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도 벌써 반이나 지나가 버렸다. 틈틈이 체크한 신간 중 관심이 가는 다섯 권만 추려보았다.



나눔의 세계: 알베르 카뮈의 여정 / 카트린 카뮈


알베르 카뮈의 친딸 카트린이 펴낸 책으로, 아버지의 창작활동을 더듬어가며 영감을 준 원천등을 들여다보는 책이다. 카트린은 카뮈의 유고 원고였던 '최초의 인간'을 정리해 펴냈으며 지금도 아버지가 살던 집에 거주하며, 그가 남긴 작품들을 관리하고 알리는데 힘쓰고 있다. 이 책을 구성하고 있는 자료들은 카뮈의 여행 수첩과 사진들, 원고, 서한 등이며, 카뮈의 작품과 경향을 알아보기 위해 세 공간으로 나뉘어 소개되고 있다. 지중해, 유럽, 세계이다. 카뮈가 속했고, 지나쳐온 세계에 따른 그의 사유의 여정을 보여줄 수 있도록 편집되었다. 카뮈 전집을 한국에 소개한 고려대 김화영 교수의 번역이다.





샬로테 / 다비드 포앙키노스


2014년 프랑스 르노도 문학상, 2014년 공쿠르 데 리세앙(고등학생이 선정하는 공쿠르상) 수상 작품이다. 프랑스인이 쓴 소설인데 왜 샤를로트가 아니라 샬로테인가 했더니, 주인공 샬로테가 독일인이기 때문이었다. 독일계 유대인인 샬로테 잘로몬이 스물여섯에, 임신한 몸으로 아우슈비츠로 향해야 했던 비극과 비극만큼이나 찬란했던 그녀의 예술적 재능(회화)을 주목한 작품이라 한다. '시같은 소설, 소설로 태어난 시'라는 광고처럼 소설은 시처럼 씌어졌음을 미리보기를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








와인즈버그, 오하이오 / 셔우드 앤더슨


미국 현대 단편문학의 아버지라 불리는 앤더슨의 대표작이다. 20세기 미국 문학강의에서 '위대한 개츠비'와 더불어 가장 많이 읽히는 작품이라 한다. 헤밍웨이의 하드보일드 문체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었으며, 포크너에 따르면 "우리 세대 미국작가들과 후계자들이 이어갈 미국 문학의 전통을 낳은 아버지"라 한다. 노벨문학상 후보로 꼽히는 아모스 오즈 또한 '와인즈버그, 오하이오'로부터 받은 깊은 영향을 고백한 적이 있다. 산업화가 시작한 마을을 배경으로 현대인의 고독과 소외를 그로테스크와 아름다움으로 그려낸 작품이다.








루미너리스 1,2 / 엘리너 캐턴


2013년 맨부커 수상작인 엘리너 캐턴의 루미너리스 1,2권이 출간되었다. 당시 부커상 역사상 최연소 수상(1985년생)이었기 때문에 부러워하며 기사를 읽었던 기억이 난다. 캐나다에서 태어나 뉴질랜드에서 자랐기에 맨부커 후보에 오를 수 있었다. 소설의 배경은 뉴질랜드의 골드러시 시대인 1960년대이며 살해당한 한 남성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미스터리 역사물이라 한다. 등장인물들은 12지궁과 7개 행성을 대표하고 있으며, 캐턴의 글쓰기는 세라 워터스와 비교되기도 했다고 한다. (빅토리아조 소설을 써서 그런 듯) 1,2권 합쳐 1204페이지인데... 일단 페이지 수에 약간 질릴 듯한 기분이 들긴 한다. 2016년에야 번역이 완료된 것을 보면 꼼꼼한 작업이지 않았을까 하는 예상이고, 역자 이력을 보니 화학생물공학 학,석사를 마치고 번역가로 활동한다고 한다. 독특하다.




내 심장을 향해 쏴라 / 마이클 길모어


새로운 번역으로 재출간된 책이다. 표창원 교수의 추천이라는 문구가 눈에 띄어 살펴보게 되었다. 게리 길모어가 무고한 시민 두 명을 살해하고, 자신을 사형시켜주기를 주장하면서 미국을 충격에 빠뜨린 사건을 재조명한 것이다. 미국에, 사형제도를 부활케 한 게리 길모어의 동생이 쓴 글로, 형의 폭력적 성향이 어디에서 기원한 것인지 길모어 집안의 폭력의 역사를 파헤친 논픽션이다. 일본에는 무라카미 하루키가 소개하였다. 게리 길모어가 사형대에 서서 남긴 말이 "Let's do it."이었고, 나이키의 "Just do it."이라는 슬로건에 영향을 주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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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딩 2016-02-16 17: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아 나눔의 세계!!! 완전 빨리 겟해서 보고 싶네요 :-)

에이바 2016-02-16 17:06   좋아요 0 | URL
그쵸 이 책을 사 보려고 제가 지금껏 통장을 사수했나 봅니다...

초딩 2016-02-16 17: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목 나눔의 세계부터 궁금한데요~

에이바 2016-02-16 17:06   좋아요 0 | URL
제목부터 은혜로워요. 나눔의 세계라니...!

물고기자리 2016-02-16 17:0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귀찮아서 신간 검색 같은 건 못 하는 제겐 꿀 맛 같은 소식이 있네요^^

<나눔의 세계> 장바구니로 가져갑니다!! ㅎ

초딩 2016-02-16 17:10   좋아요 1 | URL
에이바님 댓글에 저랑 물고기자리님이랑 엄청 바빠졌어요~ 즐겁게 ㅎㅎㅎ

에이바 2016-02-16 17:16   좋아요 2 | URL
신간 목록에서 보고 눈이 휘둥그레졌다는 그런 거죠! 어차피 전집 읽기는 오래 걸릴 것 저는 이 책 일단 보려고요 ㅋㅋ

단발머리 2016-02-16 18: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어제 주문한 책이 지금 집으로 오고 있단 말이예요. 카뮈 새 책 어쩌나요.. 엉엉..

에이바 2016-02-16 19:45   좋아요 0 | URL
단발머리님. 어차피 우린 망했어요... 우리가 서점 블로그에 머무르고 있다는 점에서 이미... ㅠㅠ

cyrus 2016-02-16 18:1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카뮈는 어떤 각도로 찍어도 간지나는군요. 뮈간지입니다. ㅎㅎㅎ

초딩 2016-02-16 18:18   좋아요 0 | URL
ㅎㅎㅎ cyrus 님 댓글에 엄지 척입니다

에이바 2016-02-16 19:45   좋아요 0 | URL
저런 외모에 저런 능력을 가지고 태어난 사람은 도대체 세상이 어땠을까요 ㅋㅋ

수이 2016-02-16 18: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눔의 세계 엄청 끌리는걸요.

에이바 2016-02-16 19:46   좋아요 0 | URL
그쵸~ 요즘 김화영 교수님 작업물이 많이 나오고 있어요. 새로운 카뮈 글들은 무엇이 있을까 이런 생각도 해요. ㅎㅎ
 


저는 아티초크에서 나오는 ‘빈티지 시선’을 좋아하는데요. 이 출판사를 어떻게 알게 되었는지 예전에 포스팅 한 적이 있습니다. 현재까지 출간된 시집을 모두 가지고 있는데 제가 사 모으기도 했고, 감사하게도 출판사에서 보내주신 책도 있어요. ‘아티초크 빈티지 시선’이 좋은 이유는 그동안 쉬이 접하지 못한 시인들의 작품을 출간하기 때문인데요. 시인들의 작품은 이해를 돕는 해설, 삽화와 함께 감각적이고 세련된 표지로 완성됩니다. 시는 어렵지만, 읽으면 지적 고양감도 느껴지고 솔직히 말씀드리면, 허세부릴 때도 좋아요. 책장에 꽂아두기만 해도 마음이 흐뭇합니다. 아주 예뻐요.

 

표지는 세 버전으로 나오는데요, 인터넷 서점에서 구매할 땐 랜덤으로 배송되지만 아티초크 스토어에선 직접 선택할 수 있습니다. 저도 처음엔 아티초크 스토어에서 구매했지만, 서점에서 랜덤으로 보내주는 표지를 기다리는 것도 좋더라고요. (첫 시집을 살 때는 아직 인터넷 서점에서 판매하지 않기도 했어요. 지금은 5대 인터넷 서점과 아티초크와 제휴를 맺은 북카페, 작은 서점에서도 구입할 수 있습니다.)


