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문학상 수상자가 발표되었다. 밥 딜런이라고, 오바마의 노벨평화상과 같은 느낌이라는 반응도 있고 또 받을 만 하다는 반응도 있고 그러하다. 노벨문학상은 작품에 수여되는 것이 아니라 작가에게 주는 것이니까 그러려니, Literature의 의미를 되새기면서도 못내 아쉽다. 이 시대에도 여전한 제국주의 문제를 고발하는 응구기 와 티옹오가 받았으면 했기 때문이다.


원래 나의 계획은 읽던 책들을 완독 후 리뷰를 쓰는 것이었다. 볼레스와프 프루스의 『인형』 상권을 읽기는 하였지만 아직 하권을 제대로 보지 못하였다. 원래 이 책, 저 책 찔끔찔끔 읽지 않는데 요즘은 시간 날 때 마다 읽으니 전자책도 건드리고 종이책도 건드리고... 이제 곧 11월이고 연말인데 그 동안 어떤 책들을 읽었나 정리하는 과정에서 또! 읽고 싶은 책들이 하나씩 튀어나오는 것이다. 그중에서 다시 언급해볼만한 책으로 『분노의 날들』이 있다. 이 글을 쓰는 과정에서 다시 찾아보니 1989년에 발표되었으며, 페미나 상 수상작이었다.




실비 제르맹, 작가도 멋있고 소설 제목도 넘넘 멋있고 표지까지 나무랄 데가 없다. 게다가 줄거리는 또 어떠한가. 마을의 부호가 배우자를 살해하는 과정을 목격한 벌목꾼이 그 시신을 보고 사랑을 느끼고, 부호의 모든 것을 빼앗은 뒤 그 여성을 소유하고자 하는 욕망에 사로잡힌다... 완전 성인용 아닌가. 내 스타일이다. 제인 오스틴 스타일을 좋아하던 내 취향이 사뭇 변하는 것 같은데... 스트레스가 많은걸까, 아님 다양성을 받아들이는 과정에 있는가. 『독거미』도 그렇다. 예전같으면 절대로 보지 않았을 타입이다. 근데 좋더라고...


빨리 리뷰를 하나 쓰자는 생각에 저번에 보다 말았던 『소네치카』를 다시 펼쳤다.(응구기 와 시옹오도 울리츠카야처럼 박경리 문학상을 수상했다) 기억으로는 두번째 단편을 읽다가 덮었던 것 같은데, 표제작이라도 읽고 리뷰를 쓰자 싶었기 때문. 사실 문학과 삶에서 발견할 수 있는 어떤 감정에 대해 쓸 요량이라 읽기로 한 것인데 이게 또 볼수록 묘하다. 울리츠카야의 소설은 페미니즘 문학으로도 볼 수 있다, 러시아식 리얼리즘을 담은 작품들이다- 이런 해설을 보니 좀 더 깊이 읽어야 했던가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소네치카는 굉장히 희생적이며 헌신적인 여성상으로, 러시아판 『여자의 일생』이라 할 수 있겠다. 실제로 독서중에 계속 떠오르기도 한다.




어릴 적에 읽었던 모파상의 작품은 끔찍하게도 싫었다. 잔느의 삶이 굉장히 체념적이고, 고통스러웠기 때문이다. 그 때야 성애가 무엇인지 알 리가 없었는데 아직까지 기억에 남는 장면이 이런 것이다. 낭만적인 첫날밤을 고대하던 소녀(수녀원에서 자라 이 소녀도 잘 모름)... 술냄새 나는 입김이 얼굴에 쏟아지고 털이 숭숭 난 차가운 다리가 제 허벅지를 벌리고 너무 아픈 무엇이 몸 안으로 들어오는 그 고통. 행위가 끝난 뒤 등을 돌려 누워 코골며 자는 남자까지 아주 그냥 총체적 난국이었다. 놀랍게도 나는 국딩 시절에 이 책을 읽었는데 그 이후로 단 한 번도 이 작품을 펼치지 않은 것은 그 때 느낀 혐오 때문이었다. 지금 읽으면 어떨런지.


찾아보니 원제는 『어떤 인생Une vie』인데... 어감이 너무 다르지 않나? 이 기구한 인생이 어딜 봐서 여자의 것이더냐. 물론 당시 상황을 고려하면 영 아닌 제목은 아니지만 그래도 잔느가 너무 불쌍하다. 로잘리는 어떻고. 악덕 속에서 순수를 지키며 사는 것은 이리도 어려운가 보다... 비슷한 시기에 읽었던 『테스』의 경우는, 숲 속의 이슬이 내리는 가운데 잠이 든 테스의 입가에 알렉의 숨결이 내리앉았다던가... 그런 문학적인 표현이었던 것 같다. 다음 파트에서 테스의 배가 불러 있어 무척 놀랐던 기억이 있다. 그때는 어렸으니까 이해가 안 되는 작품들이 많았고 그냥 감정선만 따라가며 책장을 넘겼었다.


다시 소네치카로 돌아와, 이 소네치카라는 인물도 남편을 공유하는 아샤라는 존재를 받아들이는 과정이 참 놀랍다. 잔느의 체념적 상황과 달리 소네치카는 굉장히 기쁘게, 빌린 물건을 돌려주듯 남편을 내어준다. 이게 뭐랄까 일종의 일부다처를 연상시키는데, 흔히들 일부다처라 하면 남성이 여성을 거느리는 것으로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여성들이 남성을 공유하는 것에 가깝다는 글을 읽은 적이 있다. 조선시대 축첩 같은게 아니라, 그 왜 아랍 쪽에도 보면 1부인, 2부인 똑같이 대우해야한다고 차별하면 안 된다고 율법에도 있다고 하지 않는가. 그게 골치 아파서 여러 부인 들이지 않는다고....


아무튼 소냐와 아샤, 타냐, 로베르트 이 네 사람의 관계는 각자 기묘한 구조를 이루고 있는데 작품 자체가 철저히 여성 위주로 서술되는 분위기다. 각 등장인물의 출연 분량이 1/4이기 때문인지도 모르겠지만. 어쨌든 소냐는 아샤를 비난하지 않으며 남편도 딸도 내어주고, 동시에 아샤를 딸로 받아들여 아낀다. 오히려 의붓딸 포지션의 아샤를 취하는 로베르트에게 금기를 어긴 어떤 화살이 돌려지는 느낌이 있다. 등장인물들이 벌을 받지도 않으며 꽤 해피엔딩으로 마무리. 해설을 보니 러시아 문학 속의 여성상들이 스쳐간다는데 이게 마더 러시아, 대지에 대한 러시아인들의 깊은 애착으로도 읽히는 것이다. 마더 러시아, 마더 러시아...


무슨 말을 하려고 했더라... 표제작만 읽어서 울리츠카야의 작품세계를 이해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나머지 작품도 읽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리뷰를 써도 이 페이퍼와 감상이 달라질지 어떨지는 모르겠지만 일단은 완독하리라.



댓글(15) 먼댓글(0) 좋아요(2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AgalmA 2016-10-16 14:2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섹스는 두(혹은 그 이상의) 사람이 함께 수행하는 다른 활동과 도덕적으로 구별할 수 있는 요소가 전혀 없다˝고 말하며 섹스의 레크레이션 의미를 강조한 오브리 드 그레이의 말이 생각나네요. 우리의 윤리 의식은 옳음이나 절대성이 아니라 자기 확신=믿음에 가깝다고 생각합니다.모두 우리에게서 나온 것이고 자기 삶을 위한 것이니 선택의 문제였다 말해야 할까요. 그래서 지금의 사회는 이토록 이해관계로 완강해지는 것이겠고. 하나 하나 무너뜨리면 우리는 혼동에 빠지고 곤란을 겪기 때문에 경계를 짓게 마련인 셈이죠... 결국 혐오는 공격보다 방어의 의미가 더 강하죠. 제 자신에게 이런 걸 느낄 때마다 아, 정말 힘들어요^^; 하지만 그럴 수록 더 접근하고 싸워나가야 한다고 스스로를 설득하고...
<분노의 날들> 보고야 말 거 같은데요. 에이바님은 유혹의 달인!

에이바 2016-10-16 16:58   좋아요 2 | URL
아 너무 멋있는 댓글... 덕분에 글의 수준이 올라가는 것 같아요 흐 신난다! 혐오는 공격보다 방어에 가깝다, 윤리 역시 자기 확신과 선택의 문제이다.... 넘 멋있어요... 그렇지 않아도 페이퍼 쓰면서 느낀 건데 지금 모파상의 글을 읽으면 여전히 울화에 휩싸이겠지만 한편으론 피식 웃을 것 같아요. 여러가지 이유로요. 어릴 적에 봤을 때 상대에 대한 배려나 존중 없는 섹스도(그게 구체적으로 어떤건지 몰랐음에도 잘못됐다는 건 알았죠) 혐오스러웠지만 이것이 여자의 일생이다 라는 어떤 교본처럼 느껴져 더 싫었어요. 이걸 추천한 것도 싫었구요. 인내하고 감내하고 포용하고 버림받더라도 원망하지 마라. 이런 거요. 하지만 이런 삶도 있다는 것이겠지요. 자연주의 소설이니까요... 아 분노의 날들 진짜 빠르면 이번 달 아니면 다음 달에 읽을 거예요...! 빠져든다 빠져든다....

