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동주 전 시집 :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 서거 77주년, 탄생 105주년 기념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뉴 에디션 전 시집
윤동주 지음, 윤동주 100년 포럼 엮음 / 스타북스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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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년 전 이준익 감독의 흑백 영화 <동주>를 보고 윤동주 시인의 삶과 시에 깊이 매료되었다. 그 후로 윤동주는 나의 가장 사랑하는 시인이 되었다. 그런 내가 고급양장본 윤동주 시집을 탐내는 것은 당연하다. 출판사 스타북스에서 <윤동주 시집>를 출간했다. 이는 윤동주 탄생 100주년 기념 출간집을 그의 서거 77주년을 기념해 새롭게 디자인하고 편집한 책이다. 이 책은 윤동주의 시와 수필 전체가 수록되었을 뿐 아니라, 윤동주를 위해 쓴 서문, 후기, 발문 등을 총망라해서 수록해 놓았다. 윤동주의 몇몇 시들은 너무나 유명해서 인터넷에서도 손쉽게 볼 수 있다. 하지만 이 책 9장에 있는 서문, 후기, 발문은 시인의 삶과 시()를 이해하는 너무나 소중한 자료가 된다. 이것이 이 책의 가장 큰 미덕이라 할 수 있다. 고풍스러운 표지도 참 마음에 든다.

시인의 동생 윤일주가 쓴 선백(先伯, 돌아가신 형)의 생애는 동주의 삶과 인품을, 그리고 그의 시에 담긴 깊은 사랑의 마음을 느끼게 해 준다. 시인이 연약한 것에 대해 얼마나 큰 애정을 가졌는지,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 모든 죽어가는 것을 사랑해야지라는 시구에서 느낄 수 있다. 시인 박두진의 글, ‘윤동주의 시를 통해서는 시인 윤동주가 맑은 고독과 깊은 종교적 사랑, 자유와 정의를 위한 불굴의 저항 정신을 소유하고 있었음을 알게 된다.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 /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 나는 괴로워했다.” 장덕순 교수는 인간 윤동주에서 시인을 회의(懷疑)와 일종의 혐오(嫌惡)로 자신을 부정하는 괴벽한 휴머니스트라고 규정했다. 이는 <십자가>에서 나타난 대로 희생의 휴머니티인 것이다. “십자가가 허락된다면 / 모가지를 드리우고 / 꽃처럼 피어나는 피를 / 어두워가는 하늘 밑에 / 조용히 흘리겠습니다이렇게 윤동주에 관한 발문들을 읽어보면 윤동주의 시를 더 깊이 이해하고 느낄 수 있다.

책 마지막에 수록된 윤동주 연보를 차근차근 읽어보면서 윤동주의 삶과 그의 시를 떠올려 본다. 어느새 내 입에서는 <자화상>의 시구가 읊조려지고 있다. “/ 우물 속에는 달이 밝고 구름이 흐르고 하늘이 펼치고 파아란 바람이 불고 가을이 있습니다. // 그리고 한 사나이가 있습니다. / 어쩐지 그 사나이가 미워져 돌아갑니다. // 돌아가다 생각하니 그 사나이가 가엾어집니다. 도로 가 들여다보니 사나이는 그대로 있습니다. // 다시 그 사나이가 미워져 돌아갑니다. / 돌아가다 생각하니 그 사나이가 그리워집니다. // ”(p. 21). 나는 이 양장본 시집의 표지가 닳토록 윤동주의 시를 읽고 또 읽을 것이다. 시인 윤동주를 사랑하는 이라면, 이 책 꼭 가지고 싶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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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멘토 모리 - 이병철 회장의 24가지 질문에 답하다 이어령 대화록 1
이어령 지음, 김태완 엮음 / 열림원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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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팬데믹 시대에 이어령 교수와의 대담을 엮은 책이다. ‘1. 202112<국민일보>에 게재된 글들이다. 이병철 회장의 24가지 질문을 정리하여 간단히 답하는 형식으로 되어 있다. 이 교수는 코로나 패러독스(corona paradox)’를 말한다. ‘코로나는 왕관을 뜻한다. 그렇게 모든 사람이 우러러보는 것이 우리를 괴롭히는 죄악의 팬데믹이 되었다. 인간이 쌓은 문명과 문화가 허망하게 무너지고 있으며, 그동안 인간은 생명의 귀중함을 잊고 살았다. 교만한 인간은 자신이 죽는 존재임을 잊고 살아 온 것이다. 이것을 절실히 느끼게 한 것이 코로나 팬데믹인 것이다.

