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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의 심리학 - 누가 권력을 쥐고, 권력은 우리를 어떻게 바꾸는가
브라이언 클라스 지음, 서종민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22년 1월
평점 :
대선을 앞두고 시의적절한 책이 나왔다. 거대 여당과 야당의 편 가르기와 혐오로 인해 대한민국 사회는 여러 해 동안 심각한 분열에 빠졌다. 정치인들의 행태를 보면 저렇게도 안하무인이며 탐욕스러울 수 있는지 의아(疑訝)하지 않을 수 없다. 권력이 사람을 부패시키는 것일까, 아니면 부패한 사람이 권력을 잡아서 문제인가? 이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어떤 지도자를 선택해야 할지, 또 선출된 지도자에게 무엇을 요구해야 하는지 고민하면서 책을 읽었다.
정치학 박사인 저자 브라이언 클라스(Brian Klaas)는 서문에서 흥미로운 사건과 연구실험을 몇 가지 소개한 뒤, 권력에 관한 가설을 정리한다. 첫째, 권력은 사람을 악하게 만든다. 권력은 부패한다. 둘째, 권력이 부패하는 것이 아니라 악한 사람들이 권력에 이끌린다. 셋째, 문제는 권력을 쥐거나 추구하는 자들이 아니라 그들을 뽑는 ‘우리’에게 있다. ‘우리’는 종종 비합리적 이유로 악한 리더에게 더 끌리곤 하기 때문이다. 넷째, 권력을 가진 개인에게 집중하는 것은 잘못됐다. 나쁜 시스템은 악한 리더를 배출하게 되어 있다.
이 가설들은 모두 진실의 단면을 담고 있다. 권력은 때로 사람들을 악하게 만드는데, 권력의 잘못된 시스템 때문에 그렇게 된다. 때로는 악한 자들이 권력에 이끌리는데, 투표하는 ‘우리’가 종종 이기적이고 옳지 못한 이유로 악한 자들에게 끌리기도 한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저자는 ‘우리’가 이루어야 할 과제 열 가지를 제시한다. 첫째, (정치) 지원자 풀을 늘리고 선별 과정을 강화한다. 지원자가 제한적이며 좋은 사람을 뽑는 데 한계가 있다. 둘째, 무작위 선출로 감독 기관을 구성한다. 셋째, 사람들을 순환시켜 부당 거래를 방지한다. 이 과제가 나에게는 상당히 신선하게 다가왔다. 성과주의 시스템에서 성과 좋은 사람이 승진하다 보면, 점차 각자 능력에 어울리지 않는 높은 직책에 도달하게 되고 그 자리에 정체된다. 정체된 사람은 쉽게 부패할 수 있다. 그렇다면, 국민이 기득권 정치인들보다 신선한 정책과 생각을 가진 자들에게 좀 더 관심을 집중하면 악순환에서 조금은 벗어날 수 있지 않을까?
다른 과제들도 깊이 고려할 필요가 있다. 넷째, 결과뿐만 아니라 의사소통 과정까지 검토한다. 다섯째, 책임감을 자주, 강하게 상기시키는 장치를 만든다. 여섯째 사람을 추상적인 존재로 여기게 두지 않는다. 일곱째, ‘언제나 지켜보고 있다’는 감각을 준다. 여덟째, 감독의 초점을 지배자에게 맞춘다. 아홉째, 무작위성을 활용해 억지력을 높인다. 열째, ‘원칙을 지키는 구원자’를 직접 만든다. 국민이 실제로 정치인들을 감시하고, 강하게 압력을 행사할 필요가 있다. 정치 지도자는 국민 위에 군림하는 자가 아니라 국민을 섬기는 자임을 분명히 해야 한다. 결론적으로 국민이 깨어 있어야 한다. 정치에 있어서 국민의 책임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독서였다. 대선과 지방선거를 앞둔 올해, 누구를 뽑아야 할지 고민하는 분들은 이 책에서 좋은 통찰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읽어보시라. 실망하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