[그장소] 2016-10-16 18:0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 , 어쩜 좋아 , 넘 근사한 대화를 듣고 있는 이 시간에도 , 감동은 하면서 쓰는 건 별개 , 요즘은 읽는 것도 쓰는것도 꽤 , 쉽지않네요.. ㅎㅎㅎ 두 분의 멋진 대화를 기억할게요!^^

에이바 2016-10-16 19:19   좋아요 2 | URL
아갈마님께 묻어가니 기분 좋아요! 프리 라이더! 저도 지금 애쓰는 중인데 정말 쉽지 않네요. 생산성만큼이나 성실함이 요구되는 것이 블로깅인 듯 해요. ㅠㅠ

[그장소] 2016-10-17 00:51   좋아요 0 | URL
음 , 절대 동감입니다. 성실 , 중요한 과제예요 .
정말 쉽지 않기도 하고요~^^

2016-10-17 14:0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10-17 17:4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10-17 18:5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10-17 23:3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10-17 23:3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10-17 23:56   URL
비밀 댓글입니다.

CREBBP 2016-10-17 14:5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브리짓 존스 3편 보고 왔는데, 이번에는 일처다부제를 연상시키는 내용이었어요. 아내가 결혼했다. 도 생각났고, 보다보니 두 남자에게 사랑받는 일도 퍽 피곤한 일이겠구나 싶더라구요 ㅋㅋㅋㅋ 왜냐하면 한 대상을 두고 반대편의 성이 두 명 이상일 때, 공평함과 한쪽으로 쏠림 사이에서 왔다갔다 하는 일이 쉽지 않아보였거든요. BTW 이미 보셨을 거 같긴 한데 계속 웃다 나오긴 했지만비추에요. 그닥 웃기지도 않았고, 특유의 몸개그도 많이 줄었고,.. 그건 아무래도 다 좋은데, 일의 성공과 실패, 가정으로 돌아가는 것, 이런 이슈에 있어서 결론이 굉장히 마음에 안들었거든요. 물론 그게 주제는 아니지만... 씁쓸해요. 현실이 그러니까 더 씁쓸하긴 한데 현실에선 백만장자 잭도 없고, 다아시도 없으니까.. 암튼 1편과 2편의 기억 속에서 훨씬 더 재밌었던 것 같아요 ( 영화나 리뷰써야겠네요)

에이바 2016-10-17 19:01   좋아요 1 | URL
확실히 에너지가 넘쳐야 양 손의 꽃도 즐길 수 있는 것 같아요 ㅋㅋ 조금 실망이긴 하죠. 왜 이제서야 싶기도 하고 어차피 판타지 영화잖아요? 근데 막 현실적으로 있을 법한 캐릭터로 끝나는 건 싫죠 당연히... 사실 브리짓 캐릭터 자체가 좀 그래서... 모 문인이 자기가 콜린 퍼스보다 못한게 어딨냐고 했던가 뭐 그런 발언을 했다고 하던데요. 콜린 퍼스는 올타임레전드... 콜린은 콜린이죠. 왜 부끄러움이 제 몫이죠 ㅠㅠ 솔직히 콜린 퍼스 때문에 브리짓 보는 거 아닌가요? 네? 미스터 다아시 때문에요! (쩌렁쩌렁) 전 1편이 제일 좋아요 ㅎㅎ

양철나무꾼 2016-10-17 17:1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많은 사람들이 응구기와 티옹오를 얘기했었지만, 전 밥 릴런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딜런 토마스도요~^^

에이바 2016-10-17 19:03   좋아요 1 | URL
전 하루키가 우세하대서 하루키가 될 줄 알았어요ㅎㅎ 밥 딜런도 좋고 축하할 일이지요. 그냥 제가 은근히 기대했던 사람이 아니라 좀 아쉬울 뿐..ㅎㅎ
 

《핑거스미스》, 세라 워터스의 원작 소설을 읽지는 않았지만 BBC에서 제작한 TV영화를 보았다. 아마 빅토리아 시대에 대해 찾아보다 알게된 듯 한데, 영화는 2005년에 나왔다지만 아마 2006년이나 2007년에 본 듯 하다. 그 후 2007년 ITV 제인 오스틴 주간에 방영된 《설득》을 거의 실시간으로 보았는데 여기에도 샐리 호킨스가 나와서 무척 반가웠던 기억이 있다. 섬세한 연기력에 팬이 되어 거의 첫 주연이나 마찬가지인 영화 《해피 고 럭키》도 봤었다. 지금은 없어진 명동 중앙극장이 스폰지하우스였던가, 리뉴얼했을 때 찾아갔었는데 약간 쌀쌀했던 기억이 난다. 하지만 이 TV영화에서 눈길이 가는 것은 하녀 역할을 맡은 수Sue, 샐리 호킨스가 아니라 아가씨 모드Maud를 연기한 일레인 캐시디였다. 영화는 2부작으로 수의 시선, 모드의 시선으로 전개되는데 모드가 얼마나 앙큼하던지. 정말 연기를 잘 한다.

박찬욱 감독은 『핑거스미스』를 빌려왔지만 원작에서 비중있게 다뤄지는 반전, 출생의 비밀을 삭제한 후 그 파트를 아가씨의 후견인 이모부와 백작에게 주었다. 자연히 장물아비 식구들의 캐릭터들이 설 자리도 없어지고 극의 절정(따지자면 3부에 해당하는)에 지하실 씬을 넣으면서 영화가 지루해진다. 인물들의 악행을 단죄하는 느낌보다는 뭔가 설명충스러운(이 단어가 정말 싫지만 이 표현이 주는 혐오와 짜증과 하대하는 천박한 느낌을 가져오고 싶다) 해설과 부연이었다. 특히 이모부의 변태적 행위는 혐오를 불러 일으키는 의도적인 장치라는 점에서 더 거부감이 인다. `조국을 배신하고 여성을 핍박하고 착취하는 도구로 취급한 인간의 비밀은 이렇게나 추악했고 주인공들의 닫힌 결말을 위해 필요한 장면이었어`를 아주 불필요하게 설명한달까?

《가장 따뜻한 색 블루》를 보지 않아서 성애 장면을 비교하긴 힘든데 《아가씨》의 베드씬도 길었다. 필요 이상으로 말이다. 두 주인공 히데코와 숙희가 서로에 빠지고 갈구하게 되는 감정적 묘사에 비해 베드씬은 자세하고 길게 진행된다. 은골무 씬이나 일본의 여관에서 문틈으로 키스하는 장면은 앞뒤 전개되는 장면과 연결되어 나쁘지 않았지만. 칸느 리뷰를 보면 남성적 시선이란 말이 나오던데 뭐 박찬욱의 이전 영화들과 비교해도 여성의 신체를 다루는 장면들이 마음에 들지 않는 건 사실이다. 애틋한 감정, 케미스트리가 배제된 듯한 베드씬. 그 욕구를 표출하는 능숙한 체위 변경 등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히데코의 비밀과 숙희의 과거를 짐작해야 하는 관객의 적극성이 요구된다. 그럼에도 찜찜함이 남는다. 일종의 포르노그라피를 스포츠를 보듯 관람한 기분이다.

아네트 베닝과 줄리안 무어가 주연한 《에브리바디 올라잇》을 보면 영화에서 두 사람의 관계에 끼어들어 갈등을 유발한 남자가 갑자기 사라져버린다. 당시에 의아해서 찾아봤더니 (신뢰도가 확실치 않으나) 레즈비언 영화에서는 자주 그런다고 한다. 남성의 존재는 갑자기 증발하는 것. 《아가씨》는 퀴어 영화이지만 두 작품은 상당히 다르다. 남성이 사라져도 괜찮을 장면(3부)에서 오히려 비중이 확 늘어난다. 그래서인지 남성의 지배와 폭력에서 벗어나는 여성들의 연대는 《매드 맥스: 퓨리로드》도 떠올리게 하지만 이 영화는 그려지는 방식은 페미니즘 영화처럼 느껴지지 않는다. 요소들은 페미니즘을 가리키지만 3부를 보면 감독이 그리고 싶었던 건 오히려 친일파의 몰락이 아닐까 싶은…. 남성성을 조롱하는 장면들의 연속으로 봐야겠지만 어쨌든 히데코와 숙희 이야기가 힘을 잃는달까?

출생의 비밀이라는 반전을 버리고 택한 마지막 지하실 씬은 꼭 들어가야 했을까. 디테일한 것도 좋지만 상상을 자극하는 것만으로 부족했을까. 춘화집과 문소리의 엄청난 연기로 기괴함을 증폭시켰던 것이 맥빠지는 기분이었고 덕분에 결말도 기대가 되지 않았다. 히데코와 숙희가 배를 타고 마주 선 장면에서 끝났더라면 어땠을까. 구슬 얘기도 많이 나오던데 딱히 해방의 상징으로 느껴지지 않았고 앞선 베드씬들의 연속처럼만 느껴졌다. 차라리 불태우거나 바다에 던져버리지 꼭 삽입의 용도로 써야 하는가 싶었다. 우물쭈물하던 히데코, 온갖 도색서적을 섭렵해야 했던 히데코라는 캐릭터를 모르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저택을 벗어나는 두 사람의 모습과 ˝내 인생을 망치러 온 나의 구원자, 나의 타마코, 나의 숙희˝라는 대사는 좋았다. 원작을 스크린에 옮긴 BBC 버전이 낫다. 훨씬 낫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올해 각종 〈읽기〉계획을 세웠었는데 얼마나 지켰을지 점검해보기로 했다. 날씨가 부쩍 서늘해지고 가벼운 머플러를 꺼냈는데 문득 작년에 쓴 페이퍼가 생각난 것이다! 아주 야심만만하게 2016년 독서계획이라고 잡았던 것 같은데 과연 얼마나 지켰을지~ 두근거렸다. 그리고 그 문제의 글을 보았다. 


