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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박스 - 남자다움에 갇힌 남자들
토니 포터 지음, 김영진 옮김 / 한빛비즈 / 2019년 5월
평점 :
<MAN BOX> 부제는 남자다움에 갇힌 남자들이다.
요즘 페미니즘 책들이 시중에 넘친다. 페미니즘 책이라고 여자만 읽는게 아닌 남녀 모두가 읽고 공부해야 될 이야기지만 이 책은 특히 남자들이 읽어야될 페미니즘 책이었다.
2016년에 나왔던 책이 이번에 더 멋진 양장본, 리커버 버전으로 출간되었다.

이 책의 저자인 토니 포터는 남성, 그것도 매우 건장한 흑인 남성이다. 미국에서도 수많은 페미니즘 도서의 속에서 스테디셀러의 자리를 지켜온 이 책은 ‘맨박스’라는 낯선 개념을 일반화 시켰고 지식보다는 상식에 가까운 이야기들이다.
https://youtu.be/td1PbsV6B80
챕터 제목들만 봐도 멋진 얘기들이다.
당신은 착하고 평범한 남자가 아니다
모든 문제는 남자가 모든 상황을 통제할 수 있다는 착각에서 비롯된다.
여자의 일생은 남자의 그것보다 가치가 낮을까?
소년들이 배우고 있는 ‘남자다움’은 얼마나 위험한 것인가.
여자는 남자의 소유물이 아니다
남자들은 관성대로 살아간다.
평범한 남자들의 고백
“남자인 내가 경제권을 갖는 이상, 다른 모든 것도 내 마음대로 할 수 있습니다.” - 제임스
여성들과 관계 맺기
결혼 생활이나 동거를 오래 지속해온 경우에만 남자는 섹스를 거절할 수 있다.
아이들이 알아야 할 진짜 남자다움
맨박스는 남성들이 자신의 감정의 가드를 한껏 올리게끔 만든다.
가드를 내려놓고 감정에 충실하는 것은 자신을 제대로 통제하지 못한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지기 때문이다.
불편한 진실
아내를 때린 남편은 가정법원으로 보내진다.
만약 아내가 아닌 다른 여성을 때렸다면 형사법원으로 보내질 텐데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자를 믿는다
남성들은 자신의 기존 행동이 주는 편안함보다
새로 알게 된 지식이 주는 불편함이 더욱 크게 느껴질 때 변하기 시작한다.
다시 쓰는 남자다움
여성 폭력의 일차적 원인은 남성이다.

‘착한 남자’들도 인지하지 못하는 게 있다. 그것은 남자들만의 특권과 그릇된 남성성의 사회적 학습이 가정 폭력, 데이트 폭력, 성폭력, 성매매 그리고 여성에 대한 사회 전반적인 적대감을 불러일으켰다는 점이다.
남자들은 스스로를 선한 남성이라 여기고 여성을 학대하는 이들은 마치 짐승인 양 취급한다. 하지만 그것은 그들을 비방함으로써 자신은 근본적으로 다르다는 주장에 불과하다. 우리는 가해 남성의 폭력성을 정신병이나 가족력 탓으로 돌리고, 약물중독이나 분노조절장애의 결과로 치부함으로써 ‘일부 문제적 남성’들을 교화시킬 방법에만 집중한다.

남자들의 삶은 기본적으로 자동주행 모드다. 문제가 발생하면 그에 대한 반성이나 비판적 사고를 하겠지만, 웬만해서는 평소 하던 대로 남들이 하는 대로 큰 의심 없이 살아가는 걸 선호한다.
읽다보면 어쩔수 없이 웃게 되는 대목도 있다.
한 명의 착한 남성이 있다. 남자는 집 벽에 구멍이 생긴 것을 보고 보수를 해야겠다고 생각한다. 아내가 방으로 들어와서 구멍을 보고 말한다. “내가 전에 봐둔 새로 나온 연장이 하나 있는데 그걸 쓰면 구멍을 메우는 데 딱 좋을 것 같아요.” 남자(다시 말하지만 이 남자는 착한 남자다)는 아내가 하는 말을 들으며 생각한다. ‘이걸 메우는 데 어떤 연장을 어떻게 쓸지는 나도 이미 알고 있어. 구멍 하나 메우는 건 내가 알아서 한다고!’
반대로 어떤 이웃집 남자가 들렀다 치자. 벽에 있는 구멍을 보고 그가 말한다. “어쩌다 벽에 이렇게 구멍이 뚫렸어요? 제가 전에 봐 둔 새로 나온 연장이 하나 있는데요.” 솔직하게 인정하자. 이 남성은 이웃집 남자가 말하는 연장이 무슨 종류인지, 어떻게 사용하면 될지를 집중해서 들을 것이다. 아내 즉 여성이 구멍을 메우는 방법에 대한 지식을 이웃집 남자의 열 배쯤 갖고 있다고 해도 소용없다. 남자라는 이유만으로 이웃집 남자의 말이 아내의 말보다 훨씬 가치 있게 여겨진다. 아내의 말에는 주목하지 않으면서 이웃집 남자의 말에는 집중한다. 일부 남성들에게는 실제보다 과장된 듯이 느껴질 수도 있지만 대부분의 남성은 집단 사회화를 통해 여성이 남성보다 열등하다고 배워온 게 사실이다.

맨박스를 불편하게 여기는 남자도 있겠지만 대부분의 남성들은 그 안에서 결속감과 안도감을 얻고 있다. 하지만 남성의 삶 깊숙이 스며든 맨박스는 우리 사회에 많은 문제를 야기한다. 그 문제들은 남자들의 삶을 지배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곧장 여성의 삶 속으로 파고든다.
남성들은 여성들이 남성들과 같은 사회에서 생활하기 위해 ‘상식’처럼 배우고 쓰는 갖가지 고육지책에 대해 전혀 모른 채로 살아간다. 밤늦은 시간에 엘리베이터를 타거나 계단을 이용할 때 수상한 사람이 없는지 주의를 기울이는 것, 택시를 탈 때 차량 번호와 색깔을 남기는 것은 기본 중의 기본이다. 운전을 배울 때도 다르다. 지하 주차장은 말할 것도 없고 한낮의 야외에서조차 봉고차나 큰 차 옆에 주차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배운다. 큰 차가 시야를 가리는 사이 쥐도 새도 모르게 끌려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뿐만 아니다. 예전에는 이른 새벽이나 밤늦은 시간이었지만 이제는 모든 시간에 혼자 운동이나 등산을 하러 밖에 나가는 것이 위험하다. 술을 마시다가 화장실에 혼자 가서도 안 된다. 공중화장실을 이용할 때도 ‘몰카’가 설치되어 있지는 않은지 나사 구멍을 빤히 들여다본다. 이 밖에도 수백 수천 가지 ‘조심해야 할’ 리스트가 있다. 남자들이 모르는 현실은 이게 전부가 아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