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책] 미등록자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77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민경욱 옮김 / 비채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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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가시노 게이게이고는 한국의 만신 김성모가 있다면 일본엔 게이게이고가 있다고 외치는 듯한 공장에서 대량생산하는 것처럼 소설을 쓰는 작가로 알려져 있죠. 공장에서 대량생산한다는 표현 안에는 퀄리티에 대한 함의가 당연히 있으며 이... 작품이라고 부르기도 아까운 무언가는 그 대량생산 과정에서 나온 하나의 불량품 또는 쓰레기 찌꺼기로 판단됩니다. 이 허접함은 '요리코를 위해'를 읽을 때의 불쾌함이 떠오르는군요.


옮긴이 말에 나온 표현을 그대로 옮겨보자면,

어쩌면 자신이 살인을 저질렀을 수도 있다는 모호한 동기까지 짊어진 채 무고함(?)을 밝히려는 모순적인 상황에 놓인 주인공.

 이거 얼마전 게이게이고가 또 공장에서 찍어낸 '당신이 누군가를 죽였다'의 시놉시스로 써도 좋았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물론 아직 읽어보진 않았습니다만. 자가복제는 공장장이 가져야할 필수 덕목이죠.


특히 되도 않는 사회파 + SF적인 설정을 접목하려고 몸을 비틀다보니 그 단점이 더 두드러집니다. 근미래인지 총기사용이 자유화된 가상의 일본이 배경인건지 범인이 주로 사용하는 범행도구는 총입니다. 전국민 유전자 데이터 베이스를 구축하려고 국가적 차원에서 입법 및 데이터 수집이 시작되는 단계이구요. 뭐 이건 그렇다 칩시다. 개인적으로는 SF면 SF, 추리면 추리에 집중해줬으면 싶지만. 두 마리의 토끼를 다 잡으려니 이렇게 되다 만 설익은 밥이라고 부르기도 뭐한 쓰레기가 나오잖아요. 앗싸리 SF에 집중했어도 '세기말 하모니' 수준에 그쳤을 것 같긴 합니다.


읽으면서 불만스러웠던 점을 순서대로 나열해보겠습니다.


1. 스즈란.. 이 가상인물인 것을 주요 반전 소재로 진정 쓰려고 했습니까? 등장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웬만한 독자는 다 눈치 챘을 것 같은데요. 묘사에 복선을 대놓고 삽입했지 않나요? 근데 그 반전을 밝히기 위해 질질 끄는 묘사가 일단 제일 어이가 없습니다. 그 뒷자리에 앉았던 남성이 혼잣말 중얼중얼대는 정신이상자의 뒷자리인게 마음에 들지 않아 자리를 옮겼는데(무슨 기차인진 모르겠지만 신칸센같은거 떠올려보면 시스템적이나 국민성이 정해진 좌석에 규칙대로 앉는걸 중시하는 것이 일본인과 일본시스템 아닙니까?) 그 뒷자석에 앉았던(예약한) 남자의 추적 자체가 불가능하다니 ㅋㅋㅋ 편리할 때만 사용되는 근미래 SF설정(지하철 매표기계나 택시에도 설치된 얼굴인식 추적시스템이라던가)도 참으로 우스웠지만, 도시락을 직접 판 판매원이 혼잣말 중얼중얼거리는 거(스즈란이란 가상 인물과 대화하는) 이상하다고 여겼으면서도 경찰에겐 얘기 안했던건데 너한테만 말해줄게(찡긋)하고 말해주는 꼬라지는 진정 구역질나는 묘사였습니다.