  클릭> http://blog.aladin.co.kr/769383179/8109169




-문제의 책들





그래, 내가 그 계획을 지켰을 리 없었다. 놀라운 것은 단 한 권도 읽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셰익스피어의 책』은 완독했지만 이미 당시에 거의 읽은 뒤라서 셈에서 빼야 했다. 그나마 보들레르의 『악의 꽃』을 읽었으나 리뷰를 쓸 정도는 아니고…. 아무리 계획은 수정하라고 있는 거라지만(읭?) 정말 너무 한다. 과거의 나…. (현재의 나는 잘못이 없음) 그렇지만 재밌는 것은 그 목록을 보니 또 구미가 당기는 것이다. 언제나 독서목록에 있는 책들이라 그런지 모르겠다. 이탈로 칼비노와 오스카 와일드의 "고전은 모두 읽었다고들 하지만 실은 읽지 않은 책"이라는 문장이 떠오른다. 이것은 읽은 것도 아니고, 읽지 않은 것도 아니다. 책은 모두 있으나 앞 부분만 만지작거리다 던져버린 것이 다수라 그렇다.


약간의 변명을 하자면, 그래도 나는 올 한 해 동안 다양한 〈읽기〉계획을 세웠고, 그래도 일부는 이뤄냈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현재도 나 홀로 〈폴란드 문학 읽기〉 계획을 세우고 실행 중에 있다. 이 페이퍼에서는 연말에 앞서, 약간 늦은 중간 점검을 해 보고자 한다. 여기까지 읽어주신 분이 계시다면, 저와 함께 읽어주셔도 좋아요! 언제나 환영입니다.




 ◎ 첫번째 읽기, 알베르 카뮈


 PHOTOGRAPH BY HENRI CARTIER-BRESSON  MAGNUM


카뮈를 사랑하는 알라디너들이 많지만, 그 중에서도 ㅁ님의 글을 참 좋아하는데 정말 깊이 읽고 사유하시는 모습이 글에 고스란히 담겨있기 때문이다. 앙드레 지드, 프란츠 카프카도 함께 읽고 독서 세계를 발전시키시는 그 모습이 너무 멋있고 또 닮고 싶었다. 게다가 모 번역가의 책 리뷰들이 올라오는 걸 보니 안 되겠다, 제대로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야심차게 책세상에서 나온 카뮈 전집 읽기를 계획했다. 나름 철저히 계획했는데 문제는 실행력. 그래도 1단계 책들은 읽었다. 그 때 글을 좀 가져와 보았다.


카뮈의 작품은 3단계로 나뉘는데, 단계별 소설, 철학에세이, 희곡으로 구성되어 있다. 1단계는 '인간과 세계의 부조리'를 다룬다. 『이방인』, 『시지프 신화』, 『칼리굴라·오해』가 이에 해당한다. 2단계는 '반항'으로 『페스트』, 『반항하는 인간』, 『정의의 사람들·계엄령』이 해당한다. 3단계에서는 ‘절도(중용)’을 다루는데 집필 도중 카뮈가 사망하였다. 미완성 원고인 소설 『최초의 인간』이 있다. 단계별로 읽으면서 문학동네에서 나온 『나눔의 세계』를 함께 보려한다. 책을 받고서 생각보다 판형이 커 좀 놀랐다. 작가의 딸 카트린 카뮈가 원고와 자료들을 모아 엮은 책인데, 사진자료에 해당하는 카뮈 작품이 인용되어 있어 그의 자취를 따라가기 좋다. 〈카뮈 전집〉에는 이 외에도 산문과 사적인 글들이 실려 있는데 단계별 독서를 하는 와중에 한 권씩 읽으려 한다. 은사인 그르니에와 주고받은 서신을 모은 책, 그르니에가 쓴 『카뮈를 추억하며』라는 에세이도 있다. 전집을 읽는 동안 끈기를 잃지 않기를 바란다. 카뮈 읽기는 호흡을 길게 잡고 있다.




물론 책은 모두 준비되어 있다…. 『시지프 신화』는 책세상 버전을 읽는 중에 민음사에서 개정판이 나왔다. 둘 다 있다. 근데 참 이상한 게 『이방인』 리뷰를 쓰는 것은 좀 두렵다. 프랑스어로도 읽었고, 한국어로도 여러 번 읽었다. 문장이 아주 쉽고 간결하다. 근데 너무 어렵다. 단순할수록 더 어렵게 느껴진다. 그래서 『시지프 신화』를 펼쳤는데 그건 더 어렵다. 눈은 문장을 따라가고 손은 책장을 넘기는데 정신은 그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것이다. 그래서 약간 반칙을 해보자, 그래서 『안과 겉』을 읽었다. 아주 명확하고 아름다운 글이다. 그래도 어렵다. 너무 어렵다…. 왜 카뮈는 부담스러운 걸까? 감사하게도, 『안과 겉』 리뷰는 당선작으로 뽑혀 덕질 지원금을 받았다. 반도 이해못한 것 같은데 그런 글에 좋은 평가를 내려주시니 감사하면서도 또 두려워지는 것이다.




빛과 어둠, ‘안과 겉’을 품은 글의 구성은 이야기에서 사유로 발전한다. 에세이들에서 공통적으로 찾을 수 있는 것은 어떤 낯선 체험으로부터, 자신이 살아있음을 인식한다는 것이다. 여기서 낯설다는 것은 세계와 대면하는 것을 가리킨다. 모든 가면을 벗어던지는 여행에서, 혹은 고독에서 ‘우리는 완전히 우리 자신의 표면 위로 노출’된다. 일상적인 ‘이미지 하나하나가 제각기 하나의 상징’이 되고, 모든 산물에 민감해져 ‘명철한’ 도취감, 모순된 도취감을 느낀다. 이러한 체험은 스스로에게서 멀리 떨어지게 하고, 스스로에게 가까이 접근시켜준다. - 리뷰 클릭> http://blog.aladin.co.kr/769383179/8607266



그래서 나는 도피했다. 셰익스피어의 세계로!





 ◎ 두번째 읽기, 윌리엄 셰익스피어


올해는 셰익스피어와 세르반테스 서거 400주기가 되는 해이다. 그래서 다양한 문화행사들이 많았는데 출판계도 빠질 수 없다. 그중에서 내가 주목한 것은 호가스 출판사에서 다시 쓰는 셰익스피어 시리즈였다. 우리나라에서는 현대문학 출판사에서 번역되는 중이다. 이에 대해서는 지난 번에 페이퍼를 쓴 적이 있다.


  클릭> http://blog.aladin.co.kr/769383179/8755287




원래 계획은 셰익스피어를 읽으면서 세르반테스도 읽는 것이었다. 책이야 출간되었을 때 신나서 구입했었고, 1권은 읽고 리뷰도 썼다. 하지만 2권이 영 펼쳐지지 않아서 좀 고민이었는데, 마침 열린책들 판 역자인 안영옥 교수님의 해설집이 나온 것이다. 얼른 샀다. 사기는 정말 잘 산다. 읽지 않는 것이 문제일 뿐…. 다시 세르반테스 읽기는 무한정 미뤄지고 말았다.




그래도 셰익스피어 작품은 꽤 읽었다. 해설집인 『셰익스피어의 책』이랑 『셰익스피어 깊이 읽기』도 봤으니 준비는 얼추 되었다. 다양한 번역들이 나와 있어서 고민이 많았는데, 내 사랑 을유문학전집 『맥베스,리어 왕』을 읽고 나머지 비극은 열린책들이나 나남출판사에서 나온 버전으로 읽으려 했다. 그런데 마침 을유출판사에서 『로미오와 줄리엣』이 나오지 않았겠는가? 얼른 읽고 리뷰를 썼다. 리뷰의 별점은 넷인데, 작품 자체만 보면 셋을 주어야 했지만 번역과 전집에 대한 애정으로 객관성을 유지하지 못했다. 어차피 별점은 취향이지만서도…. 그리고 나서 이제 기대하던 『맥베스』를 읽으려는데, 마침 문학동네에서 『햄릿』이 새로 번역되어 나오지 않았겠는가? 게다가 표지가 굉장히 감각적이고 멋진 것이다. 내가 무슨 힘이 있나, 봐야지…, 그리고 『햄릿』은, 무지 무지 좋았다!!!! 




