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보그가 되다
김초엽.김원영 지음 / 사계절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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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보그가 되다>는 소설책이 아니다. ( 사실 나는 작가이름만 보고 소설책인줄 알고 ㅠㅠ 샀다 )김초엽작가와 김원영작가가 같은 소재를 가지고 각자 글을 쓰고 묶은 굳이 정의하자면 사회적 메시지와 생각꺼리를 안겨주는 에세이 정도?

둘의 연결고리는 아마 장애를 갖고 있다는 것, 글로도 세상과 소통한다는 것.



장애를 보는 시선과 장애가 아닌 비장애자 중심으로 해석되고 개발되는 기술에 대한 문제점들, 그리고 극복되어야만 하는 대상으로 보여 지는 장애, 그래서 장애를 가진 이들에게 극복하기를 권하는 사회와의 불화를 이야기하고 있다.



아 빨리 좋은 기술이 나와서 혹은 의학기술의 발달로, 그 분들도 목소리를 낼 수 있기를 혹은 두 발로 달릴 수 있기를 바라는 것이 당연하다 생각했다. 수어로 이야기를 나누고 그들의 문화를 만들어간다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장애는 극복하고 고쳐져야 하는 것, 결핍이라 생각한 정상인만이 세상에 설 가치가 있다는 듯 나도 모르게 생각했나 보다. 은연중에 그런 편견을 보고 배우고 그런 태도가 올바르다 생각했다는 게 그리고 그런 생각들이 나쁘단 생각도 하지 못했다. 장애를 극복하고 성공하는 이들의 이야기만 읽고 들으며, 이 책에서 말하는 그런 감동포르노에 익숙해진 것 일까.



사이보그 하면 보통 인간을 대신해서 싸우는 로봇이나 아이언맨 등을 떠올린다. 나처럼 연식있는 이들은 소머즈나 육백만불의 사나이 정도? 육백만불의 사나이가 자신의 수족으로 쓰던 로봇다리를 임무를 수행하다가 잃었다. 그는 산재판정을 받을 수 있을까? 신체가 아닌 의족, 신체를 대신하는 기계들은 신체의 연장인가 아니면 그저 물건일 뿐인가. 최근엔 이 또한 신체의 연장으로 보는 판결이 대법에서 내려졌다고 한다.



이 책은 사실 나의 무지와 한심함을 일깨워줬다. 관심 없이 그저 이렇게 저렇게 행동하고 말하면 된다고 배워 온 세월 탓을 해 본다. 어릴 적 장애인과 관련된 독후감을 쓸 때면 언제나 느낀 점엔, 불쌍하다, 장애를 극복한 모습이 멋지다 등으로 마무리 되고, 그러면 선생님들은 그런 구절에 밑줄을 긋고 참 잘 했어요를 찍어 줬다. 그래서 그런 줄 알았다. 극복하는 장애, 그런 결핍 속에서도 일반인도 힘든 일을 해내다니 대단해. 장애인들의 극복과정이 비장애인들에게 감동을 주는 도구가 되는 순간은 감동포르노일뿐이라고 한다. 오만함과 정상인들만이 세상의 주인인 듯한 잘못된 시선을 가지고 커 온 나이다. 장애는 극복도 결핍도 아니다. 그저 좀 다르지만 나와 다르지 않은 것. 나와 동등하다는 것.



따뜻한 기술, 트랜스휴머니즘이 세상을 바꾸고 장애를 종식시킨다?



물론 25억이 있으면 유전적 질환으로 인한 장애를 한방에 고칠 수도 있고, 수천만원을 들이면 계단을 오르는 휠체어를 타고 조금 더 편한 삶을 영위하겠지. 그러나 모두에게 그런 금액과 혜택이 돌아가는 건 아니다. 보조기기의 가격은 점점 다양한 기능과 함께 가격은 올라가지만 장애인 일자리는 부족하고 정규직도 드물다. 그림의 떡 일뿐만 아니라 고만고만한 보급형을 사는 것도 부담이다. 언젠가 치료약이 나오겠지 와 치료약이 나왔지만 25억이란건 또 다른 절망이다.



그리고 그런 장애에 대한 확장으로 인공와우나 휠체어 등 보조 장비를 이용하는데에 대한 문제점과 이점을 논한다. 생활이 좀 더 편해지는 것도 맞고, 예전과 달리 소통도 가능하다. 하지만 여전히 세상의 많은 이들은 비장애인의 시선으로 장애인을 보며, 그들의 결핍을 비장애인의 시선으로 본다. 그래서 보청기는 기능보다 심미적으로 타인의 눈에 띄지 않는 것이 선호되며, 의족이며 휠체어도 장애인의 편리보단 비장애인의 시선에 맞춰지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또한 자신의 장애에 익숙해진 이들이, 보조기구를 통해 장애를 꼭 극복해야 하는지, 선택의 여부에 대한 담론도 있다.

약을 개발하고 도움을 줄 신기술의 개발도 중요하지만, 정작 지금은 좀 더 장애인들의 삶을 편하게 해 줄 서비스들 또한 필요하다. 사소하지만 비장애인들의 눈엔 아무 문제없는 일들에 대한 개선이 필요하며, 지금은 예전보다 장애인들의 참여로 IT와 앱 지식기반 사업 등에서 발전을 이뤘지만, 중증장애나 이러한 기기들을 접하지 못하는 장애인들에 대한 배려도 필요하다.



