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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천
이매자 지음 / 문학세계사 / 2024년 2월
평점 :
소설은 허구이며작가의 상상에 의지하여 이야기가 전개됩니다.
그럼에도 소설은 배경이 되는 시대를 반영하고 있고 당대의 문화와 의식을 반영하고 있습니다.
사실을 기반으로 한 작가의 상상력이 소설입니다.
이매리 작가의 [음천]은 한국 근대사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가부장적 분위기와 뚜렷한 남아선호사상이 만연하던 시대를 살아온 작가의 자전적이야기가 펼쳐지고 있다.
집안의 대를 잇기위해 순과 방법을 가리지 않아야했던 구한말에 한지붕 아래에서 한 남편을 두고 정실부인부인과 첩이 함께 형님 동생하며 살아야 하는 이야기이다.
어느날 갑자기 작은 엄마를 맞이해야 했고 자신은 아들이 아니라는 이유로 동네 어른들에게 안타까운 눈총을 받아야했던 작가이지만 첩에 대한 시각은 비교적 냉철하게 이해하고 있다.
어머니 음천의 위상에 대해 철저히 지켜내려하면서도 첩이라는 부정적 시선에는 다소 경계하는 것이다.
작은엄마 역시 시대의 요구에 대한 역할을 했을 뿐이지 그 자신이 잘못한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음천과 수양 그리고 귀용의 관계는 아련하게 펼쳐진다.
조강지처를 아끼는 마음. 그리고 죄인 아닌 죄인처럼 눈치보는 수양에게 귀용은 돌을 던질 수 없다.
두여자를 적절히 품어야하는 귀용의 처신에 혼란스러운 전개가 있다.
또 두여자의 관계 또한 아련하다.
첩으로 집안에 들어오는 날 잔치 음식을 준비하는 음천과 그 잔칫밥을 받는 수양은 서로에게 식구가 되어가기를 기대하지만 여자로서의 본능은 여지없이 질투를 자아내고 있다.
또다른 소설의 관점은 남아선호와 함께 업동이의 문제이다.
작가 자신의 이야기였던 업동이는 다시에 사회적 편견이 심했다.
특히 자신의 태생의 비밀중 아들이 셋이나 집안에 딸로 태어나 버려졌던 미나는 음천의 헌신적 사랑에 힘입어 열아들부럽지 않은 딸이 된다.
미나에 대한 음천의 애정은 시대상을 거스러지만 이것은 자신의 한계(아들을 낳지 못한)에 대한 항거였지 않나 싶다.
아무튼 아픈 역사 속에서 가족은 어떻게 형성되는지 특히 혈연이 아닌 관계로도 충분한 가족의 개념이 천륜처럼 다가오게끔 느껴지는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