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그리고 거짓말 - 주기중의 아주 특별한 사진강의 노트
주기중 지음 / 아특사 / 2018년 10월
평점 :
품절


책에 들어 있는 사진을 보고 즐거운 눌라움.

잘 찍은 사진은 좋은 사진이 될 가능성이 많다는 거.

현실에 기반을 둔 사진이지만

현실에서 맨 눈으로는 도저히 볼 수 없는 것들을 발견하게 해주는 묘미.

사진 참 잘 찍었더라. 박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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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2-21 12:0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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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2-21 12:0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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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2-21 17:2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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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2-21 21:1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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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무엇을 사유하는가
김성훈 지음 / 책나무출판사 / 2018년 12월
평점 :
절판


죽음은 살아 남은 자들에게 강렬한 메세지를 남긴다. 삶은 불완전하며 천변만화하며 모래성과 같다. 우리는 타인의 죽음을 통해 삶을 배운다. 흘러가는 것들을 아쉬워하며 손을 흔들지만, 우리 역시 죽음을 향하여 흘러가는 중이다. 마지막 아쉬움은 흘러가는 시간에 묻어둔 채...(16P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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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옥 2018-12-19 15:5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올해도 서재의 달인이 되셨네요~~~
직장생활하면서 책을 읽는다는 것만 해도 대단한데
성실무쌍한 리뷰까지!!!
한해동안 좋은 글 읽게해주셔서 감사합니다 ^^*

yureka01 2018-12-19 22:45   좋아요 0 | URL
찾아 주시는 덕분에 리뷰라도 쓸 수 있었으니까요..
오히려 제가 감사드립니다...

서니데이 2018-12-19 21:4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유레카님, 서재의 달인 선정되신 것 축하드립니다.
올해도 좋은 이웃 되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따뜻하고 좋은 연말 보내세요.^^

yureka01 2018-12-19 22:47   좋아요 1 | URL
감사합니다...연말 분위기 타는 거죠?ㅎㅎㅎ

2018-12-20 08:5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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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2-20 09:1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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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2-20 09:3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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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2-20 09:4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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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2-20 09:4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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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2-20 10:1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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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2-20 13:0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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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2-20 13:4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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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2-20 17:3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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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2-20 22:07   URL
비밀 댓글입니다.
 

사진에서 보이는 욕망의 표정은 심란하고 난해하다. 흡사 사진은 포르노의 흔적처럼 어질러져 있다. 작가의 유방암 선고와 함께 애인과 정사를 치르고 남은 잔해들을 사진으로 담는다는 게 언 듯 이해가 되지 않기도 한다. 그러나, 사진을 찍고 그 사진에 대하여 쓴 글을 보면 한편으로는 충분히 그럴 수도 있겠다 싶은 감정이 들기도 한다. 살아간다는 것의 욕망은, 곧 섹스의 강렬한 욕망으로 별다를 것도 없다. 하기야 먹는 욕구는 욕망조차 앞서니까. 생존의 순간을 부재의 존재론적 사진으로 표현하고자 했던 작가의 그 난해한 욕망을 이야기한다. 잘못 이해하면 난잡이 될는지도 모르겠지만.

 

개인적으로는 사진을 찍으면서 종종 굉장히 단순하고 간결하고 생략된 사진을 찍었다. 게다가 사진에 글을 붙여도 아주 짧은 단문으로 글이 지침 하는 방향을 사진으로 설정한 적도 많았다. 이 책에 나오는 사진은 전혀 내가 찍고 싶어 하는 사진과는 거리가 아주 멀다. 그럴지도 모르겠다. 욕망이 강렬할수록 은유적 트릭이 묘하게 덮어놓는 장치들을 만드는듯하다. 게다가 나의 사진 스타일은 빈 여백을 의미하는 비움과 내려놓음이라는 반 욕망적인 사유들에서 결국 우리의 삶에 허무라는 것들을 표현하려 했다. 그러나 이 책에서는, 아무리 전날 밤에 치열한 섹스를 하더라도 그 순간이 지나고 나면 스멀스멀 흘러나오는 허무라는 점이다. 같은 허무의 양상은 이렇게도 다르다는 걸 느낀다.

