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지갑이다
미야베 미유키 지음, 권일영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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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 믿음을 가지고(물론 추리소설로 써주신 경우에만) 골라 읽는 작가이지만 이번에도 마음에 들었다 ^^  범인은 역시 맘에 안들지만(전형적인 사학함과 멍청함의 전형이라서) 지갑의 주인에 대한 얘기로서 12개의 각각의 주인공들의 이야기가 절묘하게 연결된다.

읽으면서 각각의 주인의 사정 얘기도 재미있었고 나중에 전체적으로 연결되는 이야기 구조도 재미있었다. 특히 반장님도  경찰 월급쟁이이다보니 같은 월급쟁이(회사원이든 경찰이든 결국은 같은 월급쟁이인것이니)로서의 경제적 걱정, 건강 문제 등 현실적인 얘기들이 나오고 범인이든 범죄든 흔한 타입들인데 - 물론 흔하지는 않을 사건이지만 -  이들의 캐릭터가 생생하게 살아있다보니 그들의 미래를 같이 걱정하면서 작은 로맨스에는 미소를 지어가며 즐겁게 읽었다.

미야베를 처음 읽으신다면 "화차"보다는 이 작품이  편하게 읽히면서도 작가의 능력을 확실하게 느낄 수 있을 것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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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과 불꽃과 나의 사체
오츠이치 지음, 김수현 옮김 / 황매(푸른바람) / 200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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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좀 더 긴박하고 좀 더 불안하고 좀 더 애잔할 줄 알았다.

 이전에 읽은 서평에 훨씬 더 나는 감동했었나보다

 유행처럼 있는 반전이 당연하듯이 튀어나왔지만 그보다 부담스러운 것은 숨바꼭질 정도의 긴장감 밖에 없었던 아이들의 시체 유기 행위.

 아름답고 사악한 아이들이라는 컨셉에 촛점을 맞췄다면 완벽했고 만화같은 스토리도 구성이 허술한 듯 하면서도 읽는 사람을 끌어당기는 자연스러운 전개였다.

 그러나 오빠를 사랑하는 초등학생 여자아이의 감정은 성숙한 여인의 것과 차이가 없이 묘사되고 갑자기 죽어버린 아이는 그냥 흉해져버린 자신의 모습을 좋아하는 오빠가 본다는 것이 부끄러울 뿐이다. 불꽃놀이 속에서 마을 사람들은 보여도 보이지 않는 시체를 그냥 지나가며 하늘 위만 쳐다보며 감탄하고 한 장면이라도 놓칠까봐 애를 태운다.

더운 여름 밤 깨어나서 현실이 아니었구나 라고 안심하고 싶은 서늘한 악몽같은 이야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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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한 동화
온다 리쿠 지음, 권남희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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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다 리쿠의 책이 벌써 열아홉권이다. 분권까지 쳤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어마어마한 양이다.

그럼에도 서슴없이 온다 리쿠의 책을 드는 이유는 "절대로 지루하지 않은 이야기를 들려줄 거라는" 믿음이 있기 때문이다. 소녀취향이고 항상 미소녀만 나오는 것은 이상하다, 너무 비현실적이다 라고 하면서도 모두들 새로운 온다 리쿠의 책에 대해 관심을 가질 수 밖에 없는 것은 이야기꾼이라는 그녀의 재능때문일 것이다.

<불안한 동화>를 펼친 것은 일요일 밤 11시가 넘어서였다. 직장인에게는 아주 부담스러운 월요일 아침이 기다리고 있으니 당연히 앞부분만 보고 잠을 잘 생각이었다. 

그러나 가위와 예민하고 히스테릭한 미모의 여류화가, 비명소리와 전생이라는 불길한 얘기는 나를 바짝 긴장시키고 정신없이 휘몰아치고 손가락은 정신없이 페이지를 넘기게 만들었다.

젋은 나이에 가위에 찔려 살해당한 아름다운 여류 화가 노리코, 그녀의 유작 전시회에 갔다가 갑자기 기절하면서 노리코의 삶을 하나씩 기억해내는 마유코는 어머니의 살해범을 찾아달라는 노리코의 아들 뵤를 만나게된다. 노리코의 유언은 자신이 정한 4명의 지인들에게 자신이 지정한 그림을 전해주라는 것이고 뵤와 함께 그 그림을 전하면서 마유코는 점점 불안감에 빠진다.

말도 안되는 전생얘기라니... 하지만 온다리쿠야 빛의 제국에서는 초능력 얘기도 하는데 여기서 못할 얘기가 뭐 있겠어? 하면서도 - 나는 일본 귀신은 정말 무섭다 -_-0 - 계속 오싹오싹한 기분을 느끼면서 하얀 형광등의 내 방 불빛마저 귀기스럽다는 망상에 젖은채 계속해서 정신없이 그녀의 이야기 속으로 따라가지 않을 수 없었다.

여섯번째 사요코를 떠올리게 하는 구조라는 생각은 책을 덮고난 후에 든 생각이었다.

이 언니한테 또 당했잖아? -_-0 

그래도 옆에 놓인 <호텔 정원에서 생긴 일>을 읽지 않을 리 없다. 아무리 평가가 나빠도 그래도 온다 리쿠인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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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신유희
시마다 소지 지음, 김소영 옮김 / 도서출판두드림 / 200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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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읽고 싶지 않다는 마음과 과연 어떤 책일까 하는 생각이 교차하고 있었다.

