왝왝이가 그곳에 있었다 - 제15회 문학동네청소년문학상 대상 수상작 문학동네 청소년 75
이로아 지음 / 문학동네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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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동네청소년 075 “왝왝이가 그곳에 있었다”
이로하 장편소설, 문학동네

기억과 망각.
소설을 읽는 내내 머릿속을 맴돌던 두 단어이다. 사회적 참사가 일어났을 때, 그것을 기억하고 기리며 추모하는 사람들과 그들을 정치적이라고 욕하며 빨리 잊고 일상으로 돌아가길 바라는 사람들의 싸움이 일어난다.
빨리 잊고 일상으로 돌아가는 것의 주체가 누구인지, 그 말이 진정 피해자들을 위로하는 말인지에 대해 생각하게 만드는 책이었다.

얼마나 아픈지 가늠할 수 없어서, 이 작은 곳에서 작게나마 힘을 보태고 싶어서, 잊지 않고 가르치겠다고 다짐했던 때가 있었다. 해마다 관련된 텍스트를 고르고 영상을 만나고 글을 쓰고 활동을 했던 시간들. 너무 어릴 때 일들이라 기억하지 못하는 학생들에게 조금이나마 생각을 할 수 있게 돕는 것이 내가 할일이라 믿었다. 몇 해를 거듭하고 근무지가 바뀌면서 내 결심이 무너졌고 모든 것을 망각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직도 기억하며 시내 곳곳에 현수막을 붙이고 추모제를 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대부분 나와 같겠지. 점점 잊히는 사회를 바라보며 누군가는 왝왝이가 되어버리고, 누군가는 혼란 속에서 연서처럼 힘겹게 이겨내고 있을 거라는 생각을 하니 마음이 아팠다.

소설 속의 학생들은 각자 자기 방식으로 기억하고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 그 과정에서 넘어지고 삐끗하기도 하지만 서로 손을 잡고 자리를 잃어버리지 않게 돕고 있다. 주변의 어른들은 망각을 원한다. ‘산 사람은 살아야지’라는 흔한 말이 떠오른다. 소설 속 인물들은 이게 바로 내가 살아가는 방식이라고, 충분히 아파하고 충분히 슬퍼하고 기억하는 것이 바로 나의 일상이라고 반론하고 있는 것 같았다. 연서와 재선이가 자기 마음의 소리에 귀기울이고 그에 따라 행동할 수 있게 되었을 때 비로소 조금씩 치유됨을 느꼈다. 그리고 나는 이들의 모습을 맘껏 응원하게 되었다.

소설에서 특별했던 것은 연서가 겪었던 사고에 대한 자세한 설명이 없다는 것이다. 원인이나 규모 따위가 나와 있지 않고, 등장인물의 생각이나 대화를 통해 추측하게만 한다는 점이다. 어떤 사고였기에 이럴까 궁금하기도 했지만, 이런 점은 참사 후 피해자, 유가족, 생존자, 주변 사람들의 마음과 행보에 대해 더 주목하고 집중하게 만드는 것 같아 좋았다. 그리고 현재 우리 사회에서 일어나는 하나의 참사만 떠올리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사회적 논의들을 떠올릴 수 있게 해주었다.

‘누구 한 사람이 지치면 다른 사람이 상기시켜 주기로 하자. 우리가 처음에 어떤 마음이었는지를.’
이렇게 약속한 연서와 재선이처럼, 이 소설과 만나고 나도 나의 처음을 떠올리게 되었다. 그 사건을 바라보며 했던 나의 결심을. 또다른 왝왝이가 어디선가 자기 존재마저 잊고 살아가지 않도록 우리 모두 기억했으면 한다.

*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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