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불량한 자전거 여행 ㅣ 창비아동문고 250
김남중 지음, 허태준 그림 / 창비 / 2024년 12월
평점 :
창비아동문고 250 『불량한 자전거 여행』
김남중 장편동화, 허태준 그림, 창비
이 책은 2009년에 초판을 발행한 후 새롭게 개정되어 나온 책이다. 새롭게 변한 길, 지명, 교통 정보들을 조사하여 그 부분까지 모두 수정했다는 글을 읽고 그렇게 세세한 것까지 신경 써서 개정해야 하는 건가 하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책을 다 읽고 난 후 이 책은 그냥 이야기로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마지막 장을 넘기는 순간, 어린 시절 자전거를 타고 우리 지역의 유명한 국립공원까지 갔을 때의 느낌이 떠오르면서 다시 자전거를 타고 어디론가 떠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내가 진짜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나는 지금 무엇을 하고 싶은지 곰곰이 생각하는 시간을 갖게 되었다.
‘불량한’ 자전거 여행에는 불량한 삼촌과 불량한 초딩 호진이가 있었다. 가족들에게는 한심한 천덕꾸러기 취급을 당하는 삼촌은 돈이 되지 않는 자전거 여행 가이드를 하지만 누구보다 행복해 보인다. 자신에게 연락 온 호진이를 아무 말 없이 받아주고 여행에 참가시키는 모습, 힘들어하는 회원들을 무심한 듯 세심하게 챙기는 모습, 트럭을 훔친 영규가 일을 시작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는 모습에서는 삼촌은 누구든 먼저 이해하는 것부터 시작하는 사람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자신이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고 그것을 실천할 수 있는 용기는 기본적으로 사람을 사랑하는 마음에서 비롯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호진이는 엄마, 아빠의 다툼 속에서 가출을 감행한 불량 초딩이다. 삼촌의 트럭에 올라 자전거 여행의 조수 역할을 수행하지만 결국엔 자전거 대열에 함께 올라 완주를 한다. 부모의 기대만큼 공부를 잘 하지도 못하고 부모의 다툼에서 고민이 많아진 호진이지만 자전거 여행 속에 담긴 삶을 느끼며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중간 부분에서 하늘의 구름을 바라보며 호진이가 삼촌의 일에 대해 묻는 장면이 인상 깊다. 자전거 여행 가이드를 하면 돈을 많이 벌지도 못하는데 왜 하냐는 호진이의 물음에 “하고 싶어서.”라고 답하는 삼촌. 거기에 호진이는 엄마에게서 많이 들어왔던 “사람은 하고 싶은 것만 하고 살 수 없잖아.”라는 말로 대꾸하는 장면이다.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막을 때 엄마가 해오던 말을 내뱉고 나서 많은 것을 생각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부분은 세상을 여유 있게 바라보고 타인의 삶을 궁금해 하고 부모님의 입장을 떠올리며 가족 여행을 계획하기까지 하는, 의젓한 호진이가 되는 전환점이 아닐까 생각했다.
불량한 자전거 여행은 불량할 뿐만 아니라 너무 불편하기도 하다. 억지로 참가한 사람도 있고, 여행 중 쓰러지는 사람들이 생겨나고, 마음껏 먹을 수도 마실 수도 없었다. 더위도 근육통도 참아야했고 잠자리도 먹거리도 너무 불편한 것 투성이었다. 허벅지가 터질 듯한 경사를 넘었지만 바로 내리막이 나오지도 않았다.
‘가지산은 가지산이고 미시령은 미시령이었다. 산 하나를 넘었다고 해서 다른 산이 고개를 숙이지는 않았다.’
하지만 오르막이 있으면 반드시 내리막이 있었다. 오르막 뒤에 바로 내리막이 이어지지는 않을지라도. 하지만 내리막이 너무 쉽다고 방심하면 안 되는 것이 자전거 여행이었다. 자전거 여행은 그 자체가 우리의 삶이라는 생각이 든다. 산을 넘고 넘어도 또 산이 있지만, 언젠가는 내려갈 수 있게 되는 것.
삶 자체인 여행 속에 다양한 사람들의 삶도 묻어난다. 그 안에는 아픔도 있고, 슬픔도 있고, 사랑도 있지만 여행의 마지막은 모두에게 희망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