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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석의 인생문답 - 100명의 질문에 100년의 지혜로 답하다
김형석 지음 / 미류책방 / 2022년 2월
평점 :
이 책은 삶의 다양한 질문들, 31가지에 대해 103세 철학자가 답하는 형식으로 구성되어 있다. ‘차례’에서 질문들을 훑어보면서 관심 있는 항목부터 읽어보았다. “Q3. 행복이란 무엇인가요?”에 대해 그는 이렇게 답했다. 행복이란 “내게 주어진 책임을 다했을 때 주어지는 느낌, 그때 갖게 되는 정신적 보람”(p. 33)이다. 그는 행복을 욕심내기 때문에 행복을 잃어버린다며, 행복을 목적으로 삼지 말고 나에게 주어진 사회적 책임을 잘 감당하려고 해야 한다고 충고한다. 인생이란 무엇인지 고민하며 오랜 세월 살아온 노철학의 지혜가 느껴진다. 그는 나에게 주어진 삶에 대해 감사하고, 마주치는 사람들을 사랑할 때 행복하다고 말한다.
“Q5. 돈은 얼만큼 가져야 행복할까요?”라는 질문에 대해서는 매우 매우 인상적인 답을 내놓았다. “경제는 중산층에 머물면서 정신적으로는 상위층에 속하는 사람이 행복하고, 사회에도 기여하게 된다”(p. 40)는 것이다. 김형석 교수 같은 분만이 할 수 있는 답이지 싶다. 경제적 중산층이 되는 것은 어렵고, 정신적 상위층이 되는 것은 더 어렵지 않은가? 하지만 이런 수준이 되는 일은 도전해볼 만한 가치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 열심히 일한다고 해도 수치상의 경제적 중산층이 되기는 쉽지 않겠지만, 일해서 먹고 살 수 있는 것으로 만족한다면, 그는 이미 정신적 중산층이 아닐까? 물론 정신적 상위층이 되기 위해 많은 독서와 인생에 대한 깊은 사색도 필요할 것이다. 하지만 지식적으로는 상위층이 아니라 하더라도 자신이 마주하는 사람들을 사랑한다면 그는 분명 정신적으로 상위층에 있는 자일 것이다.
저자 자신이 노년의 삶을 살고 있기에, 노년에 관한 질문에 더 큰 관심을 가지고 읽어보았다. “Q2. 행복한 노년이 되려면 무엇을 해야 하나요?”, “Q13. 노년의 고독은 피할 수 없는 건가요?”, “Q14. 나이 들수록 경계해야 할 것은 무엇인가요?”, “Q22. 나이 들어도 정신적으로 젊음을 유지하는 비결이 있을까요?”, “Q30. 죽음은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Q31. 인생의 마지막까지 남는 것은 무엇일까요?” 등등. 이런 질문에 대한 노교수의 답으로부터 삶의 지혜를 충분히 배울 수 있었다. 마음에 깊이 새길 만한 조언들이 참 많다. 그는 나이가 들어 70세가 되어도 재물과 명예와 권력에 대한 욕심은 줄지 않는다고 말한다. 80세가 가까워지면서 비로소 소유해 보니까 별거 아니라는 생각이 들고 소유욕이 줄어든다는 것이다. 이웃과 더불어 사랑한 것, 사회에 조금이라도 도움을 주려고 애쓴 것, 진실하고 정의롭게 산 것만이 인생의 마지막까지 남는다고 말한다. “나의 인생은 나를 위해 있는 것이 아니라 보답하기 위해, 주기 위해서 있는 것”(p. 215)이라는 그의 마지막 고백을 마음에 담아 본다. 결국 남을 위해 사는 이타적인 삶이 행복한 삶, 가치 있는 삶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