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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론, 예술을 ‘엿먹이다’ - 미술비평은 어떻게 거장 화가들을 능욕했는가?
로저 킴볼 지음, 이일환 옮김 / 베가북스 / 2012년 6월
평점 :
여행을 가면 제일 먼저 박물관과 미술관같은곳을 방문하는 아빠의 영향으로.. 꽤 미술관을 많이 다닌 편이다. 여러규모의 미술관을 다녀봤는데.. 확실히 큐레이터가 안내를 해줄때 무엇인가 더 그림을 이해하는 느낌이 들고.. 내가 이 그림을 감상하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드는건 사실이였다. 그래서 미리 평론가의 글을 찾아보고 미술관을 찾기도 했었다.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며 미술비평이라는 것에 대해서 다시 한번 생각해볼 기회가 되었다. 윈슬로우 호머가 그림을 설명해달라는 부인에게 보낸 편지..
"내가 그린 그림에 대해서 어떤 식으로든 묘사나 해석을 해야만 한다는 사실이 매우 유감이네요. 이 그림의 주제는 그 제목에 들어 있습니다. "
이 편지를 읽고 그동안 내가 얼마나 남의 시선으로 예술작품을 바라보려고 했는지 생각해보게 되었다. 어쩌면 나는 조지디키가 예술작품을 정의했던 이야기중에 하나인..
"대중은 그들에게 전시된 대상을 어느 정도로 이해할 준비가 되어 있는 구성원으로 이루어진 사람들의 집합이다. "
라는 말에 집착하여 예술작품을 보기보다는 이해할 준비만 잔뜩 한것이 아닐까? 어쩌면.. 이 책에 등장한 평론에서 느껴지는 지적허영심이 나에게도 있었던거 같다. 특히 나 역시 반고흐미술관을 찾기전에 [A pair of shoes]에 대한 하이데거의 이야기를 읽었기 때문이다. 머리로 외운 이야기를 친구에게 주절주절 하기는 했지만 내 마음으로 느꼈거나 머리로 이해한 것은 아니였다. 그래서 이 책이 더 재미있게 느껴졌는지 모르겠다. 예술작품을 감상하는건 미적경험을 낳는다는 말도 있다. 거기에 좀 더 포커스를 맞추어 학문이 아니라 감성으로 느껴보는게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책을 읽으며 조금 아쉬웠던 것은.. 도판을 한 곳에 모아놓은 것이다. 덕분에 책을 읽는 내내 그림을 보러 왔다갔다를 반복해야 했다는..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