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같은기계들 #이언매큐언 #문학동네 #문학살롱12월의책 #sf #영미소설

이언 매큐언의 지경은 어디까지일까?
<칠드런 액트>, <속죄>에 이어 문학살롱에서 함께 읽는 그의 세 번째 책.
아니, 근데 세 권 다 같은 작가가 쓴 책이 맞냐고요.
등장인물의 나이가 젊어지니 문체도 젊어진 것 같고 다루고 있는 주제도 뭔가 경쾌한 것도 같고.
젊네요. 젊어. 청년이 쓴 글처럼 느껴지는 대가의 글.

최초의 인조인간을 다루고 있는데 타임라인이 1980년대.
시대적 배경과 주제가 미묘하게 다른 것 같은데 묘하게 어울리는 설정.
보편적인 주제. 장르는 거들 뿐.

그가 다루는 소설 속 타임라인. 2년이 안 되는 시간. 늘 그랬지만 압축된 서사가 폭발한다.
등장인물 - 찰리 그리고 미란다.
찰리는 미란다와의 사이에 인조인간 아담을 끼워넣음으로써 둘의 사이가 가까워지길 바랬다. 그러니까 아담의 존재는 어디까지나 깍두기였다는 말이지.
그의 계획은 성공한 듯 보였다. 아담의 설정상 구매자의 취향을 반영할 수 있으니 찰리와 미란다는 공통의 관심사를 갖게 된 것. 유사 가족이 형성되었다.

갈등구조가 생기지 않는 게 이상하지.
아담이 찰리를 부르는 호칭이 묘하게 바뀌는 지점이 있었다.
아담이 미란다와 관계를 맺은 다음날, 찰리에게 털어놓았고 다신 관계를 갖지 않겠다고 말한다.
(그런 종류의 고해성사 끝 재발방지 약속은 지켜지지 않기 마련이고 실제로 나중에 시도는 했었음이 밝혀진다.)
이후 찰리는 갈등관계를 끝내기 위해 아담의 전원장치를 건드리려 하는데...
이어지는 아담의 행동!!!? 그는 자아를 가졌음이 분명하다.
˝당신˝ 아담이 찰리를 지칭하는 단어. 사랑 앞에 경쟁자 혹은 대등한 존재로 찰리를 인식하는 아담.

삼각관계는 주도권을 쥐고 있는? 미란다에 의해 싱겁게 종결되는 듯 보였다.
(나중에 아담이 찰리에게 한 고백 중에 사용한 골때리는 단어 때문에 찰리 만큼이나 나도 혼란스러웠음을 고백한다.)

유일하게 판타지 장르스럽다고 느꼈던 장면은 아담이 찰리 대신 모니터 앞에 앉아 주식 거래를 하는 장면. 아담이 통장 잔고를 늘려가는 동안 찰리는 오히려 소일거리를 찾아 헤매기 시작한다. 평화가 찾아왔나 싶은 그때. 아담이 권리를 주장한다. 번 돈의 일부는 그의 소유라고.
어디까지 놀라게 할 작정일까?

미란다의 비밀. 아담은 고민한다. 찰리에게 어디까지 알릴 것인가. 그리고 미란다의 비밀을 어떻게 할 것인가.
˝균형˝. 아담의 입에서 나온 단어에 의해 그가 어떻게 할 것인지 이미 결론이 나 있었다.
아담은 인간이 아니니까. 인간과는 다른 존재임을 스스로 천명했으니까.

유한한 존재인 인간과 다른 존재임을 그가 인식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시.

누가 인간이고, 누가 기계인가.
나 같은 기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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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여운거그려서20년살아남았습니다 #정헌재작가 #페리테일 #포엠툰 #백투더퓨처 #에세이 #아워미디어

<포엠툰>
생각해보니 참 오랜 시간이 지났네요.
뭔가를 시작해보려 할 때 읽었던 기억이 납니다.
그때의 나는 고개를 드는게 힘들었어요.
그럴 때 있잖아요.
위로받고 싶은데 정작 속 안의 이야기는 꺼내기 힘들 때.
그때였던 것 같아요.
서점에서 나와 비슷한 표정을 한 그 책을 손에 들었어요.

