에서, 미켈란젤리의 연주입니다.







사실 《유로피아나》도 딱히 할 말이 없는데 기억이라는 키워드를 통해서도 충분히 여러 글이 나올 수 있을 것 같네요. 이 또한 언젠가는 쓸 수 있겠죠... 그건 그렇고 다른 분들은 어떻게 보셨을지, 리뷰를 읽고 싶은데 아직 알라딘엔 제 리뷰만 있어요. 리뷰를 부탁합니다...





(언급한 작품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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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BBP 2016-03-05 17: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읽어보셨다는데 읽은 책이 있으면 막 아는 체 하고 싶은 심리 ㅋ
파트릭 모디아노는 대추천이에요. 두 개 읽었는데 오래된...은 읽을 땐 좀 어려운데 정말 오래도록 아직까지도 먹먹하게 남는 작품이구요. 또하나 뭐지 두 자로된 제목... 그건 읽을 때도 재밌(?)었던 작품이구요.
앨리스 먼로는 단편집 꽤 두꺼운 거 하마 읽었는데 그냥 쏘쏘 읽을만은 해요.

에이바 2016-03-05 17:21   좋아요 0 | URL
오래된 상점들의 거리하고 지평인가요? 검색해보고 왔어요ㅋㅋ 앨리스 먼로는 거의 단편집이라 패스했었는데... 문학상 수상작가 위주로 읽는 것도 나쁘지 않은 것 같아요. 근데 맨날 미루게 된다는 것 그게 문제라는 것

CREBBP 2016-03-05 17:23   좋아요 0 | URL
지평 맞아요

CREBBP 2016-03-05 17:24   좋아요 0 | URL
먼로 리뷰 하나 퍼오께요

에이바 2016-03-05 17:24   좋아요 0 | URL
그럼 지평 먼저 읽어봐야겠어요! 기네스님 퍼와주신다니 감사감사...ㅜㅜ

CREBBP 2016-03-05 17:25   좋아요 0 | URL
지평이 좀 더 쉽고 오래된은 좀 꼼꼼히 왔다리갔다리 메모하면서 읽었어요.

2016-03-05 17:38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16-03-05 23: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서평대회 때문에 매컬로의 소설을 읽기 시작했습니다. 생각보다 재미있었습니다. 마스터스 오브 로마 시리즈하면 에이바님이 작년에 쓰신 페이퍼가 먼저 생각나요. 이 소설 때문에 시오노 나나미의 <로마인 이야기> 완독에 다시 도전하고 싶은 마음도 생겼어요. 카이사르가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편이 얼른 나왔으면 좋겠습니다. ^^

에이바 2016-03-06 16:30   좋아요 0 | URL
네 저도 틈틈히 쓰다가 포기하고 일부만 올리려다가 겨우 다 썼어요. 생각보다 라고요? cyrus님 무지 재밌는거잖아요!!! ㅋㅋㅋ 개인적 의견으로 로마인 이야기는 여기에 비교하면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ㅎㅎ

cyrus 2016-03-06 18:07   좋아요 0 | URL
제가 역사소설을 잘 안 읽어요. 이게 얼마나 심하냐면 TV 사극도 보지 않습니다. 제 취향이 남들과 좀 다릅니다. 그래서 어떤 분야의 책을 읽기 전에 생각을 너무 많이 합니다. 읽을까 말까? 이 책이 나랑 맞을까? 하고요.

처음에 《로마의 일인자》가 나왔을 때도 시큰둥했습니다. 그러다가 서평대회 때문에 읽기 시작했는데, 정말 재미있어서 로마 관련 역사책 몇 권 참고할 정도로 읽었어요. 매컬로의 소설이 저를 로마 덕후에 입문하게 만든 책이에요. 그래서 시오노 나나미도 다시 한 번 보고 싶은 마음이 생기더군요. 당연히 매컬로가 시오노보다 훨씬 낫죠. 매컬로와 시오노의 책을 비교해서 시오노의 역사 서술의 문제점을 파헤쳐보려고 합니다. ^^