너무 좋은 나머지 리뷰도 쓰고 페이퍼도 쓰고 그랬다. 그렇게 역자 선생님께 빠져서 문학동네에서 나온 셰익스피어를 다 샀다. 『베니스의 상인』도 기억과는 사뭇 달랐고, 『템페스트』는 아직 읽지 않았지만 무척 기대하는 중이다. 위에서 얘기했던 호가스 시리즈에 참여하는 마거릿 애트우드가 다시 쓰는 작품이 바로 『템페스트』이기 때문이다. 셰익스피어 후기 작품이기도 하고, 여러 모로 읽고 생각할 거리를 많이 제공할 듯 하다. 유명작 외, 셰익스피어 번역은 아침이슬 출판사에서 김정환 시인의 번역, 전예원 전집, 셰익스피어 학회 전집이 있다. 나는 그 중에서 셰익스피어 학회에서 내는 전집을 골라 보고 있다. 호가스 시리즈로 나온 『시간의 틈』을 읽고 『겨울 이야기』를 보았다. 희곡은 짧아서 좋다. 빨리 읽으니 대사를 음미하게 된다. 행간은 상상력으로 채우고.



그런데 문제는 또 몇 권 읽으니 좀 시들해지는 것이다. 신간들의 유혹 때문에…. 그리고 또 다른 읽기 계획이 있었다. 그것은 바로!!!!




 ◎ 세번째 읽기, 오스카 와일드


아, 오스카 와일드 읽기에 대해서는 글을 쓴 적이 있다. 은근히 흔적을 많이 남겼군…, 그리고 크게 다르지 않을 듯 하다. 와일드 작품들은 리뷰를 읽었으나 쓰지 않았다. 언젠가 앙드레 지드를 언급하면서 멋지게 써 봐야지, 하는 말도 안 되는 포부가 있기 때문인데 과연 이루어질 지…? 아무튼 와일드 읽기엔 지드가 함께 한다. 소개해 보겠다.




『오스카 와일드 작품선』은 와일드의 대표적 작품들을 소개하기에 제격이다. 은행나무에서 나온 『거짓의 쇠락』은 와일드 전도사, 박명숙 님의 번역인데 너무 좋아서 번역가께서 작업하신 책들도 막 구입했다. 에밀 졸라를 번역하고 계신데 와일드와 넘나 다른 분…. 오늘 ㄷ님의 페이퍼에서 『목로주점』이 언급되서 엄청 반가웠다. 최근에는 명언 제조기 와일드의 명문을 모은 『오스카리아나』도 나왔다. 민음사에서 또 다른 작품을 준비중이라 한다. 아마 비슷한 명언집일까? 열린책들에서 나온 『오스카 와일드, 아홉가지 이야기』의 최애리 역자도 좋아하는 분이다.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은 펭귄 판으로 읽고- 앙드레 지드는 세 권을 구매했다. 와일드가 영감을 준 『배덕자』랑, ㅁ님의 리뷰를 보고 인상깊어 구매해 뒀던 『지상의 양식』. 그리고 마찬가지로 쇼팽과 와일드가 등장하는 자서전 『한 알의 밀알이 죽지 않으면』까지. 가지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뿌듯하다.




그 다음 읽기는 최근으로 넘어간다. 중간에 헨리 제임스 읽기도 있었는데(이외에도 다양한 미니 읽기들이….『나사의 회전』을 보고 넉다운되어 버려서 무기한으로 미루었다. 『워싱턴 스퀘어』의 번역은 아주 유려하고 좋다. 헨리 제임스 소설을 보시려거든 이 작품을 먼저 읽어보시길.




 ◎ 네번째 읽기, 폴란드 / 응구기 와 시옹오


순전히 쇼팽 얘기 뿐이지만 폴란드에 대한 페이퍼를 쓰면서 갑자기 폴뽕에 차 올랐다. 아, 폴란드여! 리즈 시절은 찰나이며 강대국에 둘러싸여 여지껏 고통을 겪고 있는 중부유럽의 대한민국 같은 나라여! 이런 말도 안 되는 동질감을 느끼면서 폴란드 읽기 계획을 세우는 중인데, 아주 지대한 역할을 한 것은 볼레스와프 프루스의 『인형』때문이다. 했던 얘기 또 하고, 또 해서 정말 민망하지만 이 소설 정말 재밌다. 상권 읽고 하권을 집어 들었는데 빨리 진도가 안 나가서 애가 탄다. 이번 주에 다 읽고 싶은데 몰래 몰래 이런 글을 쓸 시간은 있어도 글 쓸 시간은 없다.(??) 폴란드의 국민소설 읽고 쇼팽 들으면서 차오른 뽕은 폴란드 읽기 계획을 세우게 만들었다. 폴란드 국민 시인 미츠키에비츠 정도는 읽어줘야지~ 하다가도 이건 너무 오버인 것 같고, 적당히 그 나라를 대표하는 세 문인의 작품을 골랐다.




폴란드의 카프카로 불리는 브루노 슐츠의 작품집은 대표작인 『계피색 가게들』과 『모래시계 요양원』으로 구성되어 있다. 을유세계문학전집에 대한 나의 애정은 더 표현할 필요가 없다. 그리고 비톨드 곰브로비치 같은 경우는 언젠가 『포르노그라피아』를 추천받아 읽어야지 했는데, 폴란드 읽기 계획을 세우다 보니 생각이 났다. 마침 제안들에서 나온 버전도 구입할까 고민중이었는데 잘 됐다 싶어 계획을 세운 것이다. 이웃분께 여쭈니 『코스모스』를 마지막에 읽는 것이 좋을 것 같다는 조언을 받았다. 그래서 『페르디두르케』, 『포르노그라피아』를 먼저 읽은 다음 제안들에 나온 희곡들을 읽고 『코스모스』를 읽기로 했다. 『신사 숙녀 여러분, 가스실로』는 폴란드 문학을 소개하는 단편집인데 프루스를 비롯한 소설들이 실려 있다. 이 또한 읽을 것이다.




그리고 응구기 와 시옹오는 노벨문학상 주간이라 읽기를 세웠다. 도박사들이 꼽은 바로는 무라카미 하루키가 유력하다는데, 소설가에 대한 억하심정은 전혀 없지만 일본이 좋아하는 모습을 어찌 보나! [~~세계의 사랑을 받는 일본♬~~일본인의 정신은 세계에서도 통한다!~~] 이런 문장들이 난무할 것이 아니냐! 하지만 생각해 보면, 하루키가 받을 것 같기도 했다. 행보로 보나, 작품 세계로 보나 꾸준히 코스모폴리탄을 지향하는 듯 하고 작가의 연설이나 그만큼 사랑받는 모습들을 보면 말이다. 하지만 나는 응구기 와 시옹오를 밀고 있다. 내가 민다고 그 분이 되는 것은 아니라지만, 올해 박경리 문학상을 수상해 방한한 모양이다. 문학상 주간 즈음에서인지 창비에서도 『십자가 위의 악마』를 출간했고, 한 톨의 밀알』이 은행나무에서 다시 나왔다. 책 제목이 마치, 앙드레 지드의 자서전을 연상하게 한다.




노벨 문학상 수상자라고 했을 때 가장 먼저 생각난 이름은 아모스 오즈와 필립 로스였다. 특히 필립 로스는 늘 읽어야지 마음만 먹었는데 참 연이 닿지 않는다. 『포트노이의 불평』을 생각하면 ㄷ님의 "인간이야, 쥐야?"가 먼저 떠오른다. 아무튼 응구기 와 시옹오의 작품들은 문학상 수상과 상관없이 쭉 읽을 예정이고, 나머지 세 분 작가는 수상 여부에 따라 읽을지 말지를 고민할 듯 하다. 필립 로스는 훗날이라도 읽을 것 같다. 선호 순서는 [응구기 와 시옹오 > 필립 로스 > 하루키 > 아모스 오즈] 이다. 하루키가 상을 받으면 이번에야말로, 『세계의 끝과 하드보일드 원더랜드』를 읽겠다. 생각난 김에 미니 읽기를 마저 소개한다. 불문학을 너무 읽지 않는 것 같아 골랐다.





순 유명작 뿐이지만…. 로브그리예의 『질투』와 『엿보는 자』, 페렉의 『사물들』과 『잠자는 남자』, 모디아노의 『어두운 상점들의 거리』, 실비 제르맹의 『분노의 날들』과 프랑수아즈 사강의 『브람스를 좋아하세요…』이다. 마르그리트 뒤라스 작품은 곧 출간될 작품과 함께 묶어야 할 듯 해서 불문학 읽기에는 들어가지 않는다. 아마 『연인』이랑 『히로시마 내 사랑』에 관한 페이퍼를 쓸 날이 오지 않을까 한다. 이 중에서 『질투』와 『사물들』은 예전에 한 번 읽었던 것을 다시 보는 중이다. 그리고 가장 기대하는 것은 『분노의 날들』이다. 표지도 너무 멋지고 줄거리를 보면 기대를 아니 할 수가 없다.


