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없으면 내가 없습니다 - 정호승의 새벽편지
정호승 지음, 박항률 그림 / 해냄 / 201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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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가치은 진흙 속 진주를 발견할 때보다 더 귀하고 아름답다.
보석처럼 빛나지 않지만, 그의 책 속에는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인생이 담겨 있다.

정호승 시인의 영혼을 들여다보는 시간,
산문집 <당신이 있기에 내가 있습니다.>는 마치 우리의 영혼의 온기가 따뜻하게 그리고,
살만한 세상속 아름다운 숲을 누군가와 함께 걷고 있는 느낌을 준다.

이시대의 진정한 휴머니즘을 일깨워주는 시인 정호승.
그 이름만으로도마음이 편안해지는 힘은 그의 책을 통해 알 수 있다.

이번 산문집은 마치 소박한 된장찌개에 나물반찬 그리고 따뜻한흰쌀밥을 대접 받은 기분이다.
자극적이고, 화려하기만 한음식이 아닌,
재료 고유의 향과 본연의 맛이 느껴져 조화로운 맛을 느낄 수 있는 시간.
자극적인 감칠맛에 길들여져 재료의 색을 잃어버린 채 조미료에미각이 무뎌진
우리 삶의 단맛, 쓴맛, 짠맛 등 진한 감등을주는 된장찌개 같은 구수함이 느껴지는 책이다.

감히 평가할 수 있는 내공이 아니기에, 그의 인생 철학을 고스란히마음에 담아본다.
삶의 이면까지도 통찰하는 시인 정호승의 이번 작품도 마찬가지로 문장 한 줄 속에 시적 표현이 , 간결하며, 깔끔하게 뇌리게 박힌다. 그의 문장을 읽노라면 생각에서 감탄으로 이어져 가슴 깊이 스며든다.
인간의 정, 삶의 소중함을 느끼게 해주는 이 번 산문집은 숨쉬기 조차힘든 지친 현대인들에게 산소호흡기 같은 존재이며, 긴 한숨으로 착잡한 마음을 달래주려 폐 속 깊숙히찌든 공기를 걸러주는 필터같은 작품이다.

진정 이 책이 주는 진한 감동의 이유는 정호승 시인의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이 현상에만 치우치지 않고
내면의 본질을깊이 일깨워주는 그의 영혼이 고스란히 이 책에 담겨있기 때문이다.
인생의 단면만 보지 않고, 빛과 어둠처럼 양면성을 모두 이해하는 그의배려가 남다르고,
세상의 아름다운 모습만 보기 때문에 아름다운 것이 아니라,
어둠속에서빛을 발견하기 때문에 삶이 더 귀하고, 소중하다는 것을 일깨워주기 때문이다.
바라보는 관점에서 조금만 벗어나면, 내가 놓치고 지나간 사랑 그리고행복을..
그리고 전혀 외롭지 않을만큼
세상은 나를 향해 따뜻한 햇살이 되어준 다는 것을 다시 한번깨닫는 시간이 되었다.

그리고, 박항률 화백의 그림까지 더해져 내용에 따라 내 마음이 곧 화폭의새가 되고, 꽃이되며, 다양한 심정의 여자의 모습으로 투영되어, 글에 생명을 불어넣고 있다.
작가 특유의 색채가 다양한 내면을 느끼기에 충분하고, 묘한 아름다움이느껴진다.
고독하지만, 편안해 보이는 화폭안의 그림이 곧 인생처럼 느껴진다.

이 책은 책 소개에도 안내하 듯 《동아일보》에연재한 칼럼 《정호승의 새벽편지》를 정리하고 새로 쓴 41편을 더해 총 71편의 산문을 엮은 책으로, 그 의 글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세상에 고통 없이 살아가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누구나고통의 과정 없이는 아무것도 이룰 수 없다.
차가운 눈 속에 덮여 겨울을 보내야만 보리밭의 보리도 뿌리를내리고 자랄 수 있고,
눈보라 치는 복풍을 견뎌 내어야만 매화도 멀리 아름다운 향기를 보낼 수 있다.
고통은 인생의 쓰디쓴 국이요. 밥이라는 사실을..
그 국과 밥을 먹음으로써 인생이라는 생명이 유지된다는 사실을…”P. 128
“신이 던진 돌멩이로 빵을 만들어 먹는 인간이 되고 싶다.
쓴맛을 맛보지 못한 사람은 설탕맛을 모르므로 오늘의 쓴맛을 내일의 단맛으로 만들고 싶다.” P.129
이 책이야 말로, 내 인생에 제일 낮은 곳에서 인생의 쓴 맛 뒤에숨겨진 소중한 단 맛을 찾아내는 정호승 시인의 발자국을 따라가보는 귀한 시간이었고,
나 또한 신이 던진돌멩이로 빵을 만들어 먹는 인간이 되고 싶다.

