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뤼미에르피플 #장강명 #한겨레출판사 #하니포터11기 #하니포터 #서평단장강명 작가의 <뤼미에르 피플>은 2012년 발표된 작품의 개정판이며, 뤼미에르 빌딩에 사는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엮은 연작소설이다. 801호부터 810호까지 박쥐인간, 반인반서와 같은 상상 속 인물 뿐만 아니라 줄담배를 피우는 어린 임신부와 가출 소년, 전신마비가 된 일중독자, 호스티스와 웨이터 커플, 청각장애인, 여론조작기관 팀 멤버 등 평균적인 삶에서 벗어난 이들이 등장한다. 대부분 루저거나 잉여자이며 결핍과 슬픔, 죽음과 절망 가운데 벗어나지 못한 채 죽은 듯 살아간다.소위 '괴물'의 등장은 정상적이고 평범한 인생의 기준을 탐색하도록 이끈다. 우리 사회의 '표준 인간'이란 누구를 지칭하는가. 목표와 성취로 완벽한 삶을 산다고 자부했지만 하루 아침에 불구자가 된 802호 주인공은 표준 인간인가 루저인가. 충만한 미래를 위해 포기했던 현재에 온전하게 거하게 된 그는 그제서야 강제로 자신의 삶을 성찰하게 된다. '승부의 연속'으로만 살아왔던 그가 마주한 전신마비라는 현실은 어떠한 가치나 의미를 발견할 수 없게 만든다. 그가 유일하게 할 수 있는 일은 자신과 정반대로 살아가는 주인공을 등장시키며 오롯이 감정과 욕망을 따르는 삶을 상상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런 인생을 뒤쫓았던 또 다른 거주자 802호 커플들의 마지막도 결국 타락과 절망이다. 이렇듯 작가는 여러 주인공들을 통해 디스토피아적인 모습과 결말을 보여준다. 표준적인 삶의 기준은 누가 만들었고 왜 우리는 그것을 위해 살아가는지 묻고 있다."그녀가 내 근처에 살고 있기 때문에 책임감을 느껴"(p.104)"체계는 없더라도 사람 사이의 인정이나 연민 같은 게 오히려 우리를 구원할 수 있지 않을까 해요"(359)사회가 원하는 표준인간이 되지 못하더라도 위태로운 이웃의 대한 책임감과 연민을 느낄 수 있는 인간이야말로 인간다운 모습이다. 뻔한 말이지만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 주장이 아닐까.**출판사 제공 도서로 쓴 리뷰입니다**
#쓰는몸으로살기 #김진해 #한겨레신문 #하니포터11기 #하니포터 #서평단한겨레신문 칼럼리스트 김진해의 <쓰는 몸으로 살기>는 말의 본성과 몸의 움직임이라는 두 줄기로 저자만의 글쓰기 노하우를 담아내고 있다. 저자는 글쓰기란작가로서 있어 보이기 위한 장식이 아니라 몸으로 익히고 수련해야하는 하나의 무술처럼 설명한다. "몸의 움직임을 아는 사람은 글을 대하는 자세도 좋아집니다."(p.21) 머리로 생각하기 전에 이미 책상에서 글을 쓰고 있는 자신을 충분히 상상할 수 있다. 남다른 감각으로 글감선택부터 구성과 내용의 방향성까지 알려준다. 여러 사례와 실전에서 캐낸 실용적인 방법을 어렵지 않게 펼쳐내고 있다.저자는 쓰기에 관해 놓치고 있는 것들을 보여준다. "말에 가려 '말해지지 않은 것들을'을 찾으려고 더듬거리는 마음으로 글을 쓰면 좋겠습니다"라고 말한다. 글을 쓸 만한 재료를 빨리 발견하여 매끈하게 표현해보라는 말이 아니다. 무엇을 선택할까 고민하는 동시에 "나는 무엇을 선택하지 않았는가"(p.25)를 검토하란다. 그래야 선택된 어휘와 표현들도 겸손하게 돌아볼 수 있다. 적절한 선택에만 집중했는데 불필요한 선택과 미선택까지 볼 수 있는 시야를 키워야겠다는 다짐을 해본다."'나쁜' 글이 남는다" 꽤 도발적인 소제목이다. 당연하다는 섣부른 판단에서 벗어나라고 강조한다. "기존의 상식에 반하는 발견, 도덕을 거역하는 글이 좋은 글입니다" (p.41) 즉, 기존의 강력한 논리를 뒤집고, 약한 관점에 힘을 실어주는 전복적 사유를 해야한다. 한번도 의심을 받짐 않던 생각에 질문과 의심을 초대하는 일, 그것이 글쓰기라고 한다. 나는 누구나 고개를 끄덕이며 공감하는 글을 쓰려고만 했다. 주류와 다른 의견을 내면 큰일이 나는 줄 알았다. 