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ml version="1.0" encoding="utf-8"?><?xml-stylesheet href="https://blog.aladin.co.kr/blog/rss/rssUserXSL.aspx" type="text/xsl" media="screen"?><rss version="2.0"><channel><title>csw2700님의 서재 (csw2700 서재)</title><link>https://blog.aladin.co.kr/768131149</link><language>ko-kr</language><description /><copyright /><generator>Aladdin RSS(Alss) v0.9</generator><lastBuildDate>Tue, 03 Nov 2026 05:26:55 +0900</lastBuildDate><image><title>csw2700</title><url>https://image.aladin.co.kr/Community/myface/pt_7681311492299058.jpg</url><link>https://blog.aladin.co.kr/768131149</link><width>100</width><height>100</height><description>csw2700</description></image><item><author>csw2700</author><category>마이리뷰</category><title>오디세이를 떠나보내며 - [오디세이 비주얼 아트북 -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 영화 &lt;오디세이&gt; 상상 속 신화가 눈앞의 현실이 되다]</title><link>https://blog.aladin.co.kr/768131149/17602822</link><pubDate>Fri, 30 Oct 2026 18:21: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68131149/17602822</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452130744&TPaperId=17602822"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40039/79/coveroff/k452130744_2.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452130744&TPaperId=17602822"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오디세이 비주얼 아트북 -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 영화 <오디세이> 상상 속 신화가 눈앞의 현실이 되다</a><br/>제임스 모트램 지음, 한창욱 옮김 / 더모던 / 2026년 09월<br/></td></tr></table><br/>이제 크리스토퍼 놀란의 &lt;오디세이&gt;를 떠나보내야 할 때가 된 것 같다. 원작 &lt;오뒷세이아&gt;도 다시 읽었다. 영화를 본 후 원작을 어떻게 바꿨는지도 한참 생각했었다. <br/><br/>그런데 이상하게 아직도 놓아지지가 않는다. 장면 하나가 아니라 바다와 모래, 배의 나무결, 햇빛에 바랜 옷감, 노 젓는 소리와 갑옷 부딪히는 소리까지 하나의 세계처럼 남아 있다. 돌비시네마에서는 바다가 화면 안이 아니라 극장 자체를 흔드는 것 같았다. <br/><br/>그래서 이 책이 욕심났다. 조금만 더 그 세계에 머물고 싶어서.<br/><br/>표지는 인물과 배, 갑옷, 바다를 여섯 프레임으로 모아놓았는데, 홍보물이라기보다 하나의 유물 같다. <br/>창가에 세워두면 도시의 빌딩 앞에 고대의 배가 놓인 듯하다. 신이 사라진 시대에도 사람은 여전히 떠나고, 길을 잃고, 돌아갈 곳을 그리워한다. 고전이 현재에도 여전히 살아있는 이유도 그것이 아닐까.<br/><br/>아트북의 가장 큰 좋은 점은 영화가 너무 빨리 지나가서 못 본 것들을 마음껏 볼 수 있다는 것이다. <br/>한 장면을 몇 분씩 들여다보니 거칠게 만든 옷감, 그을린 얼굴, 일부러 낡게 만든 갑옷이 보인다. 신화를 다루면서도 이 영화가 현실적으로 느껴진 이유가 이런 디테일에 있었다. 사람은 땀을 흘리고, 옷은 먼지를 먹고, 금속은 닳는다.<br/><br/>인물 페이지도 좋았다. 영화에서는 사건을 따라가느라 바빴지만, 책에서는 얼굴 자체를 들여다본다. <br/>오뒷세우스는 전쟁 영웅이라기보다 오래 떠돌아 지친 사람 같고, 텔레마코스는 아직 아버지를 잘 모르는 젊은이 같다. 텔레마코스에게 귀향은 이야기로만 듣던 아버지를, 지치고 주름진 현실에 존재하는 한 인간으로 만나는 일이다.<br/><br/>'장소' 챕터에서는 배경이던 공간이 주인공이 된다. 바다는 아름답지만 안전하지 않고, 섬은 휴식처이면서 감옥이고, 이타카는 돌아가고 싶지만 돌아가면 죽을 수도 있는 곳이다. 안식처이면서 위험한 곳, 오뒷세우스의 마음과 닮았다. <br/>사진 한 장만 놓고 보면 "무슨 일이 있었지?"보다 "왜 이곳을 골랐을까?"가 먼저 떠오른다.<br/><br/>배는 이 영화를 떠받치는 공간이다. <br/>귀향의 수단이면서 집에서 가장 멀리 떨어져 있다는 증거이고, 임시로 만든 하나의 사회다. 바람 자루를 푸는 일도, 태양신의 소를 잡아먹는 일도 결국 이 작은 공동체 안의 문제다.<br/><br/>오뒷세우스는 적을 속이는 데는 능했지만 부하들과는 소통하지 못했다. 전투 스틸도 멈춰 있으니 다르게 보인다. 밧줄 하나, 창의 방향 하나까지 정교하게 배치되어 있고, 그래서 놀란 영화의 물성이 느껴진다.<br/><br/>폴리페모스는 처음엔 왜 저런 모습인가 싶었지만, 그 낯섦 덕분에 오래 남는다. 인간은 그를 괴물이라 부르지만, 그에게는 자기 공간에 들어온 인간들이 정체 모를 침입자이다. 그의 하나뿐인 눈을 앗아간.<br/><br/>키르케는 가장 오래 이야기하고 싶은 인물이다. <br/>글로 읽으면 흔한 유혹의 에피소드인데, 영화에서는 여자 혼자 사는 공간에 무장한 남자들이 떼로 들어온다는 긴장이 있었다. 누가 누구를 위협하는가. 영화는 직접 설명하지 않아서 더 좋았다. 두 사람은 적인지, 협상 상대인지, 서로를 경계하는 생존자인지 규정되지 않고, 그 모호함 덕에 키르케는 '마녀'라는 단어에서 벗어난다. 고전을 뒤집는 대신 원작의 틈을 조금 벌려 다른 관점을 넣으니, 잘 안다고 믿었던 신화가 낯설어진다. 아테나도 실제 신이라기보다 오뒷세우스 안에서 들려오는 양심이나 의지처럼 느껴졌다. 신들이 그를 움직인 걸까, 인간이 자기 욕망을 신의 이름으로 설명한 걸까.<br/><br/>촬영 현장의 흔적도 보인다. 배를 만들고, 옷을 낡게 하고, 어떤 시간의 햇빛을 기다린 사람들이 있었다. 환상이 깨지기보다 영화가 더 대단하게 느껴진다. 이 책은 정보량이 중요한 책이 아니다. 줄거리는 원작이, 촬영 기술은 메이킹북이 더 낫다. 이 책은 영화를 설명하기보다 다시 기억하게 한다.<br/><br/>결국 오래 붙잡고 있는 건 괴물이나 전투가 아니라, 집에 돌아가고 싶어 하면서도 계속 머무는 사람의 마음이다. 키르케의 섬에서 1년, 칼륍소에게 7년을 보내고, 중요한 순간에 잠들고, 부하들과 소통하지 못해 일을 그르친다. 영웅과는 거리가 멀어서 좋았다. 그가 싸운 가장 무서운 괴물은 어쩌면 자기 자신이다. 안락함, 자존심, 욕망, 두려움, 돌아가면 모든 일을 마주해야 한다는 부담. 그래도 그는 다시 바다로 나간다.<br/><br/>이제는 정말 보내야 하는데, 아직은 조금 더 붙잡고 싶다. 나같은 이들에겐 정말이지 선물같은 책이다!]]></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40039/79/cover150/k452130744_2.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400397942</link></image></item><item><author>csw2700</author><category>마이리뷰</category><title>욕은 어떻게 우리 감정을 대신 표현하게 되었을까? - [NEW 욕 - K-콘텐츠로 한국 욕 새로 보기]</title><link>https://blog.aladin.co.kr/768131149/17579534</link><pubDate>Sun, 18 Oct 2026 22:47: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68131149/17579534</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532131899&TPaperId=17579534"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40332/4/coveroff/k532131899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532131899&TPaperId=17579534"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NEW 욕 - K-콘텐츠로 한국 욕 새로 보기</a><br/>홍수경 지음 / 이응 / 2026년 10월<br/></td></tr></table><br/>#도서협찬 #NEW욕 #홍수경 #이응 #이응출판사<br/><br/>욕은 어떻게 우리의 감정을 대신 말하게 되었을까<br/><br/>우리는 하루에도 몇 번씩 욕을 듣고, 때로는 직접 내뱉어요. 그런데 같은 욕이 어떤 자리에서는 웃음이 되고, 어떤 자리에서는 깊은 상처가 되죠. 친밀함을 확인하는 말이 되기도 하고, 잔인한 공격이 되기도 하고요. <br/>이 책은 바로 그 지점에서 시작해요. 한국어의 욕설과 비속어, 혐오 표현을 영화와 드라마 대사에 연결해서 살펴보는데, 욕설 사전도 교양서도 아니에요. 욕이라는 가장 노골적인 언어로 한국인의 감정과 욕망, 사회의 변화를 읽어 내는 인문학적 탐구에 가까워요.<br/><br/>저자는 욕을 불만감을 드러내는 욕, 모욕감을 주는 욕, 혐오감을 표출하는 욕으로 나눠요. 버스를 놓치고 혼잣말로 내뱉는 욕에는 공격할 상대가 없어요. 짜증과 좌절만 있을 뿐이죠. 반면 누군가에게 직접 퍼붓는 욕에는 상대의 자존심을 꺾고 내 우위를 확인하려는 의도가 섞여 있어요. 