20년이라.
긴 시간이 흘렀네요.
그때의 나는 지금의 나를 어떻게 볼지 궁금해집니다.
나중을 그려봤을 때가 있었는데.
지금의 나는 그때의 나에게 뭐라 말할 수 있을까요...
아마도 그냥 손 한번 잡아주고 말 것 같습니다.
너. 이십년 후에도 살아있어. 괜찮을거야.

정헌재 작가님에게 일기장이 드로리안이듯.
이 책이 제게 드로리안이 되었어요.

그날 저도 그날들이 있었지요.

오래. 오래 살아남아주어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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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너 1 베어타운 3부작 3
프레드릭 배크만 지음, 이은선 옮김 / 다산책방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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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 긋다가 포기했다.

아. 작가가 작정했어.

문단 하나가 끝날 때마다 옮기고 싶은 문장들이 늘어간다.

프레드릭 베크만.

<오베라는 남자>로 유명한 작가지만 그의 진면목을 확인하려면 <베어타운> 시리즈를 읽어야 한다.

<베어타운>, <우리와 당신들>에 이은 시리즈의 마지막 <위너>.

가제본으로 먼저 접할 수 있었다. 뒷표지에 찍혀있는 <비.매.품>이 매력적이다.

그나저나 표지 퀄리티 실화임?

이번에도 표지에 숨겨진 떡밥들을 어떻게 회수할지 가만히 보고 있다.

그러니까 어깨에 기타를 맨 이가 마야?

뒷모습에서 벌써 우수가 느껴지는 벤이?

집으로 돌아오다.

-“집.” 집을 뜻하는 단어는 여러 개라야 한다. 하나는 거기에 남아 있는 사람들을 가리키는 용도로, 또 하나는 우리가 잃어버린 공간을 가리키는 용도로.

이 동네는 언제나 하얗구나.

하키에 빠질 수 밖에 없는 이유와 하키를 대하는 방식들에서조차 철학이 묻어있다. 아니 일상인가.

헤드와 베어타운.

두 지역의 위상이 바뀌었다.

설상가상으로 헤드의 하키장 천장이 무너졌다.

헤드의 하키선수들은 이제 베어타운으로 원정 연습을 온다.

이게 무슨 의미일지. 어떤 일이 벌어질지 당신은 여러 인물에게 물어야 할 것이다.

전 단장 페테르? 폴락? 검은 옷을 입은 사내들?

이제 '라모나'는 없다. 그들을 중재할 이들이 없다는 것.

그리고 곳곳에 숨겨진 작가의 복선.

“모든 건 둘로 이루어져 있지.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

라모나는 이렇게 말했다. 두 번의 장례식. 두 집에서 각자 자기의 누나를 기다리는 열네 살짜리 두 아이. 제대로 떠나지 못한 공향으로 돌아오는 두 아가씨. 한 명은 기차를 타고, 또 한 명은 유골 단지에 담겨서.

마야. 그리고....

벤이는 비행기를 타지 말았어야 할지 모른다. 설령 라모나의 죽음을 알았더라도. 어쩌면 벤이는 그리움을 못 이겼는지 모르겠다.

‘거짓이었을지라도 어긴가에 속해 있었던 시절이 그리워진다. 진실 속에서 길을 잃는 것보다는 그편이 낫다.

우리는 어떤 사람과 함께 있는지에 따라 수없이 가면을 바꿔가며 산다. 가장하고 숨기고 자신을 억눌러 가며 남들과 동화되려고 한다.‘

“한번은 라모나가 그에게 벤이의 가장 큰 문제점은 머리는 쓴 적이 없고 가슴은 너무 써서 너덜너덜한데 빌어먹게도 발은 한 방향으로밖에 갈 줄 모르는 거라고 한 적이 있었다.”

팀을 응원하는 사람의 마음. 베어타운과 헤드. 그리고 선수들의 비극은 여기에 있을지도.

