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움가트너 #폴오스터 #열린책들 #영미문학 #가제본서평단먼훗날 생을 회상하며 글을 쓰는 장면을 상상해본다.장난처럼 아내가 말한다. 나 죽고 나면 장례까지 다 치르고 오라고. 그러면 나는 말한다. 내가 먼저 갈 거라고. 아내는 울분을 토하면서 지금까지 뒤치닥거리한 것만도 족하니 마지막은 니가 챙기라고 한다.우스갯소리로 넘겼는데, 그게 현실이면 어떻게 해야 하나 상상해본다.여기 한 노인이 있다. '바움가트너'가 그의 이름. 정원사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몸이 생각처럼 움직이지 않게 된지 오래. 인생의 동반자가 먼저 떠난 집에 혼자 남은지 10년.노인은 아내가 남긴 글을 하나 하나 읽어낸다.아내는 컴퓨터를 이용해 글을 쓰는 것을 싫어했다.육필 원고. 그녀에게 깊은 상실감을 새겨놓은 첫사랑에 대한 추억담(자원입대 후 사고로 목숨을 잃은 그와 달리 그녀와 그에 대한 추억을 공유한 노인이 승자)을 읽고 그녀가 다른 이들이 쓴 작품을 번역한 작업물과 끝내 서랍 깊숙히 넣어둔 미발표 시를 정리한다.아내가 남긴 글에서 그의 지난 삶의 조각들을 발견한다.생은 계속 된다. 새로운 사람도 만났다.아내 '애나' 이외의 여성과 진지한 관계를 맺고 싶다는 생각을 오랜만에 해본다. 그 여성의 이름은 '주디스'.사별한 그와 달리, 주디스는 결혼에 대해 부정적이다. 정서적으로 억압했던 전남편과의 관계에서 벗어나기까지의 과정이 아직 기억에 선명하기 때문이다.애나와 주디스의 결정적인 차이는 '엄마'로서 자녀를 양육해 본 경험에 있는 것 같다고 노인은 생각한다.새로운 시작은 혼자 할 수 없다. 아내의 작품에 대한 논문을 쓰겠다는 젊은 여성이 노인을 찾는다. 기존에 발표된 작품이 너무 적어서 지도교수로부터 더 많은 작품을 토대로 쓰지 않으면 인정받을 수 없다는 지적을 받았다고 한다. 아내의 작품을 몇 개 더 찾아내어 보여준다.주기적으로 찾아오는 이가 있다는 것. 삶은 그런 사소한 변화만으로 계속할 동력을 얻기도 한다.문을 열고 밖으로 나온다. 오랜만에 운전대를 잡는다. 얼마가지 못해 추돌하고 에어백이 터지지만 그래도 괜찮다. 인생의 마지막 장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마침표를 찍기에 아직은 이르다.오랜 세월 살아남아 다시 최근에 주목받는 작품 <스토너>가 떠올랐다. 폴 오스터의 유작이 삶을 회상하는 내용을 담은 책이라니. 그는 바움가트너의 마지막장이 시작임을 알렸으나 정작 현실에서의 그의 삶은 종료되고 말았다. 담담하게 써내려간 이 책에서 그간 써왔던 그의 작품들과 다른 면을 찾았다. 거장은 마지막 순간까지도 진화 중이었다. 젊은 작가. 폴 오스터. 오래 기억할게요. 그대. 폭싹 속았수다.
#신곡 #가와무라겐키 #소미미디어 #솜독자3기 #일본소설 #서평단당신. 신을 믿나요?누군가 당신을 찾아와 이렇게 물을지도 모릅니다.당신이 아주 약해졌을 때. 그 틈을 파고드는 목소리.그렇습니다. 당신은 시험에 들었어요.여기 아이를 잃은 한 가족이 있습니다.미치오는 아들 가나타의 등교를 동행하였으나 횡단보도를 사이에 두고 아들의 죽음을 지켜봐야했습니다. 묘한 노래를 읊조리던 그 사내의 손에는 날카로운 무언가가 들려있었습니다.그날 네 명의 아이가 목숨을 잃었습니다. 애석하게도 살인자는 길을 건너다 트럭에 치여 생을 마감합니다.교코는 미치오를 원망합니다. 물려받은 가업인 조류원은 거들떠보지 않습니다. 그런데... 그녀의 얼굴에 화색이 돌기 시작합니다.그들에게는 아이의 누나인 가온이 있었습니다. 독자는 나중에서야 아이들의 엄마가 다른 사람임을 알게 됩니다. 이 책은 위 세 명의 시점에서 바통을 이어받듯 전개됩니다.미치오의 시각.그도 꿈을 포기했었지요. 꿈을 포기하는 것과 아내 집안의 가업을 잇는 것이 결혼의 조건이었으니까요.시대에 뒤떨어진 조류원이지만 그는 묵묵히 새들을 돌봅니다.아내와 말을 해본지가 언제인지, 아내가 새들을 돌보지 않은 것이 언제부터인지. 그런데 그녀가 달라졌습니다.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어요. '영원님'을 알고부터랍니다. 상당한 돈도 기부하는 것 같았어요.범죄피해자 유가족 모임에서 알고 지내는 지인에게 고민을 털어놓습니다. 걱정하는 눈빛으로 마음을 굳게 먹어야 한답니다.