대부분의 사람은 늘 자신이 보고싶은 것만 보는 듣고 싶은 말만 듣는 습성이 있다.
또 넘쳐나는아름다움에 감흥도 잃은 지 오래다. 이렇 듯 감동이 없으면 감사함도 없다.
점점 자기 중심적이 되고, 세상을 바라보는 시야가 좁아질 수 밖에없다.
겸손함도 인간의 존엄성도훼손된지 오래.
“태풍에는 자신을 낮추고 굽힐 줄 아는 나무만이 살아남는다.
보란듯이 자신을 과시하는 나무는 쓰러진다.
그것은 겸손하지 못한거목의 오만함으로 비칠수도 있다.
한그루 거목이 머리를 풀고 하늘을 뒤흔들면서
스스로 태풍이 되었다고
여길 수는 있지만, 태풍처럼 강한 존재가 될 수는 없다.” 고
그의 강력한 메세지가 스스로 태풍이 되었다고, 교만 떠는 자들에게 일침이 가해졌기를...
모든 걸 비우고, 다시 제 가슴에 온기와 삶의 감동을 불어넣고싶다면,, .
겸손을 통해 인생의 참 된 의미를 함께 깨닫는 시간을 가져보는 것이 어떨까?

또 그는, “나무 뿌리는 혼자 있으면 거칠 데 없이 뻗어 나가느라직선이 되기 쉽지만,
함께 있으면 다른 뿌리와 어울리기 위해 자연히 곡선의 아름다움을 지닌다.
실제로 다산초당으로 올라가는 길의 뿌리를
부분적으로 보면
이리저리 나눠지고 갈라져 어지러울 정도다.
그러나, 전체적으로 보면 한데 어우러진 아름다움이 그지 없다.”p.347 고말한다.
작은 것에 연연해 큰 일을 그르치는 소탐대실의 삶에서 벗어나
내 인생의 굴곡을 조화로운 한폭의그림처럼 아름답게 그려나갔으면 하는 바람이 느껴졌다.
매사 되는 일 하나 없고, 하루하루 만족해본 적 없는 삶 속에서
연륜이 쌓일 때쯤 인생을 돌이켜 그래도 인생은 살아갈만 했다고,
사람 사는 게 다 그렇 듯 서로 얽히고 설켜 웃기도 하고 울기도 하는 삶 속에서
그래도 한데어우러져 있었기에 아름다웠노라고...말하고 싶다.


마지막으로 물동이에 대한 얘기로 마무리를 지으려 한다.
“금이간 물동이는 물 긷는 물동이로써 이미 그 가치를 상실한 존재다.
평균적 가치로 본다면 쓸모 없는 물동이 겠지만,
물동이 주인은 금이간물동이의 숨은 가치를 재별견함으로써
꽃을 피워 세상을 아름답게 만든다.p358
만일 내가 물 새는 물동이는 쓸모가 없기 때문에 버려야 한다는
평균적 가치관에 머물러 있다면 내 인생의 물동이를버려야 한다.
그러나 그런 보편적 가치에서 벗어나 나만의 소중한 가치를 발견하면
버릴 까닭이 없어지고, 여전히 물동이로서의 소중한 가치를 지닌다”p.359
“우리가 누구를 사랑한다는 것은 그 사람의 어느 부분을 사랑하는 것이아니라 전체를 사랑하는 것이다.
그 사람의 그늘과 눈물까지도 사랑할 수 있어야 그것이 참된 사랑이다 p374”
빛과 어둠처럼 그 사람의 현상 뿐 아니라 그늘과 눈물까지도 사랑할 수 있는 참된 사랑을 깨닫고,저마다의 소중한 가치를 인정하며, 겸손한 마음으로 인생을 조화롭게사는 것이야 말로,
이 시대를 살아가는 모든 이들에게 정호승 시인이 바라는 살아갈 때 꼭 붙들고 싶은 마음이 아닐까?

이 시대를 함께 숨을 쉬고 살아가는 모든 이들에게 이 책을 적극 추천한다..
인생의 새벽을 기다리는 한 사람으로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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