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잔 술, 한국의 맛 - 알고 마시면 인생이 즐겁다
이현주 지음 / 소담출판사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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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전에는 집집마다 술을 빚었고 그 방식이달랐다고 해요. 말 그대로 가문에 내려오는 비법이 있었던 것이죠. 하지만주식이 되는 곡물을 사용하여 술을 만드는 것이 왕의 명령으로 금해지는 일이 많았고, 이후에 일제강점기를거치면서 거의 사라졌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어요. 저는 수제맥주를 먹으러 다니는 것을 좋아해서 그이야기를 듣고 더욱 아쉬울 수 밖에 없었는데요. 이번에 <한잔술, 한국의 맛>을 읽으면서 아직 우리 곁에 남아있는전통주를 즐겨야 아쉬움을 덜 수 있겠구나 싶었어요.

 농림축산식품부가설립한 전통주 갤러리의 초대 관장이자 전통주 소믈리에이현주는 이 한 권의 책으로 정말 다양한 전통주를 만날 수 있게 해주는데요. 전통주가 간직하고 있는이야기와 만드는 방법 그리고 함께 즐기면 좋은 안주들까지 정말이지 술을 부르는 책이네요. 그 중에 이강주가 있습니다. 술에들어가는 재료를 따서 붙인 이강주, 말 그대로 배와 생강이 들어가고,거기에 울금과 계피 그리고 꿀이 들어간다고 해요. 최남선이 소개한 조선의 대표적인 술 세가지중 하나인 이강고를 이은 술이기도 하죠. ‘한여름 밤의 초승달 같은 술이라는 표현이 너무나 제 호기심을 자극하기도 했지만, 그 병이 마음에들었어요. 저는 술 선물도 자주 하는 편이라서요. 에밀레종으로더 잘 알려진 성덕대왕신종의 모양을 딴 술병은 선물을 하거나 나눠 마시면서도 함께 할 이야기를 더욱 풍성하게 해줄 것 같네요.


 이강주와같은 증류수 그리고 저 역시 즐겨마시는 교동법주와 같은 약주도 있지만 탁주에 대한 이야기도 빠지지 않습니다. 대한민국민속주 제1호이자 전통식품명인 유청길이 만드는 금정산성 막걸리에 동래파전은 정말 환상적일 것 같군요. 책에 소개된 많은 술들을 만나러 여행을 떠나고 싶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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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운의 왕세자들 - 왕이 되지 못한
홍미숙 지음 / 글로세움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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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제왕권 시대에 왕의 아들로 태어난다는 것, 그리고 적통을 인정받아 혹은 여러 이유로 왕세자의 자리에 올랐지만 비극으로 마무리 되었던 인물들의 이야기 <왕이 되지 못한 비운의 왕세자들> 아무래도 폐세자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인물은 사도세자이지만 그는 폐세자가 아니더군요. 후에 복위되었기 때문에 조선 역사에 남은 폐세자는 4명입니다. 그 중 광해군의 적장자 이지가 있습니다. 다른 폐세자들과 다르게 그의 아버지는 왕위를 제대로 지키지 못했기에 그는 죽어서도 제대로 대접받지 못하였어요. 아버지, 그리고 동생까지 왕권을 지켰던 양녕대군의 묘와 비교되어서 더욱 비극적으로 느껴지더군요.

폐세자 혹은 요절하여 왕위를 잇지 못한 왕세자, 왕세손, 황태자의 이야기는 자연스럽게 조선의 역사와도 연결되는데요. 영조의 아들로는 사도세자가 워낙 유명하지만, 그에게는 큰아들 효장세자도 있었습니다. 아들이 10살에 병을 앓다 죽자 영조는 자신의 왕위와 그의 목숨을 바꿀 수 있다며 슬퍼했다고 해요. 사도세자에 초점을 맞추다 보면 영조가 그렇게 잔인하게 느껴질 수 밖에 없어요. 하지만 그의 삶 역시 참 녹록치 않았단 거 같아요. 효장세자는 사도세자가 죽은 후 정조를 양자로 들이면서 왕으로 추존되었습니다. 추존된 왕 중에 의경세자도 있습니다. 병약했던 그가 요절하고, 그의 부인인 소혜왕후 한씨와의 소생인 성종이 왕이 되면서 그 역시 왕이 되었죠. 소혜왕후 한씨하면 좀 낯설지만 그녀가 바로 인수대비였죠. 뛰어난 정치적인 감각으로 빛났던 그녀가 내훈을 썼다니 조금은 아이러니하기도 했었던 기억이 나요. 그녀는 왕실의 최고 어른인 대왕대비로 승하했기 때문에, 특이하게 의경세자의 능은 왕비가 도리어 상석을 차지하고 있다고 해요. 예법을 가지고 엄청난 논쟁을 했던 조선시대에 이때는 논쟁이 없었을지 궁금해지기도 하네요.

