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랑자들
올가 토카르추크 지음, 최성은 옮김 / 민음사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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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장소나 시각, 언어나 도시, 기후에 따라 그의 존재가 달라진다. 산책을 가끔하는 습관의 도시인들은 목적을 향해 나아가는 직선적인 시간관을 가진다.반복되지 않는 시간들 속에서 결과는 되돌릴 수 없다. 그 시간 속을 다가갔다 물러섰다를 반복하며 거리를 두는 것이다. 그 거리를 여행이라고 하기도 한다. 이런 거리를 여행하는 여행자들이 모여 만든 시간은 하나의 집합체이다. 혼돈의 대양 속에서 정리된 시간, 섬과 군도의 시간이다. 정지의 상태는 부패와 타락이며 결국 재가 되지만 끊임 없는 움직임은 영원히 지속될 지도 모른다. 그래서 여행은 이동성과 방향성을 가지고 나아간다. 이런 상황을 경험하는 우리는 누구나 같은 경험을 갖기 위해서는 ‘같은 표면에 동심으로 흩어져 있는, 비슷한 크기와 용량의 조각을 한데 모아 전체를 구성하는’ 실린더형을 갖게 된다. 이런 상황들이 모여 인간의 삶이 되고, 특정 행동을 반복하려는 경향은 일관된 결과를 낳는 것은 아니다. 누군가는 망가진 우산을 버리지만, 누군가는 그 우산의 막을 네모반듯하게 접어서 호주머니에 넣는다. 이런 상황의 반복을 통해 사람들은 세상 어디에서는 시간과 공간이 완벽하게 어울릴 수 있다는 희망을 가진다. 우연이나 돌발적인 사건 등이 아니라 단지 그 곳에 있다는 것만으로 자신의 어떤 사랑이나 행운, 혹은 죽음이 맞게 된다. 이런 믿음이 만든 여행자의 장소는 원뿔 모양의 섬이다. 이 섬은 혼자의 힘으로 모든 필요를 충족해야 한다. ‘나만이 현실로 느껴지고 너나 그들은 희미한 망령, 아니면 저 멀리 수평선에서 나타났다가 사라져 버리는 방황하는 네덜란드인’이다. 이것은 보는 것에 익숙해진 사람들이 만들어낸 ‘평범한 허상’이다. 자신이 더 이상 환영 받지 못하는 곳을 지도에서 지웠음에도 불구하고 그곳에 머물러야 한다면 그곳은 유령 도시이며 망령처럼 움지기이는 눈에 불과해 진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자신의 섬에 갇혀 사람들과 다른 시간과 공간을 살아간다. 사람에게는 내면에 깊이 감춰진 결함이 있다. 그것은 병리 해부학 박물관의 괴상한 종양 같은 덩어리로 우리로부터 방어기제의 작동하게 하여 위장하여 우리의 심장을 보호한다. 사람들을 대상으로 테스트와 인터뷰, 실험을 한다. 이렇게 설계된 ‘호기심의 방’에서 자신의 게임에 온 정신이 다 나가게 된다. 이 곳의 가설무대에 말이 올려진다. 작가와 주인공, 작중 화자와 독자, 발과 구두, 구두굽과 얼굴처럼 사람들은 자신의 이야기를 종종 상대방의 처지로 바꿔서 하려고 한다. 그러면서 타인의 얼굴을 한 자신이 하는 질문의 답을 듣고, 자신의 비밀을 자신에게 털어놓는다. 인간이란 이런 자폐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한결같이 자신의 반응이 전부 예측 가능하다. 이런 결과가 ‘재발성 해독 증후군’으로 이어진다. 즉, 어떤 이미지를 향해 끊임없이 돌아가려는 의식의 작용, 그런 이미지에 대한 강박적인 추구를 의미한다. 표준에서 벗어난 것, 너무 작거나 너무 큰 것, 넘치거나모자라는 것 등 기형의 상태에서 존재가 그 참모습을 드러내고 본성을 나타낸다. 그래서 좌우 대칭의 머리 가슴 결합 쌍둥이의 변종에서 고대 여신과 같은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다. 그 드러난 본성을 증거하기 위해 사진을 찍기도 하고 그림을 찾고 인체표본을 만드는 플라스티네이션을 통해 지식을 증명한다. 