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타임라인에서 꽤나 놀라운 이야기를 봤다. 어떤 사람이 미국에서 엽기적인 일이 발생한 것 같다면서, 클린턴 전 대통령, 빌 게이츠, 그리고 헐리우드 배우들이 소아성애 및 사탄 종교의식에 연루된 것 같다는 포스팅을 했다. 쇼킹한 뉴스인만큼 댓글이 줄줄이 달리기 시작했다. 어디서 보셨어요? 원글 작성자는 트위터에서 봤는데 이미 트럼프가 수사까지 지시한 상태라며 기사를 하나 링크했다. 읽어보니 포스팅 내용과는 크게 관계없는 듯한, 저 뉴스의 촉발점이 된 모 유명인이 투옥 중 사망했다는 소식이었다. 심지어 게재된 사이트는 리퍼트 대사를 향해 사죄를 위한 부채춤을 추던 분들이 운영할 법한 곳이었다. 트위터야 뭐, 굳이 부연 설명할 필요도 없고.

당연히 말도 안 되는 헛소문일 것이 뻔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상황이 매우 흥미로웠던 이유는 가짜 뉴스가 생성되고 전파되는 과정을 생생하게 지켜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아, 이게 이런 식으로 돌아가는 거구나. 누군가는 이걸 진짜로 믿겠구나. 그리고서 어딘가 퍼다 나르고, 그걸 또 누군가 믿으면 그게 뉴스가 되겠구나. 물론 원글 작성자가 일부러 가짜 뉴스를 전파하기 위해 해당 포스팅을 했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그야말로 매우 ‘흥미’롭고 ‘자극’적인 소식, 즉 따봉을 받기 용이한 소식이기에 가져왔을 것이다. 그리고 거기에 바로 가짜 뉴스의 비밀이 있다. ‘흥미’, ‘재미’, ‘자극’.

리 매킨타이어의 <포스트 트루스>는 탈진실과 가짜 뉴스를 다루는 책이다. 가짜 뉴스의 정의, 가짜 뉴스가 생산 및 유통되는 과정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러면서 왜 사람들이 가짜 뉴스를 무분별하게 믿고 거기에 빠져들게 되는지, 여기에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까지도 나아간다. 230페이지가량으로 길지 않은 분량이지만 챕터별로 압축적이고 체계적으로 잘 쓰여 있는 데다가 다양한 사례가 등장하여 읽기 쉽고 재미도 있다.

현재 미국에서는 가짜 뉴스가 횡행하고 있다고 한다. 하기야, 바로 위에 그 생생한 사례가 있는데 별로 놀랍지는 않지만. 이런 가짜 뉴스들은 단순히 불쾌한 헛소문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정치 사회 전반에 걸쳐 직접적인 영향을 일으키기에 굉장히 큰 문제가 된다. 미국에서 일어났던 ‘피자 게이트’ 사건은 가짜 뉴스가 현실에 얼마나 해로운 영향을 끼치는지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이다. 어떤 사람이 총을 들고 피자집에 들어와 마구 갈겼는데, 그 사람이 그런 미친 짓을 저질렀던 이유는 해당 피자집이 힐러리의 소아 성애 조직의 자금줄로 사용된다는 가짜 뉴스를 듣고 흥분했기 때문이었다. 말하자면 사건의 범인은 자신을 정의의 사도라고 생각했던 셈이다.

인류는 소문을 좋아하기에 가짜 뉴스와 음모론은 오래전부터 늘 있어왔지만, 지금처럼 본격화된 것은 2016년 트럼프와 힐러리의 대선이 기점이었다고 할 수 있다. 언론은 우연히도 대중들이 힐러리보다 트럼프에 훨씬 더 강하게 반응한다는 사실을 알아낸다. 그러면서 점차 힐러리보다 트럼프 쪽을 더 많이 다루기 시작한다. 좋은 이야기이든, 나쁜 이야기이든. 동시에 온갖 가짜 뉴스 사이트들이 생겨난다. 말 그대로 찌라시, 음모론 사이트들이었는데, 이들은 돈을 벌기 위해서는 대중의 클릭을 유도해야 하고, 클릭을 위해서는 자극이 필요하기에 아무 말이나 다 던지고 본다. 트럼프 관련한 소문들이야 당연하고, 힐러리에 관한 것까지.

