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만을 보았다
그레구아르 들라쿠르 지음, 이선민 옮김 / 문학테라피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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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마지막 장을 덮으면서, 이 책이 2015년 올 한해 내가 읽은 책 중에 단연코 최고가 될 것임을 알았다. 아직 2015년 읽지도 않은 책들을 남겨두고서 말이다. 우리 인생의 가치는 얼마일까?라고 제1장의 제목을 정해놓고, 수많은 금액들로 이야기를 시작하고 있지만, 정작 그런 것은 하나도 중요하지 않았다. 마지막에 남는 것은, 인생을 어떻게 살아가야 할 것인가. 였고, 가족의 소중함과 우리의 자식들을 어떻게 보듬고 키우는 것인가?에 대한 중요하고도 소중한 것들을 얻어 가는 책이 되었다. 물론 이 책은 소설이었다.

 

이 책의 주인공은 한 남자이다. 그는 자신이 가족 안에서 자식으로 살아온 이야기와 또, 가족 안에서 부모로서, 한 아버지로서 살아온, 살아가는 이야기를 아주 멀리서 그 광경을 보듯이 이야기해 나간다. 우리는 그런 말을 하곤 한다. 딸은 엄마의 인생을 닮아 간다고. 그것은 남자에게도 맞닿아 있는 것인지.... 어린아이였을 때 부모로부터 상처를 받았던 것들로 인해 '나는 아버지처럼은 되지 않을 거야.'라고 깊이 결심했던 한 남자아이는 그 깊은 결심을 끝내 이루지 못하고 만다. 그 결심은 차지하고서라도, 자신이 아버지보다 못한 아버지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그의 때론 담담하게 말하는 인생 이야기가, 또 때론 후회로 얼룩진 그의 인생을 자책하는 그 회한의 목소리가 깊이 내 마음을 울렸다.

 

어머니가 자신과 여동생을 남겨두고 집을 떠난 이후 어머니의 사랑을 받지 못하고 자란 그 결핍이 그에겐 있었다. 아버지는 그런 어머니를 찾아가 데려올 용기가 왜 없었는지 자신은 이해하질 못했고, 쌍둥이 중 한 명은 죽고 혼자 남은 여동생 안은 말을 잘 하지 못해 자신이 항상 함께 있어 줘야 했다. 그런 그가 자신이 딸과 아들을 둔 한 가족의 가장이 되었다. 그런데 참 아이러니하게도 온 마음을 주었던 아내와 이혼을 하게 되고, 자신 또한 아이들에게 상처를 주는 삶을 살게 된다. 하지만 그는 자신만은 아버지처럼 되지 않겠노라며 아이들에게 애틋하게 대하도록 노력하지만, 잘 되지 않는 자신을 보게 된다. 이 책은 자신의 아들 레옹에게 말하는 그의 삶의 이야기이다.(제1,2장까지) 제3장은 첫째 딸 조세핀이 화자가 되어 말하는 것으로 이어진다.

 

그는 자신의 아들 레옹에게 이렇게 말한다. '우리한테 부족한 사랑이 바로 이거란다. 우리의 엄마들.'이라고. 그는 딸 조세핀에게 총을 쏘면서 되돌릴 수 없는 길을 가게 되지만, 다시 상처를 회복하고 사랑을 시작하려 한다. 조세핀 또한 아버지는 왜 나를 먼저 쏘았던 것일까.라는 물음에 수없이 상처를 받았지만, 조금씩 극복해나가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그 안에서 따뜻한 무언가를 발견하게 된다. 내가 부모가 되었을 때, 자식들에게 진정으로 무엇을 주어야 할지를 가슴 뜨겁게 느낄 수 있는 책이었다. 어떻게 무엇을 해주어야 하는지를 말이다. 물질적인 것은 제외다. 나에게 있어 가장 뜨겁게 기억될 책이 될 것 같다. 꼭 한 번씩 읽어보셨음 싶기도 하다.