거기서 더 나아가면 특정 성별이나 세대, 집단을 통째로 깎아내리는 혐오가 되고요. <br/><br/>욕에는 분노만 있는 게 아니라 무기력, 질투, 수치심, 허세, 열등감까지 담겨요. 격렬한 감정 앞에서 오히려 말을 잃을 때, 그 감정을 몇 글자로 압축하는 게 욕의 힘인지도 몰라요. 다만 감정을 생생하게 드러낸다고 해서 상대에게 상처 줄 권리까지 정당화되지는 않아요.<br/><br/>이 책의 가장 큰 매력은 영화와 드라마로 욕을 풀어낸다는 점이에요. 기생충, 불한당, 응답하라 1988, 나의 아저씨 같은 작품이 욕이라는 키워드로 다시 읽혀요. <br/>읽고 나면 욕이 나오는 순간에 인물의 관계와 권력, 살아온 환경이 한꺼번에 드러난다는 걸 깨닫게 돼요. 더 글로리의 모욕적인 언어는 학교폭력의 잔혹함을 보여 주는 수단이고, 오래 함께한 사람들 사이의 투박한 말투는 친밀함의 표시죠. 결국 중요한 건 단어 자체보다 누가, 누구에게, 어떤 관계에서 말하느냐예요.<br/><br/>'지랄'이라는 말에는 평가의 문제가 숨어 있어요. <br/>상대의 행동을 지랄이라고 규정하는 순간, 말한 사람은 그 행동이 비이성적이라고 판단하는 위치에 서거든요. 누군가에게는 절박한 항의가 다른 누군가에게는 소란으로 보일 수 있고, 욕은 반론할 기회도 주지 않은 채 상대를 부정적인 이미지에 가둬 버려요. <br/>언어의 의미는 시대에 따라 변하기도 해요. '미쳤다'는 예전엔 비난이었지만 지금은 '미친 실력', '미친 집중력'처럼 칭찬으로도 쓰이죠. 물론 그게 특정인을 향한 정신질환 비하까지 정당화하는 건 아니에요.<br/><br/>가장 기억에 남았던 부분은 혐오를 표출하는 욕이에요. '아줌마'는 원래 평범한 호칭인데, 말하는 사람의 편견이 실리면 모욕이 돼요. '충'이라는 접미사는 사람을 벌레에 빗대어 존재를 낮추는 비인간화의 방식이고요. 한 사람의 행동을 비판하는 것과 집단 전체를 혐오하는 건 전혀 다른 문제인데, 온라인에서는 그 경계가 쉽게 무너져요. 반대로 '따까리'에서는 뜻밖의 따뜻함을 발견해요. 영화 연애 빠진 로맨스는 이 말을 통해, 누구나 다른 사람의 삶을 떠받치며 살아간다는 연대의 시선을 보여 줘요.<br/><br/>법적으로 보면 모욕죄(형법 제311조)는 욕설이 쓰였다는 사실만으로 성립하지 않아요. 발언의 상황과 관계, 공연성, 표현의 경멸 정도를 함께 따지고, 표현의 자유와 인격권의 균형도 고려하죠. 그래도 법이 모든 말의 상처를 해결해 주지는 못해요. 처벌되지 않는 말도 오래 남는 상처가 될 수 있으니까요.<br/><br/>저자가 영화 기자로 일하다 뉴욕으로 건너가 한국의 욕을 다시 바라봤다는 점도 흥미로워요. <br/>한국어 욕을 영어 단어 하나로 옮기면 계층 관계, 분노의 강도, 친밀함과 조롱의 미묘한 차이가 얼마나 살아남을까요? <br/>번역하기 어려운 건 욕이 아니라 감정이에요.<br/><br/>이 책을 읽는다고 욕을 더 잘하게 되지는 않을 거예요. 대신 누군가의 욕을 들으면 왜 그런 말을 했는지 생각해 보고, 내가 말을 내뱉기 전에 상대에게 어떻게 전달될지 잠깐 고민하게 될 거예요. 욕을 알면 언어가 보이고, 언어를 알면 사람이 보이니까요.]]></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40332/4/cover150/k532131899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403320479</link></image></item><item><author>csw2700</author><category>마이리뷰</category><title>감정을 읽는 사람은 다르게 말한다 - [감정을 읽는 사람은 다르게 말한다 - 공감과 이해를 경쟁력으로 만드는 대화의 기술]</title><link>https://blog.aladin.co.kr/768131149/17549619</link><pubDate>Thu, 01 Oct 2026 22:21: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68131149/17549619</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652130257&TPaperId=17549619"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40098/51/coveroff/k652130257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652130257&TPaperId=17549619"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감정을 읽는 사람은 다르게 말한다 - 공감과 이해를 경쟁력으로 만드는 대화의 기술</a><br/>비치키 지음 / 교보문고(단행본) / 2026년 08월<br/></td></tr></table><br/>#도서협찬 #감정을읽는사람은다르게말한다 #비치기 #교보문고 #북다방1기<br/><br/>AI가 정중한 사과 문장을 순식간에 만들어 주는 시대다. 표현은 매끄럽고 예의도 충분하지만, 그런 문장을 읽다 보면 문득 궁금해진다. 문장을 잘 쓰는 것과 진심으로 미안해하는 것은 얼마나 가까운 일일까.<br/><br/>비치키의 &lt;감정을 읽는 사람은 다르게 말한다&gt;는 이 질문을 사람 사이의 대화로 가져온다. <br/>책을 따라가다 보면 내가 상대의 말을 얼마나 정확히 알아들었는지, 그 말을 꺼내기까지의 마음에는 얼마나 관심을 기울였는지 자연스럽게 돌아보게 된다.<br/><br/>친구가 승진 소식을 전하는 상황을 가정해 보자. <br/>직급이나 연봉을 물을 수도 있고, 기분이 어땠는지 물을 수도 있다. 하지만 친구가 오랫동안 기다린 인정을 받고 벅찬 마음으로 왔다면, 먼저 받아 주어야 할 것은 순전한 기쁨이다. 무엇에 먼저 반응하느냐에 따라 상대가 느끼는 관계의 온도가 달라진다.<br/><br/>우리는 대화 중에 서둘러 원인을 찾고, 잘잘못을 가리고, 해결책을 내놓는다. 그래야 도움이 됐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하지만 상대에게는 마음이 충분히 전해졌다는 감각이 먼저 필요할 때가 많다. <br/>조언이 옳아도 받아들여지지 않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br/><br/>가장 오래 남은 건 대화의 여백이다. <br/>누군가 힘든 일을 털어놓으면 우리는 쉽게 내 경험을 꺼낸다. 혼자가 아니라고 위로하고 싶어서 이겠지만, 어느새 내가 이야기의 중심에 서 있곤 한다. 상대는 아직 이야기를 끝내지 못했는데 말이다. <br/>내 경험을 말한 뒤에는 잠시 멈추고 상대가 무엇을 덧붙이는지 기다려야 한다. 말이 끊겼다고 급히 다른 말로 채우지 않는 것, 그 기다림에는 더 이야기해도 괜찮다는 뜻이 담겨 있다. <br/>이럴 때 침묵은 어색함이 아니라 마음을 정리하고 용기를 모으는 시간이다.<br/><br/>상대가 다른 의견을 편하게 말할 수 있게 여유를 주라는 대목도 인상 깊었다. <br/>고개를 끄덕였다고 반드시 동의한 건 아니다. 관계가 불편해질까 봐, 혹은 말하는 사람의 지위가 부담스러워서 이견을 삼켰을 수 있다. “혹시 다르게 생각하는 부분이 있나요?”라고 물었다면 정말 다른 대답을 들을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 이견이 나오자마자 반박하면 그 질문은 형식적인 절차가 되어 버린다.<br/><br/>‘감정을 읽는다’는 말도 다시 생각하게 된다. <br/>표정 하나로 속마음을 알아맞힐 수 있다고 자신하는 건 위험하다. 잠깐의 망설임은 반대의 신호일 수도 있지만, 피곤하거나 생각을 정리하는 중일 수도 있다. <br/>그래서 관찰과 함께 확인이 필요하다. <br/>내가 알아챈 게 맞는지 조심스럽게 묻고, 상대가 설명할 기회를 주는 것이다.<br/><br/>갈등도 마찬가지다. <br/>사람마다 기준과 경험이 달라서, 내게 당연한 일이 상대에게는 불편할 수 있다. 그 차이를 곧바로 옳고 그름으로 몰아가면 대화는 굳어 버린다.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 물을 때 비로소 서로의 판단이 만들어진 배경이 보인다. <br/>물론 이해한다고 해서 모든 의견을 받아들일 필요는 없다. 상대의 감정을 존중하면서 내 경계를 말하려면 ‘나’를 주어로 말하는 방식이 유용하다. 상대의 성격을 단정하지 않고 구체적인 상황에서 내가 어떤 영향을 받았는지 설명한 뒤, 앞으로 바라는 행동을 덧붙이면 대화는 함께 조정할 수 있는 문제가 된다.<br/><br/>다만 AI 시대에 관한 책의 메시지는 조금 신중하게 받아들이고 싶다. <br/>AI도 공감하는 듯한 표현을 만들어 낼 수 있으니, 인간의 가치를 ‘AI는 못 하는 말’에서만 찾기는 어렵다. <br/>내가 더 주목한 건 관계를 이어 가는 사람의 책임이다. <br/>건넨 말을 기억하고, 그 말대로 행동하고, 오해가 생기면 다시 설명하고 사과하는 일. <br/>신뢰는 그런 시간 속에서 쌓인다.<br/><br/>책을 덮고 떠올린 실천할 일. <br/>답부터 서둘러 내놓지 않기, 내가 이해한 마음이 맞는지 한 번 더 묻기, 다른 의견이 나와도 대화 이어 가기, 친한 사이라고 다 안다고 생각하지 않기. <br/><br/>다음 대화에서는 “그래서 어떻게 됐어?” 대신 “그때 마음은 어땠어?”라고 물어보고 싶다. 그리고 대답을 기다려 보고 싶다. <br/><br/>이제는 그 짧은 기다림 속에서 익숙한 사람에게도 내가 아직 듣지 못한 이야기가 있다는 걸 발견할 수 있을 것 같다.]]