모든 순간은 다 지난다. 열정의 순간도, 치열했던 시간도 높은 엔탈피의 불안함도 시간은 흐르고 흐르며 물처럼 지나가 버린다. 잡으려고 해도 붙잡으려 해도 다 과거는 다시는 돌릴 수 없는 허무를 본질적인 절대성을 가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진은 이 욕망의 허무를 들여다 봄으로써 지금의 불안한 내면의 심리 화학적인 반응이다. 아무리 붙들고 싶어도 놓치고야 마는 삶의 시간이라면 차라리 내려놓는 것이 오히려 욕망을 더 껴안는 궁극적인 것은 아닐까라는 반론이 일어난다. 금욕적 억제이든 철저한 욕구의 해소이든, 우리 모두는 어차피의 결론에 결국은 종지부를 찍기 마련이라면 말이다. 사진은 혼잡하지만 때로는 아주 냉철한 객관적인 증상을 표시하는 기호처럼 보이기도 한다.

항암치료의 부작용으로 몸에 돋아난 머리카락과 털이 빠져는 과정을 겪는 와중에서도 섹스를 하며 널브러진 흔적들을 사진을 찍으며 그 사진에서 나오는 욕망의 붙들고 싶음에 대해 토로할 수 있는 작가의 자기 역량이 충격적으로도 부럽기도 하다. 자신의 삶에 닥친 마지막의 몸부림을 최대한 담담히 천연덕스럽도록 객관화시켜 보려는 태도에서, 고통의 최대 치료는 절정의 쾌락이라고 했던가라고 수긍하게 된다. 말기 암 환자에게 진통제로 진통을 더 이상 제어가 되지 않을 때, 강력한 마약성분의 진정제를 투여하기도 한다. 흡사 이런 쾌락이 육체의 고통을 잊어버리며 더욱 삶에 천착하기 위한 욕망으로써 다가서려는 몸부림으로 해석하고자 했다. 사진은 바로 그런 용도의 이야기를 나열하는 듯 보였다.

사람은 "마지막"이란 선고가 될지도 모르는 불안적 증상이 때로는 절박하게 만들기도 한다. 그러나 크게 보자면, 이런 현상은 나만이 겪는 생경한 경험적 토대를 이룬다. 끝내는 놓치고야 마는 삶의 끝자락을 몸부림처럼 그 흔적으로 존재의 추락을 은유하는 사진이었던 것은 아닐까. 사진은 어떠한 것으로 표현되어도 새로울 것이 없는 진부하다가도 그 속을 헤집어 나가다 보면 낯선 충격에 사로잡히기도 한다. 혹은 누가 작가의 시선에 대해 타락의 눈빛으로 바라볼 것도 아니다. 저마다의 삶에 대한 자기만의 해석은 자신만이 할 수밖에 없는 것으로, 그렇게 한 권의 책으로 공유된다. 병이 다 나았든 아니었든 간에, 우리의 인생에서 삶의 마지막을 간접적으로나마 작가는 책으로 보여 줌으로써 객관화시키고 나아가 사진의 일상에 대한 용도를 따지는 것에서 한편으로는 신선한 충격이기도 하다.

 

헛된 것 같아도 절박을 일상의 표정처럼 어지른 채로 모습을 담는 사진에서 발견되는 담담함은 절박의 또 다른 가장 무도극처럼 가면을 썼다. 정리되고 단순하며 간결하고 그래서 정돈된 모습은 포기를 의미하는 마지막으로의 단절을 염두에 두는 것. 말끔함이 없다는 것은 어떤 의미에서 아직 삶을 포기하지 않았고 어떻게든지 계속 당분간은 이어 나갈 수 없는 그 터무니없이 담보 없는 자신감일 수도 있다. "아직은 아니"라는 것에서 욕망을 끝까지 부여잡고 아직 난 멀었다는 식의 흐트러짐을 말하는 것과 같다. 사진은 그야말로 반어법으로 쓴 자술서라고나 할까, 그런 포기할 수 없는 생존의 그 느낌이다.

