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별인사
김영하 지음 / 복복서가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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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공지능, AI  벌써 인간 세계에서 핫한 주제이지만 깊이 생각해 본 적은 없었다. 먼저, 인공지능도 결국 인간이 프로그래밍 하는 것이기 때문에 인간 세계가 잠식되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고, 둘째는 최근 기업들이 시도하는 가상인간 광고에서도 어색함을 느끼는 우리가 인간을 닮은 로봇이 현실화 되면 '불쾌한 골짜기 효과'로 거부감을 느낄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역사에서 그래왔듯이 인간은 인공지능의 개발 속에서 편리함을 느낄 것이고 결국 [작별인사] 속 세상이 우리에게도 도래할 수도 있다. 

 김영하 작가는 앞으로 닥쳐올 그 세상 속에서 우리가 마주할 문제 그리고 도의적 책임을 미리 깊게 고민해 책 속에 녹여낸 듯 했다. 그가 던진 상황 속에서 나 역시 정말 고민했던 부분은 '인간과 가까운 휴머노이드 의식이 갖게 될 인간과 유사한 정신적 고통을 우리는 간과해도 될 것인가'였다. 인간은 아니지만 인간과 같은 존재를 원해 생겨난 그들을 인격에 가깝게 대우하는 것이 좋은지, 혹은 그렇게 대하는 것 자체가 기계를 더 이상 기계로 바라보지 못하는 것인지 아무리 생각해봐도 어려웠다. 지금도 기술에 비해 따라오지 못하는 사람들의 의식과 법 때문에 현실에서 느껴지는 괴리감이 존재한다. 아직 먼 미래라고 치부하기 보다는 생각보다 빨리 닥쳐올 지 모를 인공지능 세상을 불편하지 않게 마주하기 위해 김영하 작가가 보여준 상황들을 생각해보며 우리도 서서히 준비를 해나가야 할 필요성을 느낀다.


 





단지 아쉬었던 점은 살인자의 기억법에서 느꼈던 작가의 서술방식과는 다르게 뭐랄까... 그동안 작가가 생각해왔던 깊이 있고 좋은 문장들을 어떻게든 다 쓰기 위해 스토리에 우겨 넣은 느낌이랄까. 하지만 다른 분들의 평을 보면 이건 나만의 개인적인 느낌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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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울 앞에서 너무 많은 시간을 보냈다
러네이 엥겔른 지음, 김문주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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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g 39 외모 강박에 관한 담론은 성 역할에 대한 이해가 선행되어야 한다. 일부 남성들은 외모에 대한 걱정으로 고통 받을지 모른다. 그러나 이 책의 초점은 남성이 아니다. 아름다움이 여성의 인생에 미치는 영향은 남성의 경우와는 비교할 수 없는 것이다. 외모 강박은 여성에게만 한정된 이야기는 아닐지 모르지만, 압도적으로 여성의 문제다.]


 나 역시 여성으로 외모 강박이 있었다. 시기 별로 그 정도와 종류가 달라지긴 했지만 언제나 외모는 내 인생에 작지 않은 영향을 끼쳤다. 

 실제로 우리 사회는 보다 여성이 미에 집중하도록 혹은 미에 집중해 보이도록 만드는 구조이다. 일반적으로 미용 용품들, 예를 들어 화장품은 오랫동안 여성의 전유물처럼 여겨졌고 네일, 헤어 제품도 여성을 겨냥한 제품들이 비교적 많다. 또한 34-24-36과 같은 이상적인 신체 수치를 정해 놓고 마치 그 수치에 도달하는 사람만이 아름다움을 가진 여인인 것처럼 평가한다. 

 과거를 돌아보면 나 역시 외모에 늘 신경을 쓸 수 밖에 없는 환경에 노출되어 있었다. 미디어에서는 미남 미녀로 일컬어지는 아이돌의 외모에 대한 평가가 끊임없이 이어졌고 고등학교 때는 반 남자 아이들의 여자아이들 외모 순위 매기기 놀이로 상처 받는 친구가 한둘이 아니었다. 또한 한창 골반 미인이 붐을 이루면서 스스로 골반이 예쁘다 생각하지 않았던 나는 붙는 바지를 입는 것조차 두려웠었다. 

 이러한 면에서 여성이 남성보다 외모 강박에 시달리는 비율이 높을 수 있다는 점은 동의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남성은 외모 강박에 시달리지 않을까?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180cm가 되지 않는 남성은 루저 취급을 받기도 했다. 화장품은 여성의 전유물이 된 대신 화장을 하고 싶은 남성은 반대로 이상한 사람 취급을 받기 일쑤다. 이처럼 예뻐지라고 강요 당하는 여성과 다르게 남성들은 예뻐 보이고 싶은 욕구를 절제 당하는 방향으로 외모에 관해 통제 당하기도 한다. 결국은 어떤 성별이 더 외모 강박에 시달리고 있느냐의 문제라기보다는 외모 강박을 야기하는 사회에 문제가 있음을 인지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다. 