피시방 서비스 같은 pcs서비스에서 전화 프로그램이랑 전자메일은 신분증도 없이 즉석에서 신청해서 받아서 쓸수 있는데 왜냐면 전자메일은 웹메일이 아니면 익명성이 없고 전화프로그램은 공중전화와 같아서라고 설명을 끝내는데... 그렇게 전국민 감시하려고 여기저기 감시카메라 같은거 몰래 설치하고 있는 일본의 묘사랑 전면으로 배치되지 않나요??ㅎㅎ


2. 덴토리인지 하이덴인지에 대한 묘사가 초반에 아주 잠깐 등장하는데(전자책 기준 4p~5p) 그 다음 등장하는 게 155p입니다. 이정도면 읽다가 까먹어요. 작가조차 쓰다가 묘사하는걸 까먹었구나 싶은데... 아니죠?? 일단 덴토리라는 뇌에 전류를 흘려 뇌내마약을 느끼는 것이 암시장 같은데에 광범위하게 보급되었다는 설정이네요. 중독성은 또 없다고 하고요. 근데 거기에 진범이 그것의 출력을 높이고 중독성까지 부여한 물건인 하이덴과 그 제조법을 시장에 유통시켜버리고 주인공 편인 형사가 그걸 또 간단하게 데우스 엑스 마키나 같이 출력을 낮추도록 부품을 제거합니다. 뭐야 존나 쉽잖아? 이런 허접한 설정은 3번 항목에서 계속해서 쓰겠습니다. 


3. 진범이... 묘사는 백발에 매부리코가 특징이라고 하는데, 나름 자기 딴엔 대책을 세웠다고는 하지만 건장한 성인 남자 두 명을 살해하기 위해 성인 남자 두명을 상대로 혼자 외딴 곳으로 함께 이동합니다. 그 플래티나 데이터를 이용해 연약한 여자들만 실험 빙자 쾌락살인을  하다보니 겁(신중함)을 상실하기라도 했나요?? 이런 븅신같은 행동을 하는 이유를 설명한답시고 뜬금없이 등장하는 대사가..

이래뵈도 난 유도 검은 띠라고?(후훗)....

아니 장난합니까...? 어찌되었든 얼마 안 남은 분량에 진범을 처리하긴 해야겠으니 이런 허접한 무리수를 두는 거겠죠. 진범이 내가 진범이다라고 밝히면서 트릭을 미주알고주알 설명한답시고

답을 맞춰봐야지. 자네 설명을 들어볼까? 

하면서 질질 끄는 장면도요 ㅎㅎ 저라면 이렇게 떠들 시간에 또는 떠들면서 형사 손에 미리 준비한 케이블 타이 같은 걸로 묶는 장면을 넣었을 것 같습니다ㅎㅎ 죽인 다음에 풀어내면 되는거 아닌가요? 어차피 마취에 쓴 약물도 체내에서 금방 분해되서 검출도 안된다는 아주 개같이 편리한 설정을 썼잖아요 ㅎㅎ


4. 진범이 발명한 것으로는 이중인격자의 인격을 자유자재로(물론 제약과 서약을 두어 하루에 한개 이상 사용하면 문제 발생한다능~이라고는 하지만) 변환할 수 있는 '반전제', 정식명칭 타인격출현제어제(웃음)라는 것을 무려 직접 발명한 사람이고 (아니 이 사람 왜 노벨상 같은거 못 받았나요?? 정식 인가나 증명 자체가 안된 사이비라서?) 덴토리를 조작한 하이덴의 제조법을 발명해서 시장에 풀 정도로 뭔가 유능해 보이는 할배인데 실험빙자 쾌락살인(시간)을 했다는 묘사는 DNA 수사에 대한 작가 나름의 주제넘은 비판을 넣으려니 어거지로 엮은 느낌마저 듭니다. 


5. 플래티나 데이터.. 이름부터 일단 미친 웃음벨인데 이거 그냥 화이트리스트잖아요? 일본 경시청과 높으신 분들의 어두운 뒷모습.. 이건 이미 창작물에서 질릴 정도로 반복된 뻔하디 뻔한 클리셰의 영역이라 지겨울 정도였어요. 만화 도박마 바쿠에서 고위 공직자나 상류층의 범죄를 무마하기 위해 일반 시민의 알리바이를 대리조작하는 경찰조직이라던가, 사이코메트리 에지라던가..