아참 끝으로 책에 대해서 한마디만 더하자. 책 사이즈 좀 키우시고, 그러면 책 두께가 얇아진다면 폰트도 좀 키워 분량을 늘리면 되지 않을까 싶었다. 번역문의 문장이 그리 썩 매끄러움이 없이 거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데 뭐 내가 프랑스어를 전혀 모르니 그들의 문장법에 번역이 어떻게 되는지 오리무중이니 역자의 선택을 조금 존중하기로 했다. 책도 작고 글씨도 작고, 눈도 아프고 마음도 따갑고, 글은 레코드 판이 튀듯이 지난 문장을 또 읽고 지나고 나니 글이 정리도 안되고.... 비교적 적은 분량의 책인데 전체적 가독성으로 따지면 상당히 어려웠던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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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같다면 2018-12-18 16:1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부재의 존재론적 사진. 이 문장이 너무나 와 닿네요
사진을 통해서 철저하게 부재를 확인한 경우가 있어서

yureka01 2018-12-18 16:28   좋아요 2 | URL
단 한 장의 사진도, 빠짐없는 이 세상의 모든 사진도
전부 과거였거든요..
사진은 늘 과거 시제였더라구요..
그럼으로써 현재와 미래의 생각이 덧칠되는 것들인것만은 확실합니다..^^

감사합니다~건강한 겨울 나기 되시길~

서니데이 2018-12-18 17:0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별일 아니어도 내일이 있다는 건 감사할 일이예요.
좋은 일이 있다는 확신이 없어도요.
유레카님, 따뜻한 저녁시간 보내세요.^^

yureka01 2018-12-18 17:11   좋아요 1 | URL
그럼요 ..모든 게 감사함으로 고맙다 생각하고 사는게 훨씬 복된 시간이거든요..
감사합니다!~

cyrus 2018-12-18 17:2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건강’이라는 단어는 사람을 두 부류로 나누어 보게 만들어요. ‘건강한 사람(정상인)’과 ‘건강하지 않은 사람(환자)’으로요. 건강한 사람들은 ‘건강하지 않은 사람’을 섹슈얼리티(성 정체성, 성적 욕망)가 없는 존재로 보곤 합니다. 아픈 사람이 섹스를 한다는 자체를 이해하지 못하는 거죠. ‘건강하지 않은 사람’에는 장애인도 포함됩니다. 비장애인은 그들을 무성적 존재로 봅니다. ‘건강하지 않은’ 말기 암 환자인 작가가 ‘섹스를 하며 널브러진 흔적들’을 사진으로 찍은 이유가 단지 육체의 고통을 잊어버리기 위한 몸부림의 표현으로 볼 수 있지만, 저는 이 사진이 ‘건강한 정상인-비장애인’의 시선이 만들어 낸 ‘정상성’을 해체하는 저항의 의미로도 볼 수 있다고 생각해요. 책 속에 어떤 사진이 있는지 궁금하네요. ^^

yureka01 2018-12-18 17:31   좋아요 1 | URL
사진은 애인과 섹스하기 전에 아무렇게나 벗어 던져 놓은 겉옷들..속옷들, 신발들 정돈되지 않는 침대 매트리스..등등 대부분 그런 사진들이었어요.
일단 고통과 치료가 재대로 안되면 병이 심해지거나 아픔이 더 크질수 있는데,
섹스가 일어난다는 게 신기했습니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차이와는 다른 개념이더군요..

사진도 질병에 대한 관념도..인생의 마지막 삶의 끝이라는 인식도..우리와는 참 다르구나..라는 삶의 한 양식을 봤다고나 할까 그런생각이 들었어요..

네 물론 사진은 제가 추구하는 사진이랑 전혀~~~~다른 ....스타일이었어요..ㅎㅎㅎ

그런데 사진 감상이나 글은 스타일이 전혀 다른 것도 접해보는 것은 아무래도 사진의 지평을 넓혀주기도 해서요..
좋은 의견 댓글..땡유^^..ㅋ
아참 연말인데..싸이러스님이랑 알라딘에서 인연으로 송년회 한잔 해야하지 않을까요? 알라딘 1년 결산겸 ~ ㅋㅋㅋ

cyrus 2018-12-18 17:50   좋아요 1 | URL
이번 주 토, 일요일은 시간이 됩니다. 다음 주말은 일정이 어떻게 될지 몰라서 이 날 만나기가 애매합니다... ^^;;

yureka01 2018-12-18 20:43   좋아요 2 | URL
아 그럼 이번주..토요일은 오전 근무하니까 오후에 전화할께요..
점심 드시지 말고 함께 갑시다...복어탕집 잘하는데 있어서요..

