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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리빙 디자인
까사리빙 편집부 엮음 / 미호 / 2013년 4월
평점 :
한국에는 '유행' 이라는 것이 굉장히 빠른 속도로 바뀌고, 한 번 어떤
것이-그것이 옷이든, 먹거리든, 생활 방식이든- 유행을 하면 그 유행을 쫓지 않는 사람들을 찾기가 되려 힘들 정도이니까. 그런
점에서, 내가 한국을 떠나 오랜 외국 생활을 하면서 가장 크게 한국인들의 생활 방식과 다른 점을 느낀 부분이 바로 이 리빙
디자인이 아닐까 싶다.외국인들은 조부모님이나 선대가 물려준 가구들을 잘 닦고 관리하고 아끼며 함께 생활한다. 자신이 가진 기호나
취향에 따라 새로운 가구나 소품을 더해가며 살림을 늘리지, 어떤 스타일이 유행한다고 해서 몇년에 한 번씩 인테리어나 가구, 살림을
바꾸지는 않는다는 얘기다.
외국에서 결혼을 하고 신혼 살림을 시작한 나와
남편은 남편의 조부모님과 증조부님께서 물려주신 가구들, 남편이 총각시절부터 사용하던 가구들에 내 취향의 몇가지 소품을 더해 지금껏
16년간의 결혼생활과 살림을 이어오고 있다. 물론, 아이들이 태어나고 자라면서 아이들용 가구(이를테면 기저귀를 갈 때 사용하는
체인징 테이블이라던가, 아기용 침대인 크립)가 잠시 몇년 머물다가 지인들과 친구들에게 물려졌지만, 지금 내 딸아이가 사용하는
침대의 프레임과 헤드보드만 해도 남편의 이모님이 물려주신 60년이 된 가구.
출간을 맡은 곳의 특성(잡지 편집부)때문인지, 이 책은 마치 잘 만들어진 인테리어용 잡지 한 권을 보는 느낌을 갖게한다.
스칸디나비아, 영구, 프랑스등 유럽의 여러 국가와 미국의 리빙 인테리어를 보여준다.
요즘 한국에서 한창 유행인듯한 (설마, 벌써 지나간 것은 아니겠지!) 북유럽 디자인인 스칸디나비안 리빙 인테리어. 그들의 리빙
인테리어를 짧게 정의하라면 미니멀리즘과 실용성이 있지 않나 싶다. 이케아를 통해 한국에서도 친근하게 자리잡은 북유럽의 디자인은
그들이 가진 자연환경과 역사의 영향으로 간소하지만, 엣지있고, 무엇보다 실용성에 가장 큰 중점을 둔다.
나는 미국의 미드 센츄리 스타일을 선호하는데, 이것은 미국에서 50~60년대에 북유럽 디자인의 영향을 받아 미국식으로 변화된
그런 스타일이라고 할 수 있는데, 그래서인지 이 책을 통해 본 그 어떤 리빙 디자인보다도 북유럽 디자인에 가장 큰 공감이 갔다.
프랑스의 디자인은 화려함, 여성스러운 색채와 우아함등으로 승부(!)하고, 특유의 드라이한 위트가 돋보이는 영국의 디자인도 눈에
익고, 내가 젊은 시절 한때를 보낸 이태리는 디자인 강국답게 톡톡 튀는 이태리 특유의 독창적인 아이디어와 장인정신이 눈에 띄며,
기술력을 바탕으로 심플함 속에 최상의 기능을 선보이는 독일의 디자인, 그리고 역시 멜팅팟의 나라답게 다양한 취향과 디자인이
어우러진 미국의 모습까지 이 책 한권을 통해 마치 세계 여러곳의 living design fair 라도 다녀온듯한 느낌을
갖게한다.
얼마전에 블로그 지인이 내가 유학시절을 보낸 밀라노에 여행을 다녀오면서 그곳에서 있었던 디자인 페어의 모습을 사진으로 남겨
공유했다. 그녀의 블로그를 보면서 젊은 날의 추억과 함께 이태리가 왜 디자인 강국이 될 수 밖에 없었는지 열정적으로
강의하시던...얼마전에 돌아가신 옛 은사님의 모습이 떠올라 가슴이 아팠는데, 이 책의 이태리편을 읽으며 오히려 마음을 좀
가라앉히고
즐겁게 옛 시간을 추억할 수 있지 않았나 싶다.
그나저나, 조만간 상태 좋은 밀러의 의자를 찾아야 할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