아무튼 이 글을 쓰는 이유는 오랜만에 출판사 블로그에 갔다가 좋은 소식을 들었기 때문입니다. 아티초크에서 출간된 보들레르의 『악의 꽃』이 10개월 만에 3쇄를 찍었다고 합니다. 판매량이 곧 1만 부가 된대요. 이번에 나오는 3쇄는 편집과 구성, 번역이 다듬어지고요. 그래서 『악의 꽃』 1쇄와 2쇄를 가지고 있는 독자를 대상으로 3쇄 증정 추첨 이벤트를 한다고 합니다. (이벤트 안내는 아래를 참고하세요)


시집을 가지고 계신 분들은 응모하시면 좋겠고, 그렇지 않으신 분들은 새로운 버전으로, 이번에 마련해 보시는 게 어떨까 합니다. 소식을 전하는 김에 제 것도 한 번 찍어봤어요. 『쇼팽 노트』에서 앙드레 지드가 말하길, 쇼팽의 작품들은 보들레르의『악의 꽃』에 비견할 만 하다고 했거든요. 그래서 함께 찍어봤습니다. 강렬한 표지 A. 1쇄입니다.




아, 번역 후기에도 씌어 있지만 공진호 번역가가 불어를 구사하기 때문에 중역이 아니에요. 궁금해서 출판사에 문의하기도 했었는데... 해설도 상세하고 참 좋습니다. 대산문학총서에서 나온 『악의 꽃』보다 쉬이 읽힙니다. 지난 포스팅에서는 대산에서 나온 버전이 더 좋다고 했는데 계속 손이 가는 건 아티초크의 시집이에요. 이렇게 끝내면 섭섭하니까 제가 좋아하는 시도 한 번 소개해볼게요. 「포도주의 영혼」과 함께 실린 삽화입니다.


 

-카를로스 슈바베의 삽화 「포도주의 영혼」이 실린 『악의 꽃』은 제네바 도서관에 한 부 남아 있다고 합니다. 출처: https://commons.wikimedia.org/wiki/File:L%27Ame_du_vin.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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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도주의 영혼

L'Ame du vin

 

어느 날 밤, 포도주의 영혼이 휴대용 술병 속에서 노래하고 있었다.

“오, 인간이여, 친애하는 가난한 사람들이여! 나, 너희에게 노래하노니,

진홍빛 밀랍으로 밀폐된 유리 감옥에서 부르는

이 노래는 빛과 동포애로 충만하도다.


나는 내 인생을 창조하고, 내게 영혼을 부여하기 위해

불타는 듯 뜨거운 언덕에서 얼마나 많은 수고와

땀과 강렬한 햇빛을 필요로 하는지를 알지만,

보람을 느끼지 못하거나 악의를 품지 않으리니,


나는 노동으로 지친 사람의 목구멍 속에 빠질 때

무한한 기쁨을 느끼기 때문이다.

사람의 따뜻한 가슴속은 쾌적한 무덤,

나는 추운 저장실보다 거기가 훨씬 더 좋다.

 

너희는 주일(主日)에 울려 퍼지는 단조로운 노래와

내 두근거리는 가슴속에서 속삭이는 희망의 소리가 들리는가?

너희는 테이블에 팔꿈치를 얹고 소맷자락을 걷어붙이고

나를 찬양하고 만족해할 것이며,

 

나는 너희로 기뻐하는 아내의 눈을 빛나게 해주고,

너희 아들의 힘과 혈색을 회복시켜 주고

인생이라는 저 허약한 운동선수에게는

격투사의 근육을 단단하게 해주는 기름이 되리라.

 

신의 식물성 양식, 영원한 파종자가 뿌리는

소중한 씨앗, 나는 네 안에서 죽으리니,

우리의 사랑에서 시가 돋아나, 신이 보기에

희귀한 꽃으로 두드러지게 하기 위함이라.”


번역: 공진호


 

 

위 시의 불어 원문과 영문 번역(두가지 버전)을 보시려면

http://fleursdumal.org/poem/192 


이벤트 응모는 출판사 블로그에서 받고 있습니다.

http://blog.naver.com/artichoke_kr/220619152107

 



이벤트 안내


 

 대 상 

《악의 꽃》 1쇄 또는 2쇄를 가지고 계신 독자

 

 방 법 

1. 먼저 이 포스트를 전체공개로 스크랩해 주세요.

2. 가지고 계신 《악의 꽃》 사진을 포스팅합니다.

3. 2의 링크를 댓글로 알려주시면 참여가 완료돼요

 

 당첨자 발표 

총 3명, 2월 12일 (금)

 

당첨되신 분들께는

#NewEdition 《악의 꽃》(증정용)을 나눔합니다.

  


 하나 더! 

3가지 표지 중 마음에 드는 표지로 선택가능해요.

NEW 《악의 꽃》을 기존 것과 비교해보는 재미를

맘껏 누리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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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장소] 2016-02-10 11: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티초크 저도 맘에 들어 계속 찜 ㅡ하는중...ㅎㅎㅎ

에이바 2016-02-11 18:33   좋아요 1 | URL
그렇죠? 한번씩 쓸어보는데 그냥 막 뿌듯하고 그래요.

[그장소] 2016-02-11 21:54   좋아요 0 | URL
초판이 ...없단게 아쉽다는!!!

cyrus 2016-02-11 19: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슈바베가 상징주의 화가라서 환상적인 분위기가 있는 그림을 많이 그렸습니다. 그런데 그가 그린 삽화를 보자마자 괴랄한 느낌이 들었어요. 팜므 파탈 이미지는 잘 살렸는데, 여인의 자세가 영 불편해 보입니다. ㅎㅎㅎ

[그장소] 2016-02-11 21:55   좋아요 0 | URL
어휴...파탈적 자세...^^

에이바 2016-02-12 10:01   좋아요 1 | URL
포도밭에서 포도주의 영혼이 노래하는 삽화... 저는 1900년에 나온 삽화이긴 해도 꼭 벗겨야 했나 뭐 그런 생각을ㅋㅋㅋ 포도주가 머리에 흐르는 것 같지 않나요? ^^

[그장소] 2016-02-12 13:15   좋아요 0 | URL
에이바 ㅡ옷을입운 포도영혼은 ㅡ정령 ..좀 그런데..하긴 포도밟기하는거보니 탈의를 하지않아도 긴 장화면 되던데..장화없던 시대엔 어쨌을지..온도 땜에..괜찮은지..
 

글에 대한 생각은 항상 어느 선에서 멈춰버리는 것 같다. 뻗어나가는 생각을 막아버린다고 할까? 생각이 겉잡을 수 없이 전개되는 상황, 통제할 수 없는 상황이 발생할까 하는 두려움 때문일 것이다... 얼마전 모님의 글을 읽고 댓글에다 나도 모르게 진한 감동을 표현한 적 있다. 생각해보니 한, 두분이 아니다. 이런... 혹시 이 글을 읽고 나인가? 생각하신 분이 있다면 네, 맞아요. 당신입니다! 잇츠 유! 약간 이야기가 새는 것 같은데 그 댓글에서 '읽히지 않는 글은 의미가 없는 것인가'에 대한 물음을 던졌다.


왜 그런 생각을 했느냐 하면 학부시절이니 한참 전인데 마지막 학기에 한국문학의 이해던가 하는 교양수업을 수강했었다. 어떻게 보면 내 의지와 상관없는 일이었는데 나는 그 수업에서 '문학'을 직접 대면하는 경험을 했다. (그러고도 한참 후에야 책을 읽기 시작했지만) 처음으로... 소설이 무엇인가, 문학이 무엇인가에 대한 명제를 고민해 본 것이다. 학문이 빈곤하니 의견 역시 빈곤하였고 지금도 마찬가지이지만- 그때 교수님께서 던지신 질문이 아직도 생생하다.


"소설, 아니 문학이라고 명명할 수 있는 순간은 언제부터인가?"


이 질문에 이어진 말씀이, 젊은 시절에 자가출판으로 시집을 낸 적이 있고 지인들과 나눠 가졌다는 것이다. 수십년 전이니, 밝히지 않으면 아무도 모를 거라고. 이럴 경우에도 이 작품은 문학으로서 기능하는 것인가? 널리 알려지진 않았으나 실물로서 기능하는 작품이 있고, 작가와 독자가 생겼으니 그렇다, 문학이라고 하자. 그럼 조금 더 극단적으로, 원고를 출판하지 않은채로 서랍에 묵혀두었다고 생각해보자. 이런 경우에도 이 작품이 문학이라고 할 수 있을까? '출판'의 과정을 거치지 않았고, 제1독자인 작가 외 다른 독자가 없다. 일단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을 보류하고, 이 '서랍 속 작품'이 다른 이에게 발견되어 읽히는 순간은 어떨까? 출판된 출간물이 아닌, 원고 상태로 말이다. 문학이 맞는가? 


