굳이 생김생김을 살펴보자면, 동주는 크지도 작지도 않은 눈에 항상 엷은 웃음이 어려 있었고, 약간 도도록한 아래 눈두덩이 그 웃음을 신중하게 받쳐주었다. 따스하고 부드러우면서도 과묵해 보이는 인상이었다. 이에 비해 몽규는 안경 너머 쌍꺼풀진 눈이 또렷했고, 꼭 다문 입술에 꼿꼿한 미간이 날카롭고 예민해 보였다. 그래도 한번 입이 열리면 거침없는 웅변이 흘러나올 것만 같았고, 실제로도 몽규는 달변가였다. p.34
도서관을 찾은 학생들 누구나 마찬가지였다. 시험 기간에 빈 책상이 없어도 학생들은 그 자리만큼은 비워 두었다. 강의실도 연구실도 잃어버린, 존경하는 교수에 대한 배려였다. p.97
일본이 길을 내는 방식은, 산과 강의흐름을 존중하던 조선 사람들과는 달랐다. 산이고, 강이고, 사람이고 거치적거리는 것은 다 걷어 버리고 치워 버렸다. 개천은 메우고 길가 살림집들은 밀어 버렸다. 작은 산은 무너뜨리고 큰 산은 허리를 뚫어 터널을 만들었다. 신촌역에서 경성역까지, 얼마 안되는 거리에 긴 터널만 두 개였다. p.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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