마스크를 쓰며 1년을 보냈고, 앞으로도 마스크를 써야 할 기간이 꽤 길 것 같다. 그저 마스크가 답답하고 불편하다고만 생각했다. 그러다 텔레비전에서 입모양 부분만 투명하게 하고 나오는 이들을 봤다. 뭐지, 웃기잖아 라고 생각했는데, 실제로 청각장애인들은 마스크를 쓰면서, 타인의 입모양을 읽지 못해서, 혹은 말소리가 부정확해서 더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마스크를 쓰면서 한 번도 그런 생각을 하지 못했다니, 나의 무심함도 그렇지만, 굳이 찾아 보지 않으면 장애에 대해 얼마나 주류언론이나 매체 등이 무심한지도 알 수 있다.

이 책에서 말하는 빨대 또한 그렇다. 빨대를 없애거나 종이나 옥수수등 친환경물질로 만든 빨대를 쓰는 것에 참 좋은 결정이라 생각했다. 빨대가 장애인을 위해 고안되었고, 실제 노약자나 장애를 가진 이들에게 빨대는 꼭 필요하며, 종이나 옥수수 빨대등은 흡입등의 이유로 장애인들에겐 더 고역이라는 것, 그럼 장애인들은 빨대를 챙겨다니면 되지 않냐고 하지만, 그것 또한 차별이다.

소머즈와 육백만불의 사나이는 장애를 최첨단 기술로 교체하면서 더 뛰어난 능력을 가지게 됐다. 그렇지만 제목에서 알 수 있듯 엄청난 돈과 국가적 기술력이 필요하다. 그러나 그들의 최첨단 기계들은 무언가 전력원이 필요하고 기름을 치고 혹은 업그레이드를 하거나, 몸에서 분리해 고쳐야 할 경우도 있다. 빛 좋은 개살구. 모든 장애를 뛰어넘어 따뜻함을 선보일 것 같은 기술은 사실은 특정한 누군가에게만 주어질 것임을 그리고 그들의 말처럼 그렇게 획기적이진 않을 것임을 안다.

동정과 시혜와 자선, 장애인을 보는 시선이다. 장애라는 것 또한 그들의 정체성이라고 한다. 극복해야 할 것이 아니라 그저 나와 다른 누군가, 비장애인들의 도시가 아니라, 모두의 도시가 되기를, 서로 다르지만 같다는 걸 잊지 않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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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yche 2021-02-03 04:1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저도 제목만 보고 소설인 줄 알았네요. 깊이 생각해보지 않았던 부분들인데 꼭 한번 읽어봐야겠네요.

cyrus 2021-02-03 09:0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늘 저녁 7시 30분 알라디너 TV에 북토크 생중계를 해요. 책을 읽으셨으니 시간 되면 꼭 보셔요. ^^

미미 2021-02-03 09:1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오~저는 감동포르노라는 말이 와닿아요!
SF소설이라 생각하시는 분들이 꽤 많을듯. 저도 맨 처음 그랬어요^^;

scott 2021-03-05 15:2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미니님 이달의 당선!
추카~추카~*
오늘 태어난 개굴군 🐸도 추카!

mini74 2021-03-05 15:49   좋아요 1 | URL
경칩에 개구리보다 scott님이 더 바쁘신것 같아요. 봄처럼 기쁜 소식 알려주셔서 고맙습니다 *^^*
 
페소아 - 리스본에서 만난 복수의 화신 클래식 클라우드 4
김한민 지음 / arte(아르테)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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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으로 여행하고 이명으로 길을 쓰는 그.
태생적으로 우울과 고독을 갖고 태어나는 이들이 있다. 평범한 사람들은 이해할 수 없는 그들만의 우울의 깊이, 그래서 까칠해 보이는 모습에 더 외로워 진다.
페소아는 자신이 만들어 낸 이명들과 대화하고, 글과 시를 나누며 조금 덜 고독해졌을까.
소설가들은 인물을 창조한다. 페소아는 진심을 다해 “타자”가 되어, “타자”로서 글을 쓴다.

그가 썼듯, 천재의 본질은 환경에의 부적응이다. 그것이 천재가 대개의 경우 그의 환경으로부터 몰이해되는 이유이다.
페소아에게 진짜/가짜보다 중요한 것은 사물로부터 촉발된 상상의 결과이다. 사물 내면의 유일한 의미는 그것들이 아무런 내면의 의미도 없다는 것뿐이다.

페소아의 대표작과 시들을 인용하거나 친구들과의 편지 등 페소아의 흔적을 찾아, 페소아의 생애와 삶을 적은 책이다. 작가님이 페소아의 열혈 사생팬으로, 넘치는 덕력으로 진심을 담아 페소아를 전파하는 느낌, 읽고나면 페소아의 어려운 시들( 내게는 ㅠㅠ) 과 ( 불안의 책) 을 다시 읽고 싶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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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미 2021-02-01 16:26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오~미니님 <불안의 책>읽으셨군요! 저는 시집이랑 같이 조금씩 읽는 중인데 언제 끝날지 모르겠어요.😳 때로 워낙 난해해서 어쩔땐 시집이 수월하게 느껴질정도. 그래도 한번씩 놀라운 글귀들이 눈길을 사로잡는건 분명! 다 읽음 이 책도 꼭 봐야겠어요!

mini74 2021-02-01 16:31   좋아요 4 | URL
이 말도 좋고 저 말도 좋고, 가끔 이 말 한거랑 저 말 한거랑 다르기도 하고 ㅎㅎ 그런데도 좋아서 자꾸만 줄을 그으며 읽게 됩니다. 아무때나 아무 쪽이나 펼쳐도 뭔가 위로가 됩니다.~시는 어려워요 ㅠㅠ 사실 불안의 책도 저는 어려워요. ㅎㅎ

Falstaff 2021-02-01 16:32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아, 페소아가 쓴 <불안의 책>!!
제가 실수로 빠뜨린 ˝지루하기만 하고 재미는 하나도 없는 불후의 명작˝ 가운데 한 권입니다. 읽다가 몇 번 졸도했습니다.
우아.... 페소아 이 사람이 20세기 포스트 모더니스트라서 이런 이상한 책을 썼나보다, 하고 앞날개를 봤더니 글쎄 1888년생이지 뭡니까. 하여간 이 책, 한 문장도 안 빼고 활자를 본 건 맞습니다.