작가가 쓴 글의 제1독자를 작가 자신으로 하고, 제2의 독자가 나타나면 그때부터 글이 문학으로 기능할까? 일단 내 생각에 출판된 글은 원고상태를 벗어났으므로 문학으로 보는게 맞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원고 상태의 글(독자가 생긴 글이 있고, 독자가 생기지 않은 글 두 가지의 형태)은 글쎄, 모르겠다.


글이 조금 복잡해졌다. 다시 예를 들어 보면, 작년에 비비안 마이어의 필름이 발견되면서 많은 이들이 감동하게 되었는데... 여기서도 여러 경우의 수를 생각해 볼 수 있다. 내 기억이 맞다면 비비안 마이어는 창고 유지비를 내지 못해서 필름을 팔아야 했는데, 만약 마이어의 필름이 창고에 계속 남아있었거나, 마이어 스스로 처분해버렸다고 생각해보자. (이 경우 사진을 본 사람은 작가밖에 없음) 작품인가?


-----여기서부터 음주 페이퍼입니다.... 취하는군요-----


마이어의 경우에는 어쨌든 그녀의 작품이 인화되어 책으로, 영화로 제작되면서 널리 알려졌다는 것이다.... 예전에 제인 오스틴 페이퍼를 쓰면서 이런 얘기를 한 적이 있다. 분명 우리나라에도 이러한 '한국(혹은 조선 혹은 고려)을 대표하는 여성 작가'가 있었을 터인데 (있었으면 좋겠다고 희망한다/ 신사임당 제외) 왜 원고가 발견되지 않는거야 이런 뉘앙스로 말이다. '발견'되지 않은 원고나 필름의 경우 이것이 어떤 예술작품으로 기능할 수 있는지 없는지에 대한 생각은 결론이 나지 않는다.


왜 이런 얘기를 하느냐면... 최근에 글이 잘 써지지도 않고 무엇보다 책이 재밌게 읽히질 않기 때문에 쓸데없는 생각을 좀 했더랬다. 리뷰에서도 왠만하면 사생활 혹은 개인적 소회를 밝히지 않으리라 다짐했으나 (물론 남몰래 다짐했다...) 뜬금 고백을 하는 이유는 어제 오늘 올라오는 글을 보면서 의견을 조금 밝혀보리라 하는 생각이 들어서이다. 어제 페이퍼에도 나는 나를 위한 글을 쓴다고 했지만 그것과 상관없이 지금 상황은... 아아 내 글도 이렇게 평가될 가능성이 있는 거구나. 스스로에게 그리고 이웃도 편애하며 (죄송합니다 시간상 모든 분의 글을 체크할 수가 없어서....) 글을 읽는 나인지라 이런 가능성을 생각하지 못했다. 대체로 댓글로는 칭찬을 많이 주시고(감사합니다) 말이다. 나 역시 좋은 얘기만 하고 싶다. 일단 서재활동이 취미이기도 하고, 내 생각에 멋진 글엔 나도 모르게 감탄과 좋아요를 누르게 되고 이건 좀 아닌데 싶은 글은 취향을 존중합니다...라는 입장으로 그냥 넘어간다. 프로가 아니기 때문이다. 독자인 나도, 작가인 그분도. (프로셨다면 죄송합니다...)


암튼 독서 취향의 세계는 넓고도 깊은 것이라 같은 글을 읽을 확률은 많지 않다고 생각하고(인기작 등 특수상황 제외), 같은 텍스트를 읽고도 다른 생각이 나오는 것은 당연하며, 이 역시 콘텐츠적 다양성을 위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콘텐츠적 다양성에 대해 조금 얘기를 해보자면 오늘 모님 페이퍼에서 타 사이트로 옮길까 생각했다는 글을 읽었다. B사이트는 모 포털 블로그(지금은 정리함)를 통해 '오늘의 책' 소개를 의뢰했으며 적립금을 약속했다. 그 사이트에 가입인 안 돼있던 나는 앗싸 땡큐 베리감사하는 기분으로 가입했고 적립금을 받았다. 자연히 그동안 작성한 리뷰를 올리면서 적립금도 탔다. 왜 그럴까? 유저 콘텐츠 때문이다. 작년 통계를 보니 우리나라 성인 기준 1인 독서량이 평균 9권 정도라고 한다. (정확하지 않음) 안 그래도 독서인구가 적다고들 하는데 도서정가제가 시행된 이후론 그 수가 뚝 떨어졌을 것이다. 그렇다면 대한민국의 독서인구는 과연 얼마나 될까? 그 중에서 리뷰어는 얼마나 될 것이며, 많은 블로그 중에서도 4대 서점(보통 알라딘, K, Y, I를 꼽는다)에 둥지를 틀고 활동하는 사람들은? 


여기서 말하는 유저 콘텐츠란 물론, 리뷰다. 알라딘에는 페이퍼가 있어서 상품정보 하단을 통해 다양한 종류, 형태를 시도하는 글이 떠서 좋지만 대부분의 서점에서는 리뷰, 100자평 정도가 다인 것 같다. (물론 페이퍼 형태의 글을 쓸 수는 있지만... 상품 페이지에 노출되는지는 모르겠다.) 다시 B사이트의 얘기로 돌아와서... 내가 그 사이트에 가입한 이유는 적립금을 받기 위해서였다. 글도 이미 써둔 거였고, 오늘의 책으로 소개된다니 우쭐해진 기분도 들었다. (자랑 아니라 솔직한 맘을 털어놓은 것이에요... 자랑으로 받아들이지 말아주세요...) 완전 나의 궁예지만 B사이트 입장을 생각해보면, 나라는 인력 하나로 콘텐츠가 적어도 30편 정도는 생긴 것이다. (리뷰를 몇 올렸는지 모르겠는데 기억에 상당히 많이 올린 듯) 나도 좋고 사이트도 좋고. 완전 꿩먹고 알먹고 아닌가 그런 생각이다.


알라딘 역시 마찬가지로, 나는 북플을 통해 열심히 활동하기 시작했는데 정확히는 모 출판사 서포터즈로 활동하면서부터였다. 하지만 북플이 나를 서재로 인도하였으며 다양한 분야 덕력이 상당하신 알라디너들께 감화되어 이 곳에서 (아무도 모르지만 나만의 경쟁을 불태우며) 리뷰를 쓰기 시작했다. 북플에 대해서도 한마디 하자면... sns의 특징이 휴대폰 안에 어플로 자리하면서 금방 확인하고 지우고 하는, 단문들이 활성화되는 것이다. 140자 트위터가 대표적이고, 내가 꾸준히 활동하는 (눈팅) 타 커뮤니티들에서도 발견할 수 있는 변화이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북플을 통해 별점을 매기고 짧은 감상을 남기시는 분들은 시대적 변화에 발맞추고 있는 셈이며, 알라딘의 입장에선(이 역시 저의 궁예) 콘텐츠 활성화에 기여하고 있는 것이다. 


음주페이퍼인데 잘 써지고 있는지 모르겠다.


왜 이런 얘길 하냐면 정확히 내가 열심히 활동하게 된 계기를 밝히려는 거였는데, 아마 제인 오스틴 페이퍼가 시작이었던 것 같다. 그토록 많은 좋아요와 댓글을 받아본 적이 없고 나는 너무너무 행복했다. 내가 좋아하는 글에 공감하는 분들이 이렇게나 많고 나 홀로 덕질이 보상받는 기분이 들었다고 할까 감격스러웠는데... (참고로 저는 북플로 몇번 글 쓰다 날린 이후론 PC 서재로만 작성합니다...)  거기에 그 다음달인가 제인에어 페이퍼가 당선작으로 뽑혔다. 뉴비라서 내가 뽑힐 줄은 생각도 못했는데 이게 또 동기부여가 되는 것이다. 내가 좋아하는 글을 쓰고 피드백 받으니 좋고(대체로 칭찬이라 더 좋음) 잘하면 적립금 받아서 덕질(책 모으기)할 수 있어서 좋고 꿩먹고 알먹고 베리굿베리굿... 그렇다면 과연 내 글은 당선작으로 뽑힐 가치가 있는 글이었을까? 잘 모르겠다. 솔직히 말하면 뉴비이고 열심히 활동하라는 의미에서 뽑아준 것 같다. (이때는 당선작이 어떤 시스템인지 알라딘 화제의 글이 어떻게 뽑히는지도 몰랐다) 더 솔직히 말해서 졸작도 뽑혔다고 생각한다. 정말 잘 쓴 글은 글쎄 있나? 반쪼가리 자작 리뷰는 왜죠 하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무를 수 없어요... 적립금 벌써 쇼팽 책 사고 다 썼지롱! 죄송해요 기분은 좋았어요.