스포츠를 사랑하는 사람이 반드시 스포츠 선수를 사랑하는 건 아니다. 그들을 향한 우리의 사랑은 조건적이다. 그들이 우리 편일 때, 우리 팀에서 뛸 때, 우리 상징색을 입고 경기할 때먼 사랑한다. 상대 팀 선수를 보고 감탄할 수는 있지만, 우리 선수를 사랑하듯 사랑하지는 않는다. 우리 선수들이 이기면 우리가 이긴 것 같다. 그들은 우리가 되고 싶은 모든 것의 상징이 된다.

여기에 딱 한 가지 문제가 있다면 스포츠 선수들에게는 그런 애정의 대상이 될지 말지 선택할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제목이 품고 있는 의미는 무엇일까?

결말이 궁금해지는 위너의 첫 번째 권.

※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가제본 도서를 제공받아 읽은 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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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쎈여자 강남순 대본집 상.하 세트 - 전2권
백미경 지음 / 너와숲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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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쎈여자강남순 #힘쎈여자강남순대본 #드라마대본 #백미경작가대본 #백미경작가 #너와숲 #jtbc드라마 #힘쎈여자도봉순 #도서협찬 #서평단

메인 포스터에 "나약한 놈들 때려잡는 우리가 왔다!"라는 문구가 있는데, 이는 식품의약품안전처의 마약류오남용예방캠페인 문구인 '나약하지 않아'와 유사하다.
약하다(drug), 약하다(weak) 모두을 의미하는 언어유희.

전작 <힘쎈여자 도봉순>에 이어 이번에는 히로인 3대가 출연한다. 힘이 쎈게 유전이고 모계혈통에 측정불가.

소재가 마약인지라 마냥 가볍지는 않지만 히어로물의 미덕을 일관되게 유지한다.
결국 히로인이 승리하고 악한 자는 처벌을 받는다. 힘이 세다는 이유로 사회로부터 배척당하는 일은 벌어지지 않는다.

힘이 있다는 것은 관대해질 수 있다는 것일까? <오징어게임>을 통해서 전세계에 얼굴을 알린 이유미 배우가 타이틀롤을 맡았다. 맞춤옷을 입은듯. 이 배우 마냥 우울한 역만 잘 하는게 아니라 마냥 해맑은 역할도 잘 하는구나.

오랜만에 얼굴을 보인 황금주 역의 김정은 배우, 어떤 역이든 잘 소화해내는 길중간 역의 김해숙 배우.
세대를 아우른 케미가 빛을 발하는 드라마였다.

작가님이 서문에 쓴 것처럼
"히어로물의 드라마적 구현은 결국 자본의 싸움이다. 돈을 어느 정도 쓸 수 있냐가 드라마의 퀄리티와 직결되는 문제였고, 제작 여건상 빠듯한 제작비 안에서 승부를 보기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은 스토리텔링이었다.

가족들이 다 볼 수 있는 K-히어로물이란 장르 안에서 캐릭터를 만들고, 그 캐릭터들 이 모여서 큰 이야기를 쌓아가는 방식으로 작업을 이어 나갔다."

덕분에 온가족이 볼 수 있는 한국형 히어로물을 볼 수 있었다.

드라마 종영 이후 대본집의 출간은 선물같다. 영상을 글로 읽고, 글을 읽으면서 드라마 속 장면을 머릿속에서 재생 혹은 재현해나가는 즐거움이 있다.

영상을 배속으로 볼 수 있지만 흐름이 끊기면 다시 이어나기 힘들지만, 책은 언제든 이어나갈 수 있으니.

대본집 속 남순이를 만나러 가보자!!
극중 남순이에게 간이식이라 불리던 옹성우 배우는 군복무 잘하고 있겠지?

※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읽은 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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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처드 도킨스, 내 인생의 책들
리처드 도킨스 지음, 김명주 옮김 / 김영사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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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과학 커뮤니케이션의 대가로 인정받는 사람의 글 모음집이다. 모든 글이 어떤 식으로든 "책"과 관련이 있다. 주로 과학책이고, 리처드 도킨스의 과학 인생을 풍요롭게 한 책들이다.

커뮤티케이션 글을 모은 책에서 각 부문을 소개하기에 대담보다 더 좋은 방법은 찾기 어렵다. 이 모음집의 여섯 부분은 리처드 도킨스와 각각 다른 작가의 대화로 시작한다. 대화들은 각각의 주제를 성찰하고 그것을 우리 시대의 시급한 과제와 연결시킨다.

