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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시지 않을 수 없는 밤이니까요
정지아 지음 / 마이디어북스 / 2023년 9월
평점 :
#정지아 #정지아에세이 #아버지의해방일지 #마시지않을수없는밤이니까요 #술예찬 #한국에세이 #서평단
여깁니다. 여기.
애주가님들.
이 책 꼭 읽어보셔요.
대응논리가 여기 있었습니다.
누가 당신에게
˝술이 맛있습니까?˝
라고 묻거든
이렇게 답해보시기를.
조금 길 수 있는데, 외워두면 오래 쓸 것 같은.
이런 걸 마스터피스라고 하죠.
이것은 아프리카 초원의 동물들이 먹이사슬에서 해방되었던 하룻밤 썰.
근데 아프리카 초원과 술이 뭔 상관이냐구요?
성급한 판단은 금물.
아프리카 초원에도 과일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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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 초원 어딘가 야생 사과나무 한 그루가 우뚝 서 있다. 저 홀로 자란 사과나무는 장정 열댓 명이 끌어안아도 팔이 닿지 않을 만큼 거대하다. 돌보는 이 하나 없어도 사과나무는 때가 되면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는다.
그리고 때가 되면 절로 떨어진다. 땅에 떨어진 사과는 고온건조한 기후 덕에 발효되어 향긋한 사과주로 익어간다.
마침맞게 술이 익은 날, 코끼리와 사자가 가장 먼저 사과나무 아래로 찾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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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에 취한 코끼리가 제 발에 걸려 넘어질 때 망을 보던 영양, 얼룩말, 원숭이들이 달려오고...
만월의 밤은 그렇게 깊어간다.
어? 간밤에 무슨 일이 있었지? 먹이사슬의 말단에 있는 동물들부터 차례로 깨기 시작한다.
원숭이는 간밤에 사자의 얼굴을 밟았...
동물들이 사라지고 마지막으로 사자와 코끼리가 깨어 눈이 맞는다.
이걸 인간들 표현으로 하자면 ‘X발 x됐다‘
정도 되겠다.
작가님은 그 썰을 이렇게 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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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이사슬로부터 해방된 초원의 단 하루, 이것이 술의 힘이다. 최초로 술을 받아들인 우리의 조상도 아프리카 초원의 저 동물들과 다를 바 없었을 것이다.
해마다 돌아오는 해방의 하루. 숙취의 고통을 알면서도, 술 깬 직후의 겸연쩍음을 알면서도, 동물들은 그날의 해방감을 잊을 수 없어 또다시 몰려드는 것일 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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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셔널지오그래픽 꼭 찾아본다고 맘을 먹었다.
친절하게도 작가님은 나같은 독자들을 위해 이것이 사실은 썰이었다고 덧붙인다.
덕분에 수고를 덜었다.
아프리카 초원의 만월의 밤. 전문은 책에서 확인해주세요~~!!
어쩌면 오늘밤 술자리에서 당신이 받게 될 질문일지도.
˝술이 맛있습니까?˝
※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읽은 후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