‘2. 20197~10<월간조선>에 연재한 원고를 수정 보완한 글들이다. 24가지 질문에 대해 좀 더 깊게 사색한 결과물이라 할 수 있다. 그는 글쟁이답게 많은 비유와 이야기를 통해 신, 인간, 삶과 죽음의 본질을 이야기한다. 그는 아인슈타인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죽음이 뭐냐는 기자의 질문에 아인슈타인은 더 이상 모차르트의 음악을 들을 수 없게 되는 것이라고 답했단다. 물리학자가 아니라 모차르트의 음악에 감동할 줄 아는 영혼을 지닌 인간이 죽음에 대해 한 말이다. 우리는 신이나 죽음에 대해서도 이렇게 말해야만 한다는 것이다. ‘what’이 아니라 ‘how’‘when’ 혹은 ‘where’로 파악해야 한다. 인간의 지성으로는 신, , 죽음, 믿음, 등을 온전히 파악할 수 없다. 피조물인 인간은 만든 이의 의도를 다 알 수 없다. 소크라테스가 나는 내가 모른다는 것을 안다고 말했듯, 우리는 무지(無知)의 지()’를 가져야 한다.

‘3. 20215<월간조선>에 실린 글을 수정 보완한 것인데, 코로나 팬데믹이 주는 교훈을 차근차근 들려준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우리는 실존적으로 죽음을 겪고 있다. 코로나19는 죽지 않는 존재는 하나님뿐임을 망각한 인간들에게 메멘토 모리’(네가 죽을 것을 기억하라)를 외친다. 마지막 ‘4. 스물네 개의 질문을 마치고는 영성에 관한 깊은 대화를 기록해 놓고 있다. 내가 이 서평을 쓰는 시각 2022226일 오후, 이어령 교수가 향년 89세로 별세했다는 뉴스가 들린다. “이 시대의 최고의 지성으로 불린 분의 마지막 대담을 읽으며, 내 마음 깊은 곳까지 메멘토 모리가 들리는 듯하다. 마음으로 고인의 빈소에 꽃 한 송이를 바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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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의 심리학 - 누가 권력을 쥐고, 권력은 우리를 어떻게 바꾸는가
브라이언 클라스 지음, 서종민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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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을 앞두고 시의적절한 책이 나왔다. 거대 여당과 야당의 편 가르기와 혐오로 인해 대한민국 사회는 여러 해 동안 심각한 분열에 빠졌다. 정치인들의 행태를 보면 저렇게도 안하무인이며 탐욕스러울 수 있는지 의아(疑訝)하지 않을 수 없다. 권력이 사람을 부패시키는 것일까, 아니면 부패한 사람이 권력을 잡아서 문제인가? 이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어떤 지도자를 선택해야 할지, 또 선출된 지도자에게 무엇을 요구해야 하는지 고민하면서 책을 읽었다.

정치학 박사인 저자 브라이언 클라스(Brian Klaas)는 서문에서 흥미로운 사건과 연구실험을 몇 가지 소개한 뒤, 권력에 관한 가설을 정리한다. 첫째, 권력은 사람을 악하게 만든다. 권력은 부패한다. 둘째, 권력이 부패하는 것이 아니라 악한 사람들이 권력에 이끌린다. 셋째, 문제는 권력을 쥐거나 추구하는 자들이 아니라 그들을 뽑는 우리에게 있다. ‘우리는 종종 비합리적 이유로 악한 리더에게 더 끌리곤 하기 때문이다. 넷째, 권력을 가진 개인에게 집중하는 것은 잘못됐다. 나쁜 시스템은 악한 리더를 배출하게 되어 있다.