에이바 2016-03-06 22:05   좋아요 0 | URL
역사 좋아하시는 줄 알았는데 의외네요. 아무튼 반갑습니다. 로마 덕후가 되신 걸 환영합니다. 어서 오소서...♤♧ 후후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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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에로들의 집 / 윤대녕


'피에로'가 아니라 '피에로들'이라고 읽었다. 요즘은 한국사람이 썼다고 한국이름을 주는 건 아니니까 그렇게 생각했던 것 같다. '피에로'가 옳은 표기이지만 '삐에로'가 더 익숙해서이기도 하고... 나는 윤대녕을 모른다. 하지만 출판사에서 마련한 소개글과 작가를 기다려왔다는 독자분들의 글을 보고 나니... 나 역시 그를 좋아하게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왠지 좋은 느낌.


수년 전부터 나는 도시 난민을 소재로 한 소설을 구상하고 있었다. 가족 공동체의 해체를 비롯해 삶의 기반을 상실한 채 실제적 난민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고 보았던 것이다. 이들은 근본적으로 타인과의 유대가 붕괴되면서 심각하게 정체성의 혼란을 겪는 존재들이다. 나는 이 훼손된 존재들을 통해 새로운 유사 가족의 형태와 그 연대의 가능성을 모색해보고 싶었다. 이는 삶의 생태 복원이라는 나의 문학적 지향과도 맞물리는 것이었다. (작가의 한 마디)




와인즈버그, 오하이오 / 셔우드 앤더슨


윤대녕의 소설과 느낌이 비슷한 표지.


미국 현대 단편문학의 아버지라 불리는 앤더슨의 대표작이다. 20세기 미국 문학강의에서 《위대한 개츠비》와 더불어 가장 많이 읽히는 작품이라 한다. 헤밍웨이의 하드보일드 문체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었으며, 포크너에 따르면 "우리 세대 미국작가들과 후계자들이 이어갈 미국 문학의 전통을 낳은 아버지"라 한다. 노벨문학상 후보로 꼽히는 아모스 오즈 또한 《와인즈버그, 오하이오로부터 받은 깊은 영향을 고백한 적이 있다. 산업화가 시작한 마을을 배경으로 현대인의 고독과 소외를 그로테스크와 아름다움으로 그려낸 작품이다.







떠오르는 아시아에서 더럽게 부자 되는 법 / 모신 하마드


민음 모던 클래식 중 하나인 《주저하는 근본주의자》를 읽을까 말까 고민하다 내려놓은 적이 있다. 이 작품에 끌리는 것 이상으로 밀어내고픈 마음이 들어서였다. 부담스러우니까. 그럼에도 이 신간 소개-자기계발서의 형식을 차용하여 하고싶은 이야기들을 2인칭으로 쏟아낸다-는 피할 수 없었다. 2013년에 출간된 이 소설이 이제서야 번역되었다는 것은 좀 늦은 감이 없지 않다.









바람의 안쪽 / 밀로라드 파비치


《하자르 사전》을 쓴 파비치의 작품. 황금가지의 환상문학전집 시리즈 중 하나로 출간된 적이 있으나 이번에 새로운 출판사에서 새로운 번역으로 출간되었다. 

 

이 소설은 그리스 신화 헤로와 레안드로스의 전설과 베오그라드를 배경으로 두 연인의 이야기가 나란히 펼쳐진다. 헤로와 레안드로스로 구성된 두 개의 이야기는 각각 독립되어 있기 때문에 그 중 어느 것을 먼저 읽어도 상관없다.