2018-12-20 09:4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12-20 10:10   URL
비밀 댓글입니다.
 



눈이 자주 내리지 않는 지방이라서

눈이 쌓이는 소리를 자주 들을 수 없었는데,

모처럼 듣는 눈소리.


고요하게 내리는 눈이

차츰차츰 눈의 두께를 더하며

쌓이는 소리.

사락사락~


침묵해야만 들리는

눈발의 연주에 한참 동안이나

백색소음으로 바라보았다.


고요하지 않으면

들리지 않는 소리이다.

바빠도 들리지 않는 울림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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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2-16 21:4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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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2-19 13:31   URL
비밀 댓글입니다.

서니데이 2018-12-16 22:1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눈사진 예뻐요. 유레카님, 좋은 밤 되세요.^^

yureka01 2018-12-16 22:54   좋아요 1 | URL
네...내일은 그동안 미루고 미루었던 건강검진 받아야 합니다..
이것도 안받으면 과태료라니..해서요...바쁜데 그래도 해야겠지요..
훈훈하고 따순~ 밤되세요..

cyrus 2018-12-17 13:4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어제 아침에 눈이 우산에 닿는 소리를 들었어요. 귀를 기울이면 ‘차르르(?)‘거리는 소리가 들려요. 막상 댓글에 그 상황을 써보니까 감흥이 일어나지 않네요.. ㅎㅎㅎ

yureka01 2018-12-17 14:11   좋아요 0 | URL
아무래도 그렇습니다.. 완벽한 현실적인 감각을 느낄 수는 없잖아요..

어제 눈 쪼금 내리니 얼른 카메라 가지고 후다닥 나가봤어요.

강옥 2018-12-19 09:5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그 동네 눈 올때 저는 서울에 있었네요 ㅠ.ㅠ
올라가면서 보니 군데군데 잔설이 남은 것만 봤는데...
3박4일 아파트 입주청소 해주고 왕복 900키로 뛰고 왔는데
자식 일이 아니면 이 고생을 하겠나 싶더군요

한밤에 눈 내리는 소리가 들리는 듯한 사진이네요
어케 저렇게 찍나요? 넘나 궁금한 1인

yureka01 2018-12-19 10:26   좋아요 0 | URL
아고 아드님 서울에 집 옮기셨군요...
어머니마음이라는게...물가에 내놓은 자식 마냥 그랬을듯합니다....
고생하셨네요...

네 낮에 찍은 사진입니다...
물론 배경이 검은 톤이라면 눈이 흰색이니 당연히 내리는 눈송이가 보이기 마련이랍니다..
아주 간단한 원리라서요..
다만 배경이 검은 곳을 찾기가 좀 어렵긴하죠..
대신에 카메라 화각에 맞는 이격거리를 두고 배경지를 검정색 하드보드지 대놓고 찍으셔도
똑같은 효과나 납니다....참고 바랍니다...

이게 뭐라고 궁금하셨다니 사진찍은 제가 부끄럽고 민망하네요..ㅎㅎㅎㅎ

감사합니다!~
 
한국 전통주 교과서 - 제2판
류인수 지음 / 교문사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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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을 빚어 보고 싶다니까 이구 동성으로, 하나같이 나오는 탄식이 "이건 좀 아닌 거 같아요."였다. 다시 말하자면, 술을 만들면 안 된다는 뜻이다. 그냥 슈퍼에 가면 널린 게 술인데 사 먹고 말지. 뭐 하러 만들어서 먹냐는 식이다. 가용성으로 술 자체로 보면야 만들어 먹는 것보다 사 먹는 게 훨씬 간편하고 빠르고 좋다. 그런데, 문제는 여기서 과정이 빠졌다는 것. 과정의 즐거움을 느낄 수 없다는 것. 술이 무조건 대기업의 양조 공장에서 일률적으로 찍어낸 똑같은 맛만 봐야 하는 결과는 정말 별로다. 술을 맛으로 먹나 취하려 먹지.라는 발상도 아닌 거 같기도 하고, 특히 만들기의 과정에서 나오는 다른 방식의 미묘한 맛의 차이는 너무나도 크다. 과정의 즐김이라는 것이 생략된 오늘날의 술 문화는 너무 멋 대가리가 없다. 하기야 미묘한 차이의 디테일을 모르고 지나면 삶이 억울한 건데 무척 아쉽다.