어디 웬수진 인간 읎나. 이 책 선물하게...... 어이, 이거 읽어봐. 세상에 이렇게 훌륭한 책도 있다는 게 말이 돼? 하면서요. ㅋㅋㅋㅋㅋㅋㅋ

미미 2021-02-01 16:36   좋아요 2 | URL
ㅋㅋㅋㅋㅋㅋㅋ👍

mini74 2021-02-01 16:39   좋아요 4 | URL
저는 아직 소녀감성인가봐요 ㅎㅎㅎㅎ 이 말 틀리고 저 말 틀리고. 가끔 본인이 앞에 한 말의 반대 성향의 글에 헉 !! 하기도 하지만 그래도 뭔가 좋아요. 전 아직 감성적인 소녀랍니다 ㅎㅎㅎ

붕붕툐툐 2021-02-02 03:10   좋아요 1 | URL
아, 진짜~ 폴스타프님 유우머 너무 좋아요~(저한테 책 선물 오는 거 아니겠죠?ㅋㅋㅋㅋ)

bluebluesky 2021-02-01 20:1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불안의 책 ,
몇년전 사두고 감히 책장을 못넘겼는데 꼭 올해는 책장을 넘겨야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읽기전에 이 책 먼저 읽어보는게 좋을것도 같고^^

mini74 2021-02-01 22:34   좋아요 3 | URL
이 책이 도움이 되실거예요. 작가분이 페소아 열혈팬이셔서 이 책 읽고 불안의 책 안 읽음 막 혼내실거 같아요 ㅎㅎ

바람돌이 2021-02-01 23:04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페소아의 정신세계를 따라가는건 너무 힘들더라구요. 이런 천재들이 세상을 다르게 보는 법을 가르쳐주면 저같은 평범한 이들은 아 그렇구나 하는 거겠죠?

mini74 2021-02-01 23:08   좋아요 2 | URL
ㅎㅎ 공감합니다. 저도 아 그렇구나 랑 우와! 랑 헉 무슨 의미지? 이런 다양한 말들을 혼자 중얼거리곤 하지요 ㅎㅎ

붕붕툐툐 2021-02-02 03:1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알라딘에서 보고 지난 번 도서관에 갔을 때 살짝 들었다가 다시 내려놓은 책입니다.ㅎㅎ 사생팬이 쓴 이야기니 귀 기울여 들어보고 싶은 마음은 있습니다만.. 언제쯤 차례가 오게 될지 모르겠습니다. <불안의 서>는 더더욱..ㅋㅋㅋ
가끔은 천재가 아니라 다행이란 생각이 들어요. 세상과 이리 잘 지내니까요..ㅎㅎ
 

별일없이 크면 됐다. 건강하면 됐다라고 항상 말은 했지만 작년 아이가 고3이 되자 조금 불안해졌다. 내가 땡땡엄마랑 싸워서 혹은 나쁜 맘을 먹어서 성적이 잘 안 나오나. 집터가 안좋은가 ㅎㅎ 공부를 안해서란 생각보단 기타 등등 잡생각과 걱정이 많던 시절, 같은 불안감을 안고 고3엄마들과 선녀님을 찾은 적이 있다. 뭐 코에 걸면 코걸이 같은 식의 바넘효과 같은 애매모호한 점쾌를 받아 들었다. 영험하다는 선녀님은 카드를 거부하셨다. 주섬주섬 지갑을 꺼내는 데 평소 알뜰살뜰한 땡땡이엄마가 그럼 현금영수증? 하다가 쫓겨날뻔 했다. 우리가 가고나서 선녀님, 소금 뿌리셨을듯. 땡땡이의 갑작스런 등급의 하락에 땡땡엄마는 자신의 말에 부정 탄 거 아닐까 그 선녀님이 제웅이라도 만들어 저주하는 거 아니냐며 우스개 소리도 하고 잠시 고민도 하고. ㅎㅎ
그런 아이들의 입시가 끝났다. 원하는 곳에 붙은 아이도 있고 생각보다 못한 결과를 받은 아이들도 있다. 어떤 엄마는 몸져 누웠고 어떤 엄마는 홧병이 났단 소식이 들리는 흉흉한 1월, 아이들은 12.31일 12시를 기점으로 술을 마실 수 있음에 기뻐하며, 줌으로 친구들과 맥주를 마셨다. 우리 아인 아빠가 꼼쳐놓은 테라에 감자칩. 다들 고만고만한 안주에 줌으로 모여 두런 두런 웃으며 이야기하는 아이들에겐 등급도 학교레벨이라는 것도 지금 이 순간만큼은 중요하지 않다. 앞으로의 새로움에 대한 설렘과 기쁨을 보며, 힘들었을 고등생활을 무사히 지나왔음에 고맙다.
2002년 월드컵 해에 태어나, 수학여행이며 졸업여행도 제대로 못 간, 선배들이 수장되는 모습을 생중계로 지켜보며 트라우마를 겪었고, 살아남아 마스크를 쓰고 고3을 보낸 파란만장한 아이들, 참 고생많았다.
아이는 고민끝에 종합대 대신 과기원 소속 대학에 진학하기로 결정했다. 전형적 공돌이가 된다면서, 종합대에서 다양한 교양과목 등을 듣고 싶었는데 하지 못해 아쉽다고 한다.