></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40098/51/cover150/k652130257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400985198</link></image></item><item><author>csw2700</author><category>마이리뷰</category><title>귀향 그리고 오뒷세이아 - [귀향]</title><link>https://blog.aladin.co.kr/768131149/17539022</link><pubDate>Sun, 27 Sep 2026 11:08: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68131149/17539022</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52768760&TPaperId=17539022"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2606/43/coveroff/8952768760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52768760&TPaperId=17539022"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귀향</a><br/>베른하르트 슐링크 지음, 박종대 옮김 / 시공사 / 2013년 04월<br/></td></tr></table><br/>베른하르트 슐링크의 &lt;귀향&gt;은 아버지를 찾는 아들의 이야기다. 하지만 페터 데바우어가 아버지의 정체를 알아낸다고 해서 귀향이 끝나는 건 아니다. <br/><br/>오히려 그때부터 더 어려운 질문이 시작된다. 그토록 찾던 아버지가 도덕적으로 받아들이기 힘든 사람이라면 어떻게 해야 할까. 우리는 부모에게서 질문만 물려받는 걸까, 아니면 그들의 답과 잘못까지 물려받는 걸까.<br/><br/>아버지 없이 자란 페터는 스위스 조부모 집에서 미완성 소설 원고를 발견한다. 포로수용소를 탈출해 돌아온 병사가 아내 곁에 이미 다른 남자가 있다는 걸 알게 되는 이야기인데, 정작 결말 부분이 사라져 있다. 이 사라진 결말은 아버지가 부재한 페터의 삶과 닮았다. <br/>그는 소설의 결말, 원고를 쓴 작가, 자신의 아버지를 차례로 추적하지만 결국 세 탐색은 하나로 합쳐진다.<br/><br/>이 소설의 바탕에는 &lt;오뒷세이아&gt;가 있다. <br/>텔레마코스가 오디세우스를 찾듯 페터도 아버지를 좇는다. 다만 텔레마코스의 아버지는 집을 되찾는 영웅이지만, 페터의 아버지는 판단해야 할 역사다. <br/>요한 데바우어는 나치 시대엔 전체주의를 뒷받침하는 글을 쓰고, 전후엔 새 이름과 세련된 이론으로 과거를 재구성하며 살아남은 인물이다. 그의 지성과 매력은 페터에게 거부감과 경탄을 동시에 불러일으킨다. <br/>악한 사상이 꼭 조잡한 얼굴로 나타나는 건 아니고, 지적 정교함이 도덕적 정당성을 보장하지도 않는다는 게 여기서 드러난다.<br/><br/>이 문제는 이미 어린 시절 할아버지와의 대화에서 예고된다. 할아버지는 오심이 때로 역사적으로 의미 있는 결과를 낳기도 한다고 말하고, 은밀한 방법으로만 할 수 있는 올바른 일도 있다고 말한다. 그리고 "네 아비도 그렇게 물었었지"라고 덧붙인다. <br/>아버지는 실제로 돌아오기 전에 이미 질문의 형태로 아들의 삶에 들어와 있었던 셈이다. 하지만 같은 질문을 했다고 같은 답에 도달해야 하는 건 아니다. 질문은 물려받아도 판단까지 상속되진 않는다.<br/><br/>어머니는 아버지에 대해 침묵하는데, 이는 아들을 보호하려는 선택이면서 동시에 아들의 알 권리를 대신 결정해버린 통제이기도 하다. <br/>그런데 페터도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비슷하게 군다. 불안과 욕망을 설명하기보다 혼자 견디고, 위기가 오면 대화 대신 떠난다. 베로니카의 아들 막스에게는 자신이 못 받은 부성애를 주려 하고, 그와 함께 오디세우스 영화를 보다가 어릴 적 읽은 소설이 &lt;오뒷세이아&gt;의 변형이라는 걸 뒤늦게 깨닫는다.<br/><br/>정작 페터가 돌아가야 할 곳을 보여주는 이는 바바라다. 그녀와 사랑에 빠진 동안 페터는 원고에 대한 집착을 잊는다. 하지만 실종됐던 그녀의 남편이 돌아오자 페터는 싸우지 않고 물러난다. 미완성 원고 속 상황을 그대로 반복하는 셈이다. 훗날 다시 만나지만, 아버지의 정체를 알게 된 페터는 또 바바라를 떠나 미국으로 향한다. 자신을 버린 아버지를 찾으려고 자신을 기다리는 사람을 버리는 것이다.<br/><br/>바바라는 기다림에 충실했던 페넬로페가 아니다. <br/>그녀는 페터의 혈통과 상관없이 그를 받아들이면서도, 요한 데바우어의 사상만큼은 분명히 악이라고 판단한다. 모든 게 관점에 따라 달라진다는 아버지의 논리에 흔들리지 않는다. 그래서 바바라에게 돌아간다는 건 연애의 완성이 아니라, 과거의 미스터리보다 현재의 관계를, 떠날 자유보다 머물 책임을 선택하는 일이다.<br/><br/>&lt;귀향&gt;은 아버지를 닮는 것과 아버지처럼 사는 것을 구분한다. <br/>페터가 아버지와 달라지는 길은 핏줄을 부정하는 데 있지 않다. 자기 안에 아버지와 닮은 부분이 있다는 걸 인정하면서도 다른 결정을 내리는 데 있다. 좋은 결과가 처음의 부당함을 지우지는 않고, 선한 목적이 기만의 도덕적 비용을 없애지도 않는다. <br/>작가는 결과와 해석만으로는 제거되지 않는 책임을 끝까지 남겨둔다.<br/><br/>결국 이 소설의 마지막 질문은 "아버지는 누구인가"가 아니라 "아버지와 닮은 질문을 가진 나는 어떤 답을 선택할 것인가"다. <br/>페터의 진짜 귀향은 아버지의 신원을 확인하는 순간이 아니라, 물려받은 질문을 자기 책임 아래 다시 판단하고 누군가(바바라)의 곁에 머무르기로 선택할 때 비로소 이루어진다. <br/><br/>귀향이란 과거로 돌아가는 일이 아니라, 현재의 자리에서 새로운 결말을 쓰는 일이다.]]></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2606/43/cover150/8952768760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26064360</link></image></item><item><author>csw2700</author><category>마이리뷰</category><title>이우일의 그리스로마 신화 - [이우일의 만화 그리스로마 신화 1 - 신들의 우화]</title><link>https://blog.aladin.co.kr/768131149/17538993</link><pubDate>Sun, 27 Sep 2026 10:41: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68131149/17538993</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762130528&TPaperId=17538993"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9954/25/coveroff/k762130528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762130528&TPaperId=17538993"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이우일의 만화 그리스로마 신화 1 - 신들의 우화</a><br/>이우일 지음, 이준석 감수 / 비채 / 2026년 07월<br/></td></tr></table><br/>#이우일의그리스로마신화 #만화_그리스로마신화 #성인용 #비채 #도서협찬_서평단<br/><br/>들어는 보았는가?!<br/>그리스로마신화 삼대장?!<br/>그중 1인인 '이우일 만화가' 작품되시겠다.<br/>(크리스토퍼 놀란 감독도 그중 1인_비채 피셜)<br/><br/>설마설마하면서 봤는데.<br/>결론부터 말하자면 "인정!"이다.<br/>시리즈 중 첫번째만 읽었음에도 부인할 수가 없다.<br/><br/>그리스로마신화에서 아직도 새로울게 있느냐고 물으신다면<br/>이 책 한번 읽어보라 권한다.<br/><br/>메두사가 묻는다.<br/>"괴물과 영웅은 누가 구분하는거지?"<br/>알고보니 피해자 아닌가 싶다.<br/>죽어서도 페르세우스의 정적 제거수단이 되고, 끝내는 아테나 여신의 방패 장식품이 된다. <br/>자. 다시 묻는다.<br/>"괴물과 영웅은 누가...?"<br/><br/>오이디푸스왕 이야기. <br/>익숙하다 생각했는데 아니었다.<br/>스스로 눈을 멀게 한 이후 아들들의 왕위 다툼과 크레온의 후일담은 처음 접한 듯 생경하고,<br/>자신이 묻힌 곳을 아무도 알지 못하게 해달라는 오이디푸스의 부탁을 들어준 테세우스. 둘의 교감 역시 이참에 알고 간다.<br/><br/>동생의 주검을 수습한 안티고네(오이디푸스의 큰딸)가 크레온에게 묻는다.<br/>인간의 포고령이 우선인가? 신들의 불문율이 우선인가?<br/><br/>삽화에 글자 몇자를 얹었을 뿐인데 왜 이케 먹먹하지?<br/>이러면 헤라클레스, 오뒷세우스도 읽지 않을 수가... 없...<br/><br/>덧) 사심없이 시작해서 사심으로 끝맺는 리뷰.<br/>잘 읽었습니다!]]></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39954/25/cover150/k762130528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99542518</link></image></item><item><author>csw2700</author><category>마이리뷰</category><title>비둘기가 고양이처럼 보인다 - [이효석문학상 수상작품집 2026 - 사과]</title><link>https://blog.aladin.co.kr/768131149/17533424</link><pubDate>Wed, 23 Sep 2026 19:43: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68131149/17533424</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562130536&TPaperId=17533424"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40030/79/coveroff/k562130536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562130536&TPaperId=17533424"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이효석문학상 수상작품집 2026 - 사과</a><br/>박솔뫼 외 지음 / 북다 / 2026년 08월<br/></td></tr></table><br/>#도서협찬 #박솔뫼 #이효석문학상수상작품집 #사과 #북다방1기 <br/><br/><br/>함께 있다는 말의 무게<br/><br/>박솔뫼의 &lt;사과&gt;를 읽으며 오래 남은 것은 사건보다 창밖을 바라보는 애리의 자리였다. 