이들의 사이트에서 힐러리는 뇌종양에 걸리기도 하고, 6개월 시한부 인생이 되기도 하며, 소아성애 조직의 대부가 되기도 한다. 그야말로 아무 말 대잔치임에도 누군가는 이 소식을 믿는다. 그리고 페이스북과 트위터에 퍼 나른다. 결국 말도 안 되는 가짜 뉴스들은 비롯한 소셜 미디어를 타고 전 세계에 퍼진다. 본래 이미지가 좋지 않았고, 실제로도 기행을 자주 일으켰던 트럼프는 가짜 뉴스에 별다른 타격을 입지 않았지만(심지어 제대로 된 뉴스라도 자신에게 불리하면 가짜 뉴스라고 마구 몰아붙였지만), 힐러리에게 있어 굉장한 치명상으로 작용했다. 결국 힐러리는 대선에서 진다.

그렇다면 이런 말도 안 되는 소문을 대중은 어떻게 믿게 되었을까? 그것은 인간이 본래 비합리적인 데다가 소셜 미디어 자체가 굉장히 편향되어 있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친구 추가와 삭제가 비교적 자유로운 소셜 미디어에서 대중은 어느새 자기 입맛에 맞는 사람들로만 타임라인을 구성하게 된다. ‘놀자고’ 하는 SNS인데 진지 빨 필요 없으니 그 자체는 당연. 다만 그런 과정에서 뉴스 역시 자신도 모르는 사이 입맛에 맞는 소식들로만 구성된 것을 보게 된다는 것이다. 진실의 여부와는 관계없이.

이처럼 SNS에서 뉴스를 소비하는 분위기에서는 뉴스 자체에 의문이 생겨도 쉽사리 이의를 제기하기 힘들다. 주변 사람들이 모두 맞다고 하는데 혼자서 아니라고 하는 것은 어지간한 용기를 가진 사람이 아닌 이상 매우 어려운 일인 것이다. 노인들의 단톡 방에 그토록 이상한 뉴스가 넘쳐나고, 별다른 제재 없이 유통되는 것 또한 같은 메커니즘이라고 할 수 있다. 말도 안 되는 소식이지만 이의를 제기하면 매우 번거롭고 귀찮은 상황이 발생하고, 이런 것을 한 번 두 번 넘기다 보면 자기도 모르는 새 물들게 되는 것. 뿐만 아니라 후에 그것이 진실이 아니라는 걸 알게 되더라도, 인간에게는 갈등과 괴로움, 스스로를 탓하는 것을 본능적으로 피하려는 성질이 있기에 너무나도 쉽게 부정해버린다.

오늘날 전 세계에 극우적인 흐름이 자꾸 꿈틀대는 것 또한 같은 맥락일지도 모른다. 얼마 전 제주도 난민을 받아들이는 문제로 말이 매우 많았는데, 내게 있어서는 20~30대 젊은 여성들이 난민에 매우 부정적인 입장이라는 것이 굉장히 놀라웠던 지점이었다. 페이스북과 트위터에는 강간의 두려움을 호소하는 여성들, 맘 카페에서는 아이들 걱정을 하며 몸을 사리는 엄마들이 넘쳐났다. 이들은 ‘난민 남성이 어린아이와 여성을 성폭행한다’는 가짜 뉴스를 진심으로 믿고 있었다. 간혹 이의를 제기하는 목소리는 단칼에 제거되었다. 그러면서 편향은 점차 강해졌다. 결국 소셜 미디어의 발전, 가짜 뉴스의 횡행, 집단적 사고와 편향이 모두 이어져 있는 것이다.

가짜 뉴스는 미국 뿐만이 아니라 우리나라에서도 문제다. 아니 사실상 전 세계에서 문제다. 일본에서는 한국으로 관광 간 일본인이 린치를 당했다는 헛소문이 떠돌고 한국에서도 마찬가지이다. 그러나 오늘날과 같이 가짜 뉴스가 넘쳐나는 현상에 대해 단순히 ‘기레기’라며 언론만 탓할 수는 없다. 인터넷이 발달했고, 미디어의 구조가 재편되면서 언론은 더 이상 예전과 같은 방식으로 기사를 쓸 수 없게 되었다. 돈벌이에 급급하니 그야말로 클릭을 유도하기 쉬운 단순한 기사, 혹은 ‘팩트’만 전달하는 경우도 많아졌다. 온갖 맥락이 제거된 ‘팩트’가 과연 좋은 기사인지에 대한 의문은 차치하고, 일단 언론이 과거의 언론과 그 역할과 기대가 사뭇 달라진 것이다.

결국 남는 것은 무엇을 믿을 것인가인데, 이에 대해서 책이 제시하는 해결책은 다음과 같다.

1. 믿을 만한 언론을 선정해서 이들이 좋은 기사를 쓸 수 있도록 후원할 것
2. 문해력을 기를 것

뻔한 말이지만 이 외에는 대안이 없기도 하다. 믿을 것은 자기 자신뿐이다. 자기 자신을 못 믿겠더라도 적어도 남이 하는 말은 함부로 믿어서는 안 된다. 특히나 소셜 미디어에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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