 

 

 

어머니가 오랜 시간 가만히 내 옆에 누워 계시길래 잠드셨다고 생각했는데, 갑자기 진중하면서도 애정 어린 말을 내뱉기 시작하셨어. 아들아, 절대 네 아버지 같은 남자는 되지 마라. 박력 있고, 강하고, 제구실하는 남자가 돼라. 여자들을 휘어잡고, 여자들이 정신을 못 차리고 꿈꾸도록 만들어야 한다. 설령 네가 지킬 수 없는 약속이라도 해. 세상 모든 여자들은 현실이 아니라 희망을 바라보며 사니까. 현실만 바라보고 사는 건 바보나 하는 짓이야. (p.28)

 

우리가 슬플 땐 절대로 날 위로해줄 만한 사람들을 향해 고개 돌리지 않는다는 걸 알아. 그래서 우리는 더 슬퍼지지. 부모님의 서로를 사랑해서 내가 이 세상에 태어났다고 믿고 있다가, 어느 날 부모님이 나와 함께 있는 걸 썩 바라지 않을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될 때가 있지. 어른이 된다는 건 우리가 생각만큼 사랑받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 걸나다. 힘겨운 일이지. (p.59)

 

하지만 우리는 뒤늦게 깨닫고 말았던 거야. 사랑이란 그 사람을 제대로 보지도 듣지도 못하게 하고, 외롭고 비이성적으로 만든다는 사실을. (p.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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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다크, 일처럼 여행처럼 - KBS 김재원 아나운서가 히말라야에서 만난 삶의 민낯
김재원 지음 / 푸르메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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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으며 나도 그들을 따라 숨이 가빠짐을 느낀다. 그냥 오르기에도 힘겨웠을 그 길을 40대의 남자 두명이 자타고 히말라야 라다크를 오른다. 전문적인 여행가도 아닌 그들이라서, 일을 하러 그곳에 온 그들의 모습에 안쓰러움이 느껴지면서도 동시에 나도 함께 그 길을 지나가고 있는 듯한 착각에 빠져 버린다. KBS 김재운 아나운서의 히말라야의 끝자락에 위치한 라다크에서 일하며 여행하며, 보냈던 그 시간들을 글로 펴낸 책이다. 처음에는 이 아나운서가 누구인지 몰랐는데, 사진을 가만히 한참이나 응시해보니, 그래, 그 아나운서였다. '6시 내고향'의 그 남정네. 갑자기 '피식'하고 웃음이 나온다. '6시 내고향'에서 김재원 아나운서의 방송사고가 생각나서였다. 음, 아무튼. 그 분이셨다. 허약해 보였던 그 분이 자전거를 타고 라다크를 체험하다니. 책에서도 그랬지만 무지 고생하셨을 듯 하다. 수고하셨습니다. 후훗.

 

그런데 김재원 아나운서가 틈만나면 세계 50여개국을 돌아다니셨다고 한다. 개인적으로 여행을 간 곳도 포함되겠지만, 그의 일 때문이기도 하다. 그래도 나는 마냥 부러웠음이다. 그리고 2014년에 일 때문에 떠났던 20년지기 친구인 H와의 여행 라다크. 몸은 너무도 불편했던 여행이었지만 마음만은 그 누구보다도 행복했다고 하는 그의 말이 빛난다. 아니, 빛나고 있었다.

 

라다크. 히말라야 끝자락에 위치한 인도. 작은 티베트로도 불린다는 그곳에서 두남자의 산악자전거 트래킹이 시작된다. 물론 100% 리얼 상황이 아니라는 것이 더 재미있다. 촬영차 간 그곳에서 함께 간 팀들과 트러블도 있고, 여러가지 일들도 발생하였지만, 그 이야기들을 모두 진솔하게 풀어냈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런데 쉽게 생각했을지도 모를 라다크 여행이 처음 도착한 라다크 왕국의 옛 수도인 '레'에서 부터 심상치 않았다. 3,500 고지의 그곳에서 두 남자는 힘겨운 싸움을 매일 매일 이어나간다. 하지만 두 남자의 일과, 여행이 함께한 그곳에서의 시간들은 힘겨웠지만 찬연히 빛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40대라고 전혀 생각되지 않는 글에서 오는 분위기와 그들의 여행. 50대 그리고 60대에도 어디론가 향해 있을 그들이길 바란다. 다만, 책 속에 라다크의 사진들이 좀 더 많았다면.. 하는 아쉬움이 살짝 남는 책이었다.

