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터 벤야민 주어캄프 세계인물총서 1
몸메 브로더젠 지음, 이순예 옮김 / 인물과사상사 / 2007년 2월
평점 :
품절


 

벤야민이 피레네 산맥에서 목숨을 끊은 지도 벌써 70년이 되어간다. 그간 거대담론들은 반성의 시기를 거치며 그 영향력과 힘이 축소되었고 그 반성의 수단으로 등장했던 미시담론들은, 적어도 한국사회에서는, 한낱 유행에 지나지 않았다. 벤야민은 살아생전에 무수한 인상기록들을 남겼다. 그 기록들은 일관성도 없고 일관적인 태도, 대안, 방향성을 제시하지도 않는다. 하지만 그 파편적인 기록들은, 벤야민이 거부하는 말이지만, 일관성을 갖고 있다. 특정한 시기의 특정한 것에 대한 인상기록들은 전략적인 글쓰기, 즉 시의적인 글쓰기 전략을 보여준다는 것이다. 시의적이라는 말은 흔히 사용하는 의미가 아니라 작고 시기적인 것에서 역사를 관통하는 지형학 혹은 시대의 건축술을 조망한다는 의미이다. 거대담론과 미시담론의 교차점에서 벤야민이 밝히려고 했던 것은 무엇일까? 이 책은 벤야민의 삶, 작품, 영향을 어렵지 않게 풀어내면서 삶 속에서 그의 글이, 그의 글 속에서 그의 시대가, 그의 시대 속에서 그의 정신이 어떻게 유기적으로 결합되었는지를 보여준다. 이론이라는 틀에 얽매이지 않고 그의 삶 속에서 시대와 대표작품을 소개하면서 벤야민이라는 사상가의 고단한 지적 여정을 알기 쉽게 보여준다. 마지막으로 참조할 내용의 쪽수와 중요한 단어들을 옆 여백에 빼놓아 상호참조할 수 있어 한 번 읽음으로써 여러 번 읽는 효과를 거둘 수 있는 것 같다. 인문학적 교양을 쌓고 싶은 분들과 점점 더 포괄적이고 깊이 있는 사고가 요구되고 있는 논술을 준비하는 학생들에게도 큰 도움이 될 것 같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