 

갑자기 뭔 뜬금없는 술타령인지는 모르겠으나, 언젠가 시골로 내려갔을 때 하고 싶은 일을 정하고 계획을 세우는 것의 사전 준비과정이라고 생각했다. 술도 한번 만들어 마시고 싶은 자급자족형의 삶이라고 할까 그런 의미에서 술을 만들고 싶었다. 어떤 규모의 양조장을 만들어서 술장사할 생각은 없다. 술장사도 대규모의 자본이 들어가는 제조 공장이 필요로 하고 생산과 판매에 대해 면허가 필요하고 행정적인 절차까지 밟아서 제조 허가까지 구비해야 가능한 일인데 그걸 다 할 수가 없는 현실적인 판단이 앞선다. 그렇다고 판매를 하지 않는 방식의 개인 주류 생산 방식은 얼마든지 가능하다.

 

물론, 그동안 살아온 이력과 경력에 비추어 술을 만들겠다는 발상은 사실 전혀 엉뚱하다는 것도 안다. 양조장에서 만들어 돈 벌어먹고 살아온 이력이라면야 비슷한 분야니까 그 연장 선상에서 생각이 되겠지만, 전혀 아니란 생각을 가질 수밖에 없다. 그래서 좀 아닌 거 같다는 반응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충분히 이해하고도 남지. 왜 모르겠나. 그러나, 우리가 인생을 살면서 살아온 대로 살아갈 것이라는 과정의 흐름에서 보자면 살아온 대로 살아가는 것도 나쁘지는 않지만 재미가 없다. 없어도 너무 없다. 먹고 살 제약이 어느 정도 경감이 된다면 다른 분야의 삶도 한 번쯤은 해보고 죽는 것도 또한 나쁘지는 않다. 무슨 거창하게 그럴싸한 양조 제조소를 차려 놓고 전문적인 과정의 시스템적 공장은 불가능하나 시골 집에서 소소하게 제조할 수 있는 여건은 충분히 만들 수 있다.

 

사실 따지고 보면 일제 시대 전에만 해도 우리나라의 소규모 양조장은 무척 많았다. 물이 좋기로 유명한 곳에는 지역마다 어김없이 양조장이 있었고 그 지역에서 생산되고 소비되었다. 조세제도가 확립되지도 않았고 집집마다 밀주처럼 만들어 마셨던 것은 역사적으로도 문헌으로 증명할 수 있다. 그러나 일제 시대에 접어들면서 무수한 양조장이 폐쇄의 길로 접어들었고 집집마다 고유의 술은 제조가 금지되기도 했다. 일제는 술에 세금을 매기고 술의 임의 재조를 막고 면허를 발급해서 일정 요건을 갖춘 자만이 술을 만들게 했다. 그 술 제조의 면허 조건이 특혜가 되었고 주세법으로 세금을 거둬 들이는 수단이 되었다. 즉 우리나라 전통적으로 전해 내려왔던 집집마다 가문의 술맛은 전부 사라지게 되었다. 이제 내가 만들어 마셔 보겠다는데 뭐가 문제인가? 자급자족할 수 있는 술이라면 내 꼴리는 대로의 맛을 볼 부당한 이유는 없다. 모든 이에게 술을 만들 자유를 허락한다.