 

 

 

모처럼 얻은 짧은 휴식. 헤나를 확인하며 거울을 들여다보는 H를 남겨두고 책을 챙겨 옥상으로 올라갔다. 빨간 생각의자가 덩그러니 설산쪽에 놓여 있다. 매일 새벽녘에 빨간 생각의자에 앉아 우두커니 라다크 하늘을 바라보곤 했다. 하늘 빛깔이며, 떠다니는 구름이며, 멀리 보이는 설산까지도 한 번도 똑같은 적이 없었다. 늘 조금이라도 달랐다. 올라올 때마다 다른 곳에 오는 것 같았다. (p.76)

 

내가 걸어갈 때 길이 되고, 살아갈 때 삶이 된다는 것을 나는 알고 있다. 구름은 자신을 하늘에게 맡기고 흘러간다. 나무는 자신을 산에게 맡겼고, 파도는 자신을 바다에게 맡겼다. 양은 목동에게 자신을 맡겼다. 험한 바위산을 넘었더니 쉴 만한 물가, 푸른 초장이 눈앞에 보인다. 참 좋다. 나는 지금 오후 3시에 있다. 무언가를 새로 시작하기에는 늦고, 하던 일을 포기하기에는 이르다. 나는 책을 펼쳐들고 커피를 마신다. 햇살도 파랗다. 인생에 나를 맡긴다. (p.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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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 라디오
이토 세이코 지음, 권남희 옮김 / 영림카디널 / 201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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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재해나 사건 사고로 인해 무수히 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잃어갔다. 그들에게는 가족들이 있을 테고, 따뜻한 삶을 이어나가고 있었을 테였다. 그런데 그 수많은 넋들은 다 하늘나라로 가버렸을까? 아니면 아직도 가슴에 남은 이야기들이 너무도 많아서, 혹은 가족들 곁을 떠나지 못해 세상을 떠돌고 다니고 있을까. 이 비밀은 언제쯤 풀릴 수 있을까? '상상 라디오'라는 제목의 이 책은 죽은 원혼들을 달래 줄 한 남자의 상상에서만 들을 수 있는(죽은 사람만 들을 수 있는) 라디오를 시작하면서 이야기는 진행된다.

 

후쿠시마 동 일본 대지진 때 목숨을 잃은 수많은 사람들에게 초점은 맞추어져 있다. 그중 대지진 쓰나미로 목숨을 잃은 한 아내와 아들의 남편인 아크 씨로부터 진행되는 상상 라디오의 이야기다. 그는 고향으로 돌아온 그날, 베란다에서 쓰나미에 휩쓸려, 삼나무 한 그루에 걸려 이리저리 끌려가다 목숨을 잃었고, 그의 넋은 삼나무 높은 곳에 걸려 있다. 아내와 아들의 행방은 모른 채 상상 라디오를 통해 그들이 듣기를 바라지만, 아내와 아들은 그 라디오를 듣지 못하고, 그들의 소식을 듣지 못한다. 하지만 죽은 사람만 들을 수 있는 라디오이기 때문에 그는 또한 자신의 가족이 살아 있으리라는 한 가닥 희망을 간직 한 채 상상 라디오를 진행한다.