1년도 채 활동하지 않았고, 어떤 커뮤니티이든 꾸준히 활동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기에 이 알라딘 서재에서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조심스레 얘기해보면... 과거 리뷰들을 보지 않았고, 볼 여력도 없기에 현재 당선작 글들의 퀄리티와 비교하긴 어렵고(심지어 평소에 당선작 글들을 찾아 읽지도 않네요. 죄송합니다....) 현 당선작의 퀄이 정말로 떨어졌느냐 하는 건 모르겠다. 하지만 현재 타 사이트 당선작들과 비교해서 퀄이 차이가 나느냐 하는 것은 말할 수 있다. 주관적인 의견이지만, 결코 떨어지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대체로 알라딘 당선작들은 분량과 글의 전개과정이 좀 자유롭다고 해야 하나 그런 느낌을 받았다. 무엇보다도 공감과 댓글이 활발하다는 특징이 있다. 최근에 관심있게 봤던 B사이트 당선작은 대체로 간결하다. Y는 가끔 확인하는데 거기 글들도 좋다. 쓰고 보니 관찰력이 엄청 부족하네... 보통 좋다~ 음 별로인가 하고 넘어가는 편이라... 사실 이런 비교 자체가 어떤 면에서는 무의미하다고 생각한다. 앞에서도 얘기했듯이 대한민국 현재 독서인구의 수가 얼마나 될 것이며, 각 인터넷 서점별로 활동하는 리뷰어도 상당 겹치는 구석이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가끔 아니다 싶은 글들은... 분발하라는 의미에서 선정됐다고 보면 어떨까 한다. 나 역시 그 덕에 신나서 글 쓰고 했기 때문에... 그렇다고 내 글들이 좋다는 건 아니고 어쩌면 변명일지도 모르겠다. 퀄이 떨어지는 글들로 당선금을 받아서, 어떻게 보면 퀄리티 저하(?)에 동조한 셈이기 때문에...  


의식의 흐름대로 작성하고 있는 것 같은데 다시 '문학이라고 명명할 수 있는 순간'으로 돌아와서...


나는 글을 쓴다. 그것도 책을 읽고 리뷰를 쓴다. 그런데 그 리뷰를 블로그에 올린다. 그 글은 비공개가 아니라 공개이다. 글을 올리는 공간은 인터넷 서점에서 제공하는 장소이며, 그렇게 하는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는데 그중에서는 독자를 원하는 마음도 포함된다. 그렇다. 나는 누군가가 내 글을 읽어주면 한다. 동시에 읽지 않아주었으면 한다. (모순이죠? 근데 제맘이 그래요...ㅋㅋㅋ) 내 글을 읽고 공감을 눌러주면 좋겠다. 동시에 눌러주지 않고 가버리면 좋겠다. 댓글을 달아주면 좋겠다. 때로는 무플이면 좋겠다. 칭찬이면 좋고 어떤 때는 악플이라도 달렸으면 좋겠다. 어쨌든 나는 '등록하기' 버튼을 통해 인터넷 세상에 내 부족한 의견을 '출판'한다. 하지만 내 글은 문학이 아니다. 일종의 작업, 생각의 결과물이고... 공들여 쓰기도 하고 피상적으로 어떤 의무감에 날려쓰기도 한다. 기록이다. 내가 이글을 읽었고, 이때 이런 생각을 했으니 미래의 나는 잘 보아라 흑역사다... 내가 아닌, 제2, 제3의 독자를 통해 그 글은 실체화된다. 이렇게 되면 내 글은 평가를 피할 수 없다... 하지만 난 칭찬만 받고 싶다. 누가 내 글에 너 왜 이렇게 썼어 책임져 하면 조금 버텨보다가 글을 삭제하거나 비공으로 돌리고 싶다. 너 왜 그렇게 멘탈이 약하니 해도 어쩔 수 없다. 음주를 해서 솔직해지는 건지도 모른다. 술깨면 부끄러워서 페이퍼 지우고 모른체 할지 모른다. 그러니까 혹시라도 다른 곳에서 절 발견하시면 모른 척 해주세요. 


문학이든, 리뷰든, 페이퍼든 읽히지 않는 글은 의미가 없는 것일까? 여기서 '읽힌다'는 것은 독자가 없는 글이라는 뜻이다. 동시에 글이 재미없어서, 혹은 논리적이지 못해서 잘 안 읽힌다는 뜻도 된다. 음... 모르겠다. 생각을 글로 쓰건, 그림으로 그리건, 음악으로 만들어 연주하거나 노래하건... 표현의 차이와 방법은 다를 수 있으나 모두에겐 자유가 있다. 개똥철학을 펼치든, 궤변을 늘어놓든 자기 생각을 밝힐 권리가 있다. 하지만 조금 살살 해줬으면 좋겠다. 모두 강철멘탈은 아니니까... 페이퍼 제대로 썼는지 어떤지 모르겠다. 내가 무슨 말을 하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냥 오래 책 읽고 글 쓰고 가끔 당선작으로 뽑혀서 책도 공짜로 사보고 그랬으면 좋겠다. 난 지금 기분이 좋다. 왜 음주 페이퍼를 쓰는지 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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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2-04 23:2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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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바 2016-02-04 23:38   좋아요 2 | URL
댓글 감사합니다... 무플이면 어쩌나 했는데 ㅎㅎㅎ 음주페이퍼 매력있네요 말씀 감사합니다. 님이 쓰신 글 잘 보고 있어요. 모르셨죠?ㅋㅋㅋ

2016-02-04 23:4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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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2-05 00:0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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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16-02-05 00:1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역시 음주페이퍼는 베리베리굿! 난 에이바님 좋아하지롱!

에이바 2016-02-05 14:48   좋아요 1 | URL
훗! 저도 아른님을 좋아한다구요!

2016-02-05 00:2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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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2-05 15:0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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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2-05 00:4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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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2-05 15:2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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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6-02-05 01:0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 저도 음주 페이퍼 쓰고 기분이 좋아졌어야 했는데 자버렸어요...

에이바 2016-02-05 15:27   좋아요 1 | URL
아.. 다락방님... 윗 댓글에서 다락방님의 명언을 얘기했는데 궁금하시죠?ㅎㅎ

다락방 2016-02-05 15:46   좋아요 1 | URL
뭔데요!!!!!!!!!!!!!!

2016-02-05 18:5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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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수철 2016-02-05 10:1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네, (크게) 공개가 된 글이니, 칭찬도 비판도 다 좋게 받아들여야겠지요.^^

근데 글은 지우지 마세요,

에이바 님 글의 팬으로서 부탁드립니다.ㅎㅎ

한달음에 잘 읽었습니다. 에이바 님도 아마, 죽 쓰신 것 같네요. 오늘은 전에 없이 기분 좋은 아침인데 더 기분이 좋아지는 듯요.^^

에이바 2016-02-05 15:30   좋아요 1 | URL
네, 다시 읽어보니 크게 부끄럽지는 않아서 그냥 둘까 합니다... 저만 볼 수 있는 댓글들이 좋아서 더욱요ㅎㅎ 많이 부족한 제 글을 읽어주시는 한수철님께도 감사합니다. 뻘댓에도 성실히 답변해주시고요... 저도 털어놓으니 좀 후련하군요. ^^

2016-02-05 11:0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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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2-05 15:3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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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2-05 14:5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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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2-06 09:3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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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2-05 18:2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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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2-05 18:3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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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2-05 18:2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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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2-05 17:3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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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2-05 16:5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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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2-05 17:0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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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2-05 17:0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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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2-05 17:3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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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2-05 18:0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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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2-05 18:2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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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2-05 18:3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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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16-02-09 20:4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에이바님, 설날 잘 보내셨나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에이바 2016-02-10 01:41   좋아요 2 | URL
서니데이님도 연휴 잘 보내셨어요? 올 한 해도 행복한 일만 가득하시길 바랍니다 ^^

[그장소] 2016-03-16 15: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재미있는 소회 잘 읽고 갑니다.
추천도 좋아요 도 중요합니다 ㅡ만 ,
습관적 누름이 조금 걱정되는 부분 ㅡ
어느땐 ㅡ아 다음에 읽어야지 하고 킵핑하는 심정으로 좋아요를 눌러요.
돌아와서 읽는 ㅡ때는 늘 늦곤하죠...그래도 읽으면 읽었노라 ㅡ어쨌노라ㅡ한마디 남겨야 저는 맘이 편해요..그저 그렇단 겁니다.
말없는 동감 ㅡ이조차 없는 때 만큼 힘든건 없지만 ㅡ저역시 ...늘 읽히기 위해 쓸 적보다 ..스스로 위해서 쓰기때문인지..별 생각이 없네요.. (그런데 항상 독백 투의 말이 아닌건 습관 이라는!) 좋은 하루 되세요! 서재로 오랫만에 들어와봅니다.ㅎㅎㅎ

에이바 2016-03-25 18:00   좋아요 1 | URL
댓글이 늦었죠 그장소님, 이제야 알았네요... 읽고 나서 떠오른 생각들, 감정이 사라지기 전에 글을 쓰는게 좋지만 요즘은 그런 경우가 드물어 안타까움이 많답니다. 저는 요즘 서재로 들어와요... 즉각적 반응이 가능한 북플도 좋지만요...