프랑스 모르방 지방의 깊은 산속 마을. 벌목꾼인 모페르튀는 마을 일대의 숲을 소유한 코르볼이 질투에 눈이 멀어 그의 아내 카트린을 죽이는 광경을 목격하게 되는데, 그는 그녀의 시신을 보고 광적인 사랑을 느낀다. 그 사건 이후 코르볼에게서 부와 힘을 빼앗아 숲의 주인으로 군림하기 시작한 그는 급기야 죽은 그녀를 다시 자신의 삶으로 불러들일 수 있다고 믿게 되는데…. (책소개 중)


미친 사람! 비틀린 사람! "욕망과 집착의 화신 모페르튀, 자애와 안식의 상징 에드메와 그의 아홉 손자들"이라니. 너무 멋있고 어딘지 모르게 섹시한 작품일 것 같다. 지난 번에 『마그누스』부터 읽고 싶었는데 이 작품을 먼저 읽으라고 나는 읽지 않았나 보다…. (읭?) 아 너무 너무 기대된다. 여기에는 빠졌지만 『전쟁과 평화』도 잊지 말아주세요…, 한 분기당 한 권씩 나와도 우리 함께 보기로 해요…. 그리고 음악 관련, 포노에서 나온 『음악에서 무엇을 들어 낼 것인가』도 조만간 읽으려 한다. 아 반성하려는 의미에서 쓴 페이퍼였는데 또 다른 계획으로 끝나 버렸다. 두 달여 남은 올해의 읽기는 어떻게 마무리 될 것인가. 나 좋자고 이렇게 말할 수도 없지 않은가. 신간, 나오지 말아 주세요! 그저 열심히 읽을 뿐이다. 열심히 읽자!




댓글(22) 먼댓글(0) 좋아요(4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다락방 2016-10-13 16: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역시나 멋져! @.@

에이바님은 어쩜 이렇게 쓰는 글마다 멋집니까. 리뷰도 멋지고 페이퍼도 멋지고. 뭔가 엄청나게 방대한 배경지식이 있어서 책읽기를 더 풍요롭게 하실 수 있는 것 같아요. 왜 아는만큼 보인다고 하잖아요. 같은 책을 읽어도 에이바님이 느끼고 생각하는 것은 제가 따라잡을 수가 없을 것 같아요. 실례지만, 에이바님의 전공을...여쭤봐도 될까요? (기대기대)

로브그리예의 질투를 진짜 재미없게 읽었던 기억이 나는데 저도 다시 읽기 해볼까요? 중간중간 제가 읽었던 책들이 언급되어 있어서 참 좋으네요...역시 같은 책을 읽으면 할 말이 많아진다니깐요?

아, 저 에이바님 리뷰 읽고나서 손열음 에세이 주문했어요. 제가 진짜 이번 해에 책은 안사려고 했는데 이렇게 자꾸 찔끔질끔 사게 되네요. 에이바님 때문이에요 이게 다 ㅠㅠ
제가 음악은 전혀 모르고 막귀인데 에이바님이 계속 음악 관련 책을 읽고 글을 쓰시니, 그중 가장 난이도가 낮아보이는 손열음으로..선택해봤어요. 두근두근..

아 댓글이 너무 오락가락 산만하죠. 저는 왜이럴까요. 페이퍼도 산만하고 댓글도 산만하고...

2016-10-14 17:3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10-13 17:5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10-13 18:0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10-15 09:49   URL
비밀 댓글입니다.

CREBBP 2016-10-13 17: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에이바님의 전공이 OOO 일거라고 일찌감치 짐작하고 있었습니다 헤헤.
독서 계획 완전 멋져요. 저처럼 그냥 아무거나 손가는 대로, 마음가는대로 읽고 사고 팔아버리고 (도장찍힌건) 나눠 주고 하는 사람은 꿈도 못꿀 독서계획이네요. 필립로스는 애브리맨이 좋았어요. 포트노이의 불평은 ㅋㅋㅋㅋ 저는 아주 유쾌하고 재밌있게 읽었는데, 평점 평균이 별 셋이더군요. 젊었을 때 아니면 못쓸 글. 에이바님의 목록은 정말 값져요. 잘 저장했다가, 책살때 참고해야겠어요. 오늘 정말 책 많네요. 완전 좋아요~

에이바 2016-10-13 17:59   좋아요 0 | URL
역시 저의 날카로움을 캐치해주셨군요. <에브리맨>도 넣었다가 빼버렸어요. 언제 읽을지 모르는데 한 권이라도 줄이자 싶어서요 ㅎㅎ 아 근데 좋다고 하시니 다시 넣어야겠네요. <포트노이의 불평>도 좀 궁금해요. 거장의 서투름이 묻어나는 글이래서 약간 부끄러우려나? 하는 생각도 들고요. 읽기 계획이 많다는 건 결국 욕심이 많다는 것 같아요. 최대한 이루려고 노력하는데 뚝심있게 외길만 파기는 힘드네요. ㅠㅠ 아무튼 요즘은 폴란드, 프랑스, 케냐 문학 읽기에 집중하려고요! 같이 읽으면 좋고 나중에라도 책 읽고 이야기 나누면 더 좋고요 감사하고요. 칭찬도 감사드려요 ㅎㅎ

CREBBP 2016-10-13 19: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시내 생각하면 조금 설명이 되려나, 가시내와는 완전 다르긴 한데, 가시내가 사춘기 성의 궁금함을 다뤘다면 아 포트노이는 호기심도 아니고 분출되는 성욕을 어찌할 수 없어 ㅋㅋㅋ 유명한 작품이고 흔치 않은 방식이라 읽어보시길 추천드려요

에이바 2016-10-13 20:07   좋아요 0 | URL
아 그러면 포트노이부터 읽어야겠어요. <미국의 목가>부터 볼까 했거든요. 영화 <아메리칸 파이>같은 느낌인가 봐요. 진짜 <가시내> 대단한 작품인데 많이 읽으셨으면....

CREBBP 2016-10-13 21:54   좋아요 0 | URL
미국의 목가가 좀 더 대표작일지는 모르겠지만 2권이고 어떤 면에서는 그리 낯설지 않은 작품이거든요. 그냥 아주 잘 짜여진 작품이고 포트노이는 굉장히 낯설고.. ㅋㅋ 생각하면 아직도 웃겨요. 아메리칸 파이에 비슷한 장면 나와요 ㅋㅋㅋㅋ 리뷰 찾아 재업해 드릴께요

에이바 2016-10-13 23:39   좋아요 0 | URL
리뷰 보고 왔어요. 집안도 엉망이고 욕실도 엉망이고 라는 문구가 인상깊어요. 저도 꼭 읽어보겠습니다. 표지에 있는 c word가 눈에 확 들어와서 놀란 참에 리뷰를 읽으니 더 흥미로와지더군요 ㅎㅎ

단발머리 2016-10-14 18: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할 얘기가 많으니, 저는 댓글 달지 말고 에이바님께 편지를 쓸까봐요.^^

로브그리예의 <질투>는 저도 읽다 말았어요. (다락방님, 안녕이요~~ ㅎㅎ)
강신주님 추천에 신나서 시작했는데, 아... 저는 힘들더라구요.
<피네간의 경야 이야기>가 에이바님 도전 리스트에 있는 걸 보니, 수잔 손택의 노트도 생각나구요.

저는 소개해주신 작품 중 호가스 셰익스피어 리톨드 프로젝트에 관심이 많이 가네요.
근데, 아직 셰익스피어를 다 읽지 못해서요. ㅠㅠ 셰익스피어를 읽고 에이바님 안내를 따라보려 합니다.

이런 근사한 계획, 너무 멋있어요. 에이바님 페이퍼를 읽다보면, 소개해 주신 책들은 무조건 1순위로 읽어야겠다, 그런 생각이 들어요. 좋은 정보, 친절한 설명, 깊이있는 해설. 너무 너무 좋아요.

물론, ˝인간이야 쥐야˝, 내 진정 애정하는 필립 로스의 작품과 관련해 제가 등장하는 것도 넘 좋구요.
<에브리맨>은 빼지 마시구요. <포트노이의 불평>은 하하... 읽어보시면 좋을 것 같아요.
그래도 제가 제일 좋아하는 필립 로스 작품은 <유령퇴장>이라는 걸 알려드리며, 그럼 저는 퇴장~~

2016-10-14 10:43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단발머리 2016-10-14 15:01   좋아요 0 | URL
사랑하시게 될 꺼예요~
(목소리 출연 : 김태리)

2016-10-14 17:3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10-14 18:51   URL
비밀 댓글입니다.

유부만두 2016-10-16 14:0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공감 백번 하고 싶어요. 왜 좋아요, 는 한 번밖에 못 누르나요? ♡

에이바 2016-10-16 17:01   좋아요 0 | URL
안녕하세요, 유부만두님. 댓글 달아주셔서 감사합니다. ^^ 함께 읽어요...!

2016-10-16 16:2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10-16 17:1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10-16 18:1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10-16 19:25   URL
비밀 댓글입니다.
 

바르바라를 알게 된 것은 샹송에 대해 찾던 중이었던 것 같고, 제대로 ‘찾아 들은’ 것은 모 영화에 등장한 덕분이었다. 『독거미』 리뷰에서 언급한 프랑스 퀴어 영화 《내가 사랑한 남자》에서 두 주인공의 다정한 한 때를 그린 장면이었다. 사랑이 이루어졌음을 알리는, 그러니까 성애 묘사를 대체하는 씬에서 바르바라의 노래가 흘러나왔기 때문이다. 노래 제목은 〈Mes hommes〉. 어떻게 이 영화를 보게 되었는지는 기억이 잘 나지 않는데 당시엔 자막 없이 봤었고- 유투브에 넣어보니 영자막이 함께 올라와 있다. 바로 그 장면도 찾았는데 혹 궁금하신 분은 링크를 눌러 확인하시길 바란다. (춤이 끝나면 나신이 등장하니 주의!)