 

죽음에 닿은 사람들은 그들의 죽음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지, 또 그들의 살아남은 가족들은 어떻게 살아가야 할 것인지에 대해서 상상 라디오를 통해 이런저런 이야기를 서로 나누게 된다. 그를 통해 진정으로 올바른 것이 무엇인지, 느끼게 만들어주는 소설이다. DJ 아크 씨로부터 자신의 죽음을 받아들이는 방식과 아내와 아들에 대한 애틋한 감정이 눈시울을 붉히게 만들었으며, 또한 자신의 가족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어떻게 하고 있을까.라고 애달프게 읊는 구절에서는 눈물이 왈칵 흘러내렸다. 일본 대지진에서 희생된 사람들의 이야기이지만, 세월호 참사로 고통받은 우리들에게도 또한 맞닿아 있는 이야기라서 그리 먼 이야기로 들리지 않았다.

 

누군가는 죽은 사람에게 마음의 미련을 두지 말고 당당히 살아가야 한다고. 산 사람들은 살아가야 한다고 말하는 이도 있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죽은 사람들의 넋은 산 사람들이 자신 때문에 마음 아파할까 봐 그들 곁을 떠나지 못하고 있는 모습 또한 가슴이 아팠다. 가까운 사람의 죽음을 어떻게 생각하고 견디어 나갈 것인가에 대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든 소설이었다. 나의 귀에도 가끔씩 '상상 라디오가' 들려준다면..라는 마음도 들었던..  소설이지만 소설이 아닌 것 같은 느낌의 책이었다.

 

 

 

말이지요, 우리는 살아 있는 사람을 제일로 생각해야만 해요. 세상을 떠난 사람을 애도하는 마음이 중요한 것은 잘 알지만, 그건 진짜 가족이나 지역 사람들이 매일 하고 있다는 것을 체육관에서도 임시 주택에서도 얼마든지 보아왔지 않습니까. 그 분들은 상자로 위패를 만들어서라도 애도를 하고 있습니다. 그 마음의 영역이라고 할까요. 그런 곳에 우리 같은 무관한 사람이 흙발로 들어가선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아무것도 잃지 않은 우리는 뭔가 얘기를 하기보다 그저 지금 살아 있는 사라을 묵묵히 돕는 게 좋다고 생각합니다. (p.74)

 

죽은 사람은 이 세상에 없어. 바로 잊고 자기 인생을 살아야 해. 정말 그래. 언제까지고 연연하고 있으면 살아남은 사람의 시간도 빼앗겨 버려. 그런데 정말로 그것만이 옳은 일일까. 시간을 들여 죽은 사람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슬퍼하고 애도하고, 동시에 조금씩 앞으로 걸어가야 하지 않을까. 죽은 사람과 함께. (p.146)

 

두 사람이 나 때문에 어떤 식으로 슬퍼하고 있는지. 이제 와서 알아봐야 소용없지만, 나한테 원했던 것은 무엇이었는지. 그걸 알고 싶습니다. 그걸 알고 분개하고 싶습니다. 이를 갈고 싶습니다. 저에 관한 추억을 이야기할 때, 아내는 아들에게 어떤 얘기를 할지, 아들은 아내에게 무슨 말을 할지. 혹시 이렇게 된 나를 미워한다면 그 증오의 말을 격렬한 불꽃을 받듯이 듣고 싶습니다. 아직 혼란스러워하고 있다면 부디 두 사람 마음이 바람 없는 날의 호수처럼 잔잔해지기를, 저는 이곳에서 기도하고 싶습니다. (p.1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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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는 아직도 여전히 - 엄마 박완서를 쓰고 사랑하고 그리워하다
호원숙 지음 / 달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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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당의 곳곳에 눈길을 주는 것조차 에너지가 있어야 하는데 마당을 외면하듯이 들어와 웃옷만 갈아입고 작은방에 틀어박힌다.

엄마! 소리 내어 울고 싶기도 하다. (p.106)

이 한 문장을 읽고 마음이 울컥해서 눈물을 쏟아냈다. 결혼을 하고 나서야 새삼 엄마에 대한 모든 마음이 달라졌고, 어떤 일 하나 애틋하지 않은 것이 없었다. 친정엄마 생각으로 마음이 애잔해질 때면 가까이 있지 못해 보지 못하는 마음을 바로바로 전화해 목소리로 달래곤 하였다. 그런 엄마가 곁에 없다는 것은 얼마나 슬픈 일일까.