[그장소] 2016-03-25 18:43   좋아요 0 | URL
아 ㅡ알것 같습니다...요즘은 책의 틈들이 자꾸 생각을 물고 와서 ㅡ새끼들을 칩니다.
어느땐 ㅡ술술~ 이야기 자체로도 즐기고 싶다고 생각하는. ..ㅎㅎㅎ
편한 데로 ㅡ하셔요!^^
그게 저도 좋습니다~^^
 

읽기 전 스포주의, 신성모독주의, 디스주의! 

 

밑줄긋기를 하니 한 권이 정리된다. 소제목을 붙여보자면 찌질한 아담, 인류 최초 살인자의 조언, 아버지 그건 비겁한 변명입니다, 카인 재평가, 전형적인 명분론, 디스는 이렇게...가 되겠다. ㅋㅋㅋ

모든 것이 가능하다. 그래, 모든 것이 가능하다. 심지어 목숨을 며칠 더 부지할 수 있게 열매 몇 개만 따 올 테니 에덴동산에 좀 들어가게 해달라고 천사에게 부탁해 보자는 하와의 범상치 않은 생각조차 가능하다. 여느 남자와 마찬가지로 아담은 무엇이 되었건 여자의 뇌에서 태어난 기획이라면 그 성공 가능성에 회의적이었기에 하와더러 실망할 각오를 하고 혼자 가라고 말했다. (...) 미쳤군. 심약한 것보다는 미치는 게 나아. 나한테 불손하게 굴지 마, 아담은 화가 나서 소리를 질렀다, 게다가 나는 심약하지 않고 두려워하지도 않아. 그건 나도 마찬가지니 그럼 우리는 비긴 거네, 더 할 말 없어. 좋아, 하지만 여기서는 내가 명령을 내리는 사람이라는 걸 잊지 마. 여호와도 그렇게 말했지, 하와는 그렇게 동의는 했지만 표정만 보면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사람 같았다. (24,25쪽)

그들을 에덴동산에 들이지 말라는 임무를 맡은 천사 경비원 아자엘은 기독교인 같은 태도로 그들을 환영하고, 먹을 것을 주었으며, 무엇보다도 평생 도움이 될 몇 가지 귀중한 아이디어를 전해주었는데, 이것이야말로 몸, 따라서 영혼의 구원을 위한 진정한 길이었다. 이 부부는 그에게 아무리 감사해도 모자랄 지경이었으니, 심지어 하와는 아자엘을 끌어안고 눈물을 몇 방울 흘리기도 했다. 이런 애정 표시에 그녀의 남편은 몹시 불쾌하여, 나중에 목구멍에서 튀어나오는 그 질문을 누를 수가 없었다, 혹시 그자에게 대가로 뭘 준 거 아냐. 누구한테 뭘 줘, 하와는 남편이 무슨 말을 하는지 잘 알면서 그렇게 물었다. 누구라고 생각해, 그자에게, 아자엘에게 말이야, 아담은 조심스럽게 두 가지 질문 내용 가운데 한 가지는 빼고 말했다. 그분은 천사야, 그룹 중의 하나라고, 하와는 대답했고, 더 말할 필요도 없다고 느꼈다. 어떤 사람들은 이날 진짜로 성의 전쟁이 시작되었다고 말한다. (32,33쪽)

정 그러고 싶다면 노예를 시키세요. 아니, 노예를 보내 죽일 만큼 노아를 경멸하지는 않아. 하지만 나는 노예인데 내가 노아를 죽이기를 바라잖습니까. 그건 다르지, 내 침대에 누운 남자는 노예가 아니야, 아니, 노예일지도 모르지만, 나와 내 몸에만 노예일 뿐이야. 왜 직접 죽이지 않나요, 카인이 물었다. 왜냐하면 그 모든 것에도 불구하고 내가 그럴 능력은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야. 남자는 여자를 매일 죽이는데요, 누가 알아요, 노아를 죽여서 부인이 새로운 흐름을 만들어낼지. (83,84쪽)

하지만 이해해야 한다, 내 아들아, 너한테는 선택권이 없어, 그리고 이제 부탁을 한 가지 해야겠구나, 작은 부탁이다. 뭔데요. 여기에서 일어난 일은 잊자꾸나. 글쎄요, 그럴 수 있을지 자신이 없네요, 지금도 제가 묶인 채 장작더미 위에 올라가 있고, 아버지가 팔을 들어 올리고, 칼날이 번쩍이는 게 눈에 보여요. 그건 내가 아니었다, 나는 제정신일 때는 절대 그런 일을 하지 않아. 여호와가 사람들을 미치게 만든다는 뜻인가요, 이삭이 물었다. 그래, 자주 그러지, 거의 언제나 그러지, 아브라함이 대답했다. 그게 사실이라 해도 손에 칼을 쥔 사람이 아버지라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어요. 여호와는 모든 걸 짜놓으시지, 마지막 순간에 개입하셨을 거야, 실제로 너도 천사를 보았잖느냐. (...) 아버지, 제가 죽었느냐 안 죽었느냐가 핵심이 아니고, 물론 저한테는 그것도 아주 중요한 문제인 게 분명하지만, 우리가 그런 여호와, 바알만큼 잔인한 여호와, 자신의 자식들을 집어삼키는 여호와의 지배를 받고 있다는 사실이 핵심이에요. (99,100쪽)

카인은 살인자일지는 모르나 기본적으로 정직한 사람이며, 릴리스를 만나 여자의 기쁨을 만끽한 방탕한 세월조차, 부르주아의 눈에는 괘씸해 보일지 몰라도, 그의 타고난 도덕적 감각을 바꾸어놓지는 못했다. 그가 용감하게 하나님과 맞서는 모습만 보아도 그것을 알 수 있다. 솔직히 말해, 아직 따뜻한 아벨의 시신을 두고 둘이 토론을 벌였음에도, 여호와는 아직 카인의 그런 태도를 눈치채지 못했지만. (173,174쪽)

카인의 협력은 점점 더 중요해졌는데, 그럼에도 카인이 먼저 움직이고 싶어 하지 않는 것처럼 보이자 노아는 그와 남자 대 남자로서 이야기를 해보기로 마음먹었다. (...) 노아가 말하며 카인에게 다 알지 않느냐는 듯이 한쪽 눈을 찡긋했다. 어르신의 부인까지 포함한다는 건가요, 카인이 물었다. 그래, 꼭 그렇게 해주게. 그 여자는 내 아내니까 내 마음대로 해도 되거든. 게다가 이건 명분도 있으니까요, 카인이 말했다. 신성한 명분이지, 여호와라는 명분일세, 노아도 상황에 어울리는 엄숙한 말투로 동의했다. (202쪽)

너는 진실로 카인, 아우를 죽인 그 비열하고 악한 자로구나. 당신만큼 비열하고 악하지는 않습니다, 소돔의 아이들을 잊지 마십시오. 크나큰 정적이 흘렀다. (20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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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2-03 21:0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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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2-03 22:0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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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2-04 00:4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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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주목 신간 작성 후 본 글에 먼댓글 남겨 주세요.

 

 

캐나다, 리처드 포드 - 2013 페미나상 외국소설 부문, 앤드류 카네기 메달 수상

"나는 우선 우리 부모가 저지른 강도 사건에 대해 이야기할 것이다. 다음에는 나중에 일어난 살인 사건에 대해 이야기할 것이다."

 

난독증을 극복하고 미국을 대표하는 작가, 리처드 포드는 1996년 퓰리처상과 펜/포크너상 수상자이다. 『캐나다』는 2013년 프랑스 페미나 문학상 외국소설 부문에서 수상하였으며 같은 해 앤드류 카네기 메달을 수상했다. 포드는 이 작품을 20년 전에 쓰기 시작했지만 진행되지 않아 원고를 냉동고에 넣어두었다 한다. 20년간 조금씩 써온 셈이다. 뿌리 없는 개인이 겪는 소외와 상실, 슬픔을 사색하는 포드. 미국 몬태나에 살던 평범한 15세 소년은 부모의 범죄로 인해 보호시설에 맡겨지고, 쌍둥이 누나 버너는 달아나버린다. 소년은 국경을 넘어 캐나다 서스캐처원으로 향하고, 그 곳에서 겪게 되는 파란만장한 삶을 그리고 있다.