교코의 시각.남편은 어떻게 그렇게 웃을 수 있는거죠? 나만 혼자 슬퍼하는 것 같습니다. 방을 나가기 싫었지만, 그날 새들이 너무 울어서 어쩔 수가 없었어요. 1층 조류원에 내려가보니 두 사람이 있었어요.그들은...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죠. 아. 그래요. 교코는 노래를 부르던 사람이었어요. 그날 꿈에서 가나타를 만났어요.그렇게... 구원받았어요. 남편이 저를 누군가에게 데리고 갔어요. 심리치료사라던가. 속이 들여다보았지만 달라진 것처럼 행동했어요.그러다 노래를 불렀지요. 그때 남편의 표정이란.남편과 아이는 결국 함께 하기로 했어요.가온의 시각.아빠에게 새 먹이 주는 방법을 배웁니다. 세심한 터치. 쓰다듬는 손길.아빠가 제게는 하지 않았던 행동.동생을 잃은 그 사건 이후 엄마에게 연락이 왔어요.그때 나를 떠났던 이유는 별자리 점이 좋지 않아서였대요.세상에 신이 있는거 맞아요?새엄마를 따라 노래부르러 가는 것이 좋았어요. 새엄마가 좋아해주니까. 마음의 안정을 느꼈어요. 덕분에 친구들에게 배척당했지만.가온의 속마음“……영원님을 믿지 않았다면 우리 가족은 끝났을 거예요. 엄마는 살아가지 못했을지도 모르고.”“그러니까 저는 동생이 있는 세계를 믿지 않으면 안 돼요.”“그러지 않으면 가나타를 두 번 죽이고 마는 꼴이 되니까.”슌스케의 질문“엄마는 그럴지도 모르지. 하지만…… 너는 무엇을 믿는데?”정해연 작가 <구원의 날>이 떠올랐다가 드라마 <구해줘>의 서예지 배우의 눈빛으로 남은 소설.그래서 그들은.. 구원받았나요?신은.. 어디에 있나요?※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읽은 후 작성하였습니다.
#친애하는개자식에게 #데팡트 #데팡트장편소설 #비채 #비채서포터즈3기 #서평단티키타카의 시작은 이렇습니다.떠오르는 작가 오스카가 유명하지만 요즘 활동이 뜸한 배우 레베카 목격담을 인스타그램에 올립니다. 외모에 대한 지적이 주를 이룹니다.레베카는 게시글을 확인하고는 곧바로 이를 응징하는 메시지를 보냅니다.오스카는 사과하면서 어린 시절 레베카를 알던 지인임을 알리죠.레베카는 탐탁치 않게 여겼어요. 친분을 앞세우면 뭔가 우호적인 반응을 보일거라 생각하는 얼간이들을 자주 봐왔거든요.어쨌든 답장은 보냅니다. 한번은 답장해주었지만 이걸로 끝이라는 명확한 메시지를 담아서.오스카는 답장을 다시 보냅니다. 하필 레베카여야 하는 이유가 있었을까요? 알고보니 오스카의 상황은 그닥 좋지 않았어요. 그와 함께 일하던 출판사 여직원 조에가 그가 한 행동을 폭로했거든요. 조에는 직장을 그만 두어야 했고, 그 과정에서 오스카의 압박이 있었습니다.조에가 블로그에 올린 글이 상당한 관심을 불러모았어요. 그덕에 오스카의 과거가 상당부분 파헤쳐진 듯 합니다.오스카는 자신의 행동을 어떻게 평가할까요? 그는 자신을 변호하고 싶었나봅니다. 어떤 행동을 했는지보다 그간 같은 행동을 했을 때의 상대방 반응을 주로 나열하네요. 문제를 찾긴 한 것 같습니다. 술, 마약. 자기통제를 하지 못한 원인을 거기에서 찾았어요.레베카와 공감대가 형성됩니다.술과 마약을 끊기 위해 모임에 참석한 후 오스카의 변화를 응원해주는 레베카. 메시지의 문체가 미묘하게 달라집니다.제목을 다시 한번 확인합니다. <친애하는 개자식에게> 처음에는 <개자식에게>에 비중을 두었는데, 읽다보니 <친애하는>에 방점을 찍게됩니다.작가라서, 배우라서일까요? 글을 주고 받으면서 서로 위로하고 공감받고자 하는 것이 느껴졌어요.오스카가 자신이 한 행동에 대해 깨닫는 과정을 우회적으로 그려냅니다. 다양한 경로를 통한 비난을 마주하는 것은 용기가 필요합니다. 비난의 강도가 클수록 방어적인 태도를 취할 수밖에 없었겠죠. 레베카는 오스카에게 이렇게 조언합니다."당신은 개자식처럼 행동했어요. 요즘 전형적으로 보이는 유형이죠. 권력을 행사하면서도 평등하게 대하는 척하는 사람 말입니다. 어른으로서, 온전히 홀로 상황을 종합적으로 검토해보길 바랍니다. 가장 어려운 일이 남았습니다. 어떻게 회복시킬 것인지 찾는 일이죠."(327쪽 중에서)레베카로부터 나아지고 있다는 평가를 듣게 된 오스카. 그는 어떻게 바뀌었을까요?미투와 코로나를 맞닥뜨리며 변해가는 심경의 변화와 유대를 그려낸 <친애하는 개자식에게>였습니다.※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읽은 후 작성하였습니다.
