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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 의사의 사계절
문푸른 지음 / 모모북스 / 2023년 9월
평점 :
의사의 이야기는 일반적이지 않다.
그래서 의학드라마가 끊임없이 만들어지고 많은 시청자를 양산하고 있다.
섬이야기 또한 일반적이지 않다.
고립되어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 또한 드라마의 단골 소재가 되곤 한다.
[섬의사의 사계절]은 이 두가지 독특한 이야기꺼리를 소재로 풀어 쓴 이야기이다.
다연히 우리가 궁금해매할 내용들이 가득 차있다.
저자는 인턴을 마치고 공중보건의가 되면서 섬으로 발령받아 1년 남짓 지내온 이야기이다.
욕심이 없고 처세를 따라가지 않는 우직한 성격의 소유자라는 것을 느낄 수 있는데 이런 사람이 고립된 섬에서 의사로서 어떻게 지낼 수 있는가 하는 것은 꽤나 흥미로운 소재이다.
의사로서의 윤리적 사명감을 바탕으로 하고 있지만 섬이라는 공간적 제약은 곧 한계를 드러낸다.
더구나 의사이면서도 임기직 공무원으로서 감당해야할 윤리적 충돌은 섬이라는 고립으로 인해 더욱 크게 다가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은 누구나 적응하기 마련인 듯 섬에서 나름의 희망을 만들어 가고 애틋한 사랑도 이어간다.
섬의사로서 고충을 이야기하면서도 자족하는 마음을 배우고 환자에 대한 깊은 성찰의 시간도 가지게 된다.
자얀이 주는 혜택이다.
특히 명의와 돌팔이의 차이를 정의하며 나름의 의사로서 직업관도 가지게 된다.
뿐만 아니라 자유롭지 못하고 환경에 의해 제약이 많은 곳이지만 그렇기에 더욱 애틋한 사랑을 하게 된다.
마음대로 만나지 못하고 떨어져 있는 물리적 시간과 공간에서 서로를 향한 사랑의 깊이를 더하고 있다.
아름다운 사랑이다.
이런 과정들을 저자는 마치 소설을 쓰듯이 아련하게 잘 표현하고 있다.
가슴 두근거림과 절제된 사랑의 표현 그리고 편안한 감정의 동요를 잘 표현하고 있어 마치 소설 소나기를 읽는듯한 아름다움이 있다.
자연은 우리에게 거부할 수 없는 순응을 요구하지만 우리에게 깊은 철학적 가르침을 준다.
인간이 만든 문명사회의 이기를 떠나 섬에서 의사로 살아가며 때론 견뎌가며 보낸 시간이 저자에게 평생의 가르침이 될 수 있었던 것은 행운이었을 것이다.
섬으로의 발령이 불행인 듯 보였지만 결국 행운으로 끝난 것이다.
다만 사랑하는 연인과의 감정남에 서툰 까닭에 헤어져야 했던 것은 어떤 의미인지 생각이 깊어진다.
성숙하는 계기인지 불행의 시작이었는지 단정하기 어렵지만 아픈 만큼 성숙해지리라는 그래서 섬의 포근함에 치유될 수 있다고 믿어지는 부문이다.
저자에게 섬의사 생활은 평생을 두고 잊지 못할 시기였듯이 바쁘게 살아가고 있는 현대인에게 잠시 여유를 갖고 순응하는 삶을 고민케하는 시기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누구에겐 어쩔 수 없이 겪어야 할 섬생활이 존재하고 우리는 이 시기를 통해 회복되고 성숙할 필요가 있는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