 

 

 

오에 겐자부로 - 현대세계문학 단편선

"나는 어떤 소설가이고, 어떤 시대를 표현해 왔는가"


『읽는 인간』 이후, 겐자부로의 소설을 읽게노라 다짐했는데 잘 안 됐다. 『개인적인 체험』을 조금 읽다 말았다. 또 마음의 부채가 생기기 시작했는데 다행히 겐자부로가 직접 자신의 대표 단편들을 골라내어 개고한 책이 출간되었다. 겐자부로는 평소에도 퇴고의 중요성을 강조했고, 이 책에 실린 작품들 역시 상당한 수정을 거쳤다고 한다. 보통 이 노작가의 이름을 들으면 장편소설을 떠올리게 되는데, 사실 초기의 단편들이 작품세계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60년 작가 세계를 초기, 중기, 후기로 나누어 접근하는, 오에 겐자부로의 좋은 입문서가 될 것이다.

 

 

 

 

 

쾌락, 가브리엘레 단눈치오 - 을유세계문학

 

이탈리아 유미주의 문학의 기수이며 토마스 만, 제임스 조이스, 오스카 와일드에 큰 영향을 준 단눈치오의 작품이 초역 출간되었다. 『쾌락』, 『죄 없는 자』, 『죽음의 승리』의 장미소설 3부작 중 하나이다. 빌라와 분수와 교회로 이루어진 화려한 로마. 향락적이고 세기말적인 로마 귀족, 사교계의 모습이 그대로 담겨 있다. 소설의 주인공 안드레아는 이탈리아 문학계에 처음으로 등장한 데카당스한 인물이며, 그가 겪는 연애 사건들을 통해 기존 사회의 공허와 쾌락의 지속이 불러오는 파멸을 그려낸다. 주인공의 야망과 이상, 예술적 취향을 묘사할 때 유미주의는 절정에 이르며, 세련된 분위기 속 깊은 심리 표현은 부도덕한 행위들에 공감하도록 만든다. 1918년에 영화로도 제작되었다.

 

 


 

시스터 캐리, 시어도어 드라이저 - 문학동네 세계문학

 

에밀졸라가 꽃피웠던 자연주의는 미국의 시어도어 드라이저에게 와 절정을 이루었다. (여기서 자연주의는 유전·환경결정론 법칙에 따르는 것을 말한다. 『목로주점』 리뷰에서 설명한 바 있다...) 드라이저의 첫번째 작품인 『시스터 캐리』는 19세기 말 미국의 급속한 산업화를 겪는 도시 빈민층과 이민자들의 삶을 그리고 있다. 가난한 이민자 가정에서 태어난 작가의 성장배경과도 무관하지 않다. 출판사들로부터 거절된 원고는 자연주의 작가 프랭크 노리스의 손에 들어갔는데, 다니던 회사 사정이 부재한 틈을 타 날치기 출간(?)을 감행하고 혹평과 비난 세례가 이어진다. 이 사건은 10년간의 절필과 신경쇠약으로 드라이저를 몰고가지만, 오늘날 『시스터 캐리』는 미국 자연주의 문학을 대표하는 걸작이 되었으니 시대의 승리자라 할 것이다.

 

 

 

 


 

1월에 출간된 다른 작품들

 

 

 

 

 


 


엄마를 기다릴게, 스와티 아바스티

 

안타깝게도 이 작품은 2월 출간이라... 다음은 책소개 발췌.

 

가정폭력과 데이트폭력의 문제를 정면으로 다룬 소설로, 가정폭력의 피해자가 또 다른 폭력의 가해자로 성장하는 폭력의 대물림 현상, 학대하는 남성의 곁을 떠나지 못하는 피해자 여성의 의존적 심리 등 폭력의 끈질긴 고리와 피해 당사자들의 분열적인 심리를 촘촘하게 엮어낸 수작이다. 이 작품의 주인공인 열여섯 살 소년 제이스는 아버지의 폭력을 대물림한 자신의 운명과 끈질긴 사투를 벌인다. 아버지라는 폭력의 행위자로부터 탈출하는 데 당당히 성공하고, 삶을 바꾸기 위해, 더 나아가서는 누군가를 또 다른 폭력의 피해자로 만들지 않기 위해 필사적으로 노력한다. 따라서 이 작품은 가정폭력에 대한 이야기이자, 비극을 극복해 나가는 한 인간의 성장기라고 할 수 있다.

 

 

 


 

 

까지를 쓰고, 페이퍼 제목에 대한 내용이다. 신간평가단이 되면 즐겁고 재밌기만 할 줄 알았는데 의외로 부담이 크다. 다른 평가단 분들도 그럴지는 모르겠다. 신간 추천 페이퍼를 작성하면서 맞이하는 기쁨이, 선정도서를 받아 읽고 리뷰를 쓰는 기쁨보다 훨씬 크다. 그 이유는 선정된 도서가 마음에 들지 않기 때문이다... 이제 겨우 네번째 페이퍼이지만, 페이퍼를 쓸 때면 느낌이 온다. 어떤 작품이 선정될지 말이다. 그럼에도 내가 원하는 책만 추천하게 되는 이유는 이 시기 관심사에 대한 기록이기도 하고, 페이퍼를 쓰면서 재미를 느끼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여섯 권을 읽었는데 그중 『카인』만이 내가 원했던 도서였다. 사실은 목록에 올리려던 신간을 구입하기로 마음 먹으면서 다섯권의 추천을 채우려다 보니 그렇게 된 것이다. 최종도서는 두권으로 집계되니 페이퍼에 다섯권을 올려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여튼 이번 달엔 『그들』과 『카인』을 읽어야 했는데 하기 싫은 숙제를 먼저 끝내는 마음으로, 책이 도착한 날부터 틈틈이 읽었다. 특히 『그들』 같은 경우에는 주말 내내 읽었다, 덮었다 했는데 원래 이책, 저책 읽지 않지만 중간에 『카인』을 먼저 읽고 와야 했을 정도였다. 조이스 캐럴 오츠의 소설은 참 이상하다. 이보다 더한 내용, 더 폭력적이고 더 날것인 소재와 표현이 넘치는 작품들도 얼마든지 괜찮았는데... 너무 힘든 읽기였다. 엄청난 현실감이 덮치는 것도 아니고, 지루한 것도 아니었고... 아무튼 평가단 도서가 투표로 선정됨을 알고 있지만 리뷰쓰기가 하기 싫은 숙제처럼 느껴지니까 마음이 좋지 않다. 독서에서 이런 스트레스라니...

 

알라딘에 리뷰를 올리는 것은 순전히 나를 위해서이다. 처음 책을 읽고 리뷰를 쓰기 시작한 것부터가 그랬고, 북플을 통해 알라디너들의 글을 접하면서 자극을 받아 글을 쓰기 시작한 것도 있다. 하지만 내 글이 과연 나만을 위한 것일까? 모르겠다. 솔직히 말하면, 이 글은 어떻게 읽힐까라는 어떤 기대감 없이 글을 쓴다고는 할 수 없다. 하지만 나름의 고민을 통해 글을 쓰고는 있다. 한글/워드 파일 한장에서 한장반, 두장이내로 쓰려고 한다. 분량을 정하니 가장 먼저 쳐내야 하는 것은 인용, 발췌문이다. 예전에는 리뷰에 발췌를 녹여내어 쓰려고 했는데 이제는 그냥 관련된 문장이나, 마음에 오래 남은 표현같은 걸 글에 넣는다. 생략할 때도 있다...

 

리뷰라고는 하지만 얼개를 짜서 칼같이 작성하는 것도 아니고(가능하지만 그렇게까지 할 필요는...) 나 자신을 위한 기록이기에 그냥 되는대로, 떠오르는대로 쓴다. 모든 페이퍼, 리뷰가 다 그렇다. 그중에서도 최근 글들이 유독 그런데, 이러한 글쓰기의 문제점은 당최 무슨 말을 하려는 건지 파악이 안 된다는 것이다. 오로지 나만을 위한 글이기 때문일까. 줄거리 요약에 약간의 감상이거나, 뜬구름잡는 표현만 가득하다는 인상이다. 물론 어떤 글들은 괜찮다. (대체로 내 글을 읽으면 이쯤하면 괜찮지와 엄청 구리다는 생각이 공존한다) 책을 읽고 많이 생각하고 나름대로 배경조사도 한 글들은 확실히 다르다. 머릿속 정리된 정보들이 알아서 떠오르니, 같은 분량이라도 보다 압축적이며 따라서 전달하려는 내용이 명확하다. 대충 쓴 글들은 그때 그때 다르다. 명징한 정신에서는 명징한 표현들이, 흐리멍덩한 상태에서는 흐리멍덩한 글이 나온다.