6.고깟 플래티나 데이터의 존재를 확보(웃음-일본 고위공직자들의 치부를 수집하려는 행위인데 이걸 이렇게 허접한 여자 한명에게만 맡겼다는 것도 다시 생각해보니 미친 웃음벨이네요)하기 위해, 표면적으로는 DNA 수사시스템을 배우기 위해서란 명목으로 미국에서 직접 파견된 미국인(일본계라지만)을 살해해버리는데 이건 국제 문제가 안되나요?? 플래티나 데이터나 DNA 조사 시스템을 미국이 일본에게 배우러 온다는 어이없는 설정은 다테시나 시키라는 아스퍼거(서번트) 증후군인 수학 천재가 DNA 수사시스템을 만들었다는 웃기는 설정으로 설명 완료입니다. 그걸 만드는걸 도운 주인공조차도 시스템이나 코드를 이해하지 못해요. 근데 이러면 그걸 만든 남매가 이렇게 뒈져버리면 이 시스템의 유지보수자체가 불가능하잖아요..뭐 이론적 설명을 논문으로 냈다거나(이러면 미국에서 배우러 올 필요도 없죠?) 시스템 유지보수 매뉴얼이나 절차를 확립시켰다거나(이러면 NF 뭐시기가 나올때마다 과기연이 찐따처럼 남매에몽~~하고 찾아갈 필요도 없죠?)  컴퓨터 코딩 천재인건지 수학 천재인건지 일단 묘사부터 작가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으니 걸캅스 해킹 장면처럼 묘사하는 이런 찐빠가 나오는거죠.


7.작가가 나름 이중인격에 대해 열심히 조사했다고 어필한 광고문구였나 책 소개를 본 것도 같은데, 아스퍼거(서번트)나 이중인격 캐릭터의 묘사는 전혀 그런 것 같지는 않습니다. 이중인격에 조현병 증상에 가까워 보이는데 (또는 삼중인격이거나, 아 그러고 보니 21 아이덴티티란 영화도 있었죠??) 다른 인격인 '류는 직접 본것만 그려 내가 제일 잘 알아'라는 설정과 설명도 갑자기 작품 후반부에 뜬금없이, 그리고 편리하게 등장해버립니다. 스즈란의 모델이 다테시나 사키일 필요가 있었나요??ㅎㅎ 워낙 다테시나(또는 스즈란. 다테시나 사키의 묘사 비중 자체는 쥐꼬리에 비유하면 쥐에게 미안한 수준입니다 무슨 초콜릿 선물 받았는데 포장지를 더 좋아했다는 사건이 가장 인상깊은 묘사일 정도니)나 류(가구라) 묘사 자체가 얼마 되지도 않고 그 장면마다 오글거려서 읽기 고역스러웠는데 류(가구라)는 다테니나 사키를 사랑한건지 아니면 그 세번째 인격인 스즈란을 사랑한건지조차 애매~합니다. 결국 가구라한테는 이용만 당한 사키가 불쌍하긴 하네요.ㅋ 류가 사랑해줬으니 괜찮나요?? 지킬 박사와 하이드 씨부터 이런 주제에 대한 고찰이 있어왔지만 지킬 앤 하이드에 비교하는 것 자체가 실례인 수준입니다.