클릭> https://youtu.be/jMSuZdv2kBM?t=1h5m28s


이 영화는 마르세이유에서 주로 촬영했는데 주인공들의 웃음 뒤로 펼쳐진 야경에, 바르바라의 목소리가 깔리니 정말 꿈꾸는 듯한 감정이 흘러나오는 기분이었다. 노래에 대한 정보가 없어서 씨디를 사다가 듣고 또 듣고 했던 기억이 난다. 그렇게 샹송에 입문한 뒤 시간이 꽤 흘렀고…. 이 페이퍼를 쓰는 것은 지난 여름 한 동안 나를 놔주지 않던 노래 때문이다. 역시 바르바라의 노래로 제목은 〈Dis, quand reviendras-tu?〉. 많은 가수들이 다시 불렀지만 그 중에서 장-루이 오베르 앨범을 가지고 있어 링크해본다. 오베르의 노래는 필립 클로델이 쓰고 연출한 영화 《당신을 오랫동안 사랑했어요》 사운드트랙에도 실렸다. 사실 오베르는 이 영화의 음악을 맡았다.






필립 클로델은 소설가이자 영화인으로, 첫연출작인 《당신을 오랫동안 사랑했어요》 이후로 연출과 각본 쓰기를 병행하는 중이다. 대표작으로는 르노도 상 수상작인 『회색 영혼』이 있고, 『무슈 린의 아기』, 『브로덱의 보고서』 등이 번역되었다. 현재 프랑스를 대표하는 예술인 중 한 명이다. 이 영화는 정말 정말 좋은 작품이니 아직 보지 않으신 분들은 꼭 보셨으면 한다. 크리스틴 스콧 토마스의 명연기와 명대본- 아, 정말 떠올리는 것만으로 눈시울이 더워진다. 영화 제목은 프랑스의 동요 〈맑은 샘가에서〉의 가사이다. ‘당신을 오랫동안 사랑했어요, 결코 당신을 잊지 않을 거예요.’ 이 영화를 본 것도, 이후 오베르의 앨범을 산 것도 완전히 잊고 있었는데 문득 생각이 났다.






그래서 또 한동안 유튜브 나들이를 하면서 라파엘의 썩은 라이브(…)도 듣고 하다, 어떻게 바르바라를 알게 되었나 곰곰이 생각한 것이다. 예전에는 위에서 얘기한, 마르세이유 배경으로 춤추는 장면 클립이 바로 떴던 것 같은데 지금은 나오질 않는다. 〈Mes hommes〉로 검색하면 프랑스 INA 아카이브에서 발굴해 공유한 바르바라의 라이브 영상과 최근 개봉했던 영화 《마이 맨》의 클립이 뜬다. 이 영화의 주인공인 페이를러 배턴스 노래 정말 잘 한다…. 현대 바르바라(라고 하면 조금 과한가?)처럼 여겨지는 카멜리아 조르다나도 이 노래를 종종 부르곤 한다. 두 사람 다 해석이 좋다. 조르다나는 18살에 혜성같이 등장했는데 프랑스 슈스케인 누벨 스타에 등장한 것이 처음이었다.




데뷔 앨범에 실린 〈Non non non (Ecouter Barbara)〉은 제목도, 가사도 바르바라를 추앙하기 위한 노래다. ‘아 안 나간다고, 술 안 마신다고, 걔를 못 잊겠는 걸 어떡해. 암 것도 안 먹고 바르바라만 들을거야. 어쩌면 걔가 다시 돌아올지도 모르잖아.’ 이런 가사다. 바르바라의 가사들이 대체로 우울하고, 이별 후의 고통을 노래하다 보니 감정을 떨치거나 리바운드를 위한 곡으로 많이 듣는단다. 아무튼 바르바라에 대해 찾아보면서 그이의 생이 파란만장함을 알 수 있었다. 바르바라의 본명은 모니크 세르프. 파리의 유대인 가정에서 태어났고 어릴 때 2차대전이 발발, 독일의 파리 함락 당시엔 숨어지내야 했다고 한다. 재능을 숨길 수는 없었는지 옆집에 살던 음악교사가 아이의 노래를 듣고 공부하도록 돕는다. 


국립음악학교에 들어가지만 학비 때문에 그만두고 캬바레에서 노래를 하며, 나중에는 벨기에로 건너가 음악활동을 계속한다. 이 때 자크 브렐과 만나 좋은 관계를 유지한다. 놀랐던 것은 바르바라가 어릴 때 아버지로부터 성적 학대를 받았던 것인데, 그 아버지의 장례식에 다녀와 쓴 곡이 〈Nantes〉였다. 가사를 보고서야 제대로 알았다…. 키가 크고 검은 옷을 입은, 피아노를 치며 노래하는 것은 바르바라의 시그니처. 이후 조니 홀리데이, 젊은 시절의 제라르 드파르디유, 미하일 바리시니코프 등과도 공연하며 커리어를 이어간다. 누벨 샹송으로 일컬어지는 바르바라 스타일은 다음 세대 뮤지션들에게도 영향을 준다. 좋아하는 가수만 꼽자면 벤자민 비올레, 에밀리 시몽, 뱅상 들레름….




이 퀴어영화에 또 감사할 점은 ‘체자레 파베세’를 알려준 것이다. 이 이탈리아 시인의 작품은 영화에서 중요한 장면들에서 등장한다. 마르탱은 뤼카를 따라다니는데 어느 순간 관계가 뒤집힌다. 에이즈 센터 앞에서 기다리던 뤼카를 본 마르탱은 다소 냉랭하게 그를 대한다. 돌아서는 뤼카를 불러 파베즈(파베세의 프랑스식 발음)를 아느냐고 묻는데 알 리가 없다. 며칠 후, 문학청년은 뤼카네 집 앞에 파베세의 밑줄 그인 시집을 두고 간다. 갈리마르에서 나온 『피곤한 노동-죽음이 다가와 당신의 눈을 가져가리라』. 새벽 3시, 마르탱이 불러내 헐레벌떡 뛰어왔던 뤼카는 그의 곁에 누워 등을 돌린다. 그리고 위로하려는 듯, 더듬거리며 시를 왼다.


ce jour-là nous saurons nous aussi 그날 우리도 알게 되겠지

que tu es la vie et que tu es le neant. 당신이 삶이고 당신이 무(無)라는 것을.


-La mort viendra et elle aura tes yeux. 죽음이 다가와 당신의 눈을 가져가리라.


〈죽음이 다가와 당신의 눈을 가져가리라〉는 10편으로 이루어진 연작시이다. 체사레 파베세가 로마에서 만난 마지막 사랑, 미국인 배우 콘스탄스 다울링을 위한 작품이다. 두 사람의 관계는 잘 되지 않았고 아마도 그 때문에 파베세가 수면제 과다복용으로 자살한 것으로 짐작된다. 시들은 시인의 사후 사무실 서랍에서 발견되었다. 마르탱이 뤼카에게 이 시집을 건네준 이유는 무엇일까. 그리고 왜 뤼카는 하필이면 저 시를 욌을까. “죽음은 아침부터 저녁까지 잠도 자지 않고 귀머거리처럼 우리와 함께 있다.” 언제 죽을지 모를 내가 감히 너를 갈망해도 될까. 죽음은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찾아오는 거야….


몇 년을 함께 했던, 헤어진 연인이 에이즈로 떠나간 것을 목격하고 자신의 병세도 치료할 수 없을 만큼 깊어졌지만- 마르탱은 여전히 꽃을 좋아하고 음악을 좋아한다. 항상 웃으며 유머를 대화 속에 섞는다. 그런 마르탱이 뤼카에게 말한다. 병이 낫는 기적은 없어. 내게 기적은 바로 너야…. 슬퍼할 뤼카를 볼 수 없어 홀로 죽음을 기다리던 마르탱이 택한 시는 역시 체사레 파베세의 작품이다. 「아침이면 너는 언제나 돌아오지In the morning you always come back」.


Etoile perdue, 새벽빛 속에, 

dans la lumiere de l’aube, 희미한 별,

grincement de la brise, 산들바람의 웅얼거림,

tiedeur et haleine ― 포근함 그리고 숨결 ―

la nuit est finie. 밤은 끝났다.


Tu es la lumiere et le matin. 너는 빛이고 아침이야


사람을 살게 하고 또 사람을 죽게 하는 사랑…. 파베세의 작품은 문학동네 ‘인문 서가에 꽂힌 작가들’로 다시 소개됐는데 그중에서도 『냉담의 시』에 마르탱과 뤼카가 낭송하던 시들이 실려 있다. 여름부터 조금씩 읽고 있는데 확 와 닿지는 않지만 그래도 요즘 시대에도 여전히 힘을 가진 작품이라 해야 할까…. 그런 생각이 들었다. 이탈리아어를 한국어로 옮긴 시를 읽기 전에, 영화에서 나온 프랑스어 버전을 한국어로 옮겨 보았다. 원문은 모두 갈리마르에서 나온 시집이고, 역자 표시 없는 것은 내가 한 것이다.