 

왜 이런 글들이 나올까 생각해보니 생각을 안 하는게 문제인 것 같다. 그렇다. 요즘 나는 생각이 없다. 생각이 없어! 클래식에 관심을 가지면서 서적들을 찾아 읽고 음악만 주구장창 들어서일까? 음악감상 중에도 나름 생각은 하는데... 그냥 과부하인가보다. 왜냐면 이 글을 쓰면서 힘이 빠졌기 때문에... 문제를 인식하면 뭐하나 고칠 생각은 않고ㅜㅜ... 이렇게 페이퍼를 또 얼렁뚱땅 마무리하게 된다. 진짜 내겐 문제가 있다... 근데 신간 추천 페이퍼에 이런 글을 써도 되나? 뭐 어떠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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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6-02-03 11:3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신간 추천 페이퍼에 이런 글 엄청 좋은데요?

저는 그냥 알라딘 페이퍼나 리뷰창 열고 다다다닥 쓰기 때문에 사실 에이포 용지로 몇 장이나 나올지도 모르겠고 또 저마다 분량이 제각각일 거에요. 길게 쓰자 짧게 쓰자 이런 생각 자체를 안하고 쓰기 때문에. 그보다는 오오, 쓰고싶어, 할 때 쓰는 글이기 때문에 항상 내용이 책과는 상관없이 산으로 가거나 이얘기 저얘기 했다가 막 뒤섞이고 그래요.

저의 경우에도 역시 저 자신을 위해서 글을 씁니다. 제가 좋아서 글을 쓰고 또 제가 좋자고 글을 써요. 그런데 제가 좋자고 쓴 글을 읽는 누군가가 좋아한다면 기쁘고요. 전 그냥 그거면 됐다고 생각해요. 딱히 더 바라는 게 없다는. 아 물론, 체계적이고 논리적인 글을 쓰고 싶다는 생각은 있지만 이건 제 영역이 아닌듯요. ㅎㅎ

저는 가급적 책 읽으면서 좋았던 문장들을 죄다 페이퍼나 리뷰에 인용해놓고자 해요. 책을 팔아버리면 책을 뒤적거릴 수가 없기 때문에, 검색이 쉬운 알라딘에 기록용으로 ㅎㅎㅎㅎㅎ


음..제가 너무 고민 없이 글을 쓰나..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너무 즐겁게 쓰기만 하는 건 아닌가, 하고 말이지요. 아무래도 고민하면서 쓴 글이라 그런지 에이바님의 글은 확실히 정리가 되어있는 느낌이에요. 저는 정리가 안되는 느낌이고요.. 역시 그냥 창 열고 다다다닥 써서 그런가.. -0-

에이바님이 쓰신 글을 제가 언제나 즐거이 읽고 있습니다. 응원하고 있으니, 계속계속 써주세요!

에이바 2016-02-03 15:40   좋아요 0 | URL
저도 페이퍼는 대체로 창 열고 후다닥 쓰는데 몇 번 날린 경험이 있어서 리뷰같은 건 워드에다가 써서 옮겨요. 이게 쓰다보니 대충 분량이 가늠되더라고요? 나를 위해 쓰는 글이지만 뭔가 개운하지 못한 것은 잘 쓰고픈 마음이 커서 그런가 봐요. 노력은 안 하고 게으른 욕심쟁이로군요... 흑흑

의식의 흐름대로 글을 쓰니 퀄리티가 저런가봐요. 다락방님은 제 글이 정리가 되어있다고 말씀해주셨지만... 이 글에서도 이말 했다 저말 했다 결국 결론 없이 끝나고 말았어요. 일단 문제점을 인식했으니 좀 더 나아지리라 기대해보지만... 어떻게 될지는 잘 모르겠네요.ㅎㅎㅎㅎ 저야말로 다락방님의 글을 잘 읽고 있습니다. 고맙습니다...

한수철 2016-02-03 12: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글은 문득 제가 신간평가단에서 활동하던 시절의 기억을 떠올리게 해 주네요.^^

말하자면, 저도 예전에 신간평가단(1회, 2회, 3회, 4회)으로 활동했는데

책을 팔려고 해도 도장을 진하게 찍어서 책을 보내 줘서 소소하게 잠깐잠깐 화를 냈던 기억, 기억 말이에요.ㅎ

잘 읽었습니다. 그나저나

앞으로도 이 페이퍼처럼 모종의 사족인 양 내밀한 이야기를 첨부하셔도 좋을 듯요.^^

에이바 2016-02-03 15:43   좋아요 0 | URL
오... 한수철님이 초창기 신간평가단이셨군요. 도장은 좀 예쁘게 찍어줬음 하는 바람이 있어요. 아래에다 찍어줘서 좋긴 한데... 내밀한 이야기.... 부담스럽네요....ㅋㅋㅋㅋㅋㅋ

CREBBP 2016-02-03 21:41   좋아요 0 | URL
요즘 도장을 살짝 찍으신다는.. 여전히 팔아먹지는 못하지만, 꽂아놓을만은 해요. 윗면에 증정도서 진하게 꽂혀있으면 정말 싫죠 ㅎ

에이바 2016-02-03 22:06   좋아요 0 | URL
그쵸... 윗면에 도장 찍힌 거 싫어요. 그런 책들은 어쩔 수 없이 책장에 가로로 누워야 합니다...

맥거핀 2016-02-03 13: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신간평가단에 대한 생각...공감합니다. 사실은 저도 이번 신간평가단에 들어서서는 제가 정말 원했던 책은 선정이 된 적이 없어서 더 그럴지도 모르겠네요.^^ 리뷰 쓰기에 대한 것도 마찬가지고요. 저도 쓸때는 막 분량을 줄여서 깔끔하게 써야겠다, 생각하는데 막상 써놓고 보면 쓸데없는 얘기도 많고 중언부언한 것도 많고...아무튼 (댓글은 여기에 처음 다는 것 같은데..) 에이바님 리뷰 그간 잘 읽고 있습니다. 예전에 (조금 된 글이긴 하지만) 영화 매드맥스에 대한 쓰신 글도 감탄했었는데..

아무튼 그런(?) 의미에서 제가 추천하신 책 중에서 두 권 정도 밀어드리죠. 하하. 뭘 밀어드릴까...될 만한 녀석을 밀어줘야하는데...

에이바 2016-02-03 15:52   좋아요 0 | URL
한번 이런 생각을 하기 시작하니, 부담이 점점 자라더군요. 앞으로 어떤 도서가 선정될지 모르겠지만요. 맥거핀님의 리뷰는 저 역시 잘 읽고 있습니다. 댓글부대 쓰신 글 보고 별점 두개 줄걸 너무 후하게 줬다고 잠시 후회도 했습니다...ㅋㅋㅋ 밀어주시면 감사하죠... 저는 한 권만 꼽자면 캐나다가 되었으면 좋겠는데 좀 힘들 것 같아요. 오에 겐자부로는 어떤가 잠시 꿈꿔보기도 했지만 부담스럽기도 하고, 쾌락 마찬가지이고... 시스터 캐리도 이번에 출간된 문학동네 소설 세권 중에 그나마 괜찮지 않나 해서 골랐는데... 전부 꽝일 것 같은 예감이 듭니다.

제 생각에 이번엔 (제목이 떠오르지 않아요..) 조이 파울러의 유인원 등장하는 이야기와 열린책들에서 나온 스웨덴 할머니 소설이 유력할 듯 하네요.

