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겨울은
김선남 지음 / 창비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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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겨울은

김선남 그림책, 창비

 

김선남 작가님의 책은 다 같은 나무인 줄 알았어를 통해 처음 접해보았다. 무심코 지나칠 수 있는 주변의 나무들에 대해 세심하게 그린 그림책이 매우 인상 깊었다. 이번에 좋은 기회에 김선남 작가님의 신간을 읽어볼 수 있어서 정말 좋았다.

 

나의 겨울은역시 쉽게 지나치고, 크게 생각하지 않았던 것에 대해 사유하게 하는 그림책이다. ‘봄을 위해 겨울이 있다.’는 식의 말들은 흔하게 듣는다. 결실을 맺기 위해 시련이 필요하다는 뜻으로 자주 쓰이면서 시련을 비유적으로 표현할 때 겨울을 많이 사용한다. 이 그림책에서는 겨울을 단순히 어떠한 결실을 맺기 위한 시련으로 여기지 않는다는 점이 좋았다. 여름의 끝자락에서부터 시작된 따뜻한 겨울은 많은 동물들이 살아가는 과정이며, 다음을 준비하는 공간으로 표현되고 있었다. 그리고 겨울 덕분에 잠시 머물 수 있고, 모두 함께할 수 있었다. 물론 춥고 힘들 때도 있지만 결국 우리를 성장하게 하는 겨울의 모습은 시련이라기보다는 든든한 버팀목처럼 느껴졌다.

 

겨울눈도, 나비도, 꿀벌도, 고라니도...... 우리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자연을 서정적인 그림과 이야기로 만나니 새삼스럽게 소중하고 따뜻하게 느껴졌다.

그리고 항상 지나치며 살아가는 존재인 에 대해서도 생각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나는 겨울에 태어났다. 그 시작이 겨울이었음에도 추운 겨울을 그리 달가워하지 않았다. 어릴 때는 좋아했을지 모르지만, 그 시절이 기억 나지 않는다. 겨울은 항상 일의 마무리 때문에 정신이 없고, 사람들과 이별을 하고, 무력하게 쉬거나, 또 반복되어야 할 시작을 위해 고민을 하는 일들이 생기는 시기이다.

내게는 진짜 겨울의 따뜻함이 없을까. 그림책을 읽으며 생각했다. 일을 마무리하면서 일 년간 나와 함께한 사람들을 하나씩 떠올리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지, 아이들과 이별하고 싶지 않아 그간 찍은 사진을 훑어보았던 저녁은 얼마나 애틋한지, 또 새롭게 시작할 우리를 위해 아들의 손을 잡고 떠나는 여행은 얼마나 설레었던지, 다시 준비하는 일 년을 계획하는 일이 얼마나 기대되었는지.

순간, 순간의 감정이 있었음에도 나는 왜 겨울은 힘들고 춥다는 생각만 했을까. 이 책을 읽으면서 그래, 나에게도 겨울은 준비하게 하고 머무르게 하고 성장하게 하는 존재였구나.’라는 것을 깨달았다. 내가 가진 일상이 얼마나 소중한 것이었는지와 함께.

 

아들과 이 그림책을 다시 읽으며 지금까지 지내온 우리의 겨울은 어땠는지 이야기해 본다. 아직은 눈 오는 것이 마냥 신나고, 겨울방학에 엄마와 노는 것이 좋다는 우리 아들이 이 마음을 잊지 않고 컸으면 좋겠다. 겨울뿐만 아니라 계절이 가지고 있는, 인생이 가지고 있는 그 시절의 매력을 느끼는 어른이 되기를.



*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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