#검은불꽃과빨간폭스바겐 #조승리 #세미콜론 #에세이 #서평단 #도서협찬 #이지랄맞음이쌓여축제가되겠지전작 <이 지랄맞음이 쌓여 축제가 되겠지>를 읽지 않았다. 저자에 대한 사전정보 없이 읽었다는 말.내용을 짐작할 수 없는 제목만큼이나 낯선 유형의 사람이었다.친해지기 어려울 듯한 사람. 기빨릴 듯 하다. 만나고 나면 냉각기가 필요한 사람. 저자에 대한 첫인상이다.이 책의 초반에 실린 여행기에 등장하는 저자의 날선 모습들에 함께 여행을, 그것도 해외 여행을 다니는 것은 정말 어려운 경험이었겠구나 싶었다. 등장하는 가이드들이 안쓰럽게 느껴질 정도. 개인적으로 노력하는 모습을 보였던 것인데 통하지 않아 그들도 어려웠을거라 생각했다.초반부는 저자보다 그를 대하는 사람들에게 감정이입이 되었다는 말이다. 여행의 목적도, 그걸 모르는 시각장애인 동료들에게 설득하는 과정도 탐탁지 않게 느껴진 대목이 있었다.여행의 목적지는 유흥으로 유명한 지역. 치안도 안좋다는데. 그것도 모르고 따라나선 친구들은 무슨 죄란 말인가.여행에서 겪은 에피소드도 좋았던 기억보다는 불쾌했던 경험들로 가득하다. 저자의 고집이 과하다고 느꼈던 부분들이 꽤 있었다.전작 제목에 들어있는 '지랄맞음'이 혹시 저자의 성격을 묘사한 거였나 싶었는데...다 읽고나서는 평가를 달리하게 됐다.여행기 후에 이어지는 저자의 과거와 현재 에피소드의 괴리감이란.15살이란 나이에 10년 후에는 시각을 완전히 상실하게 될 것임을 선고받고 칠판의 글씨가 보이지 않게 되자 이후 장애인 기숙학교로 전학가게 된 첫날. 하나 둘 걸려오던 친구들의 전화와 그들이 주저하며 건내던 위로에 결국 눈물을 쏟다 눈이 보이지 않아 생김새를 손으로 더듬어 확인하려는 새친구들에 적응해가는 장면.어머니에게 비밀로 하고 안마원에서 일을 배우던 중 나이지긋한 아주머니들의 굽은 어깨가 안쓰러워 안마해주다 우연히 그들의 뒷담화를 듣게 되어 속상해하던 날.책임감 없는 신참직원이 출근하지 않아 종일 저자가 손님응대와 계산을 하다 커피를 엎지르고 치우던 중 다시 손님들이 무심코 놓아둔 종이컵들을 건드려 넘어뜨리고 속상한 나머지 욕설을 하던 날.전세집을 구할 때 들어란 듯 "불이라도 나면 책임질거냐"면서 집에 발도 못붙이게 하던 임대인을 피해 대리계약을 하던 때.저자의 뾰족한 태도는 그냥 형성된 게 아니더라.색안경을 끼고 저자를 대하는 자세. 저자에게 익숙한 배려심 없이 가벼운 선의라는 명목으로 시각장애인을 대하는 무리 중에 속한 이가 바로 '나'였다.무심코 내뱉은 '저런 사람'이란 말.그 '저런 사람'에 편견을 가진 사람들에게 제대로 알려주고 싶어 계속 글을 쓰겠다는 저자.좋은 책이란 어떤 책일까? 개인적인 기준은 나를 돌아보게 만드는 책이다.이 책은 그 기준에 딱 들어맞았다.등장하는 인물들 중 누군가와 비슷한 면(부정적인, 못난)이 있더라.그렇다면 들어야지. 읽어야지. 전작도 찾아봐야겠다.※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읽은 후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