이 책은 故 박완서 선생님의 딸 호원숙 님께서 쓰신 책이다. ​엄마를 그리워하며 쓴 에세이로, 나는 박완서 선생님의 딸인 이분께서도 글과 연관된 일을 하신다는 것은 이번 책을 통해서 처음 알게 되었다. 처음 접하게 되는 그녀의 글은 뭐랄까. 큰 작가를 둔 엄마의 그늘에 감추어져 있다기보다는, 이제 시작이다.라는 느낌으로 읽어 내려갔던 것 같다. 엄마를 이야기하면서 자신의 삶을 당당히 이야기하고 있다. 엄마의 첫 소설 <나목>이 출간되었을 때 엄마가 작가가 되었다는 자랑스러움 보 다는, 엄마에 대한 상실감으로 가슴이 먹먹해졌다는 그녀의 이야기가 가슴 깊이 남아 있는 것은 아마 나도 딸의 위치에 있기 때문이 아닐까 한다.

박완서 선생님과 함께 했던 딸로서의 기억은 아련하고 그리운 기분을 느끼게 해주었고, 동시에 나의 기분도 거기에 공감이 되었다. 그래서 책을 읽는 순간 처음부터 끝까지. 온통 엄마 생각을 더 하게 만들었던 책이기도 하였고 말이다. 박완서 선생님의 딸과의 추억 이야기를 읽는 것이 좋았고, 또 이야기 중간 주간에 선생님의 생전 사진들을 구경할 수 있어서 너무도 감사하기도 한 책이었다. 여기서 눈치채셨겠지만 나는 박완서 선생님의 팬이다. 이제 다시는 그분의 글을 새롭게 읽지 못한다는 것이 아쉽고도 슬프다.

내가 언제 살면서 엄마의 손을 잡아드리고 쓰다듬어 본 적이 있었는지.. 이 부분에서 또 울컥해서 눈물을 쏟아내었다. 왜 그러지 못할까. 내 손을 몇 번이나 쓰다듬어 주셨을 엄마의 그 손을 나는 왜 그러하지 못 했던 것일까.라는 자책과 함께 앞으로는 많이 많이 잡아드리리라.라는 힘찬 다짐으로 눈물을 쓰윽, 닦아내었다. 우리는 우리의 자식에게 나의 엄마만큼 정성을 쏟을 수 있을까..라는 생각도 해본다. 엄마 박완서를 그리워하며 쓴 애잔하고 가슴 아픈 작가의 이야기에 내 마음까지 젖어드는 책이었다. 앞으로 그녀의 좋은 많은 글들을 읽어 볼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

내가 엄마를 존경하는 것은 주어진 일정을 해내는 모습이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흘러가 빡빡하거나 유난스럽게 보이지 않는 것이다. 엄마의 몸 움직임은 조용하고 작지만 빠르다. 손힘은 강하고 야무져서 항상 결과물은 놀랍도록 알차고 완벽하다. 나이가 들어가시면서 일의 양을 조절하고 몸의 상태와 의논하면서 지내는 현명한 지혜는 본받고 싶은 덕목이다. 그리고 새롤운 것에 대한 호기심을 버리지 않아 정신적인 젊을을 유지하신다. 힘겨워하면서도 쏟아져나오는 젊은 작가들의 작품을 읽는 것을 게을리하지 않으신다. (p.17)