이 가설들은 모두 진실의 단면을 담고 있다. 권력은 때로 사람들을 악하게 만드는데, 권력의 잘못된 시스템 때문에 그렇게 된다. 때로는 악한 자들이 권력에 이끌리는데, 투표하는 우리가 종종 이기적이고 옳지 못한 이유로 악한 자들에게 끌리기도 한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저자는 우리가 이루어야 할 과제 열 가지를 제시한다. 첫째, (정치) 지원자 풀을 늘리고 선별 과정을 강화한다. 지원자가 제한적이며 좋은 사람을 뽑는 데 한계가 있다. 둘째, 무작위 선출로 감독 기관을 구성한다. 셋째, 사람들을 순환시켜 부당 거래를 방지한다. 이 과제가 나에게는 상당히 신선하게 다가왔다. 성과주의 시스템에서 성과 좋은 사람이 승진하다 보면, 점차 각자 능력에 어울리지 않는 높은 직책에 도달하게 되고 그 자리에 정체된다. 정체된 사람은 쉽게 부패할 수 있다. 그렇다면, 국민이 기득권 정치인들보다 신선한 정책과 생각을 가진 자들에게 좀 더 관심을 집중하면 악순환에서 조금은 벗어날 수 있지 않을까?

다른 과제들도 깊이 고려할 필요가 있다. 넷째, 결과뿐만 아니라 의사소통 과정까지 검토한다. 다섯째, 책임감을 자주, 강하게 상기시키는 장치를 만든다. 여섯째 사람을 추상적인 존재로 여기게 두지 않는다. 일곱째, ‘언제나 지켜보고 있다는 감각을 준다. 여덟째, 감독의 초점을 지배자에게 맞춘다. 아홉째, 무작위성을 활용해 억지력을 높인다. 열째, ‘원칙을 지키는 구원자를 직접 만든다. 국민이 실제로 정치인들을 감시하고, 강하게 압력을 행사할 필요가 있다. 정치 지도자는 국민 위에 군림하는 자가 아니라 국민을 섬기는 자임을 분명히 해야 한다. 결론적으로 국민이 깨어 있어야 한다. 정치에 있어서 국민의 책임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독서였다. 대선과 지방선거를 앞둔 올해, 누구를 뽑아야 할지 고민하는 분들은 이 책에서 좋은 통찰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읽어보시라. 실망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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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아는 나는 누구인가
리하르트 다비트 프레히트 지음, 윤순식.원당희 옮김 / (주)교학도서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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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은 질문이다. 우리는 삶의 의미를 찾기 위해 세심하고 지속적인 질문을 던져야 한다. 철학을 통해 삶의 의미를 곧장 찾을 수는 없어도, 철학자들이 질문에 답하는 과정을 따라가다 보면 삶에 대한 통찰을 얻을 수는 있을 것이다. 책의 제목부터 마음에 든다. <내가 아는 나는 누구인가>! 이 책의 저자 R. D. 프레히트는 현대 독일 철학의 아이콘으로 불리는 철학자답게 독자 앞에 34가지 철학적 질문을 던진다. 그리고 그 질문을 세 가지 카테고리로 묶었다. 첫째, 내가 알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 둘째, 내가 해야 할 일은 무엇인가? 셋째, 내가 희망해도 좋은 일은 무엇인가?

첫 번째 카테고리의 질문들은 인식론과 관련된 문제다. 저자는 단지 사변적 철학적 탐구만 하지 않는다. 진화론과 정신의학, 심리학, 뇌과학의 연구까지 언급한다. 여기서 자연스럽게 뇌의 작동법, 감정, 무의식, 기억, 언어와 같은 문제를 생각하게 된다. 두 번째 카테고리의 질문들은 도덕 윤리와 관련된 문제다. 사람들은 왜 타인을 돕는 것일까? 그리고 꼭 선하게 살 필요가 있는가? 도덕은 교육에 의한 것일까, 타고나는 것일까? 현대 사회에서 큰 사회적 이슈이며 갈등 요인인 낙태와 안락사, 육식과 채식, 자연 보호, 인간 복제와 같은 문제들도 생각하게 한다. 세 번째 카테고리의 질문들은 삶에서 근본적으로 부딪히는 문제들인 종교, 사랑과 자유, 정의, 행복 등에 관한 것들이다.