그리하여 인간은 자신과 다른 피부색이나 목소리, 걸음걸이이더라도 선하고 현명하며, 만일 영혼 속에 지혜를 갖고 있어 구원받을 수 있다. 또한 수백만 개의 파편으로 산산조각 나더라도 그 또는 우리는 인간이라는 전체 속에서 생각되어져야 한다. 그러나 그가 사람이 아니라 동물이라면, 그는 ‘인간을 위해 모든 것을 희생하고, 죽음을 반복하고, 자신의 몸을 바쳐 우리를 먹이고, 자신의 가죽으로 우리에게 옷을 지어 입히고, 의약품 테스트를 허용해’ 주는 신이 될 것이다. 한 번은 주인 없는 개들이 도시에 들끊자, 작은 섬으로 개들을 보냈다. 섬 근처 바닷가에서는 광폭한 울음소리가 들였고 고기 썩은 냄새가 진동했다. 그 섬은 하나의 비키니 섬이어서 모든 것이 죽었고 돌연변이가 나왔다. 그리고 주위의 인간들에게는 감각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결핍을 인지하는 감각, 부재의 맛을 식별하는 감각, 특별한 예지력, 어떤 사건이 발생하지 않으리라는 걸 아는 능력, 존재하지 않는 것들에 대한 탁원한 후각. 끝나지 않은 밤 속에서 인간은 빛과 어둠을 분리시키고 남은 상처로 하나는 보지만 다른 하나는 보지 못한다. 그 섬과 밤 사이에 사람들은 길을 잃고 전혀 다른 사람이 되고, 사라지고, 죽음을 맞이 한다.
‘나는 지금 집에 있다’고 생각했다고, ‘모르겠다, 지금 내가 어디에 있는지’를 생각해 보기도 한다. 전날 밤의 나의 행적을 세세하게 돌이켜 보고 ‘지금’과 ‘여기’의 의미를 해독한다. 이런 균형감각의 상실을 곧 각성으로 이끈다. 그리고 ‘내가 어디에 있든 중요치 않다. 어디에 있는지 상관없다. 여기 내가 있으므로.’ 그래서 사람들은 다시 존재를 위험하게 할 지도 모르는 여행을 위해 떠난다. 이번 여행은 우리들을 새롭게 태어나게 할 것이라고, 이번에는 적절한 시간, 적절한 장소에서 운명의 순간을 만나게 될 것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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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두운 밤 나는 적막한 집을 나섰다
페터 한트케 지음, 윤시향 옮김 / 문학동네 / 200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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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에서 내가 살고 있는 곳을 찾는다. 지도의 표시가 정확할수록 그 곳에 사는 나는 인상만 남았다. ‘탁스함’은 독일 잘츠부르크 부근의 신도시에 작고 보잘 거 없는 곳이다. 홀로 고립된 자투리 땅으로 대도시의 문턱에 위치했다.탁스함 내 주민 스스로 만든 진입 저지망인 관목 울타리를 만들어 성당 마름모꼴 탑신을 망루처럼 보이게 했다. 길들은 한결같이 굽어들고, 한 블록을 우회하거나 작은 집의 정원들 사이로 헤매다 보면 어느새 출발점으로 되돌아간다. 결국 울타리 앞에서 끝나고 만다. ‘약사’의 집은 탁스함 외곽의 시골마을 근처 잘자흐 강 가까이에 자연적으로 만들어진 자투리 땅 ‘모서리’이다. 그의 삶은 집, 약국, 공항 삼각지대 안이다. 약국은 건물이 빽빽한 마을 한가운데이다. 담장을 두른 오두막 같이, 거의 초원에 가까운 잔디의 한복판 지난날 스텝 지역의 잔재 처럼 오래된 나무들과 오래된 덤불들 사이에 키 작은 나무들이 듬성듬성 뒤섞여 있었다. 약사에게 도움을 청하면 탁스함 주민에게 도움을 줄 수 있었지만 우연히라도 약사를 마주치면 그를 알아보지 못했다. 그는 자기가 보지 않으면 남의 눈에도 보이지 않는다는 어린아이의 믿음처럼 눈에 띄지 않으려고 했다. 그럼 약국을 벗어난 그는 누구인가?
