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부터 몸에 새겨진 그 단어와 멜로디는 오랜 시간이 지나도 잘 지워지지 않는다. 그것들은 별것 아닌 것으로 치부하고 잊더라도, 결국 삶의 태도를 계정짓는 여러 준거들 중 하나로 작용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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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고의 경우는 어느 학교에나 ‘여자고등학교‘라는 명칭이 함께하지만 남고는 ‘고등학교‘로 불리는 것을 짚어두고 싶다. 우리 사회는백여 년 동안 여기에 별다른 의문을 제기하지 않았다. 공부라는 행위와 학교라는 공간이 모두 애초에 남성을 위한 것이었음을 모두가 몸으로 기억하고 있기 때문이고, 그 이후의 세대들도 그에 익숙해졌기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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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등하게 대우받아야 할 학교에서부터 여성은 따로 구획되고 이것은 한 존재를 외롭고 위축된 몸으로 만들어낸다. 여기에 익숙해지고 나면, 사유의 크기도 그에 따라 줄어들어 버리고 만다. 자신을 소중히 여길 수 없게되는 것이 가장 큰 문제다.
 그렇다고 해서 남학생들이 그 수혜자가 된다는 의미도 아니다. 자신의 의지와 관계없이 그를 둘러싼 언어들은 마치 크레인처럼 그들을잡아 들고 특정한 구역에 내려놓는다. 자존감의 과잉도 결여도 모두에게 나쁜 영향을 미친다. 양측 모두가 언어의 피해자가 되는 셈이다.
p.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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