차는 어딘가로 향하지만 애리는 그 풍경 속을 직접 걷는 자신을 쉽게 상상하지 못한다. 선호와 가까워지는 동안에도 둘은 같은 것을 같은 모습으로 보지 않는다. 선호에게 이해하기 어려운 애리의 감각을, 애리가 끝내 설명하거나 증명하려 들지 않는다는 점이 좋았다. 서로를 완전히 이해하지 못해도 잠시 나란히 있을 수 있고, 그 시간이 끝난 뒤에도 함께 있었던 사실은 사라지지 않는다.<br/>이어 실린  &lt;비둘기 옮기기&gt;는 이 책을 읽는 방법까지 돌아보게 한다. 화자는 비둘기를 고양이로 바꾸지 못한다. 다만 어느 순간부터 비둘기를 아주 조금 다르게 본다. <br/><br/>여섯 편을 읽고 난 뒤 내게도 그런 변화가 남았다. 익숙한 말로 분류하던 사람과의 관계가 전처럼 보이지 않았다.<br/><br/>성혜령의  &lt;하악&gt;에서 자인은 장애가 있는 동생 태인을 돌본다. 가족이라면 기꺼이 책임져야 한다는 믿음은 너무도 당연시되기에 거절하기도 어렵다. 자인이 느끼는 피로와 분리되고 싶은 마음을 읽으며, 누군가를 돌봐야 한다는 말 앞에서 정작 돌보는 사람의 삶은 얼마나 자주 지워지는지 생각해본다. 자인을 쉽게 비난할 수 없는 것은 그가 타인을 구분하고 배제하는 방식을 알아보면서도 자신 역시 거기에서 벗어나고 싶어 하기 때문이다.<br/><br/>임솔아의 &lt;나의 빈 묘에&gt;에서는 묘가 누구를 위한 자리인지 묻게 된다. 지윤과 윤미는 반려견 조아를 기억하고 다시 찾아갈 수 있는 따뜻한 곳에 묻어주고 싶어 한다. 묘는 죽은 뒤의 자리를 미리 정하는 공간만은 아니다. 살아 있는 동안 누구와 삶을 나누고, 누가 나를 기억하며 찾아올 것인지에 관한 자리이기도 하다. 조아에게도 그런 자리가 있어야 한다는 두 사람의 마음이 전해졌다.<br/><br/>장희원의 &lt;영주&gt;는 훨씬 불편한 방식으로 '곁에 있음'을 요구한다. 영주는 과거 자신의 고통을 지켜봤던 우진에게 자신의 마지막을 목격해 달라고 한다. 우진이 끝내 말을 잃고 글을 쓸 수 없을 것 같다고 느끼는 결말은 단순한 복수의 성공으로만 읽히지 않았다. 타인의 고통을 보고도 지나쳤던 사람이 뒤늦게 그 고통을 자신의 문장으로 다룰 수 있는가. 이 소설은 목격과 책임 사이에 놓인 긴 시간을 독자가 피할 수 없게 만든다.<br/><br/>정기현의 &lt;그거 점 된다&gt;는 몸에 생긴 점과 허물을 통해 남들이 정한 모습대로 살아야 한다는 압박을 기묘하고도 경쾌하게 뒤집는다. 희정이 점을 없애려 애쓸 때와 그것을 다르게 받아들이게 될 때, 같은 몸은 전혀 다른 의미를 갖는다. <br/><br/>황시운의 &lt;일일업무 보고서&gt;에서는 그 몸의 문제가 다시 일상의 구체적인 시간으로 돌아온다. 세진에게 먹고 일하고 몸을 돌보는 일은 매일의 판단과 노동이다. 도움을 받는 일에도 나중에 치를 값이 있을 수 있다는 세진의 생각은 그의 독립심을 추상적인 미덕이 아니라 살아온 경험으로 이해하게 한다. 아무 마음도 갖지 않겠다는 다짐과 달리, 내일을 생각하게 되는 세진의 마음 또한 오래 남는다.<br/><br/>이 작품집의 인물들은 저마다 누군가와 가까워지고, 멀어지고, 돌보고, 기억하고, 목격한다. <br/>그러나 어느 관계도 '우리'라는 말 하나로 간단히 묶이지 않는다. 함께 있는 동안에도 서로 다른 풍경을 보고, 사랑과 돌봄 안에서도 각자의 삶은 저마다의 무게를 가진다.<br/><br/>마지막 장을 덮고 나니 비둘기가 아주 조금 고양이처럼 보였다는 문장이 다시 떠올랐다.]]></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40030/79/cover150/k562130536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400307916</link></image></item><item><author>csw2700</author><category>마이리뷰</category><title>스핑크스의 왼쪽 눈동자 - [스핑크스의 왼쪽 눈동자]</title><link>https://blog.aladin.co.kr/768131149/17533423</link><pubDate>Wed, 23 Sep 2026 19:41: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68131149/17533423</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702130458&TPaperId=17533423"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40104/48/coveroff/k702130458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702130458&TPaperId=17533423"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스핑크스의 왼쪽 눈동자</a><br/>김유진 지음 / 북다 / 2026년 08월<br/></td></tr></table><br/>#도서협찬 #스핑크스의왼쪽눈동자 #김유진 #북다 #북다방1기 <br/><br/>내 기억을 되찾는 일은 나를 되찾는 일일까?<br/>지금까지 믿어 온 기억이 누군가의 손에 의해 잘리고 다시 붙여진 것이라면, 나는 무엇을 근거로 나 자신을 설명할 수 있을까?<br/><br/>김유진 작가의 장편소설 &lt;스핑크스의 왼쪽 눈동자&gt;는 이 질문을 기억 회복술과 기억 제거술이 존재하는 가상의 대한민국으로 가져간다.<br/>브레인 임상연구센터의 레지던트 4년 차 김수오는 교수진 몰래 어머니 김소희에게 기억 회복술을 시행한다. 수술은 성공하지만, 그 과정에서 소희가 이미 누군가에게 뇌 수술을 받은 적이 있다는 사실이 드러난다. 수오가 알고 싶었던 것은 오래전 사라진 아버지의 정체와 그가 가족을 떠난 이유였다. <br/><br/>그러나 되찾은 기억은 오히려 어머니를 더 괴롭게 만든다. 기억을 찾는 일이 곧 상처를 치유하는 일은 아니라는 사실을, 수오는 뒤늦게 마주하게 된다.<br/><br/>이야기의 긴장은 수오가 기억 제거술을 은밀히 시행해 온 의사 주경재의 존재를 알게 되면서 한층 깊어진다. 처음에는 어머니의 과거를 밝히기 위해 그에게 접근했던 수오지만, 점차 주경재의 의술 자체에 매료되어 간다. 주경재 역시 수오가 접근하는 이유를 짐작하면서도 그를 곁에 둔다. <br/><br/>두 사람의 대립은 서로를 밀어붙이는 행동보다, 상대의 욕망과 약점을 읽어 내는 과정에서 더 큰 긴장감을 만들어 낸다.<br/>특히 인상적인 부분은 수오가 주경재를 바라보는 시선이다. 그는 주경재에게 분노하면서도, 수술실에서 펼쳐지는 그의 기술 앞에서는 경외감을 느낀다. 경계해야 할 대상에게서 오히려 배우고 싶어지는 마음. 그 모순이 수오를 단순한 복수극의 주인공으로 머물게 하지 않는다. 어머니를 위한 선택이라 믿었던 일이 어느 순간 자신의 능력을 향한 욕망으로 바뀌어 가는 과정 역시 서늘하게 다가온다.<br/><br/>소설이 던지는 질문.<br/>고통스러운 기억을 지울 수 있다면 그 결정을 누구에게 맡겨야 하는가. 잊었던 기억을 되찾을 수 있다면, 그 뒤에 따라올 고통까지 감수해야 하는가. <br/>무엇보다 수술을 받는 당사자의 뜻을 확인할 수 없거나 타인이 그 결정을 대신한다면, 그 기억은 과연 누구의 것이 되는가. 회복과 제거라는 서로 다른 방향의 기술은 결국 같은 질문 앞에서 만난다.<br/><br/>&lt;스핑크스의 왼쪽 눈동자&gt;는 어머니의 잃어버린 과거를 추적하는 이야기이자, 타인의 마음을 고칠 수 있다고 믿는 의사들이 결국 자신의 욕망을 들여다보게 되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br/><br/>비밀이 하나씩 풀릴수록 궁금해지는 것은 과거에 무슨 일이 있었는가만이 아니다. 모든 것을 알게 된 뒤에도 이들이 이전과 같은 사람으로 살아갈 수 있을 것인가 하는 물음이다. 기억을 손질할 수 있는 미래를 그리면서도, 소설은 끝내 가장 오래된 인간의 문제를 건드린다. <br/><br/>우리는 진실을 알 권리와 고통을 잊을 권리 사이에서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br/><br/>덧) 오래전 읽었던 &lt;굿바이, 욘더&gt;가 떠올랐다. 결말이 어땠더라..?]]></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40104/48/cover150/k702130458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401044823</link></image></item><item><author>csw2700</author><category>마이리뷰</category><title>다시 읽는 고전 - [나민애와 다시 읽는 고전]</title><link>https://blog.aladin.co.kr/768131149/17518355</link><pubDate>Tue, 15 Sep 2026 18:58: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68131149/17518355</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2556842X&TPaperId=17518355"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40059/63/coveroff/892556842x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2556842X&TPaperId=17518355"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나민애와 다시 읽는 고전</a><br/>나민애 지음, EBS 제작팀 기획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6년 08월<br/></td></tr></table><br/>고전이라고 하면 부담이 앞선다. <br/>&lt;죄와 벌&gt;, &lt;안나 카레리나&gt;, &lt;파우스트&gt;, &lt;1984&gt;, &lt;프랑켄슈타인&gt;, &lt;돈키호테&gt;… 제목은 익숙하지만 막상 펼치려면 방대한 분량과 낯선 시대적 배경 앞에서 망설이게 된다.