 여름 공항 주변과 뒤편 울타리 단지의 초원(‘잃어버린 섬’)에는 풀이 자라 잿빛 숲길이 되었다. 도시의 동쪽은 축제공연이 시작되었지만 탁스함 주변은 그와 고립되어 적막감이 돌았다. 까마귀의 첫 울음소리에 일찍 깨어난 나는 아내의 영역외에서 생활한다. 아내는 여행을 가고, 딸은 이곳을 떠났으며, 아들은 망자가 되었다. 언제나 한 사람은 부재중일 테니 지금 곁에 없는 네 가족들이 어디서든 너 없이도 잘 지내고, 늘 그렇게 먼 곳에서 머물 수 있도록 하라고 마음 먹는다. 그는 꿈을 확장하는 버섯에 대한 연구로 책을 낼 것이다. 이제까지 거의 전세계를 여행하여 더 이상 이 곳을 떠나지 않게 된 그는 매일 아침 길을 떠나거나 이미 오래 전에 길을 떠난 것 같고, 그 여정이 오늘도 계속되는 ‘꿈의 버섯’ 이야기를 쓸 것이다. 오로지 나뭇잎 하나 흔들렸을 뿐이지만 그나뭇잎이 빛어낸 격렬한 번쩍임이 오전 내내 나무 한 그루로, 마침내 숲 전체로 퍼져 나갔다. 가끔 그는 앞쪽 약국의 매장으로 나가 일을 도와, 그저 물을 한 잔 주었다. 
 중세 기사에 대한 독서는 중세의 모험을 이곳, 숲속에서 계속하게 하여 그를 벌목꾼으로, 중세의 기사로 만들었다. 그는 말린 버섯을 먹어서 꿈을 꾼다. 지하공간으로부터 도망친 탈주자들이 축제처럼 밝힌 방으로 보거나, 이웃 정원들의 울타리 관목들이 강제로 철거되어 없어져서 서로를 바라보게 되어 수치심을 느끼고 해방감에 기쁨을 느끼다. 돌연 깜깜한, 암흑 외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마치 영화의 마지막 장면처럼 아무튼 모든 존재하는 것들의 끝이었다. 이마 피부에서 검은 혹의 조직검사결과를 기다렸다.
 어둠 속의 명료함 속에서 비가 오는 숲속 길을 걷다 흠뻑 젖어 공항 지하식당에 간다. 소름, 유별난 오한이 밑에서, 바닥에서 올라와 추위, 허기를 느끼게 하고 실어증 상태에서 욕구해소의 갈망에 빠진다. 그는 꿈처럼 모험 영화의 주인공처럼 이제 여행을 시작한다. 이 여행 길이 밝은 대낮에 읽을 만한 이야깃거리가 될 것이다. 어린시절의 가시밭을, 새벽녘에 전쟁이 끝날 무렵 국경지대 지뢰밭을 탈출하였다. 그 어둠은 추적자들이 숨어 있었지만 그는 그들을 보지 못했다. 지금은 밝은 낮에 두 눈으로 예기치 않은 사건에, 어떤 세력범위를 똑똑히 보았다. 그가 ‘아내에게 너무 상처를 입혀서 아내는 자기 자신과 타협’했다고 고백했다.
침묵, 정적의 순간이 이어지고 그는 눈을 감는다. 집의 지하실에서 불을 켜고 중세의 서사시를 읽는다. 그는 비로소 떨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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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02월 26일에 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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