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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라델피아
곽건호 지음 / 책과나무 / 2025년 11월
평점 :
비극적 총기난사 사건의 이면을 파헤치는 ‘필라델피아’는 단순한 범죄 소설이 아니라, 한 인간의 삶이 어떻게 절망으로 몰려가는지를 집요하게 추적하는 작품이었다. 특별한 취재 소재를 찾아 미국으로 떠난 취준생 순재는, 사건의 범인 케빈의 엄마 선미를 비롯해 피해자의 가족, 살아남은 친구들, 그리고 케빈의 연인까지 다양한 목소리를 들으며 사건의 중심으로 천천히 침잠해 들어간다.
인터뷰가 이어질수록 드러나는 진실은 한 개인의 악의가 아니라, 오랜 시간 방치된 학교 내 괴롭힘과 이를 견디며 버티던 형제의 고통이었다. 사랑으로 묶여 있던 케빈과 닉의 형제애가 실은 절규에 가까운 생존의 끈이었음을 깨닫는 순간, 사건을 단순한 ‘비극’이나 ‘충격’으로만 바라볼 수 없게 된다.
누군가의 선택이 얼마나 많은 보이지 않는 상처의 결과물일 수 있는지를... 소설을 읽고 가해자와 피해자의 경계, 책임과 무력함의 범위에 대해 오래 생각하게 만드는, 묵직한 여운의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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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라델피아를 읽는 내내 가장 잊히지 않는 단어는 ‘형제애의 도시’라는 별칭이었다. 고대 그리스어에서 ‘필라델피아’가 ‘형제를 사랑하다’라는 뜻을 품고 있다는 사실은, 오히려 이 소설이 보여주는 비극과 더 강한 대비를 이루며 마음을 아프게 했다. 닉과 케빈 형제는 누구보다 서로를 의지하며 버텼지만, 그 끈은 결국 서로를 지키기 위한 절박한 선택들로 더욱 비틀려버렸다.
취준생 순재가 피해자와 가해자 주변을 하나씩 인터뷰하며 모아가는 진실은 우리가 알고 있던 사건의 충격적인 진실은, 형제애가 때로는 희생과 죄책감의 이름으로 뒤틀릴 수도 있다는 잔혹한 현실을 드러낸다.
누구도 막아주지 않은 폭력과 고립 속에서 형제의 삶이 어떻게 비극의 형태로 뒤바뀌는지... ‘형제의 도시’라는 단어가 가슴아프게 오랫동안 마음을 울렸다. 누군가를 지키기 위해 죽는다는 것 또 누군가가 지켜준 자신의 목숨을 위해 산다는 것...
슬픈 비극의 사건, 남겨진 자들에 의해 새롭게 밝혀지는 이야기들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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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namu 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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