헤로의 이야기는 20세기 초 베오그라드와 프라하를 배경으로, 레안드로스의 이야기는 17세기 남동부 유럽을 배경으로 한다. 소설은 신화 속 전설의 형태를 그대로 따르고 있어 소설 속 연인들이 서로를 향해 나아가게 된다. 그렇게 시대를 달리한 연인이 이 소설 속에서 만남으로써 시·공간을 초월한 구성으로 실험적 형식을 선보이고 있다. 즉 뛰어난 문학적 실험과 동시에 무엇이든 허용되는 대중적 환상을 결합시킨 것이다.  (책소개 중 발췌)




브루클린 / 콜럼 토비


《보이 A》의 감독이 메가폰을 잡고, 닉 혼비가 각본을 맡은 영화의 원작. 사실 아주 끌리는 작품은 아닌데 주인공 소개가 좀 새로웠기에 관심 목록에 올려보았다. 1950년대 아일랜드 소도시 출신의 아이리시가 뉴욕 브루클린으로 이민을 가면서 벌어지는 성장 소설.


《브루클린》의 어느 독자가 [아일리시의 목을 비틀어 버리고 싶었다]라는 감상을 밝혔다고 할 정도로, 소설을 이끌어 나가는 주인공 아일리시는 소극적이고 수동적이다. 선천적 결단력 결핍증이라도 있는 건지 아일리시가 혼자서 결정하는 일이란 없고, 의견을 강하게 피력하지도 못한다. 무슨 일만 생기면 [침대에 누워서 생각해 봐야지]를 주문처럼 외우는 아일리시는, 여주인공을 전면에 내세우는 소설에서는 흔히 볼 수 없는 무매력 캐릭터임에 분명하다. 이런 이유로 처음에는 좀처럼 아일리시에게 빠져들기가 어렵지만 책장을 덮을 때쯤이면 아일리시는 사랑스러운 동생이나 친구처럼 느껴진다. 무도장에서 주목받지 못하는 자신을 창피해하고, 하숙집 사람들과 서로를 의심하며 신경전을 벌이고, 사랑 앞에서 머뭇거리는 아일리시의 아주 사소한 감정의 움직임까지도 놓치지 않는 작가의 집요한 시선 덕분이다. 담백한 문장으로 짚어 나가는 소녀의 내면은 남성 작가가 썼다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섬세하고 명확하다. (책소개 중 발췌)








일곱 번째 사람 / 아틸라 요제프

충분하다 / 비스와바 쉼보르스카


요제프의 시집 《일곱 번째 사람》의 개정증보판에는 심보선 시인의 서문과 함께 20여편의 시가 추가되고 편집이 새로워졌다. 구판과 마찬가지로 반 고흐의 작품들이 표지로 선정되었으며, 더욱 감성적이고 애절한 느낌을 자아낸다.


쉼보르스카의 유고 시집은 생전에 출간한 마지막 시집 《여기》와 사후에 출간된 《충분하다》를 엮은 책이다. 시인 스스로 '충분하다'라고 이름붙였다고 한다. 폴란드 언론들은 이를 '유고 시집' 이 아니라 '신간 시집'이라 보도함으로써 작가의 떠남을 애도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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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BBP 2016-03-05 00: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랑 세 권이나 겹치는데 이번 달에는 딱 원했던 책을 읽게 될 것 같아서 기대됩니다. 와인즈버그 오하이오는 표지가 예뻐서라도 구매해야겠어요.

에이바 2016-03-05 12:50   좋아요 0 | URL
피에로들의 집이 뽑혔으면 하는 소망이 있어요. 안 되면 사 보려고요. 와인즈버그도 그렇고, 두 권은 제가 읽고싶은 책이고 부자 되는 법은 기네스님이 말씀하셔서 목록에 올려보았어요. ㅎㅎ
 


-목동 마르셀라 이야기

 

아버지에게서는 엄청난 ‘재산’을, 어머니에게서는 ‘아름다움’을 물려받은 마르셀라에겐 구혼자가 줄을 선다. 조카의 후견인이었던 삼촌은 구혼자들에 대해 알려 주면서 마음에 드는 이를 골라 결혼하라고 한다. 그러나 마르셀라는 아직 어려 결혼이라는 부담을 질 자신이 없다고 하였고, 삼촌은 더 권하지 않는다. ‘부모는 자식의 의지에 반하는 결혼을 시켜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그러던 어느 날, 마르셀라가 목동이 되고, 그녀의 아름다움을 확인한 이들 때문에 구혼자 목록이 더 길어진다. 자유롭게 살기를 택했지만 마르셀라는 전과 마찬가지로 순결했다. 다른 이들에게 친절하였고 정다운 대화를 나누었지만 연애, 혹은 결혼에 대한 여지는 조금도 주지 않았다. 그런 낌새가 보이면 상대를 매몰차게 거절했던 것이다. 그런 마르셀라를 두고 남자들은 이렇게 말한다. 