평소에 역사에 관심이 많아서인지 이후의 이야기들을 찾아보고 싶어지는 부분들이 정말 많았던 것 같아요. 아무래도 역사는 승자의 기록이기 마련이니, 그들의 이야기는 많이 들어보지 못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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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트] 마이너리티 오케스트라 1~2 세트 - 전2권
치고지에 오비오마 지음, 강동혁 옮김 / 은행나무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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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을 많이 읽는 편이 아니기는 하지만, 누군가 올해 읽은 소설 중에 제일 좋았던 작품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마이너리티 오케스트라라고 답할 것 같네요. 순박하고 행복했던 시골청년 치논소가 사랑하는 연인 은달리를 얻기 위해 온갖 고초를 겪고, 결국 그 마음마저 무너져내리는 슬픈 이야기입니다. 하필 바로 전에 멋진 신세계를 읽었기 때문일까요? 어쩌면 그 세상이 더 나을 수도 있겠다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어요. 그 세상에선 그에게 주어질 수 없는 것을 원하지 않게 해줄 테니, 그는 여전히 자신이 아끼는 새들과 함께 평온하게 살아갔을지도 모르죠.

하지만 그는 사랑에 빠졌고, 그가 사랑하는 여인과 결혼하기 위해 무리한 선택을 반복하다 결국 사랑마저 잃게 되는데요. 하지만 비극속에서 그릇된 선택을 반복한 그이지만, 그에게는 수호령 가 있습니다. 이 책은 치의 입장에서 이야기가 펼쳐져요. 그는 수호령이기에 치논소의 삶을 좌지우지할 수는 없어요. 하지만 그의 가장 충실한 대변자가 될 수 있죠. 때로는 나에게도 이런 존재가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라는 생각이 절로 들 정도로 저를 감동시킨 수호령 는 나이지리아의 전통적인 우주관에서 나온 것이라고 해요. 하지만 우리에게도 그렇게 낯선 존재는 아닌 거 같아요. 모든 사람들마다 깃들어 있다는 그 수호령은 마치 조상신과 비슷한 느낌을 주고요. 그리고 사람이 다른 사람을 해하는 것처럼 큰 잘못을 했을 때 절대 신 앞에서 변호할 수 있는 수호령의 모습은 신과 함께에서 봤던 것과 비슷하거든요.

 책을 다 읽고 다시 제목을 생각하면 기분이 묘합니다. 웃긴 표현일지 모르겠지만 마이너리티는그 수로 보자면 다수이지만 소수자의 입장에 설 수 밖에 없는 수많은 사람들이기 때문이죠. 치논소의 아버지가 마이너리티 오케스트라에 대해서 이야기할 때도 그러하죠. 매의 공격에 그저 당하기만 하는 닭이 그저 소리내어 우는 것 밖에 못한다고 하잖아요. 그리고 이후에 세상에서 소수자일 수 밖에 없는 사람들 역시 그저 우는 일 밖에는 할 수 없다고 말해요. 이런 이야기를 읽으면서 공감하지 않아도 되는 세상에 살면 좋겠지만, 어쩔 수 없이 고개를 끄덕일 수 밖에 없는 것이 속이 상하네요. 그래서 어쩌면 비현실적인 존재 수호령에게 기대고 싶어지는지도 모르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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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진 신세계
올더스 헉슬리 지음, 안정효 옮김 / 소담출판사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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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본주의의 혁신을 이루었다고 일컬어지는 헨리 포드는 경제뿐만 아니라 문화예술에도 큰 영감을 주었던 인물이 아닌가 하네요. 컨베이어 벨트에서 끝없이 생산되던 포드 자동차, 그걸 보면서 찰리 채플린은 모던타임즈’, 올더스 헉슬리는 멋진 신세계를 그려냈는데요. 지독하게 역설적인 표현인 멋진 신세계가 펼쳐지는 세계국은 포드 자동차가 생산되던 그 해를 원년으로 삼고 있거든요. 그리고 그 곳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은 컨베이어 벨트에서 생산되던 그 자동차와 크게 다를 것이 없이 대량생산의 형태로 만들어집니다. 심지어 그들은 만들어질 때부터 이미 등급이 나뉘어져 있고, 그 등급 안에서 자신에게 주어진 삶을 살아가는 인간은 멋진 신세계라는 기계속의 부품처럼 살아가고 있습니다. 멋진 신세계 속의 사람들은 행복합니다. 소마라고 하는 마약이 그들을 행복하게 해주고, 자신에게 주어진 것 외에는 처음부터 꿈꾸지 않아요. 그들의 삶에는 불안도 불만도 없거든요. 물론 어쩌면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과 꼭 닮은 그래서 신세계와 대비되는 그 세상에서 온 야만인 존의 눈에는 더없이 기괴하게 보였겠지만 말이죠.