 어떤 면에서 외모 강박은 본능의 문제일 수도 있다. 동물 세계에서도 더 나은 암컷 혹은 수컷과 교배하기 위해선 외모는 상당 부분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한다. 그래서 사실 외모에 지나치게 관심을 가지는 사람을 보아도 그 사람이 꼭 외모 강박을 가졌다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단순히 본인을 치장하는 것에 관심이 많은 사람일 수도 있고 인간도 동물의 하나로써 외모는 이성에게 어필하기 위한 중요한 요인의 하나이니까. 하지만 우리 사회는 지금 필요 이상으로 외모에 몰두하게 한다. 그 사람의 능력과 성격 그리고 잠재력보다는 외모만으로 그 사람의 많은 것을 평가한다. 이러한 문화는 불필요한 외모 칭찬, 틀에 박힌 이상적인 외모 기준, 인식 하지 않고 침투해오는 미디어 노출 등에 의해 강화된다. 


[pg 104 우리의 생각이 거울 앞에 붙잡혀 있으면 우리가 중요하게 여기는 것들을 진심으로 지지할 수 없게 된다. 우리는 아름다움이 아닌 우리가 중요시하는 것들을 위해 정신적 여유를 다시 확보해야 한다.]

 지금은 알고 있고 그렇게 실천하고 있다. 하지만 과거엔 그러지 못했다. 불행히도 나는 학창 시절을 나의 꿈, 그리고 내가 관심 있는 것을 알아가기 보단 내가 어떻게 보일 지에 집중하면서 살아왔고 지금에서야 내가 중요시하는 것들에 정신적 여유를 내어주며 길을 찾아가고 있다. 내가 중요시 여겼던 그리고 여기는 것을 우선적으로 지지할 수 있게 해주는 사회가 하루빨리 도래하길 바란다. 


 나는 아직도 유치원 시절 나와 같이 다니던 친구의 외모만을 칭찬해주었던 어른들을 기억한다. 그리고 그 후로 나는 거울 앞에서 너무 많은 시간을 보냈다. 어떻게 하면 더 예뻐질 수 있을지 고민하고 항상 결론은 나는 예쁘지 않다고 내리며 자존감을 떨어뜨렸다. 다행히 나는 지금 외모 강박에서 벗어났고 아름다운 나의 내면을 사랑한다. 하지만 여전히 나는 외모를 오랫동안 내 삶의 우선순위로 두게 한 그 어른들을 원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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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이블 건너편의 살인자
존 더글러스.마크 올셰이커 지음, 이순영 옮김 / 우물이있는집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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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 사건의뢰의 열렬한 애청자로써 김복준 교수님이 추천사를 달아주셔 이 책을 접하게 되었다. 한 때, 학대 당하던 과거 어린 범죄자들을 안쓰러워했던 마음이 있었다. 하지만 불우한 어린 시절을 가졌다고 해서 모두가 그렇게 성장하지 않는다. 그들은 그냥 자기 합리화에 능한 자들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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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리석은 자의 독
우사미 마코토 지음, 이연승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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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바선생의 ‘이 세상은 모두 이어져 있다‘는 말처럼 그들의 삶은 모두 이어져 있었다. 초반 장황한 서사에 지루함을 느낀 것도 잠시 그것이 모든 이야기를 탄탄하게 묶어주는 발판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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쥐 The Complete Maus 합본
아트 슈피겔만 지음, 권희종 외 옮김 / 아름드리미디어 / 201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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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치 전범의 유대인 학살에 대해서는 모르는 이가 없을 것이라 생각한다. 나 역시 책, 매체 그리고 이야기를 통해 그 당시 얼마나 끔찍한 일이 행해졌는지 들어본 적이 있었다. 이 책을 읽기도 전에 걱정이 되었었다. 만화라는 장르를 통해 유대인 학살 현장을 더 적나라하게 그려 넣었을 것이란 막연한 추측에 조금 거부감이 들었다. 하지만 생각보다 작가의 아버지를 통한 덤덤한 이야기로 이어졌고 중간 중간 부자 간의 다툼을 통해 긴장감이 풀어졌다. 하지만 그래서 더 소름이 돋았다. 평범하게 보이는 내 이웃의 과거였을 수도 있다는 생각...따라서 평범하게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는 누구에게나 닥칠 수 있는 일이라는 것이 실감이 났다. 현재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공습을 보면 더 이상 먼 과거의 일이라고 생각하며 안심할 수 없다. 

 책의 중간 쯤 작가의 아버지가 흑인에 대해 매우 강한 인종차별을 하는 장면이 나온다. 유대인이라는 이유로 무자비한 학대를 당했다고 해서 내가 가해자가 되지 않으리라는 보장은 없을 것이다. 한 개인을 넘어 한 가정을 파괴하는 홀로코스트는 우리가 긴장의 끈을 놓는 순간 언제 어디서든 다른 형태로 되풀이될 수 있다는 사실이 또 다른 두려움으로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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