엄마에 대한 예찬은 아무리 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모녀가 아무런 갈등이 없었다고 하면 그것도 거짓말이다. 나는 어느 순간 엄마의 세계에 내가 함몰되어버리는 느낌을 받았다. 딸로서 엄마를 사랑하고 작가로서 존경하지만 내 생활에서 엄마의 비중이 커질수록 나 자신에 대한 욕망이 솟아올랐다. 내 글을 쓰고 싶은 욕구가 눌려 있다는 걸 발견했다. 숙제를 채 마치지 못한 아이처럼 안절부절못하는 마음이 남아 있었다. (p.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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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출산이 편안하기를 바랍니다
김학민 지음 / 유안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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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오래전에 아가씨였을 때, 자연출산에 관련된 책을 한번 읽은 적이 있었던 것 같다. 그때는 아이를 출산한다는 것이 그렇게 와 닿지 않았던 때라, 그냥 막연히 책을 읽고 말았던 것 같은데, 이제 결혼을 하고, 2년차로 접어드는 나에게 이 책은 뭐랄까. 내가 곧 겪어야 할 일들을 미리 누군가로부터 조언을 듣는다는 듯한 느낌으로 읽어 내려갔던 것 같다. 아이를 가지고 출산을 한 나의 많은 친구들로부터 들었던 수많은 말. 말. 말. 들.. 자연출산을 경험한 친구들은 한 명도 없지만, 나는 조금 자연출산에 대한 생각을 마음 한편에 해 두고 있었던 것 같다.

 

이 책은 자연출산으로 한 아이를 낳은 저자께서 본인이 경험한 아름다운 출산을 알리고 싶어서 써 내려간 책이자, 자연출산을 하면서 곁에서 도움을 준 Doula가 된 김학민 씨의 책이다. 현재는 비슷한 출산 철학을 가지고 있는 다른  Doula 들과 함께 팀 체제로 구성해 활동 중이시라고 한다. 우선은  Doula의 경력자가 쓴 책이 오히려 아니어서 믿음이 갔었다. 자신이 직접 자연출산을 경험해  Doula가 되셨다는 그 부분이 특별하고 믿음이 갔다.

 

사실, 자연출산을 하고 싶어도 경제적으로 부담이 가서 포기를 하시는 분들이 많으리라 생각한다. 나 또한 자연출산을 준비하는 데 얼마큼의 비용이 드는지 확실히 알지는 못하지만 자연분만보다 훨씬 경제적 부담이 크다는 것은 알고 있었는데, 이참에 확실한 비용을 알고 싶었다. 저자 또한 자연출산의 단점의 하나로 비용을 꼽기도 하였다. 또한 응급상황이 발생 시 문제도 빼놓을 수가 없다. 특히 첫아이를 출산하는 거라면, 임산부의 불안은 더 커질 것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연출산의 장점들이 너무 많다는 점이 매력적이다.

 

자연출산이 병원에서 아이를 낳는 자연분만과 다른 점은 이런 것들이다.

(책 속의 모든 것을 언급하지 않고, 오로지 내가 중요하다는 것만 여기 옮겨 놓음을 밝힌다)

 

무통주사와 촉진제를 사용하지 않는다.

관장과 제모, 회음부 절개를 의무적으로 하지 않는다(산모가 원하면 할 수도 있음)

산모의 배를 밀지 않는다.

출산 후 탯줄을 바로 자르지 않는다.

혈관주사를 놓지 않는다.

진통과 출산을 하는 내내 먹고 싶으면 마음대로 먹을 수 있다.

 

임산부들이 가장 걱정하는 부분이 아마, 회음부 절개. 부분이지 않을까? 그런데 자연출산이 회음부 절개를 하지 않는다고 선택했다고 해도, 또 다른 걱정이 없는 것은 아니다. 회음부 절개를 안 하고 회음부 손상이 많으면, 그건 어쩌지? 하는 걱정이 따라온다. 나도 또한 그런 생각을 하기도 했고. 저자는 이 부분에 대하여, 가위로 단일적으로 절개하는 것보다는 살결에 따라 절개되는 것이 더 산모에게는 어쩌면 좋을 수도 있다고 한다. 물론 자연출산을 했다고 해서 손상이 모두 적다고 말할 수는 없음을 밝혀두고 말이다.