뻔하고 맞는 말, 흔한 문장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나쁜 글을 쓸만한 생각의 폭과 용기를 가지고 있는지 돌아보게 된다.그저 그럴 듯하게 글을 잘 쓰고 싶었다. 작법서들을 찾아 읽고 핵심내용을 정리하곤 했다. 근사하고 독창적인 표현을 외우고 변형해서 적용하려고도 했다. 하지만 별 소용이 없었다. 좁고 뻔한 관점과 둔한 움직임은 여전하다. 나만의 생각을 캐어내려는 몸의 변화가 일어나지 않는 이상 결과물은 그 전과 동일할 뿐이다. 쓰는 몸이 되어야 한다. 땀을 흘리고 숨이 차서 헉헉 거려야 한다. 과연 그럴 수 있을까. <쓰는 몸으로 살기>는 글을 잘 쓰고 싶었던 욕망을 되짚고 어떤 글을 쓰고 싶은지, 그럴 마음과 몸이 준비되었는지 생각하게 한 책이다.**출판사 제공도서로 쓴 리뷰입니다**
#엄마몰래피우는담배 #임솔아 #위즈덤하우스 #서평단
임솔아 작가의 신작 소설 《엄마 몰래 피우는 담배》는 고통과 상실 가운데 어떻게 선의를 품으로 자아를 찾아갈 수 있는지 그 여정을 보여준다. 소설은 주인공 '유리'가 엄마 집에서 ‘종순’이라는 이름 앞으로 도착한 한 통의 편지를 발견하면서 시작된다. 편지를 보낸 사람은 정신병원에 강제 입원 중인 ‘은향’인데, 그녀는 가족이 없어 보호자의 동의만 있으면 나갈 수 있으니 도와달라는 절박한 부탁을 전한다. 심지어 은향은 이 도움에 응해주면 톡톡히 사례를 하겠다고 약속한다. 그러나 문제는 이모인 종순이 이미 20년 전에 세상을 떠났다는 점이다. 이를 계기로 유리는 어릴 때 기억을 떠올리며 지금의 관계를 풀어나간다.
현재, 유리의 엄마는 암 투병 중이며, 유리는 “질병이 역설적으로 엄마를 살리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고 생각한다. 반면, 동생 ‘규리’는 인생을 마음껏 낭비하지 못했던 엄마의 모습을 보며 실컷 인생을 낭비하기로 결심한다. 엄마는 은향의 편지를 외면하며 "누가 누굴 도와"라고 말하고 유리 또한 모른 척하려 하지만, 규리는 병원에 돈을 보내고 끝내 은향을 직접 찾아가는 행동을 보인다. 이처럼 자매는 각자의 방식으로 삶을 견디거나, 혹은 어머니의 상황을 통해 다른 종류의 선택을 하고자 한다.
규리를 통해 연결된 은향은 놀라운 고백을 한다. 그녀는 병원에서 나갈 생각도, 누군가의 도움을 바라는 마음도 없이, “다만 죽기 전에 종순을 한 번 만나고 싶었을 뿐”이라고 말한다. 또한 은향은 병원 안에서 척을 하지 않고 나답게 지낼 수 있어 편안하고 좋다고 느낀다. 그녀는 “난 적어도 이 안에서 척을 안해요. 나답게 지내요. 편안하고 좋아요. 정말이에요.”라고 말한다. 편지를 통해 되살아난 이모의 그림자는 기억조차 희미했던 인물들과의 새로운 연결을 만들고, 자매는 각자의 방식으로 애도를 해나가는 시간을 갖는다. 소설은 누군가는 삶을 견디며 버티고, 또 누군가는 조용히 떠날 준비를 하는 등 삶의 본질적인 질문들을 마주하게 한다.
자매의 관계를 지탱해 온 것은 복잡한 거짓말들이었다. 규리는 유리가 엄마 몰래 담배를 피우고, 성적표에 엄마의 사인을 조작했으며, 참고서를 사겠다며 돈을 받아간 사실들을 모두 알고 있었다. 규리 또한 “유리의 거짓말에 자주 기댔다. 그래서 더 멋대로 지낼 수 있었다”고 고백한다. 유리가 규리에게 “이제 포기 같은 걸 선택하지마 규리야.”라고 말했을 때, 규리는 “그건 포기가 아니었어. 증명이었지.”라고 반박한다. 규리는 과거의 자신이 궁지에 몰려 선택지 같은 건 없었으며, 그때의 자신이 지금의 자신보다 “더 나답고 좋은데” 지금은 좀 건방지고 재수 없는 기분이 든다고 솔직한 감정을 드러낸다. 그녀는 그때의 자신이 "선택지가 하나밖에 없다는 걸 증명하"려고 했다는 사실을 강조한다.
삶은 끊임없이 자신을 증명하라고 한다. 우리가 고를 수 있는 선택지는 별로 없다. 포기(처럼 보이는 행동)도 하나의 선택일 수 있을까. 은향과 규리는 누군가를 사랑했고 그 사랑을 인정받기 어려웠다. 자신의 지향을 증명하는 길은 딱 하나였다. 누구에게는 자신을 놓아버리는 포기처럼 보이겠지만 그들은 마지막 발버둥이었고 향변이었다. 누가 그들을 궁지에 몰리게 하고 단 하나의 선택만 하도록 몰아 세우는가. 무거운 질문 앞에서 서게 만드는 작품이다.