<br/><br/>이 책은 그 거리감을 줄여주는 책이다. <br/>저자의 관심은 완독이나 문학사적 지식이 아니라 “이 작품이 왜 지금까지 살아남았는가”에 있다. <br/>책을 여는 문장부터 인상적이다. 고전은 강 같은 것이다. 아폴리네르가 &lt;미라보 다리&gt;를 쓰던 시절에도, 지금도 센강은 흐른다. 사람과 시대는 바뀌어도 강은 제자리를 지나가듯, 몇백 년 전 작품 속에도 지금 우리와 다르지 않은 사랑과 욕망, 두려움과 삶의 의미가 흐른다.<br/><br/>책의 출발점은 사랑이다. <br/>&lt;시경&gt;의 &lt;관저&gt;에서 &lt;향연&gt;, &lt;신곡&gt;, &lt;죄와 벌&gt;, &lt;안나 카레리나&gt;로 이어지며 사랑은 매번 다른 얼굴을 보인다. &lt;향연&gt;에서 인간은 잃어버린 반쪽을 찾는 존재이고, 단테에게 베아트리체는 연인을 넘어 더 나은 곳으로 이끄는 존재다. &lt;죄와 벌&gt;의 소냐에게 사랑은 무조건적 용서가 아니라 죄를 인정하고 책임지게 만드는 힘이다. <br/>반면 안나와 브론스키의 사랑은 뜨겁지만 불안하다. 사랑이 삶의 전부가 되는 순간 상대의 마음을 끊임없이 확인하게 되고, 사랑을 잃는 것이 곧 자기 존재를 잃는 일처럼 느껴진다. 사랑은 인간을 구원할 수도, 집어삼킬 수도 있다.<br/><br/>이야기는 자연스럽게 ‘악’으로 넘어간다. <br/>에덴동산의 뱀에서 &lt;파우스트&gt;의 메피스토펠레스까지, 과거의 악은 인간 바깥에 있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며 악마 없이도 인간은 충분히 악할 수 있다는 사실이 드러나고, &lt;1984&gt;에 이르면 악은 한 명의 악당조차 아닌 감시와 통제의 시스템이 된다. 빅 브라더가 없어도 스마트폰과 알고리즘이 취향과 행동을 예측하는 지금, 누군가 보고 있다는 감각은 인간으로 하여금 스스로를 검열하게 만든다. SNS에 좋은 모습만 골라 올리다 보면 실제의 나와 보여주기 위한 나 사이에 거리가 벌어진다. 1949년에 나온 &lt;1984&gt;가 여전히 무서운 이유다.<br/><br/>&lt;프랑켄슈타인&gt;을 바라보는 방식도 인상적이다. <br/>우리는 그 이름을 괴물로 기억하지만 정작 괴물에겐 이름이 없고, 그는 처음부터 악했던 존재도 아니다. 사랑받고 싶었던 존재를 만들어 놓고 책임지지 않은 것은 오히려 창조주였다. 그러니 크리처의 질문은 “왜 나를 만들었나”보다 “왜 만들어 놓고 버렸나”에 가깝다. 무엇을 만들 수 있느냐가 아니라 만든 것에 얼마나 책임질 수 있느냐를 묻는 이 질문은, AI와 생명공학의 시대를 사는 지금 더욱 섬뜩하게 다가온다.<br/><br/>&lt;침묵의 봄&gt;에서 고전의 범위는 문학에서 현실로 넓어진다. 레이첼 카슨이 고발한 DDT의 자리에 저자는 미세플라스틱을 놓아본다. 물질은 바뀌었어도 인간이 편리함을 얻는 대가를 자연과 다른 생명에게 떠넘기는 구조는 반복된다. 인간도 생태계의 일부이므로 자연을 파괴하는 일은 결국 자신을 해치는 일이라는 깨달음으로 이야기는 모아진다.<br/><br/>&lt;돈키호테&gt;와 루쉰의 &lt;광인일기&gt;를 나란히 읽는 방식도 흥미롭다. <br/>두 주인공은 모두 당대에 미친 사람 취급을 받지만, 저자는 그 ‘미침’을 다른 각도에서 바라본다. 기존 질서를 의심하는 사람은 언제나 처음엔 이상한 사람으로 불린다. 정상이라는 것은 결국 누가 정하는가—새로운 시대를 먼저 본 사람이 자기 시대에서는 미친 사람으로 불릴 수 있다는 해석이 오래 마음에 남는다.<br/><br/>책의 후반부에는 전쟁이 등장한다. <br/>헤밍웨이가 그리는 전쟁에는 영웅적 장면보다 상실이 먼저 있고, 살아남았지만 믿었던 세계를 잃은 이들에게서 ‘잃어버린 세대’라는 말이 태어난다. <br/>그리고 시선은 마지막으로 빅터 프랭클에게 향한다. 강제수용소라는 극한을 겪은 그가 끝내 붙잡은 것은 ‘의미’였다. 인간을 살아 있게 하는 힘은 좋은 환경이나 행복이 아니라 자신이 살아야 할 이유를 발견하는 데 있으며, 그 의미는 누구도 대신 정해줄 수 없다.<br/><br/>그래서 사랑에서 출발한 이야기는 전쟁과 절망을 거쳐 다시 사랑으로 돌아온다. <br/>세상을 사랑하는 것, 그것이 어렵다면 적어도 미워하지 않는 것, 그리고 무엇보다 자신을 미워하지 않는 것.  &lt;향연&gt;과 &lt;죄와 벌&gt;의 사랑이 &lt;1984&gt;의 감시, &lt;프랑켄슈타인&gt;의 버림받음, &lt;침묵의 봄&gt;의 파괴, 전쟁의 폐허를 모두 통과한 뒤 다시 도착한 결론이기에 이 문장은 단순한 위로로 읽히지 않는다.<br/><br/>이 책이 가장 좋았던 점은 고전을 떠받들지 않는다는 것이다. 무조건 훌륭하다고 말하는 대신 인물의 선택에 의문을 던지고 지금의 기준으로 다시 바라보면서도, 수백 년 전 작품이 살아남은 이유를 분명히 보여준다. 시대는 달라졌지만 인간은 놀랄 만큼 비슷하다. 우리는 여전히 사랑 때문에 행복하고 괴로워하며, 시스템에 길들여지고, 기술을 만들어 놓고 책임을 고민하며, 모든 것이 무너졌다고 느끼는 순간 다시 “왜 살아야 하는가”라는 질문 앞에 선다.<br/><br/>고전을 읽는다는 것은 오래된 생각을 배우는 일이라기보다, 지금의 나를 아주 먼 시대의 거울에 비춰보는 일인지도 모른다. 강물은 같아 보여도 매 순간 다른 물이 흐르듯, 스무 살에 읽은 &lt;죄와 벌&gt;과 마흔에 읽은 그것은 같은 책이 아니다. 작품은 그대로 있지만 그것을 읽는 사람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고전은 한 번 읽고 끝내는 책이 아니라 살아가면서 다시 읽어야 하는 책이다. <br/><br/>이 책의 제목에서 가장 오래 기억하게 될 단어도 결국 ‘고전’보다 ‘다시’였다.]]></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40059/63/cover150/892556842x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400596380</link></image></item><item><author>csw2700</author><category>마이리뷰</category><title>영광 없는 영웅들 - [영광 없는 영웅들]</title><link>https://blog.aladin.co.kr/768131149/17502503</link><pubDate>Tue, 08 Sep 2026 12:07: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68131149/17502503</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972130042&TPaperId=17502503"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40065/24/coveroff/k972130042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972130042&TPaperId=17502503"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영광 없는 영웅들</a><br/>퍼디아 레넌 지음, 최리외 옮김 / 다산책방 / 2026년 08월<br/></td></tr></table><br/>크리스토퍼 놀란의 영화 &lt;오디세이&gt;가  관객 1,000만 명을 넘기며 고대 그리스 열풍을 일으키고 있다. 이 흐름 속에서 퍼디아 레넌의 데뷔작 &lt;영광 없는 영웅들&gt;은 묘한 경험을 선사한다. 두 작품 모두 2천 년 전 지중해를 배경으로 전쟁과 귀향, 인간의 존엄을 다루지만, 시선의 방향은 정반대다. &lt;오디세이&gt;가 위대한 영웅의 귀향을 그린다면, 이 소설은 역사에 이름조차 남지 않을 실직 도공 람포·겔론과 굶어 죽어가는 전쟁포로들을 바라본다.<br/><br/>기원전 412년 시라쿠사. 아테네의 시칠리아 원정은 참패로 끝났고, 살아남은 아테네 병사들은 채석장에 갇혀 죽어간다. 승리한 시라쿠사도 온전치 않다. 무역은 무너졌고 사람들은 가족을 잃었으며, 도시 전체가 거대한 PTSD를 앓는 듯하다. 그런 도시에서 일자리를 잃은 람포와 겔론은 아테네 포로들을 배우로 세워 에우리피데스의 &lt;메데이아&gt;와 &lt;트로이의 여인들&gt;을 공연하겠다는, 말 그대로 미친 계획을 세운다.<br/><br/>이 책에서 가장 먼저 낯선 것은 말하는 방식이다. <br/>고대 그리스인들의 장중한 문장 대신 현대 아일랜드 특유의 구어체와 농담, 빈정거림으로 말한다. 처음엔 어색하지만 곧, 로마인에게 영국식 억양을 입혀온 기존 역사물 쪽이 오히려 자의적이었음을 깨닫게 된다. 작가는 식민 지배를 겪은 시칠리아와 아일랜드 사이의 역사적 공명, 그리고 고대 희극과 더블린 유머의 닮은꼴에서 이 선택의 근거를 찾는다. 그 결과 람포와 겔론은 술집 옆자리에 앉은 사람처럼 생생해진다.<br/><br/>소설은 두 얼간이가 사람들을 끌어모아 연극을 올리는 버디 코미디로 시작해 점점 다른 얼굴을 드러낸다. <br/>리허설이 진행될수록 그저 '적군'이었던 구덩이 속 아테네인들은 이름과 가족, 두려움을 가진 사람이 된다.<br/><br/>전쟁이 상대에게서 이름을 지우는 방식이라면, 연극은 그 이름을 돌려주는 일이다. 대사를 외운다는 이유로 한 사람이 굶어 죽지 않고, 시라쿠사 관객은 증오하던 적군이 연기하는 슬픔을 보다가 결국 자신의 슬픔과 마주한다. 사람은 전쟁으로 타인을 적으로 만들고, 이야기로 다시 인간으로 되돌린다.<br/><br/>여기서 두 소설은 다시 갈라진다. <br/>"영웅은 어떻게 집으로 돌아가는가"라는 &lt;오디세이&gt;의 질문에 이 소설은 "전쟁이 끝난 뒤 인간은 어떻게 다시 인간이 되는가"라고 되묻는다. 그 답으로 예술을 내놓는다.<br/><br/>람포는 허세 있고 무책임하며 종종 비겁한, 결코 미화되지 않는 인물이다. 그는 예술을 사랑해서가 아니라 그것을 만들어가며 조금씩 다른 사람이 된다.<br/>배우들이 처음엔 공연의 도구였다가 점점 공연보다 소중한 존재로 바뀌는 과정에서, 소설은 단순한 예술 찬가를 벗어난다. 예술이 사람을 자동으로 선하게 만들진 않는다. 다만 잠시 타인의 삶을 상상하게 하고, 그 상상이 가끔 한 사람의 선택을 바꾼다.