8. 권력과 현실에 굴복하여 타협하는 마무리도 참 일본인스럽구나 싶은 감상이 들게 합니다. 무슨 살살 자전거 타고 가다가 미끄러져서 강물에 빠졌던걸 구해줬나 싶을 정도로 어이없는 묘사인 데스크 연구원이었던 가구라가 오토바이(바이크) 타고 경찰들 피해서 도주하다가 급과속한 속도 제어를 못해서 강에 빠졌는데 그걸 류가 열심히 헤엄쳐서 '살아남음'하고마침 구해준 사람이 일반적으로 취할 119 같은 곳에 구조요청을 하는 것이 아니라 자기들의 비밀 마을에 데려와서 간호해주고 여기 있으면 우리가 들키니 떠나주세요 하니 바로 물에 빠졌다가 깨어난 그날 밤에 움직인다거나(여기서 자전거를 타죠? 사실 가구라가 인자강인걸 모르고 고작 총으로 위협하고 덴토리로 제압하려한  것이 진범이 저지른 가장 치명적인 실수였군요) 말같지도 않은 기연도 참 짜쳤습니다. 이 사람들 왜 나왔나 싶었는데 완결에서 지가 저지른 잘못은 나몰라라 내팽겨치고 그 소굴로 기어들어가 도자기나 굽고 있는 것도 역겹고 지저분하네요


9. 전국민 유전자 정보 등록해서 인척관계로 범인 추적할거임~ 근데 범인 추적과정에서 너랑 인척관계인거 공개될건데 그거 걱정됨?  친척 중에 범죄자가 생기지 않으면 그만입니다. 라고 주장했던 주인공의 모습을 보면 연좌제를 비판하려는 작가의 의도는 초반에 잠깐 나오지만 결국 그 주제의식이 작품 끝날 때까지 유지되지는 않습니다. 이러니 하루키나 게이고나 다루려는 소재를 피상적이고 가볍게 다루는데 그친다는 비판을 받는거죠.


10. 책의 편집도 가관인데 대명사나 맞춤법 표기가 심각한 수준입니다.

책 내에서 오빠라고 불리는 사람은 다테시나 사키의 오빠 밖에 없는데 갑자기 아사마 형사가 시체를 보고 기절한 그 오빠!(가구라를 지칭하는 것으로 보임)라고 부른다거나 - 아마 단나(형씨)를 번역한 것인가? 싶긴 합니다만-


 '플래티나 사건이 종료된 후 두달이 지난다.' 세상에, 전 시간이 두달이 지났다라고 쓰는건 봤는데 실시간으로 지난다. (현재진행으로 지나고 있다는 의미인가요?)라고 쓰는 건 처음 봤습니다.


11. 딱 세번 이름 등장하는 킬 노이먼... 어차피 폰 노이먼에서 따왔겠지만 뭐하러 넣은건가요 ㅎ 고작 플래티나 데이터라는게 일본에 있다더라~ 라는 정보를 알려서 시라토리 리사 한명을 일본으로 보내게 하기 위해서??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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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미등록자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77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민경욱 옮김 / 비채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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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이딴 허접한 책이 영화로도 만들어졌다니;;; 옮긴이 말에 따르면 당연히 원작과 상당히 다른 내용을 담을 수 밖에 없었겟지만 원작 자체가 이렇게 구린데 원작자 명성만으로도 영화화가 되는 허접한 일본 영화계의 현실을 잘 알 수가 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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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미등록자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77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민경욱 옮김 / 비채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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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래티나 데이터 사건이 종료된 후 두 달이 지난다.

지난다?? 지났다가 아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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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퀸의 대각선 1 퀸의 대각선 1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전미연 옮김 / 열린책들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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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위적인 설정, 유치한 전개, 다음 권이 전혀 궁금해지지 않는 허접한 내용. 귀욤 뮈소와 더불어 불문학 평판 하락에 지대한 공헌을 하는 중인 작가.헤이젤 참사 써먹었으니 다음은 힐스보로인가? 차라리 비슷한 구도인 데스노트를 한번 더 읽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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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무라카미 하루키 잡문집 비채 무라카미 하루키 작품선 1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이영미 옮김 / 비채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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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독제로 꾸역꾸역 봤으니 다행이지 내 돈 주고는 절대로 읽진 않을 그야말로 잡문들. 마지막에 작품해설이랍시고 지인들의 대담 빙자 용비어천가를 수록한 저의가 음흉하고 불쾌하다. 게다가 이런 잡문조차 소설보단 그나마 콩알딱지만큼은 낫다는 것이 내가 평가하는 하루키의 한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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