다만, 술은 축복이자 저주이다. 흡사 담배의 해악만큼이나 저주스러우면서도, 미학과 예술을 발전시키는 동기를 부여한 인류가 발견한 위대한 물질이다. 개인적으로 술 먹고 개소리에 대한 콤플렉스가 있다. 집안에도 술 때문에 어릴 때부터 무진장 스트레스받았고 자랐다. 꼭 못난 놈들이 술 처마시고 자신의 삶뿐만 아니라 주변에 미치는 해악은 말로 이루다 못할 지경이다. 알코올 중독에 빠진 놈치고 간간이 예술가도 있겠지만은, 주변 사람에게 미치는 고통은 진절머리 나게 한다. 자신을 잃어버린 술 주정을 대하면 커다란 곤장으로 엉덩이에 피가 흐르도록 태형으로 다스리고 술이 다 깰 때까지 때려야 성이 찰 지경이다. 주변 사람에게 술주정뱅이가 있다면 그 삶의 고통은 충분히 이해하고도 남는다. 술은 젖소가 마시면 우유를 만들듯이, 덜떨어진 양아치가 마시면 폐악질을 만든다. 길바닥에 널브러진 술에 쩔은 인생치고 뭐 하나 제대로 하는 것도 없을 지경이다. 어쩌다 한 번의 실수가 두 번이 되고 세 번이 되고 혹시나 운전대라도 잡는 날이면 살인자급이 되지 말란 법도 없다. 음주운전에 다치거나 죽어간 사람들에겐 술은 그야말로 악마가 뱉어놓은 저주의 물질이나 다름없다. 제어되지 못할 때, 제어가 안될 때. 불행은 밑바닥에서부터 치밀어 오른다. 술은 그야말로 뇌를 알코올로 적셔 흥건해진 삶의 널브러진 짐이다.


오늘도 술 한 잔이 간절하다. 그러나 돈만 주면 내오는 널려 빠진 술집에서 마시는 술은 술이지만 술 같지가 않다. 운치도 없고 풍류도 없고 그저 취하는 용도일 뿐이다. 직접 만들어서 그 긴긴 시간의 발효과정으로 기다림이 만든 나만의 술로 어떤 향기를 만들어 내는 나의 브랜드를 가진 술을 만나고 싶다. 이 책은 그야말로 전통주로써 술을 빚어야 하는 교과서이다. 이 교과서를 통해서 기초를 다지고 다시 응용하여 새로운 술을 만들 수 있는 기초 지식을 알게 한다는 점에서 또 책을 구입했다. 역시 알코올의 역사와 제조 방법 우리나라의 전통적인 술 제조기법이 치밀하게 교과서답게 나온다.


언젠가 긴긴 겨울밤, 마당 한 켠에서 뽀글뽀글 기포가 올라오는 술맛이 어떨지는 상상만 해도 입맛이 다셔지는 흥분이 일어난다. 눈 내리고 꽁꽁 언 겨울밤에 얼음 띄운 전통 기법의 증류수에서 나오는 하얀 알코올의 증기가 코를 자극하고 시집 한 권을 펼치게 할는지 상상만 해도 즐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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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2-12 16:5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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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2-12 17:0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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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2-12 17:0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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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2-12 17:1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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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8-12-12 17:0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다음 주 월요일에 페미니즘 독서모임 단체 송년회가 열려요. 그 날 단체 멤버들이 술을 많이 준비할거라고 말하던데, 술 마실 생각을 하니 벌써부터 기대가 되네요.. ㅎㅎㅎㅎ

곰곰생각하는발 2018-12-12 17:07   좋아요 1 | URL
으아. 좋겠군요. 부러워요.. 사이러스 님...

yureka01 2018-12-12 17:11   좋아요 0 | URL
ㅎㅎㅎ 많이 마시기보다 적당히 흥이 오르게 마시는게 제일 좋죠...
그래야 술은 만남의 윤활유이자 기폭제가 되거든요..