그런 공돌이 아이에게 권하는 조금은 오래 된? 그러나 제가 참 좋아하는 교양책들을 소개합니다 *^^* 아이에게 추천했더니, 본인 책상 위에 올려만 놓고 있습니다. 언젠가는 읽겠지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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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시무스 2021-01-28 19:0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자기앞의 생과 오주석 한국의 미 특강 강추드립니다!ㅎ

북다이제스터 2021-01-28 19:3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2020년생들에게는 그런 수학여행과 졸업여행 아픔이 있었네요. 정말 말도 안 됩니다. 그 추억을 평생 먹고사는데요.
책 추천 목록은 개인적으로 넘넘 동의하고 공감합니다. ^^
제 개인적 생각으론 세상을 넓게 보면 좋겠다는 말씀이신 것 같습니다. ^^

mini74 2021-01-28 19:55   좋아요 1 | URL
졸업여행은 취소. 수학여행은 소풍으로 대체되었어요 ㅠ고3 되니 코로나네요. 올핸 학교를 꼭 갔음 하는 바람입니다.*^^*

Falstaff 2021-01-28 19:5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오... 멋있는 아이디어입니다.
대학 신입생에게 권하는 책. 흠. 저도 조만간에 페이퍼 함 써봐야겠습니다. ^^

mini74 2021-01-28 20:00   좋아요 1 | URL
기대됩니다 *^^* 꼭 참고하겠습니다 ㅎㅎ

페넬로페 2021-01-28 19:5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2년전 아이의 입시를 치뤄 본 엄마로서 mini님의 글에 백퍼 공감합니다~~
합격의 소식은 언제나 기쁘네요
축하드리고 수고 많으셨어요^^
신입생에게 책을 권해주는 멋진 엄마!!!

mini74 2021-01-28 20:01   좋아요 2 | URL
고맙습니다 ~ 페널로페님도 고생 많으셨습니다.

바람돌이 2021-01-28 23:4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 근데 이번 학년도 역시 학교를 제대로 다닐 수 있으려나요? 저희집 애가 작년에 대학들어갔는데 입학식도 없어 오리엔테이션도 없어 mt도 없어... 뭐 그래도 술은 잘 먹고 다니지만 그래도 너무 불쌍해요. ㅠ.ㅠ
작년 1월 1일에는 아직 코로나 유행전이어서 우리 애가 딱 자정에 술집을 들어가기 위해 친구들과 밤새고 온다고 해서 얼마나 놀랐는지요. 왠만하면 아이 생활에 간섭 안하는데 그 땐 정말 결사반대했었거든요. 근데 졌어요. 지들 문화래요. 다 그런다죠. 올해 mini74님 아이는 그 문화도 온라인이군요. 에휴 안타까워라.....

mini74 2021-01-28 23:58   좋아요 0 | URL
제일 하고 싶은게 친구들 모두 다 같이 만나는 거랑 여행이라고 하더군요 ㅠㅠ 저희 애도 3월에 간다는 말이 있었는데 지금 여기 저기 난리가 나니 ㅠ 다시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고 하네요 ㅠㅠ 바람돌이님 자녀분도 새내기로 캠퍼스 제대로 누리지도 못하고 선배가 되네요. ㅠㅠ20학번 남자애들은 그렇게 1년 보내고 올해 군대를 많이 가더라고요 ㅠㅠ

bookholic 2021-01-29 00:2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mini74님 멋지십니다...^^ 저도 기억하고 있다가 우리 아이들에게도 해봐야겠어요...오주석님의 <한국의 미 특강>은 꼭 포함시킬 겁니다..^^

mini74 2021-01-29 08:04   좋아요 1 | URL
오주석님 책 정말 좋지요 *^^* 아이에게 쓰시는 책편지, 저도 보면서 매번 우리 아이 어릴 때 나도 써 놓을걸 하며 항상 부러워 합니다. 하나 더 낳기엔 너무 늦어서 ㅎㅎ 기분 좋은 하루 보내세요 ~

psyche 2021-01-29 13:0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제 아들은 지금 고3 인데요. 미국이라 8월에 시작해서 지금 2학기 막 시작했어요. 작년 3월부터 학교를 안 가고 온라인으로만 하고 있는데 지금 한참 원서 다 내고 발표전까지 친구들이랑 놀 때인데 만나지도 못하고 불쌍하네요. 졸업식은 할 수 있을지...ㅜㅜ 그건 그렇고 아드님 합격 축하드려요!

mini74 2021-02-01 16:04   좋아요 0 | URL
고맙습니다 *^^* 친구대신 제가 술친구 해주고 있습니다 ㅎㅎ 술이 아이덕에 늘어요 ~

han22598 2021-02-02 07:3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좋은 엄마시네요. 미니님^^ 그런데, 제 생각을 해봅니다. 저는 일명 대학생 추천도서에 없는 책들만 대학교에 읽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ㅋㅋ 노년에 대한 이야기, 법의학..이런 것들. 그래서인지. 이제서야 양서를 좀 읽어야겠다는 생각을 좀하게 되었어요.