살리미 2016-02-03 13: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좋아하는 에이바님께 이런 고민이라니 가당치도 않은 듯 합니다 ㅎㅎㅎ

저도 신간평가단 하면 공짜로 책도 보내주고 좋겠다 싶다가도 읽고 싶지 않은 책도 읽어서 리뷰를 써야 한다는게 고역일것 같아 역시 신간평가단은 대단하신 분들이라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제가 좋아서 읽은 책의 리뷰도 쓰기 어려울 때가 있는데 말이죠.
저는 읽은 책에 대한 느낌이나 적어보자고 북플 시작했는데 요즘은 이렇게 막 써도 되는걸까 하는 고민이 됩니다. 제가 좋아서 하는 일이라지만 온전히 개인적인 일만은 아닌것같아서요. 그래서 떠나야 하나 싶다가도 에이바님이나 다락방님, 맥거핀님, 한수철님의 주옥같은 글에 이미 중독되서 헤어나질 못하겠어요^^ 이 글만 봐도 제가 좋아하는 분들이 다 답을 하셨잖아요^^
그러니 에이바님, 힘내세요 힘!! ㅋ

에이바 2016-02-03 16:02   좋아요 0 | URL
독서취향이 다르다보니 이런 일이 생기는 것 같아요. 뭐랄까... 의외의 기쁨이란 게 있잖아요. 예상치 못한 책을 읽으면서 느끼는 즐거움 같은 거요. 지금까지 읽은 책들에서는 발견하지 못해서 그런가 봐요. 스스로 소설 좋아하는 사람이라고 자부했는데 제 독서 편식에 대해 반성하게 됐어요. 즐기질 못하니 글이 저 모양이지(?) 이런 생각도 하고... 여튼 요즘 맘이 붕 떠 있네요. 오로라님 말씀대로 글은 개인적인 것이 아닐 수 있지만, 어차피 나 좋자고 쓰는 것... 막 써도 멋지게 쓸 수 있을 때까지 말이에요. 기억이 안 나서 검색하고 왔는데 공자 말씀에 칠십이종심소욕불유구라고 칠십세에 마음가는대로 행동해도 도리에 어긋나지 않았다고 하잖아요. 그 칠십의 능력이 좀 일찍 찾아왔으면 합니다.....ㅎㅎㅎ

물고기자리 2016-02-03 14: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이런 글이 좋아요^^ 글쓴이의 육성이 들리는 것 같은 글이요ㅎ


지극히 이기적이거나 논리적인 사고를 하는 성향이 아니라서 그런지는 몰라도 제 경우엔 이렇게 글의 형식이나 내용을 생각해본다는 것조차 좋아 보여요ㅎ


저는 일단 글을 쓰기 시작해야만 형식이 만들어지거든요. 인용문의 위치나 내용 역시 전혀 계획하진 않지만 쓰다 보면 그 글들이 스스로 `내가 여기야!` 하는 것 같아요. 이 느낌을 뭐라 설명해야 할지는 모르겠지만요. 그러니까 제 손가락이 제 감정을 대신 정리해주는 느낌이라 어떻게 보면 글을 쓴다는 건 제게로의 여행과 같은 느낌이에요. 그러니 저로선 평가단 활동 같은 건 꿈도 못 꿀 일이죠ㅎ


글을 쓰며 스스로를 정리하는 습관이 오랜 시간 계속 되다보니 일정 시간 동안 어떤 글이든 쓰지 않으면 제 자신과 멀어지는 느낌이거나 뭔가 꺼내놓지 않은 답답함이 밀려오기도 해요;;


아마도 저는 예민한 제 자신을 위해 스스로를 정돈시켜주기 위한 글을 쓰는 것 같아요..


그런데 자신을 위한 글쓰기에선 이런저런 생각이 없을 땐 그 없음을 솔직하게 말하는 게 가장 좋은 글인 것 같아요. 에이바 님의 글에 자신에 대한 물음이 있으니 저도 제게 묻게 되고, 결론적으론 타인에게도 도움이 되고 있다는 거니까요..^^

에이바 2016-02-03 16:50   좋아요 0 | URL
물고기자리님의 심층적인 글쓰기가 어디서 연유한 것인지 이제야 알겠습니다...^^ 리뷰와 페이퍼에서 느껴지는 자신으로의 여행, 독자인 저 역시 느끼고 있답니다. 생각을 글로 옮기고, 그 글이 읽히는 과정에서 획득하게 되는 실체성이요. 자신을 위해 글쓰는 이가 저 혼자만이 아님을 다른 분들의 댓글에서 확인하니 울적한 마음이 좀 달래지는 것 같습니다.ㅎㅎㅎㅎ (이럴 때가 아닐텐데?)

물고기자리 2016-02-03 17:12   좋아요 0 | URL
그러니까 제 감상을(심층적이니 그런 건 빼고^^) 이렇게 깔끔하게 정리하시는 능력!!

그게 바로 에이바 님의 광천수 같은 글의 특징이자 장점인 거죠ㅎ

에이바 2016-02-03 22:07   좋아요 0 | URL
광천수라니... 과찬이십니다 ㅜㅠ 하지만 기분은 좋은 것...!! ㅋㅋㅋ

붉은돼지 2016-02-03 14: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머멋!!! 저는 에이바 님에게 무슨 문제가 있는 줄로 알고 깜짝 놀랬습니다. ^^

저도 사실 아주 오래전에 신간평가단을 2번인가 3번인가 했었는데 한번도 완주하지 못했습니다.
책 읽기 좋아하고 잡글 쓰는 것도 뭐 싫어하지는 않아서 쉽게 해낼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더라구요...
그 뒤로도 공짜책 욕심에 몇번 더 신청을 했는데 역시 불성실한 돼지는 선정되지 않았습니다. ㅎㅎㅎㅎ

에이바님께서 어디에 뭔 글을 쓰신들 무슨 문제가 있겠습니까? 소생은 그리 생각하고 있오이다. ㅎㅎㅎㅎ

에이바 2016-02-03 16:54   좋아요 0 | URL
붉은돼지님도 평가단 선배셨군요... 기라성같은 선배님들의 조언이... ㅠㅠ 그건 그렇고 저는 지금 김칫국을 마시는 중이에요. 다음 평가단에 응모를 해, 말어... 이런 생각....ㅋㅋㅋㅋ 이제야 반 정도 왔을 뿐인데 말이죠. 선배님의 응원 감사드립니다....ㅎㅎㅎ

2016-02-03 21:3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2-03 21:3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2-03 22:14   URL
비밀 댓글입니다.

CREBBP 2016-02-05 14: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상황이 조금 바꼈네요. 현재 11명 포스팅했는데
오에겐자부르가 압승중이고, 러브리플리카 4, 시스터 캐리 4, 나머지는 3정도 되는 것 같아요.
갠적으로 오에겐자부로는 전에 한 번 데어서... 현대문학 단편집이 책은 소장하고 싶은데 1달 내에 다 읽고 리뷰쓰기는 조금 벅차기 때문에. 윤이형과 시스터캐리가 되었으면 하는 바랍입니다.

에이바 2016-02-05 20:57   좋아요 0 | URL
똑같이 두껍지만 오에보단 시스터 캐리가 덜 부담스럽죠. 전 캐나다가 됐음 해서 1순위로 놨는데 어떻게 될지 모르겠네요. 익사 말씀하시는 거죠. 전 다음에 만엔원년의 풋볼인가 그거 한번 읽어보려고요. 겐자부로 소설이 쉬이 읽히는 타입은 아닌가봐요... 윤이형 찾아보니 단편집이네요. 단편이라서 추천에서 뺐었나 봅니다. 같은 단편집인데 겐자부로는 추천하고 한국소설은 빼고... 반성해야겠어요...

비의딸 2016-02-05 16: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읽고 쓰는 걸 좋아하기 때문에 신간평가단을 하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에이바 님의 글을 읽다보니,제가 신간평가단을 포기하지 못하는 것은 공짜책에 대한 욕심과 함께 강제로라도 읽어야겠다는 약간의 강박이 작용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네요. 개인적으로 요즘은 침체기라서 그런지 신간평가단 책이나 책모임에서 읽는 책들에서 별 재미를 느끼지 못하겠더라구요.. 예전처럼 그냥 순수하게 읽고싶은 책을 마구잡이로 읽어야 하지 않을까, 나름 고민하는 시기에 읽은 에이바 님의 글이 가슴에 쏙쏙 와 박히네요. 아아, 다음번엔 신간평가단을 스스로 포기할 수 있을런지 ㅠ.ㅠ

에이바 2016-02-05 21:32   좋아요 0 | URL
안녕하세요 비의딸님. 평가단 활동은 차치하고서라도, 독서욕구가 사그러드는 느낌이라 저 역시 많이 힘드네요. 저는 마스터스 오브 로마 시리즈를 좋아하는데, 마침 2부 3권을 읽지 않았거든요. 그 책을 펼쳐 오랜만에 찰진 독서, 그러니까 확 빠져들어 피안의 세계로 넘어간 듯한 독서를 해 기대감이 컸는데... 다른 책 앞에선 여전히 무력합니다. 제가 고르는 작품들도 그러한데, 앞으로 남은 평가단 활동 동안 여전히 기쁨을 찾지 못한다면 다음 기수는 신청하지 않으려고요. 물론 신청한다고 뽑히는 것도 아니지만요.. 취미도 열정이 있어야 더 즐거워지는데 요즘의 저는 그렇지 않아서 속이 상합니다. ㅜ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