 

그리고 출산 후 탯줄을 바로 자르지 않는다.라는 부분에서 이 책을 통해 알게 된 것은. 갓 태어난 아이의 탯줄을 잡아보면 태맥이 팔딱팔딱 뛰고 있다고 한다. 왠지 모르게 내가 그 탯줄을 잡아보고 있는 것 같은 상상이 되어서 읽으면서 감동을 받게 되었다. 그것은 탯줄을 통해 아이가 호흡을 여전히 하고 있다는 것이다, 아이의 호흡이 천천히 폐호흡으로 전환하는 데, 자연출산은 바로 출산 후 탯줄을 자르지 않고, 폐호흡으로 완전히 전환 후, 그러니까, 탯줄의 태맥이 정지된 후 자른다고 한다. 자연출산과 자연분만의 차이점이 꽤나 많다. 물론 서로 장점과 단점을 안고 있기는 하지만, 그 선택은 오롯이 자기 자신이 하는 것이다.

 

Doula

임산부에게 조언을 해 주는 출산 경험이 있는 여자 

 

자연출산에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Doula 선택. 상담 후 자신과 가장 잘 맞을 것 같은 분을 선택하면 된다고 하는데, Doula의 역활은 자연출산에 있어서 정말 중요하겠다. Doula는 임산부의 곁에서 격려와 칭찬, 그리고 호흡을 올바르게 하도록 지도해주며 마사지도 해준다.

이 책을 통해 나는 자연출산에 대한 것과 그리고 출산의 전반적인 과정과 아이와 산모 그리고 가족에게 어떤 결정들이 도움이 될지를 배웠다. 나에게도 언젠가 다가올 그 과정들이 그리 두렵지만은 않은, 조금은 설렘을 안겨주는 기대의 과정이 될 것 같다는 마음이 든다. 또한 내가 결정해야 할 출산의 과정에 대해 선택해야 할 때 많은 도움이 될 책이다. 많은 임산부들이 이 책을 한 번쯤 읽어보았으면 좋겠다. ​

 

굳이 자연출산을 생각해 보지 않은 임산부 들이더라도 이 책을 읽어도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연출산에 대해서가 아닌, 아이를 출산하는 그 전반적인 과정에 대한 조언들과 마음가짐, 그리고 더불어 많은 지식들을 얻어 갈 수 있을 듯하다. 그런 면에서 나는 이 책을 만난 것이 참으로 감사하다는 생각을 해본다. 다른 그 누구의 말보다 자기 자신이 진짜 원하는 출산이 무엇인지 아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저자는 말한다. 그것을 알고 난 이후에 결정을 하면 될 것이다. 그리고 나의 새로운 가족을 진심으로 환영해 만나는 데 최선을 다하면 될 것이다.

 

 

 

 

 

출산하는 과정 내내 존중 받고, 사랑 받고, 돌봄 받은 엄마는 자신의 아기를 어떻게 존중해 줘야 하는지 알고, 어떻게 사랑해줘야 하는지 알며, 어떻게 돌봐 줘야 하는지 자연히 몸으로 익힌다. 공포스러운 경험이 없으므로 힘든 육아를 비교적 담담하게 받아들인다. 아기 역시 태어나자 마자 따뜻하고 조심스러운 돌봄의 손길을 기억할 것이고, 소근거리며 그렇지만 환희 속에 축하해주던 그 근사한 환영을 잊지 않을 것이다. 가족은 그렇게 만나야 한다. 그것이 내가 생각하는 출산의 모습이다. (p.16)

 

출산은 본능적인 것이다. 머릿속으로 생각하여 통제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내가 나의 의지로 제어할 수 있는 일이 전혀 아니라는 거 ㅅ이다. 즉, 출산하는 동안 굳이 이런저런 복잡한 생각을 하는 것은 에너지 낭비일 뿐이다. 오히려 머리 속의 생각을 모두 비우고 마음을 비우고 내려놓아야 몸이 자연스럽게본래의 기능을 다하는데 도움이 된다. (p.1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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