이 책은 표지 부제목처럼 소크라테스에서 뇌과학까지 삶의 의미를 찾는 철학 여행을 인도하는 안내서다. 수많은 질문을 다루기에 조금은 가볍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기대했던 것보다 훨씬 깊이가 있고 묵직하다. 질문하는 능력이 인간을 인간답게 만든다고 하지 않는가? 질문하고 또 질문하며 빠른 답변에 만족하지 않는 자세가 중요할 것이다. 이 책은 독자를 철학적 존재로 세워준다. 누구나 한 번 즈음은 나는 왜 사는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질문하게 된다. 문득 이런 질문이 떠오를 때, 이 책과 함께 흥미로운 철학 여행을 떠나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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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에 젖어 - 나는 위로해 주었던 95개의 명화
손수천 지음 / 북산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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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저자 손수천이 누구인지 전혀 모른 채 앞뒤 표지 그림(존 에버렛 밀레이의 <나의 첫 번째 설교>, <나의 두 번째 설교>)에 끌려 책을 집어 들었다. 그러나 책 속에는 표지 그림에 대해 전혀 언급하지 않는다. 단지 존 에버렛 밀레이의 다른 작품 <1746년의 방면 명령>에 대한 설명만 있을 뿐이다(pp. 240~242). 이 책은 작품에 대해서는 많이 알려주지 않는다. 대신 작품을 통해 자신의 삶에서 겪은 이야기들을 들려주며, 아련한 추억들을 들추어낸다. 그림을 감상하는 방법 중 하나는 화가와 작품의 역사적 배경을 살펴본 뒤에 작품을 들여다보는 것이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에 동의하는 나는 이 방식을 선호한다. 그런데 이 책은 이런 방식의 감상 방법은 아주 조금 나온다. 대부분 작가가 그림을 접하면서 떠오른 자기 삶의 단편들을 이야기한다. 이런 방식으로 작품을 감상할 때, 감상자는 자신의 삶에서 겪은 아픔과 상처를 스스로 드러내 치유하게 된다.

저자가 첫 번째 소개한 작품은 중고등학교 미술책에도 등장하는 피에트 몬드리안<구성A: 검정, 빨강, 회색, 노랑, 그리고 파랑의 구성>이다. 직선으로 경계 지어진 불규칙한 네모 칸 안에 몇 가지 원색이 칠해져 있는 이 작품이 작가를 위로해 주었다고? 작가가 초등학교 미술 시간에 겪었던 일을 들으면 고개가 끄덕여진다. 본인은 검정을 너무 좋아해서 칠했는데, 선생님이 검정을 많이 칠하면 칙칙해서 좋지 않다고 말씀하셔서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랐단다. 그는 몬드리안의 작품을 보면서 이 투라우마가 해결되었단다. 이 작품의 검정 네모이 작가의 마음을 따뜻화게 앉아줬다는 것이다. 그렇다. 작품 감상은 정해진 답이 없다. 보는 자가 느끼면 되는 것이다. 그림을 보다 떠오른 자신의 삶의 단편들을 추억해 보는 것만으로도 힐링을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저자는 비토리오 마테오 코르코스<작별>을 보며 10여 년전 포항에서 한 여인에게 프로포즈했던 장면을 떠올린다. 클로드 모네의 <임종을 맞은 카미유>를 보면서, 자신의 돌아가신 할머니를 기억하는 한, 할머니는 자신 곁에 영원히 살아계신 것이라고 말한다.

이 책에서 작가의 개인사와 개인적인 감상을 읽으며, 종종 나의 삶도 중첩되어 떠오르곤 했다. 미술 작품을 공부하듯 논리적으로 대하기보다, 작품 하나 하나를 오래 찬찬히 들여다보며 떠오르는 단상들과 추억들을 즐기는 것도 훌륭한 미술 감상법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림은 우리 인생의 이야기이니, 아마도 이런 접근법이 훨씬 우리를 미술의 세계로 가까이 인도할 것이다. 특히 마음이 울적하거나 허전할 때 미술의 세계로 들어가면 위로받고 삶의 의미도 찾게 되지 않을까? 차분하고 따뜻한 책 읽기와 미술 감상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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