 아주 예전에 이 책을 읽었을 때의 저는 존의 시선에 공감했었어요. 그런데 지금의 저는 멋진 신세계가 보여주는 세상이 지금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습니다. 그래서 그의 통찰력에 정말 감탄하게 됩니다. 예전에는 SF소설처럼 읽으며 그의 상상력에 감탄했다면 이제는 미래를 예언한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서요. 디스토피아를 그려낸 작품 중에 조지 오웰의 ‘1984’가 있어요. 그 두가지의 세계가 합쳐져서 현대사회의 밑그림을 그려내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합니다. 멋진 신세계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이 완전히 낯설게 느껴지지는 않거든요.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 그래서 그들이 바라는 지극히 세속적인 것만 충족시킨다면 꽤나 행복하다고 생각할 수 있게 된 것이죠. 자본주의적인 행복 어쩌면 쾌락이 모든 것의 중심이 되었다고 할까요? 가치판단의 모든 것은 돈으로 이루어지고 있고, 사람들은 말초적인 자극에 쉽게 반응하고 흥분하고 또 쉽게 잊어버리고 있지요. 사색이라는 것이 너무나 멀게만 느껴지게 되었으니까요. 제가 너무나 비관적으로 세상을 보는지 모르겠어요. 하지만 멋진 신세계처럼 완벽하게 정리가 되지 않은 상태이긴 하지만, 그러한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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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아버지와 꿀벌과 나
메러디스 메이 지음, 김보람 옮김 / 흐름출판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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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족에게 받은 상처는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고 생각해 왔어요. 적어도 저에게는 여전히 가족이고, 그래서 어느 정도는 고착된 관계에 놓여있기에 그 문제를 직면하는 것조차 그렇게 쉽지 않게 느껴졌거든요. 그래서 메러디스 메이의 <할아버지와 꿀벌과 나>를 읽으면서 더욱 감탄했던 것 같아요. 저는 그런 문제들을 그 관계 안에서만 해결할 수 있다고 여겨왔는데, 그렇지 않았던 것이죠. 조금만 마음의 문을 열고 세상을 바라본다면 저에게도 더 많은 기회가 있었을 것 같아요.

 부모님이 이혼을 하고 메러디스는 동생과 함께 외가로 향하게 되는데요. 아빠와 보냈던 시간이 마치 영화 속의 장면처럼 느껴질 정도로 외가에서의 삶은 이전과 전혀 달랐죠. 우울증에 빠져버린 엄마는 자신의 자식을 내버려두고, 자신의 감정 안에 갇혀버렸어요. 그 감정을 갑자기 터트릴 때면 할머니 할아버지뿐 아니라 아이들도 상처받아야 했죠. 할머니 역시 자신의 딸을 돌보느라 소홀한 그 시간을 오롯이 채워준 것은 바로 할아버지였어요. 할아버지는 할머니와 재혼을 하였어요. 그래서 평생 자식을 키우는 일이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뜻밖에 시간을 정말 충실하고 따듯하게 채워주십니다. 마치 할아버지가 키우는 꿀벌처럼 말이죠. 양봉업자인 할아버지는 낡은 군용버스를 개조한 꿀공장에서 작업을 하시는데요. 그래서 원제가 ‘The Honey Bus’인 것이죠. 그 곳에서 그는 자신이 하는 일을 아이들과 함께하며 새로운 세상을 열어주려고 노력합니다. 바로 꿀벌의 힘으로 말이죠. 꿀벌이 어떻게 서로를 돕고, 자신의 역할을 다하기 위해 얼마나 열심히 노력하는지, 자신의 존재보다 큰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견뎌야 할 위험에도 불구하고 얼마나 열정적으로 도전하는지 아이들이 스스로 보고 생각하고 깨달을 수 있게 해주는 것이죠.

 사실 메러디스의 엄마가 간직하고 있던 마음의 상처 역시 정말 큰 것이었죠. 어쩌면 결혼에 실패하고 돌아온 딸을 상처입고 둥지에 돌아온 새처럼 안타깝게 품어주기만 하려고 하는 할머니의 마음이 이해가 될 정도로요. 할머니 역시 어쩌면 피해자일지 모르고요. 하지만 적어도 메러디스는 그 질긴 대물림을 깨고 나올 수 있었는데요. 할아버지의 역할이 정말 컸던 것 같아요. 저에게도 정말 소중한 할아버지들이 계시고, 그 분이 아니었다면 제 삶이 정말 많이 흔들렸을 것을 잘 알기 때문에 더욱 공감하면서 읽었던 책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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