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이 있는 것은 다 아름답다 - 최재천의 동물과 인간 이야기, 개정 3판
최재천 지음 / 효형출판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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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년전, 남동생이 가족의 동의 없이 데려온 고양이 한 마리를 갑작스럽게 키우게 되었다. 고양이를 싫어하는 것은 아니었지만 나와 다른 종이 한 집 안에 있다는 것이 처음에는 너무 어색하고 불편했다. 못 올라다니는 곳이 없었기 때문에 이제 떨어뜨리면 깨질 수 있는 물건의 위치는 알아서 바꿔 놓아야 했고 털은 얼마나 많이 빠지는 지 돌돌이는 필수템이 되었다. 


 오랫동안 그 아이와 같이 살면서 이제 점점 고양이에 대해 알게 되었다. 분명 강아지와 달리 고양이는 도도하고 개인주의가 강하다 했는데 집에 돌아오면 마중을 나오고 반갑다고 꼬리를 감고 애교가 넘친다. 따뜻한 곳은 얼마나 좋아하는지 이제 겨울이 오면 길고양이들도 자연스레 눈에 밟힌다. 내가 화난 것 같으면 눈치도 보고 눈물을 흘리면 옆에 조용히 와 위로해준다. 똑똑해 보이면서도 가끔 보이는 멍청한 모습은 가족 모두를 웃게 한다. 


 알고 나니 사랑하게 되었다.  


 요즘 우리 사회는 편가르기가 넘친다. 상대를 알려는 노력보다는 나와 다르면 무조건 비난부터 한다. 상대를 무조건적으로 수용할 수는 없지만 상대의 삶, 마음을 알게 되었을 때 내가 수용할 수 있는 범주는 크게 달라진다. 


 추가로 나와 다른 인종, 나와 다른 종에 대해 유독 배타적인 분들이 있다. 심하신 분들은 본인의 영역과 이익이 침해 당했다고 생각하면 해를 가하기도 한다. 실제로 내가 사는 동네에서 고양이들이 내가 사는 곳에 와서 돌아다니는 것이 싫고 울음소리도 싫다며 살해한 사건이 있었다. 그런 분들께 우리 인간은 지구의 주인이 아닌 지구에 사는 수많은 종들 중 하나일 뿐이고 여러 인종 및 종들은 우리가 더불어 살아가는 이웃 주민이라는 것을 꼭 말씀드리고 싶다. 실제로 우리 인간이 침해 당했다고 생각하는 상당 부분은 본래 다른 종의 영역이 아니었을까.



cf) 이 책의 아쉬운 점은 아무래도 칼럼을 엮은 것이다 보니 동물보다는 교수님의 의견을 담은 부분이 많았다는 것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생명이 있는 것은 아름답다는 것은 충분히 와 닿았다.

제게는 소박한 신념이 하나 있습니다. ‘알면 사랑한다‘는 믿음입니다. - P13

토종이 제자리를 당당히 지키고 있는 곳에 쉽사리 뿌리내릴 수 있는 외래종은 거의 없다. - P57

외국에 비해 장애인들이 별로 눈에 띄지 않아 의아하게 생각하던 참이었다. 하지만 우리나라가 외국보다 장애인이 적어서가 아니라 그들이 길에 나서기 너무도 불편하게 되어 있기 때문이라는 걸 나는 그날 비로소 깨닫게 되었다. - P65

하지만 진화란 언제나 좀 더 합리적인 방향으로 움직이는 것은 아니다. 상황에 따라 그때그때 더 유리한 방향으로 흘러갈 뿐이다. - P95

이처럼 동물들이 주로 먹는 것이 무엇이냐에 따라 우리가 그들을 구분하는 것이지 그들이 항상 우리의 분류 체계를 따르는 것은 아니다. - P99

동물들이 사는 모습을 알면 알수록 그들을 사랑하게 되는 것은 물론, 우리 스스로도 더욱 사랑하게 된다. - P208

우리가 도덕적이길 원하면 스스로 얼마나 비도덕적인지를 우선 가늠해야 할 것이다. 이는 우리를 증오로부터 구원해 사랑의 길로 인도하리라. - P282