<br/><br/>겔론은 다른 방식으로 슬퍼한다. <br/>상처를 피하는 람포와 달리 그는 죽은 아이와 떠난 아내의 흔적을 사물 속에서 되짚으며, 세상이 망가졌는데도 아름다운 것이 남아 있음을 확인하려 한다. 감옥에 갇힌 사람이 20년 전 들은 희곡의 한 구절로 목숨을 건지는 장면은, 문학이 살아남는 방식이 도서관이 아니라 기억을 건네는 순간에 완성됨을 보여준다.<br/><br/>후반으로 갈수록 소설은 초반의 유쾌함을 걷어낸다. 시라쿠사는 승리했지만 패자도 승자도 전쟁에서 온전히 돌아오지 못했다. <br/>그래서 제목 '영광 없는 영웅들'은 다르게 읽힌다. 이 책의 영웅은 괴물을 죽이거나 나라를 구하지 않는다. 대신 음식을 가져다주고, 배우를 구하고, 밧줄을 던지고, 친구를 끌어올리고, 이야기를 기억한다. 역사가 기록하지 않는 영웅적 행위는 대개 이런 모습이지 않을까.<br/><br/>&lt;오디세이&gt;가 바다와 신, 운명이 펼쳐지는 거대한 귀향의 서사라면, &lt;영광 없는 영웅들&gt;은 채석장과 술집, 조그만 무대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한쪽은 한 인간이 세계를 건너 집으로 돌아오고, 다른 쪽은 망가진 사람들이 잠시 서로의 고통을 바라본다. 그런데도 책을 덮고 나면 후자의 위업이 결코 작게 느껴지지 않는다. <br/>인간은 이야기를 통해 죽은 이를 기억하고 적을 다시 인간으로 되돌리며, 때로 자기 자신까지 구해낸다. 그래서 이 고대 그리스 배경의 소설은 놀라울 만큼 지금 우리의 이야기이기도 하다.<br/><br/>효율적이지 않아도 된다. <br/>당장 세상을 바꾸지 못해도 된다. <br/>망가진 세계에서 아름다운 것 하나를 만드는 일, 그것만으로 충분히 영광스러운 위업일지 모른다.]]></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40065/24/cover150/k972130042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400652425</link></image></item><item><author>csw2700</author><category>마이리뷰</category><title>당신의 이타카는 어디인가 - [오뒷세이아 - 영원한 고전, 철저한 고증,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 영화 &amp;lt;오디세이&amp;gt; 그리스어 원전 완역본]</title><link>https://blog.aladin.co.kr/768131149/17479997</link><pubDate>Sun, 30 Aug 2026 08:41: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68131149/17479997</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32476462&TPaperId=17479997"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9940/12/coveroff/8932476462_2.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32476462&TPaperId=17479997"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오뒷세이아 - 영원한 고전, 철저한 고증,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 영화 &lt;오디세이&gt; 그리스어 원전 완역본</a><br/>호메로스 지음, 김헌 옮김 / 을유문화사 / 2026년 08월<br/></td></tr></table><br/>&lt;오뒷세이아&gt;를 읽고 가장 오래 마음에 남은 것은 괴물도 영웅담도 아니었다. 한 사람이 끝없이 헤매면서도 돌아갈 곳을 잊지 않는다는 사실이었다. <br/><br/>오뒷세우스에게 이타카는 단순한 고향이 아니다. 아내 페넬로페와 아들 텔레마코스, 왕의 자리, 오래전의 이름이 있는 곳. 무엇보다 그가 다시 오뒷세우스가 될 수 있는 장소다. 그래서 이 작품은 집으로 돌아가는 이야기가 아니라, 잃어버린 자신에게 돌아가는 이야기처럼 읽힌다.<br/><br/>우리는 흔히 그의 10년 방랑을 포세이돈의 분노 탓으로 기억한다. <br/>하지만 오뒷세우스를 가장 오래 붙잡아둔 것은 적대적인 괴물이 아니라 달콤한 것들이었다. 로토스를 먹으면 돌아가고 싶은 마음을 잊는다. 키르케의 섬에서는 1년을, 칼륍소의 섬에서는 무려 7년을 머문다. 괴물은 싸우면 되고 폭풍은 견디면 된다. <br/>그러나 편안함은 다르다. 굳이 떠날 이유가 없어 보인다. “조금 더 있어도 되지 않을까.” <br/><br/>우리를 삶의 방향에서 벗어나게 만드는 것은 거대한 불행보다 이런 작은 목소리들이다. 아침 알람을 끄고 조금만 더 자고 싶은 마음, 오늘 하루쯤은 괜찮다고 자신을 설득하는 순간들. 그러다 문득 돌아보면 생각보다 먼 곳까지 떠밀려와 있다.<br/><br/>오뒷세우스는 완벽한 영웅이 아니다. <br/>중요한 순간에 잠이 들고, 부하를 통제하지 못하며, 수많은 선택 앞에서 흔들린다. 12척의 배로 떠났지만 결국 고향에 돌아오는 사람은 그 한 명뿐이다. 그럼에도 나는 그 때문에 그가 더 인간적으로 느껴졌다. 그의 위대함은 길을 잃지 않았다는 데 있지 않다. 수없이 길을 잃고도 다시 방향을 잡았다는 데 있다.<br/><br/>가장 아름다운 장면은 칼륍소의 제안을 거절하는 순간이다. 그녀와 남으면 늙지도 죽지도 않을 수 있다. 그러나 오뒷세우스는 영원한 낙원 대신 언젠가 죽어야 하는 인간의 삶을 선택한다. <br/>삶은 유한하기에 소중하다. 끝이 있기에 오늘이 특별하고, 돌아갈 시간이 한정되어 있기에 우리는 귀향을 서두른다. ‘가리는 자’라는 뜻의 칼륍소의 섬에서, 오뒷세우스는 세상으로부터 조금씩 잊혀간다. <br/>그래서 귀향은 단순한 이동이 아니라 이름을, 잊혀졌던 자신을 되찾는 일이다.<br/><br/>김헌 교수의 번역은 이 세계를 지나치게 매끈하게 다듬지 않는다. <br/>마음이라 옮길 법한 표현을 ‘횡격막’으로, 분노를 ‘담즙이 치솟는다’는 식으로 살려낸다. 낯설지만 그 덕분에 우리는 3천 년 전 사람의 몸과 감정에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간다. <br/>그들은 몸 전체로 생각하고 분노하고 슬퍼하는 존재였다.<br/><br/>영화가 모험을 압도적인 이미지로 보여준다면, 원작은 그 모험의 의미를 묻게 한다. <br/>왜 돌아가고 싶으면서도 자꾸 머물렀는지, 왜 인간은 불멸보다 유한한 삶을 선택하는지. <br/><br/>그래서 책을 덮고 나면 결국 하나의 질문이 남는다. <br/>당신의 이타카는 어디인가. <br/>처음 품었던 꿈일 수도, 오래 잊고 지낸 사람일 수도, 어느 순간 놓쳐버린 자신의 모습일 수도 있다. <br/><br/>중요한 것은 흔들리지 않는 것이 아니라, 어느 순간 다시 묻는 것이다. 나는 어디로 돌아가야 하는가. <br/><br/>우리는 모두 조금씩 오뒷세우스다. <br/>그럼에도 마음 한구석에는 돌아가야 할 곳이 남아 있다. 귀향은 장소로 돌아가는 일이 아니라, 끝내 잃어버리고 싶지 않은 나 자신에게 돌아가는 일이다.<br/><br/>덧) 인생에서 한번쯤 고전을 읽어야 한다. 마침 영화 개봉과 맞물려 열풍이 일어나는 중이다. 슬그머니 동참해본다.<br/>아직 늦지 않았다. 이왕이면 이 책을 권한다.]]></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39940/12/cover150/8932476462_2.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99401298</link></image></item><item><author>csw2700</author><category>마이리뷰</category><title>사람을 삼키는 집 이야기 - [프린츠하우스]</title><link>https://blog.aladin.co.kr/768131149/17474599</link><pubDate>Thu, 27 Aug 2026 08:58: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68131149/17474599</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062130422&TPaperId=17474599"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9952/20/coveroff/k062130422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062130422&TPaperId=17474599"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프린츠하우스</a><br/>강지영 지음 / 북다 / 2026년 08월<br/></td></tr></table><br/>한남동에 있는 초고가 빌라 '프린츠하우스'. 겉으로 보면 부와 성공을 상징하는 곳 같지만, 강지영의 소설에서 이 집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사람을 집어삼키고 그 안의 욕심을 부풀리다가, 결국엔 주인마저 지배해버리는 거대한 생명체처럼 그려진다.<br/><br/><br/><br/>주인공 선우는 부모님이 갑자기 사라진 뒤 이 집을 물려받는다. 자기가 집을 갖게 됐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반대로 그 집 안으로 점점 빨려 들어가고 있다. 언젠가 집을 팔고 떠나겠다는 선우의 말도 어딘가 이상하다. 이미 스스로를 속이고 있는 게 느껴진다.<br/><br/><br/><br/>그러던 중 과거 이 집에 살던 집주인의 딸 전승아가 세입자로 들어오면서 이야기는 본격적인 오컬트 호러로 흘러간다. 이유를 알 수 없는 냄새, 환청, 몸에서 느껴지는 이상한 감촉들이 이어지면서 읽는 내내 불안함이 쌓인다. 초반부는 뭔가를 직접 보여주기보다 감각을 슬금슬금 건드리는 방식이라 더 무섭게 느껴진다.<br/><br/><br/><br/>승아 몸에 깃든 건 여러 독한 생물들을 서로 잡아먹게 해서 마지막까지 살아남은 하나에 원한과 독기를 몰아넣는 '고독(蠱毒)'이라는 것이다. 