mini74 2021-02-02 07:38   좋아요 0 | URL
ㅎㅎ 맞아요. 사실 저도 그 시절에 처음 무협지를 접했지요 *^^*
 
디테일로 보는 현대미술 디테일로 보는 미술
수지 호지 지음, 장주미 옮김 / 마로니에북스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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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란 온갖 것에서 비롯되는 감정들을 담는 그릇과 같다. 하늘로부터, 땅으로부터, 종이 한 조각으로부터, 지나가는 형태로부터 그리고 거미줄로부터” 피카소가 한 말이다. 작가뿐 아니라 모든 삶이 그릇이 아닐까. 넘칠 듯 담겨 위태로워 보이는 그릇, 모자라서 옹색해 보이는 그릇, 그렇지만 다른 눈으로 보면 풍요로워 보이는 그릇이자 다른 것을 담을 여백이 있는 그릇. 각자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다양한 소재들을 통해 나타낸 현대의 화가들에 대한 책이다. 책에 수록된 그림들도 큼직하고 마음에 든다.
햇빛의 느낌과 질감을 그리는 화가들
철학과 감정을 담아 존재감을 드러내는 가난한 화가들
색채로 사랑을 고백하고, 선으로 새로운 세상을 연 화가들.
기차의 속도감으로 흐려지는 풍경, 야외의 눈부심과 빛나는 수면을 가능케 한 튜브형 물감, 성직자나 권력자가 아닌 그리고 싶은 대상을 그릴 수 있게 한 산업혁명, 이 혁신들이 모여 새로운 예술사조를 만들어냈다. 이들을 인상파, 야수파, 미래파, 입체파, 오르피즘, 사실주의, 다다이즘 등등으로 불러달라거나, 불리었다. 이 중 꽤 많은 사조는 모욕적인 어조로 불렸지만, 지금은 거장앞에 붙는 사조가 되었다.
예술은 유연하고 가변적이다. 한 시대에 다양한 사조들이 나타난다. 그 전 사조들을 닮거나 발전된 형태이기도 하지만, 완전히 정반대의 모습이기도 하다. 그 시대의 유행, 변혁을 담은 예술이 각광받고, 그 시대를 뛰어넘은 예술은 그 다음 세대에 애정을 받는다. 시대를 앞서간 그림들은 그래서 동시대엔 비난과 모멸을 받기도 한다. 그리고 그런 흐름과 사조와는 상관없이 꾸준히 소비되는 흐름들도 있다. 변혁과 새바람이나 충격과 파격 대신 안온하고 편한 그림.
현대미술의 시작엔 이견이 많다. 사실주의부터를 시작으로 보거나 혹은 인상주의부터, 또는 20세기를 출발점으로 삼기도 한다. 그리고 개념미술의 시작과 함께 끝이 났다고 본다. 가톨릭과 인본주의와 화려한 궁정의 생활상에서 영웅과 애국주의에서 튜브물감을 들고 기차를 타고 야외에서 그림을 그리는 새로운 사조, 인상주의. 사진이 생겨나면서 화가들은 초조해졌다. 더 이상 똑같이 그리는 건 의미가 없어. 그들의 눈에 들어 온건, 빠른 속도로 지나가는 기차의 창 밖 이그러지는 풍경들, 그리고 야외에서 느끼는 햇살의 눈부심과 호수에 비치는 반짝임. 그래서 그들은 빛을 그리는 새로운 사조를 만들어냈다. 자연이 자연의 색이, 빛의 반짝임이 주인공이 된 그림들, 그리고 감정을 표현하기 시작한 그림들이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였다.
우리에겐 익숙한 그림들이 그 시대엔 혁신과 신선함으로 구태의연함과 투쟁했다.
고흐에 대해 간략하게 설명한 후, <오베르트의 교회>그림을 분석해 웨트 인 웨트 (젖은 물감위에 바로 물감을 덧칠하는 기법)기법을 설명하고, 일본 우키요에판화의 영향을 받았으나 윤곽선을 연한 색으로 표현해, 연속선이 아닌 끊어진 자국으로 만든 것이 차이점이라며 표현기법등에 대한 설명도 첨가되어있다.
세잔은 밑그림을 감춘 예전 그림과 달리, 밑칠이 작품으로 보이도록 의도해, 사실이 아닌 그림임을 강조한 최초의 현대미술인점을 이야기하며, <빅투아르산>그림을 확대해 보여주고 있다.
클림트의 <나무 아래 피어난 장미 덤불>을 보자. 로젠빈트(장미산들바람)부는 언덕, 무심한 듯 띠를 이룬 풀밭 위로, 레몬옐로, 뻐밀리언, 알리자린 크림슨, 연빨간색이 짧고 강렬한 점들이 가득한 클림트의 그림을 보고 있자면, 장미들이 후두둑 소낙비처럼 쏟아진다.
내가 부인이라면 마티스의 엉덩이를 걷어찼을 것 같은 <마티스 부인, 초록색 선> 그러나 그가 그린 그림의 주인공은 부인이 아니라 햇빛의 느낌. 이러거나 저러거나 기분 나쁜건 매한가지가 아닐까.
에드워드 호퍼의 그림 앞에서 떠날 줄 모르는 현대인들, 그 속에서 느껴지는 고독과 외로움과 단절은 구구절절 수백 페이지의 글자들보다 더 마음에 와 닿는다. 텅 빈 어두운 거리와 대비되는 작은 식당에서 단절을 느낀다.
불안과 우울 속에서 본 환각들을 그려낸 야요이는 자신의 소멸을 점으로 그려냈다.
마크 로스크의 색면화앞에서 느끼는 경건함과 초월의 감정들, 말레비치의 검은색에서 손을 모아 기도했다는 이들은 그림에서 신성함을 경험했다.
파울라 레고의 소설같은, 아니 소설의 주제를 하나의 그림으로 압축한 <환영> 고문과 분리, 억압을 이야기하는 설치예술가 모나 하툼, 삐뚤어지고 고통받는 보는 사람들의 얼굴도 고통으로 일그러지게 하는 프랜시스 베이컨 등의 그림들이 표현기법과 의미등과 함께 설명이 되어 있다.
현대미술이 있다. 여기에 사람도 있고 말도 있고 소도 있단다. 아무리 찾아도 찾을 수가 없다. 매직아이인가 싶어 눈을 중앙으로 모아봐도 보이지 않는다. 그럼 이 책을 한 번 읽어보자. 어디가 소인지 어디가 말인지 대강 추측은 가능하다.
이 책의 장점은 현대 유명화가들의 백과사전 역할쯤 한다는 것, 그림이 크고 선명하다는 것, 그림을 부분별로 확대해 기법과 색감을 설명해 주는 것, 이런 류의 책치곤 가격이 괜찮다는 것, 그리고 위에 말했듯 소나 사람이 어디 있는지 찾아 준다는 것.
마음에 드는 그림들에 잔뜩 인덱스를 붙이자, 그리고 그 날의 마음날씨에 따라 그림을 골라 보는 거다. 어쩌면 누군가의 위로보다 더 큰 따스함을 느낄 수 있을 지도 모른다.
가끔 아이가 엄마는 왜 명화책들을 사냐고 묻는다. 그런 책들을 읽는다고 지식이 늘어나거나, 혹은 미술관에서 폼 잡으면서 이 그림은 말이야~ 이런 주제도 못되면서 말이다.