 

상냥하고 아름다운 그녀를 섬기고 사랑하고 싶은 마음을 갖는 건 당연한 이치인데 그렇게 냉정하고도 무정하게 굴면서 남자들을 절망하게 만드니 다들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라 저마다 잔인하다느니 은혜를 모른다느니 하면서 그녀의 태도를 단정 짓는 말들을 큰 소리로 내뱉는 거예요. (170)

 

결국 구혼자 중 하나인 그리소스토모는 스스로 목숨을 끊고, 사람들은 사랑에 응답하지 않은 마르셀라를 탓한다. 그리소스토모의 장례식에서 그가 쓴 시를 낭독하는데, 그 내용은 마르셀라에 대한 영원한 사랑을 고백하기보다는 ‘그녀의 평판과 명성을 해치며 질투니 의심이니 버림받은 것에 대한 불평’이었다. 그때 마르셀라가 나타났고, 고인의 친구 암브로시오가 소리친다.

 

「오, 이 산중의 지독한 독사께서는 혹시 그대의 잔인함 때문에 목숨을 버린 이 불쌍한 자가 그대를 보고 상처에서 피를 쏟는 것을 확인하러 오셨는가, 아니면 그대의 타고난 성격이 저지른 잔인한 소행을 으스대러 오셨는가.」

 

이에 마르셀라가 말한다.

 

「저는 저 때문에 온 겁니다. 그리소스토모의 죽음과 그의 고뇌가 모두 제 탓이라고 하시는 말씀들이 얼마나 이치에 어긋나는지를 이해시키러 온 겁니다. […]

 

여러분께서 말씀하신대로 하늘은 저를 아름답게 만들어 주셨습니다. 그래서 제가 사랑해 달라 하지 않아도 저의 아름다움이 여러분의 마음을 움직였습니다. 제게 보여 주신 사랑 때문에 저 역시 여러분을 사랑할 의무가 있다는 말씀을 하시며, 그렇게 해주기를 바라셨습니다. 저는 하느님이 제게 주신 타고난 이해력으로 무릇 아름다운 것은 사랑스럽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름답기 때문에 사랑을 받는다고 해서 그 역시 자기를 사랑하는 상대를 사랑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은 납득할 수 없습니다. 더군다나 아름다운 것을 사랑하는 자가 못날 수도 있고, 못난 것은 싫은 것이 당연한 일인데도 〈나는 네가 미인이라서 너를 좋아한다. 나는 비록 못생겼지만 너는 나를 사랑하지 않으면 안 된다〉라고 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법입니다. 만일 양쪽이 똑같이 아름답다고 하더라도 마음까지 같아야 되는 법은 없습니다. 아름답다고 다 사랑하게 되는 것도 아니니까요. […] 

 

제가 들은 바로는 진정한 사랑은 결코 나누어지지 않고, 본인의 의사에 따라 결정되며, 강요되는 것이 아닙니다. 이치가 이러하고 저도 그렇게 믿고 있는데, 왜 여러분은 사랑한다는 말 한마디로 제 의지를 굴복시키고자 강요하시는 겁니까? 말씀해 보세요. 하늘이 저를 아름답게 태어나게 해주시는 대신 혹시 못생긴 여자로 만들어 주셨더라면, 저는 여러분들이 저를 사랑해 주지 않는다고 불평을 해도 되는 건가요? 무엇보다 저의 아름다움은 하늘이 베풀어 주신 은혜로, 제가 요구하고 선택했던 것이 아님을 알아주시기 바랍니다. 마치 독사가 독을 갖고 있어서 그 독으로 사람을 죽인다고 하더라도, 그것은 자연이 준 것이니 죄가 되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저 역시 아름답다 해서 비난받을 까닭이 없는 것입니다. […] 