약한 게 강한 것에 먹히고, 그게 또 더 강한 것에 먹히면서 결국 가장 강한 하나만 남는 구조인데, 이걸 읽다 보면 프린츠하우스 자체가 딱 이런 식으로 만들어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더 좋은 집, 더 높은 자리를 향해 서로 밀어내다가 마지막에 남은 게 바로 이 집이 아닐까 싶어서다.<br/><br/><br/><br/>그런데 소설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한국 무속에서 출발한 이야기가 구마사제 이사악이 등장하면서 가톨릭의 악마와 구마 의식 쪽으로 넘어가고, 결국엔 탐욕을 상징하는 악마 '마몬'까지 연결된다. 무당이랑 악귀, 구마사제가 한 이야기에 다 섞여 있으니 처음엔 좀 낯설게 느껴질 수 있는데, 뒤로 갈수록 왜 이렇게 여러 가지를 끌어왔는지 이해가 된다. 고독이든 악귀든 악마든, 결국 다 같은 거라는 얘기다.<br/><br/><br/><br/>이 소설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설정은 '불티'다. <br/><br/>악마와 한번 접촉한 사람한테는 불티가 남는데, 이게 완전히 없어지지 않고 사람에서 사람으로 옮겨붙었다가 때가 되면 다시 살아난다. <br/><br/>이걸 그냥 무서운 설정으로만 보면 저주 이야기지만, 사람 욕심에 빗대어 생각하면 갑자기 확 현실적으로 다가온다. 남한테 인정받고 싶은 마음, 남보다 더 갖고 싶은 마음, 이미 가진 걸 놓치기 싫은 마음—그게 바로 불티인 셈이다. 더 소름 끼치는 건 악마가 항상 거짓말만 하는 게 아니라는 점이다. <br/><br/>오히려 진짜 속마음, 그러니까 내가 애써 모른 척하던 욕심이나 열등감을 정확히 짚어내면서 그걸 그럴듯하게 포장해준다.<br/><br/><br/><br/>이 집엔 패닉 룸도 나온다. <br/><br/>원래는 위험할 때 사람을 지키려고 만든 공간인데, 소설 속에서는 오히려 과거의 비밀을 숨기는 곳으로 쓰인다. 스스로를 지키려고 만든 공간이 결국 진실을 감추는 곳이 돼버리는 이 아이러니도 이 작품이 하고 싶은 얘기랑 잘 맞아떨어진다.<br/><br/><br/><br/>&lt;프린츠하우스&gt;는 읽는 재미가 확실한 오컬트 호러다. <br/><br/>한국 무속과 서양 구마 의식을 섞어놓은 설정도 새롭고, 미스터리와 반전 덕분에 마지막까지 손에서 놓기 힘들다. 근데 다 읽고 나면 귀신이나 악마보다 좀 더 찜찜한 게 남는다. 귀신은 책 속에 두고 나오면 그만이고 악마도 허구라고 생각하면 되는데, 좋은 집 갖고 싶고 돈 더 벌고 싶고 지금 가진 거 잃기 싫은 그 마음은 이미 내 안에 있는 거니까 그럴 수가 없다. <br/><br/><br/><br/>작가는 귀신 들린 집 얘기를 하는 척하면서 결국엔 독자한테 자기 마음을 한번 들여다보게 만든다. <br/><br/><br/><br/>내 안에는 지금 불티가 얼마나 남아 있을까—이 질문이 떠오르는 순간, 이 소설의 진짜 무서움이 시작된다.]]></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39952/20/cover150/k062130422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99522030</link></image></item><item><author>csw2700</author><category>마이리뷰</category><title>괴담보다 무서운 현생 - [심연의 텔레패스]</title><link>https://blog.aladin.co.kr/768131149/17474585</link><pubDate>Thu, 27 Aug 2026 08:46: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68131149/17474585</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592137693&TPaperId=17474585"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8843/86/coveroff/k592137693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592137693&TPaperId=17474585"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심연의 텔레패스</a><br/>가미조 가즈키 지음, 김은모 옮김 / 북다 / 2026년 03월<br/></td></tr></table><br/>"당신을 부르고 있습니다."<br/>짧은 한 문장으로 이야기가 시작된다. <br/><br/>대학 오컬트 동아리 모임에 마지못해 나간 카렌은 기리야마라는 학생한테서 어둡고 위험한 물속에서 자신을 기다리고 있다는 섬뜩한 괴담을 듣는다. 그냥 그런가 보다 하고 흘려들었는데, 이틀 뒤부터 집에서 걸레를 바닥에 내리치는 것 같은 '철퍽' 소리가 들리기 시작한다. <br/>비릿한 냄새가 나고, 이유를 알 수 없는 물웅덩이가 생기고, 무엇보다 그 소리가 조금씩 가까워진다. 이 소설이 진짜 무서운 건 괴물이 튀어나와서가 아니다. 제일 안전해야 할 우리 집이라는 공간을 더 이상 믿을 수 없게 만든다는 점이다.<br/><br/>카렌이 결국 도움을 요청하면서 이야기는 '아시야 초자연현상 조사'의 하루코와 조수 고시노 쪽으로 넘어가고, 소설 분위기도 같이 바뀐다. <br/>쫓기는 사람의 공포담이었던 이야기가 어느새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거야'를 파헤치는 미스터리로 바뀐다. 조사해보니 기리야마의 괴담을 들은 사람이 카렌 말고도 여럿 있었고, 다들 비슷한 일을 겪은 뒤 실종됐다는 게 밝혀진다. <br/>사라지기 직전에 남겼다는 "돌아가고 싶다"는 말이 이야기 내내 중요한 단서로 작용한다.<br/><br/>이 소설이 진짜 재밌어지는 건 여기부터다. <br/>하루코와 고시노는 초자연현상을 덥석 믿지도 않고, 그렇다고 무조건 아니라고 하지도 않는다. 사람이 꾸민 일인지, 심리적인 현상인지, 아니면 정말 설명할 수 없는 뭔가가 있는 건지 하나씩 따져본다. 괴상한 사건도 일단 관찰하고 기록하면서 원인을 찾아가는 두 사람 덕분에, 소설에는 공포와 추리물 특유의 재미가 자연스럽게 섞여 있다. <br/>겉으로 보면 완벽한 저주 구조인데, 두 사람은 계속 "정말 괴담 때문에 사라진 게 맞아?"라고 물으면서 이야기를 끌고 간다.<br/><br/>괴담, 실종 사건, 초심리학, ESP처럼 서로 안 어울릴 것 같은 소재들이 한 이야기 안에 섞여 있는데도 산만하지 않다. <br/>초반에 슬쩍 던져놓은 작은 단서들을 후반부에서 하나씩 다시 꺼내 쓰면서 이야기를 넓혀가는 구성이 좋았다. 무서운 대상도 계속 바뀐다. 처음엔 '철퍽' 소리가 무섭고, 그다음엔 기리야마라는 사람이 무섭고, 그다음엔 괴담 자체가 무서워진다. 그런데 읽다 보면 다시 생각하게 된다. 지금까지 무섭다고 느꼈던 게 정말 이 사건의 핵심이었을까.<br/><br/>보통 호러소설은 정체가 밝혀지는 순간 무서움이 좀 가시는데, 이 소설은 하나 밝혀지면 그 뒤에 더 큰 질문을 하나 더 놔둔다. <br/>진실에 가까워질수록 이야기가 오히려 예상 못한 방향으로 커진다. 카렌 파트가 만든 서늘한 분위기와 다르게 하루코와 고시노가 나온 뒤로는 두 사람 특유의 티키타카가 적당히 숨통을 틔워줘서, 300페이지 정도 되는 분량인데도 술술 읽힌다.<br/><br/>&lt;심연의 텔레패스&gt;는 귀신을 물리치는 이야기가 아니라, 이해 안 되는 현상을 끝까지 들여다보고 거기 숨은 규칙을 찾아가는 이야기다. <br/>무서운데 동시에 미스터리이고, 초자연현상을 다루면서도 묘하게 이성적인 태도를 잃지 않는다. 평범한 집 안에서 들리는 작은 소리 하나에서 시작해 생각지도 못한 큰 진실로 나아가는 이 소설을 덮고 나면, 조용한 방 안에서 물 떨어지는 소리가 들릴 때 문득 이런 생각이 들지도 모른다. 혹시 누가 날 부르고 있는 건 아닐까.]]></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38843/86/cover150/k592137693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88438662</link></image></item><item><author>csw2700</author><category>마이리뷰</category><title>과학으로는 풀어낼 수 없는 그 마음 - [투명한 나선]</title><link>https://blog.aladin.co.kr/768131149/17474571</link><pubDate>Thu, 27 Aug 2026 08:39: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68131149/17474571</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082130602&TPaperId=17474571"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9802/11/coveroff/s832131283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082130602&TPaperId=17474571"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투명한 나선</a><br/>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김선영 옮김 / 북다 / 2026년 07월<br/></td></tr></table><br/>갈릴레오 시리즈에서 유카와 마나부는 늘 사건 바깥에 서서 논리로 현상을 풀어내는 사람이었다. 그런데 시리즈 열 번째 이야기인 &lt;투명한 나선&gt;에서는 그 익숙한 구도가 뒤집힌다. 이번엔 경찰이 사건을 쫓다가 우연히 유카와의 이름을 발견하게 된다. <br/><br/>지바현 앞바다에서 등에 총을 맞은 남성의 시신이 발견된다. 그를 실종 신고했던 동거 여성에게는 완벽한 알리바이가 있는데도, 그녀는 갑자기 직장을 쉬고 자취를 감춘다. 구사나기와 우쓰미가 그 흔적을 좇던 중, 뜻밖에도 유카와의 이름과 마주친다. 도움을 청받은 유카와는 처음엔 단호하게 거절하지만, 구사나기를 배웅하는 순간 갑자기 마음을 바꾼다. 