 In the morning you always come back


  Le soupirail de l’aube

  respire par ta bouche

  au fond des rues desertes.


  Lumiere grise tes yeux,

  douces gouttes de l’aube

  sur les collines sombres.


  Ton pas et ton haleine

  comme le vent de l’aube

  submergent les maisons.


  La ville frissonne,

  les pierres embaument ―

  tu es la vie, tu es l’eveil.


  Etoile perdue,

  dans la lumiere de l’aube,

  grincement de la brise,

  tiedeur et haleine ―

  la nuit est finie.


  Tu es la lumiere et le matin.


  20 mars 1950


   아침이면 너는 언제나 돌아오지



  새벽을 환기하는 창은

  텅 빈 거리들 끝에서

  네 입으로 숨쉰다.


  회색빛 너의 눈은

  어두스름한 언덕 위에

  달콤한 새벽이슬.


  너의 걸음과 너의 숨결은

  새벽 바람같이

  집들을 뒤덮는다.


  도시가 전율하고

  돌들은 향기를 품네 ―

  너는 삶이고, 너는 깨어남이야.


  새벽빛 속에,

  희미한 별,

  산들바람의 웅얼거림,

  포근함 그리고 숨결 ―

  밤은 끝났다.


  너는 빛이고 아침이야.


  1950년 3월 20일



마르탱과 뤼카가 주고받은 시로 글을 마친다.




 (죽음이 다가와 당신의 눈을 가져가리)


죽음이 다가와 당신의 눈을 가져가리―

죽음은 아침부터 저녁까지

잠도 자지 않고 귀머거리처럼

우리와 함께 있다. 오래된 후회나

불합리한 악습처럼. 당신의 눈은

공허한 말, 소리 없는 함성,

침묵이 될 것이다.

당신 혼자 거울을 향해

몸을 숙일 때 매일 아침 당신은

그것들을 본다. 오, 사랑스런 희망이여,

그날 우리도 알게 되겠지.

당신은 삶이, 당신이 죽음이라는 것을.


죽음은 모두를 바라보고 있다.

죽음이 다가와 당신의 눈을가져가리.

악습을 끊는 것 같겠지.

거울 속에서 죽은 얼굴이

떠오르는 것을 보는 것 같겠지.

닫힌 입술에 귀 기울이는 것 같겠지.

우리는 말없이 소용돌이 안으로 내려가겠지.


  -김운찬 역, 『냉담의 시』(문학동네)




추가 및 수정) 같은 날 오후 10시 35분


언급된 프랑스어권 가수들의 앨범을 알라딘에서 찾아보았다. 바르바라의 앨범은 모두 품절이고, 장-루이 오베르, 카멜리아 조르다나, 뱅상 들레름의 앨범은 DB에 없었다. 자크 브렐, 에밀리 시몽과 벤다민 비올레의 앨범은 구매 가능. 비올레 이 앨범은 정말 좋다.




바르바라가 부르는 〈Nantes〉와 〈Dis, quand reviendras-tu?〉이다.





댓글(6) 먼댓글(0) 좋아요(2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다락방 2016-10-12 11: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일단 안읽고 너무 흥분해서 댓글 먼저 달아요. [당신을 오랫동안 사랑했어요]는 제가 진짜 좋아하는 영화고요, 필립 클로델은 저의 완소작가!!!!!
이 영화와 필립 클로델을 에이바님이 언급하시다니. 아아, 에이바님은 진짜 넘나 좋은 분 ㅠㅠ

제가 쓴 글 제가 링크하긴 참 뭣하지만,

http://blog.aladin.co.kr/fallen77/3416560

http://blog.aladin.co.kr/fallen77/3608555


(이제 페이퍼 내용 읽고 올게요!!)


에이바 2016-10-12 13:14   좋아요 0 | URL
시간여행에서 다락방님의 멋짐을 확인하고 왔어요. ㅎㅎ 이 영화 정말 좋지요. 정말 필립 클로델은 천재예요.... ㅠㅠ

다락방 2016-10-12 11: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읽어보니 [당신을 오랫동안 사랑했어요]는 찬조출연이네요. 저는 이 영화 보고 필립 클로델이 너무 좋아서 필립 클로델 책 다 찾아 읽었었어요. 책도 정말 좋더라고요. 뒤지면 필립 클로델 책 읽고 쓴 페이퍼들도 여러개 나오겠지만, 죄다 링크하는 건 너무 .. 아, 에이바님의 관심 영역은 정말 넓게 퍼져있군요. 어쩌면 페이퍼마다 이렇게 보석같습니까. 게다가 이번 페이퍼는 저도 아는 감독(작가)이 나와서 더 좋은것 같아요.

필립 클로델 너무 좋아서, 극장에 가서 [차가운 장미]도 봤었어요.

그 영화에도 역시 크리스틴 스콧 토마스가 나오는데요, 다른 얘길 하자면, 그 영화속에서 자신의 며느리에게 그런 얘길 해요. `내 아들이 널 불행하게 한다면 헤어져라` 라고요. 정말 인상 깊었어요. 우리나라였다면 자기 아들이 아무리 못났어도 며느리에게 `니가 참고 살아라`라고 할텐데...
남자 주인공이 의사인데, 환자가 그 의사에게 사적인 자기의 사연을 얘기하며 우는 것도 인상적이었고요.

아아, 갑자기 필립 클로델 생각하게 되는 아침이네요.

에이바님 ♡

에이바 2016-10-12 13:26   좋아요 0 | URL
네 실은 바르바라가 이 페이퍼의 주인공이었어요. ㅜㅠ 제가 영화도 봤고, 장-루이 오베르 앨범(2010년) 나왔을 때도 사서 듣고 했는데요. 근데 연관을 못 시켰던 거예요. 최근에 노래 듣고 가사 좋다고 따라 부르다 불현듯 아니 영화에서...!!! 하고 깨닫게 된 거예요. ㅎㅎ

실은 저.... 필립 클로델 산문집 「향기」만 읽었어요. ㅎㅎ 「브로덱의 보고서」 읽겠다고 샀는데 아직도 안 봤네요? ㅠㅠ 아... 다락방님이 너무 좋았다고 하시니 갑자기 필립 클로델에 대한 애정이 솟구치면서 읽어야겠다는 생각이...!

크리스틴 스콧 토마스 정말 연기 잘하죠. 어릴 때 오페어로 프랑스에서 지냈기 때문에 자기를 브리티시보다 프렌치에 가깝다고 했나 그랬던 것 같아요. 불어도 정말 완벽하죠. 거기에 연기까지 잘 하고.... <차가운 장미>도 국민배우 다니엘 오떼이유랑 같이 나오는 거죠? 필립 클로델이 입봉작의 성공으로 계속 영화찍는 것 같아요. 이 페이퍼 쓴다고 오랜만에 찾아보니 아카데미 공쿠르에도 들어갔고, 벨기에 왕립 불문학 아카데미 회원도 됐더라고요. 이제 거장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까 봐요. 필립 클로델 소설이랑 영화랑 다시 챙겨 봐야겠어요!

너무 반갑고 좋아요♥

2016-10-13 00:3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10-13 10:29   URL
비밀 댓글입니다.
 

(리뷰에 이어서)

나치의 음악 정책에서 베토벤 음악은 핵심적으로 작용한다. 1933년 나치 정부 초기, 1차 대전의 패배감으로 인한 독일인들을 강한 독일 제국의 건설로 회유하기 위해서는 음악의 힘이 필요했다. 회의와 의심을 믿음과 동의로 전환시키는데는 말과 논리보다 음악이 탁월한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이때 베토벤은 독일인의 우월성을 확인할 대표적인 음악가로 부각된다. 거의 모든 나치 기관의 오케스트라는 행사에 관계없이 베토벤 곡을 연주했다. 민족의 영웅인 베토벤에 대한 지지는 민족의 지도자를 자처하는 히틀러에게로 전환되었다.

베토벤은 독일인의 우월성의 상징일 뿐만 아니라 나치 정부의 평화적 외교관으로서도 기능했다. 1936년 올림픽에서, 히틀러는 베토벤 9번 교향곡의 합창 〈환희의 송가〉를 6,000여 명의 중·고등학생을 동원하여 개막식에서 부르게 한다. 유대인에 대한 테러로 빈축을 샀던 독일 정부를 “모든 사람은 형제다”라는 〈환희의 송가〉로 평화적인 정부라 눈가림한 것이다. 아이러니한 것은 프랑스 레지스탕스나 나치 반대자들에게도 베토벤의 음악은 ‘자유의 이상이 표현된 것’으로 받아들여진 것이고, 그보다 그로테스크한 것은 수용소와 게토에서 비인간적 생활을 하던 유대인들이 베토벤의 음악을 연주했고, 가스실에서조차 〈환희의 송가〉를 불렀다는 사실이다.

나치 음악 정책의 성공은 이러한 모호함과 이중성으로 희생자들에게 자신들이 이용당했다는 사실을 느끼지 못하게 하는 것에 있다. 나치들은 모든 예술음악을 이용했는데, 여기에 제외되는 것은 현대음악과 재즈, 유대인이 작곡한 음악이었다. 나치 문화부장관 괴벨스는 “독일 음악”은 “낭만적이고 비밀스러운 운명의 힘”을 과시하는 한편 “영적 영역에서 투쟁적 행동으로” 전환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선언한다. 음악에서 이성보다 감성을 강조하고, 청취시 회의나 의심보다 믿음과 경건함이 요구됐다. 1936년에는 모든 예술의 비평 자체가 금지되는데 이 또한 의견의 대립이나 논쟁, 불안과 의심의 제거라는 맥락에서 파악될 수 있다.

