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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 망치 - 2005년 일본추리작가 협회상 수상작 ㅣ 블랙 캣(Black Cat) 10
기시 유스케 지음, 육은숙 옮김 / 영림카디널 / 2006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밀실 살인이 발생하고 범인과 동기가 있다. 물론 이 책의 핵심은 "어떻게"에 있다.
그러나 나는 이 "어떻게"가 아주 불쾌했다. 우리가 열심히 채우는 이 자물쇠는 전문가라는 사람들에게는 아무런 장애가 되지않는다.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이런 장비는 간단히 뚫고 들어가버린다. 그럼에도 이 장비가 계속 팔리는 이유는 이 정도의 전문가들이 뚫으려는 노력을 기울이는 만큼의 돈을 가진 사람들의 불안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적어도 이 정도의 장비를 갖춘 사람들의 집에 들어가는 사람들은 그만큼 신중하고 효율적이기 때문에 신문에 나오는 "강도살인"의 범인은 좀처럼 되지 않는다는 것도 이유가 될 지 모른다.
어쨌거나 작가는 전문지식을 바탕으로 첨단기술을 이용한 방범방법을 길고 건조한 문체로 지루할만큼 상세하게 설명한다. 그러나 이런 철통같은 경비망을 뚫고 범죄는 발생하고 심지어 그것은 강도살인의 성격이었다.
여기서 범인과 동기가 나타난다. 어디로도 갈 수 없고 미래가 없고 그렇다고 인생을 포기하기에는 남은 삶의 기간이 너무 긴 사람이다. 이 소설에 등장하는 사채업자는 어떤 연쇄살인범보다도 더 집요하고 잔인하고 끈질기고 끔찍스럽다. 어쩌면 이런 사회 구조가 그런 절망의 범죄를 나았는지도 모른다.
모든 것을 걸어도 행복해지지도 편안해지지도 부유해지지도 못했던 절망에 찬 범인의 심정에 지나치게 감정이입이 되어버린 건지도 모른다. 그러나 나는 이런 범인을 만들어낸 작가도 맘에 들지 않는다.
때때로 계속적인 독서를 망설이게 하는 추리소설의 극단적 지나침을 느끼게 해주는 책 중 하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