그런데 어떻게 협조하겠다는 건지는 끝내 말해주지 않는다.<br/><br/>이때부터 이 이야기의 진짜 궁금증은 총격 사건 하나만이 아니게 된다. <br/>유카와는 대체 뭘 알고 있는 걸까. <br/>그리고 뭘 감추고 있는 걸까.<br/><br/>이 작품이 남다른 건 사건의 트릭보다 유카와라는 사람 자체가 궁금해진다는 점이다. <br/>지금까지 우리가 알던 유카와는 좀 괴팍하지만 냉철하고 똑똑한, 이미 다 자란 어른의 모습이었다. 그런데 그가 어떤 집에서 자랐고 어떤 어린 시절을 보냈는지는 사실 거의 알려진 게 없었다. <br/>그런 그가 부모님 곁에 있는 모습으로 등장하는 장면은 어딘가 낯설게 느껴진다. 오랜 친구인 구사나기조차 몰랐던 유카와의 시간이 조금씩 드러나기 시작한다.<br/><br/>이번 작품에서 작가는 조금 다른 질문을 던진다. <br/>사람의 행동까지도 하나의 공식처럼 설명할 수 있을까 하는 질문이다. <br/>도망칠 이유가 없어 보이는 사람이 도망치고, 진실을 밝혀야 할 사람이 오히려 그걸 숨긴다. <br/>이해하기 힘든 행동들이지만, 그 뒤에 사랑과 죄책감, 그리고 오래된 약속이 있다는 걸 알게 되면 이야기가 완전히 다르게 다가온다. <br/><br/>제목처럼 사람의 삶은 곧게 뻗은 길이 아니다. <br/>과거의 일과 지금의 일이 전혀 상관없어 보이다가도 어느 순간 같은 자리에서 겹쳐진다.<br/><br/>무엇보다 흥미로운 건 유카와가 변했다는 점이다. <br/>여러 사건과 여러 사람을 겪어온 지금의 유카와는 예전과는 조금 다르다. <br/>진실을 밝히는 게 항상 옳은 일인지 스스로 고민하는 모습을 보인다. 과학자에게 진실은 반드시 찾아내야 하는 것이지만, 사람에게 진실은 때로 누군가의 삶을 무너뜨릴 수도 있는 것이니까. <br/><br/>그렇다고 거짓말이 답이라는 얘기도 아니다. <br/>이 작품은 그 사이의 애매하고 복잡한 지점을 계속 들여다본다. <br/>수사를 방해하는 건 아니냐는 구사나기의 물음에, 유카와는 짧게 대답한다. 너를 배신하지 않았다는 것도 약속한다고. 이 짧은 대화 안에 두 사람이 오랫동안 쌓아온 믿음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br/><br/>결국 이 작품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건 범인이 밝혀지는 순간이 아니라, 유카와가 오래 묻어뒀던 자기 이야기를 꺼내는 순간이다. 누구보다 똑똑하고 냉철한 사람도 정작 자기 삶에서는 완벽한 답을 찾지 못한다. 그리고 그런 모습이 오히려 이번 작품의 유카와를 훨씬 사람답게 느껴지게 만든다.<br/><br/>바다에서 발견된 시신 이야기로 시작한 소설은 어느새 전혀 다른 질문을 던진다. <br/>우리는 가까운 사람에 대해 대체 얼마나 알고 있을까. <br/>그리고 오래전 저지른 잘못을 바로잡을 기회가 온다면, 그때 우리는 용기를 낼 수 있을까. <br/><br/>과학적인 트릭을 풀어내는 천재 물리학자의 모습보다, 자기 과거를 안고 살아온 한 사람의 얼굴이 훨씬 오래 마음에 남는 작품이다.<br/><br/>덧)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39802/11/cover150/s832131283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98021172</link></image></item><item><author>csw2700</author><category>마이리뷰</category><title>투자는 결국 어떤 사람이 되느냐의 문제 - [워런 버핏 평전 - 2026년 개정증보판]</title><link>https://blog.aladin.co.kr/768131149/17435830</link><pubDate>Thu, 06 Aug 2026 16:48: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68131149/17435830</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142130109&TPaperId=17435830"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9769/45/coveroff/k142130109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142130109&TPaperId=17435830"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워런 버핏 평전 - 2026년 개정증보판</a><br/>앤드루 킬패트릭.정주용 지음, 안진환 외 옮김 / 윌북 / 2026년 07월<br/></td></tr></table><br/><h1>워런 버핏의 투자 원칙은 익숙하다.&nbsp;</h1><h1>“절대로 돈을 잃지 마라”, “10년간 보유할 주식이 아니라면 10분도 보유하지 마라”, “가격은 지불하는 것이고 가치는 얻는 것이다.”&nbsp;</h1><h1>그러나 이러한 문장만으로 버핏을 이해할 수 있을까.&nbsp;</h1><h1><br></h1><h1>앤드루 킬패트릭의 &lt;워런 버핏 평전&gt;&nbsp; 2026년 개정증보판은 버핏의 명언을 나열하는 대신, 그 말이 어떤 경험과 판단 속에서 나왔는지를 그의 삶 전체를 통해 보여준다.</h1>이 책은 크게 인간 워런 버핏의 성장 과정과 투자자로서의 행보를 따라간다.&nbsp;여섯 살 때 콜라를 팔아 이익을 남기던 소년, 새벽마다 신문을 배달하던 학생, 하버드 입학을 거절당한 청년, 컬럼비아 경영대학원에서 벤저민 그레이엄을 만난 제자, 고향 오마하로 돌아와 투자조합을 운영한 젊은 투자자가 어떻게 버크셔 해서웨이라는 금융 제국을 건설했는지가 방대한 자료와 일화를 통해 펼쳐진다.<br>버핏의 성공은 미래를 예언하는 능력에서 나오지 않았다.&nbsp;그는 시장이 언제 오를지를 맞히기보다 기업에 어떤 일이 일어날지를 분석했다. 다른 사람의 전망이나 주식중개인의 보고서보다 기업의 연차보고서, 재무제표와 같은 ‘미가공 데이터’를 직접 읽었다. 사람들이 자신의 의견에 동의한다고 해서 옳은 것이 아니라, 사실이 옳고 추론이 타당하기 때문에 옳다는 벤저민 그레이엄의 가르침은 평생 그의 판단을 지탱했다.<br>그렇다고 버핏이 무조건 남들과 반대로 움직인 것은 아니다.&nbsp;충분한 분석 없이 군중과 다른 선택을 하는 것은 독립적 판단이 아니라 무모함이다. 버핏의 자신감은 자신이 투자하려는 기업을 철저히 이해한 뒤에야 생겼다. 그는 모든 기회를 잡으려 하지 않았다. 평생 사용할 수 있는 투자 카드가 스무 장뿐이라고 생각하라고 조언하며, 확신할 수 있는 소수의 기회를 오래 기다렸다.<br>그리고 기회가 왔을 때는 대담하게 투자했다.&nbsp;아메리칸 익스프레스, 워싱턴포스트, 가이코, 코카콜라에 대한 대규모 투자가 없었다면 버핏의 성과 역시 시장 평균을 조금 웃도는 수준에 머물렀을지 모른다. 그의 성공은 수많은 거래에서 조금씩 이긴 결과가 아니라, 오랫동안 기다린 끝에 내린 몇 번의 중대한 결정에서 비롯되었다.<br>버핏이 찾은 것은 단순히 싼 주식이 아니었다.&nbsp;그는 사람들이 계속 필요로 하는 상품을 만들고, 강력한 브랜드와 충성도 높은 고객을 보유하며, 경쟁자가 쉽게 넘을 수 없는 ‘해자’를 지닌 기업을 선호했다. 찰리 멍거와 함께하면서 그의 투자 방식은 평범한 기업을 헐값에 사는 것에서 훌륭한 기업을 합리적인 가격에 사는 것으로 발전했다.<br>좋은 기업을 샀다면 쉽게 팔지 않았다.&nbsp;버핏에게 주식은 시세표 속 숫자가 아니라 실제 기업의 일부였다. 기업 전체를 인수한다는 관점에서 주식을 샀고, 사업의 경쟁력이 유지되는 동안에는 좋을 때나 나쁠 때나 보유했다. 그의 투자법은 ‘싸게 사서 비싸게 파는 것’보다 ‘좋은 기업을 합리적인 가격에 사서 오래 보유하는 것’에 가깝다.<br>이러한 장기 보유를 가능하게 만든 힘은 복리다.&nbsp;수익이 다시 원금이 되어 또 다른 수익을 낳는 과정은 짧은 기간에는 미미해 보이지만, 시간이 길어질수록 엄청난 차이를 만든다. 버핏이 재산의 대부분을 노년기에 축적할 수 있었던 것도 높은 수익률뿐 아니라 수익을 소비하지 않고 오랫동안 재투자했기 때문이다. 복리에서 가장 중요한 자산은 결국 시간이다.<br>인상적인 것은 이러한 투자 철학이 버핏의 생활 방식과도 일치한다는 점이다.&nbsp;그는 수십 년간 같은 집에서 살고, 낮은 연봉을 유지하며, 과도한 부채와 불필요한 소비를 멀리했다. 버크셔 역시 화려한 본사나 경영자의 과시를 위해 주주의 돈을 쓰지 않았다. 검소함은 단순히 돈을 아끼는 습관이 아니라, 중요한 일에 집중하기 위해 불필요한 욕망을 줄이는 태도였다.<br>버핏은 투자와 경영에서도 정직과 신뢰를 중시했다.&nbsp;경영자를 선택한 뒤에는 자율성을 보장했고, 잘못된 판단은 빠르게 인정했다. 주주들에게 과장된 기대를 심기보다 실적이 나빠질 가능성까지 솔직하게 알렸다. 막대한 부를 축적한 뒤에는 재산 대부분을 사회에 환원하겠다고 약속하고 이를 실천했다. 그에게 돈은 과시와 소비의 수단이 아니라 더 나은 곳에 배분해야 할 자본이었다.<br>&lt;워런 버핏 평전&gt;은 어떤 종목을 사야 하는지 알려주는 책이 아니다.&nbsp;오히려 나는 어떤 투자자가 되어야 하는지를 묻는다. 다른 사람의 말에 쉽게 흔들리지는 않는지, 이해하지 못한 대상에 욕심만으로 투자하지는 않는지, 작은 이익을 위해 원칙을 포기하지는 않는지 돌아보게 한다.<br>버핏처럼 되고 싶다면 그가 산 종목을 따라 사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nbsp;스스로 공부하고, 사실을 근거로 판단하며, 좋은 기회를 기다리고, 결정한 뒤에는 오래 견디는 그의 태도를 배워야 한다. 투자는 결국 무엇을 사느냐의 문제이기 전에 어떤 사람이 되어가느냐의 문제다. 워런 버핏은 그 사실을 말이 아니라 자신의 긴 삶 전체로 증명했다.]]></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39769/45/cover150/k142130109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97694545</link></image></item></channel></r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