외적인 현상을 볼 때는 매우 모순적이지만 이러한 모호성을 통해 다른 의견을 가진 자들의 분노나 저항을 무력하게 만드는 것이 나치문화정책의 전반적 특징이었다. 이를 통해 나치가 음악을 이성과는 관계없는 감성적인 것으로 선전하면서도, 실제로는 음악의 효과를 얼마나 진지하고 이성적으로 철저하게 계산하고 있었는지를 알 수 있다. 따라서 나치와 협조하면서 ‘나는 음악을 했을 뿐이다’라고 말하는 친나치 음악가들의 주장은 결국 변명에 불과하다.

전후 독일에서 유대인과 망명인들은 여전히 냉대받았다는 인상이 있다. 종전 직후, 독일에서 음악 생활을 조직하고 지휘한 이들이 주로 독일에 머문 음악가들이기도 했으며, 독일이 다시 나치화될 가능성과 경제적 이유 때문에 망명을 떠났던 독일인들이 다시 돌아오기 힘든 여건이었다. 그러나 머물렀던 자와 떠났던 자의 감정의 골이 당시로서는 극복하기 힘들 정도로 깊었던 것이 무엇보다도 큰 이유였다. 이후 서독과 동독에서는 냉전 이데올로기의 영향으로 인한 음악의 형식과 내용이 구분되는 기현상이 벌어졌고 1970년대가 되어서야 서서히 극복되기 시작했다.

동부전선에서의 참패 이후, 연합군에 의해 지배된 독일. 1947년까지 독일문화계 분위기는 자유로웠으나 미·소가 냉전으로 돌아서면서 달라졌다. 뉘른베르크 재판이 끝난 1950년대 서독에서는 ‘다시 나치화’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올 정도였고 이제 ‘과거 청산’은 중요하지 않았다. 책임자가 아니었던 많은 관리들은 나치 시기 유지했던 직업을 서독에서 그대로 수행하였다. 뉘른베르크 재판에서 판결받은 사람들은 사면과 복권의 혜택으로 사회에 복귀했다. 새 독일의 건설을 위해 미군은 관료로서 전문 경험이 있는, 철저한 반공산주의자 독일인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음악계의 상황 역시 마찬가지였다. 슈트라우스, 푸르트뱅글러, 카라얀도 과거 문제로 비난받고 조사받았다. 그러나 유대인 예술가, 나치 치하 위험에 처한 이들에게 도움을 베풀었다는 것이 증명되면 비난에서 어렵지 않게 벗어났다. 나치 당원이 아니었던 음악가들은 ‘예술가로서 예술만 했을 뿐’이라며 다시 활동을 재개했다. 나치 당원이었다 할지라도 살아남기 위함이었다 변명할 수 있었다. 문서로 증거를 남긴 비평가, 학자들도 형식적 수준에서 ‘탈나치화’ 과정을 거친 후 서독 연방공화국에서 다시 일할 수 있었다.

독일의 과거 청산은 정부 차원에서, 전문가와 학자 차원에서만 이루어진 면이 크다고 할 수 있다. 그래도 독일이 일본보다 ‘역사 청산’이 상대적으로 잘 이루어진 것은 분명하다. 이는 역사 인식의 문제, 경제적·정치적 문제이다. 독일인은 나치의 과오를 벗지 않고 파시즘적 분위기가 확산될수록 국제사회에서 불이익을 받는다는 경험을 했다. 그래서 매우 현실적인 판단에서, 나치의 망령에 사로잡히지 않도록 교육시키고자 노력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일반 국민의 의식 속으로 파고들지는 못했음을 인정할 수밖에 없다.

‘음악 때문에 살았다.’ 혹은 ‘음악만 했다.’ 그렇다. 음악에는 핏자국이 없다. 하지만 거기에 파고들었던 이데올로기의 위력은 아직도 강력하다.


댓글(14) 먼댓글(0) 좋아요(2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다락방 2016-10-11 11: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전부터 느낀거지만 에이바님 넘나 멋져요... @.@

에이바 2016-10-11 14:01   좋아요 0 | URL
아니 이게 웬 칭찬 파티죠? 저도 고백 타임에 동참♬ 헿.... 다락방님 제가 먜니 섀럥햬요(아무도 못 읽었을 거예요!)

다락방 2016-10-11 14:35   좋아요 0 | URL
어머! 정말 아무도 못읽었을 것 같아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물고기자리 2016-10-11 11:4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에이바 님 넘나 멋져요^^ (다락방 님은 또 다른 느낌으로 멋진 분 ㅎ)

에이바 님이 늘 열독하신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요즘은 쓰는 것에서도, 독서의 반짝거림에 동참하고 싶어지는 열기가 느껴집니다! ㅎ

다락방 2016-10-11 12:01   좋아요 0 | URL
이렇게 뜬금없는 제 칭찬이라니 ㅋㅋㅋㅋㅋㅋㅋㅋ 넘나 좋구요! ㅎㅎㅎㅎㅎ

물고기자리 2016-10-11 12:39   좋아요 1 | URL
다락방 님은 솔직하고, 당당하게 살아가는 모습 그 자체로 멋진 분이죠^^

읽고, 말하고, 먹고, 사랑하는, 움직이는 책 같은 분이요!! ㅎ

에이바 2016-10-11 14:05   좋아요 0 | URL
물고기자리님 요즘 칭찬 많이 해주셔서 제가 힘이 납니다! 물고기자리님 말씀만 생각하면 꿈도 안 꾸고 잠이 솔솔 와요. (저의 드림캐처♡)

물고기자리님 글도 많이 읽고파요. 좋은 일만 가득해서 다시 독서할 여유를 찾으시길 바라요.^^

다락방 2016-10-11 14:34   좋아요 0 | URL
여기(에이바님 서재) 정말 아름다운 곳이네요. 제가 이런 아름다운 칭찬도 듣게 되다니... 아.. 세상은 정말 한 번 살아볼 만한 곳이에요!! 샤라라랑~ 하트파티 ♡♡♡♡♡

단발머리 2016-10-11 11: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아주 옛날부터 느낀거지만, 에이바님, 다락방님, 물고기자리님~~
넘나 멋져요~~
제가 사모하는 분들이 한 자리에 모여 계셔 제 소박한 고백을 놓고 갑니다. (부끄)

물고기자리 2016-10-11 12:47   좋아요 0 | URL
단발머리 님 감사합니다^^

뜻밖의 애정에 몸 둘 바를 모르겠네요 ㅎ

단발머리 님이야말로 책을 통해서도 결국 사람을 발견하고 사랑하는 능력을 지닌 멋진 분이라 생각합니다.

책도 좋지만 이렇게 책을 읽는 분들의 이런저런 좋음 때문에 알라딘을 찾게 되는 것 같아요. 어디서든 사람을 발견하고 읽는 기쁨 때문에요^^

(이 뜬금없는 댓글들이 에이바 님의 글과 겉돌지 않았으면 싶어요;;ᄒ)

단발머리 2016-10-11 13:21   좋아요 0 | URL
저는 알라딘 글을 다 읽지는 못하는데 물고기자리님 글을 정말 좋아합니다.
혼자 물고기자리님 글에 `좋아요`만 누르다가 에이바님 방에서 냉큼 욕심을 내보았어요. (에이바님은 저의 애정행각을 이해해주시리라 믿습니다.^^)

에이바 2016-10-11 14:09   좋아요 1 | URL
어제 오늘 무슨 날인가요? 오늘 독자인 제가 계 탄 날 같아요. 평소 쓰신 글들을 열심히 읽고 있는데 제 서재에 와 주셔서 좋은 말씀 나누시니 그저 신납니다. 지금 입꼬리 못 내리고 잇몸 말라서 미스트가 필요해요! ㅋㅋㅋ 우리 칭찬 많이 해서 서재마을 북적북적하게 만들어 봐요 ㅎㅎ

yureka01 2016-10-11 12: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악은 죄가 없죠..음악을 철저히 권력에 이용하려던 악마같은 놈들이 유죄일뿐이죠...

에이바 2016-10-11 14:19   좋아요 0 | URL
이 글을 읽으면서 문화정책이 정말 교묘하다는 걸 알았어요. 절멸수용소 운영도 그랬지만 나치의 정책들은 아주 세밀하게 직조된 상품 같달까요. 어떤 정책의 기조를 세우고 입안할 적에도 그 의도가 무엇인지를 잘 살펴야겠더라고요. 예술에는 죄가 없지만.... 창작자와 그 작품을 따로 평가할 수 있는지도 생각해 볼 문제인 듯 해요. 과연 우리가 순수하게 예술만을 즐기며 감탄할 수 있을까요? 어용예술가나 사회적으로 도덕적 물의를 일으킨 예술가들 요즘엔 예술의 범위가 넓어져서 많은 부분이 포함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드네요. 시의 세계를 확장시킨 광고라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