우리의 옳고 그름에 대한 기준, 즉 이른바 도덕성도 진화의 산물이다. 도덕적으로 옳다고 느끼는 감정은 스스로에게 유리하게끔 자연선택된 것이기에 필연적으로 자기 중심적일 수밖에 없다. 우리는 늘 옳고 적은 언제나 그르다. 내가 차를 빨리 몰면 운전 실력이 좋아서지만 남이 빨리 몰면 경솔한 짓이다. - P283

제가 감히 인류를 대표할 자격이 있는 것도 아닌데 함께 무릎을 꿇게 해 드렸다면 용서하십시오. 하지만 너무 늦지 않은 미래에 우리가 자연의 지배자가 아니라 그저 일부라는 엄연한 사실을 겸허한 마음으로 받아들이게 되길 바랍니다. - P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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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역사 - '공무도하가'에서 '사랑의 발명'까지
신형철 지음 / 난다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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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인생책으로 꼽는지 알겠다. 그냥 지나칠 수 있었던 시의 구절이 신형철 작가님 덕분에 나에게 인생으로 다가왔다. 내가 가진 어떤 문장으로도 이 책을 표현하기에 부족한 것 같아 말을 줄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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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땅의 야수들 - 2024 톨스토이 문학상 수상작
김주혜 지음, 박소현 옮김 / 다산책방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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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친구의 선물로 읽게 되었다. 매우 긴 내용에도 불구하고, 번역된 책임에도 불구하고 책이 막히는 곳 없이 술술 읽혔다. 비록 한국계이긴 하지만 해외에서 자란 작가가 쓴 글 임에도 역사 공부에 노력을 많이 기울인 게 느껴졌다. 그리고 책을 읽으면서 일제강점기 치하의 우리 민족이 가졌던 삶의 애환에 같은 한국인으로써 같이 마음이 아팠고 힘없는 사람 하나하나 힘을 모아 독립에 자기의 방식으로 참여한 모습이 고마우면서도 안쓰러웠다.

 

 추가로 댓글을 읽고 알았지만 페미니즘?의 일환으로 그녀와 그를 모두 그로 통일하고 자궁 대신 포궁으로 번역하였다는 것을 알았다. 사실 그녀를 그녀라고 하지 못하고 그라고 해야하는 것이 페미니즘과 무슨 연관이 있는지 이해도 안 될 뿐더러 그녀를 그라고 하는 바람에 읽으면서 앞선 대상 중에 누구를 지칭하는 것인지 읽으면서 되려 혼란만 야기되었었다. 


 pg 423에 가정부가 "당신네 기생들이 이렇게 끈 떨어진 연처럼 내버려지는 것도 업보지...... 자기 밥 벌어먹자고 멀쩡한 다른 여자 남편을 훔쳐 가는 족속들이잖아." 라고 조소를 흘리며 말하는 대사가 있다. 실제로 읽으면서 불필요한 섹슈얼한 장면이 많이 나온다고 느꼈고 불쾌하게 느껴지는 부분도 더러 있었다. 이처럼 번역가가 페미니즘을 반영해 번역한 책인 것이 무색하게 이 책 속의 여자들 대부분은 결국 자신이 사랑하는 남자들에게서 끝까지 벗어나지 못하고 주체적인 삶을 살아가는 장면이 없다는 점이 아쉬웠다. 