**출판사 제공 도서로 쓴 리뷰입니다**
#연고자들 #백온유 #위즈덤하우스 #서평단"이토록 비극적인 사건이 발생했는데 우리는 울지도 않고 하소연하지도 않고 억울해하지도 않았다. 생각해보니 우리 삶에 불행이 너무 많았다. 원래 사람이 이런 식으로 담담해서는 안 되는 것이다." p.85고아원에서 자란 '태화'의 죽음 앞에 유일하게 '연고자'로 서게 된 '윤아'의 이야기. 태화와 윤아는 고아원에서 가족처럼 지냈다. 어른이 되어 각자 자립하며 일상을 꾸린다. 하지만 태화가 어릴 때 자신을 버린 어머니를 찾아 더 고통스럽게 살아가는 모습을 보자 윤아는 태화와의 연락을 단절한다. 어느 날 태화가 죽었다는 소식을 듣는다. 장례식을 앞두고 태화가 자신을 찾아오게 되고 둘은 그동안 하지 못한 대화를 나눈다. 두 사람은 각별하고 애정이 깊었다. 하지만 덜 슬프고 덜 상처받기 위해 거리를 두었다. 윤아는 태화가 죽고 나서야 연고자로서 그동안 주지 못했던 사랑을 전한다. "너의 몸이든 영혼이든 절대 포기하지 않겠다. 너를 수습하고 너를 감당하고 오래도록 기리겠다."고 뒤늦게 깨닫고 후회 속에서 이 말을 한다. 나의 불행에 치여 누군가의 사랑을 저만치 밀어두고 있는 건 아닐까. 소설 속 주인공처럼 삶을 뒤흔드는 비극같은 불행은 아니지만 소소하게 나를 넘어뜨리는 작은 역경들 속에 계속 파묻혀 있는 것 같다. 아마도 그 안에 계속 있고 싶은지도 모른다. 사랑을 위해 번거로워지고 상처 받을 각오를 하고 싶지 않다. "상처를 덜 받기 위해 거리를 두는 태도는 얼핏 안전해 보이지만 사실은 비겁했던 게 아닌가, 스스로에게 묻게 되었다. 극진한 사랑의 감정들, 아낌없이 쏟아내지 못해서 부패한 마음을 소설 여기저기에 부려놓았다. 조금 난잡하고 징그럽게 느껴질지라도 정리하지 않았다. 그게 더 진실에 가까울 것 같아서다." p.108 '작가의 말' 중에서안전이라는 맹목적인 목표를 내려놓으면 보이는 게 있을 것 같다. 정리되지 않고 불안하여 흔들리는 그 마음의 가치. 사랑이라고 해서 늘 매끈하고 단단한 게 아니라는 것. 이 진실을 받아들이면 덜 상처받기 위해 움츠려들었던 마음을 살짝 펴볼 수 있지 않을까. 소설 속 화자 '윤아'처럼 뒤늦게라도 깨달으면 된다. 죽음 이후에라도 연고자가 되어 사랑했던 존재를 계속 애정하며 지켜볼 수 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로 쓴 리뷰입니다**
#시현이의행복한하루 #박시현 #이덴슬리벨 #서평단<시현의 행복한 하루>는 일상의 행복한 순간을 담은 감성 컬러링북이다. 고이 간직하고 싶었던 장면들이 감성적이고 산뜻하게 그려져 있다. 저자가 제공한 그림만으로도 힐링이 된다. 저자가 포착한 순간들마다 나의 이야기가 새겨진 듯하다. 나 또한 비슷한 순간들이 있었는데 나는 행복을 느꼈을까. 행복이 이토록 가깝게 있다니 새삼 놀랍다. 저자가 골라준 색감대로 색칠을 하다보면 마음이 절로 평안해진다. 화려하지 않고 차분한 톤의 색감들이 안정감을 주는 것 같다. 가만히 천천히 컬러링을 하다보면 비슷한 경험을 했던 순간이 떠오른다. 소중하게 보듬고 싶다. 일상이 단단하게 여물고 있다. 색을 치하는 과정은 정신이 보낸 하루하루의 틈을 메워주는 것 같다. 익숙하고 당연한 일들, 반복적으로 하는 것들에 행복이 깃들어 있음을 깨닫는다. 산책을 가고 친구와 대화를 하며 아이의 눈을 바라보는 모든 순간이 빛으로 색으로 물든다. 나는 그림을 그린 적도 없고 아는 것도 없다. 이 책을 펼쳐놓고 색연필을 꺼내서 따라 그리고 색칠해본다. 어렵지 않다. 틀릴까봐 두렵지도 않다. 내 일상을 하나씩 안는다고 생각한다. 이 순간 자체가 행복하다. 컬러링북의 마법이다. **출판사 제공 도서로 쓴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