리처드 도킨스는 서문으로 21페이지 분량의 에세이를 실었다.

그의 글 중 일부를 아래와 같이 옮겨본다.

"과학은 시적으로 들리기 위해 언어를 치장할 필요가 없다. 시적 감수성은 주제인 '실재'에 들어 있다. 과학은 오직 명료하고 정직하게만 쓰면 독자에게 시적인 느낌을 전달할 수 있다. 그리고 조금만 더 노력하면, 관례상 미술과 음악, 시, 그리고 '위대한' 문학의 전유물로 여겨지는, 짜릿한 전율을 줄 수 있다."

  • 이 대목을 읽었을 때 진심으로 내가 그와 같은 경험을 할 수 있기를 바랬다. 진정 그렇단 말이지????

이 책은 대담과 에세이 등 여러 형식의 글이 수록되어 있다.

역시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발췌독이 아닌 정독을 해야 할 필요가 있지만, 리뷰를 작성하기 위해서 어쩔 수 없이 일부를 발췌하여 인상적인 내용을 소개해본다.

저자가 실제로 질문 형식으로 적은 부분이니 노여워하지 마시라.

이것은 대니얼 F.갤루이의 <암흑 우주>에 대한 저자의 언급이다.

"소설은 '생존자'들이 빛이 존재하는 외부 세계로 돌아오며 끝난다. 바로 우리가 사는 세계다. 우리는 빛에 너무나 익숙해진 나머지 빛이 얼마나 경이로운지, 본다는 것이 얼마나 큰 기쁨인지 잊고 산다. 재러드가 태양(그는 그것을 분명 '수소신'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을 처음 보고 공포에 휩싸이는 순간은 감동적으로 그려진다.

이 책은 아마 내가 주변 사람들에게 가장 자주 언급하는 책이지 싶다. 나는 이 책의 아이디어가 매혹적이라고 생각하는데, 다른 사람들도 그렇게 생각하는 것 같다. 그런데 이 책의 신학적 비유에 무언가 의미가 있을까? 그건 직접 읽고 스스로 판단하시라."

어? 가끔 리뷰를 끝맺음하는 방식으로 사용하는 문구이다. 저자도 확신이 부족한가? 그럼 이 책은 읽어보는 걸로.

혹시 이 책 읽어보셨나? 프레드 호일의 <검은 구름>

이 책도 읽어보기로 마음 먹어본다.

저자의 표현을 빌리자면 "호일은 결코 가르치려 들지 않고, 이야기를 전개해가는 과정에서 매혹적인 과학을 알려주는 데 성공한다. 과학적 사실만이 아니라, 중요한 과학적 원리까지도. 우리는 과학자들이 어떻게 일하고 어떻게 생각하는지 알게 된다. 심지어 의식이 고양되고 영감을 받는다."

이 책을 읽고나서 나도 같은 질문을 할 수 있을지.... 자신 없다.

저자의 소감은 이러하다.

"이 책을 읽은 뒤로 책에 나오는 한 어구가 머릿속에 계속 맴돈다. 바로 '난해한 문제'다. 이것은 과학이 이해하지 못하는 문제, 어쩌면 영원히 이해할 수 없을지도 모를 문제를 말한다. 인간의 진화한 정신이 지닌 한계 때문이거나, 아니면 원칙적으로 해결할 수 없기 때문이거나. 우주는 어떻게 시작되었고 어떻게 끝날까? 무에서 무언가가 생길 수 있을까? 물리법칙은 어디로부터 오는가? 왜 기본 상수들은 지금과 같은 특정 값을 가질까? 답하기는커녕 물을 수조차 없는, 우리 수준을 훨씬 능가하는 다른 질문들은 어떨까? 초지능이라면 몰라도 우리는 이해할 수 없는 '난해한 문제'들이 있다고 생각하면 마음이 겸허해진다. 하지만 겸허한 마음이 드는 동시에 용기가 나고 도전의식도 생긴다."

  • 나도 도전의식이 생겼으면 좋겠다.

당신이 지금 읽고 있는 책의 저자는 그 '리처드 도킨스'이다.

※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읽은 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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