(내가 그림이 좋은 이유는......
체육을 못 한다. 뭐 아쉬울 건 없다. 음악? 음악도 못 한다. 그렇지만 이 것 또한 아쉬울 건 없다. 가끔 내가 노래를 부르면 다들 웃어주니 그것도 복이라고 생각한다.
그림도 당연히 못 그린다. 그런데 이건 좀 아쉽다. 내가 갖고 싶은 재주가 있다면 그건 그림 그리는 재주다. 내가 사랑하는 이, 그리운 이들을 그리고 싶고, 그들에게 보여주고 싶은 하늘과 별을 내가 받은 느낌을 담아 그려주고 싶다.
또 그림은 책과 비슷한 감동이 있다. 화가의 삶을 알게 되면, 그 그림은 화가의 일기장처럼 느껴진다. 누구를 사랑하는지, 무엇을 보고 싶어 하는지, 화가의 감성이란 필터로 또 다른 세상을 보는 것이다.
고흐의 별도 좋지만, 르네 마그리트의 대낮에 그려진 선명한 달도 좋았다. 이탈리아 라벤나성당의 스테인 글라스에서 영감을 얻었다는 클림트의 장식성 짙은 그림도 좋았다. 러시아 소설의 표지에 자주 등장하는 레핀의 그림도, 아이가 그린 것 같은 장욱진 그림도 좋다.
그림엔 숨겨진 이야기가 담겨 있다. 푸른빛의 슬픔이 노란 빛의 그리움과 붉은 울음이 초록의 우수가, 선을 따라 구불구불 이어지며, 그 색과 선에 담긴 감성들이 넘나든다. 그렇게 그림은 삶을 색으로, 내면을 빛과 질감으로 그려낸다. 그냥 나는 그림이라면 좋다.
유식할 필요도 많은 걸 알 필요도 없다. 내가 좋으면 그만인 그림들, 요즘은 책표지에 자주 쓰이는 안소현, 옥승철 등의 젊은 작가들 그림도 좋아진다. 거대한 여성들을 그리는 제니 사빌이나 ‘나는 쇼핑한다, 고로 존재한다’ 등 사회적 메시지를 담는 바바라 크루거의 작품도 좋다.
미하일 브루벨의 악마 연작도 좋다. 악마와 인간 공주가 서로 사랑에 빠진다. 악마와 사랑에 빠진 공주는 결국 죽고 만다. 영혼이라도 같이 있고 싶지만, 천사가 나타나 공주의 영혼을 거두어 가고, 망연자실하게 앉아 있는 악마를 그렸다.
우리나라 화가 중에 제일 작품 값이 비싸다는, 김환기 작가님의 수많은 점들이 그려진 작품 앞에 서면, 그 점들 하나하나마다 항아리와 달과 삶이 모두 담겨 있음을 느끼게 된다. 난생 처음 뭔가를 훔쳐 내달리고 싶었다. 그 점 하나 우리 집 거실에 걸어 놓으면, 휘엉청 밝은 달 하나 떠오르지 않을까. 어느 날은 별 하나로, 어느 날은 항아리로 그렇게 거실을 밝혀주지 않을까. 그 항아리에 내 마음들을 담아 두고 푹푹 삭혀 깨끗이 빨아 밤하늘에 널어 두면 달도 되고 별도 되지 않을까. )