<점성술 살인사건>을 처음 읽은 것이 거의 십오년 전이었음에도 - 그 때 사지 않았던 것을 십오년간 통탄해오다가 결국 이번 출판때 샀다.- 그 이미지는 계속 마음에 남아있었다. 범인의 외로움과 슬픔이 애련하게 마음에 남아서 가슴이 아팠던 기억과 시끄럽고 말많은 탐정의 독설이 즐거웠던 기억으로 합해져서 독특한 트릭과 함께 - 그 트릭은 지금 생각해도 단순하면서도 기발했다. 트릭에 별 관심이 없는 나에게도(그걸 즐길 머리가 안되는 거겠지만) 내내 기억에 남을만한 - 계속 기대감이 컸던 작가였다. 그러나 십오년후에 재출간본으로 읽었을때는 마치 "만나지 않았어야할 첫사랑을 다시 만난 것"처럼 실망감이 컸다. 그 내용은 그대로인데 감동은 전혀 그대로가 아니었던 것이다. 

거기에 웬 "마신유희"라니 제목의 황당함에라니 아무리 "미타라니 연작 시리즈"라고 해도 어쩐지 이게 아니잖아라는 생각이 들었었다.

그럼에도 길고 긴 추석연휴의 첫날 아무 생각없이 집어들은 책의 뒷편에는 미타라니의 일반 사람과는 좀 다른 성장과정이 적혀있었는데 이게 나를 꽤 즐겁게 했다. 시마다 소지는 캐릭터를 계속 키우는 재미가 있었는지 아이큐도 올리고 직업도 바꾸고 전공도 늘리다보니 결국엔 아이큐 300의 뇌과학 교수로까지 미타라니를 키워버렸다. 이정도면 완벽한 허구의 인물이지만 이제는 못하는 언어가 없고 스웨덴의 교수에 스코틀랜드 야드의 조언가 노릇까지 하고 있을만큼 캐릭터가 급성장해버렸다. 그가 등장하는 시리즈만 해도 십여편이 된다고 하니 좀 더 번역해주었으면 하는 기대감마저 생겨버렷다 ^^;; 

내용은 일본스럽게도 스코틀랜드 시골마을에서 발생한 기괴한 살인사건 얘기를 스코틀랜드 작가의 서술로 풀어가고 있다. 전혀 동떨어진 서양의 얘기를 마치 자신 나라의 얘기인양 자연스럽게 풀어써대는 것은 전세계에서 일본밖에 없지않나 생각하지만 이제 그 정도는 익숙해져 버렸다. <왕비의 이혼>같은 얘기에 비하면 그래도 여기에는 일본 주인공이 나오기라도 하지 않는가? 역시나 어떻게 일어날까하는 고민은 전혀 해볼수도 없을 만큼 기묘한 토막 살인이 계속 일어나는 와중에서도 작가인 알콜중독자와 배불뚝이 경찰서장의 입담만은 유쾌하게 끊어지지 않고 있고 마지막 결말의 시점에서는 제법 깔끔한 논리성을 보여주고 있다. 

그러니까 이런 것이 일본의 중견작가의 관록이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기묘한 설정과 반전에만 목숨거는 요즘 소설의 가벼움에 대응하는 논리가 가장 추리소설의 기본이 아닐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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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덤의 침묵 블랙 캣(Black Cat) 11
아날두르 인드리다손 지음, 이미정 옮김 / 영림카디널 / 200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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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미스테리도 난립을 하니까 시들한 느낌이 들고 반전에 역점을 둔 일본 미스테리나 가학적 소재에도 염증이 날 때가 있다. 아무리 추리소설팬이고 독서 이외의 잡기에는 재능이 없다고 하더라도 가끔은 산해진미에도 식욕이 동하지 않을 때가 있는 것이다.

그럴때 종종 햅쌀로 지은 윤기나는 하얀 쌀밥과 같은 존재가 있다. 나한테는 경찰소설이 주로 그렇다. 직장인이라는 동질감 - 경찰 이외의 주인공은 항상 과음후에 늦잠을 자고 게으름을 훈장처럼 차고 다닌다. 그러나 그런 흉내는 주말에나 한 번씩 내볼 수 있는 직장인에게는 때때로 시샘나는 일이기도 하다. - 때문인지 마치 우리가 보고서를 작성하고 업무를 파악하고 상사의 지시에 허둥거리며 뛰어나가고 골치 아픈 업무를 쳐다보며 한숨 쉬듯이 그들이 사건을 해결해나가는 모습을 보는 것은 때때로 내 직장생활을 보는 듯한 익숙함과 친근감을 준다.

에를렌두르는 이혼남이고 직장에서는 제법 까칠한 경력차이다. 그러니까 젋고 명석한 어린 후배에게는 살짝 치이고 말 안통하는 상사 밑에서 제법 멋대로 굴기도 하지만 마약중독자인 임산부딸을 걱정하고 자신의 건강 걱정도 하는 중년의 직장인인것이다.아이슬랜드 중년 직장인 에를렌두르의 삶속으로 들어가 보는 일도 제법 재미가 있다.

물론 사건은 훨씬 음울하고 어둡다. 어린 아기가 장남감 대신 물고 있던 것은 사람의 뼈였고 그건 근처의 공사장에서 나온 것이었다. 한 가족의 우울하고 슬프고 잔혹했던 과거사가 하나씩 드러나기 시작하고 과연 이미 끝난 과거의 사건을 다시 헤집어내어야만 하는 이유는 있는 것일까 라는 의문은 계속된다. 에를렌두르의 임산부딸의 건강도 매우 위험해지고 있는데도 그녀는 마약을 끊지 못하면서도 계속 아이를 낳겠다고 고집을 부린다.

세상은 아이슬랜드 날씨처럼 어둡고 냉랭하며 미래는 불투명하다.그럼에도 우리는 아침이 되면 일어나서 거울을 보고 채비를 하고 다시 세상으로 문을 열고 나가야만 한다. 때떄로 그 단순반복적인 행위 자체가 우리에게는 삶의 의미가 되기도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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