나이를 조금 더 먹고 나니, 인생이란 무엇이 나를 지켜주느냐가 아니라 내가 무엇을 지켜내느냐의 문제이며 그게 결국 가장 중요한 것임을 알겠다. - P250

"다들 각자의 방식으로 용감한 거지." - P429

"이 작은 땅에서 어떻게 그리도 거대한 야수들이 번성할 수 있었는지 신비로울 따름이야." - P513

삶은 견딜 만한 것이다. 시간이 모든 것을 잊게 해주기 때문에. 그래도 삶은 살아볼 만한 것이다. 사랑이 모든 것을 기억하게 해주기 때문에. - P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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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워 오브 도그
토머스 새비지 지음, 장성주 옮김 / 민음사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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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토머스 새비지. 처음 접해보는 작가였는데 실로 부러운 글쓰기 능력을 가진 작가였다. 자치 지루해질 수 있는 다양한 인물에 대한 병렬적 묘사와 여러 상황들을 어떻게 이렇게 몰입감 있게 표현할 수 있는지. 그의 다른 작품도 궁금해졌다. 


 사실 '파워 오브 도그'를 읽는 도중에는 필이 동성애자라는 것을 눈치채지 못했다. 하지만 책 후반에 있는 작품 해설을 읽고 나서 필의 행동이 일종의 동성애자 콤플렉스에서 기인 되었다고 생각하니 한편으로 이해가 되었고 연민도 들었다. 

 콤플렉스가 없는 사람이 있을까. 누구나 자신의 콤플렉스가 드러나길 두려워 하고 쉽게 벗어나지 못한다. 자신의 콤플렉스와 관련해 드러나는 태도에는 사람 마다 차이가 있는데 그 중에 한 경우가 자신과 유사한 콤플렉스를 가진 자를 오히려 경멸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학벌 콤플렉스가 있는 사람들 중에 오히려 학벌이 낮은 사람들을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더 천대하는 경우가 있다. 필 역시 그럼 부류의 사람인 듯하다. 다칠 수 있는 거친 일에도 장갑을 절대 끼지 않는 등 남성성을 부각 시킬 행동을 고집하고 그에 반해 다소 여성적으로 보일 수 있는 피터를 과하리 만큼 비판하며 모욕을 준다. 

 콤플렉스가 강할 수록 자신의 콤플렉스를 가감 없이 드러낼 수 있던 주변인에게 느낄 수 있는 배신감은 더욱 커지는 것 같다. 필은 늘 함께해왔던 동생이 결혼을 하게 되었을 때 축하보다는 비아냥거리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것은 다른 사람보다 당연히 나와 가장 가까울 것 같았던 동생에게 더 가까운 누군가가 생겼다는 것과 나에겐 있는 콤플렉스(동성애)가 이성애자인 동생에게는 없는 것에 대한 시기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추측해본다. 이러한 면에서 나는 필에게 강한 동질감을 느꼈다. 나와 나이 차이가 많이 나는 여동생이, 그래서 항상 내 손 안에 있을 것만 같았던 아이가 어느새 대학을 가고 자신만의 사회생활을 넓혀나갈 때 처음에는 마냥 응원해줄 수 없을 만큼 배신감 비슷한 감정을 느꼈다. 내가 즐기지 못했던 대학생활을 동생은 최선을 다해 즐기고 있는 것 같아서 부러움도 느꼈다. 이렇게 콤플렉스는 자신이 가장 사랑하고 아끼는 자 앞에서도 스스로를 한없이 옹졸하게 만든다. 

 '파워 오브 도그'는 토머스 새비지의 자전적 내용을 바탕으로 한 소설이라고 들었다. 작품 해설을 참고해봤을 때 이 책은 그의 성장 과정에 있던 콤플렉스를 표현하고 분출한 도구가 된 듯하다. 피터의 필에 대한 복수가 그에게 후련함을 주었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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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무선)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윤옥 옮김 / 현대문학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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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미야 잡화점을 다시 읽고 고민에 답을 구하는 자에게 상담자의 나이와 지혜는 무관하고 말 한마디가 누군가의 인생을 바꿀 수 있는 힘이 있음을 절실히 느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느끼는 히가시노 게이고의 다소 억지스러워 보일 수 있는 끼워맞춤과 일본 문화 특유의 과한 송구스러움에 어렸을 때 읽었을 때 만큼의 감동을 느끼지 못한 것이 아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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