아래 그림은 오리피즘 화가 로버트 들로네의 <동시에 열린 창문들>이다.
언젠가 모든 문들이 활짝 열리고 환한 햇살들이 쏟아지는 골목마다 사람들이 햇살처럼 쏟아져 나와 다시 웃고 떠들고 어깨 부딪치며 떠들썩하기를, 들로네의 그림을 보며 상상하고 기원해 본다. 곧 그런 날이 오겠지.
( 두번째 그림은 책 속 고갱그림 해석 부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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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미 2021-01-25 22:2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피카소나 고흐같은 화가가 또 나올까요?
김환기 작가님 도난당할뻔 한건가용?ㅋㅋㅋ(>.<)인사동 걸어다니고 겔러리 구경하던 때가 그립습니다.

mini74 2021-01-25 22:32   좋아요 1 | URL
앗 뭔가 각 잡고 멋진 척 할려고 했는데 ㅎㅎㅎ 미미님 댓글에 빵 터졌어요.ㅎㅎ

페넬로페 2021-01-26 00:0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현대미술에 대한 이 책이 읽고 싶네요~~
유명한 그림과 화가들에 대한 얘기는 잘 알고있는것 같지만 사실 모르는게 많아 읽을때마다 새로워요^^

mini74 2021-01-26 00:01   좋아요 1 | URL
표현법 기법 작품설명도 되어 있어서 저는 더 재미있게 봤어요 *^^*

han22598 2021-01-26 03:0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에게는 미지의 세계와 같은 미술. 그저 동경하고 흠모할 뿐입니다. ^^

mini74 2021-01-26 07:29   좋아요 0 | URL
저도 그래요 *^^* 동경과 흠모*^^*

han22598 2021-01-26 03: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에게는 미지의 세계와 같은 미술. 그저 동경하고 흠모할 뿐입니다. ^^

겨울호랑이 2021-01-26 10:2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사진의 발명으로 ‘현실의 모사‘로서의 미술은 설 자리가 줄었지만, 그만큼 작가의 관점이 더 잘 표현된다는 점에서는 새로운 기회가 되었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mini74 2021-01-26 10:32   좋아요 1 | URL
맞아요~ 그래서 인상파화가들이 사랑을 많이 받나봐요.

그레이스 2021-03-06 21:19   좋아요 1 | URL
그림들에서도 그랬지만 당시 사진은 오랜시간 노출이 필요한 작업이라 일정한 포즈들이 생겨났나봐요^^
사진을 찍어서 실내에서 작업하는 경우도 생겨났고...^^

바람돌이 2021-01-27 00:0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 이책 재밌겠네요. 더구나 표지가 제가 좋아하는 호퍼입니다. ^^ 지금 호퍼 화집 나온거 주문해놓고 두근거리면서 기다리고 있어요. ^^

mini74 2021-01-28 17:16   좋아요 0 | URL
저도 호퍼 좋아요 좋아요 *^^*

라로 2021-01-28 17:1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화가에 대한 이렇게 멋진 글을 써주시다니,,그림이 화가의 일기 같다고,,,이 말 남편이에게 해줄래요. ˝이거 오늘 너의 일기니?˝ 뭐 이러면서.ㅎㅎㅎㅎㅎㅎㅎㅎㅎ 저는 고호의 해바라기를 인파에 밀려가면서 프랑스 르블에서 봤는데 잽싸게 훔치면 누군지 모르지 않을까? 생각했더라나 뭐라나,, 이제와서 슬쩍 고백;;;

mini74 2021-01-28 17:17   좋아요 0 | URL
저도 마음으로 자주 훔칩니다 *^^*

그레이스 2021-03-06 21:1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브뤼헬의 그림을 좋아하는데 풍경속 수 많은 사람들의 표정과 포즈와 시선이 그들이 그곳에 있는 이유들을 빠짐없이 설명하고 있어서요
제가 가지고 있는 책들과 겹치는 내용이 많아서 고민되네요 ㅠ

mini74 2021-03-06 21:18   좋아요 1 | URL
브뤼헬 그림 좋죠. 아이들하고 이야기하기도 좋고요. *^^* 겹치는 부분이 많으면 고민이 되지요.ㅠㅠ
 
믿습니까? 믿습니다! - 별자리부터 가짜 뉴스까지 인류와 함께해온 미신의 역사
오후 지음 / 동아시아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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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전, 이사를 준비하면서, 이사 짐 센터에 전화를 했다. 원하는 날짜를 말했더니 손 없는 날이라 예약이 다 찼다고 한다. 손 없는 날.

손은 괴물이다. 세상 사람들을 괴롭히던 크고 무섭게 생긴 괴물. 사람들이 모두 손을 처리해 달라며 하늘에 빌었다. 손행자와 대당사부, 저팔계와 사화상, 이구룡이 힘을 합친다. 모두 제 역할을 잘 해내지만, 손행자는 엄나무껍질로만 밧줄을 만들어야 하는데, 귀찮은 마음에 두릅나무로 마지막을 대강 만들고 만다. 결국 손은 풀려난다. 손이 숨어서 돌아다니지 않는 날이 손 없는 날, 그렇지만 그 후론 대강 귀신들이나 잡귀가 없는 날이라 칭해진다고 한다. 이 이야기엔 이미 미신이 담겨 있다. 손이라는 미신, 그리고 손행자나 대당사부 등이 그 후로 손을 놓친 벌로 하늘로 올라가지 못하고, 지붕 처마에서 손이 오는지 없는지 망을 보고 있다는 이야기, 이것이 어처구니의 시초라고 한다.( 중국황제가 지붕에서 암살범이나 귀신들이 내려와 헤치려는 꿈을 꾼 뒤, 잡상들을 올려 놓은 게 시초라는 설이 있다.)