사람 간에 기름칠이 술이라서요..기름 많이 치면 안되겠지만 적당히 바르면 매끌매끌 ~~~

yureka01 2018-12-12 17:13   좋아요 0 | URL
싸이러스님 맥주는 피하시길~^^..

cyrus 2018-12-12 17:26   좋아요 1 | URL
작년 송년회는 독서 멤버 아닌 사람들도 올 수 있었는데, 올해는 멤버들끼리 모이기로 했어요.
멤버들이 좋아하는 술이 맥주라서 안 마실 수가 없네요.. ㅎㅎㅎㅎ
송년회가 있는 날이 평일이라서 많이 못 마셔요. 그래서 저는 그 날 무알콜 음료를 따로 챙기려고 합니다. ^^

yureka01 2018-12-13 09:06   좋아요 0 | URL
네 술맛만 나는 무알콜음료도 좋지요..
그럼요~

곰곰생각하는발 2018-12-12 17:0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 한 번 집에서 직접 만든 막걸리 마셔본 적 있는데 정말 다릅니다.
이건 집밥 찬양 코스프레가 아니라 사먹는 막걸리와는 맛이 상당히 달라요.
향미도 독특하고 그리고 술에 되게 독합니다. 하여튼 전 정말 맛있더라고요.
이래야 건강한 막걸리지. 사실 시중에 파는 막걸리는 아스파탐 폭탄 투하... 입니다..

yureka01 2018-12-12 17:10   좋아요 0 | URL
ㅎㅎㅎ 네 맞습니다. 공장에서 만든 막걸리는 순수하지가 못해요..
무슨 감미료를 쓴지는 모르겠지만,하여간 맛없어요..

비연 2018-12-12 17:4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막걸리학교 알아봤었는데..ㅎㅎ 나중에 술빚으며 공기좋은 데서 사는 게 꿈인지라.

yureka01 2018-12-13 09:05   좋아요 1 | URL
그 꿈 절대 포기하지 마세요....^^..

목나무 2018-12-12 18:0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요즘 25%로 술(화요)에 토닉워터와 레몬과 물을 얼마씩 배합해야 제일 맛난지를 실험중입니다.ㅎㅎㅎ
이렇게라도 술을 제조하고픈 마음이랄까요. ㅋㅋ

yureka01 2018-12-13 09:05   좋아요 0 | URL
아고..또 새로운 풍미를 만들어 가는 개척자 이십니다^^..

stella.K 2018-12-12 19:4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그러고 보니 유레카님 술 담그면 제게 한 병 보내주시겠다고 하셨는데
언제쯤 받을 수 있을지 그날이 기다려집니다.ㅠㅋㅋㅋ

yureka01 2018-12-13 09:05   좋아요 1 | URL
물론이죠..개인적으로 알라딘 이웃분들에게 맛보여 드릴 것을 약속합니다~^^..

겨울호랑이 2018-12-13 00:1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 술을 못 마시는 저로서는 애주가들이 부러울 따름입니다. 하루 빨리 유레카님의 꿈을 이루시길요.

yureka01 2018-12-13 09:04   좋아요 2 | URL
알콜을 분해하지 못하는 체질도 있거든요..무척 아쉽죠...
에고 시골에 땅구하는게 정말 어렵네요..ㅎㅎㅎㅎ

강옥 2018-12-13 10:0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술 중에 최고는 입술이죠~
아재개그 함 해봤어요 ㅎㅎ
술애는 관계를 돈독하게 해주는 힘도 있는데
그 좋은 술이 약해서 문제라면 문제랄까 ㅎㅎ
요즘 송년회 자리 많으시겠네요. 음주운전은 네버!!!

yureka01 2018-12-13 10:36   좋아요 0 | URL
약한게 오히려 좋아요.술 세다고 많이 먹고 사고치는 경우보다야 백배 나아요~^^.


송년회 아직 두개 남았습니다.ㅎㅎㅎㅎ명심 또명심하겠습니다.음운 네버~~

감은빛 2018-12-13 19:1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술을 만들어 마시고 싶단 생각 저도 했었는데,
지인이 맥주나 막거리를 만드는 과정을 보니 저는 그렇게 신경써가며 만들 자신이 없더라구요.
아주 정성이 많이 들더라구요.

매일 마시는 술인데, 오늘 저녁에도 또 술이 땡기네요.
유레카님 글 때문이에요. 책임지세요! ^^

yureka01 2018-12-14 08:57   좋아요 0 | URL
언제인가 꼭 제가 만든 술 맛보여 드릴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2018-12-14 16:5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12-14 17:0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12-15 06:0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12-15 17:04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