정조가 사람의 몸이나 영혼을 장식해 한층 더 아름답게 하는 미덕의 하나일진대, 아름답다고 사랑받는 그 여자가 그 정조를 버려야 할까요? 단지 자신의 쾌락을 위해 모든 힘과 수단을 써서 여자의 정조를 짓밟으려는 자의 뜻에 맞추기 위해서요? 저는 자유롭게 태어났고 자유롭게 살고자 들과 산의 고독을 선택했습니다. […] 

 

사랑하는 마음이 희망으로 지탱된다면, 저는 그리소스토모뿐만 아니라 어느 누구에게도 희망을 준 적이 없으므로 저의 무정함보다도 오히려 그분의 집념이 그분을 죽였다고 말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도 그분의 생각은 순결했다고, 그러니 그분의 생각에 응했어야 했다고 제게 짐을 지우신다면, 말씀드리지요. 지금 그분의 무덤을 파고 있는 바로 그 자리에서 그분이 순수한 뜻을 제게 고백했을 때 저는 그분에게 말씀드렸습니다. 제 뜻은 언제까지나 혼자 사는 것이며 땅만이 은둔의 열매와 제 아름다움의 부산물들을 즐길 수 있다고 말입니다. […] 

 

제가 그분과 놀아났다면 그건 거짓이었을 것이고 그분을 만족시켜 드렸다면 그건 제 뜻과 의도에 반하는 행동이었을 것입니다. 그분은 제가 분명히 거절했는데도 단념하지 않으셨고, 제가 증오하지 않았는데도 혼자 절망하신 겁니다. 이래도 그분의 고통이 저의 잘못인가요? […]  

 

제가 약속도 하지 않았고 속이지도 않았고 부르지도 않았으며 받아들이지도 않은 사람에게서 잔인하다느니 살인자라느니 하는 말을 듣고 싶지는 않습니다. 하늘은 아직까지 제가 운명으로 사랑을 하기를 원하지 않으시며, 사람을 골라 사랑해야겠다는 마음도 제게는 없습니다. 이렇게 말씀드리는 이유는, 자신의 사욕을 채우고자 제게 사랑을 구애할 분들이 모두 들어 주셨으면 해서입니다. 그리고 앞으로 저 때문에 죽는 사람이 있더라도 질투나 불운으로 인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아주셨으면 합니다. 누구도 사랑하지 않는 자는 누구에게도 질투를 일으키지 않기 때문입니다. 현실을 제대로 인식한 사람이라면 스스로 버림받았다고 할 수 없습니다. […] 

 

그리소스토모를 죽인 것은 그의 초조함과 무모한 욕망이었거늘, 어찌하여 저의 정결한 행동과 신중함을 죄라고 하시는 겁니까? 저는 나무들을 벗 삼아 순결을 지키려고 하는데, 남자들에게서 순결을 지키기를 요구하면서, 또 그것을 잃도록 하는 건 도대체 무엇 때문입니까? 아시다시피 전 재산이 있으며 남의 것을 욕심내지 않습니다. 저는 자유로워 남에게 속박되는 것이 싫습니다. 아무도 사랑하지 않으며 아무도 증오하지 않습니다. 이자를 속이고 저자에게 구애하지도 않습니다. 누구를 우롱하지도 다른 사람과 놀아나지도 않습니다. […] 

 

제가 원하는 것은 이 산 주위에 다 있습니다. 이곳 밖에서 원하는 일이 있다면 그건 하늘의 아름다움을 바라보는 것, 즉 태초의 거주지로 향하는 영혼의 발걸음뿐이랍니다.」 (192-196)

 


《돈키호테》 1편은 1605년 출간되었다.

리뷰: http://blog.aladin.co.kr/769383179/7909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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