그리고 귀신들은 이상하게 엄나무를 무서워 한다는 것, 복숭아 나무를 무서워하는 것은 귀신의 왕인 후예가 복숭아 몽둥이에 맞아 죽어서 그렇다는 등의 이야기들과 함께 그럴 듯한 미신들이 만들어져 있다. 이런 미신들은 그래도 서사가 있다. 사람들은 두려움에 처하면, 본인들이 유리한 쪽으로 서사를 만들고, 그렇게 믿음으로써 낙관적으로 상황을 헤쳐 나가려 한다.

잘 살펴보면, 손이라는 건 말 그대로 손님, 가난한 살림에 찾아오는 손님은 호랑이나 귀신보다 무서운 법이다. 내 밥을 나눠주거나 혹은 내가 굶어야 하니, 그래서 손은 두려운 존재가 되었고, 그런 이야기들이 와전되었다는 설도 있다.

이 책은 사람들이 믿는 다양한 미신이나, 잘못된 진실 등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농사가 가장 큰 미신이라던가, 종교와 사상의 허구 등을 말한다. 버뮤다가 오히려 악천후에 비해선 사고가 덜 나는 장소라는 것, 별자리나 혈액형 성격테스트 등을 믿는 이유가 드러난 바넘 효과 등에 대해서도 이야기 하고 있다.

예전 최순실 사건 때 같이 회자되었던 러시아의 라스푸틴과 명성왕후와 고종이 믿었던 관우의 딸이라 자처하던 진령군이란 무당, 레이건 부부의 심령술사 조앤 퀴글리 등 권력이 있는 자의 잘못된 믿음은 많은 악행까지 뒤따르게 된다.

나사가 별자리를 뱀자리까지 포함해서 13자리라고 발표하자, 논란이 거셌던 일. 그러고 보면 나 또한 13자리면 별자리로 점을 치는 이들은 어떻게 해야 하나 걱정했다.

이런 미신들뿐만 아니라, 디즈니와 미국개척시대에 대한 향수가 만들어 낸 교외주택과 자연의 삶에 대한 미신은 시사하는 점이 크다. 교외주택과 자연에 대한 만들어진 향수는 그리고 그런 삶이 최고일거란 믿음은, 결국 먼 거리 출퇴근으로 교통체증과 차량구매확대, 도로 추가 건설비용과 난방비 등 엄청난 에너지 소비와 낭비로 귀결되었다.

트럼프가 쏟아내는 거짓말들, 그리고 보좌관이 한 “대안적 사실” 이 말은 거짓말에 대한 면죄부처럼 쓰인다. 대안적 사실이지만, 거짓말에 대한 말장난뿐이다. ( 그런데 트럼프는 핵가방은 왜 갖고 간걸까 ㅎㅎ)그런 대안적 사실로 인해 일어나는 혼란과 불이익을 책임지는 이들은 없다. 진실에 대안이 어디 있는가.

사주는 태어난 연월일시로 보는 운명이다. 다들 그렇게 말하곤 한다. 나랑 같은 때에 태어난 이들이 모두 같은 사주를 가질 순 없다고. 그렇지만 우린 토정비결을 보고 운수를 보고, 가끔 잡지에서 별자리를 찾아본다. 종종 점집이나 사주보는 집에 찾아가 울분을 토하기도 하고, 기분 좋고 개운한 표정으로 잠을 청하기도 한다. 입시나 이사 혹은 이직 등등 불안하고 두려운 선택 앞에서 누군가에게 물어 볼 수 도 없고, 나 스스로 선택해야 하는 어른이 되었을 때 가끔 미신에 기대고 싶다. 실패하면? 점쟁이 말을 믿을 걸, 혹은 믿지 말 걸 하며 실패의 책임을 나눠가진다. 그냥 오래 전부터 있어 온 미신과 맹목적 믿음에 대한 책이다. 쉽게 읽히지만, 쉽게 생각할 순 없는 책이다. 미신, 잘못 된 사상과 종교와 가짜 뉴스 속에선, 정말 정신을 바짝 차리며 살아야 하는데 쉽지 않은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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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21-01-24 18:4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제목부터 궁금증이 확 일어나는 책이네요. ㅎㅎ 일상의 미신들은 사실 내가 큰 걱정없고 할때는 신경을 안 쓰지만 하는 일이 잘 안되고 함들때는 하나하나 다 신경이 쓰인다죠. 힘들때 누군가에게 기대고싶은 인간의 약한 마음이 있는 한 그 무수한 미신들은 늘 우리 삶과 함께 할거예요.

mini74 2021-01-25 22:12   좋아요 0 | URL
저 ㅠㅠ 아이 고3 올라갈때 엄마들과 손 잡고 선녀님을 찾아갔었지요 ㅠㅠ 뭔가 묘한 점괘를 하나씩 받아들고, 카드 안 받는다는 선녀님께 한 엄마가. 그럼 현금영수증. 하다가 쫒겨날뻔 했지요 ㅎㅎㅎ

라로 2021-01-28 17:0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 책 저도 봤는데요, 사주 보는 거 좋아합니다요. 그러면서 종교는 기독교,,, ㅎㅎㅎㅎㅎㅎㅎㅎㅎ

mini74 2021-01-28 17:13   좋아요 0 | URL
저도 무속신앙 좋아해요 ㅎㅎ 라로님 *^^*